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6화 - 보냄

제76화 「보냄」

1. 서른셋 반

「10월 24일. 목요일.」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 문을 열었다. 어제 뚜껑 안쪽에 붙어 있던 성에가 그대로 있었다.

유리관을 봤다.

영하 33.5도였다.

수첩에 열세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 34.5, 32.5, 35, 37, 33.5였다.

모눈종이에 열셋째 점을 찍었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10월 31일에 긋기로 적어 둔 것이 그대로 있었다.

세 칸을 폈다. 어제 상태 칸에 「안 함」이 적혀 있었다.

오늘 수 칸에 33.5를 적었다.

시작 자가 영하 34도였다. 33.5는 34보다 따뜻했다.

연필이 세 번째 칸 앞에서 멈췄다.

재혁이 어긋남을 셈했다. 영하 32.5에서 영하 34.5 사이였다.

그 사이 한가운데에 영하 34가 들어 있었다.

재혁은 연필을 내려놓고 어제 적은 줄을 찾아 폈다.

거기 그대로 있었다.

「보장이 깨지는 자리: 수가 자에서 어긋남 폭 안에 들어오는 날. 그날은 「모름」으로 적을 것.」

여덟 시에 서진이 시추동 쪽에서 걸어왔다. 장갑을 낀 채로 수첩을 받아 들었다.

“올라갔네.”

“3.5도 올라갔습니다. 어제가 37이고 오늘이 33.5입니다.”

“그러면 시작 자를 넘었고.”

“넘었습니다. 그런데 못 적었습니다.”

서진이 눈을 들었다.

“왜.”

“어긋남이 1도입니다. 32.5에서 34.5 사이입니다. 시작 자가 그 안에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거고.”

“갈 수 있습니다. 참값이 33.0이면 「함」이고 34.5면 「안 함」입니다. 34.0이어도 「안 함」입니다. 같을 때는 안 하는 쪽으로 적어 뒀으니까요.”

서진이 수첩을 돌려주었다.

“어제 네가 이런 날을 적어 놨지.”

“적어 놨습니다. 어제는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만 적었습니다.”

“오늘 왔고.”

“하루 만에 왔습니다.”

재혁이 세 번째 칸에 「모름」을 적었다.

열두 줄 동안 그 칸에 들어간 적이 없는 글자였다.

서진이 유리관 쪽으로 몸을 숙였다가 돌아섰다.

“어제는 자 때문에 모른다고 안 했잖아.”

“어제는 규칙이 없어서 모르는 거라고 적었습니다.”

“오늘은.”

“오늘은 자가 넓어서 모릅니다. 두 개가 다릅니다.”

서진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어떻게 달라.”

재혁이 수첩 여백에 두 줄을 그었다.

“규칙이 없어서 모르는 건 종이 위에서 고칠 수 있습니다. 한 줄 적으면 없어집니다.”

“자가 넓어서 모르는 건.”

“종이로는 안 됩니다. 온도계를 두 점에서 맞추든지 더 좋은 걸 가져와야 합니다.”

“여기서는 못 하고.”

“여기서는 못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모르는 건 적어도 안 없어집니다.”

재혁이 적었다.

「10월 24일. 영하 33.5. 시작 자 영하 34.0. 어제 상태 「안 함」.

수는 시작 자보다 따뜻함. 그러나 어긋남 ±1 = 영하 32.5~34.5이고 시작 자가 그 안에 있음.

구간의 한쪽은 「함」, 다른 쪽은 「안 함」임. 그러므로 오늘 판정은 보장되지 않음.

판정 칸: 「모름」. 열세 줄 중 처음임.

모름의 까닭을 같이 적음. ①규칙이 없어서 모름 ②자가 넓어서 모름. 어제 것은 ①이었고 오늘 것은 ②임. ①은 한 줄 적으면 없어지고 ②는 안 없어짐.

②를 줄이려면 온도계를 두 점에서 맞춰야 함. 여기서는 못 함. 못 한다는 것을 적음.」

재혁이 적다가 손을 멈췄다. 상태 칸을 한참 봤다.

“선생님. 이게 내일로 넘어갑니다.”

“뭐가.”

“이 칸은 내일 아침에 「어제 상태」 칸으로 들어갑니다.”

서진이 세 칸을 다시 봤다.

“내일 수가 사이에 들면.”

“하던 쪽을 그대로 합니다. 그런데 하던 쪽이 「모름」입니다.”

“그러면 내일도 모름이고.”

“모레도 모릅니다. 사이에 드는 날이 이어지면 계속 모름입니다.”

서진이 짧게 숨을 뱉었다.

“한 번 모르면 번지는구나.”

“번집니다. 기억하는 자라서 그렇습니다. 어제를 데려와서 오늘을 정하는데 어제가 모름이면 데려올 게 없습니다.”

“끊기는 데는 있어?”

재혁이 모눈종이에 두 선을 짚었다.

“있습니다. 수가 사이 밖으로 충분히 나가는 날입니다. 그날은 어제가 뭐든 상관없이 정해집니다.”

“어제를 안 보는 날이네.”

“안 봅니다. 그날 모름이 끊깁니다.”

재혁이 한 줄을 달았다.

「상태 칸에 「모름」이 들어가면 다음 날 「어제 상태」가 모름이 됨.

그다음 날 수가 사이에 들면 또 모름이 됨. 모름은 뒤로 번짐.

끊는 날: 수가 어긋남 폭까지 넣어도 사이 밖인 날. 그날은 어제 상태와 무관하게 정해짐.

그러므로 모름이 몇 날 이어졌는지를 세는 칸을 둠. 번진 날수를 모르면 나중에 어느 줄까지가 모름에서 나온 줄인지 못 가름.」

아홉 시 이십 분에 재혁이 먼저 소리를 들었다.

서진은 창고 쪽을 보고 있다가 활주로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열이틀 만이었다.

편이 내려앉고 사람 넷이 내렸다. 짐이 내려오는 동안 재혁은 수첩을 들고 서 있었다.

쓸 것이 두 날 치였다.

재혁이 상자를 세고 돌아왔다.

“두 날 치입니다.”

“밀린 양이 둘이고.”

“둘입니다. 넷이면 하루에 한 날 치입니다. 두 날이면 다 지웁니다.”

서진이 상자 더미를 봤다.

“쓰면 재고가 없어지고.”

“없어집니다. 어제 제가 쓸 것 쪽을 늘 열어 두자고 적었습니다. 다 쓰면 다시 닫힙니다.”

“그러면 하나만 해.”

재혁이 수첩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저 넷은 언제 나갑니까.”

서진이 조종사 쪽을 한 번 보고 왔다.

“사흘 뒤 편에 나가.”

재혁이 연필을 쥔 채로 한참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 문이 둘이 아니었습니다.”

“셋이야?”

“셋입니다. 날씨하고 쓸 것하고 사람입니다.”

서진이 팔짱을 끼었다.

“사람은 왜 어제 안 셌어.”

“어제까지 사람 쪽이 늘 0이었습니다. 0이 곱에 들어가 있으면 다른 항은 아무 값이어도 결과가 0입니다.”

“그러니까 안 보였고.”

“안 보였습니다. 0인 항 하나가 나머지를 다 가립니다. 열이틀 동안 저는 문이 둘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서진이 상자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그러면 재고를 남기는 게.”

재혁이 따라가면서 셈을 했다.

“사람이 사흘 뒤에 나가면 재고를 남겨도 못 씁니다. 쓸 것을 아껴 봐야 아낀 것을 쓸 손이 없습니다.”

“그러면 오늘하고 내일 다 해.”

“다 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 편에 보낼 걸 바꿔야 합니다.”

“뭐로.”

“어제는 쓸 것을 더 달라고 적었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언제까지 있는지를 먼저 묻는 걸로 바꾸겠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쓸 것은 쌓아 두면 기다리고 사람은 안 기다리니까.”

“사람은 날짜가 붙어 있습니다. 쌓아 둘 수 없는 조건입니다.”

재혁이 상자에 기대서서 적었다.

「고침. 일이 되는 조건은 둘이 아니고 셋임. ①날씨 자 ②쓸 것 ③사람.

③은 열이틀 내내 0이었음. 곱에서 0인 항이 있으면 나머지 항의 값이 결과에 안 나타남. 그래서 ③이 조건인 줄 몰랐음. 안 보인 까닭은 드물어서가 아니라 늘 0이어서임.

