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8화 - 트임

제78화 「트임」
1. 서른둘 하나
「10월 26일. 토요일.」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 문을 열었다. 성에가 어제보다 얇았다.
유리관을 봤다.
영하 32.1도였다.
재혁은 한 번 더 봤다. 눈금을 손가락으로 짚고 다시 읽었다.
32.1이었다.
수첩에 열다섯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 34.5, 32.5, 35, 37, 33.5, 35.2, 32.1이었다.
모눈종이에 열다섯째 점을 찍었다. 어제 점보다 3.1만큼 올라간 자리였다. 열다섯 점 중에 제일 높은 자리였다.
재혁이 칸을 폈다.
판정 칸에 어제 적은 「모름」이 있었다. 상태 칸에 「함」이 있었고 옆에 속이 빈 별표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작게 「물려받은 날수 1」이 적혀 있었다.
재혁은 오늘 수 칸에 32.1을 적었다.
시작 자가 영하 34.0이었다.
32.1에 어긋남을 더하면 33.1까지였다. 33.1은 34.0보다 따뜻했다.
재혁이 그 두 수를 나란히 적고 한참 봤다.
구간이 통째로 시작 자 바깥에 있었다.
여덟 시에 서진이 들어왔다. 장갑을 벗으면서 유리관 쪽을 봤다.
“올라갔네.”
“3.1도 올라갔습니다. 열다섯 날 중에 제일 따뜻합니다.”
“그럼 사이 밖이야?”
“사이 밖입니다. 어긋남을 다 넣어도 밖입니다.”
서진이 수첩을 받아 들었다.
“그러면 오늘은 어제를 안 보는 날이고.”
“안 봅니다. 어제 줄을 덮지도 않습니다. 그냥 안 씁니다.”
재혁이 상태 칸에 「함」을 적었다.
적고 나서 별표를 안 붙였다. 꽉 찬 것도 빈 것도 안 붙였다.
서진이 그 자리를 봤다.
“표가 없네.”
“없습니다. 사람이 정한 게 아니고 물려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럼 뭐야.”
“오늘 잰 수가 정한 겁니다.”
서진이 수첩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며칠 만이야.”
재혁이 열다섯 수를 하나씩 짚었다.
“열다섯 날 중에 여섯 날입니다. 41, 38, 39, 38이 37.0보다 추워서 넷이고 32.5하고 32.1이 33.0보다 따뜻해서 둘입니다.”
“그럼 아홉 날은.”
“아홉 날은 어제에 매였습니다. 그중 두 날이 모름이었습니다.”
“그 두 날이 어제하고 그제고.”
“그제하고 어제입니다. 오늘 끊깁니다.”
재혁이 번진 날수 칸에 줄을 그었다.
「10월 26일. 영하 32.1. 어긋남 ±1. 구간 영하 31.1~33.1.
시작 자 영하 34.0. 구간 전체가 시작 자보다 따뜻함. 멈춤 자 영하 36.0에서는 더 멀음. 그러므로 상태가 어제와 무관하게 정해짐. 상태 「함」. 표 없음.
★ = 그날 사람이 정함. ☆ = 사람이 정한 것을 물려받음. 표 없음 = 그날 잰 수가 정함. 표가 셋이 됨. 어제까지 둘이었음.
번짐 끊김. 번진 날수 2에서 멈춤. 10월 24일과 25일 두 날이었음. 끊긴 까닭: 수가 사이 밖으로 나감. 어제 적어 둔 그대로임.
열다섯 날 중 수가 혼자 정한 날 여섯. 어제에 매인 날 아홉. 그중 모름이 된 날 둘.」
서진이 그 줄을 읽고 물었다.
“그럼 오늘은 깨끗한 날이네.”
“깨끗합니다. 자를 둘로 벌린 게 열아홉 날입니다. 그 뒤로 일곱 날이 지났고 그중 수가 혼자 정한 날이 세 날입니다.”
“그러면 일하면 되고.”
재혁이 연필을 내려놓았다.
“일을 못 합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왜.”
“쓸 것이 없습니다. 어제 마지막 한 날 치를 다 썼습니다.”
서진이 창고 쪽을 봤다. 어제까지 상자가 있던 자리에 네모로 눌린 눈이 있었다.
“아.”
“재고가 0입니다. 다음 편이 내일입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서진이 먼저 짧게 웃었다.
“날씨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말을 했는데 쓸 게 없네.”
“그렇습니다.”
“며칠을 걸터앉아 있다가 트인 날에.”
재혁이 수첩을 다시 폈다.
“선생님. 그제 적은 게 있습니다. 문이 둘이 아니라 셋이라고요.”
“날씨하고 쓸 것하고 사람.”
“셋입니다. 그제까지는 날씨 문이 모름이었고 쓸 것 문이 1이었습니다. 오늘은 날씨 문이 깨끗하게 1이고 쓸 것 문이 0입니다.”
“바뀌었네.”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그제는 일을 했고 오늘은 못 합니다. 모름인 날에 일을 했고 깨끗한 날에 못 합니다.”
재혁이 실행 칸에 「안 함」을 적었다.
적고 나서 손을 멈췄다.
“선생님. 상태 칸하고 실행 칸이 오늘 처음 어긋납니다.”
서진이 두 칸을 번갈아 봤다.
“상태는 함이고 실행은 안 함이고.”
“그렇습니다. 이 두 칸을 그제 갈라 놨습니다. 갈라 놓고도 어제까지는 둘이 같았습니다.”
“같으면 가른 게 안 보이지.”
“안 보입니다. 가른 값이 가른 날에는 안 보이고 어긋나는 날에 보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실행 「안 함」. 까닭: 쓸 것 재고 0.
상태 「함」 / 실행 「안 함」. 두 칸이 처음으로 어긋남. 10월 24일에 두 칸을 가름. 24일과 25일은 둘이 같았으므로 가른 것이 보이지 않았음. 오늘 어긋남. 칸을 가른 값은 가른 날에 안 보이고 어긋나는 날에 보임.
세 문: 날씨 1(깨끗함, 표 없음) / 쓸 것 0 / 사람 1(넷). 곱이 0이므로 실행 0임. 0인 항이 쓸 것 쪽으로 옮겨 감. 날씨 문이 처음으로 깨끗하게 1이 된 날에 쓸 것 문이 0이었음.
「안 함」의 까닭 칸을 둠. 「안 함」이 날씨 때문인지 쓸 것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를 적음. 안 적으면 다음 사람이 「안 함」을 다 날씨로 읽음. 지금까지 「안 함」이 날씨 때문이었기 때문임.」
서진이 창고 쪽으로 걸어가다가 돌아섰다.
“밀린 양은.”
재혁이 ㉯ 칸을 폈다.
어제 0이었다.
재혁이 손을 멈췄다가 1을 적었다.
“1이 됩니다.”
“어제 0 만들었잖아.”
“어제 0이 됐습니다. 오늘 못 했으니까 다시 1입니다.”
서진이 책상에 손을 짚었다.
“하루만 0이었네.”
“하루만 0이었습니다.”
“열나흘 걸려서 지운 게 하루고.”
재혁이 어제 줄을 짚었다.
“어제 0을 적어 뒀습니다. 빈칸으로 두지 않고 0을 적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0이었던 날이 하루 있다는 걸 지금 알 수 있습니다. 빈칸으로 뒀으면 0인 날이 아예 없던 날이 됩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 줄이 남았네.”
“그 한 줄만 남았습니다.”
재혁이 적었다.
「㉯ 밀린 양 0 → 1. ㉮ 이어진 「함」 날수 2 → 0.
밀린 양이 0이었던 날은 10월 25일 하루임. 12일에 생겼고 25일에 지웠고 26일에 다시 생김. 열나흘 걸려 지운 것이 하루 있었음. 어제 0을 적어 두었으므로 그 하루가 기록에 남음. 빈칸으로 두었으면 0인 날이 없는 날이 됨.
㉮는 끊김. 이어진 날수는 끊기면 처음부터임. ㉯는 안 끊기고 쌓임. 한 칸은 끊기는 칸이고 한 칸은 쌓이는 칸임. 둘을 같은 종이에 적을 때 칸 이름 옆에 그것을 적어 둠. 「끊기는 칸」 / 「쌓이는 칸」. 안 적으면 다음 사람이 둘을 같은 모양으로 읽음.」
아홉 시에 넷이 나왔다. 할 것이 없었다.
재혁이 나가서 말했다. 내일 편으로 나가는 넷이었다.
셋은 짐을 싸러 들어갔고 하나는 남아서 쉘터 뒤 눈을 쳤다.
재혁이 돌아와 칸을 하나 더 그었다.
「사람이 있는데 일이 없는 날. 첫날.
사람 항은 1이고 쓸 것 항이 0임. 그러므로 사람이 노는 날이 됨. 이 날을 「사람 0인 날」과 같은 칸에 적지 않음. 둘은 모양이 다름. 사람 0인 날에는 쓸 것이 쌓이고, 쓸 것 0인 날에는 사람이 쌓임. 쌓인 사람은 내일 나감.
내일 편으로 넷이 나감. 그러므로 쌓인 사람이 쌓인 채로 없어짐. 쓸 것은 쌓아 두면 기다리고 사람은 안 기다림. 그제 적은 그대로임. 적어 두었는데도 오늘이 왔음. 적는 것과 바꾸는 것은 다른 일임.
