[오래된 공기] 제84화 - 맞물림

제84화 「맞물림」
1. 서른넷 여덟
「11월 1일. 금요일.」
재혁은 6시 35분에 일어났다.
침낭에서 나와 수첩을 먼저 폈다.
어제 쉘터 문에 붙여 둔 종이에 적힌 줄을 찾았다.
「못 가름인 날의 규칙은 11월 1일에 정함. 그날 수를 보기 전 아침에 정함.」
재혁이 그 줄을 두 번 읽었다.
겉옷을 입고 기상 쉘터 쪽으로 걸었다.
문 앞에서 멈췄다.
벽에 유리관 둘이 걸려 있었다. 문을 열면 눈금이 정면이었다.
재혁이 손을 문고리에서 뗐다.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봤다. 「수를 보기 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 보기로 정해 둔 것이 보일 자리에 있었다.
재혁이 천을 생각했다.
쉘터 안에 코어 덮는 천이 있었다. 유리관 둘을 덮어 놓고 규칙을 적고 나서 벗기면 될 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손을 멈췄다.
덮으면 유리관이 해를 안 받았다. 그러면 오늘 수가 덮은 수가 됐다.
어제 가림막을 안 달기로 적은 까닭이 그것이었다.
재혁이 돌아섰다.
시추동 쪽으로 걸었다.
들머리 상자에 앉아 수첩을 폈다.
적었다.
「안 보기로 정한 것과 안 본 것은 다름. 보일 자리에 있는 것은 안 보려면 가려야 함. 그런데 가려야 하는 것이 재는 것이면 가릴 수 없음. 가리는 일이 그날 수를 바꿈. 그래서 유리관을 안 가리고 내가 자리를 옮김. 규칙은 시추동에서 적음. 쉘터에는 적은 뒤에 들어감. 옮긴 것을 적음. 안 적으면 다음에 또 문 앞에 섬.」
일곱 시에 서진이 들어왔다.
장갑을 벗고 손을 비볐다.
“벌써 나왔네.”
“쉘터에 아직 안 갔습니다.”
서진이 재혁 손에 든 수첩을 봤다.
“오늘 아침에 뭐 정한다 그랬지.”
“못 가름인 날에 무엇을 할지입니다. 수를 보기 전에 정한다고 적어 뒀습니다.”
서진이 상자에 걸터앉았다.
“그래서 문 앞에서 돌아왔어?”
“돌아왔습니다. 문을 열면 눈금이 보입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그럼 적어.”
재혁이 종이에 세 줄을 그었다.
“고를 것이 셋입니다.”
“읽어 봐.”
“하나. 어제 상태를 물려받습니다. 지금 하는 그대로입니다.”
“둘.”
“못 가름인 날은 늘 안 합니다.”
“셋.”
“못 가름인 날은 날씨 문을 안 쓰고 다른 두 문으로만 정합니다.”
서진이 세 줄을 봤다.
“하나가 지금 하는 거고.”
“지금 하는 겁니다. 그래서 먼저 세어 봤습니다.”
재혁이 앞 장을 폈다. 스무 날 치 판정이 적혀 있었다.
“스무 날 중에 안이 여섯, 밖이 둘, 못 가름이 열둘입니다.”
서진이 수를 봤다.
“반 넘게 못 가름이네.”
“반 넘습니다. 그러면 하나를 고른다는 건 스무 날 중에 열두 날을 물려받는다는 뜻입니다.”
재혁이 종이에 점 스물을 찍고 그중 열둘에 가로줄을 그었다.
“물려받은 날은 그날 수가 만든 날이 아닙니다. 앞날이 만든 날입니다.”
서진이 점들을 봤다.
“그럼 상태를 만든 날은 여덟이고.”
“여덟입니다. 스무 날 치 상태가 실은 여덟 날이 정한 겁니다.”
재혁이 연필 끝으로 가로줄 하나를 따라갔다.
“그리고 이어진 줄이 길면 그 여덟 중 하나가 멀리까지 갑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얼마나 멀리 갔어.”
재혁이 셈했다.
“제일 긴 게 나흘입니다. 10월 19일에 「함」이 나왔고 20, 21, 22일이 다 못 가름이었습니다.”
“나흘 동안 19일이 산 거네.”
“19일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종이에는 나흘이 다 「함」으로 적혀 있습니다.”
재혁이 그 넉 줄을 짚었다.
“네 날이 같은 글자입니다. 읽으면 네 번 잰 것처럼 보입니다.”
서진이 종이를 당겨 봤다.
“한 번 잰 거고.”
“한 번 잰 겁니다. 옆에 「물려받음」이라고는 적혀 있습니다. 몇 날째 이어받았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재혁이 새 칸을 하나 그었다.
「이어받은 길이」였다.
서진이 칸 이름을 봤다.
“길이를 적으면 뭐가 달라져.”
“이어받은 수는 잰 수가 아닙니다. 길이를 안 적으면 잰 수처럼 보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이어받은 길이」 칸 신설. 물려받은 날에는 몇 날째 이어받았는지를 같이 적음. 스무 날 치 상태 중 여덟 날이 잰 날이고 열두 날이 이어받은 날임. 제일 긴 줄 나흘(10/19 「함」 → 20·21·22 물려받음). 종이에는 넉 줄이 같은 글자로 적혀 있었음.」
서진이 그 줄을 읽고 물었다.
“그럼 하나로 하는 거야?”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하나로 하되 끝을 두겠습니다.”
“끝.”
“이어받은 길이가 사흘을 넘으면 그날은 날씨 문을 안 씁니다.”
서진이 눈을 좁혔다.
“안 쓰면 뭐로 적어.”
“「모름」으로 적습니다.”
“모름을 적으면 셈이 안 되잖아. 곱해야 되는데.”
재혁이 손을 멈췄다.
종이를 한참 봤다.
“그렇습니다.”
“0으로 적으면.”
“0으로 적으면 안 된다고 안 겁니다. 1로 적으면 된다고 안 겁니다. 둘 다 아는 척입니다.”
서진이 기다렸다.
재혁이 세 칸을 그었다.
“모름이면 곱을 안 하겠습니다.”
“곱을 안 하면 실행은.”
“안 합니다. 그런데 까닭 칸에 「모름」을 적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어차피 안 하는 건 같은데.”
“같습니다. 그런데 까닭이 다릅니다.”
재혁이 두 줄을 나란히 적었다.
“하나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안 하는 겁니다. 하나는 모르니까 안 하는 겁니다.”
서진이 두 줄을 봤다.
“종이에는 둘 다 「안 함」이고.”
“둘 다 「안 함」입니다. 한 글자로 적으면 둘이 같아집니다.”
재혁이 적었다.
「못 가름인 날의 규칙: 어제 상태를 물려받음. 옆에 「물려받음」과 「이어받은 길이」를 적음. 이어받은 길이가 사흘을 넘으면 그날부터 날씨 문을 「모름」으로 적음. 모름은 0도 1도 아님. 곱을 안 함. 곱을 안 하면 실행은 「안 함」. 까닭 칸에 「모름」을 적음. 「안 함」이 두 가지임. ①안 된다고 알고 안 함 ②모르니까 안 함. 까닭 칸으로만 갈림. 실행 칸만 보면 같아 보임. 이 규칙은 11월 1일 아침 7시 20분에 정했음. 그 시각에 오늘 수를 안 봤음. 쉘터에 안 들어갔음.」
서진이 수첩을 돌려줬다.
“다 적었어?”
재혁이 연필을 세웠다.
“선생님.”
“왜.”
“오늘 이 규칙 안 쓰입니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왜 안 쓰여.”
“사람 문이 0입니다. 여섯째 날입니다.”
재혁이 세 칸을 그었다.
“날씨 문이 무엇이 나오든 곱이 0입니다. 실행은 「안 함」입니다.”
서진이 창고 쪽을 봤다.
“그럼 괜히 적었나.”
“아닙니다. 제일 좋은 날에 적었습니다.”
“좋은 날?”
재혁이 종이를 짚었다.
“쓰일 일이 있는 날에 정하면 오늘 쓰려고 정한 게 됩니다. 쓰일 일이 없는 날에 정하면 그게 안 섞입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날을 11월 1일로 박아 뒀고.”
“박아 뒀습니다. 그때는 사람 0인 줄 알고 박은 게 아닙니다. 그냥 이틀 뒤로 박았습니다.”
재혁이 적었다.
「오늘 사람 0이므로 이 규칙은 오늘도 안 쓰임. 사람 0 여섯째 날. 쓰일 일이 없는 날에 정하는 것이 제일 좋음. 쓰일 일이 있는 날에 정하면 오늘 쓰려고 정한 것이 됨. 그 대신 쓰이지 않으므로 시험되지 않음. 어제 적은 줄과 같음. 정하기 좋은 날과 시험되는 날이 서로 다른 날임. 좋은 날에 정한 규칙은 좋은 날이 아닌 날에 처음 쓰임. 처음 쓰이는 날에 그 규칙이 모자란 것이 보일 것임. 그때 고치면 그날 수를 보고 고치는 것이 됨. 미리 적어 둠.」
일곱 시 사십 분에 둘이 쉘터로 갔다.
문을 열었다.
재혁이 먼저 하늘을 봤다.
구름이 갈라져 있었다. 해가 설면에 닿아 있었다.
재혁이 수첩에 「갬」을 적었다.
둘째 날이었다.
그다음에 유리관을 봤다.
왼쪽이 영하 34.8이었다.
오른쪽이 영하 35.3이었다.
재혁이 둘을 적고 차를 냈다.
0.5였다.
서진이 옆에서 봤다.
“어제 0.3이었지.”
“0.3이었습니다. 오늘 0.5입니다.”
“둘이 다르네.”
재혁이 손을 멈췄다.
“두 점입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또 그 얘기야.”
“또 그 얘깁니다. 두 점은 어떤 두 점이든 직선 하나입니다. 흔들림이 안 나옵니다.”
재혁이 적었다.
「유리관 둘 차 둘째 점 0.5(어제 0.3). 평균 0.4. 두 점으로는 차의 흔들림을 못 냄. 열 점쯤 모여야 함. 판정 11/10 그대로. 오늘 바깥 수는 왼쪽 것만 씀. 오른쪽은 차에만 씀.」
재혁이 바깥 수 칸으로 갔다.
스물한째 점에 영하 34.8을 적었다.
어긋남을 넣어 구간을 냈다. 영하 33.8에서 영하 35.8까지였다.
시작 자를 짚었다. 영하 34.0이었다.
구간이 자를 품고 있었다.
재혁이 「못 가름」을 적었다. 열셋째였다.
서진이 수를 봤다.
“어제보다 1.4 올라갔네.”
“1.4 올라갔습니다.”
“어제는 밖이었고 오늘은 못 가름이고.”
재혁이 연필을 세웠다.
하늘을 다시 봤다.
“선생님. 어제가 흐림입니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갬이고.”
“갬입니다. 해가 비치면 유리관이 공기보다 높게 나옵니다.”
서진이 유리관 쪽을 봤다.
“그러니까 오늘 1.4가 다 바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다 바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얼마가 해인지를 모릅니다.”
재혁이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하늘 칸이 어제 생겼습니다. 어제가 흐림이고 오늘이 갬입니다.”
“두 날이네.”
“두 날입니다. 두 날로는 하늘 몫을 못 셈합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수는 어떻게 하고.”
재혁이 손을 멈췄다.
종이를 한참 봤다.
“그대로 적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뭘.”
“치우치는 방향을 압니다.”
재혁이 연필로 눈금 위쪽을 짚었다.
“해가 비치면 높게 나옵니다. 높은 쪽이 따뜻한 쪽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수는 실제보다 따뜻한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서진이 구간을 봤다.
“따뜻한 쪽으로 치우쳤으면.”
“실제는 더 추운 쪽입니다. 더 추운 쪽이면 밖에 가까워집니다.”
재혁이 두 줄을 그었다.
“판정은 못 가름입니다. 그 못 가름이 어느 쪽으로 치우친 못 가름인지는 압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못 가르는데 방향이 있어?”
