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5화 - 쌓임

제75화 「쌓임」
1. 서른일곱
「10월 23일. 수요일.」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 문을 열었다. 흰 나무 상자 뚜껑이 어제보다 무겁게 젖혀졌다.
유리관을 봤다.
영하 37도였다.
수첩에 열두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 34.5, 32.5, 35, 37이었다.
모눈종이에 열두째 점을 찍었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10월 31일에 긋기로 적어 둔 것이 그대로 있었다.
어제 만든 세 칸을 폈다. 어제 상태, 오늘 수, 오늘 상태였다.
어제 상태 칸에 「함」이 적혀 있었다.
오늘 수 칸에 37을 적었다.
세 번째 칸 앞에서 연필이 멈추지 않았다.
멈춤 자가 영하 36도였다. 37은 36보다 차가웠다.
재혁이 「안 함」을 적었다.
여덟 시에 서진이 시추동 쪽에서 걸어왔다. 장갑을 벗지 않고 수첩을 들여다봤다.
“꺾였네.”
“꺾였습니다. 열두 줄 중에 처음입니다.”
“어제까지는.”
“열한 줄 동안 한 번도 안 꺾였습니다. 「안 함」이 열 줄 가고 「함」이 두 줄 갔습니다. 둘 다 그냥 이어진 거였습니다.”
서진이 유리관 쪽으로 몸을 숙였다.
“어제보다 2도 차갑고.”
“35에서 37입니다. 어제는 사이였고 오늘은 사이 밖입니다.”
“어긋남은.”
재혁이 셈을 했다.
“1도입니다. 36에서 38 사이입니다.”
“36은 자하고 같은데.”
“같습니다. 그런데 같을 때는 안 하는 쪽으로 하기로 적어 뒀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36도 「안 함」이고 38도 「안 함」이고.”
“36에서 38까지 다 「안 함」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꺾임은 어긋남하고 상관없이 참입니다.”
서진이 잠깐 유리관을 보다가 물었다.
“어제는 유지가 보장됐다고 했지.”
“했습니다. 오늘은 꺾임이 보장됩니다. 보장되는 판정이 어제 하나, 오늘 하나입니다.”
“다른 판정인데 둘 다 보장돼?”
재혁이 모눈종이를 손끝으로 짚었다.
“어제는 수가 사이 가운데 있어서 어긋남이 다 들어와도 사이를 못 나갔습니다. 오늘은 수가 사이 밖으로 충분히 나가서 어긋남이 다 들어와도 사이로 못 들어옵니다.”
“그러면 보장이 안 되는 날은.”
“자 바로 옆에 수가 서는 날입니다. 영하 35.5쯤이면 어긋남 1도가 사이 안과 밖에 걸칩니다. 그날은 모릅니다.”
재혁이 한 줄을 달아 적었다.
「영하 37.0. 멈춤 자 영하 36.0보다 차가움. 어제 상태 「함」 → 오늘 「안 함」. 열두 줄 중 첫 꺾임.
어긋남 ±1 = 영하 36.0~38.0. 전 구간이 멈춤 자 밖(36.0은 「같으면 안 하는 쪽」 규칙으로 안쪽 아님).
그러므로 오늘 「꺾임」은 온도계 어긋남과 무관하게 참임.
어제는 「유지」가 보장되고 오늘은 「꺾임」이 보장됨. 자가 좋아진 것이 아니고 수가 자에서 멀어진 것임.
보장이 깨지는 자리: 수가 자에서 어긋남 폭 안에 들어오는 날. 그날은 「모름」으로 적을 것.」
재혁이 적다가 연필을 세우고 앞장을 다시 찾아 넘겼다.
“선생님. 오늘 36이 「안 함」 쪽인 건 어제 적은 규칙 때문입니다.”
“그렇지.”
“그 규칙을 안 적어 뒀으면 오늘 보장이 안 됐습니다. 36이 어느 쪽인지를 모르니까요.”
서진이 짧게 웃었다.
“어제 자국 칸에서 걸려서 적은 거였잖아.”
“자국 칸에서 걸렸고 온도 칸에는 원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도 칸에 있던 게 오늘 쓰였습니다.”
“규칙 하나가 보장 하나를 만들었네.”
“만들었습니다. 규칙이 없으면 보장이 없습니다. 자가 아니라 규칙이 없어서 모르는 날이 생깁니다.”
재혁이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어제 만든 칸이 있었다. 「상태 함인 날수」였다. 어제 2가 적혀 있었다.
연필이 거기서 멈췄다.
“선생님.”
“왜.”
“이 칸에 뭘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진이 칸 머리를 봤다.
“어제 2였고 오늘 꺾였으니까 0 아니야.”
“0입니다. 그런데 0이면 안 됩니다.”
“왜.”
재혁이 야장을 돌려 놓고 두 줄을 짚었다.
“21일에 판정이 「함」이었고 실행은 「안 함」이었습니다. 22일도 그랬습니다. 그 두 날에 해야 했던 일이 아직 안 됐습니다.”
“그렇지.”
“오늘 이 칸을 0으로 적으면 그 두 날이 없어집니다.”
서진이 칸을 다시 봤다.
“그러면 2로 적어.”
“2로 적으면 「오늘도 함이 이어지고 있다」로 읽힙니다. 오늘은 「안 함」입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서진이 장갑을 벗어 옆구리에 끼웠다.
“두 개구나.”
“둘입니다. 하나는 「함」이 몇 날 이어졌는지입니다. 그건 꺾이면 0으로 갑니다. 또 하나는 해야 했는데 못 한 양입니다. 그건 꺾여도 안 갑니다.”
“어제는 왜 안 갈렸어.”
“어제는 둘이 같은 수였습니다. 21일에 하나, 22일에 둘입니다. 하나로 적어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서진이 야장 위에 손을 얹었다.
“틀리지 않았으면 된 거 아니야.”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틀리지 않은 거하고 같은 수인 거는 다릅니다. 둘이 다른 수인데 우연히 같은 자리를 지나간 겁니다.”
“그걸 어제 어떻게 알아.”
“어제는 몰랐습니다. 꺾이는 날에 갈립니다. 꺾이기 전에는 아무 날도 안 갈립니다.”
서진이 웃고 창고 쪽을 봤다.
“그러면 칸을 하나 더 그어.”
재혁이 선을 긋고 두 머리를 적었다.
「㉮ 이어진 「함」 날수 = 상태가 몇 날 째인지. 꺾이면 0. ㉯ 밀린 양 = 판정이 「함」인데 실행 「안 함」인 날의 누계. 꺾여도 안 줄어듦. 실제로 한 날에만 줄어듦.
오늘: ㉮ 0, ㉯ 2.
어제까지 둘을 한 칸에 적었음. 어제는 둘이 다 2라서 안 걸렸음.
같은 수를 지나가는 동안에는 한 칸으로 적어도 안 틀림. 안 틀리는 것과 같은 수인 것은 다름.
두 수를 가르는 날은 둘이 처음 갈라지는 날임. 그날까지 한 칸으로 둔 줄은 거슬러 올라가 둘로 나눠 적음(값이 같으므로 고치는 게 아니라 베끼는 것임).」
서진이 활주로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롤러가 어제 저녁 그대로 창고 앞에 서 있었다.
“내일 편이 오고.”
“목요일 예고입니다. 오늘 기다린 지 열하루입니다.”
“쓸 게 오면.”
재혁이 야장을 덮고 손으로 눌렀다.
“쓸 게 오는 것하고 자가 하라는 거는 다른 일입니다.”
“다른 일이지.”
“오늘까지 열두 날 중에 자가 하라고 한 날이 둘입니다. 그 둘에 쓸 게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둘 다 열렸던 날은 없습니다.”
서진이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
“문이 둘이라는 거네.”
“둘입니다. 하나가 날씨고 하나가 쓸 것입니다. 둘이 같이 열려야 일이 됩니다.”
“그러면 기다리는 날이 길어지고.”
“곱으로 길어집니다. 날씨 쪽이 열에 둘쯤이고 쓸 것 쪽이 반이면 둘이 같이 열리는 날은 열에 하나쯤입니다.”
서진이 창고 문을 봤다.
“하나를 1로 만들면.”
“날씨 쪽만 남습니다. 열에 둘입니다. 다섯 배 좋아집니다.”
“어느 쪽을 1로 만들 수 있어.”
재혁이 조금 웃었다.
