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81화 - 잦아듦

제81화 「잦아듦」

1. 서른한 넷

「10월 29일. 화요일.」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 문을 열었다. 성에가 어제보다 두꺼웠다.

유리관을 봤다.

영하 31.4도였다.

재혁은 눈금을 짚고 다시 읽었다.

31.4였다.

수첩에 열여덟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 34.5, 32.5, 35, 37, 33.5, 35.2, 32.1, 34.6, 32.8, 31.4였다.

모눈종이에 열여덟째 점을 찍었다. 어제 점보다 1.4만큼 올라간 자리였다.

어긋남을 넣어 구간을 적었다. 영하 30.4에서 영하 32.4까지였다.

시작 자를 짚었다. 영하 34.0이었다.

구간이 또 자보다 따뜻한 쪽에 다 있었다.

여유 칸을 폈다. 어제 만든 칸이었다.

구간의 찬 쪽 끝과 자 사이를 셈했다. 1.6이었다.

여덟 시에 서진이 들어왔다. 장갑을 벗고 종이 쪽으로 왔다.

“오늘도 밖이야?”

“밖입니다. 여유가 1.6입니다.”

“어제 0.2였지.”

“0.2였습니다. 26일은 0.9였습니다.”

재혁이 세 수를 나란히 적었다.

「0.9 / 0.2 / 1.6」

“밖인 날이 셋인데 여유가 다 다릅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칸을 만들어 둔 게 하루 만에 쓰이네.”

“쓰입니다. 어제는 칸에 한 수밖에 없어서 넓은지 좁은지도 몰랐습니다.”

재혁이 적다가 손을 멈췄다.

종이 위쪽에 적어 둔 자를 봤다. 영하 34.0이었다.

연필 끝으로 그 수를 짚고 한참 있었다.

“선생님.”

“왜.”

“이 자는 어디서 나왔습니까.”

서진이 돌아봤다.

“시즌 시작할 때 네가 적었잖아.”

“적었습니다. 작년 같은 철 열흘 값 평균으로 냈습니다.”

“그러면 맞겠네.”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평균입니다. 평균에도 자가 있습니다.”

서진이 종이 쪽으로 한 걸음 왔다.

“자에 자가 있다는 거야?”

“있습니다. 제가 그걸 여태 점 하나로 썼습니다.”

재혁이 작년 수첩을 꺼내 넘겼다. 열 수를 적었다.

흩어짐을 셈했다. 1.6이었다.

“열 값의 흩어짐이 1.6입니다. 평균의 자는 1.6 나누기 열의 제곱근입니다.”

연필이 종이를 긁었다.

“0.51입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았다.

“그럼 자가 34.0이 아니고 34.0 어디쯤이라는 거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견준 건 구간 끝하고 점 하나입니다.”

“둘 다 흔들리는 수를 견줄 때는 어긋남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합친다는 게.”

“각각 제곱해서 더하고 다시 제곱근을 냅니다.”

재혁이 셈을 했다.

“1.0의 제곱이 1.0이고 0.51의 제곱이 0.26입니다. 더하면 1.26이고 제곱근이 1.12입니다.”

서진이 수를 봤다.

“1.12.”

“1.12입니다. 밖이라고 하려면 여유가 이것보다 커야 합니다.”

서진이 세 수를 짚었다.

“오늘은 1.6이고.”

“1.6입니다. 1.12보다 큽니다. 오늘은 밖이라고 해도 됩니다.”

“어제는.”

재혁이 손을 멈췄다.

“0.2입니다. 1.12보다 작습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서진이 먼저 말했다.

“어제 밖이라고 적었잖아.”

“적었습니다. 그게 틀렸습니다.”

재혁이 어제 줄을 폈다.

“어제 저는 수의 어긋남만 넣었습니다. 자의 어긋남을 안 넣었습니다.”

“26일도.”

“26일은 0.9입니다. 그것도 1.12보다 작습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밖인 날 셋 중에 둘이 밖이 아니었네.”

“밖이 아닌 건 아닙니다. 못 가름입니다.”

재혁이 세 칸을 그었다.

“밖이 아니라는 말은 안입니다. 안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둘 다 못 한다는 게 못 가름입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제 줄은 고쳐?”

“안 고칩니다. 옆칸에 적습니다.”

재혁이 어제 줄 옆에 세로로 금을 그었다.

“어제 제가 가진 자로는 밖이었습니다. 오늘 자가 늘었습니다. 늘어난 자로 어제 줄을 덮어쓰면 어제 제가 뭘 보고 뭘 적었는지가 없어집니다.”

서진이 종이를 봤다.

“그러면 두 줄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

“다른 말을 합니다. 앞 줄은 그날 제가 알던 걸로 적은 거고 옆칸은 지금 아는 겁니다.”

재혁이 손을 종이에 짚었다.

“둘 다 참입니다. 「그날 알던 것」하고 「지금 아는 것」은 다른 칸입니다.”

재혁이 적다가 다시 손을 멈췄다.

“선생님. 하나 더 봐야 할 게 있습니다.”

“또.”

“자를 어디 자료로 냈는지입니다.”

서진이 팔짱을 끼었다.

“작년이라고 했잖아.”

“작년입니다. 그게 다행입니다.”

“다행인 게 왜.”

재혁이 올해 열여덟 점을 짚었다.

“만약 제가 이 열여덟 날로 자를 냈으면, 그 자로 이 열여덟 날을 판정하는 겁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같은 걸 두 번 쓰는 거네.”

“두 번 씁니다. 그러면 자가 자료에 끌려갑니다. 수가 몰려 있는 쪽으로 자가 따라옵니다.”

“그러면 늘 안이 되고.”

“늘 안이 됩니다. 밖이 안 나옵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안 나오는 게 좋은 거 아냐.”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모르게 됩니다. 밖이 안 나오면 밖이 없다는 게 아니라 못 보는 겁니다.”

재혁이 종이 위쪽에 「작년 자료」라고 적고 동그라미를 쳤다.

“이걸 안 적어 두면 나중에 제가 헷갈립니다.”

서진이 동그라미를 봤다.

“그럼 작년 걸 쓰는 건 다 좋은 거야?”

재혁이 손을 멈췄다.

“다 좋지는 않습니다.”

“왜.”

“작년하고 올해가 다르면 자가 틀립니다.”

재혁이 두 줄을 그었다.

“흩어짐은 넣었습니다. 열 값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는 셈했습니다.”

“그러면.”

“작년 자리가 올해보다 전체로 따뜻했거나 추웠으면 그건 흔들림이 아니고 치우침입니다. 치우침은 열 값을 다 봐도 안 나옵니다.”

서진이 종이 쪽을 봤다.

“그건 어떻게 알아.”

“못 압니다. 올해 자료로 알아보려면 올해 자료로 자를 내는 거니까 또 두 번 쓰는 겁니다.”

재혁이 연필을 내려놨다.

“그래서 모른다고 적습니다. 방향도 크기도 모릅니다.”

서진이 일어섰다.

“모른다고 적으면 뭐가 남아.”

“남습니다. 제가 안 본 자리가 어디인지가 남습니다.”

재혁이 상태 칸을 폈다.

「함」을 적었다.

“오늘 상태는 「함」입니다. 물려받은 게 아닙니다.”

“표는.”

“표가 없습니다. 셋째입니다.”

번진 날수 칸에 0을 적었다. 둘째 날이었다.

재혁이 적었다.

「온도 열여덟째 점. 영하 31.4(어제 영하 32.8). 어긋남 ±1.0. 구간 영하 30.4~32.4. 시작 자 영하 34.0. 구간이 자보다 따뜻한 쪽에 다 있음. 상태 「함」. 물려받은 것 아님. 표 없음 셋째. 수에서 번진 날수 0(둘째 날). 사람에서 번진 날수 0.

여유 1.6(어제 0.2, 10/26 0.9). 여유 칸 둘째 날. 세 수가 다 다름. 칸에 수가 하나뿐일 때는 넓은지 좁은지도 몰랐음. 셋이 되자 보임.

새로 봄: 시작 자 영하 34.0에도 자가 있음. 이 자는 작년 같은 철 열흘 값 평균으로 냈음. 열 값 흩어짐 1.6. 평균의 자 = 1.6÷√10 = 0.51. 여태 자를 점 하나로 쓰고 구간 끝과 점을 견줬음. 그것이 틀림. 둘 다 흔들리는 수를 견줄 때는 어긋남을 제곱해 더하고 다시 제곱근을 냄. √(1.0² + 0.51²) = 1.12. 밖이라고 하려면 여유가 1.12보다 커야 함.

오늘 1.6 > 1.12. 밖이라고 적음. 어제 0.2 < 1.12. 어제는 「밖」이 아니고 「못 가름」이었음. 10/26 0.9 < 1.12. 그날도 「못 가름」이었음. 밖이라고 적은 날 셋 중 둘이 못 가름으로 바뀜. 셋 다 틀린 것이 아니고 하나만 남음.

「못 가름」은 「안」이 아님. 밖이라고도 안이라고도 못 하는 것이 못 가름임.

어제 줄은 안 고침. 옆칸에 세로금을 긋고 지금 아는 것을 적음. 늘어난 자로 앞 줄을 덮어쓰면 그날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적었는지가 없어짐. 「그날 알던 것」과 「지금 아는 것」은 서로 다른 칸이고 둘 다 참임.

자를 낸 자료가 작년 것임을 종이 위쪽에 적고 동그라미를 침. 올해 열여덟 날로 자를 냈으면 같은 자료로 자를 내고 같은 자료를 판정하는 것이 됨. 그러면 자가 수가 몰린 쪽으로 끌려가 늘 안이 나옴. 밖이 안 나오는 것은 밖이 없는 것이 아니고 못 보는 것임. 자를 낸 자료와 판정하는 자료는 달라야 함. 칸 머리에 적음.

작년 것을 쓰는 대가: 작년 자리가 올해보다 전체로 따뜻했거나 추웠으면 자에 치우침이 있음. 열 값의 흩어짐은 넣었고 치우침은 못 넣음. 치우침은 그 열 값을 다 봐도 안 나옴. 올해 자료로 알아보면 또 두 번 쓰는 것이 됨. 방향도 크기도 모름. 「모름」으로 적음. 모른다고 적으면 내가 안 본 자리가 어디인지가 남음.」

2. 셋 중 둘

열 시에 둘이 자국 밭으로 걸어갔다.

가는 막대 둘부터 쟀다. 서쪽이 428밀리였고 동쪽이 432밀리였다.

“서쪽이 하나, 동쪽이 둘입니다.”

재혁이 열 점을 적었다.

「서: 412 / 415 / 417 / 419 / 421 / 422 / 424 / 426 / 427 / 428 동: 408 / 410 / 413 / 416 / 419 / 422 / 425 / 428 / 430 / 432」

“누적이 서쪽 16, 동쪽 24입니다. 차가 8입니다.”

“어제 7이었지.”

“7이었습니다. 하루 차가 또 1입니다.”

재혁이 하루 차 아홉 값을 적었다.

「+1 / −1 / −1 / −1 / −2 / −1 / −1 / −1 / −1」

“평균이 −0.89입니다. 흩어짐이 0.78입니다. 어제 0.83이었습니다.”

“또 줄었네.”

“또 줄었습니다. 같은 수가 또 나왔습니다.”

재혁이 셈을 했다.

“아홉 날 쌓은 자는 0.78 곱하기 아홉의 제곱근입니다. 2.35입니다.”

연필이 멈췄다.

“8 나누기 2.35면 3.4배입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았다.

“어제 3.0이었고.”

“3.0이었습니다. 오늘 3.4입니다.”

“필요한 수는.”

“자유도 여덟입니다. 2.31입니다. 어제 2.36이었습니다.”

재혁이 두 수를 나란히 놓고 봤다.

3.4와 2.31이었다.

“넘었습니다. 사흘 연속입니다.”

서진이 종이를 봤다.

“오늘이 판정일이잖아.”

“판정일입니다.”

재혁이 손을 종이에 얹었다. 한참 그러고 있었다.

서진이 기다렸다.

“왜. 넘었다고 적으면 되는 거 아냐.”

재혁이 하루 차 아홉 값을 짚었다.

“선생님. 이 자를 어떻게 냈는지 다시 보겠습니다.”

“아홉 날 쌓은 거라고 했잖아.”

“했습니다. 하루 차 아홉 개의 흩어짐을 내고 아홉의 제곱근을 곱했습니다.”

재혁이 종이에 네 수를 따로 적었다.

「서 412 / 서 428 / 동 408 / 동 432」

“그런데 차 8은 이 네 수로도 나옵니다.”

서진이 네 수를 봤다.

“428에서 412 빼면 16이고.”

“432에서 408 빼면 24입니다. 24에서 16 빼면 8입니다.”

“그러면 가운데 날들은.”

재혁이 연필로 가운데 점들을 가로질러 선을 그었다.

“다 지워집니다. 하루 차를 다 더하면 끝 수만 남습니다.”

서진이 선을 봤다.

“그게 왜 문제야.”