“있습니다. 못 가름은 「어느 쪽인지 모른다」이고 치우침은 「틀렸다면 이 쪽으로 틀렸다」입니다. 다른 말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스물한째 점 영하 34.8. 구간 33.8~35.8. 시작 자 34.0을 품음. 판정 「못 가름」. 열셋째. 하늘 「갬」(어제 흐림). 해가 비치면 유리관이 높게 나오므로 오늘 수는 따뜻한 쪽으로 치우침. 그러므로 실제는 더 추운 쪽이고 밖에 가까움. 판정은 안 바꿈. 치우침 방향만 옆에 적음. 「못 가름」에도 방향이 있음. 못 가름은 어느 쪽인지 모르는 것이고 치우침은 틀렸다면 어느 쪽으로 틀렸는지임. 다른 칸에 적음. 어제와 오늘 차 1.4 안에 하늘 몫이 들어 있음. 하늘 칸이 두 날뿐이라 몫을 못 셈함. 「모름」.」
재혁이 그 아래에 실행 줄을 적었다.
「세 문: 날씨 — 못 가름 → 어제 물려받음. 어제 「밖」이므로 「안 함」. 이어받은 길이 1. 쓸 것 1(재고 8) / 사람 0(여섯째 날). 곱 0. 실행 「안 함」. 까닭 「사람」. 오늘 날씨 문이 실행을 안 정했음. 사람 문이 정했음. 그러므로 오늘 날씨 칸은 적히기만 하고 쓰이지 않았음. 적히기만 한 날을 따로 셈. 열셋 중 여섯째.」
아홉 시에 둘이 시추동으로 갔다.
드릴이 받침대에 올라 있었다. 케이블이 풀린 채였다.
상자가 여덟 개 쌓여 있었다.
밀린 양이 일곱이 되었다.
다음 편이 11월 3일이었다.
2. 셋 사이 셋
아홉 시 반에 둘이 밖으로 나갔다.
재혁이 먼저 깃발을 봤다.
깃대에 매 둔 천이 반쯤 떠 있었다. 끝이 가끔 수평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재혁이 수첩을 폈다. 어제 적어 둔 줄을 찾았다.
「바람 센 날에는 이 셈을 하지 않음. 기준: 깃발이 수평으로 서는 날.」
재혁이 깃발을 다시 봤다.
“선생님.”
“왜.”
“수평은 아닙니다.”
서진이 깃발을 봤다.
“반쯤 섰네.”
“반쯤 섰습니다. 어제 적은 걸 그대로 읽으면 하는 날입니다.”
재혁이 종이를 짚었다.
“수평이면 안 하고 수평이 아니면 합니다. 중간은 안 적혀 있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중간은 다 하는 날이고.”
“다 하는 날이 됩니다. 기준을 하나만 적으면 그 기준에 안 걸리는 게 전부 한쪽이 됩니다.”
재혁이 주머니에서 종이 각도기를 꺼냈다.
깃대 쪽으로 걸어가서 각도기를 들고 봤다.
“40도쯤입니다.”
서진이 옆에 섰다.
“쯤?”
재혁이 손을 내렸다.
“펄럭입니다. 한 수가 안 나옵니다.”
재혁이 열 번을 보고 적었다.
제일 낮은 것이 25도였고 제일 높은 것이 55도였다.
재혁이 두 수를 나란히 적었다.
“25에서 55입니다.”
서진이 수를 봤다.
“폭이 30이네.”
“폭이 30입니다. 재는 것 자체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재혁이 연필을 세웠다.
“그러니까 깃발로 문턱을 정하면 문턱의 자가 30입니다.”
서진이 깃발을 봤다.
“그럼 깃발로 안 정해.”
“달리 잴 게 없습니다. 바람 재는 기계가 여기 없습니다.”
재혁이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폭이 넓은 자라도 자입니다. 폭을 적어 두고 쓰겠습니다.”
재혁이 적으려다 손을 멈췄다.
종이를 한참 봤다.
“선생님.”
“또 왜.”
“오늘 각도를 보고 문턱을 정하면 오늘을 하기로 정한 겁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아침에 하던 거네.”
“아침에 하던 겁니다. 오늘 두 번째입니다.”
재혁이 수첩을 뒤로 넘겼다.
어제 날짜에 새로 만든 규칙이 셋 적혀 있었다.
재혁이 셋을 차례로 읽었다.
“하나. 적는 사람은 다 적기 전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재혁이 그 줄에 연필을 댔다.
“소리가 어디까지가 소리인지가 안 적혀 있습니다. 숨소리도 소리입니다. 연필 소리도 소리입니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숨은 쉬어야지.”
“쉬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문턱이 있어야 합니다. 안 적었습니다.”
재혁이 둘째 줄로 갔다.
“둘. 깃발이 수평으로 서는 날은 안 합니다.”
“그게 지금 걸린 거고.”
“걸렸습니다. 중간이 안 적혀 있습니다.”
재혁이 셋째 줄로 갔다.
“셋. 하늘 상태를 흐림, 갬, 반 셋으로 적습니다.”
재혁이 하늘을 봤다. 구름이 갈라져 있었고 해가 설면에 닿아 있었다.
“오늘 아침에 「갬」으로 적었습니다. 「반」일 수도 있습니다.”
서진이 하늘을 봤다.
“반 같기도 하네.”
“반 같습니다. 어디까지가 갬이고 어디부터가 반인지가 안 적혀 있습니다.”
재혁이 세 줄을 나란히 짚었다.
“셋 다 어제 만들었습니다. 셋 다 같은 데가 빠졌습니다.”
서진이 세 줄을 봤다.
“문턱이 빠졌고.”
“문턱이 빠졌습니다.”
재혁이 연필을 내려놓고 장갑 낀 손을 비볐다.
“칸이 셋이면 틀릴 자리가 셋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고?”
“하나입니다. 어제 제가 문턱을 안 보고 있었습니다. 안 보고 있는 동안 만든 셋이 다 문턱 없이 나왔습니다.”
서진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럼 칸이 여럿인 게 뜻이 없나.”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틀리는 자리를 세는 데는 칸 수를 쓰면 안 됩니다.”
재혁이 적었다.
「어제 만든 규칙 셋(적는 사람 무음 / 깃발 수평 / 하늘 셋)을 폄. 셋 다 문턱이 없음. 「어디까지가 소리인지」·「수평이 아닌 중간」·「갬과 반의 사이」가 다 비었음. 한 날에 만든 규칙들은 그날 내가 안 보던 것을 똑같이 안 봄. 그래서 여러 칸이 같은 자리에서 같이 틀림. 칸이 셋이어도 틀린 자리는 하나임. 칸 수로 틀릴 자리를 세면 셋으로 셈. 「한 날에 만든 칸」을 묶어 적어 둠. 묶음 안의 칸들은 서로 독립이 아님.」
재혁이 그 아래에 셋의 문턱을 적었다.
「문턱 셋을 오늘 정함. 셋 다 11월 2일부터 씀. 오늘 것에는 안 씀. ①적는 사람: 말이 되는 소리만 소리로 봄. 숨·연필·발은 안 셈. 「어」 「음」 같은 한 소리도 소리로 봄. 고개와 손도 안 움직임. ②깃발: 종이 각도기로 열 번 보고 제일 높은 것이 수평(90도)에 닿으면 안 함. 오늘은 55도이므로 함. ③하늘: 해가 설면에 닿으면 「갬」. 해 자리가 희게 번지면 「반」. 해 자리를 못 찾으면 「흐림」. 오늘은 닿았으므로 「갬」. 문턱을 오늘 각도와 오늘 하늘을 보고 정했음. 그러므로 오늘 셋은 다 문턱을 보고 정한 날임. 오늘 수에 점을 찍음. 어제 점 찍은 수가 하나 있었으므로 점 찍은 수가 둘이 됨. 그리고 이 「문턱을 같이 적는다」는 틀도 오늘 만든 것임. 오늘 눈으로 만들었음. 여기도 빠진 것이 있을 것임.」
서진이 그 마지막 줄을 읽었다.
“끝이 없네.”
“끝은 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아닙니다.”
재혁이 수첩을 접었다.
“하겠습니다. 55도입니다.”
서진이 연필과 수첩을 받아 들었다.
“내가 적고.”
“선생님이 적으십니다. 아무 소리도 안 내십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다 멈췄다.
“고개도 안 움직이고.”
“안 움직이십니다.”
서진이 시계를 봤다.
“9시 41분.”
재혁이 1번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막대가 다섯 꽂혀 있었다. 1번과 2번이 다진 쪽이었고 4번과 5번이 손 안 댄 쪽이었고 3번이 사이에 비워 둔 띠였다.
재혁이 쇠자를 댔다.
“427.6.”
2번, 3번, 4번, 5번을 차례로 읽었다.
다시 1번으로 왔다.
열 바퀴를 돌았다.
22분이 걸렸다.
서진이 수첩을 돌려줬다.
소리를 한 번도 안 냈다.
재혁이 1번 열 수를 봤다.
평균이 427.74였다. 흩어짐이 0.29였다.
다섯 막대를 다 셈했다.
평균이 0.37이었다.
재혁이 바퀴 시각으로 기울기를 빼고 다시 셈했다.
0.33이 나왔다.
서진이 옆에서 봤다.
“어제 0.40이었지.”
“0.40이었습니다. 오늘 0.37입니다.”
“줄었네.”
재혁이 종이에 두 수를 나란히 적었다.
“줄었습니다. 그런데 두 수를 합치겠다고 하면 멈춰야 합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합치면 가늘어지잖아.”
“가늘어집니다. 스무 수가 됩니다.”
재혁이 두 칸을 그었다.
“그런데 어제는 흐림이고 바람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갬이고 55도입니다.”
서진이 깃발을 봤다.
“다른 날이네.”
“다른 날입니다. 합치면 날 사이 차가 흩어짐 안으로 들어옵니다.”
재혁이 연필을 세웠다.
“그러니까 합친 수는 또 위쪽 끝입니다. 가늘어진 자가 더 넓은 것을 재는 자가 됩니다.”
재혁이 적다가 손을 멈췄다.
수첩을 뒤로 넘겼다.
한참 넘기다가 한 줄에 손을 댔다.
“선생님. 이게 전에 적은 줄하고 같습니다.”
서진이 들여다봤다.
“어떤 거.”
“열흘쯤 전에 폭 잴 때 적었습니다. 날을 묶으면 가늘어진 자로 다른 걸 재게 된다고 적었습니다.”
재혁이 두 줄을 나란히 놓고 봤다.
“그때는 폭 칸이었습니다. 오늘은 읽는 몫 칸입니다.”
서진이 두 줄을 봤다.
“같은 소리네.”
“같은 소립니다. 다른 칸에서 같은 줄이 나왔습니다.”
재혁이 새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머리에 적었다.
「여러 칸에서 나온 같은 줄」이었다.
“칸 하나에서만 나오면 그 칸의 성질입니다. 여러 칸에서 나오면 적는 법의 성질입니다.”
서진이 종이를 봤다.
“그걸 따로 모아서 뭐 해.”
“다음에 새 칸을 만들 때 이 종이를 먼저 봅니다. 그러면 그 칸에서 같은 걸 또 안 밟습니다.”
재혁이 첫 줄에 적었다.
「①날을 묶으면 자가 가늘어지는 대신 날 사이 차가 안으로 들어옴. 폭 칸(10/21)·읽는 몫 칸(11/1).」
재혁이 그다음에 판정일 칸을 폈다.
11월 7일이 적혀 있었다.
재혁이 그 줄을 보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판정일이 어긋납니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7일이라고 적었잖아.”
“적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바람 센 날은 안 하기로 정했습니다.”
서진이 깃발을 봤다.
“안 하는 날이 생기면.”
“안 하는 날이 생기면 7일까지 모이는 날수가 몇일지 모릅니다. 일곱일 수도 있고 넷일 수도 있습니다.”
재혁이 두 칸을 그었다.
“날수로 박으면 됩니다. 일곱 날이 모인 날에 판정하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해.”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더 나쁩니다.”
서진이 기다렸다.
“날수로 박으면 언제 끝나는지를 제가 모릅니다. 모르는데 중간 수를 보고 있습니다.”
재혁이 연필 끝으로 종이를 두 번 짚었다.
“보고 있으면 오늘 끝낼지 하루 더 할지를 제가 고를 수 있습니다. 좋게 나온 날에 끝내게 됩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짜면 못 고르고.”
“날짜면 못 고릅니다. 그 대신 날수가 모자랄 수 있습니다.”
재혁이 적었다.