어제 적은 「쓸 것을 늘 열어 둠」은 ③이 1일 때만 뜻이 있음. 어제 줄에 전제가 빠져 있었음. 지우지 않고 옆에 적음. 「전제: 사람이 있는 동안에만 해당함.」

③에는 날짜가 붙어 있음(사흘 뒤 나감). 쌓아 둘 수 있는 조건과 쌓아 둘 수 없는 조건을 가름. 쌓아 둘 수 있는 것은 미리 받고, 쌓아 둘 수 없는 것은 열린 동안에 다 씀.

오늘 정함: 오늘 한 날 치, 내일 한 날 치. 밀린 양 2 → 오늘 1 → 내일 0. 재고 0으로 끝냄.」

적고 나서 재혁이 판정 칸으로 돌아갔다. 「모름」이 그대로 있었다.

“선생님. 판정이 모름인데 일은 합니다.”

“해야지.”

“그러면 이 줄은 뭐가 됩니까.”

서진이 상자 하나를 발로 밀어 세우고 말했다.

“판정하고 결정이 다른 거야.”

“다릅니까.”

“판정은 수가 뭐라고 하는지야. 결정은 오늘 뭘 할지고. 수가 모르겠다고 하면 결정은 사람이 해.”

재혁이 세 칸 옆에 칸을 하나 더 그었다.

“그러면 이 칸에 누가 정했는지를 적겠습니다.”

“적어. 내가 정한 거야.”

“까닭도 적겠습니다.”

“적어. 그게 더 중요해.”

재혁이 적었다.

「판정 「모름」. 실행 「함」. 정한 사람: 한서진. 정한 시각 9시 50분.

까닭: 사람 넷이 오늘 왔고 사흘 뒤에 나감. 안 하는 쪽의 품이 오늘은 0이 아님.

10월 19일에 「같을 때는 안 하는 쪽」을 적으면서 까닭을 「하는 쪽이 품이 크고 안 하는 데는 아무것도 안 듦」으로 적었음. 오늘 그 까닭이 깨짐. 안 하면 사람 넷이 그냥 돌아감.

규칙은 안 고침. 규칙의 전제가 깨진 날이라고만 적음. 전제를 규칙 옆에 뒤늦게 적어 넣음. 까닭을 안 적어 둔 규칙은 까닭이 깨진 날에도 그냥 지켜짐. 까닭을 적어 둔 규칙만 깨진 날을 알려 줌.

「모름」인 날의 규칙은 오늘 안 만듦. 오늘 만들면 오늘 수를 보고 만드는 것이 됨. 다음 「모름」 날부터 쓸 것으로 따로 적어 둠: 그날 두 쪽의 품을 각각 적고 작은 쪽을 고름. 품은 날마다 다르므로 한쪽으로 미리 못 정함. 그러므로 이 칸은 자가 아니고 사람임. 사람 이름을 적는 칸을 같이 둠.」

재혁이 상태 칸으로 다시 갔다.

「오늘 상태: 「함」. ★사람이 정한 값임. 측정에서 나온 값이 아님.

10월 12일 첫 줄의 「안 함」과 같은 종류임. 그때는 처음 한 번이었고 오늘은 가운데 한 번임.

★가 붙은 줄은 그 뒤 줄 전부에 효력이 있음. 별표를 안 붙이면 내일부터 수에서 나온 것처럼 보임.

㉮ 이어진 「함」 날수 = 1(오늘부터 셈). ㉯ 밀린 양 = 2 → 오늘 끝나면 1.」

2. 아홉과 열하나

열 시 반에 둘이 자국 밭으로 걸어갔다.

재혁이 가는 막대 둘부터 쟀다. 서쪽이 421밀리, 동쪽이 419밀리였다.

어제가 419와 416이었다.

“서쪽이 2, 동쪽이 3입니다.”

“또 동쪽이네.”

재혁이 수첩에 다섯 점을 적었다.

「서: 412 / 415 / 417 / 419 / 421 동: 408 / 410 / 413 / 416 / 419」

“누적은 서쪽 9, 동쪽 11입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아 두 막대 밑동을 봤다.

“차가 2고.”

“2입니다. 어제 1이었습니다.”

“자는.”

“1.0입니다. 네 점이 들어가니까요. 2 나누기 1.0이면 2배입니다.”

“어제가 1배였고.”

“1배였습니다. 나흘에 2배입니다. 29일이면 3배쯤 됩니다. 그때 판정하기로 적어 뒀습니다.”

서진이 일어나 장갑을 털었다.

“그런데 하루 차는 또 동쪽이 컸잖아.”

“컸습니다. 나흘 중에 셋입니다.”

“셋이면 셈이 되나.”

재혁이 잠깐 손가락을 꼽았다.

“넷 중에 셋이 한쪽으로 가는 건 그냥 나와도 셋에 하나쯤 생깁니다.”

“그러니까 아무 말도 못 하고.”

“못 합니다. 그런데 이 셈에는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뭐.”

“자가 안 들어갑니다. 어느 쪽이 큰지만 보니까 밀리가 몇인지는 상관없습니다.”

서진이 두 막대를 번갈아 봤다.

“그럼 둘을 같이 쓰면 되겠네. 양으로 2배고 부호로 넷에 셋이고.”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안 됩니다.”

“왜.”

“같은 자료입니다. 같은 다섯 점을 두 번 보는 겁니다. 둘을 더하면 한 번 본 걸 두 번 센 게 됩니다.”

“둘이 서로 다른 셈인데도.”

“셈은 다른데 점이 같습니다. 서로 다른 셈 둘이 같은 점에서 나오면, 둘이 같은 말을 해도 두 번 들은 게 아닙니다.”

재혁이 적었다.

「막대 다섯째 점. 서 421 / 동 419. 나흘 누적 서 9 / 동 11. 차 2, 자 1.0 → 2배.

같은 자료의 두 읽기. ①양으로: 차 2, 자 1.0. 2배. 아직 못 가름(3배를 기준으로 적어 뒀음). ②부호로: 하루 차가 동쪽이 큰 날 셋, 서쪽이 큰 날 하나. 넷에 셋은 우연으로도 셋에 한 번쯤 나옴.

②의 장점: 자가 안 들어감. 밀리의 크기를 안 믿어도 됨. ②의 단점: 점 넷이면 나올 수 있는 모양이 몇 안 됨. 아무리 한쪽으로 몰려도 셀 수 있는 수가 적음.

①과 ②를 합쳐서 세지 않음. 같은 다섯 점임. 둘 다 약한 것을 둘이라고 적으면 두 번 센 것임.

판정일 10월 29일 그대로. 그날 ①로만 판정하고 ②는 옆에 적어만 둠.」

재혁이 사진기를 들고 장대 둘에 각도를 맞춘 뒤 자국 아홉을 차례로 쟀다.

「1번 1.1 → 0.6 2번 자 아래 → 자 아래 3번 1.8 → 1.3 4번 자 아래 → 자 아래 5번 0.6 → 자 아래 6번 0.4 → 자 아래 7번 1.3 → 0.8 8번 0.5 → 자 아래 9번 0.7 → 자 아래」

재혁이 세었다.

“읽히는 게 셋입니다. 자 아래가 여섯입니다.”

서진이 밭을 둘러봤다.

“어제 네가 적어 놓은 그대로네.”

“그대로입니다. 깎인 것도 0.5입니다. 셋 다 0.5씩 깎였습니다.”

“그러면 개수는.”

“1.0을 넘는 게 3번 하나입니다. 하나입니다.”

서진이 어제 표를 짚었다.

“맞혔고.”

재혁이 그 표를 한참 봤다.

“선생님. 어제 제가 깎임 값을 넷으로 나눠서 적었습니다. 0.3이면 1, 0.46이면 1, 0.6이면 1, 0.8이면 0이었습니다.”

“그런데.”

“넷 중에 셋이 1입니다. 거의 다 1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1이 나온 건 제 예측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어차피 1 나올 거였고.”

“어차피였습니다. 조건부로 적으면 안 틀릴 수가 있습니다. 조건을 넓게 덮으면 어느 쪽이 나와도 거기 적혀 있습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어제는 한 줄에 가정이 둘이어서 틀렸고 오늘은 조건을 다 덮어서 안 틀리고.”

“안 틀리는 쪽으로 간 겁니다. 그런데 안 틀리는 예측은 맞아도 아무것도 안 알려 줍니다.”

“그러면 뭘 적어야 돼.”

재혁이 연필 끝을 종이에 댔다.

