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슨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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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8화 - 셈제108화 - 셈 1. 발사까지 예순닷새. 월요일 새벽이었다. 오진우는 식탁 위에 달력을 펼쳐 놓고 보리차를 끓였다. 어제까지 그는 달력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날짜란 그저 흘러가는 것이었고, 흘러가는 것을 일부러 헤아리는 일은 그에게 낯설었다. 그러나 엊저녁 현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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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7화 - 갖춤제107화 - 갖춤 1. 발사 열아흐레째, 일요일 새벽. 서귀포 숙소의 식탁에는 잔이 셋 놓여 있었다. 오진우의 것, 김지수의 것, 그리고 식탁 한가운데에 물을 반쯤 채워 둔 잔 하나. 현수의 자리였다. 비워 두는 게 아니라 채워 두는 잔. 물이 끓는 동안 전화가 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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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6화 - 여묾제106화 - 여묾 1. 발사 D+18, 토요일. 서귀포의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더 환했다. 진우는 빈 방에서 눈을 떴다. 어제 아침에는 옆자리에 현수가 자고 있었고, 그제 아침에도 그랬다. 오늘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텅 빈 느낌이 아니었다. 방은 며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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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5화 - 아우름제105화 - 아우름 1. 서귀포의 새벽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각에 같은 빛이 같은 창틈으로 들어왔다. 다른 것은 방 안에 사람이 하나라는 것뿐이었다. 오진우는 어제보다 조금 일찍 깼다. 누가 먼저 깨느냐가 정해져 있던 사흘이 지나고, 이제 다시 정해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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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4화 - 뿌리내림제104화 - 뿌리내림 1. 서귀포의 새벽은 어제와 같은 순서로 왔다. 먼저 어둠이 한 겹 묽어지고, 그다음 항구의 마지막 어선 불빛이 꺼지고, 그러고 나서야 주전자가 끓었다. 다만 오늘은 그 주전자를 진우가 올렸다. 어제는 현수가 먼저 일어나 물을 끓였다. 그제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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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3화 - 깃듦제103화 - 깃듦 1. 발사 D+15. 수요일 새벽이었다. 오진우는 눈을 뜨기 전에 소리부터 들었다. 주전자 바닥이 가스 불에 닿아 천천히 데워지는 소리, 물이 끓기 직전 가늘게 떨리는 소리. 그가 매일 아침 만들던 소리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의 손이 아니었다.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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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2화 - 스밈제102화 - 스밈 1. 화요일 새벽, 진우는 평소보다 한 박자 늦게 눈을 떴다. 발사 D+14. 창은 아직 검었고, 멀리 바다 쪽에서 어선 불빛 몇 점이 흔들렸다. 그는 옷장 문을 열어 셔츠를 꺼내며 손이 익은 동작을 헤아렸다. 서른여섯. 어제까지 서른다섯이었던 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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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1화 - 품제101화 - 품 1. 서귀포의 새벽은 바다 냄새부터 왔다. 진우는 눈을 뜨기 전에 그 냄새를 먼저 맡았다. 짠 것 안에 비린 것이 한 겹 섞이고, 그 비린 것 안에 어제 끓인 고등어조림의 단내가 또 한 겹 배어 있었다. 방을 채운 냄새가 밤새 가시지 않고 벽에 스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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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0화 - 번짐제100화 - 번짐 1. 서귀포의 새벽은 일요일에도 같은 시각에 밝아 왔다. 오진우는 옷장 문을 열고 셔츠 한 벌을 꺼냈다. 손이 움직이는 박자가 어제까지 서른셋이었는데, 오늘은 서른넷으로 한 번 더 늘었다. 늘었다기보다는, 같은 길을 한 번 더 디딘 발걸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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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9화 - 어울림제99화 - 어울림 1. 새벽 5시 9분, 서귀포 숙소의 창은 아직 짙은 남빛이었다. 오진우는 옷장 앞에 서서 셔츠를 한 벌씩 손끝으로 넘겼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순서로 옷을 고르는 그 동작이 오늘로 33번째였다. 셈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손이 같은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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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8화 - 둘레제98화 - 둘레 1. 서귀포의 새벽은 금요일 5시 11분에 왔다. 발사로부터 열흘째였다. 오진우는 옷장 앞에서 셔츠를 꺼냈다. 어제까지 31번 디뎠던 동작이 오늘은 32번으로 늘었다기보다, 같은 길을 한 번 더 밟은 발자국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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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7화 - 따름제97화 - 따름 1. 새벽 5시 13분, 서귀포 숙소의 옷장 앞에서 오진우는 셔츠 한 장을 옷걸이에 걸었다. 손이 옷깃을 펴고 단추 자리를 매만지는 동작이 31번째 박자로 흘렀다. 