“읽기 오차가 안 쌓입니다.”

재혁이 두 칸을 그었다.

“하루 차 안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그날 실제로 다르게 자란 몫입니다. 그건 쌓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자를 대고 읽은 몫입니다. 그건 안 쌓입니다. 가운데 날은 한 번은 빼는 쪽으로, 한 번은 더하는 쪽으로 들어가서 지워집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끝 네 번만 남고.”

“남습니다. 읽기 자가 1밀리면 네 수에서 2밀리쯤입니다.”

재혁이 2.35와 2.0을 나란히 적었다.

“제가 낸 자가 2.35입니다. 읽기 몫만 따로 보면 2.0입니다. 그런데 제가 2.35 안에 읽기 몫을 아홉 번 쌓아 넣었습니다.”

서진이 두 수를 봤다.

“그러면 자가 크게 나온 거네.”

“크게 나왔습니다. 자를 크게 잡으면 배수가 작게 나옵니다.”

둘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서진이 먼저 말했다.

“그럼 제대로 가르면 3.4보다 커진다는 거야?”

“커집니다. 얼마나 커지는지는 모릅니다. 날 몫하고 읽기 몫을 못 가릅니다.”

“왜 못 가르는데.”

재혁이 하루 차 아홉 값을 짚었다.

“이 아홉 수 안에 둘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가르려면 같은 날 같은 막대를 여러 번 읽어야 합니다.”

“여러 번 읽으면 되잖아.”

“읽어야 합니다. 아직 안 했습니다. 오늘부터 하겠습니다.”

재혁이 손을 멈췄다.

“그런데 오늘 판정은 그걸 안 하고도 됩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안 하고도 돼?”

“됩니다. 제가 자를 크게 잡았습니다. 크게 잡은 자로도 넘었습니다.”

재혁이 종이에 화살표를 하나 그었다.

“제대로 가르면 자가 줄고 배수는 커집니다. 넘은 쪽으로만 움직입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어느 쪽으로 틀렸는지 아니까 되는 거네.”

“됩니다. 치우친 방향이 결론하고 반대면 못 고쳐도 결론이 안 바뀝니다.”

재혁이 두 줄을 그었다.

“반대로 제가 자를 작게 잡아서 넘었으면 오늘 판정 못 합니다. 그때는 크기를 알아야 합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적어.”

재혁이 판정 칸을 폈다.

적기 전에 한 번 더 멈췄다.

“선생님. 판정을 뭐라고 적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쪽이 더 벌어졌다고 적으면 되지.”

“그렇게 적겠습니다. 그 뒤는 안 적겠습니다.”

“뒤가 뭐야.”

“왜 동쪽이 더 벌어졌는지입니다.”

재혁이 눈 위를 둘러봤다. 서쪽에 사스트루기 날이 길게 서 있었다.

“바람이 한쪽을 깎고 한쪽에 쌓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럴듯합니다.”

“그럴듯하면 적으면 되잖아.”

“안 됩니다. 저는 바람을 안 쟀습니다.”

서진이 사스트루기를 봤다.

“재면 되는데.”

“잴 게 없습니다. 바람 재는 게 기상동에 있고 거기는 자국 밭하고 20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재혁이 손을 내렸다.

“그럴듯한 걸 적으면 다음 사람이 그걸 읽습니다. 읽으면 그게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을 적으면 안 되고.”

“짐작 칸에 따로 적겠습니다. 판정 칸하고 섞지 않겠습니다.”

재혁이 판정 칸에 한 줄을 적었다.

「10/29. 동쪽 자국이 서쪽보다 빨리 벌어졌음. 아홉 날에 8밀리. 까닭은 모름.」

서진이 그 줄을 봤다.

“짧네.”

“짧습니다. 아는 게 그것뿐입니다.”

재혁이 그 아래에 줄을 하나 더 그었다.

“그리고 이 칸을 닫겠습니다.”

서진이 손을 멈췄다.

“닫아? 계속 잴 거 아냐.”

“잽니다. 그런데 이 칸에서는 더 안 셉니다.”

“왜.”

재혁이 연필로 종이를 두 번 짚었다.

“넘었는지를 날마다 보면서 넘은 날에 판정하는 게 아니라고 제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판정일을 미리 정했습니다.”

“정했지.”

“판정했습니다. 이제 다음 판정일을 또 정하면 어떻게 됩니까.”

서진이 잠깐 생각했다.

“또 넘겠지.”

“또 넘습니다. 계속 보면 넘는 날이 옵니다. 판정을 여러 번 하면 그중 한 번은 그냥 넘은 날입니다.”

재혁이 칸 머리에 금을 그었다.

“한 번 판정하면 그 자료는 다 쓴 겁니다. 다음 판정은 새 자료로만 합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새 자료가 어디서 와.”

“오늘부터 재는 수입니다. 열째 점을 시작점으로 다시 적겠습니다.”

“그러면 또 아홉 날 걸리네.”

“걸립니다. 그동안은 판정 안 합니다.”

재혁이 적었다.

「막대 열째 점. 서 428 / 동 432. 누적 서 16 / 동 24. 차 8.

하루 차 아홉 값(+1 −1 −1 −1 −2 −1 −1 −1 −1). 평균 −0.89. 흩어짐 0.78(어제 0.83). 아홉 날 누적 자 = 0.78×√9 = 2.35. 차 8 ÷ 2.35 = 3.4배(어제 3.0배). 자유도 여덟. 필요한 수 2.31(어제 2.36). 3.4 > 2.31. 사흘 연속 넘음. 판정일 10/29.

판정 전에 자를 다시 봄. 차 8은 하루 차 아홉의 합이지만 끝 네 수(서 412·428, 동 408·432)로도 나옴. 하루 차를 다 더하면 가운데 날이 지워지고 끝 수만 남음. 그러므로 하루 차 안에 섞인 두 몫이 서로 다르게 움직임. (가) 그날 실제로 다르게 자란 몫 — 쌓임. (나) 자를 대고 읽은 몫 — 안 쌓임. 가운데 날은 더하는 쪽과 빼는 쪽에 한 번씩 들어가 지워짐. 읽기 자 1밀리면 끝 네 수에서 2.0밀리쯤임. 내가 낸 자 2.35 안에는 (나)를 아홉 번 쌓아 넣었음. 그러므로 자를 크게 잡았음. 자를 크게 잡으면 배수가 작게 나옴. 제대로 가르면 자가 줄고 배수는 커짐. 넘은 쪽으로만 움직임.

가르려면 같은 날 같은 막대를 여러 번 읽어야 함. 아직 안 했음. 오늘부터 함. 그런데 오늘 판정은 안 가르고도 됨. 크게 잡은 자로도 넘었으므로 작게 잡아도 넘음. 치우친 방향이 결론과 반대면 크기를 몰라도 결론이 안 바뀜. 반대였으면(자를 작게 잡아 넘었으면) 크기를 알아야 했음. 방향만 아는 것이 쓸 데가 있는 자리임.

판정: 「동쪽 자국이 서쪽보다 빨리 벌어졌음. 아홉 날에 8밀리. 까닭은 모름.」 까닭을 안 적음. 서쪽에 사스트루기 날이 서 있어 바람이 그럴듯하나 바람을 안 쟀음. 기상동 풍속계는 자국 밭에서 200미터 떨어져 있음. 그럴듯한 것을 판정 칸에 적으면 다음 사람이 먼저 그것을 읽고 자리를 잡음. 짐작 칸에 따로 적음. 판정 칸과 섞지 않음.

이 칸을 닫음. 계속 재지만 이 칸에서는 더 안 셈. 판정일을 미리 정해 지켰고 판정했음. 다음 판정일을 또 정하면 계속 보는 것이 됨. 계속 보면 넘는 날이 옴. 판정을 여러 번 하면 그중 한 번은 그냥 넘은 날임. 한 번 판정하면 그 자료는 다 쓴 것임. 다음 판정은 새 자료로만 함. 열째 점을 새 시작점으로 적음. 아홉 날 뒤에 다시 봄. 그동안 판정 안 함.」

재혁이 핀 통을 들고 3번 자국으로 갔다.

점검일이었다. 사흘 주기로 셋째였다.

자를 핀 바깥에 댔다. 왼쪽이 6밀리였고 오른쪽이 4밀리였다.

핀 사이가 52였다.

“3번이 62입니다. 어제 60이었습니다. 차가 2입니다.”

재혁이 1번과 7번으로 걸어갔다.

1번이 54였다. 7번이 55였다.

“1번이 2, 7번이 1입니다.”

서진이 따라와 섰다.

“셋이 2, 2, 1이네.”

“2, 2, 1입니다. 셋이 같은 날이 끊겼습니다.”

재혁이 3번으로 돌아왔다.

핀 밑동에 쪼그려 앉았다. 턱을 봤다.

자를 세워 턱 깊이를 쟀다.

4밀리였다.

“선생님.”

“왜.”

“핀 밑동 턱이 4입니다.”

서진이 와서 봤다.

“전에 얼마였어.”

재혁이 수첩을 넘겼다.

“26일에 2였습니다. 23일에 1이었습니다.”

“1, 2, 4네.”

“1, 2, 4입니다.”

재혁이 핀을 손으로 잡아 봤다. 흔들리지 않았다.

핀 머리에서 눈 표면까지를 쟀다.

“핀이 나와 있는 길이가 86입니다.”

“처음에 얼마였어.”

재혁이 손을 멈췄다.

“안 쟀습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서진이 먼저 말했다.

“처음에 안 쟀으면 가라앉았는지 모르잖아.”

“모릅니다. 턱이 깊어진 것만 봅니다.”

재혁이 턱을 손으로 짚었다.

“턱이 깊어지는 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핀이 내려갔거나 핀 옆 눈이 꺼졌거나입니다.”

“둘이 다른 거야?”

“다릅니다. 핀이 내려가면 핀 머리 높이가 낮아집니다. 눈이 꺼지면 핀은 그대로고 옆이 낮아집니다.”

“그럼 어느 쪽인지 알아보면.”

“알아보려면 처음 길이가 있어야 합니다. 없습니다.”

서진이 핀을 봤다.

“그럼 아무것도 못 하네.”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하나는 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를 대는 높이가 낮아집니다.”

재혁이 자국 단면을 손으로 그렸다.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모양이었다.

“자국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래로 갈수록 좁습니다.”

서진이 손을 따라 봤다.

“낮은 데서 재면 좁게 나오고.”

“좁게 나옵니다. 그러면 폭이 작게 읽힙니다.”

재혁이 수첩에 세 수를 적었다.

“3번 하루 차가 2였습니다. 작게 읽히고 있었으면 실제로는 2보다 큽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안전한 쪽이네.”

“안전한 쪽입니다. 오늘 막대하고 같은 꼴입니다.”

재혁이 손을 멈췄다.

“그런데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뭐.”

“막대는 흩어짐이었고 이건 치우침입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그 둘이 뭐가 다른데.”

재혁이 두 칸을 그었다.

“흩어짐은 여러 번 재면 작아집니다. 치우침은 여러 번 재도 안 작아집니다.”

“왜.”

“흩어짐은 어떤 날은 크게 어떤 날은 작게 나옵니다. 더하면 서로 지워집니다.”

재혁이 한쪽 칸에 화살표를 여러 방향으로 그었다. 다른 칸에는 같은 방향으로 여러 개를 그었다.

“치우침은 날마다 같은 쪽으로 틀립니다. 더해도 안 지워집니다.”

서진이 두 칸을 봤다.

“그럼 핀을 박아서 자를 줄인 게.”

재혁이 고개를 들었다.

“자가 1.6에서 0.7로 줄었습니다. 그건 흩어짐만 줄인 겁니다.”

“치우침은.”

“핀을 박으면서 생겼습니다. 줄인 게 아니라 하나 만든 겁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흩어짐을 줄이려고 치우침을 만들었네.”

“만들었습니다. 흩어짐이 작은 자는 치우침을 못 막습니다.”

재혁이 수첩에 세로로 두 칸을 긋고 칸 머리를 적었다.

「흩어짐」과 「치우침」이었다.

“여태 한 칸에 적었습니다. 자가 0.7이라고만 적었습니다.”

서진이 종이를 봤다.

“그럼 0.7은 뭐야.”

“흩어짐 칸의 0.7입니다. 치우침 칸은 「방향 작게, 크기 모름」입니다.”

재혁이 1번과 7번 쪽을 봤다.

“선생님. 오늘 핀을 꽂을지 정하는 날입니다.”

서진이 두 자국을 봤다.

“1번하고 7번이지.”

“그렇습니다. 꽂으면 자가 1.6에서 0.7로 줄어듭니다.”

“줄면 좋은 거 아냐.”

“좋습니다. 그런데 치우침이 둘 더 생깁니다.”

서진이 팔짱을 끼었다.

“그럼 안 꽂아?”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하나만 꽂겠습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하나만?”

“1번에 꽂고 7번은 안 꽂겠습니다.”

“왜 하나만 해.”

재혁이 세 자국을 차례로 가리켰다.