“어느 조건에서 답이 갈리는지를 같이 적어야 합니다. 어제 표에서 갈리는 자리는 깎임 0.8입니다. 거기만 0이었습니다.”

“그 자리가 안 왔고.”

“안 왔습니다. 그래서 어제 표는 오늘 안 쓰였습니다.”

재혁이 합을 셌다. 0.6과 1.3과 0.8을 더하니 2.7이었다.

“아래값 2.7입니다. 자 아래가 여섯이니까 위값은 2.7에 2.4를 더한 5.1입니다.”

서진이 두 수를 봤다.

“폭이 2.4면.”

“아래값하고 거의 같습니다. 어제 적은 그만둘 조건에 닿았습니다.”

“그러면 합도 끝이네.”

“끝입니다. 어제 개수가 끝났고 오늘 합이 끝났습니다.”

둘이 잠깐 자국 밭을 봤다. 밭은 어제보다 평평해 보였다.

서진이 물었다.

“자국이 없어진 거야?”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안 없어졌습니다. 제 자가 못 보는 데로 내려갔습니다.”

“그 둘을 어떻게 가려.”

“깊이로는 못 가립니다. 다른 걸 재야 합니다.”

재혁이 쪼그려 앉아 3번 자국에 손가락을 대고 양쪽을 짚었다.

“폭을 재겠습니다.”

“넓이가 남아 있어?”

“얕아져도 넓이는 안 줄어듭니다. 오히려 가장자리가 무너지면서 넓어집니다. 깊이하고 반대로 갑니다.”

“그러면 왜 처음부터 폭을 안 쟀어.”

재혁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깊이가 잘 읽혔기 때문입니다. 잘 읽히는 걸 재고 있으면 다른 걸 잴 생각을 안 합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바로 재.”

“먼저 제 자를 재겠습니다.”

재혁이 3번 자국의 폭을 다섯 번 쟀다. 48, 51, 47, 50, 49밀리였다.

“평균 49, 흩어짐 1.6입니다.”

“깊이 자가 얼마였지.”

“0.4였습니다. 폭은 1.6입니다. 자는 네 배 큰데 수가 사십 배 큽니다.”

“그러면 폭이 낫고.”

“지금은 낫습니다. 그리고 바닥이 없습니다. 깊이는 0에 가까워지면서 자 밑으로 들어갔는데 폭은 커지는 쪽으로 갑니다.”

서진이 자국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쓸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자국이야.”

재혁이 손을 멈췄다.

“그게 오늘 정해야 하는 겁니다.”

“흐리지.”

“흐립니다. 깊이는 제일 낮은 데라서 사람이 안 정해도 됐습니다. 폭은 끝이 어딘지를 사람이 정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이 재면 다르게 나오고.”

“다르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경계를 먼저 글로 적고, 선생님하고 제가 따로 재서 맞대 보겠습니다.”

재혁이 적었다.

「깊이 넷째 재방문. 읽힌 셋 0.6 / 1.3 / 0.8. 합 아래값 2.7, 위값 5.1. 폭 2.4.

폭이 아래값만큼 벌어짐. 어제 적어 둔 그만둘 조건에 닿음. 깊이 합은 오늘로 그침.

그만두는 까닭은 자국이 얕아져서가 아니고 내 자의 밑바닥이 여섯 개를 먹었기 때문임. 「얕아짐」과 「안 읽힘」을 깊이 하나로는 못 가름. 다른 종류의 수가 필요함.

새 수: 자국의 폭. 3번에서 다섯 번 재어 48 / 51 / 47 / 50 / 49. 평균 49, 흩어짐 1.6. 깊이 자 0.4에 수 1밀리대였고, 폭 자 1.6에 수 49밀리대임. 자에 견준 수가 훨씬 큼. 또 폭은 얕아질수록 커지므로 자의 밑바닥을 안 탐.

폭의 약점: 가장자리가 흐려 끝을 사람이 정함. 깊이는 제일 낮은 데라 안 정해도 됐음. 그러므로 경계를 먼저 적음. 「눈 표면과 자국 바닥 사이에서 기울기가 꺾이는 자리를 끝으로 봄.」 그리고 둘이 따로 재서 맞댐. 맞대기 전에 서로 수를 말하지 않음.

깊이를 오늘 끊고 폭으로 갈아타면 두 수가 한 줄로 안 이어짐. 그래서 깊이가 아직 셋이라도 읽히는 동안에는 둘을 같이 적음. 칸은 따로 둠. 겹치는 날이 없으면 나중에 두 칸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맞댐.」

점심 뒤에 재혁이 램을 들고 활주로로 나갔다.

다진 자리에 세우고 눌렀다. 46이었다. 두 번 더 쟀다. 44와 48이었다.

“평균 46, 흩어짐 2.0입니다.”

서진이 옆에 와 섰다.

“이틀 전에 40이었지.”

“40이었습니다. 다짐 열여덟 시간 뒤였습니다. 오늘이 사흘 뒤입니다.”

재혁이 옆자리로 걸어가 눌렀다. 19였다.

“안 다진 자리가 19입니다. 21일에 14였고 22일에 17이었습니다.”

“또 올랐네.”

“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뜻이 다릅니다.”

“왜.”

“22일에 오를 때는 하루 붙은 몫하고 2.5도 추워진 몫이 같이 들어 있었습니다. 둘 다 단단해지는 쪽이라 못 갈랐습니다.”

“오늘은.”

“오늘은 1.5도 따뜻합니다. 기온 몫은 무르게 하는 쪽입니다.”

서진이 눈썹을 올렸다.

“무르게 하는 게 들어 있는데 올랐어?”

“올랐습니다. 그러면 붙은 몫은 적어도 2보다 큽니다. 기온이 깎아먹은 만큼 더 됩니다.”

“얼마나 더인지는.”

“모릅니다. 아래쪽만 압니다.”

서진이 두 자리를 번갈아 봤다.

“어제까지는 섞여 있어서 아무 말도 못 했고.”

“오늘은 둘이 반대 방향입니다. 섞여 있어도 한쪽 끝은 나옵니다.”

재혁이 적었다.

「램 경도. 다짐 사흘 뒤. 다진 자리 46 / 44 / 48(평균 46, 흩어짐 2.0). 안 다진 대조 자리 19.

대조 자리: 10/21 14 → 10/22 17 → 10/24 19. 기온: 10/21 영하 32.5 → 10/22 영하 35.0 → 10/24 영하 33.5.

10/22의 상승 3에는 소결 몫과 기온 하강 몫이 섞였고 둘 다 같은 방향이라 못 갈랐음. 오늘은 기온이 1.5도 올라갔음(무르게 하는 쪽). 그런데도 2 올랐음. 그러므로 사흘 소결 몫 ≥ 2. 위쪽은 모름.

교란이 신호와 같은 방향일 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날에는 한쪽 끝이 나옴. 교란의 부호가 바뀌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교란을 없애는 것보다 쌈.

다짐 몫 = (46 − 15) − (19 − 14) = 26. 10/22에 22였음. 사흘 동안 22 → 26으로 더 자람. 다짐은 밀도를 바로 올리고 붙는 것은 날이 듦. 끝 강도는 아직 안 나왔음.

끝이 언제인지는 점근이라 끝이 없음. 그래서 사람이 그칠 날을 정함. 10월 28일에 한 점 더 찍음. 거기서 늘어난 양이 자(2.0) 안이면 그침.」

적고 나서 재혁이 창고 쪽을 봤다. 롤러가 그대로 서 있었다.

“선생님. 오늘도 못 돌립니다.”

“28일까지?”

“28일까지입니다. 이 자리에 새로 다지면 사흘이 하루가 됩니다.”

“활주로는 다져야 하고.”

“다져야 합니다. 두 일이 같은 자리를 씁니다.”

“자리를 하나 더 잡아.”

재혁이 활주로 가장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가장자리에 재는 자리를 따로 잡겠습니다. 거기는 안 다지고 그대로 둡니다.”

“그러면 가운데하고 눈이 다를 텐데.”

“다릅니다. 그래서 오늘 둘을 같이 재 두겠습니다. 오늘 차를 알아 두면 나중에 뺄 수 있습니다.”

재혁이 적었다.

「재는 일이 하는 일을 막음. 램 점을 지키려면 그 자리를 안 다져야 하고, 활주로는 다져야 함.