어제보다 한 박자가 늘었으나, 늘었다기보다는 같은 길을 한 번 더 디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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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6화 - 깊어짐제96화 - 깊어짐 1. 수요일 새벽 5시 11분, 오진우는 옷장 앞에 섰다. 손이 셔츠를 고르고 단추를 채우고 소매를 접는 동안 박자가 끊어지는 자리는 없었다. 어제까지 스물아홉이던 동작이 오늘은 서른이 되었지만, 늘었다는 느낌보다는 같은 길을 한 번 더 깊이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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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5화 - 늘어남제95화 - 늘어남 1. 서귀포 숙소의 새벽은 화요일 5시 9분에 왔다. 오진우는 옷장 문을 열었다. 손이 셔츠의 어깨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작은 오늘로 29번째 아침이었다. 끊어지는 자리가 없었다. 손은 이미 멈출 데를 알고 있었고, 아는 손은 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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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4화 - 익음제94화 - 익음 1. 서귀포의 새벽은 월요일 5시 6분에 옷장 문을 열었다. 오진우는 어제와 같은 손으로 같은 옷걸이를 밀었고, 그 동작은 28번째 박자에 가서 멎었다. 처음 이 숙소에 들었을 때 스물 몇 번의 박자가 어색하게 끊어졌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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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3화 - 흐름제93화 - 흐름 1. 서귀포의 새벽 5시 4분. 오진우는 오늘도 옷장 문을 같은 손, 같은 각도, 같은 박자로 열었다. 27번째였다. 어제 처음으로 셔츠들 곁에 옮겨 둔 봉투—아내와 아들의 옛 사진이 든 봉투—는 밤새 자기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단지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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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2화 - 자리잡음제92화 - 자리잡음 1. 새벽 5시 2분, 진우는 평소처럼 옷장 문을 열었다. 옷걸이 한가운데, 흰 셔츠 두 벌과 회색 셔츠 한 벌이 어제 저녁 그대로 정렬되어 있었다. 그 옆자리에는, 어제 처음으로 옮겨 둔 봉투 하나. 아내와 아들이 함께 찍은 옛 사진 2장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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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1화 - 채움제91화 - 채움 1. 서귀포 숙소의 새벽 5시. 진우는 옷장 앞에 섰다. 어제와 같은 자리, 어제와 같은 손짓. 셔츠 한 벌을 꺼내 어깨에 걸쳤다. 박자가 25번째에 들어섰다. 헤아릴 필요는 없었으나, 헤아리는 일 자체가 그의 아침을 잠그는 작은 잠금쇠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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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0화 - 첫 빛제90화 - 첫 빛 1. 새벽 5시 1분. 오진우는 눈을 뜨기 전에 먼저 손을 움직였다. 옷장 문을 여닫는 동작. 어둠 속에서도 손이 그 결을 알았다. 스물넷. 어제보다 한 번 더 늘어난 숫자였다. 무엇을 세는지 그 자신도 정확히 말할 수 없었지만, 새벽마다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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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9화 - 빈자리제89화 - 빈자리 1. 목요일 새벽 5시 4분. 오진우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눈을 떴다. 발사가 있던 날의 다음 날이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지만, 그 어둠은 하루 전과 미묘하게 달랐다. 무언가가 그 하늘을 한 번 가르고 올라간 뒤의 어둠이었다. 진우는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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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8화 - 보냄제88화 - 보냄 1. 서귀포의 새벽은 알람보다 먼저 왔다. 오진우는 5시 9분에 눈을 떴다. 발사 윈도우 5시 12분, 3분 전이었다. 옷장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어제까지 21번이던 동작이 오늘은 22번째였다. 셔츠를 꺼내려던 게 아니었다. 그냥 손이 문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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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7화 - 지킴제87화 - 지킴 1. 서귀포의 새벽은 화요일에도 어김없이 어두웠다. 오진우는 5시 47분에 눈을 떴다. 알람은 여전히 그보다 조금 늦게 울렸다. 그는 옷장 문을 열어 손에 익은 순서대로 옷을 꺼냈다. 그 짧은 동작이 오늘로 21번째 같은 박자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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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6화 - 마주봄제86화 - 마주봄 1. 서귀포의 새벽은 월요일에도 어김없이 어두웠다. 오진우는 5시 48분에 눈을 떴다. 알람보다 늘 조금 빨랐다. 그는 옷장 문을 열어 손에 익은 순서대로 옷을 꺼냈다. 그 짧은 동작이 오늘로 20번째 같은 박자에 닿았다. 어제는 열아홉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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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5화 - 돌아옴제85화 - 돌아옴 1. 일요일 새벽 5시 51분, 서귀포 숙소의 창은 아직 잿빛이었다. 오진우는 옷장 문을 열었다. 셔츠 한 장을 꺼내 어깨에 걸치기까지, 손이 움직인 박자를 그는 속으로 세었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어제보다 한 박자가 더 늘었다. 