“셋을 다 꽂으면 셋이 다 핀 자국입니다. 그러면 핀을 꽂은 게 어떤 일을 하는지 볼 데가 없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3번이 이미 핀이잖아.”

“3번 하나뿐입니다. 하나로는 못 봅니다. 1번을 꽂으면 핀 있는 게 둘이 됩니다.”

“7번은 계속 자가 크고.”

“큽니다. 7번은 끝까지 1.6입니다.”

재혁이 손을 내렸다.

“그 대신 7번에는 핀 치우침이 없습니다.”

서진이 세 자국을 둘러봤다.

“어제 눈 자리를 셋으로 갈랐잖아. 지킨 쪽, 돌린 쪽, 비운 쪽.”

“갈랐습니다.”

“똑같네.”

재혁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똑같습니다. 셋을 다 좋게 만들면 좋아진 까닭을 못 봅니다.”

재혁이 핀 통에서 핀 둘을 꺼냈다. 1번 자국 양쪽에 박았다.

박기 전에 자를 세워 핀 머리에서 눈 표면까지를 쟀다. 둘 다 112밀리였다.

수첩에 적었다.

“선생님. 이건 적어 두겠습니다.”

서진이 봤다.

“3번에서 안 적은 거.”

“안 적어서 오늘 모릅니다. 1번은 날마다 적겠습니다.”

재혁이 핀 밖으로 나온 길이에 칸을 하나 만들었다.

칸 머리에 「가라앉음」이라고 적었다.

“이 칸이 줄면 핀이 내려간 겁니다. 안 줄고 턱만 깊어지면 옆 눈이 꺼진 겁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둘이 갈리네.”

“갈립니다. 3번은 못 갈랐고 1번은 갈립니다.”

재혁이 1번 자국을 쟀다. 핀 사이가 46이었고 핀 밖이 왼쪽 5, 오른쪽 3이었다.

54였다.

“핀으로 잰 것도 54입니다. 핀 없이 잰 것도 54였습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같네.”

“같습니다. 같은 걸 다른 자로 잰 겁니다.”

재혁이 1번 칸에 가로로 금을 그었다.

“오늘부터 1번은 다른 칸입니다. 핀 전이 넷째 점까지고 핀 후가 오늘부터입니다.”

“같은 54인데 칸을 나눠?”

“나눕니다. 자가 다릅니다. 자가 다르면 같은 수가 다른 뜻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폭 다섯째 점. 핀 기준 넷째 날. 점검일(사흘 주기 셋째).

3번: 핀 사이 52 / 핀 밖 왼 6 오른 4. 합 62. 어제 60. 차 2. 1번: 54(핀 전 마지막 값). 어제 52. 차 2. / 7번: 55. 어제 54. 차 1. 하루 차 2 / 2 / 1. 셋이 같은 날 끊김(10/26, 10/28 둘로 끝).

핀 밑동 턱 4밀리(10/23 1, 10/26 2, 10/29 4). 핀은 흔들리지 않음. 핀 머리에서 눈 표면까지 86밀리. 처음 길이를 안 쟀으므로 가라앉았는지 모름. 턱이 깊어지는 까닭 둘: 핀이 내려감 / 핀 옆 눈이 꺼짐. 둘이 다르고 지금은 못 가름. 가르려면 처음 길이가 있어야 함. 없음.

어느 쪽이든 자를 대는 높이가 낮아짐. 자국 단면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음. 낮은 데서 재면 좁게 읽힘. 그러므로 3번 폭은 작게 읽히고 있음. 3번 하루 차 2는 실제로 2 이상임. 치우침 방향이 결론과 반대 쪽임(오늘 막대와 같은 꼴).

다른 점: 막대는 흩어짐이고 이것은 치우침임. 흩어짐은 날마다 다른 쪽으로 틀려 여러 번 재면 서로 지워지고 작아짐. 치우침은 날마다 같은 쪽으로 틀려 여러 번 재도 안 지워지고 안 작아짐. 핀을 박아 자를 1.6 → 0.7로 줄인 것은 흩어짐만 줄인 것임. 핀을 박으면서 치우침이 하나 생김. 줄인 것이 아니고 하나 만든 것임. 흩어짐이 작은 자는 치우침을 못 막음. 칸을 둘로 나눔: 「흩어짐」 0.7 / 「치우침」 방향 작게·크기 모름. 여태 한 칸에 0.7만 적었음.

핀 꽂을지 정하는 날. 1번에 꽂음. 7번은 안 꽂음. 셋을 다 꽂으면 핀이 하는 일을 볼 데가 없음. 3번 하나로는 못 봄. 1번을 꽂아 둘로 만듦. 7번은 끝까지 자가 1.6임. 그 대신 7번에는 핀 치우침이 없음. 어제 눈 자리를 지킨 쪽·돌린 쪽·비운 쪽 셋으로 가른 것과 같은 꼴임. 셋을 다 좋게 만들면 좋아진 까닭을 못 봄.

1번 핀 박기 전에 핀 머리에서 눈 표면까지를 쟀음. 양쪽 다 112밀리. 「가라앉음」 칸을 둠. 이 칸이 줄면 핀이 내려간 것이고, 안 줄고 턱만 깊어지면 옆 눈이 꺼진 것임. 3번은 못 가르고 1번은 가름. 3번에서 안 적어 오늘 모르게 된 것을 1번에서는 적음.

1번 핀 기준 값 54(핀 사이 46 + 핀 밖 왼 5 오른 3). 핀 없이 잰 값도 54였음. 같은 수인데 자가 다름. 1번은 오늘부터 다른 칸임. 핀 전 넷째 점까지 / 핀 후 오늘부터. 자가 다르면 같은 수가 다른 뜻임(10/28에 적은 그대로).

막대: 오늘부터 같은 날 같은 막대를 세 번씩 읽어 읽기 몫을 따로 잼. 첫날 없음(내일부터). 램 오늘 안 잼. 닷새 주기이므로 셋째 점 11/2. 그날 지킨 반과 돌린 반 둘을 견줌.」

점심 전에 재혁이 가장자리 고도를 쟀다.

가장자리가 23이었고 가운데 대조 자리가 21이었다.

“차가 2입니다. 여섯째 값입니다.”

“1, 1, 2, 0, 1, 2네.”

“그렇습니다. 평균이 1.17입니다. 어제 1.0이었습니다.”

재혁이 셈을 했다.

“한 값의 자가 2.0이니까 평균의 자가 0.82입니다. 1.4배입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어제 1.1이었지.”

“1.1이었습니다. 오늘 1.4입니다.”

“이번엔 평균도 올라갔네.”

“올라갔습니다. 어제는 평균이 그대로고 자만 줄었습니다.”

재혁이 두 칸을 폈다. 어제 만든 칸이었다.

“오늘은 두 칸에 다 적을 게 있습니다. 평균이 1.0에서 1.17로 올라갔고 자가 0.89에서 0.82로 줄었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이 커지기도 하고 더 믿게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제 칸을 안 나눴으면 오늘 1.4만 보고 일이 커진 줄 알았을 겁니다.”

재혁이 적었다.

「가장자리 여섯째 값. 가장자리 23 / 가운데 21. 차 2. 여섯 값 1 / 1 / 2 / 0 / 1 / 2. 평균 1.17(어제 1.0). 한 값의 자 2.0. 평균의 자 2.0÷√6 = 0.82(어제 0.89). 배수 1.4(어제 1.1). 못 가름. 판정일 11월 5일 그대로.

어제 만든 두 칸에 오늘 둘 다 적힘. 평균 1.0 → 1.17(일이 커짐) / 자 0.89 → 0.82(더 믿게 됨). 어제 칸을 안 나눴으면 오늘 1.4만 보고 일이 커진 줄 읽었을 것임.

눈굴 안 들어감 둘째 날. ㄴ 중간 읽기 10/30(읽기만, 리셋 안 함). ㄴ 값 11/2. 롤러 돌린 반만 돌림 둘째 날. 지킨 반 안 건드림. 비운 한 자 안 건드림. 토막 0. 밀린 양 4(어제 3). 재고 8. 사람 0 셋째 날. 다음 편 11/3.」

3. 백에 넷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통 번호를 확인했다. 안 잘린 통은 392일째였다. 잘린 통은 스무이레째였다.

은재가 종이 여섯 장을 꺼냈다. 1, 1, 2, 2, 3, 3이었다.

여섯 장을 접어 봉투에 넣고 흔들었다.

“선생님. 오늘부터 묶음입니다.”

경옥이 봉투를 봤다.

“여섯 날짜.”

“여섯 날입니다. 날마다 한 장 뽑습니다. 여섯 날이 지나면 통마다 두 번이 됩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뽑아.”

은재가 한 장 뽑았다. 1이었다.

“1번을 선생님이 읽으십니다.”

봉투에 남은 다섯 장을 다시 흔들어 접어 두었다.

둘째 봉투에서 순서를 뽑았다. 3-2-1이었다.

은재가 3번을 올렸다. 0.43이었다. 적어서 접었다.

2번을 올렸다. 0.44였다. 적어서 접었다.

1번 차례에 은재가 뒤로 물러섰다. 경옥이 통을 올리고 저울을 읽었다.

0.46이었다.

경옥이 적어서 접었다.

“내 건 오늘 보고.”

“보십니다. 1번 평소가 0.46쯤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차가 없네.”

“0.00입니다. 자 안입니다. 다시 안 잽니다.”

경옥이 종이 셋을 봉투에 넣고 날짜를 적었다. 11월 1일이었다.

은재가 「못 막은 것」 종이를 꺼냈다. 넷째 줄 자리를 비워 두었다.

“오늘은 안 적습니다. 다섯째 날까지는 안 알려집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여섯째 날에 적고.”

“적습니다. 11월 3일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9일. 묶음 무작위 첫날. 종이 여섯(1·1·2·2·3·3)을 봉투에 넣고 날마다 한 장 뽑음. 오늘 뽑힌 것 1. 경옥이 읽을 통 1번. 남은 다섯 장은 접어 봉투에 둠. 순서 봉투 3-2-1. 3번 0.43(은재) / 2번 0.44(은재) / 1번 0.46(경옥). 셋을 봉투에 넣음. 합 안 셈. 개봉 11/1(경옥만). 경옥이 읽은 1번 0.46만 그날 봄. 평소 0.46쯤. 차 0.00. 자 0.031 안. 다시 안 잼.

여섯째 날은 11월 3일임. 그날 「못 막은 것」 넷째 줄에 적음. 오늘은 안 적음. 다섯째 날까지는 안 알려지므로 미리 적을 것이 없음. 미리 적으면 그날의 칸을 미리 채우는 것이 됨(10/28에 적은 그대로).」

열 시에 은재가 빈 통을 꺼냈다.

쇠를 올렸다. 어제 정한 대로였다.

저울에 올려 무게를 맞췄다. 든 통과 같아질 때까지 쇠를 더하고 뺐다.

“맞췄습니다. 0.456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셋째 자리까지 나오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저울 표시를 봤다. 숫자가 셋째 자리까지 있었다.

“선생님. 저울이 셋째 자리까지 보여 줍니다.”

경옥이 다가왔다.

“그거야 처음부터 그랬지.”

“그랬습니다. 제가 두 자리로만 적었습니다.”

은재가 수첩을 넘겼다. 0.45, 0.46, 0.42, 0.43, 0.44가 줄줄이 있었다.

“스무날 넘게 두 자리로 적었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왜 그랬어.”

“앞사람 표가 두 자리였습니다. 그대로 따라 적었습니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그러면 셋째 자리는 제가 버린 겁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버린 게 큰 거야?”

은재가 셈을 했다.

“두 자리로 적으면 반올림으로 0.005씩 어긋납니다. 하루 수의 자가 0.031입니다.”

“작네.”

“작습니다. 그런데 오늘 재려는 게 읽는 몫입니다. 읽는 몫은 작은 수입니다.”

은재가 두 수를 적었다.

“작은 걸 재는데 자를 두 자리로 쓰면 재려는 게 눈금 안에 들어갑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세 자리로 적고.”

“세 자리로 적겠습니다. 어제까지 두 자리로 적은 것은 안 고칩니다. 지금 없는 자리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은재가 쇠 올린 빈 통을 저울에 올렸다.

한 번만 올렸다. 내리지 않았다.

연달아 다섯 번 읽었다.

0.450이었다.

0.454였다.

0.457이었다.

0.460이었다.

0.466이었다.

은재가 다섯 수를 적고 한참 봤다.

경옥이 옆에서 봤다.

“올라가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올라갑니다. 다섯 번이 다 올라갔습니다.”

“무게가 늘었어?”

“안 늘었습니다. 안 내리고 안 올렸습니다. 같은 걸 다섯 번 읽었습니다.”

은재가 흩어짐을 셈했다.

“흩어짐이 0.006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그럼 읽는 몫이 0.006이네.”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적으면 틀립니다.”

“왜.”

은재가 다섯 수에 화살표를 그었다. 한 방향이었다.

“흩어짐은 값이 아무 쪽으로나 흔들릴 때 쓰는 수입니다. 이건 한 쪽으로만 갔습니다.”