내일 편에 보낼 종이: 어제 봉함함. 오늘 안 엶. 열면 수를 보고 고치게 됨.」
2. 핀 밖 둘
열 시에 둘이 자국 밭으로 걸어갔다.
바람이 어제보다 약했다. 발밑 눈이 덜 단단했다.
재혁이 가는 막대 둘부터 쟀다. 서쪽이 424밀리였고 동쪽이 425밀리였다.
“동쪽이 넘었습니다.”
“처음이네.”
재혁이 수첩에 일곱 점을 적었다.
「서: 412 / 415 / 417 / 419 / 421 / 422 / 424 동: 408 / 410 / 413 / 416 / 419 / 422 / 425」
“누적이 서쪽 12, 동쪽 17입니다. 차가 5입니다.”
“어제가 4였지.”
“4였습니다. 하루 차가 또 1입니다.”
재혁이 하루 차 여섯 값을 적었다.
「+1 / −1 / −1 / −1 / −2 / −1」
“평균이 −0.83입니다. 흩어짐이 1.0입니다.”
“어제도 1.1이라고 했잖아.”
“어제 1.1이었고 오늘 1.0입니다. 값이 하나 늘었는데 거의 안 움직였습니다.”
재혁이 셈을 했다.
“여섯 날 쌓은 자는 1.0 곱하기 여섯의 제곱근입니다. 2.4입니다. 5 나누기 2.4면 2.1배입니다.”
서진이 장갑 낀 손으로 막대 둘을 가리켰다.
“어제 1.6이었고 오늘 2.1이고.”
“올랐습니다.”
“3배까지 가면.”
“3배면 봅니다. 그런데 오늘 하나 더 걸립니다.”
서진이 눈썹을 올렸다.
“또.”
재혁이 쪼그려 앉았다.
“아침에 다른 방법으로 한 번 세어 봤습니다.”
“다른 방법.”
“누적 차를 자로 나누는 게 아니라, 하루 차 여섯 개의 평균을 그 평균의 자로 나눠 봤습니다.”
“그게 다르나.”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이 2.1이 나왔습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같은 셈이었네.”
“같은 셈이었습니다. 누적으로 보는 거하고 하루 차 평균으로 보는 게 한 가지입니다. 괜히 두 번 셌습니다.”
“그런데 걸리는 게 그거야?”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세다가 다른 게 보였습니다.”
“뭐.”
“제 자가 자료에서 나왔습니다.”
서진이 수첩 쪽으로 몸을 숙였다.
“1.0이 그 여섯 개에서 나왔다는 거.”
“그 여섯 개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1.0도 흔들립니다.”
“자가 흔들려?”
“흔들립니다. 여섯 개로 뽑은 흩어짐은 삼 할쯤 흔들립니다.”
재혁이 눈 위에 세 수를 그었다.
“자가 0.7일 수도 있고 1.3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배수가 1.6에서 2.9 사이입니다.”
서진이 두 막대 밑동을 봤다.
“그럼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
“할 수 있습니다. 치르는 법이 있습니다.”
“뭐야.”
“자유도를 적는 겁니다.”
서진이 재혁을 봤다.
“그게 뭐야.”
“자를 뽑을 때 쓴 값이 몇 개였는지입니다. 여섯 개로 뽑았으니까 다섯입니다.”
“다섯이면.”
“다섯이면 자가 많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같은 셈에 더 큰 수가 필요합니다. 스물에 한 번이 되려면 2.6쯤 필요합니다.”
“오늘 2.1이고.”
“2.1입니다. 못 미칩니다.”
서진이 일어나 손을 털었다.
“그럼 날이 늘면.”
“날이 늘면 자도 덜 흔들립니다. 값이 열한 개쯤 되면 자유도가 열이고 그때는 2.2면 됩니다.”
“필요한 수가 줄어드네.”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날을 모으면 두 군데서 이득이 옵니다. 차가 커지는 데서 오고 자가 안 흔들리는 데서도 옵니다.”
재혁이 적었다.
「막대 일곱째 점. 서 424 / 동 425. 누적 서 12 / 동 17. 차 5.
하루 차 여섯 값(+1 −1 −1 −1 −2 −1). 평균 −0.83. 흩어짐 1.0(어제 1.1). 여섯 날 누적 자 = 1.0×√6 = 2.4. 차 5 ÷ 2.4 = 2.1배.
하루 차 평균을 평균의 자로 나눈 값도 2.1임. 누적으로 보는 셈과 하루 차 평균으로 보는 셈이 같은 셈임. 두 번 센 것이 아니고 한 번 센 것임. 두 수를 따로 적지 않음.
새로 봄: 자 1.0을 자료에서 뽑았으므로 자도 흔들림. 여섯 값으로 뽑은 흩어짐은 삼 할쯤 흔들림.
자가 0.71.3이면 배수가 1.62.9임. 배수 하나만 적으면 이 폭이 안 보임.
치르는 법: 자유도를 같이 적음. 여섯 값으로 뽑았으므로 자유도 다섯. 자유도 다섯에서 스물에 한 번이 되려면 2.6쯤 필요함. 오늘 2.1. 못 미침. 값이 열하나쯤 되면 자유도 열이고 그때는 2.2면 됨.
그러므로 날을 모으는 이득이 둘임. ①차가 날수만큼 커짐 ②자가 덜 흔들려 필요한 수가 줄어듦. 어제 적은 「열여덟 날쯤」은 ①만 센 것이었음. ②를 넣으면 조금 짧아짐. 다시 셈하지 않고 적어만 둠. 판정일 10월 29일 그대로. 그날 자유도를 적어 판정함.」
적고 나서 재혁이 부호 칸을 폈다.
“부호로는 여섯에 다섯입니다.”
“어제 다섯에 넷이었고.”
“그랬습니다. 여섯에 다섯은 한쪽만 보면 열에 한 번쯤 그냥 나옵니다.”
“안 되네.”
“안 됩니다. 그리고 2.1배하고 여섯에 다섯을 더하지 않습니다.”
서진이 돌아봤다.
“왜 안 더해.”
“같은 자료입니다. 같은 자료를 두 가지로 세고 둘을 합치면 자료가 두 벌인 것처럼 됩니다. 그제 적어 뒀습니다.”
재혁이 사진기를 들고 장대 둘에 각도를 맞춘 뒤 자국 아홉을 차례로 봤다.
읽히는 것이 하나였다. 3번이었다. 0.6이었다.
“어제 0.9였습니다. 오늘 0.6입니다.”
“그것도 끝나겠네.”
“검출 한계가 0.5입니다. 내일이나 모레입니다.”
재혁이 적었다.
「깊이 여섯째 재방문. 읽힌 것 하나(3번 0.6). 어제 0.9. 검출 한계 0.5.
하나라도 읽히는 동안 적음. 끝나는 날에 「끝남」을 적고 마지막 값과 날짜를 적음. 깊이 칸은 폭 칸과 안 이음. 어제 적은 그대로임.」
재혁이 핀 통을 들고 3번 자국으로 갔다.
어제 꽂은 나무 핀 둘이 그대로 있었다. 바람 쪽 핀 밑동에 작은 턱이 생겨 있었다.
재혁이 자를 핀 사이에 댔다.
52였다.
“어제하고 같습니다.”
서진이 옆에 앉았다.
“핀을 네가 짚은 자리에 꽂았으니까 같지.”
“같습니다. 그런데 자국이 핀 밖으로 나갔습니다.”
재혁이 왼쪽 핀 바깥을 짚었다. 눈 표면이 그 바깥으로 조금 더 패여 있었다.
“왼쪽이 2밀리, 오른쪽이 1밀리입니다.”
“그럼 폭이 55네.”
“55입니다. 어제 52였으니까 3 늘었습니다.”
서진이 핀 둘을 봤다.
“그러면 핀이 끝이 아니네.”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핀은 어제의 끝입니다. 자국이 자라면 핀이 안쪽에 남습니다.”
“그럼 핀을 다시 꽂아야 하나.”
“안 꽂습니다. 꽂으면 어제 자리가 없어집니다.”
재혁이 수첩에 세 수를 나란히 적었다.
“폭을 세 토막으로 적겠습니다. 핀 사이 52, 핀 밖 왼쪽 2, 핀 밖 오른쪽 1입니다.”
서진이 세 수를 봤다.
“그게 뭐가 달라. 더하면 똑같이 55인데.”
“더하면 같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재는 게 달라집니다.”
“뭐가 달라져.”
재혁이 자를 들어 보였다.
“폭 전체를 재면 끝 두 자리를 다 제가 다시 짚어야 합니다. 자도 55 길이로 놓고 두 군데를 읽어야 합니다.”
“핀 기준이면.”
“핀 사이 52는 한 번 재서 못 박아 둡니다. 날마다 재는 건 핀 밖 2하고 1입니다. 짧은 두 토막입니다.”
서진이 자국 둘레를 손끝으로 쓸었다.
“짧으면 덜 틀려?”
“덜 틀립니다. 어제 제가 한 자국을 다섯 번 재서 1.6쯤 흩어졌습니다. 아침에 핀 밖 몫만 다섯 번 재 봤는데 0.7쯤이었습니다.”