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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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4화 - 메아리제84화 - 메아리 1. 토요일 새벽 5시 47분, 서귀포 숙소. 오진우는 옷장 앞에 섰다. 흰 셔츠 세 벌이 한 줄로 걸려 있었고, 어제 입은 한 벌은 의자 등받이에 걸쳐져 있었다. 새 셔츠를 꺼내는 동작과 어제 한 벌을 손등으로 쓸어 보는 동작 사이, 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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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3화 - 응답제83화 - 응답 1. 서귀포 숙소의 새벽은 늘 같은 자리에서 밝아 왔다. 금요일 5시 47분, 진우는 옷장 앞에 섰다. 손이 흰 셔츠 한 벌의 어깨를 짚는 동안, 그는 속으로 박자를 셌다. 열여섯, 열일곱. 어제보다 한 박자가 늘어 있었다. 흰 셔츠 세 벌이 한 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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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2화 - 부름제82화 - 부름 1. 새벽 5시 47분. 서귀포 숙소의 옷장 문이 열렸다. 오진우는 그제와 어제처럼 흰 셔츠 세 벌이 한 줄에 두어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어제 어깨에 두어졌던 한 벌은 의자 등받이 위에 그대로 두어져 있었다. 새 셔츠 한 벌을 어깨에 두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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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81화 - 이름제81화 - 이름 1. 목요일 새벽 5시 47분, 서귀포 숙소의 옷장이 한 박자 다시 열렸다. 옷장 동작 사이의 간격이 어제보다 한 박자 더 길어져 있었다. 열넷에서 열다섯. 진우는 그 한 박자가 자기 자리에 두어진 것을 손끝으로 확인했다. 옷장 안에는 옅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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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9화 - 퍼짐제79화 - 퍼짐 1. 새벽 5시 47분, 진우는 옷장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동작과 손이 옷걸이에 닿는 동작 사이에 13박자가 두어졌다. 어제는 12박자였다. 한 박자가 늘었다. 옷장 안에는 옅은 회색 셔츠와 짙은 남색 셔츠가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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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7화 - 알아봄제77화 - 알아봄 1. 서귀포 숙소의 일요일 새벽 5시 47분. 오진우는 옷장 앞에서 옷걸이 사이를 헤아렸다. 어제 10박자였던 동작 사이가 오늘은 11박자였다. 한 박자가 더 자리에 두어졌다. 빈 옷걸이는 어제와 같은 자리, 한 자리만큼의 간격을 그대로 비워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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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6화 - 닿음제76화 - 닿음 1. 새벽 5시 47분. 옷장이 열렸다 닫혔다. 오진우는 옅은 회색 셔츠를 옷장 안 같은 자리에서 꺼냈다. 빈 옷걸이 한 자리만큼의 간격은 그대로였다. 다만 그가 셔츠를 잡은 손이, 옷장에서 손이 옷장으로 돌아가는 동작 사이의 박자가, 어제의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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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5화 - 이음제75화 - 이음 1. 새벽 5시 47분. 오진우는 옷장을 열었다. 옅은 회색 셔츠가 옷장 안 같은 자리, 같은 각도에 두어져 있었다. 어제 손을 댔던 그 자리였고, 그 자리는 어제의 자리에서 한 박자도 옮겨지지 않은 채 오늘에 와 있었다. 그가 셔츠를 들어 올리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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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4화 - 둠제74화 - 둠 1. 목요일 새벽 5시 47분. 오진우는 옷장 앞에 섰다. 어제 가방에서 꺼내어 같은 자리, 같은 각도에 다시 걸어 둔 옅은 회색 셔츠가 그대로 자리에 있었다. 옷걸이 위에서 셔츠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옆 빈 옷걸이 한 자리만큼의 간격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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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3화 - 됨제73화 - 됨 1. 서귀포 숙소의 새벽 5시 47분이었다. 진우는 어제 밤 마지막 비행기로 종로에서 제주로 돌아왔다. 가방을 풀어 옅은 회색 셔츠 한 벌을 다시 옷장 안 같은 자리, 같은 각도에 걸어 두었다. 빈 옷걸이는 어제와 같은 위치에 한 자리만큼의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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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2화 - 옴제72화 - 옴 1. 화요일 새벽 5시 47분, 제주도 서귀포 숙소. 오진우는 옷장 문을 한 번 열고 한 번 닫았다. 동작과 동작 사이가 6박자 머물렀다. 그제는 5박자였다. 어제는 5박자에서 한 박자가 더 늘어나려다가 늘어나지 않은 채로 그쳤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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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1화 - 머묾제71화 - 머묾 1. 월요일 새벽 5시 47분. 서귀포 숙소의 옷장 문이 한 번 열렸다가 한 번 닫혔다. 동작과 동작 사이의 박자는 어제가 4박자였고, 오늘은 5박자였다. 그제는 3박자, 그그제는 2박자, 그그그제는 한 박자였다. 진우는 박자가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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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0화 - 둠제70화 - 둠 1. 일요일 새벽 5시 47분, 서귀포 숙소. 오진우는 옷장 문을 한 번 열고 닫았다. 