경옥이 화살표를 봤다.

“그게 다른 거야?”

“다릅니다. 아무 쪽으로나 흔들리면 여러 번 읽어 평균을 내면 작아집니다.”

“한 쪽으로만 가면.”

“평균을 내도 안 작아집니다. 언제 읽었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은재가 첫 수와 끝 수를 짚었다.

“처음이 0.450이고 끝이 0.466입니다. 차가 0.016입니다.”

경옥이 두 수를 봤다.

“0.006보다 크네.”

“세 배쯤입니다. 흩어짐으로만 적으면 세 배를 버립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다섯 수가 다 한 방향으로 갈 일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 보겠습니다.”

연필이 종이를 긁었다.

“다섯을 늘어놓는 방법이 백스물입니다. 그중 오르는 순서는 하나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리는 것도 하나고.”

“하나입니다. 둘을 더하면 예순에 한 번입니다.”

“드물네.”

“드뭅니다. 그래서 흔들린 게 아니라고 적겠습니다.”

경옥이 저울을 봤다.

“그럼 왜 올라가.”

은재가 통에 손을 대 봤다. 장갑을 벗고 손등을 가까이 댔다.

“선생님. 통이 방보다 따뜻합니다.”

경옥이 손을 대 봤다.

“내가 꺼낼 때 잡았으니까.”

“잡으셨습니다. 저도 쇠를 올리면서 만졌습니다.”

은재가 저울 접시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따뜻한 게 올라가 있으면 그 위로 공기가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공기가 접시를 들어 올립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공기가 저울을 들어?”

“조금 듭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힙니다.”

은재가 다섯 수를 짚었다.

“식으면 올라가는 힘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들어 올리는 게 줄어서 값이 올라갑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무게가 아니고 바람이었네.”

“바람입니다. 아주 작은 바람입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그러면 하루 수도 이 자리에서 읽은 겁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어떻게.”

“하루 수는 올리고 한 번 읽습니다. 올린 뒤 몇 초에 읽는지를 제가 정한 적이 없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빨리 읽을 때도 있고 늦게 읽을 때도 있었겠네.”

“있었습니다. 그러면 하루 수 안에 기다린 시간이 섞여 들어갑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언제 읽는지를 안 정하면 읽는 몫을 재는 게 아니라 기다린 몫을 재는 겁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해.”

“올린 뒤 60초에 읽겠습니다. 오늘부터입니다.”

“왜 60초야.”

은재가 다섯 수를 봤다.

“다섯 번 읽는 데 4분 걸렸습니다. 넷째 수가 3분쯤이고 거기서 거의 안 움직였습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지금 60초로 정하는 건 짧은 쪽입니다. 180초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180초로 해.”

“180초면 하루에 9분 더 듭니다. 통 셋이니까요.”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그리고 180초를 기다려도 끝이 있는지 모릅니다. 더 기다리면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경옥이 팔짱을 끼었다.

“끝이 없으면 아무 때나 정하는 거고.”

“아무 때나는 아닙니다. 어디서 정했는지를 적으면 됩니다.”

은재가 적었다.

「올린 뒤 60초에 읽음. 10/29부터. 까닭은 넷째 수 자리가 거의 안 움직였기 때문. 끝이 있는지는 모름. 180초가 나을 수 있으나 하루 9분이 더 듦. 60초로 정한 날짜를 적어 둠. 고칠 때는 고친 날짜를 적음.」

은재가 하루 수의 자를 꺼냈다. 0.031이었다.

읽는 몫 0.006을 옆에 적었다.

“선생님. 둘을 견주겠습니다.”

“작은 쪽이 읽는 몫이고.”

“작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작은지를 그냥 나누면 안 됩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왜.”

은재가 두 수를 제곱해서 적었다.

“어긋남은 더할 때 제곱해서 더합니다. 그러니까 몫을 볼 때도 제곱으로 봐야 합니다.”

연필이 종이를 긁었다.

“0.006의 제곱이 0.000036입니다. 0.031의 제곱이 0.000961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나누면.”

“0.037입니다. 백에 넷쯤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백에 넷.”

“백에 넷입니다. 전체 어긋남 중에 읽는 몫이 백에 넷입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그러면 읽는 몫을 다 없애도 전체가 0.031에서 0.0304로 줄어듭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거의 안 줄네.”

“거의 안 줍니다. 읽는 몫을 줄이려고 저울을 바꾸면 백에 넷을 줄이려고 전부를 바꾸는 겁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제곱으로 들어가니까 작은 건 더 작아집니다. 제가 줄여야 하는 건 제일 큰 겁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제일 큰 게 뭐야.”

은재가 손을 멈췄다.

“모릅니다. 내일 재는 게 올리고 내리는 몫입니다. 그게 클 것 같습니다.”

“같은 거 아니었어?”

“다릅니다. 오늘은 한 번 올려놓고 다섯 번 읽었습니다. 내일은 다섯 번 올리고 내립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려놓는 자리가 날마다 조금씩 다르고.”

“다릅니다. 접시 가운데에 놓을 때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놓을 때가 다릅니다.”

은재가 적었다.

「저울 자 쪼개기 첫날(읽는 몫). 쇠 올린 빈 통. 한 번 올리고 안 내림. 연달아 다섯 번 읽음. 0.450 / 0.454 / 0.457 / 0.460 / 0.466. 4분 걸림. 흩어짐 0.006.

저울이 셋째 자리까지 보여 줌. 여태 두 자리로만 적었음. 앞사람 표가 두 자리여서 그대로 따라 적었음. 셋째 자리를 스무날 넘게 버렸음. 두 자리로 적으면 반올림으로 0.005씩 어긋남. 하루 수의 자 0.031에 비하면 작으나 오늘 재려는 읽는 몫은 작은 수이므로 재려는 것이 눈금 안에 들어감. 10/29부터 세 자리로 적음. 어제까지 두 자리로 적은 것은 안 고침. 없는 자리를 지금 만들 수 없음.

새로 봄: 다섯 수가 한 방향으로만 올라감. 그러므로 「흩어짐」으로 적으면 틀림. 흩어짐은 값이 아무 쪽으로나 흔들릴 때 쓰는 수임. 아무 쪽으로나 흔들리면 여러 번 읽어 평균을 내면 작아짐. 한 쪽으로만 가면 평균을 내도 안 작아지고 언제 읽었는지가 값을 정함. 첫 수와 끝 수 차 0.016. 흩어짐 0.006의 세 배쯤. 흩어짐으로만 적으면 세 배를 버림. 다섯 수가 다 한 방향으로 갈 일은 백스물 중 둘(오름 하나·내림 하나) = 예순에 한 번. 드뭄. 그러므로 흔들린 것이 아니라 흐른 것임. 「흔들림」 0.006 / 「흐름」 0.016(4분)으로 두 칸에 적음.

까닭: 통이 방보다 따뜻함. 꺼낼 때 손으로 잡았고 쇠를 올리며 만졌음. 따뜻한 것이 올라가 있으면 그 위로 공기가 올라가고 올라가는 공기가 접시를 조금 들어 올림. 그래서 가볍게 읽힘. 식으면 들어 올리는 힘이 줄어 값이 올라감. 무게가 아니고 아주 작은 바람임.

그러므로 하루 수도 이 자리에서 읽은 것임. 올린 뒤 몇 초에 읽는지를 정한 적이 없음. 언제 읽는지를 정하지 않으면 읽는 몫을 재는 것이 아니고 기다린 몫을 재는 것임. 고침: 올린 뒤 60초에 읽음. 10/29부터. 까닭은 넷째 수(3분쯤) 자리에서 거의 안 움직였기 때문. 180초가 나을 수 있으나 통 셋이면 하루 9분이 더 듦. 더 기다려도 끝이 있는지는 모름. 아무 때나 정한 것은 아니고 어디서 정했는지를 적음. 고칠 때는 고친 날짜를 적음.

읽는 몫과 하루 수의 자를 견줌. 그냥 나누지 않고 제곱으로 봄. 어긋남은 더할 때 제곱해서 더하므로 몫도 제곱으로 봄. 0.006² = 0.000036. 0.031² = 0.000961. 몫 0.037. 백에 넷쯤. 읽는 몫을 다 없애도 전체는 0.031 → 0.0304. 거의 안 줄음. 읽는 몫을 줄이려고 저울을 바꾸면 백에 넷을 줄이려고 전부를 바꾸는 것임. 제곱으로 들어가므로 작은 것은 더 작아짐. 줄일 것은 제일 큰 것임. 제일 큰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름. 10/30에 올리고 내리는 몫을 잼. 오늘은 한 번 올려 다섯 번 읽었고 내일은 다섯 번 올리고 내림. 올려놓는 자리가 날마다 조금씩 다름.

안 잘린 통 392일째. 잘린 통 스무이레째.」

4. 넷째가 화요일

열한 시에 둘이 선반 끝으로 갔다.

은재가 쪽지 셋을 봉투에서 뽑았다. 사흘 묶음 첫날이었다.

배치가 나왔다. 왼쪽에 매듭 둘, 가운데에 매듭 하나, 오른쪽에 매듭 셋이었다.

실 셋을 옮겨 걸고 사진기를 들었다. 종이 각도기를 사진 위에 댔다.

“왼쪽 2도, 가운데 2도, 오른쪽 4도입니다.”

경옥이 세 실을 봤다.

“오른쪽이 1등이네.”

“1등입니다. 매듭 셋입니다.”

은재가 네모 아홉을 그린 종이를 꺼냈다. 둘째 점을 셋 찍었다.

“둘째 점이 든 칸이 셋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아홉 중에 셋.”

“셋입니다. 사흘 뒤에 아홉이 다 둘이 됩니다.”

은재가 1등 기록을 폈다. 여섯 번이었다.

“자리로는 가운데 넷, 왼쪽 하나, 오른쪽 하나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가운데가 아직 넷이고.”

“넷입니다. 어제도 넷이었습니다. 오늘 오른쪽이 하나 생겼습니다.”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췄다.

왼쪽과 가운데를 다시 봤다. 둘 다 2도였다.

“선생님. 왼쪽하고 가운데가 같습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같으면.”

“2등이 둘입니다. 오늘은 1등이 하나니까 넘어갑니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그런데 1등이 둘일 수도 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둘이면 어떻게 세.”

은재가 손을 멈췄다.

“안 정했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여섯 날을 세면서 안 정했어?”

“안 정했습니다. 여섯 날 동안 한 번도 안 나왔습니다.”

은재가 종이에 세 칸을 그었다.

“안 나오면 안 보입니다. 안 보이면 안 정합니다.”

“그럼 오늘 정해.”

“정하겠습니다. 오늘 정하는 게 맞습니다. 나온 날에 정하면 그날 수를 보고 정하는 겁니다.”

은재가 규칙을 적었다.

「1등이 둘이면 둘에 0.5씩 매김. 「동점」 칸에 그날을 적음. 1등 횟수와 동점 횟수를 따로 셈. 10/29에 정함. 아직 안 나왔음.」

경옥이 그 줄을 봤다.

“안 나온 걸 미리 정하네.”

“미리 정합니다. 나온 날에 정하면 제가 고르는 게 됩니다.”

은재가 1등 기록을 다시 봤다.

한참 봤다.

“선생님.”

“또 뭐.”

“1등을 세는 게 약한 것 같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왜.”

은재가 오늘 세 수를 짚었다.

“1등이 4도고 2등이 2도입니다. 차가 2입니다.”

“그게.”

“읽기 자가 ±3도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차가 자 안이네.”

“자 안입니다. 그러면 오늘 1등은 1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그런데 제 종이에는 1등으로 적힙니다. 차가 0.1도여도 1등으로 적히고 차가 10도여도 1등으로 적힙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1등이 아니네.”

“아닙니다. 순위를 매기는 일은 자를 안 묻습니다.”

은재가 한 칸을 더 그었다.

“자를 안 물으니까 셈이 쉽습니다. 그 대신 자보다 작은 차도 1등으로 만듭니다.”

경옥이 팔짱을 끼었다.

“그럼 각도를 그냥 적으면 되잖아.”

“적고 있습니다. 각도도 적고 1등도 적습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고치겠습니다. 「차가 자보다 큰 날」 칸을 하나 두겠습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여섯 날 중에 몇이야.”

은재가 수첩을 넘기며 셈했다.

“둘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여섯 중에 둘.”

“둘입니다. 1등 여섯 번 중에 네 번은 차가 자 안이었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실 여덟째 점. 둘째 바퀴 첫날. 사흘 묶음 안에서 배치 셋을 제비로 뽑음. 왼쪽 매듭 둘 2도 / 가운데 매듭 하나 2도 / 오른쪽 매듭 셋 4도. 읽기 자 ±3도. 1등 오른쪽. 네모 아홉 중 둘째 점이 든 칸 셋. 사흘 뒤 아홉 칸이 다 둘이 됨. 판정일 11/1. 1등 누적 여섯 번. 자리: 가운데 넷 / 왼쪽 하나 / 오른쪽 하나.