“날씨는 못 만듭니다. 쓸 것은 만들 수 있습니다. 미리 받아 두면 됩니다.”
“미리 받아 두면 자리를 먹고.”
“먹습니다. 그러니까 둘 다 1로 만드는 게 아니고 바꿀 수 있는 쪽만 1로 만듭니다. 바꿀 수 없는 쪽은 그냥 기다립니다.”
재혁이 적었다.
「일이 되는 조건이 둘(날씨 자 / 쓸 것)이고 둘이 다 있어야 함. 하나만 있으면 0임.
열두 날 중 날씨 쪽 열린 날 2. 쓸 것 쪽 열린 날 0. 둘 다 열린 날 0.
둘이 서로 상관없으면 함께 열릴 몫은 각자의 몫을 곱한 것임. 그래서 기다림이 길어 보이는데 둘 다 드문 것은 아님.
고침: 내일 편에서 쓸 것을 밀린 양보다 많이 받아 둠. 쓸 것 쪽을 늘 열어 두면 날씨 쪽만 기다리게 됨.
못 바꾸는 조건과 바꿀 수 있는 조건을 가름. 바꿀 수 있는 쪽만 1로 만듦. 못 바꾸는 쪽은 수로만 적음.
내일 정할 것: 밀린 양 2에 쓸 사람 수와 날 수. 오늘 미리 정해 둠. 사람 넷이면 두 날, 여덟이면 한 날.」
재혁이 쉘터 뚜껑을 닫았다. 뚜껑 안쪽에 성에가 하얗게 붙어 있었다.
2. 일곱과 여덟
둘이 자국 밭으로 걸어갔다.
재혁이 가는 막대 둘부터 쟀다. 서쪽이 419밀리, 동쪽이 416밀리였다.
어제가 417과 413이었다.
“서쪽이 2, 동쪽이 3입니다.”
“또 동쪽이 더 늘었네.”
“어제도 동쪽이 더 늘었습니다. 그제는 서쪽이었습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았다.
“오늘은 하루 차로 안 읽기로 했잖아.”
“안 읽습니다. 오늘이 사흘 누적으로 읽는 첫날입니다.”
재혁이 수첩에 네 점을 적었다.
「서: 412 / 415 / 417 / 419 동: 408 / 410 / 413 / 416」
재혁이 하루 차를 더하기 시작했다. 서쪽이 3, 2, 2였다.
더하려다 손을 멈췄다.
3 더하기 2 더하기 2가 7이었다. 419에서 412를 빼도 7이었다.
재혁이 두 셈을 나란히 적어 놓고 한참 봤다.
“선생님.”
“왜.”
“하루 차를 다 더하면 가운데가 다 지워집니다.”
서진이 눈을 올렸다.
“지워져?”
“415가 한 번 더해지고 한 번 빼집니다. 417도 그렇습니다. 남는 건 412하고 419입니다.”
서진이 일어나서 수첩을 받아 들었다.
“그러니까 사흘 모은 게 첫날하고 오늘, 두 점이야.”
“두 점입니다. 가운데 이틀은 누적에 하나도 안 들어갑니다.”
“그러면 자는.”
재혁이 셈을 했다.
“두 점이니까 자는 어제랑 똑같습니다. 한 번 재는 게 0.5쯤이면 두 점 차는 0.7쯤입니다.”
“안 커져?”
“안 커집니다. 어제 제가 날수의 제곱근으로 커진다고 했는데 그건 날마다 다른 차를 더할 때입니다. 같은 줄을 따라 더하면 가운데가 지워지니까 자가 아예 안 커집니다.”
서진이 두 막대를 번갈아 봤다.
“그러면 쌓인 쪽이 훨씬 세네.”
“하루 차는 2에 자가 0.7입니다. 세 배쯤입니다. 사흘 누적은 7에 자가 0.7입니다. 열 배입니다.”
“하루 차가 세 배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부호가 뒤집혔습니다. 세 배인 수가 뒤집히는 건 셋째 자리에서 뒤집히는 게 아니라 제 손에서 뒤집히는 겁니다.”
재혁이 동쪽 누적을 셌다. 416에서 408을 빼니 8이었다.
“서쪽 7, 동쪽 8입니다.”
서진이 두 막대 사이를 걸어 보고 돌아왔다.
“차가 1이고.”
“1입니다. 그런데 이 1의 자는 0.7이 아닙니다.”
“왜.”
재혁이 수첩에 네 개의 수를 그렸다.
“차를 쓰려면 네 점이 들어갑니다. 서쪽 처음, 서쪽 오늘, 동쪽 처음, 동쪽 오늘입니다. 자가 네 번 들어갑니다.”
“그러면 1쯤 되고.”
“1쯤 됩니다. 1을 1로 나누면 1배입니다. 사흘을 모았는데 차는 여전히 못 가릅니다.”
서진이 팔짱을 끼고 서쪽 막대를 봤다.
“같은 두 점에서 하나는 열 배로 나오고 하나는 한 배로 나오네.”
“같은 두 점이 아니고 네 점입니다. 그런데 같은 자료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어떤 수는 나오고 어떤 수는 안 나와.”
“내려간 양은 나옵니다. 동서 기울기는 안 나옵니다. 더하는 것은 자가 작게 들어가고 빼는 것은 크게 들어갑니다.”
재혁이 적었다.
「막대 넷째 점. 서 419 / 동 416.
하루 차를 다 더하면 가운데 점이 상쇄됨. 사흘 누적 = 마지막 점 − 첫 점. 두 점의 차이므로 자는 하루 차와 같음(약 0.7).
따라서 누적의 좋은 점은 자가 천천히 커지는 데 있지 않고 자가 아예 안 커지는 데 있음. 신호만 날수에 비례해 쌓임.
서 누적 7 / 동 누적 8. 둘레 내려감 평균 하루 2.5밀리.
동서 차 1밀리. 이 차에는 점 넷이 들어가므로 자가 약 1.0. 신호 대비 1배. 사흘로도 못 가름.
같은 자료에서 더해 얻는 수는 자가 작고 빼서 얻는 수는 자가 큼. 「사흘이면 된다」가 수마다 다름.
기울기 쪽은 날수를 더 늘려야 함. 지금 비율로 보면 아흐레 누적에서 신호 3밀리, 자 1.0이 되어 3배가 됨. 판정일 10월 29일로 적음.」
서진이 수첩을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그러면 가운데 이틀은 왜 재.”
재혁이 조금 웃고 네 점 밑에 하루 차를 적었다.
“서쪽이 3, 2, 2이고 동쪽이 2, 3, 3입니다.”
“그게 뭘 알려 줘.”
“줄이 휘었는지 안 휘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서쪽은 처음 하루가 크고 동쪽은 나중 이틀이 큽니다. 둘 다 자 안입니다.”
“자 안이면 못 쓰고.”
“지금은 못 씁니다. 그런데 하나가 갑자기 0이 되거나 10이 되면 그날 바로 압니다. 막대가 뽑혔거나 눈에 묻힌 겁니다.”
서진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끝 점이 틀리면 전부 틀리니까.”
“전부 틀립니다. 양쪽 끝만 재면 끝 점 하나가 틀렸을 때 알 수가 없습니다. 가운데가 있으면 알아챕니다.”
“그러면 가운데는.”
재혁이 적었다.
「가운데 날의 쓸모. ①줄이 휜 모양을 봄(지금은 자 안이라 못 씀. 모아 두면 나중에 씀). ②막대가 뽑히거나 묻히는 사고를 그날 잡음. ③양 끝 점 하나가 틀렸을 때 알아챔.
그러므로 가운데 날은 값에 안 들어가고 검산에 들어감.
날마다 재는 까닭을 「쌓으려고」라고 적어 뒀는데 틀렸음. 쌓이는 것은 양 끝뿐임. 가운데는 틀린 것을 잡으려고 잼.
고침: 야장 칸 머리를 「측정일(검산)」과 「판정일(누적)」로 나눠 적음.」
재혁이 사진기를 들고 장대 둘에 각도를 맞춘 뒤 자국 아홉을 차례로 쟀다.
「1번 1.6 → 1.1 2번 0.5 → 자 아래 3번 2.3 → 1.8 4번 자 아래 → 자 아래 5번 1.0 → 0.6 6번 0.8 → 0.4 7번 1.9 → 1.3 8번 0.9 → 0.5 9번 1.1 → 0.7」
“2번이 자 아래로 빠졌습니다. 4번은 사흘째입니다.”