“반으로 줄었네.”
“반쯤 줄었습니다. 자를 긴 데로 놓고 멀리 있는 눈금을 읽는 몫이 빠졌습니다.”
재혁이 종이에 두 줄을 그었다.
“그러면 차가 같은데 배수가 달라집니다.”
“또.”
“또입니다. 어제 52에서 오늘 55면 차가 3입니다. 폭 전체로 재면 어제 자도 1.6이고 오늘 자도 1.6이라서 차의 자가 2.3입니다. 3 나누기 2.3은 1.3배입니다.”
“핀 기준이면.”
“핀 밖 몫이 어제 0이고 오늘 3입니다. 차의 자가 1.0입니다. 3 나누기 1.0은 3배입니다.”
서진이 수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같은 3밀리가 1.3배하고 3배네.”
“같은 3밀리입니다. 어제는 자를 어디서 가져오는지가 문제였고 오늘은 자를 작게 만든 겁니다.”
“어떻게 작게 만든 거야.”
재혁이 핀 사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안 움직이는 몫을 날마다 다시 안 재는 겁니다. 52는 안 움직입니다. 그걸 한 번 재서 못 박고 움직이는 몫만 쟀습니다.”
서진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핀 밑동을 봤다.
“52가 안 움직이는 게 맞아?”
재혁이 손을 멈췄다.
“그게 오늘 생긴 칸입니다.”
“핀이 움직이면.”
“핀이 움직이면 전부 틀립니다. 그리고 핀이 움직인 건지 자국이 자란 건지를 못 가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
재혁이 핀 통에서 핀 하나를 더 꺼냈다.
“자국 밖에 하나 더 꽂겠습니다. 자국하고 상관없는 자리에요. 그 핀하고 양쪽 핀 사이 거리를 가끔 재면 핀이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끔이 며칠이야.”
“사흘에 한 번으로 적겠습니다. 날마다 재면 그 셈에도 자가 붙습니다.”
재혁이 핀을 자국에서 한 뼘쯤 바깥에 꽂고 셋의 거리를 쟀다.
「셋째 핀 ↔ 왼쪽 핀 86. 셋째 핀 ↔ 오른쪽 핀 138.」
적고 나서 1번과 7번 자국으로 갔다. 핀이 없는 자국이었다.
1번이 47이었다. 어제 44였다. 7번이 50이었다. 어제 47이었다.
“둘 다 3 늘었습니다.”
“핀 있는 것도 3이고.”
“셋 다 3입니다. 핀 있는 데서 3이 나온 거하고 핀 없는 데서 3이 나온 건 같은 수인데 자가 다릅니다.”
재혁이 적었다.
「폭 둘째 점. 핀 자리 기준 첫날. 재혁 혼자 잼.
3번: 핀 사이 52 / 핀 밖 왼쪽 2 / 핀 밖 오른쪽 1. 합 55. 어제 52. 차 3. 1번: 47(핀 없음). 어제 44. 차 3. 7번: 50(핀 없음). 어제 47. 차 3.
핀은 「끝」이 아니라 「어제의 끝」임. 자국이 자라면 핀이 안쪽에 남음. 핀을 다시 꽂지 않음. 다시 꽂으면 어제 자리가 없어짐.
폭을 세 토막으로 적음. ①핀 사이(한 번 재고 못 박음) ②핀 밖 왼쪽 ③핀 밖 오른쪽. 날마다 재는 것은 ②③뿐임. 짧은 토막이므로 자가 작음. 재혁 흩어짐: 폭 전체 1.6 / 핀 밖 몫 0.7(아침에 다섯 번 재 봄).
같은 차 3의 배수가 자에 따라 다름. 폭 전체로 보면 차의 자 1.6×√2 = 2.3 → 1.3배. 핀 기준으로 보면 차의 자 1.0 → 3배. 자를 작게 만드는 법은 안 움직이는 몫을 날마다 다시 재지 않는 것임. 큰 것을 한 번 재서 못 박고 움직이는 몫만 잼.
대신 칸이 하나 생김: 못 박은 것이 움직이는지를 보는 칸. 핀이 움직인 것과 자국이 자란 것을 못 가름. 그러므로 자국 밖에 셋째 핀을 꽂음. 셋째 핀 ↔ 왼쪽 86 / 셋째 핀 ↔ 오른쪽 138. 사흘에 한 번 잼. 날마다 안 잼(그 셈에도 자가 붙음).
핀 있는 자국과 없는 자국이 같은 3을 냄. 자가 다르므로 두 칸으로 적음. 핀 없는 자국에도 핀을 꽂을지는 안 정함. 꽂으면 앞의 수와 자가 달라짐. 정하는 날을 10월 29일로 적음.」
점심 전에 재혁이 활주로 가장자리로 나갔다.
램은 안 들었다. 다음 점은 28일이었다.
가는 막대로 표면 고도를 쟀다. 가장자리가 20이었고 가운데 대조 자리가 22였다.
“차가 2입니다. 어제 1이고 그제 1이었습니다.”
서진이 따라와 섰다.
“세 번 다 가장자리가 작네.”
“세 번 다 작습니다.”
“그럼 셈이 되나.”
재혁이 세 수를 적었다.
“크기로는 안 됩니다. 평균 차가 1.3이고 평균의 자가 1.2입니다. 1.1배입니다.”
“부호로는.”
“셋에 셋입니다. 여덟에 한 번입니다.”
서진이 팔짱을 끼었다.
“하나는 되고 하나는 안 되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둘 중 어느 걸로 볼지를 지금 정해 두겠습니다.”
“지금.”
“지금 정해야 합니다. 열 날쯤 모은 다음에 둘 중에 좋은 걸 고르면 고른 게 됩니다.”
재혁이 적었다.
「가장자리 자리 셋째 값. 가장자리 20 / 가운데 22. 차 2. 세 날 차 1 / 1 / 2.
크기로 셈: 평균 차 1.3, 자 2.0, 평균의 자 2.0÷√3 = 1.2. 1.1배. 못 가름. 부호로 셈: 셋에 셋. 한쪽만 보면 여덟에 한 번. 셈이 안 됨.
두 셈이 다른 답 쪽으로 가고 있음. 날을 모은 뒤에 고르면 고른 것이 됨. 그러므로 지금 정함: 크기로 셈. 까닭 — 차의 크기를 알고 싶은 것이고 방향만 알고 싶은 것이 아님. 부호 쪽은 옆 칸에 적어만 둠. 판정에 안 씀. 판정일 11월 5일(열 날 모이는 날).」
오후에 재혁이 쉘터로 돌아왔다. 넷 중 하나가 쳐 놓은 눈이 쉘터 뒤에 쌓여 있었다.
재혁이 깊이 칸에 오늘 한 양을 적었다.
「10월 26일. 실행 「안 함」. 까닭 쓸 것 0. 한 양 없음.
롤러 안 돌림. 까닭: 램 자리를 지켜야 함(다음 점 10/28). 어제와 23일과 같은 까닭임. 눈굴 안 들어감. 안 들어가는 날 엿새째. 다음 들어가는 날 10월 27일.
오늘 한 일: 핀 기준으로 폭을 세 토막으로 가름. 셋째 핀을 꽂음. 자유도를 적기로 함. 한 양이 0인 날에 적은 것이 셋임. 한 양 칸과 적은 것 칸을 따로 둠. 한 양으로만 날을 세면 오늘은 빈 날임.」
3. 일 점 이팔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통 번호를 확인했다. 안 잘린 통은 389일째였다. 잘린 통은 스무나흘째였다.
은재가 책상에 종이를 펴고 제비 봉투를 꺼냈다.
“새 설계 첫날입니다.”
“어제 적은 그대로 하는 거지.”
“그대로 합니다. 제비로 순서를 뽑고, 하나 읽으면 바로 접고, 합은 선생님이 셉니다.”
경옥이 장갑을 벗고 연필을 받았다.
“내가 더하는 거네.”
“선생님이 더하십니다. 읽는 사람하고 더하는 사람을 가르는 게 이 설계입니다.”
은재가 쪽지를 뽑았다. 2-3-1이었다.
2번을 올렸다. 0.46이었다.
적어서 접고 경옥에게 줬다.
3번을 올렸다. 0.39였다.
적어서 접고 줬다.
1번을 올렸다. 0.43이었다.
적어서 접고 줬다.
경옥이 셋을 펴서 더했다.
“1.28.”
은재가 손을 멈췄다.
“1.28입니까.”
“1.28이야.”
은재가 수첩을 폈다. 쓸 수 있는 날 넷의 평균이 1.3175였다.
“평균보다 0.0375 낮습니다. 하루 수의 자가 0.031이니까 1.2배입니다.”
“못 가르는 거네.”
“못 가릅니다. 그런데 1.31이 아닙니다.”
경옥이 종이 셋을 나란히 놓았다.
“그게 중요해?”
“중요한 게 아니라 안 중요한 게 중요합니다. 설계를 바꾼 첫날에 1.31이 또 나오면 설계가 소용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안 나왔고.”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날입니다.”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왜.”
“제가 두 수를 읽고 나면 머리로 더해집니다.”
경옥이 연필을 내려놓았다.