새로 봄: 왼쪽과 가운데가 같은 2도임. 오늘은 2등 동점이라 넘어가나 1등도 동점일 수 있음. 여섯 날 동안 한 번도 안 나와서 규칙을 안 정했음. 안 나오면 안 보이고 안 보이면 안 정함. 오늘 정함: 1등이 둘이면 둘에 0.5씩 매기고 「동점」 칸에 그날을 적음. 1등 횟수와 동점 횟수를 따로 셈. 나온 날에 정하면 그날 수를 보고 정하는 것이 됨. 아직 안 나왔을 때 정함.

새로 봄: 1등을 세는 셈이 약함. 오늘 1등 4도와 2등 2도의 차가 2이고 읽기 자가 ±3임. 차가 자 안이면 1등이 1등이 아닐 수 있음. 그런데 종이에는 1등으로 적힘. 차가 0.1도여도 1등으로 적히고 차가 10도여도 1등으로 적힘. 같은 1등이 아님. 순위를 매기는 일은 자를 안 묻고, 값을 적는 일은 자를 물음. 자를 안 묻는 셈은 쉬운 대신 자보다 작은 차도 1등으로 만듦. 고침: 「차가 자보다 큰 날」 칸을 둠. 여섯 날 중 둘뿐임. 1등 여섯 번 중 네 번은 차가 자 안이었음. 각도 값은 그대로 적고 1등 횟수도 그대로 셈. 칸을 하나 더 두는 것으로 함.」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짐작 봉투를 꺼냈다. 맹검 열넷째 날이었다.

느낌 종이를 들었다.

선반 쪽을 봤다. 어제는 아무것도 안 떠올랐었다.

오늘은 떠올랐다. 「큼」에 표시하고 확신 칸에 2를 적었다.

규칙 종이를 들었다. 어제까지 내려온 흐름대로 「작음」을 적었다.

둘을 접고 온도계를 봤다.

영하 31.2였다. 어제가 영하 30.9였다.

“내려갔습니다. 규칙이 맞았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은.”

“틀렸습니다. 큼이라고 적었습니다.”

은재가 두 수를 적다가 손을 멈췄다.

규칙 쪽 기록을 넘겼다. 열넷 중 열하나가 맞았다.

한참 봤다.

“선생님.”

“왜.”

“규칙이 너무 잘 맞습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잘 맞으면 좋은 거 아냐.”

은재가 온도 수들을 쭉 적었다.

“열나흘 동안 온도가 거의 계속 내려갔습니다.”

경옥이 수들을 봤다.

“겨울로 가니까.”

“갑니다. 그런데 제 규칙이 「어제 방향 그대로」입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경옥이 먼저 말했다.

“방향이 안 바뀌면 그냥 맞는 거네.”

“그냥 맞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맞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열넷 중 열하나가 맞은 게 제 규칙이 센 게 아닙니다. 방향이 안 바뀐 게 열하나인 겁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럼 뭘 봐야 해.”

“방향이 바뀐 날입니다.”

은재가 수들을 짚어 가며 셌다.

“열나흘 중에 방향이 바뀐 날이 넷입니다.”

“그 넷에서는.”

은재가 손을 멈췄다.

“하나 맞았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넷 중에 하나.”

“넷 중에 하나입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둘쯤입니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놨다.

“그러니까 제 규칙은 바뀐 날에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안 바뀐 날에 공짜로 맞고 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규칙을 바꿔?”

“안 바꿉니다. 바꾸면 전에 적은 열넷을 못 씁니다.”

은재가 두 칸을 그었다.

“대신 셈을 둘로 나누겠습니다. 전체 맞은 수하고 바뀐 날에 맞은 수입니다.”

“느낌 쪽도.”

“느낌 쪽도 나눕니다. 느낌이 규칙을 이기는지 보려면 바뀐 날에서 봐야 합니다.”

은재가 적었다.

「맹검 열넷째. 느낌 「큼」 확신 2(어제 「모름」, 확신 안 적음). 규칙 「작음」. 둘 다 온도계 보기 전에 적고 접음. 온도계 영하 31.2(어제 영하 30.9). 내려감. 규칙 맞음. 느낌 틀림. 봉투는 10/30에 예정대로 뜯음.

새로 봄: 규칙이 열넷 중 열하나 맞았음. 그런데 규칙이 「어제 방향 그대로」임. 열나흘 동안 온도가 거의 계속 내려갔으므로 방향이 안 바뀐 날에는 아무것도 몰라도 맞음. 열하나가 맞은 것은 규칙이 센 것이 아니고 방향이 안 바뀐 날이 열하나인 것임. 안 바뀌는 것을 따라가는 규칙은 공짜로 맞음.

방향이 바뀐 날을 셈: 열나흘 중 넷. 그 넷에서 규칙이 맞은 것은 하나. 아무렇게나 찍어도 둘쯤임. 그러므로 규칙은 바뀐 날에 아무것도 못 함. 규칙을 안 바꿈. 바꾸면 전에 적은 열넷을 못 씀. 셈을 둘로 나눔: 전체 맞은 수(열넷 중 열하나) / 바뀐 날에 맞은 수(넷 중 하나). 느낌 쪽도 같이 나눔. 느낌이 규칙을 이기는지는 바뀐 날에서만 보임. 「방향이 바뀐 날」 칸을 둠. 모름인 장은 느낌 쪽에서 뺌(10/28에 미리 적은 그대로). 뺀 수 하나.」

점심 전에 은재가 전화를 걸었다. 운행일지 전수 넷째 묶음이었다.

제비로 네 날을 뽑아 두었다. 10월 6일, 11일, 15일, 22일이었다.

네 날 다 답이 왔다.

운행이었다. 운행이었다. 안 함이었다. 운행이었다.

은재가 셋째 줄에서 손을 멈췄다.

달력을 폈다.

10월 15일을 짚었다.

“선생님.”

경옥이 돌아봤다.

“왜.”

“15일이 화요일입니다.”

경옥이 달력 쪽으로 왔다.

“목요일이 아니고.”

“아닙니다. 화요일입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경옥이 먼저 말했다.

“어제 목요일이라고 했잖아.”

“했습니다. 「안 함」 셋이 다 목요일이었습니다.”

은재가 네 날을 나란히 적었다.

「10/3 목 안 함 / 10/10 목 안 함 / 10/24 목 안 함 / 10/15 화 안 함」

“넷째가 화요일입니다.”

경옥이 네 줄을 봤다.

“그럼 목요일 얘기는 틀린 거네.”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반만 틀렸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반이 뭐야.”

은재가 종이에 두 줄을 따로 그었다.

“제가 어제 적은 말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하나는 「목요일이면 안 한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안 하면 목요일이다」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같은 말 아냐?”

“다릅니다.”

은재가 첫 줄 아래에 수를 적었다.

“목요일이면 안 한다. 물은 목요일이 셋이고 셋 다 안 했습니다. 이건 안 깨졌습니다.”

둘째 줄 아래에 적었다.

“안 하면 목요일이다. 안 함이 넷이고 그중 셋이 목요일입니다. 이건 깨졌습니다.”

경옥이 두 줄을 봤다.

“하나는 멀쩡하고 하나는 깨졌네.”

“그렇습니다. 두 말에 들어가는 수가 다릅니다.”

은재가 두 칸에 각각 머리를 적었다.

“첫 줄은 목요일을 다 세야 알고, 둘째 줄은 안 함을 다 세야 압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 한 줄로 적었고.”

“한 줄로 적었습니다. 그러면 하나가 깨질 때 둘 다 깨진 것처럼 읽힙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반대도 됩니다. 하나가 멀쩡하면 둘 다 멀쩡한 것처럼 읽힙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게 더 나쁘겠네.”

“더 나쁩니다. 안 깨진 쪽만 보고 넘어갑니다.”

은재가 어제 셈한 수를 꺼냈다. 마흔에 한 번이었다.

다시 셈했다.

“물은 날이 열일곱입니다. 그중 목요일이 셋입니다.”

연필이 종이를 긁었다.

“안 함 넷을 아무렇게나 골랐을 때 그중 셋이 목요일일 건 백일흔에 한 번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어제보다 흔해졌네.”

“흔해졌습니다. 어제는 이백여든여섯에 한 번이었습니다.”

은재가 일곱을 곱해 나눴다.

“요일을 보고 나서 센 거니까 일곱 배 깎습니다. 스물넷에 한 번입니다.”

“어제 마흔이었고.”

“마흔이었습니다. 오늘 스물넷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해졌네.”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주 약해진 건 아닙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어제 제가 다 묻겠다고 했습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요일로 거의 안다고 하고도 다 묻는다고 했지.”

“했습니다. 찾는 게 벗어난 날이라고 적었습니다.”

은재가 15일을 짚었다.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하루 만에.”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어제 그 줄을 안 적고 요일로 끝냈으면 이 날을 안 물었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거의 아는 걸 다 묻는 일이 값을 치르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벗어난 하나가 나올 때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남은 것도 다 물어.”

은재가 남은 칸을 폈다.

적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이 칸이 이상합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뭐가.”

“어제 남은 게 열하나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안 뽑은 날은 아홉입니다.”

“둘이 어디 갔어.”

“10월 5일하고 17일입니다. 뽑혔는데 못 물은 날입니다.”

은재가 세 칸을 그었다.

“제가 그 둘을 남은 칸에 같이 넣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남은 거야 남은 거지.”

“다릅니다. 안 뽑은 날은 제비가 아직 안 집은 날입니다. 못 물은 날은 제비가 집었는데 답이 안 온 날입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그게 왜 달라.”

“안 뽑은 날은 제가 다시 뽑으면 됩니다. 못 물은 날은 다시 걸어야 하고 또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그리고 어제 「남은 열하나에 목요일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게 틀렸습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17일이 목요일이잖아.”

“목요일입니다. 남은 열하나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안 뽑은 아홉에만 없었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칸을 섞어 놔서 틀렸네.”

“섞어 놔서 틀렸습니다. 칸 하나에 두 가지를 넣으면 그 칸으로 한 말이 둘 중 하나에만 맞습니다.”

은재가 칸을 둘로 나눠 다시 그었다.

「안 뽑은 날」과 「두 번째 물음」이었다.

“안 뽑은 날이 다섯이고 두 번째 물음이 둘입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다 더하면.”

“물은 날 열일곱, 안 뽑은 날 다섯, 두 번째 물음 둘입니다. 스무넷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운행일지 전수 넷째 묶음. 제비로 네 날(10/6 일, 10/11 금, 10/15 화, 10/22 화). 답 넷: 운행 / 운행 / 안 함 / 운행. 누적: 물은 날 열일곱. 운행 열셋. 안 함 넷. 두 번째 물음 둘(10/5 토, 10/17 목). 안 뽑은 날 다섯. 합 스무넷.

새로 봄: 「안 함」 넷째가 10/15 화요일임. 목요일이 아님. 어제 적은 요일 말이 반만 틀렸음. 어제 한 줄로 적은 말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음. 들어가는 수가 서로 다름. (가) 「목요일이면 안 한다」 — 물은 목요일 셋 중 셋이 안 함. 안 깨짐. 목요일을 다 세야 앎. (나) 「안 하면 목요일이다」 — 안 함 넷 중 셋이 목요일. 깨짐. 안 함을 다 세야 앎. 여태 한 줄로 적었음. 한 줄이면 하나가 깨질 때 둘 다 깨진 것처럼 읽힘. 반대도 됨. 하나가 멀쩡하면 둘 다 멀쩡한 것처럼 읽히고, 그것이 더 나쁨(안 깨진 쪽만 보고 넘어감). 두 칸으로 나눠 적음. 칸 머리에 각각 무엇을 다 세야 하는지를 적음.

드문 정도 다시 셈: 물은 날 열일곱 중 목요일 셋. 안 함 넷을 아무렇게나 골랐을 때 그중 셋이 목요일일 것은 백일흔에 한 번(어제 이백여든여섯에 한 번). 요일을 보고 나서 센 것이므로 일곱 배 깎아 스물넷에 한 번(어제 마흔에 한 번). 약해짐. 아주 약해진 것은 아님.

어제 「요일로 거의 알 수 있으나 찾는 것은 벗어난 날이므로 다 묻는다」고 적었음. 벗어난 날이 하루 만에 나왔음. 어제 그 줄을 안 적고 요일로 끝냈으면 10/15를 안 물었음. 거의 아는 것을 다 묻는 일이 값을 치르는 자리는 벗어난 하나가 나오는 날임.

칸 고침: 어제 「남은 열하나」라고 적은 칸에 두 가지가 섞여 있었음. 안 뽑은 날(제비가 아직 안 집음)과 못 물은 날(제비가 집었으나 답이 안 옴)은 다름. 안 뽑은 날은 다시 뽑으면 되고 못 물은 날은 다시 걸어야 하며 또 못 받을 수 있음. 그래서 어제 「남은 열하나에 목요일이 없다」고 적은 것이 틀렸음. 10/17이 그 안에 있었음. 안 뽑은 아홉에만 없었음. 칸 하나에 두 가지를 넣으면 그 칸으로 한 말이 둘 중 하나에만 맞음. 「안 뽑은 날」 다섯 / 「두 번째 물음」 둘로 나눠 적음.」

점심 뒤에 은재가 칸 머리 종이를 세었다.