고침: 재는 자리를 가장자리로 옮김. 옮기는 날에 두 자리를 같이 재서 차를 적어 둠. 자리를 옮기면 수가 끊기는데 옮기는 날 둘을 같이 재면 고리가 생김.

오늘 가장자리 자리 첫 값 18. 가운데 대조 자리 19. 차 1. 이 1이 자(2.0)보다 작음. 그러므로 둘을 이을 때 1을 빼는 게 아니라 「자 안에서 같음」으로 적음.

「같음」으로 적은 것과 「차가 0」은 다름. 차는 1이고 못 가른다는 뜻임.」

오후에 넷이 나왔다. 반나절에 한 자리를 끝냈다.

재혁은 돌아와서 깊이 칸을 폈다. 열두 줄에 「안 팜」이 내려와 있었고 열셋째 줄이 비어 있었다.

거기에 오늘 한 양을 적었다.

「10월 24일. 실행 「함」. 열세 날 만에 깊이 칸에 수가 들어감.

밀린 양 2 → 1. ㉮ 이어진 「함」 날수 1.

롤러는 오늘도 안 돌림. 까닭: 사람 넷이 파는 일에 붙었음. 어제와 까닭이 다름. 어제는 재는 자리를 지키느라 안 돌렸고 오늘은 손이 없어서 안 돌렸음. 같은 「안 돌림」이라도 까닭 칸이 다름.

눈굴 안 들어감. 안 들어가는 날 나흘째. 다음 들어가는 날 10월 27일.」

3. 일 점 삼오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통 번호를 확인했다. 안 잘린 통은 387일째였다. 잘린 통은 스무이틀째였다.

은재가 선반 앞에서 쪽지를 봤다.

“오늘 1-ㄱ입니다. 1번을 왼쪽, 2번을 가운데, 3번을 오른쪽입니다.”

“두 바퀴 마지막 날이네.”

“마지막 날입니다. 이걸로 짝이 아홉이 됩니다.”

은재가 통 셋을 옮겨 놓고 저울 앞에 섰다. 어제 수를 적은 종이는 봉투에 넣어 선반 뒤에 두었다.

1번을 올렸다. 0.45였다.

2번을 올렸다. 0.49였다.

3번을 올렸다. 0.41이었다.

은재가 셋을 더했다.

1.35였다.

“1.35입니다.”

경옥이 종이 끝을 잡았다.

“제일 큰데.”

“일곱 수 중에 제일 큽니다. 1.31, 1.31, 1.31, 1.33, 1.29, 1.30, 1.35입니다.”

경옥이 선반 뒤에서 봉투를 꺼냈다.

“앞의 셋이 또 눈에 걸리네.”

“저도 어제부터 그게 걸립니다.”

은재는 일곱 날의 종이를 다 꺼내 책상에 펴 놓았다. 날짜순으로 왼쪽부터 늘어놓고 통 번호 순서대로 세 수를 적었다.

「10/18: 0.42 0.51 0.38 → 1.31 10/19: 0.50 0.37 0.44 → 1.31 10/20: 0.43 0.44 0.44 → 1.31 10/21: 0.44 0.45 0.44 → 1.33 10/22: 0.49 0.36 0.44 → 1.29 10/23: 0.41 0.42 0.47 → 1.30 10/24: 0.45 0.49 0.41 → 1.35」

경옥이 줄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앞의 셋이 날마다 수가 다른데 합은 다 1.31이야.”

은재가 연필을 들어 앞의 두 수만 더해 적었다.

“18일이 0.93입니다. 19일이 0.87입니다. 20일이 0.87입니다.”

“0.06이 다르네.”

“다릅니다. 그런데 세 번째 수가 0.38, 0.44, 0.44입니다.”

경옥이 손을 멈췄다.

“더하면.”

“다 1.31입니다. 세 번째가 앞의 둘이 움직인 만큼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환풍구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경옥이 장갑을 벗어 책상에 놓았다.

“세 번이 다.”

“세 번 다입니다. 0.01도 안 어긋났습니다.”

“그게 우연으로 되나.”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저울 눈금이 0.01입니다. 앞의 둘이 0.06 폭으로 움직이는데 세 번째가 세 번 다 정확히 메우는 건 우연으로는 거의 안 나옵니다.”

경옥이 뒤의 네 줄을 봤다.

“뒤에는.”

“앞의 두 수 합이 0.89, 0.85, 0.83, 0.94입니다. 0.11 폭입니다. 세 번째가 0.44, 0.44, 0.47, 0.41입니다.”

“메우고 있어?”

“안 메웁니다. 메웠으면 합이 네 번 다 같았을 겁니다. 1.33, 1.29, 1.30, 1.35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디가 당겨졌는지가 나오네.”

은재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나옵니다. 제가 당긴 건 눈금이 아니라 합입니다.”

“눈금이 아니고.”

“앞의 두 개는 그냥 읽었습니다. 그 둘을 읽고 나면 머리로 합이 셈해집니다. 1.31이 되려면 세 번째가 얼마여야 하는지가 먼저 나옵니다. 그다음에 눈금을 봤습니다.”

경옥이 선반 쪽을 봤다가 돌아섰다.

“세 번째만 그랬어?”

“세 번째만 그랬을 겁니다. 앞의 둘은 맞출 대상이 없습니다. 마지막 하나가 셈을 닫는 자리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4일. 합 1.35. 짝 아홉, 날 셋.

일곱 날을 통 번호 순(읽은 순)으로 풀어 놓음.

보고 읽은 사흘: 앞의 두 수 합 0.93 / 0.87 / 0.87. 셋째 수 0.38 / 0.44 / 0.44. 합 세 번 다 1.31. 셋째 수가 앞의 둘의 움직임을 세 번 다 정확히 상쇄함. 눈금 0.01에서 0.06 폭을 세 번 메움.

안 보고 읽은 나흘: 앞의 두 수 합 0.89 / 0.85 / 0.83 / 0.94. 셋째 수 0.44 / 0.44 / 0.47 / 0.41. 합 1.33 / 1.29 / 1.30 / 1.35. 상쇄 없음. 합이 0.06 폭으로 흩어짐.

그러므로 당김이 걸린 자리는 눈금 하나하나가 아니라 「합」임. 움직인 손은 마지막으로 올린 통에서 움직였음. 앞의 둘은 맞출 대상이 없고 셋째만 셈을 닫는 자리임.

「흩어지지 않았다」까지는 어제 알았고, 「어디가 흩어지지 않았는지」는 오늘 알았음.」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추고 봉투를 봤다.

“선생님.”

“왜.”

“안 보고 읽는 게 반만 가렸습니다.”

경옥이 돌아섰다.

“반.”

“어제 수는 봉투에 넣어 가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앞의 두 수는 제 종이에 적혀 있습니다. 세 번째를 읽을 때 그걸 보고 있습니다.”

“날 사이는 가렸고 날 안은 안 가렸고.”

“안 가렸습니다. 그러니까 안 보고 읽은 나흘에도 날 안 당김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경옥이 뒤의 네 수를 다시 봤다.

“오늘 것도 앞이 0.94고 셋째가 0.41이야. 반대로 갔어.”

“갔습니다. 그런데 넷으로는 못 셉니다. 네 날 중에 반대로 간 날이 둘이나 셋입니다. 그건 그냥 나옵니다.”

“그러면 못 가리는 거네.”

“지금 자료로는 못 가립니다. 가리려면 가리는 걸 고쳐야 합니다.”

은재가 저울 옆 선반에서 쪽지 묶음을 꺼냈다.

“통을 올리는 순서를 제비로 뽑겠습니다. 그리고 한 수를 적으면 바로 접어서 덮겠습니다.”

“덮으면 네가 셈을 못 하고.”

“못 합니다. 합은 선생님이 나중에 내 주시면 됩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내가 셈하면 내가 당기고.”

은재가 잠깐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은 눈금을 안 보십니다. 읽는 사람하고 더하는 사람이 다르면 더하는 사람은 눈금을 못 당깁니다.”

“읽는 사람은 합을 모르고.”

“모릅니다. 둘을 한 사람이 다 하면 그 사람 안에서 이어집니다. 가르면 끊깁니다.”

경옥이 쪽지 묶음을 받아 놓았다.

“그런데 이걸 지금 바꿔도 돼?”

은재가 어제 적은 줄을 폈다.

“어제 적어 둔 게 있습니다. 수를 보고 바꾸면 안 되는 것하고 수와 무관하게 틀린 것은 다릅니다.”

“이건 어느 쪽이야.”