서진이 밭 가운데를 봤다.
“줄어든 양은.”
“0.4에서 0.6입니다. 2번은 못 뺍니다. 자 아래라서 얼마인지 모릅니다.”
“그러면 평균을.”
“일곱 개로 냅니다. 0.46입니다.”
재혁이 어제 적어 둔 예측 줄을 펴고 손끝으로 짚었다.
「내일 예상: 남은 넷이 1.1 / 1.6 / 1.9 / 2.3. 0.6 깎이면 하나만 떨어짐. 개수 셋.」
재혁이 오늘 넘은 것을 셌다. 1번 1.1이 넘었다. 3번 1.8이 넘었다. 7번 1.3이 넘었다.
9번 0.7은 안 넘었다.
“셋입니다.”
서진이 손을 멈췄다.
“맞혔네.”
“맞혔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얼굴이야.”
재혁이 수첩을 옆으로 돌려 놓고 어제 수에서 0.6을 빼 보기 시작했다.
1.6에서 0.6을 빼면 1.0이었다.
“선생님. 어제 적은 대로 0.6이 깎였으면 1번이 딱 1.0입니다.”
서진이 수를 보고 짧게 숨을 뱉었다.
“어제 정한 게 같으면 안 세는 쪽이었지.”
“안 세는 쪽입니다. 그러면 1번도 떨어집니다. 개수가 셋이 아니고 둘입니다.”
“네가 어제 셋이라고 적어 놨고.”
“적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그 규칙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저녁에 예측을 적을 때 그걸 안 썼습니다.”
서진이 밭을 한 번 둘러보고 물었다.
“그러면 오늘 셋이 나온 건.”
“실제로 깎인 게 0.46이었기 때문입니다. 1.6이 1.14쯤 되고 제가 1.1로 읽었습니다. 0.1 차이로 남았습니다.”
“맞았는데 0.1 안에서 맞은 거네.”
“맞았다고 적으면 규칙이 맞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맞은 건 깎이는 양이 제 예측보다 작았기 때문입니다.”
재혁이 합을 셌다. 읽힌 일곱을 더하니 6.4였다.
어제 적어 둔 합 예측이 5.3이었다.
“합은 틀렸습니다. 1.1 차입니다.”
서진이 두 수를 번갈아 봤다.
“개수는 맞고 합은 틀렸어?”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제 예측에 가정이 둘 들어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둘이 뭐야.”
재혁이 수첩에 두 줄을 그렸다.
“하나는 선 근처에 어떤 수가 몇 개 있느냐입니다. 또 하나는 하루에 얼마나 깎이느냐입니다.”
“개수는.”
“앞의 것을 잽니다. 1.1짜리 하나만 선 근처에 있었다는 게 맞았습니다.”
“합은.”
“뒤의 것을 잽니다. 0.6이라고 한 게 0.46이었으니까 틀렸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한 줄에 적어 놨으니까 맞아도 뭐가 맞았는지 모르고.”
“모릅니다. 둘 중 하나만 틀려도 틀리고 둘 다 틀려도 틀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재혁이 새 줄을 긋고 표를 그렸다.
「10월 23일. 어제 예측 검증.
개수 예측 「셋」 → 맞음. 합 예측 「5.3쯤」 → 틀림(실제 6.4).
까닭: 예측 한 줄에 가정이 둘 있었음. ①선 근처 분포 ②하루 깎임 양. 개수는 ①을 재고 합은 ②에 끌림. ②가 0.6이 아니라 0.46이었음.
또: 예측을 적을 때 같은 날 아침에 만든 「같으면 안 세는 쪽」 규칙을 쓰지 않았음. 0.6이 그대로 깎였으면 1번이 정확히 1.0이 되어 개수는 둘이었음. 「셋」은 내 규칙과 어긋난 예측이었음.
고침: 예측을 조건부로 적음. 깎임을 모르는 값으로 두고 그 값마다 개수를 적어 둠.
내일 예측(오늘 셋 = 1.1 / 1.8 / 1.3 기준). 깎임 0.3 → 0.8 / 1.5 / 1.0(같으므로 안 셈) = 개수 1 깎임 0.46 → 0.64 / 1.34 / 0.84 = 개수 1 깎임 0.6 → 0.5 / 1.2 / 0.7 = 개수 1 깎임 0.8 → 0.3 / 1.0(안 셈) / 0.5 = 개수 0
어떤 깎임에서도 개수가 1이나 0임. 개수는 이제 거의 안 움직임. 쓸모가 끝남. 어제 합으로 갈아탄 것이 맞았음.」
서진이 표를 보고 물었다.
“그러면 합은 계속 쓸 수 있어?”
재혁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 합도 곧 못 씁니다.”
“왜.”
“어제 적어 뒀습니다. 자 아래로 빠진 건 합에도 안 들어갑니다. 어제는 하나였습니다. 오늘 둘입니다.”
“내일은.”
재혁이 오늘 수에서 0.46을 빼 봤다. 0.7이 0.24가 되고 0.6이 0.14가 되고 0.5가 0.04가 되고 0.4는 빼면 음수였다.
“넷이 더 빠집니다. 읽히는 게 셋만 남습니다.”
“그러면 합이.”
“2.8쯤입니다. 6.4에서 2.8로 갑니다. 절반 넘게 줄어든 것 중에 상당 부분이 자 아래로 빠져서 줄어든 겁니다.”
서진이 자국 밭을 다시 둘러봤다.
“줄어든 게 얕아진 거야 안 읽힌 거야.”
“둘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면 합도 선을 탑니다. 1밀리 선은 안 타는데 제 자의 밑바닥을 탑니다.”
“그러면 뭘로 적어.”
재혁이 연필을 잠깐 돌려 쥐고 말했다.
“두 수로 적겠습니다.”
“두 수로.”
“자 아래로 빠진 건 0이 아닙니다. 0.4보다 작다는 것까지는 압니다. 그러니까 아래는 6.4고 위는 6.4에 0.8을 더한 7.2입니다.”
서진이 알아듣고 짧게 웃었다.
“0으로 적으면 아는 척이고.”
“아는 척입니다. 안 적으면 버리는 겁니다. 위아래를 적으면 모르는 폭만 모릅니다.”
재혁이 적었다.
「깊이 합. 읽힌 일곱의 합 6.4. 자 아래 둘(2번·4번)은 안 들어감.
자 아래는 0이 아니고 0.4보다 작은 것임. 0으로 쓰면 아래로 치우치고 안 쓰면 버림.
고침: 합을 「6.4 이상 7.2 미만」으로 적음. 아래값 = 읽힌 합. 위값 = 읽힌 합 + (자 아래 개수 × 0.4).
어제 쓴 「합은 언제나 작은 쪽으로 틀림」을 「합의 아래값은 참이고 위값은 자 아래 개수에 비례해 벌어짐」으로 고침.
내일 자 아래가 여섯이 되면 폭이 2.4가 됨. 폭이 아래값만큼 커지는 날에는 합도 그만둠.
다음 칸 후보: 「자국이 아직 읽히는 개수」. 이건 얕아짐이 아니고 내 자의 밑바닥을 재는 수임. 둘을 섞지 않게 칸 머리에 적음.」
점심 전에 재혁이 활주로 쪽을 한 번 보고 왔다. 롤러는 안 돌렸다.
「10월 23일. 롤러 안 돌림. 까닭: 내일 다짐 사흘 뒤 점을 찍을 자리에 새 다짐이 섞이면 사흘이 하루가 됨.
안 돌린 날도 적음. 안 돌린 날을 안 적으면 나중에 돌린 날만 보고 간격을 셈.
눈굴 안 들어감. 안 들어가는 날 사흘째. 다음 들어가는 날 10월 27일.」
3. 일 점 삼영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통 번호를 확인했다. 안 잘린 통은 386일째였다. 잘린 통은 스무하루째였다.
은재가 선반 앞에서 쪽지를 봤다.
“오늘 1-ㄷ입니다. 1번을 오른쪽, 2번을 왼쪽, 3번을 가운데입니다.”
“두 바퀴 둘째 날이네.”
“둘째 날입니다. 이 배치는 10월 20일하고 같습니다.”
경옥이 선반 가운데를 봤다.
“또 두 번째구나.”
“두 번째입니다. 짝이 셋 더 생깁니다.”
