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2화 - 덮임

제72화 「덮임」
1. 서른넷과 서른여섯 사이
「10월 20일. 일요일.」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아홉째 날이었다. 편을 기다린 지 여드레였다.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를 열고 유리관을 눈높이에 맞췄다.
영하 34.5도였다.
수첩을 꺼내 아홉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 34.5였다.
모눈종이에 점 하나를 더 찍었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10월 31일에 긋기로 적어 둔 것이 그대로 있었다.
판정 칸에는 어제 새로 적어 둔 것이 있었다. 시작 자가 영하 34도였고 멈춤 자가 영하 36도였다.
재혁은 두 수 사이에 오늘 수를 놓아 봤다.
영하 34.5도는 둘 사이였다.
여덟 시에 서진이 시추동에서 나왔다.
“오늘은 몇이야.”
“영하 34.5입니다.”
“그러면 어느 쪽이야.”
“어느 쪽도 아닙니다. 두 자 사이입니다.”
“사이면.”
“하던 쪽을 그대로 합니다. 어제까지 안 하고 있었으니까 오늘도 안 팝니다.”
서진이 수첩을 받아 아홉 수를 봤다.
“어제 자가 하나였으면 오늘 어떻게 됐어.”
재혁이 잠깐 셈을 했다.
“어제 자는 영하 35였습니다. 34.5는 35보다 따뜻하니까 자 밖입니다.”
“자 밖이면.”
“팠습니다.”
“어제는 못 정해서 안 팠고 오늘은 파고.”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그게 네가 어제 막으려고 한 거야.”
“막혔습니다.”
재혁이 종이에 한 줄을 적다가 멈췄다.
“그런데 하나 걸립니다.”
“말해.”
“이 온도계가 영도에서 0.2 어긋났고 영하 34에서 얼마나 어긋나는지는 모릅니다. 1도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1도 어긋나면.”
“오늘 수가 영하 33.5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시작 자 밖입니다.”
“그러면 불감대를 넓게 잡은 게 소용없어?”
재혁이 모눈종이를 내려다봤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자 둘이 같이 밀립니다.”
“무슨 말이야.”
“어긋남이 늘 같은 쪽으로 같은 만큼이면, 시작 자도 멈춤 자도 똑같이 밀립니다. 사이 폭은 그대로 2도입니다.”
“폭이 그대로면.”
“뒤집히는 건 안 생깁니다. 뒤집히는 건 수가 자 하나 근처에서 흔들릴 때 생기니까요.”
서진이 장갑을 다시 꼈다.
“그러니까 네가 막은 건 뭐고 못 막은 건 뭐야.”
“뒤집히는 건 막았습니다. 영하 34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지키는 건 못 막았습니다.”
“그 둘이 다르지.”
“다릅니다. 막을 수 있는 것하고 맞출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재혁은 판정 칸 밑에 적었다.
「10월 20일. 영하 34.5. 시작 자 영하 34, 멈춤 자 영하 36. 사이임.
직전 상태: 안 하던 중. 오늘 결론: 유지. 안 팜.
「유지」만 적으면 다음 사람이 그날 수가 없었던 줄로 읽음. 수·사이 여부·직전 상태·결론 넷을 한 줄에 같이 적음.
자 어긋남은 되풀이되는 쪽이므로 두 자를 같이 밀 뿐 사이 폭은 안 건드림.
뒤집힘은 폭이 막고 자리는 교정이 맞춤. 지금 우리는 폭만 가지고 있음.」
여덟 시 반이 되기 전에 재혁은 적외 온도계를 꺼내 쉘터 밖 선반에 올려놓았다.
“그거 왜 바로 안 써.”
“제 몸 온도를 기준으로 재는 겁니다. 안에서 꺼내 바로 쏘면 기계가 아직 따뜻해서 눈이 더 차게 나옵니다.”
“얼마나 둬.”
“십 분입니다. 어제도 십 분 뒀습니다.”
십 분 뒤에 재혁이 눈 표면에 대고 쐈다. 공기가 영하 34.5도일 때 표면은 영하 42.5도였다.
차가 8도였다.