“설계가 빠진 겁니다. 날 안을 안 가린 건 수를 안 봐도 빠진 겁니다. 그러니까 고쳐도 됩니다.”

“그래도.”

“그래도 오늘 바꾸면 내일 판정에 들어갑니다. 판정은 25일이고 거기 쓸 자료는 이미 다 모았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맹검의 범위가 빠져 있었음. 어제 수는 가렸고 오늘 앞의 두 수는 안 가렸음. 날 사이는 가렸고 날 안은 안 가렸음. 「안 보고 읽기」라고만 적어서 무엇을 안 보는지가 안 적혀 있었음.

고침(설계 결함이므로 수와 무관함. 다만 적용은 판정 뒤부터). ①통 올리는 순서를 제비로 뽑음. ②한 수를 적으면 바로 접어 덮음. ③합은 읽지 않은 사람이 나중에 셈함. 읽는 사람과 더하는 사람을 가름. 한 사람 안에서는 끊기지 않음.

10월 25일 판정은 원래 문장 그대로 함. 판정에 거는 물음은 「어제 수를 보는 것이 합을 움직이는가」 하나임. 오늘 알게 된 「셋째 값이 앞의 둘을 지운다」는 다른 물음임. 판정에 끼워 넣지 않음. 물음을 늘리면 판정이 흐려짐.

새 설계는 10월 26일부터. 그날부터 다시 셈.」

경옥이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자는 오늘 몇이야.”

은재가 계산기를 들었다.

“짝이 아홉이고 날이 셋입니다. 자유도 여섯입니다. 한 번 잰 것이 0.018이고 합의 자가 0.031입니다.”

“어제가 0.019하고 0.033이었고.”

“비슷합니다. 짝이 늘어도 크게 안 움직입니다.”

“그러면 뒤의 네 수 흩어짐은.”

“0.028입니다. 자 안입니다.”

경옥이 앞의 세 수 쪽을 짚었다.

“앞은 0이고.”

“0입니다. 자가 0.031인데 0입니다.”

칸마다 자를 적는 일은 아흐레째였다.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은 스무하루째였고 「봄」도 스무하루째였다.

4. 예정표

열한 시에 둘이 선반 끝으로 걸어갔다. 실 세 가닥이 사흘째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은재가 사진기를 들고 옆에서 찍었다. 종이에 그려 둔 각도기를 사진 위에 대 봤다.

“가운데가 6도입니다. 왼쪽이 1도, 오른쪽이 1도입니다.”

경옥이 세 실을 봤다.

“8, 7, 6이네.”

“수는 1씩 내려갔는데 읽기 자가 ±3입니다. 못 씁니다.”

“순서는.”

“세 번 다 가운데가 큽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보다 세 번이 세고.”

“셉니다. 셋 중에 어느 게 제일 클지가 그냥이면 세 번 다 같은 게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됐네.”

은재가 연필을 든 채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됐습니다.”

“왜.”

“세 번 다 같은 실이 가운데 있었습니다.”

경옥이 손을 멈췄다.

“아.”

“가운데가 바람을 더 받아서 큰 건지, 가운데 걸린 그 실이 원래 잘 날리는 실인지를 못 가릅니다. 세 점이 다 같은 짝에서 나왔습니다.”

“세 번이 한 번일 수도 있고.”

“한 번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걸 세 번 본 겁니다.”

경옥이 실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럼 바꿔 달아.”

“바꾸면 수가 끊깁니다. 어제 제가 두 점을 비교하려면 같은 실-자리 짝이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끊겨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은재가 잠깐 선반을 봤다.

“끊어도 됩니다. 어차피 수는 자 안이라 못 쓰고 있었습니다. 못 쓰는 수를 지키려고 가를 수 있는 걸 안 가르는 건 밑지는 바꿈입니다.”

은재가 가운데 실과 오른쪽 실을 서로 바꿔 달았다.

“이제 가운데에 어제 오른쪽에 있던 실이 있습니다.”

“그러면 뭘 보면 돼.”

“다음에 또 가운데가 크면 자리입니다. 오른쪽으로 간 실이 오른쪽에서 커지면 실입니다.”

은재가 적었다.

「실 셋째 점. 가운데 6 / 왼쪽 1 / 오른쪽 1. 읽기 자 ±3도.

순서 세 번 다 「가운데 > 양쪽」. 그러나 세 점이 전부 같은 실-자리 짝에서 나옴. 되풀이된 것이 자리인지 실인지 못 가름. 세 번 본 것이 한 번일 수 있음.

오늘 가운데 실과 오른쪽 실을 맞바꿈. 수의 줄은 여기서 끊김. 끊긴 까닭: 자 안에 있어 못 쓰던 수였음. 못 쓰는 수를 지키려고 가를 수 있는 것을 안 가르는 것은 손해임.

다음 점부터. 가운데가 크면 → 자리. 오른쪽으로 옮긴 실이 오른쪽에서 커지면 → 실. 둘 다 아니면 → 둘 다 아님(처음 셋이 우연).

바꾼 날짜와 바꾸기 전 배치를 적어 둠. 안 적으면 다음 점이 무엇과 맞대는 점인지 못 앎.」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짐작 봉투를 꺼냈다. 맹검 아홉째 날이었다.

방 온도계를 봤다. 영하 29.8이었다. 어제가 영하 30.0이었다.

“높습니다. 규칙으로는 「큼」입니다.”

경옥이 봉투를 들었다.

“오늘은 같을 때가 아니네.”

“아닙니다. 어제 정해 둔 게 오늘은 안 쓰입니다.”

은재가 느낌 짐작 쪽을 들고 잠깐 선반을 봤다. 「작음」을 적었다.

“둘이 또 갈렸습니다.”

“어제가 처음이었고.”

“어제가 처음이고 오늘이 둘째입니다. 아홉 장 중에 갈린 게 둘입니다.”

경옥이 두 장을 봉투에 넣으며 물었다.

“둘이면 셈이 되나.”

“안 됩니다. 아홉 중에 둘이면 일곱 장이 아무 말도 안 하는 장입니다.”

“그러면 늘려야겠네.”

“늘리는 방법이 두 갭니다. 날을 더 모으든지 규칙을 바꾸든지입니다.”

“규칙을 바꾸면.”

은재가 연필을 멈췄다.

“바꾸면 앞의 아홉 장을 못 씁니다. 규칙이 다른 장끼리는 못 맞댑니다.”

“그러면 날을 모아.”

“날을 모으겠습니다. 다만 갈린 장이 몇인지를 날마다 같이 적겠습니다. 그 수가 안 늘면 뜯는 날에 셀 게 없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4일. 맹검 아홉째. 방 온도 영하 29.8(어제 영하 30.0). 규칙 짐작 「큼」. 느낌 짐작 「작음」.

갈린 장 둘(어제, 오늘). 아홉 중 둘.

갈린 장만이 둘을 견주는 데 쓰임. 같은 장은 세어만 두고 셈에서 뺌. 갈린 장이 적으면 뜯어도 셀 것이 적음. 그러므로 갈린 장 수를 날마다 같이 적음.

규칙을 바꾸면 앞 장과 못 맞댐. 늘리는 길은 날을 모으는 쪽으로 함.

뜯는 날 10월 30일. 뒷면·사전등록 사본·짐작 전부 같은 날. 하나만 먼저 안 뜯음.」

점심 전에 팩스가 울렸다.

수송팀에서 보낸 것이었다. 배차표 사본이었다.

은재가 종이를 받아 들고 책상에 폈다. 어제 「받은 자료」 칸을 만들어 두었고 아직 비어 있었다.

날짜와 받은 데를 먼저 적고 나서 표를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왜.”

“이게 예정표입니다.”

경옥이 와서 종이를 봤다.

“예정.”

“칸 머리에 「예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차가 언제 나가기로 잡혀 있었는지를 적는 표입니다.”

“실제로 나간 건.”

“다른 표에 적힙니다. 운행일지입니다.”

경옥이 종이 끝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면 어제 그 사람이 본 건.”

“예정표를 본 겁니다. 그 사람은 거짓말을 안 했습니다. 종이를 봤고 그 종이에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가.”

“그 일을 적는 종이가 아니었습니다.”

은재가 책상에 앉아 연필을 들었다.

“어제 제가 입에서 나온 쪽하고 종이에서 나온 쪽을 갈랐습니다. 종이 쪽이 더 세다고 적었습니다.”

“오늘은.”