은재가 통 셋을 옮겨 놓고 저울 앞에 섰다. 어제 수를 적은 종이는 봉투에 넣어 선반 뒤에 두었다.
오른쪽이 0.41이었다. 왼쪽이 0.42였다. 가운데가 0.47이었다.
은재가 셋을 더했다.
1.30이었다.
“1.30입니다.”
경옥이 종이 끝을 잡았다.
“어제가 1.29였고.”
“1.31, 1.31, 1.31, 1.33, 1.29, 1.30입니다.”
경옥이 선반 뒤를 턱으로 가리켰다.
“20일 거는 꺼내도 되고.”
은재가 봉투에서 종이를 꺼내 나란히 놓았다. 오른쪽이 0.43, 왼쪽이 0.44, 가운데가 0.44였다.
“차가 마이너스 0.02, 마이너스 0.02, 플러스 0.03입니다.”
“어제도 마이너스 둘에 플러스 하나였지.”
“어제는 마이너스 0.02, 플러스 0.02, 마이너스 0.02였습니다. 짝이 셋 더 생겨서 여섯이 됐습니다.”
경옥이 여섯 수를 눈으로 훑었다.
“앞의 셋이 다 똑같아.”
은재가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연필을 들어 여섯 수를 두 묶음으로 나눠 적었다.
「보고 읽은 사흘: 1.31 / 1.31 / 1.31 안 보고 읽은 사흘: 1.33 / 1.29 / 1.30」
“선생님.”
“왜.”
“앞의 셋은 제가 어제 수를 보면서 읽은 날입니다. 안 보고 읽기는 21일부터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러면 앞의 셋하고 뒤의 셋이 다른 종류야.”
“다른 종류입니다. 같은 칸에 적혀 있지만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은재가 계산기를 들고 뒤의 셋의 흩어짐을 냈다.
“0.021입니다.”
“앞의 셋은.”
“0입니다. 똑같으니까요.”
경옥이 선반에 기대섰다.
“0이 좋은 거 아니야.”
“좋은 게 아닙니다. 너무 작습니다.”
“너무 작은 게 왜 나빠.”
은재가 어제 구한 수를 찾아 폈다.
“오늘 짝이 여섯입니다. 거기서 한 번 잰 것의 흩어짐을 다시 냈습니다. 0.019입니다.”
“어제가 0.016이었고.”
“어제가 셋이었고 오늘 여섯입니다. 둘을 같이 모으면 0.019입니다. 빌려 온 0.02하고 거의 같습니다.”
은재가 셋을 더한 것의 자를 냈다.
“합의 자가 0.033입니다.”
경옥이 수를 보고 눈썹을 올렸다.
“0.033이면 1.31이 세 번 나란히 나오기가 어렵겠네.”
“어렵습니다. 저울 눈금이 0.01인데 자가 0.033입니다. 눈금 때문에 같아진 거라고 하기엔 자가 너무 큽니다.”
“그러면 뭐야.”
은재가 연필을 내려놓고 선반 뒤 봉투를 봤다.
“제가 어제 수를 보고 눈금을 그쪽으로 당겨 읽은 겁니다. 10월 20일에 ②라고 적어 둔 것입니다.”
경옥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어제 너 ②가 약해졌다고 했잖아.”
“했습니다.”
“오늘은 강해졌다는 거고.”
은재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종이를 책상에 펴고 10월 21일에 적은 사전등록문을 꺼냈다.
줄을 손끝으로 짚어 읽었다.
「흩어지지 않으면 ②가 남아 있는 것임.」
읽고 나서 연필 끝으로 그 줄을 두 번 쳤다.
“선생님. 이게 거꾸로 적혀 있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거꾸로.”
“안 보고 읽으면 끌어당길 데가 없습니다. 끌어당김이 원인이었으면 안 보고 읽는 날부터 흩어집니다.”
“그렇겠네.”
“그러니까 흩어지면 ②입니다. 안 흩어지면 ②가 아닙니다. 제가 적은 건 반대입니다.”
경옥이 줄을 다시 읽었다.
“그걸 어제 그대로 따라 읽었고.”
“따라 읽었습니다. 어제 흩어졌는데 「②가 약해졌다」고 적었습니다.”
은재가 어제 적은 줄을 찾아 폈다. 거기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경옥이 봉투와 종이를 번갈아 봤다.
“고칠 수 있어?”
은재가 손을 책상에 올려놓고 한참 가만히 있었다.
“그게 오늘 제일 어려운 겁니다.”
“왜 어려워.”
“미리 적어 두는 까닭은 수를 보고 못 바꾸게 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수를 본 뒤입니다.”
경옥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면 못 고쳐.”
“못 고치면 거꾸로 된 결론이 남습니다.”
“고치면.”
“수를 보고 고친 게 됩니다.”
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환풍구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경옥이 장갑 낀 손을 비비고 물었다.
“그 두 개가 같은 거야?”
은재가 눈을 들었다.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달라.”
은재가 종이에 두 줄을 그었다.
“수를 보고 바꾸면 안 되는 건 어느 수를 쓸지, 언제 멈출지, 어느 쪽을 가설로 둘지입니다. 그건 수가 답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향은 수가 안 쥐고 있습니다. 끌어당김이 있으면 흩어진다는 건 수를 안 봐도 참입니다. 저는 글을 틀리게 썼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틀리게 쓴 거하고 마음에 들게 고친 거를 가르는 거네.”
“가릅니다. 그런데 제가 수를 본 뒤에 그걸 알아챈 것도 수에 끌린 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떡해.”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
“원문을 안 지웁니다. 옆에 적습니다. 그리고 고친 날이 수를 본 뒤라는 것을 같이 적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읽는 사람이 둘 다 보게.”
“둘 다 보게 합니다. 읽는 사람이 제 고침을 안 믿어도 원문이 있으니까 제 결론을 안 쓰고 자기가 다시 셈할 수 있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3일. 안 보고 읽은 셋째 날. 합 1.30.
여섯 수를 두 묶음으로 나눔.
보고 읽은 사흘(10/1810/20): 1.31 / 1.31 / 1.31. 흩어짐 0.
안 보고 읽은 사흘(10/2110/23): 1.33 / 1.29 / 1.30. 흩어짐 0.021.
같은 짝 여섯으로 구한 합의 자 0.033. 저울 눈금 0.01. 뒤의 셋 0.021은 자 안임. 앞의 셋 0은 자에 비해 너무 작음(눈금 반올림으로 설명 안 됨).
따라서 ②(어제 수를 알고 눈금을 당겨 읽음) 쪽임.
10/21 사전등록문 정정. 원문: 「흩어지지 않으면 ②가 남아 있는 것임.」 ← 방향이 거꾸로 적혀 있었음. 지우지 않음. 정정: 안 보고 읽으면 끌어당길 대상이 없으므로, 끌어당김이 원인이면 안 보고 읽는 날부터 흩어짐. 흩어짐 = ② 지지. 안 흩어짐 = ② 배제.
정정 시각: 10/23 9시 40분. 오늘 수(1.30)를 본 뒤임. 이것을 적음. 정정 근거는 수가 아니라 논리 방향임. 수를 보고 바꾸면 안 되는 것(쓸 수의 범위·멈추는 날·가설의 선택)은 하나도 안 바꿈.
10/22에 적은 「② 약해짐」은 거꾸로 된 사전등록문을 그대로 따라 쓴 것임. 그 줄도 안 지우고 옆에 「방향 오류」라고 적음.
판정일은 10월 25일 그대로. 오늘 판정하지 않음.」
경옥이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어제 안 멈춘 게 잘했네.”
은재가 연필을 멈췄다.
“그 생각을 아까 했습니다.”
“어제 끝냈으면.”
“어제 끝냈으면 「② 약해짐」이 결론으로 남았습니다. 방향이 거꾸로인 채로 닫혔습니다.”
경옥이 선반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닷새를 지킨 게 틀린 것도 고칠 틈을 준 거고.”
“줬습니다. 미리 적어 두면 나중에 못 바꿉니다. 미리 적은 게 거꾸로면 못 바꾸는 게 틀린 쪽을 붙듭니다.”
“그러면 미리 적는 게 나쁜 거야.”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 않습니다. 미리 적은 걸 한 번 더 뒤집어 읽어 봐야 합니다.”
“뒤집어 읽어.”
“「이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인가」를 적고, 그 아래에 「반대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인가」를 또 적습니다. 둘이 서로 맞물리면 방향이 맞은 겁니다.”