재혁이 여덟째 점을 적었다. 앞의 일곱은 6, 6, 7, 6, 7, 6, 7이었다.
“처음 7 밖으로 나갔습니다.”
“왜 나갔을까.”
“표면이 하늘로 열을 내보냅니다. 그러면 표면에 붙은 공기가 제일 먼저 식고 그 찬 공기가 아래에 깔립니다.”
“바람이 불면.”
“섞입니다. 섞이면 위에 있는 덜 찬 공기가 내려와서 차가 작아집니다.”
“오늘 바람이 어때.”
재혁이 풍속계를 들고 팔을 뻗었다. 30초를 셌다.
“초속 4미터쯤입니다.”
“어제는.”
“7에서 8 사이였습니다.”
“바람이 약하고 차가 크네.”
“맞습니다. 그런데 점이 둘입니다.”
“둘로 뭘 할 수 있어.”
“아무것도 못 합니다. 두 점은 어떤 두 점이든 한 줄이 되니까요.”
서진이 장대 뿌리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건 어때.”
재혁이 쪼그려 앉아 북쪽 장대 뿌리를 쟀다. 어제 깎임이 11밀리였다. 오늘은 13밀리였다.
남쪽 장대는 쌓임이 4밀리였고 오늘도 4밀리였다.
“2밀리 더 깎였습니다.”
“아침에 바람이 4인데 깎였어.”
“밤에 넘었습니다. 아침 한 점은 밤을 안 말해 줍니다.”
“그러면 오늘 네 종이에 수가 둘 있는데.”
“풍속 4하고 깎임 2밀리입니다.”
“그 둘이 같은 때 수야?”
재혁이 두 수를 번갈아 봤다.
“아닙니다. 하나는 아침 30초고 하나는 하룻밤 내내입니다.”
“나란히 적어 놓으면.”
“같은 때 수인 척합니다.”
재혁이 종이를 가로로 접어 칸을 둘로 갈랐다.
「칸을 가름. 순간 칸과 누적 칸.
순간 칸: 아침 풍속, 아침 공기 온도, 아침 표면 온도. 잰 때를 한 줄에 적음.
누적 칸: 장대 뿌리 깎임·쌓임. 읽은 간격을 머리에 적음. 지금은 하루.
같은 줄에 적지 않음. 둘은 재는 길이가 다름.
표면 차와 풍속이 서로 반대로 갈 것으로 보이지만 점이 둘임. 둘은 한 줄이 됨.
표면 차를 풍속 대신 쓰는 것은 아직 안 함. 둘 다 아침 한 점이라 밤을 모름.」
2. 여덟과 하나
둘이 장대 쪽으로 걸어갔다.
어제 번호를 붙인 아홉을 다시 찾는 날이었다. 재혁은 북쪽 장대에서 걸음을 세며 걸었다.
1번과 2번은 바로 찾았다. 3번은 두 걸음 어긋나 있었지만 모양으로 알았다.
4번 자리에서 재혁이 멈췄다.
“없습니다.”
“없어?”
“걸음 수로 온 자리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없어진 거야?”
재혁이 주위를 둘러봤다. 비슷한 눈이 사방으로 넓었다.
“모르겠습니다. 자리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걸음이 얼마나 정확해.”
“반 걸음은 틀립니다. 30센티쯤입니다.”
“자국은 얼마나 커.”
“상자 자국이니까 긴 쪽이 30센티쯤입니다.”
재혁이 손을 내렸다.
“자리 틀리는 폭이 자국 크기하고 같습니다.”
“그러면 걸음으로는 못 찾아.”
“못 찾습니다.”
재혁은 주머니에서 어제 찍은 사진을 꺼냈다. 장대 둘과 아홉 자국이 한 장에 들어 있었다.
사진을 들어 장대 둘의 사이에 눈으로 겹쳐 보고 각도를 맞췄다.
4번은 3번과 7번을 잇는 선에서 조금 안쪽이었다.
재혁이 그 자리에 자를 댔다.
0.4밀리였다.
“있습니다. 아주 얕은 띠만 있습니다.”
“어제는 2.2였지.”
“2.2였습니다.”
서진이 사진을 받아 들고 봤다.