“종이라서 센 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볼 수 있어서 셉니다. 다시 봤더니 다른 걸 재는 종이였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볼 수 있어서 알았네.”

“그건 맞습니다. 입이었으면 지금도 모릅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4일. 「받은 자료」 칸 첫 줄. 수송팀 배차표 사본. 팩스. 받은 데: 수송팀 김 주임.

읽어 보니 「예정」을 적는 표였음. 실제 운행은 운행일지에 적힘. 다른 서식임.

어제 적은 「종이에서 나온 쪽이 더 셈」을 고침. 센 까닭은 종이여서가 아니라 다시 볼 수 있어서임. 다시 보니 재는 것이 다른 종이였음. 입이었으면 다시 못 보고 그대로 들어왔을 것임. 종이의 값은 틀리지 않는 데 있지 않고 틀린 것을 알 수 있는 데 있음.

「받은 자료」 칸 머리에 세 줄을 둠. ①이 종이가 무엇을 적는 종이인가. ②언제 적히는가(일 앞인가 뒤인가). ③고친 자국이 있는가. ①을 안 적으면 받은 종이가 전부 같은 무게로 쌓임.

운행일지 사본을 따로 청함. 청한 날짜를 적음. 오는 날은 모르므로 날짜로 안 잡음.」

적고 나서 은재가 수첩 뒤쪽을 폈다. 어제 만든 칸 머리 규칙이 거기 있었다.

은재는 지금까지 만든 칸을 하나씩 세면서 세 줄이 다 있는지 봤다.

칸이 열아홉이었다. 세 줄이 다 있는 칸이 다섯이었다.

“열넷이 비었습니다.”

경옥이 옆에서 종이를 봤다.

“오늘 다 채워.”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다는 못 채웁니다.”

“왜.”

“칸에 이미 수가 들어 있습니다. 같을 때 어느 쪽인지를 지금 정하면 수를 보고 정하는 게 됩니다.”

경옥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다 그래?”

“아닙니다. 그게 오늘 센 겁니다.”

은재가 열넷을 두 묶음으로 나눠 적었다.

“경계값이 한 번도 안 나온 칸이 열하나입니다. 그 칸들은 지금 정해도 수하고 상관이 없습니다.”

“나온 칸은.”

“셋입니다. 그 셋은 지금 정하면 안 됩니다. 그 대신 경계값이 나온 날짜를 찾아서 그날 제가 어느 쪽으로 했는지를 적어 둬야 합니다.”

“기억이 나?”

“둘은 납니다. 하나는 안 납니다.”

“안 나는 건.”

“안 난다고 적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칸 머리 세 줄 점검. 칸 열아홉. 세 줄이 다 있는 칸 다섯. 빠진 칸 열넷.

빠진 열넷을 둘로 가름. ①경계값이 아직 한 번도 안 나온 칸 열하나 → 오늘 정함. 수와 무관하므로 정해도 됨. ②경계값이 이미 나온 칸 셋 → 오늘 정하지 않음. 정하면 수를 보고 정하는 것이 됨. ②는 경계값이 나온 날짜를 찾아 그날 어떻게 했는지를 적음. 둘은 기억남. 하나는 안 남 → 「기억 안 남」으로 적음.

규칙을 뒤늦게 채우는 일에도 「수를 본 뒤」 문제가 있음. 비어 있는 칸이 다 같은 빈칸이 아님.」

5. 다섯과 셋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정한은 수첩을 펴고 험 칸 앞에 앉았다.

어제 적은 「기계 없음」 아래에 오늘 칸이 있었다.

정한은 같은 글자를 한 번 더 적었다. 그러고 그 옆에 작게 두 글자를 달았다.

「둘째.」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 칸에도 같은 것을 적고 「둘째」를 달았다.

적고 나서 여백에 한 줄을 썼다.

「빈 칸이 이어지면 같은 글자가 여러 줄 내려감. 같은 글자만 적으면 나중에 세어야 함.

세는 일을 그날 해 둠. 「기계 없음, 둘째」로 적음. 며칠째인지를 그날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안 셈.

끊긴 길이는 끊긴 뒤에 세면 틀림. 끊긴 동안에 세야 맞음.」

새 기계가 언제 오는지는 적을 수 없었다. 정한은 날짜 칸을 비워 두고 그 옆에 적었다.

「조건으로 적음. 「새 기계가 들어온 날 아침, 다른 일보다 먼저 기준 테이프를 다섯 번 잰다.」

날짜로 적으면 그날이 안 올 때 줄이 안 생김. 조건으로 적으면 조건이 올 때 줄이 생김.

조건을 아는 사람이 나 말고 따로 있는 일에는 날짜를 안 씀. 사흘 전에 한 번 겪었음.」

정한은 수첩을 덮고 선반 쪽으로 갔다. 남은 릴이 여덟이었다.

마감까지 사흘이었다. 하루에 셋씩 해야 하는 셈이었다.

정한은 선반 앞에 서서 한참 보다가 베이킹 기록철을 꺼냈다.

굽는 날짜가 릴마다 적혀 있었다.

다섯이 10월 6일이었다. 셋이 10월 9일이었다.

정한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었다. 6일에서 삼 주면 27일이었다. 9일에서 삼 주면 30일이었다.

정한이 연필을 들었다.

할 일 목록 맨 위에 「이관 마감 10/27」이라고 한 줄로 적혀 있었다.

그 한 줄이 여덟 릴에 다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한은 그 줄 아래에 두 줄을 새로 그었다.

「마감이 하나가 아니었음.

10/6에 구운 다섯 → 10/27. 사흘 남음. 10/9에 구운 셋 → 10/30. 엿새 남음.

여덟을 사흘에 다 할 일이 아니었음. 다섯을 사흘에 하고 셋을 엿새에 하는 일이었음.

마감을 한 줄로 적을 때 제일 이른 것으로 적었음. 그게 안전해 보였음. 안전하게 적은 줄이 일의 순서를 잘못 잡게 했음. 넘치게 급한 것은 안 급한 것을 같이 끌고 감.

고침: 마감은 물건마다 적음. 목록 맨 위의 한 줄은 지우고 릴 옆에 각각 적음.」

정한은 다섯을 선반 왼쪽으로 옮기고 셋을 오른쪽으로 옮겼다.

옮기다가 왼쪽 다섯 중 하나를 들고 냄새를 맡았다.

식초 냄새가 났다. 통풍 선반에 따로 놔둔 것이었다.

정한은 그 릴을 들고 책상으로 와서 앉았다.

마감이 이른 쪽에 넣어야 할지 삭는 쪽을 먼저 해야 할지가 같은 날에 걸렸다.

정한이 적었다.

「순서를 정하는 자가 둘임. ①마감이 이른 것 먼저. ②삭는 것 먼저.

오늘 둘이 같은 릴을 가리키므로 안 걸림. 그런데 다음에 안 같으면 걸림.

그러므로 오늘 정해 둠. ②가 ①보다 앞섬. 까닭: 마감은 넘겨도 다시 구우면 되고 삭은 것은 안 돌아옴. 되돌릴 수 있는 쪽을 뒤로 보냄.

같을 때: 번호가 작은 쪽. 까닭 없음. 까닭 없이 정했다고 적음.

세 줄을 다 적음. 무엇을 보는가, 자는 무엇인가, 같을 때 어느 쪽인가.」

점심 전에 정한은 작업용 디스크 두 벌 중 한 벌을 상자에 넣었다.

사본 세 벌을 둔다고 적어 놓은 지 오래였고, 한 벌은 먼 데 두기로 적혀 있었다. 그 줄은 여덟 주 동안 안 지켜지고 있었다.

정한은 상자를 봉하기 전에 디스크를 연결해 파일마다 검사 수를 뽑았다. 종이에 적어 한 장을 상자에 넣고 한 장을 책상에 남겼다.

봉투에 받는 데를 적고 등기로 부쳤다.

돌아와서 적었다.

「사본 한 벌을 먼 데로 보냄. 10월 24일 11시 40분. 등기.

보내기 전에 파일마다 검사 수를 뽑아 두 장 적음. 한 장은 상자 안, 한 장은 여기. 길에서 상하면 두 장이 안 맞음. 안 뽑고 보내면 상한 것이 거기서 생긴 건지 여기서 생긴 건지 못 가름.

칸을 둘로 둠. 「보낸 날」과 「도착한 날」. 보낸 것은 내가 알고 도착한 것은 저쪽이 앎. 한 칸에 적으면 보낸 날이 도착한 날처럼 보임.