어제 스물다섯이었다.

“여섯 늘고 하나 닫았습니다. 서른입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여섯.”

“흐름, 동점, 차가 자보다 큰 날, 방향이 바뀐 날, 두 방향, 두 번째 물음입니다.”

“닫은 건.”

“아홉 칸 채우기입니다. 둘째 바퀴로 바뀌었으니까 셀 일이 없어졌습니다.”

경옥이 수를 봤다.

“하루에 여섯이면 많네.”

“제일 많습니다. 사흘 전에 셋, 어제 셋, 오늘 여섯입니다.”

은재가 손을 멈췄다.

종이를 한참 봤다.

“선생님. 칸이 많이 는 날이 어떤 날인지 보겠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어떤 날이야.”

은재가 오늘 적은 것들을 짚었다.

“오늘 늘어난 여섯 중에 다섯이 제가 틀린 걸 찾아서 생겼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름도 틀린 거고 두 방향도 틀린 거고.”

“틀린 겁니다. 어제까지 제가 잘못 적고 있던 걸 오늘 찾았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그러니까 칸 수는 제가 아는 양이 아닙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그럼 뭐야.”

은재가 연필로 숫자 서른을 짚었다.

“제가 틀린 양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칸이 많으면 많이 틀렸다는 거네.”

“많이 틀렸고 많이 찾은 겁니다. 둘이 같은 수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칸 수 셈 넷째 날. 칸 머리 종이 서른(어제 스물다섯). 늘어난 여섯: 흐름 / 동점 / 차가 자보다 큰 날 / 방향이 바뀐 날 / 두 방향 / 두 번째 물음. 닫은 하나: 아홉 칸 채우기(둘째 바퀴로 바뀌어 셀 일 없음). 사흘 전 셋, 어제 셋, 오늘 여섯. 오늘이 제일 많음.

새로 봄: 오늘 늘어난 여섯 중 다섯이 내가 틀린 것을 찾아서 생긴 칸임. 그러므로 칸 수는 내가 아는 양이 아니고 내가 틀린 양임. 칸이 많이 는 날은 많이 틀린 날이고 많이 찾은 날임. 둘이 같은 수임. 칸 수 옆에 「틀려서 생긴 칸」 수를 따로 적음. 오늘 다섯.

칸마다 자를 적는 일 열나흘째.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 스무엿새째. 「봄」도 스무엿새째.」

5. 세 번 멈춤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정한은 수첩을 펴고 험 칸 앞에 앉았다.

「기계 없음, 이레째.」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 칸에도 같은 것을 적고 「이레째」를 달았다.

오른쪽 선반에 하나 남아 있었다. 3번이었다.

정한은 3번을 내려 받침대에 올렸다.

옆면에 선이 둘이었다.

플랜지를 끼우고 테이프 끝을 걸었다. 레벨을 맞췄다.

돌렸다.

십일 분쯤 지나서 정한이 눈금을 봤다.

레벨이 내려가 있었다. 0.5쯤이었다.

정한은 기계를 세웠다.

테이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걸린 데가 없었다.

헤드를 봤다.

갈색 가루가 얇게 앉아 있었다. 가이드에도 띠가 생겨 있었다.

정한은 면봉을 꺼내 닦았다. 열다섯 분이 걸렸다.

다시 걸고 레벨을 봤다.

돌아와 있었다.

정한은 수첩을 폈다.

「10/9 3번. 십일 분에 레벨 0.5 내려감. 테이프에 걸린 데 없음. 헤드에 갈색 가루가 앉아 있었음. 가이드에 띠. 닦으니 레벨이 돌아옴.

까닭: 붙이는 것이 삭아서 가루가 떨어짐. 떨어진 가루가 헤드와 가이드에 쌓임. 쌓이면 테이프가 헤드에서 조금 뜸. 뜨면 높은 쪽부터 먼저 떨어지고 전체도 작아짐. 돌리는 동안 가루가 계속 쌓이므로 레벨이 계속 내려감. 한 방향으로만 내려감.

그러므로 이 기울기는 원본의 것이 아님. 쌓인 것 때문임. 방향을 앎. 레벨은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가지 않음. 크기는 모름. 가루가 얼마나 빨리 쌓이는지는 테이프마다 다름.」

정한은 다시 돌렸다.

이십일 분쯤에 또 봤다. 0.6 내려가 있었다.

세우고 닦았다. 열다섯 분이 걸렸다.

레벨이 돌아왔다.

정한은 두 자리의 분과 초를 적었다.

「11분 00초 / 21분 10초.」

그 아래에 적었다.

「닦으면 레벨이 돌아옴. 돌아오는 자리가 단차임. 안 닦으면 기울기가 생기고 닦으면 단차가 생김. 둘 다 생김. 없는 쪽은 없음. 기울기는 천천히 틀리고 단차는 한 자리에서 틀림. 단차 쪽을 고름. 까닭: 단차는 어디인지 알고 기울기는 어디서 얼마인지 모름. 단차 자리의 분과 초를 적음. 적어 두면 뒤에 보는 사람이 그 자리를 건너뛰고 들을 수 있음.」

정한은 다시 돌렸다.

이십팔 분 사십 초쯤에 걸렸다.

받침대를 돌려 그 자리를 봤다.

이음이었다. 옆면에서 안 보이던 자리였다. 감긴 안쪽이었다.

정한은 손을 멈추고 수첩에 먼저 적었다.

「10/9 3번. 옆면에 선 둘. 돌려 보니 이음 셋. 안쪽에 하나 더 있었음. 그러므로 10/9 묶음 이음은 1번 하나, 2번 하나, 3번 셋. 모두 다섯. 어제 「셋 중 셋」은 릴 셋에 다 이음이 있다는 말이었음. 개수는 또 다른 수였음. 릴마다 있다는 것과 몇 개인지는 다른 칸임. 어제 칸 하나로 적었음. 둘로 나눔.」

이음 자리를 조명 아래로 가져왔다.

접착이 삭아서 양쪽이 다 들려 있었다. 어제 2번에서 본 것보다 심했다.

손가락으로 눌러 가며 지나가게 했다. 오십오 분이 걸렸다.

지나가는 동안 소리를 들었다. 그 자리에서 소리가 한 번 멀어졌다.

0.9초쯤이었다.

끊긴 것은 아니었다. 높은 쪽이 빠져 있었다.

지나간 뒤에 정한은 가이드를 봤다.

이음 테이프 한쪽 끝이 떨어져 나와 가이드에 붙어 있었다.

정한은 그것을 떼어 종이에 올려놨다.

손톱만 한 조각이었다.

헤드를 봤다. 갈색 가루가 아까보다 두껍게 앉아 있었다.

정한은 수첩을 폈다.

「이음 자리 0.9초. 끊김 아님. 높은 쪽이 빠짐. 두 겹이라 헤드에서 뜸. 양쪽이 다 들려 있었음. 2번보다 심함. 눌러 지나가게 함. 오십오 분.

지나간 뒤 가이드에 이음 테이프 조각이 붙어 있었음. 떼어 종이에 둠. 손톱만 함. 헤드에 가루가 아까보다 두꺼움.

그러므로 이음 자리를 지나는 일이 가루를 더 만듦. 이음이 많은 릴은 레벨이 더 빨리 내려감. 이음 개수와 레벨 기울기가 따로가 아님. 두 칸에 적되 옆에 금을 그어 이어 둠.」

정한은 세 번째로 닦았다.

이십오 분이 걸렸다. 가이드 띠가 두꺼워서 두 번 닦았다.

다시 걸었다. 레벨이 돌아왔다.

삼십일 분 이십 초까지 돌렸다.

시계를 봤다. 두 시 십 분이었다.

정한은 기계를 세웠다.

플랜지에 손을 올리고 한참 있었다.

남은 길이를 짐작했다. 열여섯 분쯤이었다.

수첩에 두 길을 적었다.

「①오늘 끝까지 함. 안 닦고 돌리면 열여섯 분에 1.0쯤 더 내려감. 기울어진 채로 받음. ②오늘 멈추고 30일에 나머지를 함. 마감이 30일임. 하루 남음. 여유 0.」

정한은 ①쪽을 한참 봤다.

연필로 그 아래에 적었다.

「①을 고르면 뒤쪽 열여섯 분이 기울어진 채로 들어옴. 기울기를 나중에 펼 수 있을 것 같으나 못 함. 펴려면 원본 레벨이 일정했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것을 모름. 녹음할 때 사람이 손잡이를 돌렸을 수도 있음. 그러면 기울기가 원본의 것임. 쌓인 가루 때문인지 사람이 돌린 것인지 못 가름. 그래서 못 폄.

②를 고르면 오늘 멈춘 자리에서 하루를 둠. 멈춘 자리는 헤드에서 떼고 장력을 풀어 둠. 그 자리만 하루 더 눌림. 그것을 적어 둠. 다음 날 다시 걸면 장력과 정렬이 또 조금 달라짐. 그 자리에 단차가 하나 더 생김. 넷째 단차임.

②를 고름. 까닭: 마감까지 하루 남았으므로 오늘 서두를 까닭이 없음. 서두르면 남은 이음을 서둘러 눌러 지나가게 됨. 이음은 서둘러 할 수 없는 자리임. 이 릴은 이음 둘이 양쪽 다 들려 있었으므로 한 번만 돌릴 수 있는 릴임. 둘째임. 한 번만 돌릴 수 있는 것을 서둘러 하면 그 한 번이 서두른 한 번이 됨.

멈춘 자리 31분 20초. 적음. 30일에 그 자리부터 함. 앞쪽을 빨리 되감지 않음. 빨리 감으면 장력이 커져 남은 이음이 떨어짐. 재생 속도로 천천히 감으면 이십 분이 더 듦. 30일에 이십 분을 먼저 뺌. 30일에 남은 것: 되감기 이십 분 + 열여섯 분 옮기기 + 이음 하나 삼십~오십 분 + 닦기 두 번. 셈하면 두 시간 반쯤임. 여유 0이지만 하루 안에 들어감. 안 끝나면 끊긴 분과 초를 적고 멈춤. 중간까지 옮긴 것도 옮긴 것임.」

정한이 받침대를 봤다.

세 번 닦은 자리가 셋이었다. 멈춘 자리가 하나였다.

수첩에 적었다.

「10/9 3번 31분 20초까지 받음. 아홉 시 시작, 두 시 십 분 멈춤. 다섯 시간 십 분(점심 사십 분 뺀 일한 시간 네 시간 삼십 분). 그중 닦기 쉰다섯 분(열다섯·열다섯·스물다섯), 다시 걸고 레벨 맞추기 세 번에 서른 분, 이음 하나 오십오 분, 돌린 시간 삼십일 분 이십 초.

단차 셋: 11분 00초 / 21분 10초 / 31분 20초. 셋 다 내가 만든 자리임. 기울기 셋: 0분11분 −0.5 / 11분21분 −0.6 / 21분~31분 −1.4. 셋째 구간이 큰 까닭은 그 안에 이음이 있었기 때문임.

「옆에 종이가 있어야 하는 파일」 표 셋째 날. 오늘 네 줄. 적는 말: 「28분 40초 이음 자리 0.9초 고역 빠짐. 원본 그대로임.」 「11분 00초·21분 10초·31분 20초 단차. 헤드를 닦은 자리임. 원본에 없던 자리임.」 「구간마다 레벨이 내려가 있음. 쌓인 가루 때문임. 원본 레벨은 모름.」 「31분 20초에서 하루 멈춤. 그 자리가 하루 눌렸음.」

보정본을 만들되 가정을 같이 적음. 가정: 닦은 직후 레벨이 그 구간의 바른 레벨이라고 봄. 구간마다 기울기를 펴서 이음. 그 가정이 틀릴 수 있음(녹음할 때 사람이 손잡이를 돌렸으면 기울기가 원본의 것임). 무보정 원본을 그대로 남김. 보정본은 따로 둠. 옮겨 놓아도 원본은 안 버림.

새로 적음: 원본에 없던 것을 더한 것이 아니고 원본에 있던 것을 덜 받은 것임. 더한 것은 빼면 되고 덜 받은 것은 돌아오지 않음. 이 릴은 한 번만 돌릴 수 있으므로 덜 받은 몫을 다시 받을 데가 없음. 그래서 닦는 횟수를 늘림. 닦으면 단차가 늘고 안 닦으면 덜 받음. 단차는 적어 두면 뒤에 보는 사람이 건너뛸 수 있고 덜 받은 몫은 적어 둬도 못 건너뜀.」

세 시에 정한은 이관 목록을 폈다.

압흔 칸에 「아직 아님, 셋째 날」이라고 적었다. 셈을 시작하는 날이 10월 31일이었다.

세 번째 파일은 회신이 11월 1일쯤이었다. 오늘도 아무것도 안 왔다.