“접었는데도?”
“접어도 제가 읽은 수를 기억합니다. 0.46하고 0.39를 읽으면 0.85가 머리에 남습니다. 그러면 셋째를 올릴 때 1.31까지 0.46이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그걸 알면서 읽었어?”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셋째가 0.43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이 안 맞았습니다. 그런데 안 맞은 게 제가 안 당겨서인지 그냥인지를 제가 모릅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접는 걸로는 안 되네.”
“안 됩니다. 접는 것은 눈을 가리는 거고 머리는 안 가립니다.”
“그럼 어떻게 해.”
은재가 잠깐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이 하나를 읽어 주시면 됩니다.”
경옥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셋 중에 하나를 선생님이 읽으시면 저는 두 수만 압니다. 두 수로는 합을 닫을 수 없습니다.”
“어느 걸 내가 읽어.”
“제비로 뽑겠습니다. 제가 고르면 제가 어느 걸 모를지를 고르는 겁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럼 내 쪽은 어떡해.”
은재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쪽이 남습니다.”
“내가 합을 아니까.”
“선생님이 셋을 다 아시고 합도 아십니다. 그러면 선생님 쪽에 당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옥이 선반 쪽을 보고 돌아섰다.
“나는 저울을 안 보는데.”
“선생님이 읽는 날은 보십니다. 하루에 한 통씩이요.”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경옥이 먼저 말했다.
“그러면 내가 합을 그날 안 세면 되잖아.”
은재가 경옥을 봤다.
“안 세면.”
“종이만 받아서 봉투에 넣어 두고 주에 한 번 세면 돼.”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
“그러면 그날은 둘 다 합을 모릅니다.”
“모르지.”
“그러면 가려집니다. 가려지는 대신 합을 이레 뒤에 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늦게 보면 뭐가 나빠.”
은재가 잠깐 생각했다.
“저울이 이상한 날을 늦게 압니다. 지금은 합이 이상하면 그날 다시 재 볼 수 있는데 이레 뒤에는 못 합니다.”
“그러면 둘 중 하나네.”
“둘 중 하나입니다. 당김을 가리는 거하고 그날 잘못을 잡는 거요.”
은재가 두 줄을 그었다.
“반씩 하겠습니다. 세 통 중에 하나는 그날 셉니다. 선생님이 읽으신 통입니다. 그 하나가 평소보다 많이 벗어나면 그날 다시 잽니다.”
“합은.”
“합은 봉투에 넣어 이레에 한 번 봅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고 선생님도 그날은 모릅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6일. 새 설계 첫날. 제비 2-3-1. 2번 0.46 / 3번 0.39 / 1번 0.43. 합 1.28.
합은 경옥이 셈. 은재는 읽고 바로 접음. 합 1.28. 쓸 수 있는 날 넷의 평균 1.3175보다 0.0375 낮음. 하루 수의 자 0.031 → 1.2배. 못 가름. 설계를 바꾼 첫날에 1.31이 다시 나오지 않음. 한 날이므로 이것으로 아무 말도 안 함.
새로 나온 한계: 접어도 읽은 사람 머리에 앞의 수가 남음. 두 수를 알면 셋째에 필요한 수를 알 수 있음. 접는 것은 눈을 가리는 것이고 머리는 안 가림. 그러므로 「적고 바로 접기」만으로는 안 가려짐.
고침 ①: 셋 중 하나를 경옥이 읽음. 어느 통을 경옥이 읽을지는 제비로 뽑음(은재가 고르면 무엇을 모를지를 은재가 고르는 것임). 은재는 두 수만 알게 되어 합을 닫을 수 없음.
남는 자리: 경옥이 셋을 다 알고 합도 앎. 경옥 쪽 당김은 안 가려짐. 고침 ②: 합을 그날 세지 않음. 종이를 봉투에 넣고 이레에 한 번 셈. 그날은 둘 다 합을 모름.
대가: 저울이 이상한 날을 이레 뒤에 알게 됨. 그날 다시 잴 기회를 잃음. 반씩 함: 경옥이 읽은 한 통만 그날 봄. 그 하나가 평소보다 많이 벗어나면 그날 다시 잼. 합은 봉투에 넣어 이레에 한 번 봄.
둘이 하는 일에서 가릴 수 있는 것은 반쪽뿐임. 남은 반쪽은 미루는 것으로 가림. 미루면 그날 잡을 수 있는 잘못을 못 잡음. 둘을 같이 가질 수 없음. 어느 쪽을 택했는지를 적음.」
경옥이 종이를 봉투에 넣고 날짜를 적었다.
“그러면 오늘 수는 어디에 들어가.”
은재가 손을 멈췄다.
“그게 남았습니다.”
“앞의 넷하고 같이 세면 되지.”
“못 섞습니다.”
경옥이 봉투를 들고 돌아봤다.
“왜.”
“앞의 넷은 제가 읽고 제가 더한 수입니다. 오늘은 제가 읽고 선생님이 더한 수입니다. 설계가 다릅니다.”
“수는 수잖아.”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수는 같은데 어떻게 나온 수인지가 다릅니다. 평균을 내려면 같은 방법으로 나온 수여야 합니다.”
경옥이 선반에 봉투를 올렸다.
“그럼 넷은 버려?”
“안 버립니다. 칸을 가릅니다. 구 설계 넷, 새 설계 하나입니다.”
“그러면 자가 다시 커지네.”
“커집니다. 새 설계 쪽은 한 날이라 자를 못 뽑습니다. 자를 뽑으려면 날이 더 필요합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고치면 앞이 끊기는 거구나.”
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끊깁니다. 어제 밖에서도 그런 게 있었습니다. 깊이를 끊고 폭으로 갈아타는데 겹치는 날이 하루라 못 이었습니다.”
“여기도 겹침을 만들면 되잖아.”
“만들 수 없습니다. 하루에 두 번 재면 통을 두 번 올립니다.”
“두 번 올리면 안 돼?”
“올릴 때마다 조금 승화합니다. 두 번 올린 날 수는 다른 날 수하고 다른 수가 됩니다.”
은재가 적었다.
「설계가 바뀌었으므로 칸을 가름. 구 설계 넷(10/21~24) / 새 설계 하나(10/26). 10/25는 구 설계 마지막 날.
두 칸의 수를 한 평균에 넣지 않음. 수는 같은 모양이나 나온 방법이 다름. 새 설계 쪽은 한 날이므로 자를 못 뽑음. 날이 더 필요함. 그동안 자는 다시 큼.
겹침을 만들어 두 칸을 잇는 방법: 하루에 두 설계로 두 번 재는 것. 못 함. 통을 두 번 올리면 올릴 때마다 승화함. 두 번 올린 날 수는 다른 날 수와 다른 수가 됨. 그러므로 접합 불가. 어제 밖에서 나온 것과 같은 모양임(깊이 → 폭).
고치는 일은 앞을 끊음. 끊기는 것을 알고도 고쳐야 할 때가 있음.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끊긴 자리를 적는 것뿐임. 날짜와 까닭을 적음. 「10월 25일에 끊김. 까닭: 읽는 사람과 더하는 사람을 가름. 앞의 넷과 못 섞음.」
저울 흩어짐 열 점 추가일 10월 27일 그대로. 그 열 점은 설계와 무관함(사람이 안 읽는 셈). 그러므로 그 열 점은 두 칸에 다 쓸 수 있음. 쓸 수 있는 수와 못 쓰는 수를 칸 머리에 적어 둠.」
4. 아홉 칸
열한 시에 둘이 선반 끝으로 갔다.
은재가 어제 적어 둔 돌림표를 꺼냈다. 종이 뒤에 붙여 둔 것이었다.
표대로 실 셋을 옮겨 걸었다. 왼쪽에 있던 실을 가운데에, 가운데에 있던 실을 오른쪽에, 오른쪽에 있던 실을 왼쪽에 걸었다.
걸고 나서 사진기를 들고 옆에서 찍었다. 종이 각도기를 사진 위에 댔다.
“가운데가 4도입니다. 왼쪽이 2도, 오른쪽이 1도입니다.”
경옥이 세 실을 봤다.
“또 가운데네.”
“다섯 번 다 가운데입니다.”
“그런데 4도면 작잖아.”
“작습니다. 읽기 자가 ±3인데 4하고 2하고 1입니다. 셋이 다 자 안입니다.”
경옥이 팔짱을 끼었다.
“자 안인데 다섯 번을 어떻게 세.”
은재가 각도기를 내려놓았다.
“크기로는 못 셉니다. 그런데 순서로는 셉니다.”
“순서.”
“셋 중에 어느 게 제일 큰가입니다. 세 자리가 다 같으면 제일 큰 게 어느 자리일지는 셋에 하나씩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다섯 번 다 가운데면.”
“셋에 하나를 다섯 번이면 이백마흔셋에 한 번입니다.”
경옥이 손을 멈췄다.
“그럼 된 거네.”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다섯 날이 다섯 날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야.”
은재가 수첩에 네모 아홉을 그렸다. 가로가 자리였고 세로가 실이었다.
“앞의 사흘은 같은 실이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실이 원래 큰 실이면 사흘이 다 큽니다.”
“한 번으로 세야 하네.”