동작 사이 4박자. 그제 한 박자, 어제 2박자, 오늘 3박자 다음의 4박자. 가운데 옅은 회색 셔츠는 어제 자리 그대로 걸려 있었고, 그 옆 빈 옷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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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9화 - 받음제69화 - 받음 1. 토요일 새벽 5시 47분, 진우는 옷장 문을 한 번 열었다가 한 번 닫았다. 동작과 동작 사이의 간격이 어제는 2박자였는데, 오늘은 3박자였다. 가운데 옷걸이의 옅은 회색 셔츠는 어제 자리에 있었고, 그 옆 빈 옷걸이도 어제의 빈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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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8화 - 결제68화 - 결 1. D+4 금요일 5시 47분. 진우는 호텔이 아닌 서귀포 숙소의 옷장 앞에 서 있었다. 한 번 열고, 잠시 머물고, 한 번 닫았다. 어제는 한 번 열고 한 번 닫는 동작 사이가 한 박자였는데, 오늘은 2박자였다. 2박자가 한 자리에 와 있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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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7화 - 굳음제67화 - 굳음 1. 목요일 새벽 5시 31분. 오진우는 서귀포 숙소의 좁은 침실에서 눈을 떴다. 어제 비행기를 탔고, 어제 늦은 오후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오늘이 D+3이다. 그는 머릿속에 손가락 셋을 세우는 자세로, 손가락은 들지 않은 채 그 숫자를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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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6화 - 겹제66화 - 겹 1. 수요일 새벽 5시 47분, 진우는 호텔 옷장 문을 한 번 열었다 닫았다. 월요일 아침에 입었던 옅은 회색 셔츠 한 장이 가운데 옷걸이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옆 옷걸이는 비어 있었다. 진우는 그 빈 옷걸이를 옆 자리로 옮기지 않았다.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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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5화 - 자국제65화 - 자국 1. 화요일 새벽 6시 40분, 진우는 김포공항 6번 게이트에 앉아 있었다. 어제 입고 자고 일어난 셔츠를 그대로 입은 채였다. 호텔 옷장에는 한 장의 셔츠 자국이 옷걸이 하나 분량으로 남아 있을 터였다. 가져온 셔츠는 가방에 다시 넣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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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4화 - 한 끼제64화 - 한 끼 1. 새벽 5시 40분, 제주공항 청사 앞은 고요했다. 오진우는 옅은 회색 셔츠 위에 짙은 회색 재킷을 걸치고 카운터 앞에 섰다. 어깨에 멘 가방은 가벼웠다. 바뀐 옷 한 벌과 일지 노트 한 권, 그게 전부였다. 어제 명호와 함께 다림질한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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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3화 - 사이제63화 - 사이 1. 일요일 오전 9시. 서귀포 시뮬레이션 센터 공작실은 평일과 다르게 사람이 적었다. 환풍기가 평소보다 한 단계 낮은 회전수로 돌아가는 소리가, 오히려 이 방의 공기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차명호는 다섯 번째 사파이어 원판을 작업대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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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1화 - 이름제61화 - 이름 1. 새벽 6시의 공작실은 네 번째 비슷한 아침이었다. 차명호는 세 번째 사파이어 원판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가장자리에 묻은 미세한 먼지를 마른 솔로 세 번 쓸었다. 블레이드를 장착하는 윤재석의 손이 익숙해졌다는 것이 옆에서 보였다. 어제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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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60화 - 자리제60화 - 자리 1. 새벽 6시, 공작 파트의 형광등이 한 번 깜빡이고 제자리를 찾았다. 윤재석은 어제 잘라 둔 두 번째 사파이어 원판을 조심스럽게 지그에 올렸다. '마중'이라 이름 붙은 첫 장은 별도의 보관 케이스에 놓여 있었고, 이제 두 번째 장 '배웅'의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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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9화 - 배합제59화 - 배합 1. 새벽 6시. 서귀포 센터 공작실. 사파이어 두 번째 원판이 플라텐 위에 얹혔다. 윤재석이 냉각수를 뿌리고 다이아몬드 블레이드의 각도를 0.02도 더 좁혔다. "어제 첫 장은 모서리에서 얼룩이 나왔죠." "네. 내부 개재물이었어요."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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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8화 - 첫 장제58화 - 첫 장 1. 목요일 새벽 6시, 서귀포 센터 공작 파트의 불이 켜져 있었다. 윤재석은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는 작업대 앞에 서서 팔을 접었다 펴기를 몇 번 반복했다. 차명호가 들어서자, 그는 고개만 까딱했다. "시작합시다." 작업대 위에는 어제 절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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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7화 - 배웅제57화 - 배웅 1. 수요일 새벽 6시. 제주의 하늘은 회청색에서 연분홍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차명호는 공작 파트 작업실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안은 서늘했고, 작업대 위에는 사파이어 원판 5장이 얇은 초록색 보호지에 싸여 나란히 놓여 있었다. 