「판정일 11월 7일 그대로 둠. 날수로 바꾸지 않음. 날수로 박으면 끝나는 날을 내가 고를 수 있음. 중간 수를 보고 있으므로 좋게 나온 날에 끝내게 됨. 날짜로 박으면 못 고름. 그 대신 그날 모인 날수가 모자랄 수 있음. 그러므로 11/7에 모인 날수를 같이 적음. 11/1부터 11/7까지 일곱 날이고 그중 다섯 날이 안 모이면 판정을 「못 함」으로 적고 다음 날짜를 박음. 다섯을 지금 정함. 오늘 정해야 그날 모인 날수를 보고 정하지 않음. 다음 날짜도 그날 수를 보기 전에 박음. 아침에 박음.」
둘이 일어섰다.
재혁이 핀 통을 들고 3번 자국으로 갔다.
사흘 주기였다. 오늘이 11월 1일이었다.
자국 양쪽에 핀 둘이 있었고 한 뼘 바깥에 셋째 핀이 있었다.
재혁이 오른쪽 핀 밑동을 봤다.
턱이 그제보다 깊었다.
“깊어졌습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아 봤다.
“바람 쪽이네.”
“바람 쪽입니다. 핀이 바람을 막으니까 밑동에서 눈이 돌아갑니다. 돌아가면 파입니다.”
서진이 핀을 봤다.
“박아 놨으니까 파이는 거야?”
“박아 놨으니까 파입니다. 거기 박혀 있다는 것 때문에 움직입니다.”
재혁이 쇠자를 꺼냈다.
셋째 핀과 왼쪽 핀 사이를 쟀다.
“86입니다. 그제도 86이었습니다.”
셋째 핀과 오른쪽 핀 사이를 쟀다.
“137입니다. 그제 138이었습니다.”
서진이 두 수를 봤다.
“하나 줄었네. 그럼 오른쪽이 움직인 거야?”
재혁이 손을 멈췄다.
“모릅니다.”
“왜 몰라. 왼쪽은 안 변했는데.”
재혁이 종이에 점 셋을 찍었다.
“셋째 핀이 움직였어도 왼쪽 거리가 그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방향이 맞으면 그렇습니다.”
서진이 점 셋을 봤다.
“그럼 어떻게 알아.”
재혁이 점 셋 사이에 선 셋을 그었다.
“거리가 셋입니다. 저희는 둘만 쟀습니다.”
서진이 선 하나를 짚었다.
“왼쪽하고 오른쪽 사이.”
“그 하납니다. 핀 사이 52를 처음에 한 번 재고 못 박아 뒀습니다. 그 뒤로 안 쟀습니다.”
재혁이 자를 핀 둘 사이에 댔다.
“51입니다.”
서진이 수를 봤다.
“그것도 하나 줄었네.”
재혁이 세 수를 나란히 적었다.
“셋째하고 왼쪽이 86으로 그대로입니다. 셋째하고 오른쪽이 1 줄었습니다. 왼쪽하고 오른쪽이 1 줄었습니다.”
재혁이 점 셋을 짚었다.
“왼쪽을 건드린 거리 둘 중 하나만 줄었습니다. 오른쪽을 건드린 거리 둘이 다 줄었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이네.”
“오른쪽입니다. 셋을 다 재면 어느 점이 움직였는지가 나옵니다. 둘만 재면 안 나옵니다.”
재혁이 수첩을 폈다.
적으려다 연필을 세웠다.
종이를 한참 봤다.
“선생님.”
“왜.”
“움직인 게 1입니다.”
서진이 자를 봤다.
“1 줄었지.”
“핀 기준으로 재면 한 값의 자가 0.7입니다. 두 날 차의 자는 1.0입니다.”
서진이 입을 닫았다.
“자 안이고.”
“자 안입니다.”
재혁이 두 줄을 그었다.
“어느 핀이 움직였는지는 알았습니다. 움직였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그게 되나.”
“됩니다. 거리 셋이 서로 맞는 꼴로 줄었습니다. 그 꼴은 아무 데서나 안 나옵니다. 그런데 크기가 자 안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11/1 핀 밑동 턱 사흘 주기 점검. 3번 오른쪽 핀 턱 깊어짐(그제보다). 세굴임. 핀이 바람을 막아 밑동에서 눈이 돌아가며 패임. 기준으로 박아 둔 것이 거기 박혀 있다는 것 때문에 움직임. 거리 셋을 오늘 처음 다 잼. 셋째↔왼 86(그제 86) / 셋째↔오른 137(그제 138) / 왼↔오른 51(처음 52로 못 박음). 오른쪽을 건드린 거리 둘이 다 1 줄고 왼쪽만 건드린 거리는 안 줄었음. 그러므로 움직인 점은 오른쪽임. 점 셋 사이 거리 셋을 다 재면 어느 점이 움직였는지가 나옴. 둘만 재면 안 나옴. 오늘부터 사흘마다 셋을 다 잼. 다만 크기 1은 차의 자 1.0과 같음. 어느 점이 움직였는지는 알았고 움직였는지는 모름. 꼴이 맞게 줄었음. 그 꼴은 아무 데서나 안 나옴. 그래도 크기가 자 안이므로 「움직임 있음」으로 안 적음. 「꼴은 맞고 크기는 자 안」 칸을 둠. 닫는 조건: 같은 꼴이 세 번 나오면 닫고 「움직임 있음」으로 적음. 못 박아 둔 52는 안 고침. 옆에 「11/1에 51로 재졌음. 차 1. 자 1.0. 안 고침」을 적음.」
서진이 그 마지막 줄을 읽었다.
“안 고치면 폭이 1 틀린 채로 가는 거 아냐.”
“틀린 채로 갑니다. 고치면 앞 날들하고 다른 자가 됩니다.”
재혁이 핀 셋을 봤다.
“그리고 고칠 수를 고르려면 52가 맞는지 51이 맞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둘 다 한 번 잰 수입니다.”
서진이 일어서서 장갑을 털었다.
“그럼 둘 다 모르고.”
“둘 다 모릅니다. 못 박은 쪽을 그대로 두는 건 아는 쪽을 고른 게 아니고 자를 안 바꾸는 쪽을 고른 겁니다.”
3. 두 자리 세 자리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통 번호를 확인했다. 안 잘린 통은 395일째였다. 잘린 통은 서른째였다.
은재가 봉투를 흔들었다. 세 장이 남아 있었다.
한 장 뽑았다. 3이었다.
“오늘은 3번을 선생님이 읽으십니다.”
남은 두 장을 접어 봉투에 두었다.
둘째 봉투에서 순서를 뽑았다. 2-3-1이었다.
은재가 2번을 올렸다. 손을 떼고 60초를 기다렸다.
0.451이었다.
3번 차례에 은재가 물러섰다. 경옥이 통을 올리고 60초를 기다렸다.
0.453이었다.
1번이 0.447이었다.
은재가 세 수를 세 자리로 적었다. 셋째 날이었다.
「60초 후」 칸도 셋째 날이었다.
은재가 적고 나서 주머니를 짚었다.
“선생님. 오늘입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대 있었다.
“뭐가 오늘이야.”
“봉투입니다. 11월 1일에 뜯기로 적어 뒀습니다.”
경옥이 작업복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겉에 11월 1일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만 뜯기로 했습니다.”
경옥이 봉투를 봤다.
“내가 뜯고 너는 보고.”
“봅니다. 사흘 지났으니까 이제 봐도 괜찮습니다.”
경옥이 봉투를 뜯었다.
종이가 여섯 장 들어 있었다.
경옥이 셋을 먼저 펴 놓았다.
10월 29일 것이었다.
3번 0.43, 2번 0.44, 1번 0.46이었다.
그다음 셋을 폈다.
10월 30일 것이었다.
1번 0.458, 3번 0.431, 2번 0.447이었다.
은재가 여섯 장을 한참 봤다.
경옥이 옆에서 기다렸다.
“왜.”
은재가 두 줄을 가리켰다.
“위가 두 자리고 아래가 세 자리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29일이 두 자리고.”
“두 자리입니다. 세 자리로 적기 시작한 게 30일입니다.”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봉투에 넣은 건 그때 쓰던 자로 적힌 수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때 두 자리였으니까.”
“봉투가 수를 지켰습니다. 자는 안 지켰습니다.”
경옥이 종이 여섯 장을 나란히 놓았다.
“그럼 29일 건 못 쓰는 거야?”
은재가 손가락으로 두 수를 짚었다.
“29일 3번이 0.43입니다. 30일 3번이 0.431입니다.”
경옥이 두 수를 봤다.
“거의 같네.”
“모릅니다. 0.43은 0.425에서 0.435 사이입니다. 그 안에 0.431이 들어 있습니다.”
은재가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차를 못 냅니다. 0.001일 수도 있고 0.006일 수도 있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거 날마다 줄어드는 게 변하는지 보려고 모으는 거잖아.”
“그겁니다. 서른 날쯤 모아서 날마다 줄어드는 속도가 변하는지를 봅니다.”
은재가 날짜를 적었다.
“쓸 수 있는 점은 30일부터입니다. 29일 점은 못 씁니다.”
경옥이 봉투를 들어 봤다.
“29일 거 지키려고 사흘 싸맨 건데.”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종이를 한참 봤다.
“지킨 날이 못 쓰는 날이 됐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러네.”
“지키는 일하고 쓸 수 있게 하는 일이 다른 일이었습니다. 둘을 같이 한 줄 알았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1/1. 봉투 개봉. 경옥이 뜯음. 종이 여섯 장. 10/29: 3번 0.43 / 2번 0.44 / 1번 0.46 (두 자리) 10/30: 1번 0.458 / 3번 0.431 / 2번 0.447 (세 자리)
한 봉투 안에 두 가지 자로 적힌 수가 섞여 있었음. 봉투는 수를 지켰고 자는 안 지켰음. 10/29 수는 두 자리이므로 세 자리 계열에 못 넣음. 0.43은 0.425~0.435이고 그 안에 0.431이 들어 있음. 차를 못 냄. 승화 기울기에 쓸 수 있는 점은 10/30부터임. 10/29 점은 지킨 점이고 못 쓰는 점임. 지키는 일과 쓸 수 있게 하는 일이 다른 일이었음. 봉투에 넣을 때는 둘을 같이 한 줄 알았음. 앞으로 봉투에 넣을 때 그날 쓰는 자를 봉투 겉에 적음. 겉에 적어도 안의 자가 가늘어지지는 않음. 다만 뜯은 사람이 안다.
10/30 1번 0.458과 10/31 1번 0.449의 차 0.009. 자 0.031 안. 아무 말 못 함. 개봉일을 미리 정해 뒀으므로 오늘 뜯은 것은 고른 일이 아님. 다만 오늘부터 나는 앞 수를 알고 읽음.」
경옥이 종이 여섯 장을 모아 봉투에 다시 넣었다.
“그럼 묶음은 계속하고.”
“계속합니다. 두 장 남았습니다. 11월 3일에 끝납니다.”
은재가 4번 통 쪽으로 갔다.
선반 아래에 쓰지 않는 통 하나가 있었다.
은재가 통을 들어 저울에 올리려다 멈췄다.
“선생님.”
경옥이 돌아봤다.
“왜.”
“어제 적은 게 틀렸습니다.”
경옥이 다가왔다.
은재가 어제 종이를 폈다.
「세 번 재기는 4번 통에만 함. 본 자료 통(1·2·3번)은 하루 한 번 그대로 둠.」
경옥이 그 줄을 읽었다.
“맞게 적은 것 같은데.”
은재가 문 쪽을 봤다.
“문이 4번 통에 열리지 않습니다.”
경옥이 입을 닫았다.
“방에 열리네.”
“방에 열립니다. 점심에 한 번 열고 저녁에 한 번 열면 1·2·3번도 같이 데워집니다.”
은재가 수를 적었다.
“한 번에 0.006입니다. 두 번이면 0.012입니다. 통마다 0.012입니다.”
경옥이 선반을 봤다.
“그럼 어제 네가 셈한 건.”
“4번 통 것만 셌습니다. 4번 통은 본 자료가 아니니까 비용을 0으로 봤습니다.”
은재가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비용을 치르는 데가 4번이 아니었습니다. 방이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는 자리랑 치르는 자리가 다르고.”
“다릅니다. 다르면 비용이 안 보입니다. 제가 어제 못 봤습니다.”
은재가 통을 선반에 내려놓고 앉았다.
경옥이 옆 상자에 앉았다.
“그럼 오늘 안 해?”
은재가 종이에 날짜를 길게 적었다.
11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였다.
“선생님. 셈을 하겠습니다.”
“해.”
은재가 하루 0.012를 서른 날에 걸쳐 적었다.