은재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앞으로 사전등록문에는 두 줄을 같이 적음. ①이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②반대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둘이 서로 반대가 아니면 내가 방향을 틀리게 쓴 것임. 쓰는 자리에서 바로 잡힘.
사전등록문의 오타는 나중에 고치면 정정이 아니고 사건임. 정정 날짜와 정정 전 문장을 같이 남김.」
경옥이 짝 여섯으로 구한 수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어제 10월 24일에 짝이 여섯 된다고 적었잖아.”
은재가 어제 줄을 찾아 폈다. 거기 그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여섯입니다. 내일은 아홉입니다.”
“하루 틀렸네.”
“하루 틀렸고 자유도도 틀렸습니다.”
“뭐가 달라.”
은재가 종이에 셋씩 두 줄을 그렸다.
“짝 여섯에서 하나를 빼면 다섯인데, 저는 날마다 그날 셋의 평균을 뺍니다. 그 평균이 그날 날 몫입니다.”
“평균을 빼면.”
“날마다 하나씩 잃습니다. 이틀이면 둘입니다. 그러니까 여섯에서 둘을 뺀 넷입니다.”
“내일은.”
“아홉에서 셋을 뺀 여섯입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어제 적은 게 두 군데 틀렸구나.”
“두 군데입니다. 둘 다 수를 몰라서 틀린 게 아니고 셈을 잘못한 겁니다.”
은재가 적었다.
「10/22 기재 정정. 「10/24에 짝 여섯, 자유도 5」 → 틀림.
짝은 오늘(10/23) 여섯이 됨. 내일 아홉이 됨.
자유도는 짝 수에서 1을 빼는 게 아님. 날마다 그날 셋의 평균(= 그날 날 몫)을 빼므로 날 수만큼 잃음. 오늘: 짝 6 − 날 2 = 4. 내일: 짝 9 − 날 3 = 6.
모은 차의 흩어짐 0.026. 한 번 잰 것 0.019. 합의 자 0.033.
이 정정은 수와 아무 상관 없음. 셈 오류임. 원문 옆에 적고 지우지 않음.」
칸마다 자를 적는 일은 여드레째였다.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은 스무날째였고 「봄」도 스무날째였다.
4. 종이 한 장
열한 시에 둘이 선반 끝으로 걸어갔다. 실 세 가닥이 어제 옮겨 단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은재가 사진기를 들고 옆에서 찍었다.
종이에 그려 둔 각도기를 사진 위에 대 봤다.
“가운데가 7도입니다. 왼쪽이 1도, 오른쪽이 0도입니다.”
경옥이 세 실을 봤다.
“어제가 8이었고.”
“어제가 8이고 양쪽이 0에서 1입니다. 오늘이 7이고 양쪽이 0에서 1입니다.”
“비슷하네.”
“수는 1 다릅니다. 제 각도 읽기가 ±3이니까 1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경옥이 가운데 실을 건드렸다.
“그러면 뭐가 남아.”
“순서가 남습니다. 두 번 다 가운데가 양쪽보다 컸습니다.”
“두 번이면.”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
“두 번으로는 기울기를 안 그립니다. 점 셋으로도 안 그린다고 적어 뒀습니다.”
“그런데 순서는.”
“순서는 두 번 다 같습니다. 두 번 같은 것은 한 번 같은 것보다 셉니다. 수가 아니라 순서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는 안 되풀이되고 순서는 되풀이되고.”
“그렇습니다. 되풀이되는 쪽만 씁니다. 되풀이 안 되는 쪽은 적어 두고 안 씁니다.”
은재가 적었다.
「실 둘째 점. 가운데 7도 / 왼쪽 1도 / 오른쪽 0도. 각 읽기 자 ±3도.
어제와 비교: 가운데 8 → 7. 차 1은 자 안. 수는 못 씀.
순서는 두 번 다 「가운데 > 양쪽」. 두 번 되풀이됨.
오늘은 실을 안 옮김. 어제 옮겨 둔 자리 그대로. 까닭: 두 점이 같은 실-자리 짝이어야 수를 비교할 수 있음.
쓰는 것: 순서까지. 배수는 안 씀. 셋째 점은 내일.」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짐작 봉투를 꺼냈다. 맹검 여드레째였고 두 장짜리로 적는 둘째 날이었다.
규칙 짐작을 적으려고 방 온도계를 봤다.
영하 30.0이었다.
어제 줄을 찾아 폈다. 영하 30.0이었다.
연필이 멈췄다.
“선생님.”
“왜.”
“또 같습니다.”
경옥이 돌아섰다.
“뭐가.”
“규칙이 「어제보다 높으면 큼, 낮으면 작음」입니다. 같을 때가 없습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오늘 세 번째네.”
“세 번째입니까.”
“그제 저울 자에서 걸렸고, 어제 자국 쪽 얘기 하면서 또 그랬고, 지금 또야.”
은재가 세 칸 머리를 종이에 나란히 적었다.
“같은 모양입니다. 칸을 만들 때 같을 때의 처리를 안 적는 게 제 버릇입니다.”
“버릇이면 규칙으로 올려.”
은재가 종이 위쪽에 한 줄을 크게 적었다.
「새 칸을 만들 때 칸 머리에 세 줄을 적는다. ①무엇을 재는가 ②자는 얼마인가 ③같을 때 어느 쪽인가.」
적고 나서 오늘 규칙 짐작을 채웠다.
“같으면 「작음」으로 하겠습니다. 한쪽으로 고정합니다.”
“왜 작음이야.”
“어느 쪽이든 됩니다. 중요한 건 미리 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치우친 방향을 적습니다.”
“치우친 방향이.”
“「작음」이 조금 많이 나오는 쪽입니다.”
은재가 느낌 짐작 쪽을 들었다. 잠깐 선반 쪽을 보고 「큼」을 적었다.
경옥이 두 장을 봤다.
“둘이 다르네.”
“다릅니다. 처음입니다.”
“어제는 둘 다 작음이었고.”
“어제는 같았습니다. 같은 장은 둘을 못 가릅니다.”
경옥이 봉투를 들었다.
“같은 장이 많으면.”
“많으면 뜯어도 수가 안 나옵니다. 둘이 늘 같으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맞는지를 셀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기준이.”
은재가 적었다.
「10월 23일. 맹검 여드레째.
규칙 짐작: 방 온도 영하 30.0. 어제 영하 30.0. 같음 → 「작음」(사전 고정). 느낌 짐작: 「큼」.
둘이 갈린 첫 장임. 둘이 갈린 장만 둘을 비교하는 데 쓸 수 있음. 둘이 같은 장은 셈에서 빼지 않되 따로 세어 둠. 갈린 장이 적으면 비교 자체가 안 됨.
기준선은 내 짐작과 자주 갈려야 쓸모가 있음. 늘 같은 기준선은 기준선이 아님.
칸 머리 규칙 신설: 새 칸에 ①무엇을 ②자 ③같을 때. 셋을 다 적고 시작함. 이미 만든 칸을 훑어 ③이 빠진 데를 찾음. 오늘까지 찾은 것 셋.
뜯는 날: 뒷면·사전등록 사본·짐작 전부 10월 30일. 하나만 먼저 안 뜯음.」
점심 전에 수송팀에서 전화가 왔다.
은재가 받으면서 수첩을 먼저 펴 놓았다.
쪽을 다 듣고 나서 바로 물었다.
“성함 좀 알려 주시겠어요.”
끊고 나서 적었다.
김 주임이었다.
경옥이 옆에 와서 섰다.
“어제 그 사람이네.”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출처도 물었습니다.”
“뭐라고 해.”
은재가 수첩을 내려다봤다.
“배차표를 봤다고 합니다.”
경옥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사람이 아니네.”
“종이입니다. 처음입니다. 여태 들은 쪽은 다 사람 입이었습니다.”
은재가 두 줄을 그어 칸을 나눴다.
“선생님. 종이하고 사람을 같은 칸에 안 넣겠습니다.”
“왜.”
“사람은 다시 못 봅니다. 다시 물으면 그 사람 기억이 바뀌어 있습니다. 종이는 다시 봅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종이는 하나로 세도.”
“종이 하나를 세 사람이 보면 쪽은 셋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건 어제 배운 거하고 같습니다.”
“그리고.”
은재가 전화기를 다시 봤다.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종이는 제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달라고 했어?”