윤재석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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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6화 - 파도제56화 - 파도 1. 아침 7시 50분, 소나무숲 어귀에는 아직 바람이 차게 남아 있었다. 소율은 회색 후드를 머리 끝까지 올리고 숙소 쪽에서 걸어 나왔다. 기타는 가져오지 않았다. 가방은 가벼웠다. 가벼운 가방은 이상하게도 사람을 느리게 걷게 했다. 벤치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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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5화 - 마중제55화 - 마중 1. 수요일 새벽 5시. 제주도 서귀포 ATLAS 시뮬레이션 센터 자료실은 아직 조명을 절반만 켜둔 채였다. 차명호는 어제 공식 승인을 받은 '창 버전 A'의 제작 세부 설계도를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사파이어 3.0mm, CVD 다이아몬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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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4화 - 너머제54화 - 너머 1. 오전 10시, 센터 본관 3층 회의실. 창밖으로 서귀포 바다가 가늘게 보였다. 명호는 '창 제안서' 38페이지짜리 PDF를 위원장과 5명의 심사위원에게 순서대로 설명했다. 사파이어 3.0mm. CVD 다이아몬드 0.4mm. 다층 박막 1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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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3화 - 투과제53화 - 투과 1. 새벽 4시. 명호는 시뮬레이션 센터 지하 자료실에 있었다. 운영위는 어제 통합 설계안을 승인했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위원장이 마지막에 한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창은 별도 제안서로 받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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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2화 - 창제52화 - 창 1. 명호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시뮬레이션 센터 숙소 침대 위에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지만, 수평선 너머로 옅은 남빛이 번지고 있었다. 제주도의 새벽은 서울과 달랐다. 빛이 오기 전에 먼저 바다 냄새가 왔다.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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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1화 - 온기제51화 - 온기 1. 명호의 접합부 그레이디언트 코팅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착한 것은 아침 6시였다. 열 주기 1만 회 — 수성 표면에서 낮과 밤이 1만 번 반복되는 조건. 벽과 바닥의 경계에서 SiC 220μm가 SiC 280μm로, 15mm 구간에 걸쳐 점진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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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0화 - 이음제50화 - 이음 1. 새벽 5시 20분. 한강 반포 둔치의 가로등이 물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 소율은 두 번째 8킬로미터를 뛰고 있었다. 어제 51분 23초. 오늘의 목표는 50분. 반포대교 아래를 지나 동작대교 방향으로 꺾는 구간에서 팔꿈치 각도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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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9화 - 문제49화 - 문 1. 명호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침 7시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벽 220μm, 바닥 280μm. 그리고 지붕. 내층을 100μm 두 겹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0.5mm 열 완충 갭을 넣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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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7화 - 지붕제47화 - 지붕 1. 새벽 5시 20분. 한소율은 현관문을 열기 전에 운동화 끈을 두 번 묶었다. 6일째. 이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4월이지만 새벽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홍대 골목을 빠져나와 경의선 숲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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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6화 - 호흡제46화 - 호흡 1. 새벽 5시 32분. 소율의 러닝화가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홍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다섯째 날이었다. 어제 25분 47초. 오늘의 목표는 25분 30초. 연남동 경의선숲길 입구에서 되돌아오는 4킬로미터. 처음 이틀은 허벅지가 불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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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5화 - 리듬제45화 - 리듬 1. 새벽 5시 23분. 소율의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몇 초간 가만히 있었다. 귀에 남아 있는 것은 진우의 목소리였다. 