적다가 손을 멈췄다.
“날마다 하면 날마다 0.012가 더해집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그럼 수가 다 커지고.”
“다 커집니다. 그런데 다 똑같이 커집니다.”
은재가 점 여러 개를 찍고 전부를 같은 높이로 들어 올렸다.
“기울기는 안 변합니다. 수준만 올라갑니다.”
경옥이 점들을 봤다.
“기울기 보려는 거였으니까.”
“기울기를 보려는 거였습니다. 날마다 같이 더해지는 건 기울기를 안 바꿉니다.”
은재가 다른 자리에 점들을 찍고 띄엄띄엄 몇 개만 올렸다.
“어떤 날만 하면 이렇게 됩니다.”
경옥이 띄엄띄엄 올라간 점들을 봤다.
“흔들리네.”
“흔들립니다. 0.012가 들어온 날과 안 들어온 날이 섞입니다. 자가 굵어집니다.”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그러니까 날마다 하거나 아예 안 하거나입니다. 가끔 하는 게 제일 나쁩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럼 날마다 해.”
은재가 고개를 끄덕이다 멈췄다.
“그러면 이 수가 다른 수가 됩니다.”
“뭐가 달라.”
“지금까지 하루 수는 문을 한 번 여는 방에서 난 수입니다. 11월 1일부터는 세 번 여는 방입니다.”
경옥이 선반 쪽을 봤다.
“그럼 앞하고 못 견주고.”
“못 견줍니다. 그리고 10월 30일은 한 번 열었고 10월 31일은 세 번 열었습니다.”
은재가 두 날짜에 가로줄을 그었다.
“어제 한 일이 어제 수를 다른 자로 만들었습니다. 어제는 그걸 몰랐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울기 보는 건 언제부터야.”
은재가 날짜를 짚었다.
“11월 1일부터입니다. 30일과 31일은 넣고 표시만 합니다.”
“그럼 판정일도.”
은재가 셈했다.
“서른 날이면 12월 1일입니다. 11월 29일에서 이틀 밀립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이틀 미는 게 쉽게 나오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쉽게 안 나옵니다. 이틀이 드는 겁니다.”
경옥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 드는 거야.”
“기준 날을 하루 옮기면 판정 날도 하루 옮겨집니다. 날수는 깎을 수가 없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1/1. 어제 셈 고침. 어제 「세 번은 4번 통에만」으로 적고 비용을 4번 통 것만 셌음. 문은 통에 열리지 않고 방에 열림. 점심·저녁 입실 두 번 = 1·2·3번 통 각각 0.012 추가 승화. 어제 셈에서 이 칸이 비어 있었음. 비용을 치르는 자리와 재는 자리가 다르면 비용이 안 보임. 「비용 치르는 자리」 칸을 둠.
날마다 하면 0.012가 날마다 같이 더해지므로 기울기는 안 변하고 수준만 올라감. 어떤 날만 하면 들어온 날과 안 들어온 날이 섞여 흔들림이 커짐. 그러므로 날마다 하거나 아예 안 하거나임. 가끔 하는 것이 제일 나쁨. 고름: 날마다 함. 11/1부터 날마다 세 번(9시·1시·5시).
그 대신 11/1부터의 수는 문을 세 번 여는 방의 수임. 앞의 수(한 번 여는 방)와 다른 자임. 10/30은 한 번, 10/31은 세 번이었음. 두 날이 서로 다른 자임. 어제 한 일이 어제 수를 다른 자로 만들었고 어제는 몰랐음. 승화 기울기 판정 기준일을 11/1로 옮김. 10/30·10/31은 넣고 「자 다름」 표시만 함. 판정일 11/29 → 12/1로 밂. 기준 날을 옮기면 판정 날도 옮겨짐. 날수는 깎을 수 없음. 미는 것을 「미룸」으로 안 적음. 미룸은 정한 날에 안 하는 것이고 이것은 정한 날이 옮겨진 것임.」
은재가 4번 통을 올렸다. 60초를 기다렸다.
아침 기준으로 적었다.
제상 주기표를 보고 옆에 시각을 적었다. 아홉 시는 제상 끝나고 한 시간이었다.
「못 본 시각」 칸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여덟 시 앞과 여섯 시 뒤였다.
점심 한 시에 둘이 다시 들어갔다.
4번 통이 0.075 줄어 있었다.
다섯 시에 셋째를 재러 들어갔다.
아침에서 0.151 줄어 있었다.
은재가 세 수를 시각 순으로 적었다.
“네 시간에 0.075, 다음 네 시간에 0.076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어제하고 똑같네.”
“어제가 0.076하고 0.077입니다. 오늘이 0.075하고 0.076입니다.”
은재가 네 수를 나란히 적었다.
“두 날입니다. 두 날로는 흔들림을 못 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 소리 하루에 몇 번 하냐.”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선생님. 오늘 세 번째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들었다.
“세 번?”
“아침에 29일 수하고 30일 수로 차를 못 냈습니다. 낮에 두 날 기울기로 흔들림을 못 냈습니다.”
은재가 수첩 뒤쪽을 폈다.
“그리고 어제 세 점에서 기울기를 빼면 남는 자리가 하나라고 적었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다 같은 소리고.”
“다 같은 소립니다. 점이 적으면 못 묻습니다.”
은재가 새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머리에 적었다.
「여러 칸에서 나온 같은 줄」이었다.
경옥이 종이 머리를 봤다.
“그걸 또 따로 적어?”
“적습니다. 칸마다 한 번씩 밟으면 칸 수만큼 밟습니다. 모아 두면 새 칸을 만들 때 먼저 봅니다.”
은재가 첫 줄에 적었다.
「①점이 적으면 못 묻는다. 두 점이면 직선 하나뿐이고 세 점에서 기울기를 빼면 남는 자리가 하나다. 나온 칸: 하루 안 몫(10/31) / 봉투 속 두 자리(11/1) / 하루 안 기울기(11/1).
세 칸이 다 「점을 더 모으면 된다」로 끝난다. 그런데 세 칸에서 점을 모으는 값이 다 다르다. 하루 안 몫은 문을 더 여는 값이고, 봉투 속 두 자리는 되돌릴 수 없는 값이고, 하루 안 기울기는 날수다. 같은 줄이 나왔다고 같은 값이 드는 것은 아니다. 값도 같이 적는다.」
경옥이 종이 머리를 다시 봤다.
“이 종이는 끝이 없겠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없습니다. 그래서 칸으로 셉니다.”
4. 서른 중 아홉
다섯 시 반에 둘이 선반 끝으로 갔다.
은재가 열한 시에 적어 둔 종이를 폈다.
실 셋이 걸려 있었다. 아침에 뽑은 쪽지대로 왼쪽에 매듭 둘, 가운데에 매듭 하나, 오른쪽에 매듭 셋이었다.
열한째 점이었다. 셋째 바퀴 첫날이었다.
열한 시에 찍은 사진에 종이 각도기를 댄 수가 적혀 있었다.
왼쪽 3도, 가운데 6도, 오른쪽 3도였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오늘은 열한 시고.”
“열한 시입니다. 어제만 다섯 시 반이었습니다.”
은재가 1등 칸에 가운데를 적었다.
“1등 누적 아홉입니다. 가운데 5.5, 왼쪽 2, 오른쪽 1.5입니다.”
은재가 「차가 자보다 큰 날」 칸을 폈다.
“1등이 6도고 꼴찌가 3도입니다. 차가 3입니다. 자가 3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같네.”
“같습니다. 자보다 크지 않으니까 안 셉니다. 아홉 중 셋 그대로입니다.”
은재가 적고 나서 네모 아홉을 그린 종이를 꺼냈다.
가로가 자리였고 세로가 실이었다.
아홉 칸이 다 둘째 바퀴 점을 하나씩 받아 둔 채였다.
경옥이 종이를 들여다봤다.
“오늘 판정일이라 그랬지.”
“판정일입니다. 10월 22일에 첫 점을 찍었고 어제가 열째 점입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럼 해 봐.”
은재가 수첩을 펴고 수를 옮겨 적었다.
열 날 치가 서른 수였다. 오늘 점은 셋째 바퀴 것이므로 판정에 안 넣었다.
적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왜.”
은재가 네모 아홉을 짚었다.
“첫 바퀴 칸 수가 고르지 않습니다.”
경옥이 칸을 봤다.
“그게 왜.”
은재가 칸마다 점 개수를 적었다.
“넷인 칸이 하나 있고 하나인 칸이 둘 있습니다.”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첫 바퀴는 묶음 없이 제비를 뽑았습니다. 같은 칸이 두 번 나온 날이 있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바퀴는 묶음으로 뽑았고.”
“묶음으로 뽑았습니다. 사흘에 아홉 칸이 꼭 한 번씩 찼습니다.”
은재가 두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첫 바퀴가 스물한 수고 둘째 바퀴가 아홉 수입니다.”
경옥이 두 수를 봤다.
“많은 쪽이 좋은 거 아냐?”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못 씁니다.”
경옥이 선반에서 몸을 뗐다.
“스물한 개를 못 써?”
은재가 종이에 칸을 네모로 그리고 수를 적었다.
“자리가 셋이고 실이 셋입니다. 저는 자리 때문인지 실 때문인지를 가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르게 모이면 자리를 빼든 실을 빼든 남는 게 같습니다.”
은재가 두 칸을 그었다.
“고르지 않으면 다릅니다. 자리를 먼저 빼고 실을 보면 한 수가 나오고, 실을 먼저 빼고 자리를 보면 다른 수가 나옵니다.”
경옥이 입을 닫았다.
“순서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달라집니다. 그러면 제가 순서를 고른 겁니다.”
은재가 연필 끝으로 첫 바퀴 종이를 짚었다.
“스물한 수가 적게 모인 게 아닙니다. 고르지 않게 모인 겁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많이 모으는 게 다가 아니네.”
“수가 많은 게 셈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고른 게 셈을 만듭니다.”
은재가 첫 바퀴 종이를 접어 옆에 놓았다.
“둘째 바퀴 아홉 수만 쓰겠습니다. 첫 바퀴는 버리지 않고 「고르지 않게 모인 것」으로 따로 둡니다.”
은재가 아홉 수를 네모 아홉 자리에 맞춰 늘어놓고 셈을 시작했다.
날이 사흘이고 자리가 셋이고 실이 셋이었다.
경옥이 옆에서 통 번호를 맞췄다.
이십 분쯤 뒤에 은재가 연필을 놨다.
“선생님.”
“나왔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먼저 말해야 합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은재가 날짜 셋을 짚었다. 10월 29일, 30일, 31일이었다.
“31일이 시각 옮긴 날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한 시 대신 다섯 시 반에 봤지.”
“봤습니다. 어제 제가 포함하고 제외를 둘 다 적는다고 적었습니다.”
은재가 어제 종이를 폈다. 그 줄이 적혀 있었다.
“제외 쪽을 셈해 보려고 했습니다.”
경옥이 기다렸다.
“안 됩니다.”
“왜 안 돼.”
은재가 네모 아홉을 짚었다.
“사흘이 사각형 하나입니다. 세 날에 아홉 칸이 꼭 한 번씩 찼습니다.”
은재가 날짜 하나에 가로줄을 그었다.
“하루를 빼면 여섯 수가 남습니다. 여섯 수에서는 자리 셋이 고르지 않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그럼 아까 그 얘기로 돌아가네.”
“돌아갑니다. 자리하고 날이 다시 섞입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사각형은 하나를 빼면 깨집니다. 이 설계는 하나를 빼도 되는 모양이 아닙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럼 어제 적은 규칙은.”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적힌 대로 안 됩니다.”
경옥이 고개를 들었다.
“규칙이 틀렸어?”
“규칙은 맞습니다. 받쳐 줄 게 없습니다.”
은재가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둘 다 적는 규칙도 설계가 받쳐 줘야 됩니다. 뺄 수 있게 모은 자료여야 뺀 쪽을 적을 수 있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어제는 적을 수 있는 줄 알았고.”
“알았습니다. 그때는 사각형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0/31 제외 쪽 셈 못 함. 사흘이 사각형 하나이고 하루를 빼면 자리 셋이 고르지 않아짐. 사각형은 하나를 빼면 깨짐. 이 설계는 하나를 빼도 되는 모양이 아님. 둘 다 적는 규칙도 설계가 받쳐 줘야 함. 뺄 수 있게 모은 자료여야 뺀 쪽을 적을 수 있음. 어제 적은 「포함·제외 둘 다」는 안 됨. 「포함만. 제외 쪽은 셈 불가」로 고쳐 적음. 어제 줄은 안 지움.」
경옥이 종이를 봤다.