받는 쪽에 검사 수를 다시 뽑아 적어 보내 달라고 씀. 그게 오면 「도착」 칸이 채워짐. 안 오면 「안 옴」인데, 안 보낸 것과 못 받은 것을 또 못 가름. 회신 봉투를 같이 넣음.」

점심 뒤에 정한은 수첩을 조명 밑에 놓았다. 압흔 판독 닷새째였다.

어제 만든 칸 머리가 거기 있었다. 「다른 일에서 흘러든 것」이었다.

정한은 지금까지 읽은 자리를 처음부터 다시 훑기로 했다.

눌린 자리가 열한 곳이었다.

날짜가 같이 눌려 있는 자리가 다섯이었다. 어제 넷을 봤고 오늘 하나를 더 찾았다.

그 하나가 9월 22일이었다.

상자를 받은 날이 10월 6일이었다.

정한이 연필을 내려놨다.

둘이 되었다.

「받은 날보다 이른 날짜가 붙은 자리 둘. 9월 30일, 9월 22일.

어제는 하나였고 오늘 둘임. 한 번 섞인 것이 아니라 섞이고 있었음.

이 수첩은 이 일 전용이 아님. 나는 이 수첩을 이 일 수첩이라고 부르고 있었음. 부르는 이름이 칸 머리였고 칸 머리가 틀렸음.」

정한은 나머지 여섯 자리를 다시 봤다. 날짜가 눌려 있지 않았다.

한참 보다가 적었다.

「날짜가 안 붙은 자리 여섯. 이 일인지 다른 일인지 못 가름.

칸을 셋으로 둠. ①이 일 ②다른 일 ③모름. ③을 ①에 넣지 않음. 넣으면 ①이 커지고 커진 ①을 나중에 세게 됨.

가를 수 있었던 것은 날짜가 붙은 다섯뿐임. 열하나 중 다섯임. 날짜를 적는 버릇은 어떤 일에서 더 나오고 어떤 일에서 덜 나옴. 그러므로 가려진 다섯은 치우친 다섯임. 가린 비율로 전체를 말하지 않음. 「열하나 중 둘이 다른 일」이 아니라 「가를 수 있었던 다섯 중 둘」로 적음.」

적고 나서 정한은 어제 옮겨 적어 둔 번호를 봤다.

그 번호가 어느 일의 것인지는 안 적혀 있었다.

정한은 칸을 하나 더 그었다.

「보낼 데를 모르는 것.」

그 밑에 번호를 옮겨 적고 한 줄을 달았다.

「이 번호는 다른 일 것인데 어느 일인지 모름. 그래서 돌려보낼 데가 없음.

여기 두면 이 일 자료에 섞이고 버리면 없어짐. 칸을 따로 두는 것은 섞지도 버리지도 않는 자리임.

지난 일 장부를 날짜로 훑으면 어느 일인지 나올 수 있음. 오늘은 안 함. 오늘 할 일이 다섯 릴임. 안 한 것도 적음. 「오늘 안 함. 까닭: 마감 쪽이 먼저임.」」

정한은 수첩을 덮고 왼쪽 다섯 쪽으로 갔다. 그날 셋을 옮겼다.

짐작 칸은 스무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이었다.

「안 지나감」은 열엿새째였다. 안 보는 날이 열나흘째였고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열하루째였다.

6. 쪽지 한 장

목요일이었다.

하람은 열 시에 어머니 집에 들어가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열나흘째였다.

「①왔냐 ②밥은 ③비 오냐」

적고 나서 하람은 둘째 자리를 세로로 훑었다. 열넷 중에 열셋이 「밥은」이었다.

하람은 어제 정한 대로 둘째 자리를 접어 두고 첫째와 셋째만 봤다.

셋째 자리에 「비 오냐」가 처음 나왔다.

하람이 적었다.

「둘째 자리는 접는다. 열넷 중 열셋이면 그 자리는 수를 안 준다.

움직이는 두 자리만 센다. 오늘 셋째에 새 말이 나왔다.

접은 자리를 안 지운다. 접어 둔 것과 안 센 것은 다르다. 어느 날 둘째가 움직이면 그날이 크다.」

말 아닌 것 칸은 열닷새째였다. 창 쪽을 한 번 봤고 손을 네 번 비볐다.

핀 칸은 열일곱째 점이었다. 다섯이었다.

하람은 식탁에 수첩을 펴고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열여덟째로 채웠다.

그러고 좁게 적기 새 종이를 꺼냈다. 첫 줄이었다.

어제 붙인 조건이 종이 맨 위에 적혀 있었다. 되풀이되는 일만 짐작한다는 것이었다.

하람이 연필을 들었다가 멈췄다.

되풀이되는 일인지를 오늘 정해야 했다. 되풀이되는지는 여러 날을 봐야 아는 것이었다.

하람이 적었다.

「되풀이되는 일만 짐작하기로 했는데, 되풀이되는지 아닌지를 오늘 정해야 한다.

되풀이 여부도 짐작이다. 조건을 붙였더니 조건 안에 또 짐작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줄 옆에 「되풀이된다고 본 까닭」을 같이 적는다. 까닭이 안 적히면 그 줄은 조건 밖이다.

첫 줄: 「오후에 미싱 앞에 한 번 앉으신다.」 까닭: 열사흘 중 아홉 날 앉으셨다. 적혀 있다.

판정일 11월 2일.」

열한 시에 하람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남은 넷을 하나씩 물었다. 9월 2일 화요일, 9월 18일 목요일, 10월 2일 목요일, 10월 10일 금요일이었다.

9월 18일은 비가 많이 와서 그날 오전 운행을 안 했다고 했다.

나머지 셋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하람이 끊고 수첩에 적었다.

「넷 중 하나에 답이 왔다. 9월 18일. 비.

받은 답은 사람 입에서 나왔다. 종이가 아니다.

기상 기록은 종이로 있다. 그런데 그 종이는 비가 왔다는 것만 적는다. 차가 안 나갔다는 것은 안 적는다.

비가 왔다는 것을 확인해도 안 나간 것은 확인이 안 된다. 종이가 재는 것이 다르다.

그러므로 9월 18일은 「입으로 받음」 칸에 넣는다. 비 기록은 옆에 적되 같은 칸에 넣지 않는다.」

남은 셋이 9월 2일 화요일, 10월 2일 목요일, 10월 10일 금요일이었다.

하람은 달력을 펴고 셋을 찍어 봤다.

요일이 다 달랐다. 날짜도 흩어져 있었다. 월초와 월중이 섞여 있었다.

하람은 한참 보다가 연필을 내려놨다.

「두 번은 요일로 줄었다. 세 번째는 안 줄었다.

셋이 요일도 다르고 날짜도 안 모여 있다. 묶을 모양이 없다.

어제 나는 「두 번 통하면 수법이 좋은 것이고 세 번 통하면 칸이 그 모양인 것」이라고 적었다.

세 번째가 안 통했다. 그러니까 두 번 통한 것은 두 번 통한 것이다.

억지로 묶으려고 하면 없는 모양을 내가 만든다. 모양이 없을 때 「모양 없음」이라고 적는 것이 오늘 할 수 있는 전부다.

셋은 하나씩 물어야 한다. 물을 데가 어머니뿐인 날이 둘이고, 어머니는 그 날들을 모르신다.」

한 시에 하람은 버스를 타고 1989년 주소로 갔다.

지번이 같은 집은 헐리고 없었다. 옆집은 그대로 있었다.

벨을 눌렀으나 아무도 안 나왔다.

하람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문 앞에 섰다.

적기 전에 한참 서 있었다.

짐작을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은 보름 전에 적어 둔 규칙이었다. 「세 글자쯤」이라는 한마디가 사흘 만에 아버지 성함으로 굳는 것을 종이로 읽은 적이 있었다.

하람은 아는 것만 적었다. 이름과 햇수와 지번이었다. 어떤 사람일 것 같다는 말은 안 적었다.

다 적고 나서 아래에 두 줄을 더 적었다.

회신 봉투를 넣었다는 것과, 해당 없으면 빈 종이라도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

봉투를 문틈에 끼우고 돌아 나왔다.

버스에서 하람이 적었다.

「10월 24일. 정숙 옆집에 쪽지. ③이 끝났다. ①은 21일에 했고 ②도 21일에 답이 왔다(센터 명단에 가족이 다녀간 기록 없음).