어젯밤 전화에서 들은, "변하지 않는 박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 녹음 파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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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4화 - 박자제44화 - 박자 1. 새벽 5시 23분. 한소율의 운동화가 아스팔트를 때리는 소리가 연남동 골목에 울렸다. 사흘째 같은 시간, 같은 코스.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해 경의선 숲길을 따라 연남동 끝까지 돌아오는 4킬로미터.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허벅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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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3화 - 보폭제43화 - 보폭 1. 새벽 5시 40분. 알람이 울리기 20분 전에 한소율은 눈을 떴다. 이틀째였다. 몸이 먼저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도 눈꺼풀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열렸다. 천장의 금이 어둠 속에서 강처럼 흘렀다. 운동화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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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2화 - 준비제42화 - 준비 1. 소율은 2차 심사 안내 메일을 세 번째 읽고 있었다. '프로젝트 아이온 문화기록부문 2차 심사 안내. 일시: 5월 셋째 주 월요일 수요일. 장소: 지구연방 준비위원회 서울사무소 5층. 심사 항목: 면접(1일차), 체력 평가(2일차), 건강검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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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1화 - 응답제41화 - 응답 1. 김동현은 송도 시범구역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밑줄이 10개였다. 처음에는 분노의 흔적이었다. 그 다음에는 의문의 흔적이었다. 지금은 뭘까. 그는 볼펜을 돌렸다. "수성." 입 밖으로 나온 단어가 낯설었다. 택시 운전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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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40화 - 신청제40화 - 신청 1. 한소율은 연습실 바닥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커서가 빈칸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프로젝트 아이온 수성 탐사단 — 문화기록부문 공식 참가 신청서. 양식은 단순했다. 이름, 생년월일, 소속, 전문 분야, 참가 동기. 마지막 칸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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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9화 - 공진제39화 - 공진 1. 오전 9시, 서귀포 ATLAS 시뮬레이션 센터 대강당. 운영위원 23명이 반원형 좌석에 앉아 있었다. 가운데 스크린에는 'KDP-01: 현장 경험 기반 지하 매설물 사전 탐사 절차서'라는 제목이 떠 있었다. 조혜진 박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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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8화 - 진폭제38화 - 진폭 1. 훈련 6주 차 월요일 아침, 오진우는 시뮬레이터실 복도에서 멈춰 섰다. 이어폰 속에서 소율의 010번 녹음이 흐르고 있었다. 기타 아르페지오 위에 낮은 목소리가 얹혀 있었다. 말이라기보다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진폭이 크면 소리가 커지는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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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7화 - 주파수제37화 - 주파수 1. 소율은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출입증을 목에 걸었다.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한소율 / 음악의 발견 / 게스트'라고 인쇄된 종이가 들어 있었다. 이준서가 옆에서 장비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긴장했어?" "아뇨." 거짓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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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6화 - 파장제36화 - 파장 1. 수중 무중력 시뮬레이터의 물은 섭씨 28도로 맞춰져 있었지만, 우주복 안에서는 그것이 의미 없었다. 50킬로그램의 장비가 온몸을 짓누르고, 장갑 끝은 두 겹의 나일론과 실리콘 사이로 거의 아무것도 전해주지 않았다. 오진우는 천천히 패널 B-7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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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5화 - 목소리제35화 - 목소리 1. 새벽 5시 30분. 오진우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제주도 ATLAS 시뮬레이션 센터의 독신 숙소는 군 막사처럼 작았지만, 30년을 물류창고 새벽 교대에 맞춰 살아온 몸은 이 정도 좁은 침대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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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4화 - 거리제34화 - 거리 1. 새벽 5시 32분. 진우는 시뮬레이션 센터 옥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서귀포의 바다는 이 시간에 회색과 남색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아직 해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하늘의 끝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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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3화 - 네 수 앞제33화 - 네 수 앞 1. 