“한 번으로 셉니다. 그러면 가운데가 1등인 게 세 번입니다. 앞의 사흘 묶어서 한 번, 어제 한 번, 오늘 한 번입니다.”
“셋에 하나를 세 번이면.”
“스물일곱에 한 번입니다.”
경옥이 네모 아홉을 들여다봤다.
“아까는 이백마흔셋이었는데.”
“같은 자료입니다. 되풀이된 날을 한 날로 세면 이백마흔셋이 스물일곱이 됩니다.”
“많이 줄었네.”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스물일곱에 한 번은 셈이 되기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은재가 네모 아홉 중 세 칸에 점을 찍었다. 오늘 돌린 세 짝이었다.
“오늘 세 칸이 찼습니다. 쌓인 칸 하나를 더하면 넷입니다.”
“다 차려면.”
“사흘 돌리면 아홉 칸이 한 번씩 찹니다. 모레입니다.”
경옥이 선반 쪽을 봤다.
“그때는 뭘 알 수 있어.”
“자리 셋하고 실 셋을 따로 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가운데가 큰 게 자리 때문인지 실 때문인지를 섞어서 보고 있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실 다섯째 점. 돌림 첫날. 가운데 4 / 왼쪽 2 / 오른쪽 1. 읽기 자 ±3도.
세 값이 다 읽기 자 안임. 크기로는 못 가름. 순위로 셈: 세 자리가 같으면 1등이 어느 자리일지는 셋에 하나. 자 안의 움직임이어도 순위는 쏠리지 않아야 함.
다섯 날 다 가운데가 1등. 그러나 앞의 사흘은 같은 실이 같은 자리에 있었음. 그 실이 원래 큰 실이면 사흘이 다 큼. 되풀이된 짝은 한 날로 셈. 그러므로 1등 기록 세 번. 셋에 하나를 세 번 = 스물일곱에 한 번.
같은 자료가 이백마흔셋에 한 번이 되기도 하고 스물일곱에 한 번이 되기도 함. 되풀이된 날을 몇 날로 세는지가 정함. 되풀이를 날수대로 세면 셈이 커 보임.
자 안의 움직임도 순서로는 셀 수 있음. 다만 같은 짝이 되풀이된 날은 한 날로 셈.
돌림: 오늘 세 칸 찼음. 쌓인 칸 하나 포함 넷. 사흘 돌리면 아홉 칸이 한 번씩 참. 판정일 10월 28일. 그날 자리 셋과 실 셋을 따로 뗌. 지금은 섞여 있음. 돌림표는 수 보기 전에 적어 종이 뒤에 붙임. 오늘도 그대로 함.」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짐작 봉투를 꺼냈다. 맹검 열한째 날이었다.
은재가 봉투를 들고 서 있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왜.”
“제가 열 날을 잘못했습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뭘 잘못했어.”
“온도계를 먼저 봤습니다.”
“그게 왜.”
은재가 종이 두 장을 꺼냈다. 규칙 짐작 쪽과 느낌 짐작 쪽이었다.
“규칙 짐작은 온도계를 봐야 적습니다. 어제보다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로 적으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느낌 짐작은 온도계를 보기 전에 적어야 합니다. 저는 온도계를 보고 나서 느낌을 적었습니다.”
경옥이 종이 두 장을 번갈아 봤다.
“그러면 느낌이 규칙을 베낀 거네.”
“베꼈습니다. 제가 규칙을 아니까 온도계를 보면 규칙 답이 먼저 나옵니다. 그다음에 느낌을 적으면 느낌이 그 답 쪽으로 갑니다.”
“그래서 둘이 자꾸 같았고.”
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 장 중에 여덟 장이 같았습니다. 둘이 잘 맞는 줄 알았습니다.”
경옥이 선반에 기댔다.
“잘 맞는 게 아니고.”
“잘 맞는 게 아니고 한쪽이 한쪽을 보고 적은 겁니다. 둘이 안 갈리는 까닭이 둘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적는 순서에 있었습니다.”
은재가 느낌 짐작 종이를 먼저 들었다.
선반 쪽을 한 번 봤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꺼냈다.
「큼.」
적고 접었다.
그다음에 온도계를 봤다. 영하 29.9였다. 어제가 영하 30.1이었다.
“올라갔습니다. 규칙으로는 「큼」입니다.”
“또 같네.”
“또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것은 순서가 맞습니다.”
경옥이 두 장을 봉투에 넣었다.
“그럼 앞의 열 장은.”
은재가 잠깐 가만히 있었다.
“버리지 않습니다. 칸을 가릅니다.”
“또 가르네.”
“또 가릅니다. 「느낌이 규칙을 본 뒤에 적힌 장」 열 장하고 「느낌을 먼저 적은 장」 한 장입니다.”
“30일에 뜯을 때는.”
“두 칸으로 셉니다. 앞의 열 장은 갈린 장이 둘이라 셀 게 없고, 새 칸은 한 장이라 더 셀 게 없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셀 게 더 없어졌네.”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열 장을 셀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6일. 맹검 열한째. 느낌 짐작을 먼저 적음(「큼」). 그다음 온도계 봄. 영하 29.9(어제 영하 30.1). 규칙 짐작 「큼」. 같은 장.
새로 봄: 열 날 동안 온도계를 먼저 보고 느낌을 나중에 적었음. 규칙을 아는 사람이 온도계를 보면 규칙 답이 먼저 떠오름. 그 뒤에 적는 느낌은 규칙을 베낌. 그러므로 열 장 중 여덟 장이 같았던 것은 둘이 맞은 것이 아니라 한쪽이 한쪽을 본 것임.
두 짐작이 안 갈리는 까닭이 둘 사이에 있지 않고 적는 순서에 있었음. 설계에 「무엇을 가릴지」는 적었고 「무슨 순서로 적을지」는 안 적었음.
고침: 느낌을 먼저 적고 접은 뒤에 온도계를 봄. 오늘부터. 칸을 가름. ①느낌이 규칙을 본 뒤에 적힌 장 열 장 ②느낌을 먼저 적은 장 한 장. 10월 30일에 예정대로 뜯되 두 칸으로 셈. ①은 갈린 장 둘로 셀 수 없음. ②는 한 장으로 더 셀 수 없음.
고치면 셀 수 있는 장이 줄어듦. 줄어든 것이 열 장을 셀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 나음. 규칙은 안 바꿈. 순서만 바꿈. 바꾼 것이 규칙인지 순서인지를 적어 둠.」
점심 전에 은재가 전화를 걸었다. 운행일지 때문이었다.
어제 제비로 다섯 날을 뽑아 두었다. 10월 3일, 7일, 14일, 19일, 22일이었다.
은재가 다섯 날을 차례로 불렀다. 받은 사람이 하나씩 답했다.
넷은 차가 나갔다고 했다. 하나는 안 나갔다고 했다.
끊고 나서 은재가 계산기를 들었다.
한참 셈을 하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왜.”
“다섯 중에 넷이면 다섯에 넷입니다.”
“그렇지.”
“그걸로 전체를 말하면 폭이 스물여덟에서 아흔아홉까지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거의 전부네.”
“거의 전부입니다. 다섯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합니다.”
“몇 날을 뽑아야 돼.”
“폭을 이 할쯤으로 좁히려면 스물다섯 날쯤 필요합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물을 수 있는 날이 몇이야.”
은재가 날짜를 짚었다.
“10월 1일부터 24일까지입니다. 스무나흘입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경옥이 먼저 말했다.
“뽑을 게 없네.”
“없습니다. 필요한 수가 있는 수보다 많습니다.”
“그럼 다 물어.”
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묻겠습니다. 다 물으면 제비가 할 일이 없습니다. 고를 게 없으니까요.”
“그럼 제비는 버려?”
은재가 손을 멈췄다.
“하나 남습니다.”
“뭐가.”
“순서입니다.”
경옥이 돌아봤다.
“순서가 왜.”
“스무나흘을 한 번에 못 묻습니다. 하루에 다섯 날씩 물으면 닷새 걸립니다. 그 사이에 저쪽이 그만하자고 할 수 있습니다.”
“끊길 수 있고.”
“끊길 수 있습니다. 끊길 때 제가 날짜 순서로 물었으면 앞의 절반만 남습니다.”
“제비 순서로 물으면.”
“끊긴 데까지가 제비로 뽑은 표본이 됩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끊겨도 쓸 수 있게 되는 거구나.”
“쓸 수 있습니다. 끊길 수 있는 전수는 제비 순서로 물어야 합니다.”
은재가 적었다.
「운행일지. 제비 다섯 날(10/3, 7, 14, 19, 22). 답: 넷 운행 / 하나 안 함.
다섯에 넷으로 전체를 말하면 폭이 스물여덟에서 아흔아홉까지임. 거의 전부이므로 아무 말도 못 함. 폭을 이 할쯤으로 좁히려면 스물다섯 날쯤 필요함. 물을 수 있는 날은 스무나흘(10/1~24)임.
필요한 수가 있는 수보다 많음. 그러므로 뽑지 않고 다 물음. 모집단이 작으면 제비가 할 일이 없음. 고를 것이 없으면 고름에서 생기는 치우침도 없음.