“그럼 포함한 걸로 뭐가 나왔어.”
은재가 세 수를 적었다.
“자리 평균입니다. 가운데 5.3도, 왼쪽 3.0도, 오른쪽 2.7도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가운데가 크네.”
“큽니다. 가운데하고 오른쪽 차가 2.6입니다.”
은재가 실 쪽 수를 적었다.
“실 평균입니다. 매듭 하나 3.6, 매듭 둘 3.7, 매듭 셋 3.7입니다.”
경옥이 세 수를 봤다.
“거의 같고.”
“거의 같습니다. 차가 0.1입니다.”
은재가 아래에 자를 적었다.
“남는 자리가 둘입니다. 자가 2.2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2.6이 2.2보다 크네.”
은재가 손을 멈췄다.
“남는 자리가 둘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왜.”
“남는 자리가 둘이면 자가 반쯤 틀립니다. 2.2가 1.1일 수도 있고 3.3일 수도 있습니다.”
경옥이 입을 닫았다.
“그럼 2.6이 큰지 작은지를 모르고.”
“모릅니다. 1.1이면 크고 3.3이면 안 큽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자리는 보일 것 같습니다. 실은 안 보입니다. 보일 것 같은 쪽도 자가 반쯤 틀려서 말이 안 됩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럼 오늘도 판정 못 하네.”
“못 합니다.”
은재가 셈을 더 했다.
“사각형을 하나 더 돌리면 열여덟 수가 되고 남는 자리가 여덟이 됩니다. 그러면 자가 사분의 일쯤 틀립니다.”
경옥이 날짜를 셌다.
“사흘 더고.”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 셋째 바퀴 첫날입니다. 아침에 뽑은 쪽지가 새 묶음 것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그럼 이틀 더네.”
“이틀 더입니다. 11월 2일하고 3일입니다. 판정일 11월 3일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또 미루네.”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미루는 겁니다. 두 번째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네모 아홉 판정 11/1. 결과 「못 함」. 둘째 번 미룸. 다음 판정일 11/3. 오늘 점(열한째)은 셋째 바퀴 첫 점이므로 판정에 안 넣었음. 쪽지는 새 묶음 것임.
쓸 수 있는 자료: 둘째 바퀴 아홉 수(10/29·30·31, 사흘에 아홉 칸이 꼭 한 번씩). 못 쓰는 자료: 첫 바퀴 스물한 수. 묶음 없이 제비를 뽑아 칸마다 수가 고르지 않음(넷인 칸 하나, 하나인 칸 둘). 고르지 않으면 자리를 먼저 빼는지 실을 먼저 빼는지가 결과를 정함. 그러면 순서를 내가 고른 것이 됨. 수가 많은 것이 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고른 것이 셈을 만듦. 스물한 수를 버리지 않고 「고르지 않게 모인 것」으로 둠.
포함 쪽 수: 자리 평균 가운데 5.3 / 왼쪽 3.0 / 오른쪽 2.7. 가운데−오른쪽 2.6. 실 평균 매듭 하나 3.6 / 둘 3.7 / 셋 3.7. 차 0.1. 남는 자리 둘. 자 2.2. 남는 자리가 둘이면 자가 반쯤 틀림(2.2 → 1.1~3.3). 그러므로 2.6이 자보다 큰지 작은지를 못 가름. 「자리 있음」으로 안 적음. 실은 차 0.1로 자 안임. 「실은 서로 안 다름」도 안 적음. 남는 자리 둘로는 없다는 말도 못 함. 셋째 바퀴를 돌리면 남는 자리 여덟. 자가 사분의 일쯤 틀림. 오늘이 셋째 바퀴 첫날이므로 이틀 더 듦. 판정일 11/3. 가늘어지는 것은 자가 아니고 자가 얼마나 틀리는지임. 둘을 가름.」
여섯 시가 가까웠다.
은재가 운행일지 종이를 꺼냈다.
점심 전에 걸어 둔 전화였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아까 그거 다 끝났어?”
“끝났습니다. 여섯째 묶음이 끝입니다.”
은재가 날짜 셋을 적었다.
“안 뽑힌 날이 둘 남아 있었습니다. 10월 9일하고 26일입니다.”
“물었고.”
“물었습니다. 9일은 운행이고 26일은 안 함입니다.”
은재가 세 번째 줄에 10월 5일을 적었다.
“그리고 5일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들었다.
“그거 두 번 못 받았잖아.”
“두 번 못 받았습니다. 오늘 세 번째로 물었습니다.”
은재가 연필로 그 줄을 짚었다.
“왔습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뭐라고.”
“안 함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그럼 다 찼네.”
은재가 누계를 적었다.
“스물네 날입니다. 운행 열여덟, 안 함 여섯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다 센 거지.”
“전부 다 셌습니다.”
은재가 「드문 정도」 칸을 폈다.
286에서 40, 24, 13으로 내려간 수가 적혀 있었다.
은재가 그 칸을 한참 봤다.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선생님.”
“왜.”
“이 칸을 닫겠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왜 닫아. 수가 다 모였는데.”
은재가 두 칸을 그었다.
“드문 정도는 아직 안 센 날들에 대한 말입니다.”
경옥이 기다렸다.
“스물네 날 중에 스물하나를 셌을 때는 남은 셋이 어떻게 나올지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은재가 연필로 누계를 짚었다.
“이제 남은 날이 없습니다. 더 나올 날이 없으면 드문지 안 드문지를 묻는 셈이 할 일이 없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뭐가 남아.”
“센 수가 남습니다. 열여덟하고 여섯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냥 센 수고.”
“그냥 센 수입니다. 그게 제일 센 수입니다.”
은재가 목요일 칸을 폈다.
“안 함이 여섯이 됐습니다. 그중 목요일이 셋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넷 중 셋이었는데.”
“넷 중 셋이었습니다. 이제 여섯 중 셋입니다. 반입니다.”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처음 센 수가 제일 셌습니다. 그게 보통이라고 적어 뒀습니다. 전부 세니까 반이 됐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럼 목요일 얘기는.”
“10월에 대해서는 반입니다. 10월만 말할 수 있습니다.”
은재가 새 줄을 그었다.
“11월에 쓰려면 11월이 10월하고 같다고 해야 합니다. 그건 안 센 겁니다.”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췄다.
10월 5일 줄을 다시 봤다.
“선생님. 5일을 세 번 물었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세 번 물어서 왔지.”
“한 번 물어서 온 날하고 세 번 물어서 온 날이 같은 칸에 적혀 있습니다.”
은재가 새 칸을 하나 그었다.
「물은 횟수」였다.
“같은 칸에 적으면 묻는 횟수가 없어집니다.”
경옥이 칸 이름을 봤다.
“그걸 적으면 뭐가 보여.”
은재가 세 줄을 적었다.
“5일이 세 번 물어 온 날이고 답이 「안 함」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그게 왜.”
은재가 종이에 두 칸을 그었다.
“운행한 날은 일지에 적힌 게 많습니다. 차 번호, 시각, 사람 이름이 다 있습니다.”
“안 한 날은.”
“안 한 날은 적을 게 없습니다. 빈 줄입니다.”
은재가 연필을 세웠다.
“빈 줄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찾아서 「없다」고 말해 줘야 하는데, 없는 걸 확인하는 게 있는 걸 찾는 것보다 손이 갑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늦게 왔고.”
“늦게 왔습니다. 그러면 늦게 오는 쪽이 한쪽으로 쏠립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스물한 날에서 멈췄으면 안 온 셋 중에 「안 함」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면 운행 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
경옥이 선반에서 몸을 뗐다.
“다 받았으니까 그게 없어진 거고.”
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졌습니다. 전수가 좋은 까닭이 수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안 온 게 없어서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운행일지 전수 여섯째 묶음(끝). 안 뽑힌 날 둘(10/9 운행 / 10/26 안 함) + 10/5 세 번째 물음(안 함). 전수 스물네 날. 운행 열여덟. 안 함 여섯. 안 온 날 0.
「드문 정도」 칸 닫음. 닫는 까닭: 다 셌음. 드문 정도는 아직 안 센 날들에 대한 말임. 더 나올 날이 없으면 그 셈이 할 일이 없음. 남는 것은 그냥 센 수임. 목요일: 안 함 여섯 중 셋. 반. 처음 넷 중 셋이었음. 전부 세니까 반이 됨. 10월에 대해서만 다 셌음. 11월에 쓰려면 11월이 10월과 같다고 해야 하고 그것은 안 센 것임.
「물은 횟수」 칸 신설. 10/5는 세 번 물어 온 날임. 운행한 날은 일지에 적힌 것이 많고 안 한 날은 빈 줄임. 없는 것을 확인하는 데 손이 더 감. 그러므로 늦게 오는 쪽이 「안 함」으로 쏠림. 스물한 날에서 멈췄으면 운행 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왔을 것임. 전수가 좋은 까닭은 수가 많아서가 아니고 안 온 것이 없어서임. 앞으로 안 오는 칸에는 「물은 횟수」와 「안 온 쪽이 어느 쪽일 것 같은지」를 같이 적음.」
여섯 시에 둘이 문 앞에 섰다.
은재가 수첩을 폈다.
“선생님. 칸을 세겠습니다.”
경옥이 기다렸다.
어제가 마흔이었다. 오늘 셋을 열었다.
「비용 치르는 자리」, 「여러 칸에서 나온 같은 줄」, 「물은 횟수」였다.
하나를 닫았다. 「드문 정도」였다.
“마흔셋입니다. 닫힌 게 둘이고 열린 게 마흔하나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끝 적힌 건.”
“열하나입니다. 끝 모름이 서른입니다.”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췄다.
닫힌 칸 둘을 나란히 봤다.
“선생님.”
“왜.”
“닫힌 칸이 둘인데 같은 둘이 아닙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어제 닫은 거하고 오늘 닫은 거.”
“어제 닫은 건 「하루 안 몫」입니다. 할 수 있는 최대가 모자라서 닫았습니다.”
은재가 연필로 둘째 칸을 짚었다.
“오늘 닫은 건 「드문 정도」입니다. 다 해서 닫았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하나는 못 해서고 하나는 다 해서고.”
“그렇습니다. 닫힌 칸 수만 세면 둘이 같아집니다.”
은재가 적었다.
「칸 마흔셋. 열린 마흔하나. 닫힌 둘. 끝 적힌 열하나. 끝 모름 서른. 닫힌 둘이 같은 둘이 아님. 「하루 안 몫」은 할 수 있는 최대가 모자라서 닫음. 「드문 정도」는 다 해서 닫음. 닫히는 까닭이 두 가지임. 더 할 수 없어서 닫히는 것과 다 해서 닫히는 것. 닫힌 칸 수만 세면 둘이 같아짐. 「닫은 까닭」 칸을 닫힌 칸 옆에 둠.
오늘 재는 데 1시간 35분. 세 번 들어감. 적고 셈하는 데 2시간 25분. 어제 재기 1시간 20분, 적기 2시간 10분. 둘 다 늘었음. 넘은 시간이 한 일: 네모 아홉 셈(쓸 수 있는 자료를 가름), 입실 비용 재셈(판정일을 옮김), 봉투 자 확인. 어제 적어 둔 조건대로 넘은 시간이 무엇을 했는지를 적음. 오늘은 셋임.」
경옥이 문을 열었다.
은재가 뒤따라 나오면서 종이를 접었다.
“선생님. 오늘 셈한 거 중에 쓸 수 있게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경옥이 장갑을 벗었다.
“그럼 뭐 했어.”
은재가 접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못 쓰는 걸 알았습니다. 어제는 쓸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5. 온 쪽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정한은 수첩을 펴고 험 칸 앞에 앉았다.
「기계 없음, 열흘째.」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 칸에도 같은 것을 적고 「열흘째」를 달았다.
받침대가 천에 덮여 있었다. 덮은 날수 둘이었다.
선반 왼쪽 세 칸이 비어 있었다.
정한은 「덮은 날수」 칸에 2를 적었다.
열 시 반에 우편함을 열었다.
봉투가 하나 있었다.
보내 둔 사본 쪽에서 온 것이었다.
정한은 봉투를 들고 들어와 작업대에 놓았다.
앉아서 한참 보다가 뜯었다.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검사 수가 하나 적혀 있었다. 세 번째 파일 것이었다.