그 칸에 「아직 아님」을 적었다.

짐작 칸은 스물다섯째였다. 다음 판단이 11월 14일이었다.

「안 지나감」은 스물한째였다. 안 보는 날이 열아흐레째였고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열엿새째였다.

정한은 손톱만 한 조각이 놓인 종이를 봤다.

그것을 작은 봉투에 넣고 날짜를 적었다.

마지막 줄을 적었다.

「떨어져 나온 조각을 버리지 않고 봉투에 넣음. 10/29. 이 조각은 소리가 안 들어 있는 조각임. 이음 테이프의 끝이고 녹음된 데가 아님. 그래도 안 버림. 어느 자리에서 떨어졌는지가 적혀 있는 조각임. 버려도 되는 것과 버려도 되는지 모르는 것을 가름. 모르는 쪽은 안 버림.

선반 오른쪽이 비었음. 3번은 받침대에 걸려 있음. 칸은 다섯이 열려 있음.」

6. 둘 걸어 셋

화요일이었다.

하람은 안 가는 날이었다. 다음 방문이 11월 1일이었다.

아침에 하람은 좁게 적기 종이를 꺼냈다. 여섯째 줄 자리였다.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어제 다섯째 줄을 적었고 그날 오후에 깨졌다.

하람은 종이 가장자리에 세로로 칸을 하나 더 그었다.

칸 머리에 적었다.

「셀 수 있는 날수.」

그 아래에 다섯 줄을 차례로 옮겨 적고 옆에 수를 달았다.

「①날마다 셀 수 있음 ②날마다 ③날마다 ④날마다 ⑤날마다.」

다섯 줄이 다 날마다였다.

하람이 여섯째 줄 후보를 셋 적었다.

「㉮어머니는 처음 세 마디 중 하나로 먹은 것을 물으신다. — 가는 날만. 주에 둘쯤. ㉯어머니는 전화를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으신다. — 거는 날만. 주에 넷쯤. ㉰어머니는 다른 길을 말하면 왔던 길로 가자고 하신다. — 길이 갈리는 날만. 드물다.」

하람이 셋을 한참 봤다.

종이를 식탁에 놓고 손을 뗐다.

「셋 다 셀 수 있는 날이 적다.

왜 적은지 알았다. 날마다 셀 수 있는 줄은 먼저 다 적었다. 다섯 줄이 그것이다. 날마다 보이는 것부터 눈에 들어오니까 앞에 적은 줄이 날마다 셀 수 있는 줄이다. 남은 것은 드물게 보이는 것뿐이다. 그래서 뒤에 적는 줄은 다 깨질 기회가 드문 줄이다.

깨질 기회가 드문 줄은 오래 안 깨진다. 오래 안 깨진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뒤에 적은 줄이 저절로 세 보인다. 센 게 아니고 안 시험된 것이다.

어제 다섯째 줄이 열엿새 중 열여섯이었다. 그게 제일 세 보이는 수였다. 그 줄은 날마다 시험됐고 그래서 깨졌다. 깨질 수 있어서 깨졌다. ㉰는 열엿새 동안 세 번쯤밖에 시험되지 않는다. 그래서 안 깨진다. 두 줄을 앞 날수로 견주면 ㉰가 나중에 더 세게 보인다. 거꾸로다.

그래서 줄마다 두 수를 적는다. 셀 수 있는 날수와 실제로 센 날수다. 앞 날수만 적으면 날마다 시험된 줄이 드물게 시험된 줄에 진다.」

하람이 여섯째 줄을 ㉯로 골랐다.

그 옆에 적었다.

「㉯를 고른다. 거는 날만 셀 수 있으므로 주에 넷쯤이다. 날마다는 아니다. ㉮가 더 알고 싶지만 가는 날이 주에 둘쯤이라 ㉯보다 적다. ㉰는 안 고른다. 드물어서가 아니라 길이 갈리는 날을 내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길을 말해야 시험되는 줄이다. 내가 시험을 만드는 줄은 내가 건드리는 칸이 된다. 어제 전화 쪽에서 같은 일이 있었다. 같은 일을 또 만들지 않는다.

11월 2일에 다섯 줄 중 하나를 고를 때 여섯째 줄도 같이 본다. 고를 때 앞 날수로 고르지 않는다. 센 날수로 고른다.」

오후 두 시에 하람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받았다.

조사표 통보를 물었다. 오늘 물을 날이었다.

“아직 안 나갔습니다.”

“언제쯤 나가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신청일로부터 삼십 일 안에 나갑니다.”

하람이 손을 멈췄다.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고요.”

“삼십 일 안이면 언제든 나갈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끊고 나서 하람이 조사표 칸을 폈다.

신청일이 10월 9일이었다.

달력을 짚어 셌다. 11월 8일이었다.

「안 옴」 줄이 스물한 줄이 되었다.

하람이 그 칸 머리에 한 줄을 적었다.

「끝나는 날 11월 8일.」

적고 나서 한참 봤다.

「날짜를 받은 게 아니고 기한을 받았다.

기한은 끝만 정하고 그 안의 어느 날인지는 안 정한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모르고 내일도 모른다. 11월 8일까지는 날마다 모른다. 8일에 안 오면 그때 처음 뭔가 아는 게 된다.

그런데 이게 받은 게 있다. 「안 옴」 줄에 끝이 생겼다.

어제까지 이 칸은 끝이 없었다. 날마다 한 줄씩 늘고 언제까지 늘어나는지 몰랐다. 오늘 열 줄이 더 늘면 끝난다는 걸 알았다. 스물한 줄에 열을 더하면 서른한 줄이다.

끝이 있는 기다림과 끝이 없는 기다림은 세는 법이 다르다. 끝이 없으면 한 줄이 늘 때마다 늦어지는 것이고, 끝이 있으면 한 줄이 늘 때마다 가까워지는 것이다. 같은 줄을 같은 손으로 적는데 뜻이 반대다.

여태 열흘을 늦어지는 쪽으로 세고 있었다. 셈이 틀린 건 아니다. 칸에 끝이 안 적혀 있었다. 칸 머리에 끝나는 날을 적는다. 끝을 모르는 칸은 「끝 모름」이라고 적는다. 그래야 뒤에 보는 사람이 그 줄들을 어느 쪽으로 읽을지 안다.」

두 시 이십 분에 하람이 지원팀에 전화를 걸었다. 어제 받아 둔 번호였다.

받았다.

3번을 물었다. 비용 쪽이었다.

“등급이 나와야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등급이 안 나오면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요.”

“등급마다 다릅니다. 금액이 등급별로 정해져 있어서요.”

하람이 손을 멈췄다.

“그 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주소 알려 주시면요.”

하람이 주소를 말했다.

끊고 나서 종이를 폈다.

한참 앉아 있었다.

「지원팀 전화. 오후 두 시 이십 분. 3번 물음(비용)을 물었다. 답을 받았다.

답: 등급이 나와야 안다. 등급마다 금액이 정해져 있다.

이건 답인가 아닌가. 한참 생각했다. 답이다. 물은 것에 대해 상대가 아는 것을 다 말했다. 모른다고 한 게 아니다. 다만 그 답을 쓰려면 다른 수가 하나 있어야 한다.

어제 「겹치는 물음」 칸을 뒀다. 1번 답 안에 4번 답이 들어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그게 아니다. 오늘은 답이 다른 물음의 답을 조건으로 달고 왔다.

겹치는 물음은 하나를 물으면 둘이 닫힌다. 이어진 물음은 하나를 물어도 안 닫히고 앞의 것이 먼저 닫혀야 닫힌다. 두 칸으로 나눈다. 「겹치는 물음」과 「이어진 물음」이다.

3번은 1번 쪽 통보에 이어져 있다. 통보가 나와야 등급이 나오고 등급이 나와야 비용이 나온다. 그러면 3번은 11월 8일까지 안 닫힌다. 오늘 답을 받았는데 닫히지 않는다. 「답 받음」과 「닫힘」을 두 칸으로 적는다.

그리고 표를 달라고 했더니 보내 준다고 했다. 이건 내가 묻지 않았던 것이다. 답을 듣고 나서 생긴 물음이다.

셈을 해 본다. 처음에 물을 것이 넷이었다. 어제 셋을 입 밖에 내서 답으로는 셋을 받았다. 남은 건 3번 하나였다. 오늘 그 하나를 물었고 답을 받았다. 그러면 남은 게 0이어야 한다.

0이 아니다. ①등급이 언제 나오는지(통보에 붙어 있다) ②등급표가 언제 오는지 ③표를 받고 내 등급을 알면 그 금액이 그대로인지. 셋이 새로 생겼다.

둘을 걸어서 답 둘을 받았고 물음이 셋 늘었다. 받은 답이 새 물음을 만든다. 물음 수는 줄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남은 물음」 칸만 보면 일이 안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칸을 둘로 나눈다. 「닫은 물음」과 「남은 물음」이다. 닫은 쪽은 줄지 않고 쌓인다. 오늘 닫은 것 하나(1번 통보는 아니고 표 보내기), 남은 것 넷.

처음에 넷이었고 오늘도 넷이다. 그런데 같은 넷이 아니다. 처음 넷은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만든 물음이고 오늘 넷은 답을 받아서 생긴 물음이다. 뒤의 넷이 앞의 넷보다 좁다. 좁은 물음은 답이 짧다. 칸 옆에 「몇 번째 바퀴인지」를 적는다. 오늘 생긴 셋은 둘째 바퀴다.」

저녁에 하람이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으셨다.

하람이 여섯째 줄 옆에 표시를 하나 했다. 첫 날이었다.

“엄마, 저녁 드셨어요.”

“먹었다.”

“뭐 드셨어요.”

“두부 지졌다.”

하람이 손을 멈췄다. 어제 산 두부였다.

“맛있었어요?”

“장에 다녀와서 지졌다.”

하람이 수화기를 조금 옮겨 잡았다.

“오늘 장에 다녀오셨어요?”

“다녀왔지. 두부 사고 파 사고.”

하람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잠깐 뒤에 말했다.

“파는 반만 달라고 하셨죠.”

“묶음이 커서. 반만 달라고 했다.”

“네.”

“너는 언제 오냐.”

하람이 종이를 봤다.

“일요일에 갈게요. 11월 1일이요.”

“그래.”

끊고 나서 하람이 식탁에 앉아 한참 있었다.

종이를 폈다.

「저녁 전화.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으셨다. 여섯째 줄 첫 날 표시.

어머니가 「장에 다녀와서 두부를 지졌다」고 하셨다. 장은 어제 갔다. 나와 같이 갔다. 파 묶음이 커서 반만 달라고 한 것까지 말씀하셨다. 그건 어제 있었던 일이고 맞다.

이 한 마디를 맞은 것으로 적을지 틀린 것으로 적을지 한참 생각했다. 둘 다다. 장에 간 것은 맞고 오늘 간 것은 틀리고 혼자 간 것도 틀리다.

한 마디를 셋으로 쪼개 적는다. 일 / 때 / 누구. 일은 맞았다. 때가 틀렸다. 누구는 빠졌다. 빠진 것과 틀린 것도 다르다. 나를 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나에 대한 말이 아예 없었다.

여태 이 칸을 「맞음」과 「틀림」 둘로 적었다. 그래서 적을 수가 없었다. 한 마디에 여러 가지가 들어 있으면 가른 다음에 각각 적는다. 섞인 채로는 맞음에도 틀림에도 못 넣는다. 넣으면 둘 중 하나를 버린다.

고쳐 드리지 않았다. 오늘 갔다고 하신 것을 어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파 묶음 이야기를 여쭈었다. 그건 어제 일이고 그 일을 기억하고 계신다. 때를 고치면 그 일까지 흔들린다.

다음 방문을 말했다. 11월 1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11월 1일 셋째 마디가 또 전날 전화의 것이 될 수 있다. 어제 그 일을 적었고 오늘 또 했다.

안 말할 수도 있었다. 안 말하면 자료가 깨끗하다. 그런데 기다리실 수 있다. 사람이 먼저다. 말하고 적는다. 11월 1일 처음 세 마디 옆에 「전날 전화 아님, 사흘 전 전화」를 적는다. 전화한 날도 적는다. 전날이 아니고 사흘 전이면 전화 때문인지 아닌지가 또 다르다. 간격도 적는다.」

하람이 「말 아닌 것」 칸을 폈다. 스무째였다.

적을 것이 없었다. 안 간 날이었다.

하람이 그 자리에 0을 적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말 아닌 것 스무째. 안 간 날이다. 센 시간 0.

0을 적으면 창을 0번 보셨다는 말이 된다. 그게 아니다. 내가 안 봤다. 어제 센 시간을 날마다 적기로 했다. 오늘 센 시간이 0이다. 센 시간이 0인 날은 몇 번 봤는지를 못 센다.

그러면 이 칸에 날이 세 가지로 들어 있다. ①센 시간이 안 적힌 날 열여덟. ②센 시간이 적힌 날 하루(어제, 다섯 시간 반). ③센 시간이 0인 날 하루(오늘). 셋을 같은 칸에 넣고 평균을 내면 오늘이 평균을 끌어내린다. 0으로는 나눌 수가 없다. 시간당 몇 번인지를 오늘은 아예 못 낸다.