제비가 할 일이 하나 남음: 묻는 순서. 스무나흘을 한 번에 못 물음. 하루 다섯 날씩 닷새. 그 사이에 끊길 수 있음. 날짜 순서로 물으면 끊긴 뒤에 남는 것이 앞의 절반뿐임(앞쪽만 모인 자료). 제비 순서로 물으면 끊긴 데까지가 제비로 뽑은 표본이 됨.
끊길 수 있는 전수는 제비 순서로 물음. 오늘 다섯 날은 이미 제비였으므로 그대로 씀. 남은 열아홉 날의 순서를 지금 뽑아 적어 둠. 적어 두고 그대로 물음. 중간에 순서를 바꾸지 않음. 따로 알고 싶은 날은 전수가 끝난 뒤에 물음. 칸은 그대로 가름.」
점심 뒤에 은재가 칸 머리 종이를 폈다.
어제 만든 「나중에 남」 칸에 한 줄이 들어 있었다.
은재가 칸 수를 세었다. 스물이었다. 어제 열아홉이었다.
하나가 늘어난 것은 오늘 새로 만든 「느낌을 먼저 적은 장」 칸이었다.
은재가 칸 머리마다 적힌 것을 훑었다.
적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오늘 칸이 넷 늘었습니다.”
경옥이 종이 쪽으로 왔다.
“스물이라며.”
“칸 머리 종이에 적는 칸은 스물입니다. 그 밖에 오늘 만든 게 셋 더 있습니다. 설계가 갈린 칸 둘하고 맹검 순서 칸 하나입니다.”
“많이 만들었네.”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일은 수 세 개 읽은 거하고 각도 셋 읽은 거하고 전화 한 번입니다.”
경옥이 선반 쪽을 봤다.
“일보다 칸이 많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그게 걸립니다. 칸이 일보다 빨리 늘면 어느 날엔가 칸만 남습니다.”
“그럼 어떡해.”
“칸 수를 날마다 적겠습니다. 늘어난 칸하고 닫은 칸을 같이요.”
“닫은 칸도 있어?”
“오늘 하나 닫았습니다. 제비로 뽑는 칸입니다. 전수로 바꿨으니까 그 칸이 없어집니다.”
은재가 적었다.
「칸 수 셈 첫날. 칸 머리 종이 스물(어제 열아홉). 오늘 늘어난 칸: 설계 갈림 둘(저울 구/신, 맹검 전/후), 「느낌을 먼저 적은 장」 하나. 셋. 오늘 닫은 칸: 제비로 뽑는 날 칸 하나(전수로 바꿈).
오늘 한 일: 수 셋 읽음, 각도 셋 읽음, 전화 한 번. 일보다 칸이 많음. 칸이 일보다 빨리 늘면 어느 날엔가 칸만 남음.
그러므로 칸 수를 날마다 적음. 늘어난 칸과 닫은 칸을 같이 적음. 닫는 칸이 없는 날이 이어지면 그것을 보고 알 수 있게 함.
칸마다 자를 적는 일 열하루째.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 스무사흘째. 「봄」도 스무사흘째. 안 잘린 통 389일째. 잘린 통 스무나흘째.」
5. 넷 중 하나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정한은 수첩을 펴고 험 칸 앞에 앉았다.
「기계 없음, 넷째.」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 칸에도 같은 것을 적고 「넷째」를 달았다.
적고 나서 선반을 봤다. 왼쪽에 하나가 남아 있었다.
10월 6일에 구운 다섯 중 마지막이었다. 마감이 내일이었다.
정한은 그 하나를 내려 받침대에 올렸다.
올리기 전에 릴 가장자리를 봤다. 조명을 낮추고 옆면에 눈을 가까이 댔다.
가는 선이 없었다. 이음 자리가 없는 릴이었다.
정한은 한 번 더 돌려 가며 옆면 전체를 봤다. 없었다.
정한이 수첩에 한 줄 적었다.
「옆면 봄. 이음 자리 없음. 어제 것과 다름.
어제 이음 자리 셋을 본 뒤에 보는 눈이 생겼음. 오늘은 그 눈으로 보고 없음을 적음. 어제까지는 「안 봤음」이었고 오늘은 「보고 없음」임. 둘을 가름. 앞의 세 릴은 「안 봤음」임. 소급해서 「없었음」으로 적지 않음.」
정한은 돌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리는 데가 없었다.
옮기는 데 두 시간쯤 걸렸다. 열한 시 반에 끝났다.
정한이 선반을 봤다. 왼쪽이 비었다.
「10/6에 구운 다섯 다 끝남. 마감 10/27. 하루 앞서 끝남.
하루가 남은 것이 오늘 일이 쉬웠기 때문임. 이음 자리가 없었음. 어제는 이음 자리 셋에 오전이 갔음. 같은 한 릴에 걸리는 시간이 두 배 차이가 남.
적어 둠: 남은 날수로 남은 일을 나누면 안 됨. 릴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고 뜯어 보기 전에는 모름. 마감을 잡을 때 릴 수로 잡지 않고 「제일 오래 걸린 릴」로 잡음. 다섯 중에 이음 자리가 있던 것이 하나였음. 10/9에 구운 셋은 10/30. 아직 손 안 댐. 옆면은 미리 봄.」
점심 뒤에 정한은 우편함에서 봉투를 꺼냈다.
어제 회신 봉투였다. 보내 둔 사본 쪽에서 온 것이었다.
안에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검사 수 넷이 적혀 있었다.
정한은 자기 쪽 종이를 꺼내 나란히 놓았다.
셋이 같았다. 하나가 달랐다.
정한이 다른 하나를 짚었다. 세 번째 파일이었다.
정한은 봉투를 내려놓고 자기 쪽 원본에서 그 파일의 검사 수를 다시 셌다.
같은 수가 나왔다.
정한이 적었다.
「「도착」 칸 ②채워짐. 회신 검사 수 넷 옴. 셋 같음. 하나 다름(세 번째 파일).
다른 까닭이 될 수 있는 것 셋. ①길에서 상함 ②내가 적어 보낸 수가 틀림 ③저쪽이 잘못 셈.
②를 먼저 지움: 내 쪽 원본에서 다시 셈. 같은 수 나옴. 그러므로 내가 적은 수는 내 원본과 맞음. 남은 것은 ①과 ③임. 둘을 가르는 법: 같은 파일을 다시 보내고 다시 세게 함. 다시 보낸 것이 맞으면 ①임(길에서 상한 것). 또 틀리면 ③쪽이 큼.
그러므로 다시 보냄. 보내는 날 10/27. 같은 매체로 보냄(매체를 바꾸면 ①을 못 가름). 한 번에 다 보내지 않고 그 하나만 보냄. 다 보내면 어느 것이 고쳐진 것인지 모름.」
정한은 봉투를 접다가 손을 멈췄다.
어제 적어 둔 것이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은 자국을 재서 차가 나왔을 때 어느 쪽이 맞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남극 쪽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기 수첩에 적힌 것이었다. 압흔 판독에서 자기와 다른 사람이 다르게 읽은 날의 줄이었다.
정한이 그 줄을 찾아 폈다.
그 아래에 새 줄을 달았다.
「오늘 검사 수 둘이 달랐음. 어제 판독에서 두 사람이 다르게 읽었던 것과 모양이 같음. 그런데 오늘은 어느 쪽이 맞는지를 알 수 있음. 어제는 알 수 없었음.
다른 것: 오늘은 셋째가 있음. 내 쪽 원본이 있어서 다시 셀 수 있음. 어제는 셋째가 없었음. 눈 위에도 종이 위에도 참값을 아는 데가 없었음.
둘이 다를 때 어느 쪽이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경우는 셋째가 있을 때뿐임. 셋째가 없으면 「둘이 다름」까지만 적음. 그것이 치우침임. 셋째가 있는지를 먼저 보는 칸을 둠. 「셋째 있음 / 없음」. 있으면 가름. 없으면 둘을 다 적음.」
세 시에 정한은 압흔 종이를 폈다. 판독 이레째였다.
9월 30일 것은 어제 보낼 데가 나왔다. 정한은 그것을 봉투에 넣고 주소를 적었다.
9월 22일 것이 남았다. 그날 들어온 일이 둘이었고 둘 중 하나를 고를 근거가 없었다.
정한은 두 이름을 한참 봤다.
고르지 않았다.
대신 종이 두 장을 꺼내 같은 문장을 썼다. 이런 것이 나왔는데 당신 것인지 보겠느냐는 문장이었다.
안에 든 것은 안 적었다.
정한이 적었다.
「9월 22일 것. 둘 중 하나를 고를 근거 없음. 고르지 않음.
고르면 그 순간부터 짐작이 사실 자리에 앉음. 어제 적어 둔 그대로임. 그러나 보류만 하면 영영 안 움직임. 어제는 보류까지만 했음.
고침: 고르지 않고 묻음. 두 쪽에 같은 종이를 보냄. 「이런 것이 나왔는데 당신 것인지 보겠느냐」만 적음. 안에 든 것은 안 적음. 안에 든 것을 적으면 둘 중 하나는 남의 것을 받음.