“물어봤습니다. 사본을 보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경옥이 짧게 웃었다.
“그러면 쪽이 아니라 자료가 되는 거네.”
“됩니다. 출처가 사람이면 세고 끝입니다. 출처가 종이면 세고 가져옵니다.”
은재가 적었다.
「10월 23일. 수송팀 쪽. 받을 때 바로 물음(어제 정한 대로 첫 실행).
말한 사람: 김 주임(어제와 같은 사람). 출처: 「배차표를 봤다」.
출처가 사람이 아니고 종이임. 지금까지 쪽 칸에는 입만 들어 있었음.
칸을 나눔. ①입에서 나온 쪽 — 다시 물으면 달라짐. 세기만 함. ②종이에서 나온 쪽 — 다시 볼 수 있음. 세고 사본을 받음.
종이 하나를 여럿이 보면 쪽은 하나임(어제와 같음). 다만 그 하나를 내가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름.
사본 요청함. 오면 「받은 자료」 칸에 넣고 날짜와 받은 데를 적음.
지나간 날 34. 쪽을 물은 날 24. 출처를 물은 날 2.」
5. 빈 칸 둘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정한은 수첩을 펴고 험 칸 앞에 앉았다.
열아홉 점까지 수가 적혀 있었다.
스무째 칸이 비어 있었다.
쿼츠 데크는 어제 저녁에 현관에서 나갔다.
정한은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다시 들어서 칸에 0을 적으려다 멈췄다.
0이 아니었다. 험이 0이었다는 뜻이 되어 버렸다.
줄표를 그으려다 또 멈췄다. 줄표는 안 쟀다는 뜻이었다.
정한이 칸을 넓게 지우고 글자를 적었다.
「기계 없음. 10/23.」
그 아래 칸을 봤다.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 칸이었다. 열한째 점까지 있었고 열두째가 비어 있었다.
모터가 그 기계의 모터였다.
정한은 그 칸에도 같은 글자를 적었다.
빈 칸이 둘이었다.
정한이 수첩 여백에 몇 줄을 적었다.
「빈 칸에 적는 말 셋을 가름. ①안 쟀음 — 잴 수 있었는데 내가 안 함. ②잴 수 없었음 — 기계나 시료가 없음. ③0 — 재서 0이 나옴.
셋을 한 모양으로 적으면 나중에 못 가름. 어제까지 줄표 하나로 다 썼음.
오늘은 ②임. 「기계 없음」과 날짜를 적음.
까닭: 나중에 빈 칸을 보고 내가 게을렀는지 기계가 없었는지를 가려야 함. 게을렀으면 고칠 데가 나한테 있고 없었으면 없음.
안 한 날을 안 적으면 한 날만 보고 간격을 셈. 안 적은 빈 칸은 간격에서 사라짐.」
정한은 수첩을 덮지 않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열아홉 점이 끊겼음. 다음 점은 새 기계에서 나옴. 그 점은 이 열아홉과 한 줄에 못 놓음.」
선반에서 어제 봉해 둔 봉투를 꺼냈다. 겉에 「돌림 5」가 적혀 있었다.
폴리에스터 시험 테이프였다.
정한은 봉투를 책상 가운데에 놓고 한참 봤다.
어제는 이것이 다음 기계에 쓸 물건이었다. 오늘은 열아홉 점과 다음 점을 잇는 유일한 것이었다.
정한이 적었다.
「새 기계가 오면 험 값에 새 기계 몫이 들어감. 열아홉 점과 한 칸에 못 둠.
칸을 둘로 나누고 기준 테이프로 두 칸을 이음. 같은 테이프를 두 기계에서 재면 두 기계의 차가 나옴.
어제 봉해 둔 것이 오늘 쓸모를 얻음. 어제는 다음 일이었고 오늘은 이을 것임.」
적고 나서 연필 끝을 종이에 대고 있다가 한 줄을 더 달았다.
「다만 기준이 이어 주는 것은 가운데 값임.
흩어짐은 못 이음. 열아홉 점의 흩어짐은 그 기계의 흩어짐임. 새 기계의 흩어짐은 새로 구해야 함.
그러므로 새 기계가 와도 자는 처음부터 다시 쌓음. 가운데는 하루에 잇고 흩어짐은 날수가 듦.
기준은 가운데를 이어 주고 흩어짐은 안 이어 줌. 흩어짐은 기계마다 새로 사야 함.」
정한은 할 일 목록을 펴고 어제 만든 두 칸을 봤다.
①한 번만 할 수 있는 일 칸에 셋이 있었다.
②오늘까지만 할 수 있는 일 칸이 비어 있었다.
기계가 없으니 오늘까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정한은 그 아래에 칸을 하나 더 그었다.
「③기계 없이 할 수 있는 일.」
칸 안에 적었다.
「압흔 판독. 목록 대조. 선반 세기. 송장 세기. 통풍 선반 점검.」
적고 나서 ② 칸 옆에 작게 한 줄을 달았다.
「②가 비는 날이 있음. 비는 날에 ③이 없으면 하루가 비어 버림. ③ 칸은 미리 채워 두는 칸임.」
점심 뒤에 정한은 수첩을 조명 밑에 놓았다. 압흔 판독 넷째 날이었다.
어제 읽어 둔 번호 둘 중 목록에 없던 하나를 다시 봤다. 두 방향 빛으로 두 번 읽었던 숫자였다.
정한은 이관 완료 목록을 꺼내 세 번째로 훑었다. 없었다.
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그 목록을 적은 손이 자기 손이었다.
정한은 목록 맨 앞장을 넘겨 글씨를 봤다. 자기 글씨였다. 날짜마다 번호를 적어 내려간 것이었다.
적다가 한 줄 빠뜨리는 일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정한이 적었다.
「①을 지우는 데 쓴 자료가 ①을 만든 손에서 나왔음. 독립이 아님.
내가 적은 목록으로 내가 빠뜨렸는지를 볼 수 없음. 빠뜨리면 목록에도 없고 기억에도 없음.
독립인 자료: 옮겨 놓은 파일 그 자체. 그건 기계가 만듦.」
정한은 작업용 디스크를 연결하고 폴더를 열어 파일 이름을 눈으로 훑었다.
그 번호가 없었다.
정한은 파일 개수를 셌다. 열여덟이었다. 목록에 적힌 이관 완료도 열여덟이었다.
두 수가 같았다.
정한이 적었다.
「파일 목록(기계가 만듦)과 이관 완료 목록(내가 적음)이 둘 다 열여덟. 그 번호는 둘 다에 없음.
두 목록은 한쪽 방향으로만 틀릴 수 있음. 파일을 만들고 목록에 안 적는 일은 있을 수 있고, 목록에 적고 파일이 없는 일은 없음(파일이 먼저 생김).
따라서 「파일에도 없음」이 더 센 말임. 그 번호는 이관되지 않았음.
①(이미 이관해서 지웠음) 지워짐. ②(안 가져옴)만 남음.」
적고 나서 정한은 선반으로 걸어가 릴을 셌다. 스물여섯이었다.
처음 받을 때 적어 둔 받음 목록을 꺼냈다. 스물여섯이었다.
정한은 두 수를 나란히 적어 놓고 의자에 앉았다.
모자란 것이 없었다.
한참 앉아 있다가 수첩을 다시 조명 밑으로 끌어왔다.
압흔에 날짜가 넷 있었다. 그중 가장 늦은 것이 번호 옆에 있었다.
9월 30일이었다.
정한은 받음 목록 맨 위를 봤다.
상자를 받은 날이 10월 6일이었다.
정한이 연필을 천천히 내려놨다.
날짜가 받기 전이었다.
「그 장은 이 상자가 오기 전에 쓴 장임.
따라서 그 번호는 이 일의 번호가 아님. 다른 일의 릴 번호임.
받음 목록 26 = 선반 26. 모자란 것 없음. ②도 아님.
나는 같은 수첩에 눌려 있다는 것만 보고 같은 일이라고 읽었음. 수첩이 같은 것과 안에 든 일이 같은 것은 다름.
그릇을 보고 안에 든 것의 나이를 말했음. 사흘 동안 그렇게 읽었음.」
정한은 그 번호를 종이에 옮겨 적고 새 칸 머리를 썼다.
「다른 일에서 흘러든 것.」
칸 밑에 한 줄을 적었다.