“걸음 수하고 사진 중에 뭐가 너를 구했어.”
“사진입니다.”
“그러면 걸음 수 칸은.”
“버립니다. 사진하고 기준점에서의 거리로 바꿉니다.”
재혁은 나머지를 차례로 읽었다. 아홉 수를 어제 수 옆에 나란히 적었다.
「1번 3.4 → 2.9 2번 2.5 → 1.8 3번 4.1 → 3.6 4번 2.2 → 0.4 (사진으로 겨우 찾음. 바닥 자리가 흐림. 값의 급이 다름. 별표) 5번 3.0 → 2.3 6번 2.8 → 2.0 7번 3.6 → 3.1 8번 2.9 → 2.2 9번 3.1 → 2.4」
“다 줄었네.”
“다 줄었습니다. 4번 빼고 0.5에서 0.8입니다.”
“깊은 것하고 얕은 것 중 어느 쪽이 더 줄었어.”
재혁이 수를 짚어 가며 봤다.
“깊은 셋은 다 0.5 줄었습니다. 1번, 3번, 7번입니다.”
“얕은 쪽은.”
“0.7에서 0.8입니다.”
“그러면 깊이가 듣는 거야?”
“듣는 쪽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0.5하고 0.7의 차가 0.2입니다.”
재혁은 2번 자국에 자를 다시 댔다. 1.9였다. 한 번 더 댔다. 1.8이었다.
“같은 걸 세 번 재니까 0.1에서 0.2 흔들립니다.”
“차가 얼마였지.”
“0.2입니다.”
“그러면.”
“제 손 흔들림하고 같은 급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다를 수 있음」입니다.”
서진이 일어나서 장갑에 묻은 눈을 털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자국 하나의 둘레를 톡 쳤다.
“깊이라는 게 뭐야.”
“바닥에서 둘레까지입니다.”
“둘레는 가만히 있었어?”
재혁이 둘레를 봤다. 그러고 장대 뿌리를 봤다.
“장대 뿌리가 2밀리 깎였습니다.”
“여기 둘레도 깎였으면.”
“둘레가 2밀리 내려갔으면 깊이는 2밀리 줄어야 합니다.”
“얼마 줄었어.”
“0.65쯤입니다.”
“그러면 바닥은.”
재혁이 셈을 하다가 손을 멈췄다.
“바닥도 1.35밀리쯤 내려갔습니다. 자국이 아래로 따라 내려가면서 얕아지고 있습니다.”
“지워지는 게 아니고.”
“내려가면서 얕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그 2밀리를 어디서 가져왔어.”
“장대 뿌리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진이 장대를 한 손으로 쥐고 흔들어 보였다.
“장대가 여기 서 있으면 바람이 어떻게 돼.”
“막힙니다.”
“막히면 그 뒤에서.”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거기만 더 깎입니다.”
“그러면 장대 뿌리 깎임이 이 밭 둘레하고 같아?”
“아닙니다. 장대 뿌리는 장대 때문에 더 깎입니다.”
“그러면 네가 아까 쓴 2밀리는.”
“못 씁니다. 장대 뿌리 수를 자국 둘레에 가져다 쓴 겁니다.”
재혁은 수첩을 접어 겨드랑이에 끼고 창고로 돌아갔다. 가느다란 나무 막대 둘을 가지고 왔다. 손가락 굵기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자국 밭 양쪽에 하나씩 박았다. 장대에서 멀찍이 떨어뜨렸다.
“왜 가는 걸 가져왔어.”
“굵으면 저도 바람을 막습니다. 막으면 제 발밑을 깎습니다.”
“재는 게 재는 걸 바꾸지.”
“바꿉니다. 가늘게 하면 조금 덜 바꿉니다.”
재혁은 막대가 눈 위로 나온 길이를 쟀다. 서쪽 것이 412밀리, 동쪽 것이 408밀리였다.
「오늘부터 표면 고도 칸을 둠.
가는 막대 둘. 자국 밭 양쪽. 장대에서 떨어뜨림. 하루 한 번만 만짐.
재는 것: 막대가 눈 위로 나온 길이. 서 412, 동 408.