날로 세면 오늘은 0이고 시간으로 세면 오늘은 칸이 없다. 날로 세는 것과 시간으로 세는 것이 다른 칸이다. 날 칸에는 「안 셈」을 적는다. 시간 칸에는 아무것도 안 적는다. 0과 빈칸과 「안 셈」이 다 다르다. 셋을 가려 쓴다.」

하람이 나머지 칸을 차례로 폈다.

조사표가 열나흘째였다. 「안 옴」이 스물한 줄이었고 끝나는 날을 적어 두었다.

옆집 쪽지가 다섯째 날이었다. 셈을 시작하는 날이 10월 30일이었다. 「아직 아님, 다섯째 날」이라고 적었다.

핀 칸은 멈춘 채였다. 둘째 날이었다. 계속할지는 11월 1일에 정한다고 적어 두었다.

하람이 그 칸 옆에 한 줄을 적었다.

「핀 칸 멈춤 둘째 날. 오늘도 안 정한다. 어제 「들킨 날의 마음으로 정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오늘은 들킨 다음 날의 마음이다. 들킨 다음 날도 들킨 날에서 멀지 않다. 11월 1일 그대로 둔다. 미룬 날을 적어 둔다. 미룬 횟수 하나.」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열여섯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차량 일지를 폈다. 9월 2일 한 줄이 남아 있었다. 닫는 날이 11월 2일이었다.

전화 칸을 폈다. 셋째 줄이었다.

「걸었다」를 적었다.

「전화 칸 셋째 줄. 걸었다. 안 간 날이다. 어제 「가면 안 걸고 안 가면 건다」고 적었다. 오늘 맞았다. 둘째 날이다. 둘째 날에 맞은 것은 이틀 맞은 것이다. 이틀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적는다. 이틀을 안 적으면 사흘도 안 적게 된다.」

밤에 하람이 오늘 적은 종이를 모아 세어 봤다.

일곱 장이었다.

하람이 마지막 줄을 적었다.

「안 간 날이다. 전화를 세 통 걸었다. 두 통은 센터와 지원팀이고 한 통은 어머니다.

오늘 늘어난 칸이 다섯이다. 셀 수 있는 날수 / 끝나는 날 / 이어진 물음 / 몇 번째 바퀴 / 일·때·누구. 다섯 중 넷이 내가 칸을 잘못 쓰고 있던 걸 찾아서 생겼다. 하나는 받은 답에서 생겼다.

어제 자료를 세 번 건드렸다고 적었다. 오늘은 두 번이다. 전화를 걸어 다음 방문을 말했고 여섯째 줄을 골랐다. 줄을 고르는 것도 건드리는 것이다. ㉰를 안 고른 까닭이 그것이다. 내가 시험을 만들 수 있는 줄은 내가 들어가 있는 줄이다.

적는 사람이 자기를 안 적으면 그 자료에 사람이 하나 빠져 있다. 빠진 사람이 자료를 만든 사람이다.

다음에 가는 날은 11월 1일이다.」


여유가 늘어난 날에 자가 늘었다. 상태를 정하던 문턱이 혼자 서 있는 점이 아니라 그것도 어디선가 재서 낸 수였으므로, 그 수에도 흔들림이 있었다. 두 흔들리는 수를 견줄 때는 어긋남을 제곱해 더하고 다시 제곱근을 냈다. 그렇게 내고 보니 밖이라고 적은 날 셋 중 둘이 밖이 아니고 못 가름이었다. 못 가름은 안이 아니었다. 밖이라고도 안이라고도 못 하는 것이 못 가름이었다. 앞 줄은 안 고치고 옆칸에 적었다. 그날 알던 것과 지금 아는 것은 서로 다른 칸이고 둘 다 참이었다. 자를 낸 자료와 판정하는 자료가 같으면 자가 수가 몰린 쪽으로 끌려가 늘 안이 나왔고, 밖이 안 나오는 것은 밖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못 보는 것이었다.

쌓인 것과 안 쌓인 것을 가르자 자가 크게 잡혀 있던 것이 보였다. 하루 차를 다 더하면 가운데 날이 지워지고 끝 수만 남으므로, 읽은 몫은 쌓이지 않고 자란 몫만 쌓였다. 둘을 못 가른 채로 전부를 쌓이는 쪽으로 세었으니 자가 컸고, 자를 크게 잡고도 넘었으므로 작게 잡아도 넘었다. 치우친 방향이 결론과 반대면 크기를 몰라도 결론이 안 바뀌었다. 그래서 못 가른 채로 판정했다. 판정은 짧았다. 아는 것이 그것뿐이었고 까닭은 적지 않았다. 그럴듯한 것을 판정 칸에 적으면 다음 사람이 먼저 그것을 읽고 자리를 잡았다. 판정한 칸은 닫았다. 계속 보면서 판정일을 또 정하면 넘는 날이 오고, 여러 번 판정하면 그중 한 번은 그냥 넘은 날이었다.

흩어짐과 치우침을 두 칸으로 갈랐다. 흩어짐은 날마다 다른 쪽으로 틀려 여러 번 재면 서로 지워지고, 치우침은 날마다 같은 쪽으로 틀려 여러 번 재도 안 지워졌다. 기준을 박아 흩어짐을 반으로 줄인 일은 그 자리에 치우침을 하나 만든 일이었다. 흩어짐이 작은 자는 치우침을 못 막았다. 기준이 움직이는지를 재는 칸을 따로 두고, 기준을 박기 전의 길이를 적어 두었다. 앞의 자리에서 그것을 안 적어 오늘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셋 중 둘에만 기준을 박았다. 셋을 다 좋게 만들면 좋아진 까닭을 볼 데가 없었다.

같은 것을 연달아 다섯 번 읽었는데 다섯이 다 한 방향으로 올라갔다. 그러면 그것은 흔들림이 아니라 흐름이었다. 흔들림은 여러 번 읽어 평균을 내면 작아지고 흐름은 평균을 내도 안 작아졌다. 작은 바람이 접시를 조금 들고 있었고 식으면서 그 힘이 줄었다. 그러므로 언제 읽는지를 정하지 않으면 읽는 몫을 재는 것이 아니고 기다린 몫을 재는 것이었다. 끝이 있는지 모르는 자리에서 한 수를 골라야 했으므로, 고른 수와 고른 날짜와 고른 까닭을 같이 적었다. 읽는 몫은 전체 어긋남의 백에 넷이었다. 어긋남은 제곱으로 더해지므로 작은 것은 제곱에서 더 작아졌고, 그것을 다 없애도 전체는 거의 그대로였다. 줄일 것은 제일 큰 것이었고 제일 큰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두 자리로 적던 수를 세 자리로 고쳤다. 앞사람 표가 두 자리여서 그대로 따라 적었고, 작은 것을 재려 하자 재려는 것이 눈금 안에 들어가 있었다. 어제까지 두 자리로 적은 것은 안 고쳤다. 지금 없는 자리를 만들 수는 없었다.

순위는 자를 묻지 않고 값은 자를 물었다. 자를 안 묻는 셈은 쉬운 대신 자보다 작은 차도 1등으로 만들었으므로, 1등을 세는 칸 옆에 차가 자보다 큰 날을 세는 칸을 두었다. 여섯 날 중 둘뿐이었다. 아직 안 나온 일의 규칙은 나오기 전에 정했다. 나온 날에 정하면 그날 수를 보고 정하는 것이었다.

잘 맞는 규칙이 공짜로 맞고 있었다. 방향이 안 바뀌는 동안은 어제 방향을 그대로 쓰면 아무것도 몰라도 맞았다. 그러므로 맞은 수를 둘로 나누어 방향이 바뀐 날에 맞은 수를 따로 세었다. 열하나 중 열하나가 아니고 넷 중 하나였다.

벗어난 날 하나가 나왔다. 셋이 다 같은 요일이던 것이 넷째에서 깨졌고, 깨진 것은 한 방향뿐이었다. 그 요일이면 안 한다는 말은 안 깨졌고 안 하면 그 요일이라는 말은 깨졌다. 한 줄로 적어 두면 하나가 깨질 때 둘 다 깨진 것처럼 읽히고, 하나가 멀쩡하면 둘 다 멀쩡한 것처럼 읽혔다. 나중이 더 나빴다. 거의 아는 것을 다 묻는 일이 값을 치르는 자리는 벗어난 하나가 나오는 날이었고, 그 날이 하루 만에 왔다. 남은 날을 담은 칸에 두 가지가 섞여 있었다. 제비가 아직 안 집은 날과 집었으나 답이 안 온 날은 다시 하는 법이 달랐다. 칸 하나에 두 가지를 넣으면 그 칸으로 한 말이 둘 중 하나에만 맞았다.

칸이 하루에 여섯 늘었고 그중 다섯이 틀린 것을 찾아서 생긴 칸이었다. 그러므로 칸 수는 아는 양이 아니고 틀린 양이었다. 많이 는 날은 많이 틀린 날이고 많이 찾은 날이었다. 둘이 같은 수였다.

닦으면 돌아오고 돌리면 또 내려갔다. 붙이는 것이 삭아 떨어진 가루가 쌓여 테이프를 헤드에서 떠밀었고, 그러면 높은 쪽부터 먼저 떨어졌다. 안 닦으면 기울기가 생기고 닦으면 단차가 생겼다. 둘 다 생겼고 없는 쪽은 없었다. 단차 쪽을 골랐다. 단차는 어디인지 알고 기울기는 어디서 얼마인지 몰랐다. 더한 것은 뺄 수 있고 덜 받은 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만 돌릴 수 있는 릴에서는 덜 받은 몫을 다시 받을 데가 없었으므로, 닦는 횟수를 늘려 단차를 세 개 만들고 그 자리의 분과 초를 적었다. 기울기를 펴서 이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원본 레벨이 일정했다는 것을 몰랐다. 녹음하던 사람이 손잡이를 돌렸을 수도 있었다. 보정본을 만들고 가정을 옆에 적었다. 마감까지 하루가 남아 있어서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만 할 수 있는 일을 서둘러 하면 그 한 번이 서두른 한 번이 되었다. 떨어져 나온 손톱만 한 조각은 소리가 들어 있지 않았지만 버리지 않았다. 버려도 되는 것과 버려도 되는지 모르는 것은 달랐다.

날마다 셀 수 있는 줄은 먼저 다 떨어졌다. 뒤에 남는 줄은 깨질 기회가 드문 줄이고, 그 줄은 오래 안 깨지고, 오래 안 깨진 것은 맞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므로 뒤에 적은 줄은 저절로 세 보였다. 센 것이 아니고 안 시험된 것이었다. 줄마다 셀 수 있는 날수를 적었다. 시험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줄은 고르지 않았다. 적는 사람이 들어가 있는 줄이었기 때문이다.

날짜가 아니라 기한을 받았다. 기한은 끝만 정하고 그 안의 어느 날인지는 안 정했으므로 그 날까지는 날마다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받은 것이 있었다. 끝이 없던 칸에 끝이 생겼다. 끝이 없는 기다림에서는 한 줄이 늘 때마다 늦어지고 끝이 있는 기다림에서는 한 줄이 늘 때마다 가까워졌다. 같은 줄을 같은 손으로 적는데 뜻이 반대였다.

답을 받았는데 닫히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겹치는 물음은 하나를 물으면 둘이 닫히고 이어진 물음은 앞의 것이 먼저 닫혀야 닫혔다. 둘을 걸어 답 둘을 받고 물음이 셋 늘었다. 받은 답이 새 물음을 만들었으므로 남은 수만 보면 일이 안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의 넷과 오늘의 넷은 같은 넷이 아니었다. 뒤의 것이 좁았고 좁은 물음은 답이 짧았다.

한 마디 안에 여러 가지가 들어 있었다. 일은 맞고 때는 틀리고 누구는 아예 없었다. 맞음과 틀림 두 칸으로는 그 말을 적을 수가 없어서 가른 다음에 각각 적었다. 섞인 채로는 어느 칸에도 못 넣고, 넣으면 둘 중 하나를 버렸다. 때를 고치지 않았다. 때를 고치면 남아 있는 일까지 흔들렸다.

0과 빈칸과 안 셈이 서로 달랐다. 안 간 날에 0을 적으면 안 하신 것이 되고 빈칸으로 두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날로 세는 칸과 시간으로 세는 칸을 나누었다.

밖에서는 자국 하나에 기준이 새로 박히고 자국 하나는 끝까지 기준 없이 남았다. 지킨 자리와 돌린 자리 사이에 비워 둔 한 자는 오늘도 아무 쪽도 아니었다. 상자 여덟은 그대로 쌓여 있었고 그것을 열 손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 아래 깊은 데 갇힌 공기는 오늘 적힌 어느 숫자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

–

댓글

처음 쓰는 닉네임이면 자동 등록됩니다. 같은 닉네임 재사용/삭제엔 같은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