「이 칸이 오늘 처음 생겼음. 그러면 앞에도 있었을 것임. 여태 이 일 칸에 넣어 놓은 것 중에 다른 일에서 흘러든 것이 섞여 있을 수 있음.
가리는 법: 날짜. 받은 날보다 이른 날짜가 붙은 것은 이 일이 아님.
압흔 넷 중 나머지 셋의 날짜를 다시 봄. 10월 9일, 10월 14일, 10월 14일. 셋은 받은 뒤임. 그 셋은 이 일임.
날짜 하나가 번호를 다른 일로 보냈음. 번호는 몇 번인지만 알려 주고 어느 줄의 몇 번인지는 안 알려 줌.」
정한은 수첩을 덮고 조명을 껐다.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고 나흘이 남았다. 남은 릴은 여덟이었다.
마감 쪽 걱정이 하나 빠졌는데 그 자리에 다른 일의 릴 하나가 남았다.
「안 지나감」은 열닷새째였다.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열흘째였고 안 보는 날이 열사흘째였다.
짐작 칸은 열아홉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이었다.
6. 열
수요일이었다.
하람은 열 시에 어머니 집에 들어가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열사흘째였다.
「①왔냐 ②밥은 ③오늘 며칠이냐」
적고 나서 하람은 열세 줄을 세로로 훑었다.
「밥은」이 둘째 자리에 있는 줄이 열셋 중 열둘이었다.
하람이 그 옆에 적었다.
「둘째 자리는 거의 고정이다. 첫째와 셋째가 움직인다.
움직이는 자리가 둘이고 안 움직이는 자리가 하나다. 안 움직이는 자리는 오래 굳은 것이고 움직이는 자리가 오늘 것이다.
그러니까 셋을 다 세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둘만 센다.」
말 아닌 것 칸은 열나흘째였다. 창 쪽을 두 번 봤고 손을 세 번 비볐다.
핀 칸은 열여섯째 점이었다. 넷이었다.
하람은 식탁에 수첩을 펴고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열일곱째로 채웠다.
채우고 나서 좁게 적기 칸을 꺼냈다.
열째였다.
하람이 열 줄을 다 펴 놓고 ○와 ×를 셌다.
○가 넷이었다. ×가 여섯이었다.
그 앞에 넓게 적던 일곱 줄이 있었다. ○가 여섯이고 ×가 하나였다.
하람은 두 수를 나란히 적어 놓고 한참 봤다.
열에 넷이었다. 일곱에 여섯이었다.
하람이 연필을 들어 적다가 손을 멈췄다.
좁게 적는 쪽이 적중률이 반도 안 됐다.
하람은 수첩을 덮고 거실 쪽을 봤다. 어머니가 소파에서 창을 보고 있었다.
하람이 수첩을 다시 펴고 ×가 붙은 여섯 줄만 따로 옮겨 적었다.
그 여섯 줄 옆에 「이 줄에서 생긴 칸」이라고 머리를 적고 하나씩 봤다.
첫째 줄에서 「미싱 위 개수」 칸이 나왔다.
둘째 줄에서 「약 봉지 자리」 칸이 나왔다.
넷째 줄에서 「현관 불 켜 둔 채인지」 칸이 나왔다.
여섯째 줄에서 「냉장고 문 여는 횟수」 칸이 나왔다.
셋째 줄과 다섯째 줄 옆에는 아무것도 적을 것이 없었다.
하람이 그 두 줄을 다시 읽었다.
셋째 줄은 「그제 온 소포 이야기를 하실 것」이었다. 다섯째 줄은 「지난주 병원 간 걸 말씀하실 것」이었다.
하람이 연필 끝으로 두 줄을 번갈아 짚었다.
둘 다 지나간 하루 하나에 매인 짐작이었다. 그 하루가 다시 오지 않으니 틀려도 다시 볼 데가 없었다.
하람이 적었다.
「좁게 적기 열 줄 끝. ○ 넷, × 여섯. 넓게 적던 일곱 줄은 ○ 여섯, × 하나.
맞은 수로만 보면 넓게 적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런데 넓게 적어 맞은 여섯은 칸을 하나도 안 낳았다. 열흘 전에 적어 둔 그대로다.
좁게 적어 틀린 여섯 중 넷은 다음 날 칸을 하나씩 낳았다. 지금 쓰고 있는 칸 넷이 거기서 나왔다.
둘은 아무것도 안 낳았다. 그 둘은 지나간 하루 하나에 매인 일을 짐작한 것이다. 그 하루가 다시 오지 않으니 틀려도 다시 볼 데가 없었다.
그러니까 좁게 적는 것의 값은 맞은 수가 아니다. 틀렸을 때 생긴 칸의 수다.
그리고 좁기만 하면 안 된다. 좁고 되풀이되는 것이어야 한다. 좁아도 한 번뿐인 것은 틀려도 안 남는다.
판정: 좁게 적기 계속한다. 조건 하나를 더 붙인다. 되풀이되는 일만 짐작한다.
열 줄로 센 적중률은 안 믿는다. 점이 열이면 수가 넓게 흔들린다. 믿는 것은 칸이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다. 그건 세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다.
다음 열 줄의 판정일: 11월 2일.」
열한 시에 하람이 정비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표 사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건 센터를 통해서 공문으로 요청하셔야 해요.”
하람이 센터 이름을 적고 끊었다.
어제 센터는 정비 업체로 물으라고 했고 오늘 업체는 센터로 물으라고 했다.
하람은 수첩에 두 줄을 그어 놓고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차량 일지와 달력을 다시 꺼냈다.
줄이 없는 평일 열다섯 날을 달력에 찍고 요일별로 셌다.
월요일이 열하나였다. 화요일이 하나, 목요일이 둘, 금요일이 하나였다.
하람이 8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월요일을 셌다. 쉬는 날을 빼니 열하나였다.
열하나가 다 비어 있었다. 서른여섯 줄에 월요일이 한 줄도 없었다.
하람이 연필 끝을 종이에 대고 한참 있었다.
열다섯 중에 열하나가 월요일이었다. 남은 요일에 흩어진 것이 넷이었다.
하람이 적었다.
「열다섯이 요일에 몰려 있다. 월요일이 열하나다. 서른여섯 줄에 월요일이 한 줄도 없다.
열다섯을 하나씩 물으면 열다섯 번이다. 월요일에 몰려 있으면 한 번이다.
묻는 횟수를 줄인 것은 알아낸 것이 아니다. 칸을 다시 묶은 것이다.」
적고 나서 하람이 한 줄을 띄우고 다시 적었다.
「그런데 물을 말이 바뀐다.
어제는 「열다섯 중에 차가 안 나간 날이 어디 적혀 있나」였다. 그건 센터에 없고 전표에 있다. 센터 밖이다.
오늘은 「월요일 운행이 다른 요일과 다릅니까」다. 그건 센터가 안다. 센터 안이다.
물을 데가 없다고 적은 것은 질문이 그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질문 모양을 바꾸면 물을 데가 안에 있다.」
하람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 차량 운행이 다른 요일하고 다른가요.”
“월요일 오전에는 차량 점검이 있어서요. 오후부터 운행합니다.”
하람이 수첩을 당겨 놓았다.
“오전에는 아예 안 나가나요.”
“네. 오전은 안 나갑니다.”
하람이 끊고 서른여섯 줄의 시간 칸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다 오전이었다.
하람이 적었다.
「월요일 오전 미운행 확인. 어머니 이용 시간은 서른여섯 줄 전부 오전이다.
그러므로 월요일 열하나는 「차가 안 나간 날」이다. 어머니가 안 나가신 날이 아니다.
열다섯에서 열하나가 빠진다. 넷이 남는다.
어제 마흔셋이 열다섯이 되었고 오늘 열다섯이 넷이 되었다.」
하람은 그 아래에 한 줄을 띄우고 적었다.
「두 번 다 재지 않고 줄였다. 두 번 다 요일이었다.
같은 수법이 두 번 통했다. 두 번 통하면 수법이 좋은 것이다.
세 번 통하면 그건 수법이 아니고 내 칸이 처음부터 요일로 생긴 칸인 것이다. 센터가 요일로 일하니까 내 빈칸도 요일 모양으로 생겼다.
그러면 세 번째는 요일로 안 줄여 본다. 요일 말고 뭘로 생겼는지를 본다.」
세 시에 하람은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열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센터조 이름 셋을 세척하는 일은 나흘째였다. 오늘은 두 번 걸렸다. 걸린 횟수 칸에 2를 적었다.