정한은 자기 쪽 종이를 꺼내 나란히 놓았다.
같았다.
정한은 두 수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끝까지 맞췄다.
같았다.
정한은 연필을 들었다.
「10/27에 다시 보낸 세 번째 파일. 회신 11/1. 검사 수 같음.」
적고 나서 손을 멈췄다.
수첩을 뒤로 넘겼다.
10월 27일 자리에 적힌 줄을 찾았다.
「적고 보냄. 가르기 좋은 쪽을 버렸음.」
정한은 그 줄을 두 번 읽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새 줄을 달았다.
「오늘 맞았음. 그런데 왜 맞았는지를 모름.
까닭 둘이 남아 있었음. ①길에서 상함 ③저쪽이 잘못 셈. 다시 보낸 것이 맞으면 ①이고 또 틀리면 ③이라고 적어 뒀음. 그런데 「앞에 보낸 것과 같은 파일입니다」를 적어 보냈음. 저쪽이 조심해서 셌을 수 있음. 맞은 것이 ①이어서 맞은 것인지 조심해서 맞은 것인지를 못 가름.
그러므로 「길에서 상했음」으로 안 적음. 「맞았음. 까닭 둘 중 가름 못 함」으로 적음. 10/27에 가름을 버렸고 버린 값이 오늘 왔음. 그날 버릴 때 오늘 무엇을 못 적게 되는지는 안 적어 뒀음. 앞으로 가르기 좋은 쪽을 버릴 때 그 대가로 못 적게 되는 줄을 미리 적어 둠.」
정한은 「도착」 칸을 폈다.
③ 자리에 날짜를 적었다.
적고 나서 봉투를 다시 들었다.
안에 종이가 한 장 더 있었다.
접혀 있어서 못 봤다.
정한은 펴서 읽었다.
세 줄이었다.
세 번째 파일이 자기 쪽 기계 한 대에서만 열리고 다른 두 대에서는 안 열린다고 적혀 있었다.
정한은 종이를 작업대에 놓고 한참 봤다.
검사 수가 같았다.
열리지 않았다.
정한은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일어나서 선반에서 그 파일 목록을 꺼냈다.
세 번째 파일 길이가 적혀 있었다. 두 시간 여덟 분이었다.
정한은 셈을 했다.
96킬로헤르츠, 24비트, 두 줄이었다. 한 시간이 2기가가 조금 넘었다.
두 시간 여덟 분이면 4기가를 넘었다.
정한은 수를 적고 그 아래에 줄을 그었다.
「검사 수가 같음. 그러므로 10/27에 보낸 것은 비트가 안 상했음. 길에서 상한 것은 그 앞에 보낸 것이고 이번 것이 아님. 두 일을 가름. 그런데 안 열림. 상한 것과 안 열리는 것이 다른 일임. 두 시간 여덟 분이고 4기가를 넘음. 담는 통의 옛 규격이 4기가에서 끝남. 넘으면 새 규격으로 담아야 하고 옛 소프트는 새 규격을 모름. 내 데크에서는 열리고 저쪽 두 대에서는 안 열림. 파일이 상한 것이 아니고 자가 다른 것임.
「도착」과 「열림」은 다른 칸임. 한 칸으로 적으면 물음이 사라짐. ③ 자리에 「도착」만 적혀 있었음. 열렸는지는 안 묻는 칸이었음. 받았다는 말과 열린다는 말이 다름. 「열림」 칸을 새로 둠. 앞의 다섯 묶음도 되물음.」
정한은 그 아래에 셈을 더 적었다.
「나누는 길: 두 토막으로 나누면 토막마다 4기가 아래가 되어 옛 소프트도 엶. 그런데 나눈 자리가 원본에 없던 자리가 됨. 다음 사람은 그 자리를 소리의 자리로 읽을 수 있음. 그러므로 나눈 자리 시각을 적고, 그 자리가 원본에 없던 자리라고 적음. 토막 둘의 검사 수는 원본 검사 수와 다름. 이어 붙여 다시 셈하면 원본과 같아야 함. 그 조건을 같이 적음. 원본 검사 수도 그대로 보냄. 토막 수만 보내면 원본으로 돌아갈 길이 없어짐.
나누지 않는 길: 새 규격 그대로 두고 저쪽이 소프트를 바꿈. 내가 못 정하는 일임. 둘 다 함. 새 규격 원본과 두 토막을 같이 보냄. 둘 중 하나가 열림. 어느 쪽을 열었는지를 저쪽이 적어 보내게 함. 둘 다 보내면 어느 쪽이 열렸는지를 안 적으면 모름.」
정한은 점심을 먹고 와서 다시 앉았다.
검사 수 종이를 한참 봤다.
연필을 들어 새 장을 폈다.
「오늘 안 것.
열흘 전에 검사 수가 상했다는 것을 알려 줬음. 그런데 어디가 상했는지는 안 알려 줬음. 어떻게 고치는지도 안 알려 줬음. 고친 것이 아니고 다시 보내서 덮었음.
다시 보낼 수 있었던 까닭: 내 쪽에 원본이 있었음. 원본이 없으면 검사 수는 「상했다」만 알려 주고 끝남. 그 뒤로 할 일이 없음.
검출은 뒤에 됨. 복구는 앞에만 됨. 고칠 거리는 보내기 전에 따로 떠 둬야 함. 뒤에는 못 뜸.」
정한은 그 아래에 줄을 그었다.
「오늘부터: 파일마다 덧붙이는 조각을 같이 뜸. 본 파일의 한 할쯤. 한 할 안쪽으로 상한 것은 본 파일 없이도 되살릴 수 있음. 조각 자체도 상할 수 있으므로 조각의 검사 수를 따로 적음. 조각 뜨는 데 릴 하나에 20분쯤 듦. 기계가 없는 동안에 떠 둠. 지금 할 수 있는 일임.
못 하는 것: 이미 보낸 다섯 묶음에는 조각이 없음. 오늘 안 것을 어제 보낸 것에는 못 붙임. 다만 내 쪽에 원본이 있는 동안에는 지금 떠서 따로 보낼 수 있음. 원본을 넘기면 그때부터 못 뜸. 창이 닫힘.
아직 안 넘긴 것: 10/9 묶음 셋. 9/18 묶음 둘. 8/29 묶음 하나. 합 여섯. 이 여섯은 이번 주에 조각을 떠 둠. 넘긴 뒤에 상하면 그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음.」
정한은 적고 나서 선반 쪽으로 갔다.
상자 여섯 개를 꺼내 작업대에 쌓았다.
한 개를 열어 매체를 꺼냈다.
조각을 뜨기 시작했다.
스무 분쯤 걸렸다.
정한은 조각 검사 수를 적고 상자에 같이 넣었다.
상자 겉에 한 줄 적었다.
「조각 있음. 11/1에 뜸. 본 파일의 한 할.」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
오후 네 시까지 넷을 했다.
남은 둘은 내일로 적었다.
적고 나서 수첩을 뒤로 넘겼다.
어제 적어 둔 날짜 넷을 찾았다.
「11월 1일: 세 번째 파일 회신 오는 날쯤. 안 오면 「안 옴」 칸 첫째 줄을 적음.」
정한은 그 줄을 읽었다.
그리고 한참 가만히 있었다.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다시 들었다.
「안 오면 할 일만 적어 뒀음.
오면 할 일은 안 적어 뒀음. 오늘 왔고 적어 둔 것이 없어서 한참 앉아 있었음. 아침에 봉투를 열고 나서 열 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였음.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고 적어 둔 것이 없어서였음.
기다리는 칸은 안 오는 쪽만 보고 있었음. 와도 다음이 있는데 다음을 안 적어 뒀음. 끝을 적을 때 양쪽을 다 적음. 「안 오면 ~」과 「오면 ~」을 같이 적음.」
정한은 그 아래에 줄을 긋고 끝이 적힌 칸 넷을 차례로 폈다.
11월 1일, 11월 9일, 11월 14일, 11월 20일이었다.
넷을 다 읽었다.
「넷을 다 봤음. 「오면 할 일」이 적힌 칸이 없음. 넷 다 「안 오면」만 적혀 있음.
넷을 다 어제 하루에 적었음. 어제 나는 안 오는 쪽을 보고 있었음. 그 눈으로 적은 넷이 다 한쪽만 적혀 있음. 칸이 넷이어도 빠진 자리는 하나임. 하루에 적은 것들은 그 하루의 눈으로 적힘.
고침: 넷에 「오면 할 일」을 오늘 적음. 11/9 다음 묶음 오면 — 받는 날 적고 릴 수 세고 옆면 먼저 보고 제일 오래 걸릴 릴로 마감 잡음. 11/14 짐작 칸 — 판단하고 맞았는지를 적되 맞은 까닭도 적음. 11/20 압흔 회신 오면 — 받은 날 적고 내 판독과 어긋나는 줄만 따로 적음. 11/1 오늘 것 — 조각 뜨고 「열림」 칸을 새로 두고 앞 묶음 다섯을 되묻기. 오늘 것은 이미 했음. 적기 전에 했음. 적고 나서 하는 것과 하고 나서 적는 것을 가름. 하고 나서 적으면 한 일만 적힘. 안 한 일은 안 적힘. 적고 나서 하면 안 한 일이 남음.」
정한은 9월 22일 자리를 폈다.
압흔 사진을 보낸 날이었다.
「안 옴」 칸 둘째 줄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옆에 기다린 날수를 적었다. 40일이었다.
닫는 날이 11월 20일로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오면 할 일」을 적었다.
정한은 그다음에 다음 묶음 칸을 폈다.
11월 9일이 적혀 있었다. 늦은 쪽이었다.
그 옆에 「이 날짜로 무엇을 하는가」가 적혀 있었다. 「일감이 오는 날」이었다.
정한은 그 줄을 보고 아무것도 더 안 적었다.
다섯 시에 콘센트 앞에 앉았다.
선을 꽂고 험을 10분 받았다.
재 보니 60.003이었다.
정한은 적었다.
「11/1 험 10분. 60.003. 어제 60.002. 그제 60.001. 세 날이 0.001씩 올라감. 세 점임. 세 점에서 기울기를 빼면 남는 자리가 하나임. 방향이 셋 다 같은 것은 여덟에 한 번임. 드물지 않음. 적어만 둠. 열 날쯤 모이면 다시 봄. 그 전에는 「모름」.」
정한은 남은 칸들을 차례로 봤다.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열아흐레째였다.
안 보는 날이 스무이틀째였다.
「안 지나감」이 스물넷째였다.
짐작 칸이 스물여덟째였다. 판단하는 날이 11월 14일이었다.
정한은 칸 수를 셌다.
어제 열아홉이었다. 오늘 둘을 열었다. 「열림」과 「오면 할 일」이었다.
「칸 스물하나. 끝 적힌 칸 셋(11/9·11/14·11/20). 11/1 것은 오늘 끝났으므로 끝 적힌 칸에서 빠짐. 끝 모름 열여덟. 빠진 것을 「끝남」 칸에 적음. 안 적으면 수만 줄고 어디로 갔는지 모름. 9/22 압흔 줄의 끝은 11/20이고 11/20 칸과 같은 날임. 두 칸이 한 날을 가리킴. 한 날에 둘을 하게 되므로 그날 순서를 미리 적음. 오늘 연 둘 중 「열림」에는 닫는 조건을 적음 — 앞 묶음 다섯이 다 열리는 것이 확인되면 닫음. 「오면 할 일」은 칸이 아니고 다른 칸에 붙는 줄임. 그래도 칸으로 셈. 세는 것을 바꾸면 수가 끊김.」
저녁에 정한은 작업실 불을 반만 켰다.
받침대 천 위에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정한은 손가락으로 한 번 쓸어 봤다.
쓸고 나서 수첩에 적었다.
「천 위를 손가락으로 쓸었음. 쓸면 그 자리는 날수가 0으로 돌아감. 덮은 날수로 먼지를 셈하려고 했는데 내가 쓸었음. 쓴 자리를 적음. 가운데 한 줄. 다음에는 쓸지 않음. 쓸고 싶으면 천 끝에 쪽을 정해 두고 그 쪽만 쓸음.」
정한은 불을 끄기 전에 상자 여섯 개를 봤다.
넷에는 조각이 들어 있었다. 둘에는 없었다.
정한은 상자 둘에 종이를 붙였다.
「조각 없음. 11/2에 뜰 것.」
6. 하루에 한 번
가는 날이었다.