묻는 것과 보내는 것을 가름. 묻는 것은 둘에 하고 보내는 것은 답이 온 쪽에만 함. 둘이 다 본다고 하면 다시 막힘. 그때는 다시 보류함. 그 경우를 미리 적어 둠. 답이 안 오는 경우도 적어 둠. 「안 옴」을 세기 시작하는 날은 보낸 날에서 닷새 뒤임.」
네 시에 정한은 이관 파일 목록을 폈다.
어제 적은 「여기서 0.04초 없음」이 세 번째 줄에 있었다.
정한은 그 줄을 보다가 파일을 한 번 들어 봤다. 그 자리가 지나갔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정한은 소리를 멈추고 수첩을 폈다.
「파일만 받은 사람은 그 자리가 조용했던 것으로 들음.
종이에 적어 두었으나 파일과 종이가 떨어지면 종이가 없는 파일이 남음. 떨어지는 일이 생김. 옮겨 담을 때 종이는 안 옮겨 담김.
소리로 적는 방법: 그 자리에 말소리를 넣는 것. 안 함. 원본에 없는 소리가 들어감. 파일 머리에 넣는 방법도 안 함. 머리를 자르고 쓰는 사람이 있음.
할 수 있는 것: 종이를 파일로 만들어 같은 이름으로 옆에 두는 것. 파일 이름이 같으면 옮길 때 같이 옮겨 감. 이름이 다르면 하나만 옮겨 감. 이름을 같게 적는 것 말고는 둘을 붙여 둘 방법이 없음.
소리로 적을 수 없는 것은 소리 밖에 적음. 소리 밖에 적은 것은 이름을 같게 해서 같이 다니게 함. 그래도 떨어질 수 있음. 떨어졌을 때 알 수 있게 파일 목록에 「옆에 종이가 있어야 하는 파일」 표를 둠. 표가 있는 파일에 종이가 없으면 다음 사람이 찾음. 표가 없으면 없어진 것도 모름.」
정한은 수첩을 덮고 짐작 칸을 폈다. 스물두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이었다.
「안 지나감」은 열여드레째였다. 안 보는 날이 열엿새째였고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열사흘째였다.
정한은 마지막 줄에 오늘 한 일을 적었다.
「오늘 한 일: 다섯 중 마지막을 옮기고 하루를 남김.
하루가 남은 것은 내가 빨라서가 아니고 오늘 릴에 이음 자리가 없어서임. 남은 하루를 10/9 것에 미리 쓰지 않음. 마감이 다른 물건임.
빈 선반을 보고 다 끝난 것 같았음. 10/9 것 셋이 그대로 있음. 끝난 것과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가름. 선반이 비는 것은 칸이 비는 것과 다름.」
6. 열여섯에 둘
토요일이었다.
하람은 열 시에 어머니 집에 들어가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열엿새째였다.
「①왔냐 ②밥은 ③차 가져왔냐」
적고 나서 하람은 셋째 자리를 한참 봤다.
어제가 「추우냐」였고 그제가 「비 오냐」였다. 이틀 연속 날씨 말이었다.
오늘은 날씨 말이 아니었다.
하람이 적었다.
「셋째에 날씨 말이 그제와 어제 나왔다. 오늘은 안 나왔다.
어제 나는 한 번과 시작이 다음 날에만 갈린다고 적었다. 오늘이 그 다음 날이다.
그런데 안 갈렸다.
시작이어도 사흘 연속일 필요가 없다. 끊겼다고 시작이 아니었다는 뜻이 안 된다. 이틀 연속이 끝난 것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칸을 둘로 둔다. 「이어진 날수」 칸: 둘에서 끊김. 오늘 0. 「나온 날수」 칸: 열엿새 중 두 날.
이어진 것을 세는 칸과 나온 날을 세는 칸은 다르다. 이어짐이 끊겼다고 나온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한 달쯤 모으면 「나온 날수」로는 셀 수 있다. 「이어진 날수」로는 못 센다. 이어짐은 길어야 한 번 생긴다.」
둘째 자리는 접은 채로 두었다. 열여섯 중 열다섯이 「밥은」이었다.
하람이 접은 자리에 한 줄 적었다.
「접은 칸도 달에 한 번은 펴서 본다. 오늘은 안 펴고 다음 달 1일로 적어 둔다.
접은 까닭은 거의 안 움직이기 때문이다. 안 움직이는 것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이 있다. 접은 채로 두면 그날을 모른다. 접는 것과 지우는 것을 가른다.」
「말 아닌 것」 칸은 열이레째였다. 창 쪽을 세 번 봤고 손을 두 번 비볐다.
핀 칸은 열아홉째 점이었다. 셋이었다.
하람은 식탁에 수첩을 펴고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스무째로 채웠다.
그러고 좁게 적기 종이를 꺼냈다. 셋째 줄이었다.
하람이 적었다.
「셋째 줄: 내가 들어오면 창 쪽을 보신다.
까닭: 열엿새 중 열한 날. 적혀 있다.」
적고 나서 하람은 세 줄을 나란히 놓고 봤다.
첫 줄이 열셋에 아홉이었다. 둘째 줄이 넷에 넷이었다. 셋째 줄이 열엿새에 열하나였다.
하람이 연필을 내려놨다가 다시 들었다.
「셋째 줄을 적고 보니 첫 줄과 겹친다.
첫 줄은 「내가 들어오면 하던 것을 멈추신다」였다. 창 쪽을 보는 것이 멈추는 모양 중 하나다.
겹치는 줄을 따로 세면 판정일에 두 줄을 맞춘 것이 된다. 한 줄을 맞춘 것인데 두 줄이 된다.
열 줄을 적을 참이다. 열 줄 중에 겹치는 줄이 섞여 있으면 맞은 줄 수가 실제보다 커 보인다.
그러므로 줄마다 「겹치는 줄」 칸을 둔다. 셋째 줄 옆에 「첫 줄과 겹침」을 적는다. 판정일에는 겹치는 줄을 한 덩이로 묶어 그 덩이를 한 줄로 센다.
줄을 안 지운다. 셋째 줄이 첫 줄보다 좁다. 좁은 줄이 맞으면 좁게 적은 것이 된 것이다. 지우면 좁게 적은 일이 없어진다. 세는 자리에서만 한 줄로 센다.
판정일 11월 2일. 그날 셋으로 나눈다. 센 날이 열 넘는 줄, 다섯 안쪽인 줄, 다른 줄과 겹치는 줄.」
열한 시에 하람이 차량 일지를 폈다.
안 간 날 중에 까닭이 안 적힌 날이 둘이었다. 9월 2일 화요일과 10월 2일 목요일이었다.
하람은 10월 2일을 봤다.
자기 수첩에 동그라미가 없는 날이었다. 그날 집에 안 갔다.
하람은 어머니 쪽을 봤다. 어머니가 식탁 건너에 앉아 신문을 접고 있었다.
하람이 물으려다가 그만뒀다.
수첩을 덮고 일어나 부엌 쪽으로 갔다.
약 봉투를 두는 바구니가 싱크대 옆에 있었다. 하람이 봉투를 하나씩 꺼내 날짜를 봤다.
10월 2일 날짜가 적힌 봉투가 있었다. 집 앞 골목 약국 이름이었다.
하람은 봉투를 제자리에 넣고 돌아와 적었다.
「10월 2일 목요일. 차가 안 간 까닭: 집 앞 약국에 가셨다. 걸어서 가는 거리다.
묻지 않았다. 약 봉투 날짜를 봤다.
묻지 않은 까닭: 묻는 것이 기억을 만든다. 내가 날짜를 불러 주면 그 날짜에 맞는 기억이 생긴다. 어제 저온실 쪽에서 비슷한 것을 적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료를 본 뒤에 떠오른 기억 이야기였다.
묻기 전에 흔적을 먼저 찾는다. 흔적이 없을 때만 묻고, 물었으면 물었다고 적는다. 약 봉투는 그날 거기 갔다는 것만 말한다. 차를 안 탄 까닭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 짐작이다. 그 짐작을 「본 것 없는 짐작」 칸에 안 넣는다. 본 것이 있다. 다만 약하게 적는다.
남은 것은 9월 2일 하나다.」
하람은 9월 2일 줄을 한참 봤다.
자기 수첩이 9월 10일에 시작했다. 그 전은 아무것도 없었다.
약 봉투 바구니에도 9월 초 것은 없었다.
하람이 적었다.
「9월 2일 화요일. 내 수첩 밖이다. 약 봉투도 없다. 흔적이 없다.
물으면 기억이 생긴다. 두 달 전 화요일이다. 안 묻는다.
이 하나를 열어 둔 채로 두면 센 것 전부가 안 끝난다. 열한 날 중에 열은 끝났는데 칸이 안 닫힌다.
그러므로 모름에도 닫는 날을 적는다. 11월 2일에 「끝내 모름」으로 적고 닫는다. 닫는 것은 까닭을 알았다는 뜻이 아니다. 더 찾을 데가 없다는 뜻이다. 닫은 뒤에 새 자료가 오면 다시 연다. 닫은 날과 다시 연 날을 둘 다 적는다.
열한 날 중 까닭이 적힌 날 열. 하나는 11월 2일에 닫는다. 닫을 때 열 날의 까닭을 세지 않는다. 열 날 중 하나는 내가 만든 날이었다.」
한 시에 하람이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열셋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센터조 이름 셋을 세척하는 일은 이레째였다. 오늘은 한 번 걸렸다. 27일까지였다.