제주도 ATLAS 시뮬레이션 센터의 아침은 파도 소리로 시작되었다. 오진우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훈련 2주차. 몸이 루틴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새벽 5시 반, 알람보다 3분 먼저 깨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서귀포 바다가 내뿜는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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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2화 - 중력제32화 - 중력 1. 제주도 서귀포 ATLAS 시뮬레이션 센터의 아침은 바다 냄새로 시작됐다. 오진우는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봤다. 한라산 능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벽만 보이던 창문이 여기서는 수평선까지 보여줬다. 낯선 광경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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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1화 - 출발제31화 - 출발 1. 새벽 5시. 오진우는 어두운 방에서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천장의 희미한 빛줄기를 바라보며, 그는 아직 반쯤 비어 있는 캐리어를 생각했다. 사흘째 비워두고 있었다. 무엇을 넣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캐리어를 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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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30화 - 전야제30화 - 전야 1. 명호는 다이소에서 커튼봉을 골랐다. 흰색, 1,200밀리미터. 창문 너비를 재지 않고 왔다는 걸 봉을 들어 올린 뒤에야 깨달았다. 옥탑방의 남향 창문이 얼마짜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봉을 눈높이로 들고 한참 서 있다가, 결국 조절식으로 바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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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9화 - 공명제29화 - 공명 1. 김동현은 약속 시간보다 12분 일찍 도착했다. 여의도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트랙B 세부 계획서를 꺼냈다. 7페이지에 그은 밑줄 3개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 인프라 현장 기술자 모집. 택시·버스·배달 등 도로망 숙지 경력자 우대.' 그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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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8화 - 완성제28화 - 완성 1. 화요일 아침, 진우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소율에게 D파트 녹음에 참관해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그 애의 귀가 빨개지던 것이 떠올랐다. "바보같이." 진우는 혼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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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6화 - 손끝제26화 - 손끝 1. 명호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습관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10년을 보내면 몸이 알아서 시계가 된다. 고시원 천장의 얼룩을 바라보며 잠시 누워 있었다. 수진이 돌아간 지 닷새. 좁은 방은 다시 혼자였지만 예전의 텅 빈 느낌은 아니었다.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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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5화 - 다리제25화 - 다리 1. 차명호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습관이 된 것이다. 수진이 돌아간 지 이틀째, 고시원 방은 다시 그의 것이었다. 소파에서 자던 일주일이 끝나고 원래의 침대로 돌아왔는데, 오히려 이 침대가 낯설었다. 식탁 위에 수진이 두고 간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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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4화 - 이별의 온도제24화 - 이별의 온도 1. 김동현은 여의도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마지막으로 넥타이 매듭을 고쳐 맸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준비됐습니까?" 옆에 선 보좌관이 물었다. 서른둘, 전 택시기사 출신의 보좌관이었다. 김동현처럼 AI 자율주행에 밀려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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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3화 - 두 개의 길제23화 - 두 개의 길 1. 명호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고시원 소파는 등이 아팠지만, 그보다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어제 수진이가 한 말이었다. "아빠, 내일 아침은 내가 할게." 명호는 그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약속은 약속이다. 메모지에 '아빠가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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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2화 - 두 개의 길제22화 - 두 개의 길 1. 금요일 아침, 지구연방 준비위원회 서울사무소 대회의실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오진우는 회의실 뒤편에 서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긴장돼요?" 