조사표를 낸 뒤 여드레째였다. 「안 옴」이 열다섯 줄이 되었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다.
옆집 쪽지는 내일이었다. 28일 방문 준비는 아직 손을 안 댔다.
정숙의 유족 줄 옆에 기한이 적혀 있었다. 10월이었고 이레가 남았다.
버스에서 하람은 넷이라고 적은 데를 봤다.
넷은 어느 요일에도 안 몰려 있었다. 화요일 하나, 목요일 둘, 금요일 하나였다.
하람이 마지막 줄을 적었다.
「넷은 흩어져 있다. 묶을 데가 없다.
묶이는 것은 금방 줄고 흩어진 것은 하나씩 봐야 한다. 쉬운 쪽이 먼저 줄어드니까 남는 쪽은 늘 어려운 쪽이다.
네 날에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네 번 물어야 안다.
물을 데는 어머니뿐이고 어머니는 그날을 모르신다.」
같은 수가 열두째 줄에서 사이 밖으로 나가 처음으로 꺾였다. 어긋남 폭이 전부 자 밖에 있었으므로 오늘 꺾임은 어긋남과 무관하게 참이었다. 어제는 유지가 보장되고 오늘은 꺾임이 보장되었다. 자가 좋아진 것이 아니고 수가 자에서 멀어진 것이었다. 보장을 만든 것은 자가 아니라 같을 때 어느 쪽인지를 미리 적어 둔 한 줄이었다. 규칙이 없어서 모르는 날은 자를 바꿔도 안 줄었다.
꺾이는 날에 한 칸에 두 수가 들어 있던 것이 드러났다. 이어진 날수는 꺾이면 0으로 가고 밀린 양은 꺾여도 안 갔다. 둘이 같은 자리를 지나가는 동안에는 한 칸으로 적어도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은 것과 같은 수인 것은 달랐고, 그 차이는 둘이 처음 갈라지는 날에만 보였다.
일이 되는 데 문이 둘이고 둘이 다 열려야 했으므로, 각자 드물지 않아도 함께 열리는 날은 드물었다. 못 바꾸는 문과 바꿀 수 있는 문을 갈라, 바꿀 수 있는 쪽만 늘 열어 두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기다리는 것이 날씨 하나로 줄었다.
하루 차를 다 더해 보니 가운데 점이 서로 지워지고 양쪽 끝만 남았다. 그러므로 쌓인 것은 두 점의 차였고 자는 날수가 늘어도 커지지 않았다. 더해서 얻는 수는 자가 작게 들어가고 빼서 얻는 수는 네 점이 들어가 크게 들어갔다. 같은 자료에서 내려간 양은 열 배로 나오고 동서 차는 한 배로 나왔다. 사흘이면 된다는 말이 수마다 달랐다. 가운데 날은 값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재야 했다. 가운데 날이 하는 일은 쌓는 것이 아니라 끝 점이 틀렸을 때 알아채는 것이었다.
어제 적어 둔 예측이 맞았는데 맞은 자리가 0.1 안이었다. 예측 한 줄에 가정이 둘 들어 있어서 개수는 맞고 합은 틀렸고, 맞은 쪽과 틀린 쪽이 서로 다른 가정을 재고 있었다. 그리고 예측을 적을 때 같은 날 아침에 만든 규칙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예측은 모르는 값을 모르는 채로 두고 그 값마다 답을 적어 두었다. 적어 보니 어떤 값에서도 개수가 하나나 영이었다. 개수라는 수가 거기서 끝났다. 합은 선을 타지 않았지만 자의 밑바닥을 탔고, 밑바닥 아래로 빠진 것이 하루 만에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 그래서 점 하나 대신 위와 아래를 적었다. 모르는 것을 0으로 적으면 아는 척이고 안 적으면 버리는 것이었다.
여섯 수를 두 묶음으로 나누자 보고 읽은 사흘이 자에 비해 너무 얌전했다. 얌전한 것이 저울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런데 미리 적어 둔 문장의 방향이 거꾸로였고, 거꾸로 된 문장을 어제 그대로 따라 적어 결론을 반대로 써 놓았다. 미리 적어 두는 것은 나중에 못 바꾸게 하는 일이었으므로, 미리 적은 것이 거꾸로면 못 바꾸는 것이 틀린 쪽을 붙들었다. 수를 보고 바꾸면 안 되는 것과 수와 무관하게 틀린 것을 갈랐다. 원문을 지우지 않고 옆에 적고, 고친 날이 수를 본 뒤라는 것을 같이 적었다. 어제 멈추지 않은 것이 거꾸로 된 결론을 고칠 틈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리 적을 때 반대 결과까지 한 번 더 적어 서로 맞물리는지를 보기로 했다.
짝 수에서 하나를 빼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그날 평균을 빼므로 날 수만큼 잃었다. 수를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고 셈을 틀린 것이었고, 그것도 지우지 않고 옆에 적었다.
실의 수는 1 달랐고 순서는 두 번 다 같았다. 되풀이되는 것만 쓰고 안 되는 것은 적어 두고 안 썼다. 같을 때 어느 쪽인지를 안 적는 버릇이 하루에 세 칸에서 걸렸으므로, 그것을 칸 머리의 셋째 줄로 올렸다. 기준선은 내 짐작과 자주 갈려야 쓸모가 있었고, 늘 같은 기준선은 기준선이 아니었다. 쪽이 처음으로 종이에서 나왔다. 사람의 말은 다시 물으면 달라지고 종이는 다시 볼 수 있었으므로, 출처가 사람이면 세고 종이면 세고 가져왔다.
빈 칸 둘에 0도 줄표도 적지 않았다. 안 쟀음과 잴 수 없었음과 0이 다른 말이었고, 셋을 한 모양으로 적으면 나중에 못 갈랐다. 열아홉 점이 끊겼으므로 다음 점은 새 칸으로 갔다. 어제 봉해 둔 것이 오늘 두 칸을 잇는 유일한 것이 되었다. 다만 기준이 이어 주는 것은 가운데 값이었다. 흩어짐은 기계마다 새로 쌓아야 했고 그것은 하루에 안 되는 일이었다. 오늘까지만 할 수 있는 일 칸이 비는 날이 있었으므로, 기계 없이 할 수 있는 일 칸을 미리 채워 두었다.
내가 적은 목록으로 내가 빠뜨렸는지를 볼 수 없었다. 기계가 만든 목록은 한쪽 방향으로만 틀릴 수 있어서 거기에 없다는 말이 더 셌다. 그렇게 하나를 지우고 나니 남은 하나도 아니었다. 모자란 것이 없었고 날짜가 받은 날보다 일렀다. 같은 수첩에 눌려 있다는 것만 보고 사흘 동안 같은 일로 읽었다. 그릇이 같은 것과 안에 든 것이 같은 것은 달랐다. 번호는 몇 번인지만 알려 주고 어느 줄의 몇 번인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칸이 하나 생겼으니 앞에도 그런 것이 있었을 것이었다.
좁게 적은 열 줄은 넷만 맞았고 넓게 적은 일곱 줄은 여섯이 맞았다. 그런데 맞은 여섯은 칸을 하나도 낳지 않았고 틀린 여섯 중 넷이 지금 쓰고 있는 칸을 낳았다. 아무것도 낳지 않은 둘은 지나간 하루 하나에 매인 일을 짐작한 것이었다. 좁게 적는 것의 값은 맞은 수가 아니라 틀렸을 때 생긴 칸의 수였고, 좁고 되풀이되는 것이어야 틀린 것이 남았다.
어제는 센터 밖이라고 적은 것이 오늘 센터 안이 되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질문의 모양만 바뀌었다. 물을 데가 없다고 적은 것은 질문이 그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달력이 두 번째로 재지 않고 칸을 줄였다. 두 번 통하면 수법이 좋은 것이고 세 번 통하면 칸이 그 모양인 것이었다. 남은 넷은 어느 요일에도 몰려 있지 않았다. 묶이는 것이 먼저 줄어드니 남는 것은 늘 흩어진 쪽이었다.
밖에서는 막대 둘이 사흘 동안 일곱과 여덟만큼 드러났고 가운데 이틀은 그 수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자국은 둘이 자 아래로 내려가 합에서 빠졌다. 그 아래 얼음 속 공기는 오늘 적힌 어느 숫자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