하람은 아침 여덟 시에 전화를 걸었다.
어제 정해 둔 대로였다. 그날 아침에 말하기로 적혀 있었다.
신호가 갔다.
세 번째에서 받으셨다.
“여보세요.”
“엄마. 저예요.”
하람은 수첩 옆에 3을 적었다.
“어. 일찍 걸었네.”
“오늘 갈게요. 점심 전에 가요.”
“오늘?”
“오늘이요.”
“그럼 와.”
하람은 수화기를 놓고 수첩에 한 줄 적었다.
「11/1 아침 8시. 「오늘 간다」고 말함. 어제 정한 대로임. ㉯ 둘째 날 3. 맞았는지 안 적음. 열흘은 평소만 모음. 미리 안 말했으므로 둘이 각자 세는 일이 없었음. 셈이 안 들어갔음.」
열한 시에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현관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셨다.
“왔냐.”
“네.”
“밥 먹었어?”
“먹고 왔어요.”
하람은 식탁에 앉았다.
어머니가 물을 따라 주셨다.
“오늘이 금요일이지.”
하람이 손을 멈췄다.
벽에 걸린 달력을 봤다.
11월 1일이 금요일 칸에 있었다.
“금요일이에요.”
“그렇지.”
하람은 잔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엄마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니가 의자에 앉으셨다.
“그걸 모르나.”
하람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어머니가 창 쪽을 보셨다.
하람은 수첩을 꺼내 무릎에 놓았다.
적지는 않았다.
점심 뒤에 어머니가 누우셨다.
하람은 식탁에 앉아 종이를 폈다.
「선 자리」 칸을 폈다. 첫째 줄에 10월 31일과 「하루 앞」이 적혀 있었다.
하람은 둘째 줄에 날짜를 적었다.
그다음에 「맞음」을 적으려고 연필을 댔다.
대고 한참 있었다.
연필을 들었다.
「둘째 줄에 「맞음」을 적으려다 멈췄다.
어제 어머니는 10월 31일을 금요일이라고 하셨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하루 앞이었다. 오늘 어머니는 11월 1일을 금요일이라고 하셨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맞았다.
두 날 말씀이 같다. 둘 다 「금요일」이다. 자리가 안 움직였다. 어제도 금요일에 서 계셨고 오늘도 금요일에 서 계신다. 어제는 하루 앞이었고 오늘은 날이 와서 맞았다.
멈춘 자리는 날이 와서 하루는 맞는다. 맞은 날과 안 틀린 날은 다르다.
「맞음」이라고 적으면 안 움직인 것이 맞은 날로 적힌다. 어제 틀림, 오늘 맞음으로 두 줄이 되면 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것으로 읽힌다. 안 나아졌다. 같다.
그러니 이 칸에 맞았는지를 적지 않는다. 서 계신 날을 적는다. 10월 31일 — 금요일. 11월 1일 — 금요일. 두 줄을 나란히 놓으면 자리가 같은 것이 보인다. 맞고 틀린 것을 적으면 안 보인다.
칸에 무엇을 적는지가 무엇이 보이는지를 정한다. 여태 「틀린 방향」 칸에도 맞고 틀린 것만 적었다. 두 줄이 있다. 거기도 선 자리를 같이 적기로 어제 정했다. 오늘 보니 그걸로 모자란다. 맞음을 세는 칸을 따로 두면 안 된다. 선 날을 적는 칸 하나로 둔다. 세는 것을 맞음으로 하면 멈춘 것이 이따금 세어진다. 세야 하는 것은 움직였는지다.」
하람은 그 아래에 줄을 긋고 두 날 말씀을 나란히 적었다.
적고 나서 핀 칸을 폈다.
멈춘 날이 여섯째였다.
11월 1일에 정하기로 적혀 있었다. 미룬 횟수가 1이었다.
하람은 종이를 한 장 더 꺼내 세 길을 적었다.
「①계속 센다. 「안 들킨 점 스물」과 「들킨 점」으로 칸을 나눈다. ②닫는다. 스무 점에서 끝낸다. ③다른 것을 센다.」
하람은 ①을 한참 봤다.
「①은 자료 쪽으로는 된다. 칸을 나누면 앞의 스물은 그대로 쓴다. 센다는 걸 아시는 상태로 꽂으신 핀은 다른 칸이고, 다른 칸이면 다른 칸으로 적으면 된다. 자료 쪽으로는 막힌 데가 없다.
막힌 데는 다른 쪽이다. 세지 말라고 하셨다. 신경 쓰인다고 하셨다. 그 말은 자료가 한 말이 아니다. 어머니가 한 말이다.
여태 칸을 닫은 까닭은 다 자료 쪽이었다. 더 셀 수 없어서거나 다 세어서였다. 오늘 닫는 까닭은 자료 쪽에 없다.
②로 한다. 핀 칸을 닫는다. 스무 점에서 끝낸다. 닫는 까닭 칸에 적는다 — 「어머니가 세지 말라고 하셨음. 자료 쪽 까닭 없음.」
자료 쪽 까닭만 적어 두면 다음에 이 종이를 보는 사람은 왜 닫혔는지 못 읽는다. 스무 점이 있고 더 셀 수 있는데 끊긴 칸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어서 세려고 할 것이다.」
하람은 핀 칸 머리에 가로줄을 긋고 그 아래에 적었다.
「핀 칸 닫음. 11월 1일. 스무 점. 닫는 까닭: 어머니가 세지 말라고 하셨음. 자료 쪽 까닭 없음. 더 셀 수 있었음. 미룬 횟수 1에서 멈춤. 정한 날에 정했음. 안 들킨 점 스물. 들킨 점 0. 들킨 뒤에 한 점도 안 셌음.」
하람은 적고 나서 ③ 쪽을 다시 봤다.
어머니가 꿰매신 소매가 의자에 걸려 있었다.
하람은 그것을 들어 뒤집어 봤다.
바늘땀이 남아 있었다.
하람은 땀을 세어 봤다.
열넷이었다.
간격을 눈으로 재 봤다. 가운데 쪽이 고르고 끝 쪽이 벌어져 있었다.
하람은 종이를 폈다.
「새 칸을 연다. 「바늘땀」이다.
핀은 꽂으시는 동안에 세야 했다. 그래서 보셨고 신경 쓰인다고 하셨다. 바늘땀은 다 되고 나서 남는다. 꿰매시는 동안에 안 봐도 된다.
하는 동안을 보면 하는 일이 바뀐다. 하고 난 것을 보면 안 바뀐다. 다만 하고 난 것에는 순서가 안 남는다.
남는 것: 땀 수, 땀 간격, 간격이 고른지, 어디서 벌어지는지. 안 남는 것: 몇 번 다시 꽂으셨는지. 구멍이 겹치면 안 보인다. 쉬셨는지. 얼마나 걸리셨는지. 중간에 그만두셨다가 다시 하셨는지.
그러니 이 칸은 핀 칸이 세던 것을 안 센다. 핀 칸은 그날 손이 몇 번 갔는지를 셌다. 이 칸은 끝난 것이 얼마나 고른지를 센다. 다른 것이다.
그래서 첫째 점부터 센다. 스무 점이 안 넘어온다. 칸을 닫고 다른 칸을 열면 앞의 점이 안 넘어온다. 바꾸는 일에는 점수 비용이 있다.
첫째 점: 11월 1일. 땀 열넷. 가운데 고르고 끝 쪽 벌어짐. 눈으로 재서 적었다. 자가 없다. 다음에 종이에 눈금을 그려 가서 댄다. 오늘 수는 자 없이 낸 수다. 옆에 적는다.」
하람은 적다가 연필을 멈췄다.
종이를 뒤로 넘겼다.
어제 적어 둔 ㉯ 줄을 찾았다.
「고치는 일에는 날수 비용이 있다. 오늘은 영에서 시작한다.」
하람은 두 줄을 나란히 놓고 봤다.
새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머리에 적었다.
「여러 칸에서 나온 같은 줄」이었다.
그 아래에 적었다.
「①세는 것을 바꾸면 앞의 것이 안 넘어온다. 날수든 점수든 영에서 시작한다. 나온 칸: ㉯(10/31, 날수) / 핀→바늘땀(11/1, 점수).
한 칸에서만 나오면 그 칸 얘기다. 두 칸에서 나오면 내가 적는 법 얘기다. 앞으로 칸을 바꾸려고 할 때 이 종이를 먼저 본다. 바꾸면 얼마가 날아가는지를 먼저 센다.」
세 시에 어머니가 일어나 나오셨다.
하람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어머니가 식탁에 앉으셨다.
“너 일요일에 온다고 했지.”
하람이 고개를 들었다.
“네. 일요일에도 와요.”
“두 번 오냐.”
“두 번 가요.”
“그럼 와.”
하람은 수첩을 꺼내 11월 3일 칸에 한 줄 적었다.
「11/3. 건드린 횟수 둘째. 어머니가 먼저 물으셨고 내가 「일요일」로 답했다. 오늘 아침에는 「오늘」이라고만 말했다. 11/1 쪽에는 셈이 안 들어갔다. 11/3 쪽에는 오늘 셈이 들어갔다. 어머니가 먼저 물으셨으므로 안 넣을 수가 없었다. 「건드린 횟수」가 늘 내가 건드린 수가 아니다. 저쪽이 먼저 꺼내면 그것도 들어온다. 칸 이름을 「건드린 횟수」에서 고치지 않는다. 옆에 누가 꺼냈는지를 적는다.」
하람은 그다음에 조사표 칸을 폈다.
열여드레째였다.
회신이 없었다.
「안 옴」 칸에 스물다섯째 줄을 적었다.
옆에 나가는 날 11월 8일이 적혀 있었다.
하람은 그 옆에 「오면 할 일」을 적었다.
적고 나서 손을 멈췄다.
「조사표 칸에 「오면 할 일」을 적었다. 여태 안 적어 뒀다. 끝이 적힌 칸을 폈다. 조사표, 옆집 쪽지, 11월 1일, 11월 3일이다. 넷 중에 「오면 할 일」이 적힌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늘 조사표에 처음 적었다. 나머지 셋에도 적는다. 11월 1일 것은 오늘 끝났으니 적을 것이 없다.」
하람은 옆집 쪽지 칸을 폈다. 「안 옴」 넷째 줄이었다.
내가 정한 끝이 11월 9일이었고 그날 할 일이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오면 할 일」을 적었다.
등급표 칸을 폈다. 「안 옴」 넷째 날이었다.
남은 물음이 넷이었다.
하람은 넷을 다시 읽었다.
「①등급이 언제 나오는지 ②등급표가 언제 오는지 ③표를 받고 내 등급을 알면 그 금액이 그대로인지 ④표가 오는지.」
넷 옆에 각각 「오면 할 일」을 적었다.
②와 ④가 같은 칸에 들어갔다.
하람은 둘을 한참 봤다.
「②와 ④가 「오면 할 일」이 같다. 둘이 겹친다고 전에 적어 뒀다. 겹치는데 둘로 두고 있었다. 오늘 할 일을 적어 보니 같은 줄이 두 번 적혔다. 합치지 않는다. 묻는 말이 다르다. ②는 언제고 ④는 오는지다. 할 일이 같은 것은 할 일 쪽 사정이다. 묻는 말이 같아진 것이 아니다. 할 일이 같은 칸을 묶어 적는다. 묻는 말은 따로 둔다.」
다섯 시에 하람은 「말 아닌 것」 칸을 폈다.
스물셋째였다.
간 날이었으므로 셀 수 있었다.
창 쪽을 보신 횟수가 넷이었다. 손을 비비신 횟수가 둘이었다.
하람은 두 수를 적고 시간 칸에도 적었다. 여섯 시간이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하람은 오늘 적은 종이를 모아 세어 봤다.
여섯 장이었다.
하람은 마지막 줄을 적었다.
「간 날이다. 여섯 시간 있었다.
오늘 칸이 하나 닫혔고 하나 열렸다. 수는 그대로다. 닫힌 칸에 스무 점이 있고 열린 칸에 한 점이 있다. 합이 스물하나인데 이을 수 없는 스물하나다.