조사표를 낸 뒤 열하루째였다. 「안 옴」이 열여덟 줄이 되었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다.
옆집 쪽지는 회신이 없었다. 둘째 날이었다. 셈을 시작하는 날은 닷새 뒤였다.
하람이 그 칸에 「아직 아님, 둘째 날」이라고 적었다.
두 시에 하람은 28일 종이를 폈다.
물을 것이 넷 적혀 있었다. 어제 셋이었고 하나를 더 적었다.
하람이 넷을 보다가 연필을 들었다.
「28일에 물을 것이 넷이다. 방문이 이틀 뒤다.
가 보면 셋도 못 묻는다. 지난번에 둘 묻고 나왔다.
그러므로 순서를 적는다. 1번부터 4번까지 번호를 매긴다. 순서를 안 적으면 그날 앞에 적힌 셋만 묻고 끝난다. 앞에 적힌 셋은 먼저 생각난 셋이고 급한 셋이 아니다.
순서 기준: 그 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을 앞에 둔다. 종이로도 알 수 있는 것을 뒤에 둔다. 1번은 기한 뒤에 무엇이 안 되는지다. 어제 센터 쪽에서 물어서 알았으니 뺀다. 셋이 된다.
못 물은 것 칸을 둔다. 그날 못 물은 것을 적고 다음 방문으로 넘긴다. 넘긴 횟수를 같이 적는다. 세 번 넘어간 것은 안 묻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안 묻기로 했다고 적는다.」
하람은 셋에 번호를 매기고 종이를 접었다.
세 시에 하람이 나오면서 현관에서 뒤를 돌아봤다.
어머니가 신문을 다시 펴고 있었다.
버스에서 하람은 오늘 적은 줄들을 넘겨 봤다.
이어진 것이 끊긴 줄이 있었고, 묻지 않고 풀린 줄이 있었고, 끝내 모르기로 한 줄이 있었다.
하람이 마지막 줄을 적었다.
「오늘 막힌 것 하나가 트였다. 내가 한 일은 바구니를 열어 본 것뿐이다.
트인 것은 내가 오늘 찾아서가 아니라 10월 2일에 누가 봉투에 날짜를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적어 둔 사람은 그걸 나한테 알려 주려고 적은 게 아니다.
적어 둔 것은 적을 때 쓰이는 데하고 다른 데에서 쓰인다. 그래서 쓸 데를 모르는 것도 적는다. 쓸 데를 알고 적은 것만 적으면 오늘 같은 날에 아무것도 없다.
하나가 트이고 하나가 끝내 막혔다. 둘을 같은 종이에 적는다. 트인 쪽만 적으면 내가 찾는 사람으로 보이고, 막힌 쪽만 적으면 못 찾는 사람으로 보인다. 둘을 다 적으면 열한 날 중 열 날이 풀린 것으로 보인다. 그게 오늘까지의 전부다.」
사이 밖으로 나가는 날이 왔다. 수가 두 자에서 충분히 멀어졌으므로 오늘 적힌 글자는 어제에서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 표가 붙지 않았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정한 날에는 꽉 찬 표가 붙고 그것을 물려받은 날에는 빈 표가 붙었으며, 잰 수가 혼자 정한 날에는 아무 표도 붙지 않았다. 표가 없는 것이 제일 좋은 날이었는데 표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가장 안 보일 날이었다. 그래서 표 없음도 표의 한 가지로 적어 두었다.
날씨 쪽 문이 처음으로 깨끗하게 하나가 된 날에 쓸 것 쪽 문이 영이었다. 곱이 영이므로 그날 한 일은 없었고, 영인 항이 어제와 다른 자리로 옮겨 가 있었다. 둘로 가른 칸은 가른 날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고 어긋나는 날에 알려 주었다. 열나흘 걸려 지운 것이 하루 있었고, 그 하루가 기록에 남은 것은 영을 빈칸으로 두지 않고 영이라고 적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끊기는 칸과 쌓이는 칸은 같은 종이에 나란히 있었고 생김새가 같았으므로 칸 이름 옆에 어느 쪽인지를 적었다.
누적으로 세는 것과 하루 차의 평균으로 세는 것이 같은 셈이었다. 자를 자료에서 뽑으면 자도 흔들렸고, 여섯 값으로 뽑은 자는 삼 할쯤 흔들려서 배수 하나만 적으면 그 폭이 안 보였다. 치르는 법은 자유도를 같이 적는 것이었다. 자유도가 작으면 같은 셈에 더 큰 수가 필요했으므로, 날을 모으는 이득은 차가 커지는 데서도 오고 자가 덜 흔들리는 데서도 왔다.
자를 작게 만드는 법은 안 움직이는 몫을 날마다 다시 재지 않는 것이었다. 큰 것을 한 번 재어 못 박고 움직이는 작은 몫만 날마다 재면 같은 차가 더 큰 수로 나왔다. 대신 못 박은 것이 움직이는지를 보는 칸이 하나 더 생겼고, 못 박은 것이 움직인 것과 재려던 것이 자란 것을 가를 수 없었으므로 재려던 것 밖에 하나를 더 꽂아야 했다. 꽂은 것은 끝이 아니라 어제의 끝이었고, 자라면 안쪽에 남았다. 안쪽에 남은 것을 다시 꽂지 않았다. 다시 꽂으면 어제 자리가 없어졌다.
크기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방향으로는 여덟에 한 번인 수가 있었다. 둘 중 어느 것으로 볼지는 날을 모은 뒤에 고르면 고른 것이 되었으므로 미리 정해 두었다. 자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도 순서로는 셀 수 있었다. 다만 같은 짝이 되풀이된 날들은 한 날로 셌고, 그렇게 세면 같은 자료가 이백마흔셋에 한 번에서 스물일곱에 한 번이 되었다.
접는 것은 눈을 가리는 일이었고 머리는 가려지지 않았다. 두 수를 읽은 사람은 셋째에 필요한 수를 알았으므로, 가리려면 한 수를 모르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이 하는 일에서 가릴 수 있는 것은 반쪽뿐이었고 남은 반쪽은 미루는 것으로 가렸다. 미루면 그날 잡을 수 있는 잘못을 못 잡았다. 둘을 같이 가질 수 없었으므로 어느 쪽을 택했는지를 적었다.
두 짐작이 열 날 동안 거의 같았던 까닭이 둘 사이에 있지 않고 둘을 적는 순서에 있었다. 무엇을 가릴지는 적혀 있었고 무슨 순서로 적을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순서를 고치자 셀 수 있는 장이 줄었다. 줄어든 것이 열 장을 셀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 나았다.
필요한 수가 있는 수보다 많으면 제비가 할 일이 없었다. 다 물으면 고를 것이 없으므로 고름에서 생기는 치우침도 없었다. 다만 다 묻는 일이 중간에 끊길 수 있었고, 그때 날짜 순서로 물었으면 앞쪽만 남고 제비 순서로 물었으면 끊긴 데까지가 제비로 뽑은 것이 되었다.
둘이 다를 때 어느 쪽이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경우는 셋째가 있을 때뿐이었다. 종이에는 셋째가 있었고 눈 위에는 없었다. 그래서 한쪽은 다시 세어 가를 수 있었고 한쪽은 둘이 다르다는 것까지만 적을 수 있었다. 고를 근거가 없을 때는 고르지 않고 물었다. 묻는 것과 보내는 것을 가르면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고도 한 걸음을 갈 수 있었다. 소리로 적을 수 없는 것은 소리 밖에 적고, 소리 밖에 적은 것은 이름을 같게 해서 같이 다니게 했다. 그래도 떨어질 수 있었으므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게 표를 두었다.
이어진 것을 세는 칸과 나온 날을 세는 칸은 달랐다. 이어짐이 끊겼다고 나온 것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접은 칸도 달에 한 번은 펴 보기로 했다. 접은 까닭이 거의 안 움직인다는 것이었고, 안 움직이는 것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이 있었다. 겹치는 줄을 따로 세면 한 줄을 맞춘 것이 두 줄이 되었으므로 세는 자리에서만 한 덩이로 묶고 줄은 지우지 않았다.
묻기 전에 흔적을 찾았다. 묻는 것이 기억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흔적이 있어서 하나가 풀렸고 흔적이 없어서 하나가 남았다. 남은 하나를 열어 둔 채로 두면 센 것 전부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모름에도 닫는 날을 적었다. 닫는 것은 까닭을 알았다는 뜻이 아니고 더 찾을 데가 없다는 뜻이었다.
오늘 트인 것은 오늘 찾아서 트인 것이 아니었다. 두 달 전에 누가 봉투에 날짜를 적어 두었기 때문이었고, 적어 둔 사람은 그걸 그 일에 쓰려고 적은 것이 아니었다. 적어 둔 것은 적을 때 쓰이는 데와 다른 데에서 쓰였다. 그래서 쓸 데를 모르는 것도 적었다.
밖에서는 막대 둘이 처음으로 동쪽이 서쪽을 넘었고, 자국 하나의 양쪽에 꽂힌 핀이 하룻밤 사이에 자국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 넷이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내일 나갈 참이었다. 그 아래 깊은 데 갇힌 공기는 오늘 적힌 어느 숫자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