옆에 서 있던 소율이 물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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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1화 - 도착제21화 - 도착 1. 4월의 서울은 벚꽃으로 물들어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차명호는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AC061편, 밴쿠버발. 도착 완료. 옆에 선 오진우가 명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긴장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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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0화 - 균열제20화 - 균열 1. 서울사무소 3층 대회의실에 오전 10시 정각, 시뮬레이션 결과가 띄워졌다. 화면 가득 펼쳐진 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3차원 궤도 모델이었다. 수만 개의 점이 태양 주변을 서로 다른 궤도면에서 돌고 있었다. 점 하나하나가 태양광 수집 위성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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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4화 - 팀 빌딩제14화 - 팀 빌딩 1. 화요일, 오전 9시. Nexus AI 본사 18층 대회의실. 창밖으로 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서울의 3월은 아직 쌀쌀했지만,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햇살만큼은 따뜻했다. 오진우는 회의 테이블 상석에 앉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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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1화 - 재회[2부 - 새로운 세계] 제11화 - 재회 1. 토요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차명호는 도착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아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LA행 비행기가 도착한 지 30분이 지났다. 입국 심사와 수하물 찾는 시간을 고려하면 곧 수진이가 나올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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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0화 - 새벽빛제10화 - 새벽빛 1. 월요일 아침, A사 물류센터 확장공사 현장. 오진우는 안전모를 고쳐 쓰며 현장을 둘러보았다. 굴착기가 조심스럽게 땅을 파내고, AI 측량 드론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이 불쾌했을 것이다.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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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9화 - 조우제9화 - 조우 1. 토요일 오후, 홍대 앞 거리는 봄 햇살을 받아 활기로 가득했다. 오진우는 낯선 복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유리창에 비춰 보았다.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30년간 회사 점퍼와 작업복만 입다가 이런 옷을 입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아버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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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7화 - 현장제7화 - 현장 1. 새벽 6시. 차명호는 고시원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첫 출근이었다. HELIOS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작업복을 입었다. 낯설지 않았다. 30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비슷한 옷을 입어왔으니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48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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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5화 - 파문제5화 - 파문 1. 차명호는 고시원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희미한 햇살에 눈을 떴다. 좁은 방이었다. 한 평 반. 침대와 책상,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전부인 공간. 하지만 병원 응급실보다는 훨씬 나았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알람 없이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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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2화 - 낮의 무게제2화 - 낮의 무게 1. 오진우는 거실 소파에서 눈을 떴다. 목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어젯밤 술잔을 손에 든 채로 잠들었던 모양이다. 희뿌연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먼지 입자들을 반짝이게 했다. 텅 빈 소주병 3개가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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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새벽] 제1화 - 세 개의 밤[1부 - 새벽 전] 제1화 - 세 개의 밤 1. 오진우는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열쇠를 꽂은 채로 멈춰버린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른 해를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던 곳에서 쫓겨나듯 나온 지 4시간.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