끝이 적힌 칸을 세어 봤다. 셋이다. 조사표, 쪽지, 11월 3일이다. 11월 1일이 오늘 끝났다. 끝이 적힌 칸이 끝나면 끝 적힌 칸에서 빠진다. 빠진 것을 「끝남」 칸에 적는다. 안 적으면 수만 줄고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끝 모름이 열셋이다. 바늘땀 칸이 늘었고 끝을 안 적어 뒀다. 지금 적는다 — 어머니가 바느질을 안 하시게 되면 닫는다. 그날 적는다. 적었으니 끝 적힌 칸이 넷이고 끝 모름이 열둘이다. 적는 것만으로 한 칸이 옮겨졌다. 옮긴 것이 아는 것이 늘어서가 아니다. 내가 정한 끝이라서 적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받은 끝과 내가 정한 끝을 같은 수로 세고 있었다. 옆에 어느 쪽인지를 적는다.
오늘 어머니가 금요일이라고 하셨고 맞았다. 어제도 금요일이라고 하셨고 틀렸다. 같은 말이 하루 사이에 틀린 말이 되고 맞은 말이 되었다. 말씀은 안 변했다.
여태 어머니가 틀리시는 것을 셌다. 맞으시는 것도 세려고 했다. 오늘 보니 맞음을 세면 안 움직인 것을 이따금 맞은 것으로 센다. 그러니 날을 센다. 어느 날에 서 계신지를 적는다. 거기서 멈춘 것이 보인다.
핀 칸을 닫은 까닭이 종이에 없다. 어머니 말씀이다. 적어 두지 않으면 다음에 보는 사람이 자료가 끊겼다고 읽는다. 적었다. 자료 쪽으로는 더 셀 수 있었다. 그 줄도 적었다.
다음에 가는 날은 일요일이다. 11월 3일이다. 어머니가 먼저 물으셨다.」
미리 정해 둔 날들이 한 날에 몰렸다. 날씨 칸의 규칙을 정하는 날이었고, 핀 밑동을 보는 날이었고, 봉투를 뜯는 날이었고, 방격을 판정하는 날이었고, 안 뽑힌 날 둘을 묻는 날이었고, 회신이 오는 날이었고, 가는 날이었다. 날짜를 박을 때는 서로 모르고 박았고 박을 때마다 사흘 뒤나 열흘 뒤로 박았으므로 몰리는 것은 셈하지 않았다. 몰리고 나니 그 하루에 일어난 일 하나가 여러 칸을 같이 움직였다. 칸은 여럿이었고 움직인 것은 하나였으므로 칸 수만큼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한 날에 만든 규칙 셋이 셋 다 같은 데가 비어 있었다. 문턱이 없었다. 소리가 어디까지 소리인지, 수평이 아닌 중간이 어느 쪽인지, 갬과 반의 사이가 어디인지가 다 안 적혀 있었다. 그날 그것을 안 보고 있었으므로 그 눈으로 만든 셋이 다 같은 자리에서 비었다. 칸이 셋이면 틀릴 자리가 셋인 줄 알았는데 하나였다. 다른 집에서는 끝이 적힌 칸 넷이 넷 다 안 오는 쪽만 보고 있었다. 하루에 적은 넷이 그 하루의 눈으로 적혀 있었고, 그날은 아무것도 안 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오는 쪽이 와서 한참 못 움직였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어 둔 것이 없어서였다.
날짜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미리 정한 것이 되지 않았다. 그날 수를 보기 전에 정한다는 줄이 같이 적혀 있어야 했고, 그 줄이 적혀 있어도 안 보기로 정한 것과 안 본 것은 달랐다. 안 보려면 가려야 했고 가려야 하는 것이 재는 것이면 가릴 수 없었다. 덮으면 그날 수가 덮은 수가 되었다. 그래서 유리관을 그냥 두고 사람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정하기 좋은 날은 그 규칙이 쓰일 일이 없는 날이었다. 쓰일 일이 있는 날에 정하면 오늘 쓰려고 정한 것이 되었다. 그 대신 쓰이지 않으면 시험되지 않았으므로, 정하기 좋은 날과 시험되는 날은 끝까지 다른 날이었다.
이어받은 수는 잰 수가 아니었다. 못 가름인 날이 반을 넘었으므로 스무 날 치 상태는 여덟 날이 만든 것이었고, 제일 긴 줄에서는 하루가 나흘을 살았다. 종이에는 넉 줄이 같은 글자로 적혀 있어서 네 번 잰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어받은 길이를 적기로 했고, 길이가 사흘을 넘으면 그 문을 「모름」으로 적기로 했다. 모름을 0으로 적으면 안 된다고 아는 것이 되고 1로 적으면 된다고 아는 것이 되었으므로 곱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실행은 「안 함」이 되는데, 안 된다고 알고 안 하는 것과 모르니까 안 하는 것이 한 글자로 같아졌다. 까닭 칸이 둘을 갈랐다.
판정을 날짜로 박으면 그날 모인 날수가 모자랄 수 있었고 날수로 박으면 끝나는 날을 자기가 고를 수 있었다. 중간 수를 보고 있는 사람이 날수로 박으면 좋게 나온 날에 끝내게 되었다. 그래서 날짜로 박고 그날 모인 날수를 같이 적고, 모자라면 판정을 「못 함」으로 적고 다음 날짜를 다시 아침에 박기로 했다.
기준으로 박아 둔 것이 거기 박혀 있다는 것 때문에 움직였다. 핀이 바람을 막아 밑동에서 눈이 돌아가며 패였고, 패이면 핀이 움직였다. 점 셋 사이의 거리 셋을 다 재면 어느 점이 움직였는지가 나왔고 둘만 재면 안 나왔다. 셋을 재니 꼴이 맞게 줄어 있었다. 그런데 크기가 자와 같았다. 어느 점이 움직였는지는 알았고 움직였는지는 몰랐다. 처음 한 번 재서 못 박아 둔 수는 고치지 않았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는지를 몰랐으므로 못 박은 쪽을 두는 일은 아는 쪽을 고른 것이 아니라 자를 안 바꾸는 쪽을 고른 것이었다.
봉투는 수를 지켰고 자는 안 지켰다. 사흘 전에 넣어 둔 종이는 그때 쓰던 두 자리로 적혀 있었고, 그 뒤로 적는 자리가 한 칸 늘었으므로 지킨 첫날이 못 쓰는 날이 되었다. 지키는 일과 쓸 수 있게 하는 일이 다른 일이었다. 봉투를 뜯은 뒤의 사람은 뜯기 전과 달랐으나 뜯는 날을 미리 정해 두었으므로 뜯는 일은 고르는 일이 아니었다.
비용을 치르는 자리와 재는 자리가 다르면 비용이 안 보였다. 본 자료가 아닌 통으로 재기로 했는데 문은 통에 열리지 않고 방에 열렸다. 그리고 날마다 같이 더해지는 것은 기울기를 바꾸지 않고 수준만 올렸으므로, 날마다 하거나 아예 안 하거나였고 가끔 하는 것이 제일 나빴다. 날마다 하기로 하면 그날부터 다른 방의 수가 되었으므로 기준 날이 옮겨지고 판정 날도 같이 옮겨졌다. 날수는 깎을 수 없었다. 그것은 미룸이 아니라 정한 날이 옮겨진 것이었다.
수가 많은 것이 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른 것이 셈을 만들었다. 고르지 않게 모은 스물한 수는 자리를 먼저 빼는지 실을 먼저 빼는지가 결과를 정했으므로 쓸 수 없었고, 고르게 모은 아홉 수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사흘이 사각형 하나였으므로 하루를 빼면 사각형이 깨지고 자리와 날이 다시 섞였다. 포함과 제외를 둘 다 적기로 해 두었는데 제외 쪽은 셈이 안 되었다. 둘 다 적는 규칙도 설계가 받쳐 주어야 적힌 대로 되었다. 남는 자리가 둘이면 자가 반쯤 틀렸으므로 큰 쪽도 작은 쪽도 말할 수 없었다. 이틀을 더 들이면 남는 자리가 여덟이 되었다. 가늘어지는 것은 자가 아니라 자가 얼마나 틀리는지였다.
다 세고 나니 드문지 안 드문지를 묻는 셈이 할 일이 없어졌다. 드문 정도는 아직 안 센 날들에 대한 말이었고, 더 나올 날이 없으면 남는 것은 그냥 센 수였다. 처음 센 수가 제일 셌고 전부 세니까 반이 되었다. 그리고 세 번 물어서 온 날이 「안 함」이었다. 운행한 날은 일지에 적힌 것이 많고 안 한 날은 빈 줄이어서, 없는 것을 확인하는 데 손이 더 갔다. 그러면 늦게 오는 쪽이 한쪽으로 쏠렸다. 중간에서 멈췄으면 운행 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왔을 것이었다. 전수가 좋은 까닭은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안 온 것이 없어서였다.
검사 수는 상했다는 것만 알려 주었다. 어디가 상했는지와 어떻게 고치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고, 고친 것이 아니라 다시 보내서 덮은 것이었다. 다시 보낼 수 있었던 까닭은 한쪽에 원본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검출은 뒤에 되고 복구는 앞에만 되었다. 고칠 거리는 보내기 전에 따로 떠 두어야 했고 뒤에는 뜰 수 없었다. 오늘 안 것을 어제 보낸 것에는 붙일 수 없었으나, 원본이 손에 있는 동안에는 지금 떠서 따로 보낼 수 있었다. 원본을 넘기면 그때부터 못 떴다. 그래서 아직 안 넘긴 여섯을 꺼내 쌓았다.
그리고 비트가 하나도 안 변했는데 열리지 않았다. 담는 통의 옛 규격이 어느 크기에서 끝났고 넘은 것은 새 규격으로 담겨 있었다. 한 대에서는 열리고 두 대에서는 안 열렸다. 파일이 상한 것이 아니라 자가 다른 것이었다. 받았다는 말과 열린다는 말은 다른 말이었고 한 칸으로 적으면 물음이 사라졌다. 나누면 열렸으나 나눈 자리가 원본에 없던 자리가 되었다.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소리의 자리로 읽을 수 있었으므로, 나눈 자리와 원본 검사 수를 같이 보냈다.
멈춘 자리는 날이 와서 하루는 맞았다. 어제 하루 앞이었던 말씀이 오늘 그대로 맞았고 말씀은 변하지 않았다. 맞았는지를 적으면 안 움직인 것이 맞은 날로 적혀 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것으로 읽혔으므로, 맞음을 적지 않고 서 계신 날을 적었다. 두 줄을 나란히 놓으니 자리가 같은 것이 보였다. 칸에 무엇을 적는지가 무엇이 보이는지를 정했다.
칸을 닫는 까닭이 자료 쪽에 없을 수도 있었다. 자료 쪽으로는 칸을 나누면 더 셀 수 있었고 막힌 데가 없었다. 막힌 데는 다른 쪽이었고 세지 말라는 말은 자료가 한 말이 아니었다. 자료 쪽 까닭만 적어 두면 다음에 보는 사람이 끊긴 칸으로 읽고 이어서 세려고 했을 것이므로, 닫은 까닭에 그 말을 적고 더 셀 수 있었다는 줄도 같이 적었다. 닫히는 까닭은 두 가지였다. 더 할 수 없어서 닫히는 것과 다 해서 닫히는 것이었다. 닫힌 칸 수만 세면 둘이 같아졌다.
하는 동안을 보면 하는 일이 바뀌고 하고 난 것을 보면 바뀌지 않았다. 다만 하고 난 것에는 순서가 남지 않았다. 땀 수와 간격은 남았고 몇 번 다시 꽂았는지는 구멍이 겹쳐 보이지 않았다. 쉬었는지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새 칸은 앞 칸이 세던 것을 세지 않았고 첫째 점부터 셌다. 세는 것을 바꾸면 날수든 점수든 영에서 다시 시작했다. 세 사람이 같은 날에 같은 종이를 한 장씩 만들었다. 머리에 적은 말이 같았다. 여러 칸에서 나온 같은 줄이었다. 한 칸에서 나오면 그 칸의 성질이고 여러 칸에서 나오면 적는 법의 성질이었다.
문을 세 번 여는 방에서 하루에 세 번 재면 세 수가 다 다르게 나왔고 세 번 재는 동안 조금 더 날아갔다. 날마다 같이 날아가는 것은 기울기에 안 들어갔으므로 날마다 하기로 했고, 그 대신 그 방의 수가 어제까지의 방의 수와 달라졌다. 깊은 데서 꺼낸 공기는 꺼낸 날부터 재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기로 한 날부터 재어졌다.
그 공기는 자기를 감싼 얼음보다 젊었다. 그 줄도 누가 한 날을 박아 두고 그날에 적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