쪽지에 적은 것: 이름, 햇수, 지번. 짐작은 안 적었다.

짐작을 적으면 읽는 사람 안에서 그게 먼저 자리를 잡는다. 나중에 진짜가 와도 그 자리에 이미 뭐가 들어 있다.

회신 봉투를 넣었다. 해당 없으면 빈 종이라도 넣어 달라고 적었다.

까닭: 답이 안 오면 세 가지가 한 칸에 들어간다. 쪽지를 못 보셨거나, 보고 모르시거나, 보고 안 쓰기로 하셨거나.

빈 종이가 오면 두 번째가 갈린다. 빈 종이도 안 오면 첫 번째와 세 번째가 남는다.

셋을 하나로 줄이지는 못하고 셋을 둘로 줄인다. 보내는 쪽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보낸 날과 답 온 날을 다른 칸에 적는다. 보낸 것은 내가 알고 답은 저쪽이 안다.」

세 시에 하람은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열한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센터조 이름 셋을 세척하는 일은 닷새째였다. 오늘은 한 번 걸렸다. 27일까지였다.

조사표를 낸 뒤 아흐레째였다. 「안 옴」이 열여섯 줄이 되었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다.

28일 방문까지 나흘이 남아 있었다. 하람은 오늘 처음으로 그 칸에 손을 댔다. 물을 것 셋과 보일 종이 둘을 적었다.

정숙의 유족 줄 옆에 기한이 적혀 있었다. 10월이었고 엿새가 남았다.

버스가 다리를 건널 때 하람은 쪽지에 적은 줄을 머릿속으로 다시 읽었다.

이름과 햇수와 지번 말고는 적은 것이 없었다.

하람이 마지막 줄을 적었다.

「짧게 적었다. 짧게 적은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아는 것만 적어서다.

오늘 내가 보낸 것은 묻는 말 한 장과 빈 봉투 한 장이다.

빈 봉투는 아무것도 안 묻는데 답이 없을 때 그 없음을 두 가지로 갈라 준다.

보내는 일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무엇을 적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안 적을까였다.」


수가 자 바로 옆에 서서 어느 쪽인지 말하지 않았다. 어긋남 폭 안에 자가 들어 있었으므로 한쪽 끝은 하는 쪽이었고 다른 끝은 안 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그 칸에 열세 줄 만에 처음으로 모름이 적혔다. 어제의 모름은 규칙이 없어서 생긴 것이었고 오늘의 모름은 자가 넓어서 생긴 것이었다. 앞의 것은 한 줄 적으면 없어지고 뒤의 것은 적어도 안 없어졌다. 그리고 어제를 데려와 오늘을 정하는 칸이었으므로 한 번 들어온 모름이 뒤로 번졌다. 번진 것을 끊는 날은 수가 자에서 충분히 멀어져 어제를 안 봐도 되는 날이었다.

열이틀 만에 편이 왔다. 쓸 것이 내려왔고 사람이 내렸다. 조건이 둘이라고 적어 둔 종이가 그 자리에서 틀렸다. 조건은 셋이었고 그중 하나는 열이틀 내내 0이었다. 곱에서 0인 항 하나는 나머지 항을 전부 가린다. 그래서 그것이 조건인 줄도 몰랐다. 쌓아 둘 수 있는 조건과 쌓아 둘 수 없는 조건이 다르다는 것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 쌓아 둘 수 있는 것은 미리 받고, 날짜가 붙은 것은 열려 있는 동안에 다 쓴다.

판정이 모름인 날에도 일은 해야 했다. 수가 뭐라고 하는지와 오늘 무엇을 할지가 다른 물음이었다. 수가 못 정한 자리는 사람이 정했고, 그러면 정한 사람의 이름과 까닭을 적었다. 닷새 전에 적어 둔 규칙의 까닭이 오늘 깨졌는데, 까닭을 적어 두지 않았다면 깨진 줄도 모르고 그냥 지켜졌을 것이었다. 까닭을 적어 둔 규칙만 자기가 깨지는 날을 알려 준다.

같은 다섯 점을 양으로 읽으면 두 배였고 부호로 세면 넷에 셋이었다. 둘 다 약했고, 둘이 같은 말을 해도 두 번 들은 것이 아니었다. 조건을 넓게 덮어 적어 둔 예측은 오늘 맞았는데 어느 조건에서도 맞게 되어 있었다. 안 틀리는 예측은 맞아도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답이 갈리는 자리를 같이 적어 두어야 그 표가 쓰인 날이 생겼다.

깊이는 여섯이 자 밑으로 내려가 합의 폭이 합만큼 벌어졌다. 그만두는 까닭은 자국이 얕아져서가 아니라 자의 밑바닥이 여섯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얕아진 것과 안 읽히는 것은 같은 수로는 갈리지 않았다. 그래서 폭으로 갈아탔다. 폭은 얕아질수록 커져 바닥을 타지 않았고, 대신 끝이 어디인지를 사람이 정해야 했다. 잘 읽히는 것을 재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교란이 신호와 같은 방향일 때는 아무 말도 못 했는데, 교란이 반대로 돌아선 날에는 한쪽 끝이 나왔다. 교란을 없애는 것보다 교란의 부호가 바뀌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쌌다. 재는 일이 하는 일을 막는 자리에서는 자리를 옮기되 옮기는 날에 둘을 같이 재서 고리를 만들었다.

일곱 날을 읽은 순서대로 풀어 놓자 앞의 두 수가 날마다 다른데 합이 세 번 다 같았다. 셋째 수가 앞의 둘이 움직인 만큼 정확히 반대로 움직여 있었다. 당겨진 것은 눈금이 아니라 합이었고, 손은 셈을 닫는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가린 것이 반이었다. 날 사이는 가렸는데 날 안은 안 가렸다. 안 보고 읽는다고만 적어 놓고 무엇을 안 보는지는 적어 놓지 않았다. 읽는 사람과 더하는 사람을 가르면 한 사람 안에서 이어지던 것이 끊겼다. 설계가 빠진 것은 수를 안 봐도 빠진 것이므로 고쳐도 되었고, 다만 적용은 판정 뒤로 미뤘다.

실 세 점이 세 번 다 같은 순서였는데 세 점이 전부 같은 짝에서 나왔다. 세 번 본 것이 한 번일 수 있었다. 못 쓰는 수를 지키려고 가를 수 있는 것을 안 가르는 것은 손해였으므로 줄을 끊고 자리를 바꿨다.

종이가 왔는데 예정을 적는 종이였다. 말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종이를 보았으며 그 종이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다만 그 종이가 그 일을 적는 종이가 아니었다. 종이가 센 까닭은 틀리지 않는 데 있지 않고 다시 볼 수 있어서 틀린 것을 알 수 있는 데 있었다. 칸이 비어 있다고 다 같은 빈칸이 아니었다. 경계값이 아직 안 나온 칸은 오늘 채워도 되었고 이미 나온 칸은 채우면 수를 보고 채우는 것이 되었다.

한 줄로 적어 둔 마감이 여덟에 다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은 다섯과 셋이었다. 제일 이른 것으로 통일해 적은 것이 안전해 보였고, 안전하게 적은 줄이 일의 순서를 잘못 잡게 했다. 넘치게 급한 것은 안 급한 것을 같이 끌고 갔다. 가를 수 있었던 것은 날짜가 붙은 다섯뿐이었고, 날짜를 적는 버릇은 일마다 다르므로 그 다섯은 치우친 다섯이었다. 가린 비율로 전체를 말하지 않았다. 섞인 것을 돌려보낼 데를 모를 때는 섞지도 버리지도 않는 칸을 따로 두었다.

보낸 것과 도착한 것을 다른 칸에 적었다. 보낸 것은 보낸 쪽이 알고 도착한 것은 받은 쪽이 알았다. 빈 봉투 하나를 같이 넣으면 답 없음이 둘로 갈렸다. 셋을 하나로 줄이지는 못해도 셋을 둘로 줄일 수 있었고, 보내는 쪽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짧게 적은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아는 것만 적어서였고, 보내는 일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무엇을 적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안 적을까였다.

밖에서는 막대 둘이 나흘 동안 아홉과 열하나만큼 드러났고 자국 아홉 중 여섯이 자 아래로 내려갔다. 활주로 가장자리에 오늘 처음 점 하나가 찍혔고 그 밑의 눈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아래 깊은 데 갇힌 공기는 오늘 적힌 어느 숫자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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