길이가 늘면 둘레가 내려간 것이고 줄면 쌓인 것임.
깊이는 두 면의 차임. 두 면이 다 움직이므로 깊이 하나만으로는 어느 면이 움직였는지 못 가름.
어제까지는 둘레 고도가 없음. 어제와 오늘의 차는 영원히 못 가름.
막대도 바람을 조금 바꿈. 가늘게 했음. 그래도 바꿈. 적어 둠.」
마지막에 재혁은 번호와 상관없이 눈앞의 자국을 처음부터 다시 셌다.
여섯이었다.
번호 칸을 봤다. 1밀리를 넘은 것은 여덟이었다.
재혁이 두 수를 나란히 놓고 한참 봤다.
“여섯하고 여덟이 다릅니다.”
“왜 달라.”
“번호 칸에는 1밀리 넘는 게 여덟인데 제가 세니까 여섯입니다.”
“네가 자국을 뭐라고 불렀지.”
“깊이 1밀리 넘고, 모서리가 각지고, 긴 쪽이 직선인 것입니다.”
“셋이네.”
“셋입니다.”
재혁이 6번 자국 앞에 쪼그려 앉았다. 깊이가 2.0이었다. 모서리가 둥글었다.
“6번은 깊이는 넘었는데 모서리가 둥글어졌습니다.”
“그러면 네 뜻에서.”
“떨어집니다. 깊이로 떨어진 게 아니고 모서리로 떨어졌습니다.”
“어제 네가 개수 줄어든 걸 뭐 때문이라고 했어.”
“1밀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보니까.”
“반만 맞았습니다. 떨어지는 문이 셋이었습니다.”
서진이 종이를 가리켰다.
“하나로 세면 뭐가 안 남아.”
“왜 빠졌는지가 안 남습니다.”
재혁은 새 칸을 셋으로 갈라 그었다.
「자국 칸을 셋으로 가름. 깊이 ○× / 모서리 ○× / 긴 쪽 ○×.
합쳐서 세지 않음. 하나로 세면 어느 문으로 떨어졌는지가 안 남음.
뜻이 조건 셋의 곱이면 떨어지는 문도 셋임. 제일 먼저 떨어지는 문이 개수를 정함.
오늘: 깊이 넘은 것 여덟, 세 조건 다 넘은 것 여섯.
어제의 「1밀리 때문」은 반만 맞음. 모서리가 먼저 둥글어지는 것이 개수를 더 많이 깎고 있음.」
3. 세 번째 1.31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안 잘린 통 번호를 확인했다. 383일째였다. 잘린 통은 열여드레째였다.
은재가 선반 앞에 서서 어제 적어 둔 돌림 순서를 봤다.
“오늘 1-ㄷ입니다. 1번을 오른쪽, 2번을 왼쪽, 3번을 가운데입니다.”
통 셋을 옮겨 놓고 저울 앞에 섰다.
1번이 0.38이었다. 2번이 0.43이었다. 3번이 0.50이었다.
은재가 셋을 더했다.
1.31이었다.
손이 멈췄다.
“또 1.31입니다.”
“사흘 내내.”
“사흘 내내 1.31입니다.”
경옥이 은재 얼굴을 봤다.
“기분이 어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제일 위험해.”
은재가 종이를 내려놨다.
“왜 그렇습니까.”
“네 저울 흩어짐이 얼마야.”
“0.05입니다.”
“통 셋을 더하면 흩어짐이 어떻게 돼.”
은재가 계산기를 꺼냈다.
“셋을 더하면 흩어짐이 루트 3배가 됩니다. 0.05 곱하기 1.73이니까 0.087입니다.”
“합의 자가 0.087인데 사흘 내내 소수 둘째 자리까지 같아.”
“잘 안 나오는 일입니다.”
“잘 안 나오는 일이 사흘 났으면 뭘 의심해야 돼.”
은재가 넷을 적었다.
「①그냥 운이 좋음 ②내가 어제 수를 알고 있어서 눈금을 그쪽으로 당겨 읽음 ③저울이 멈췄음 ④0.05라는 흩어짐이 틀림」
경옥이 ③을 짚었다.
“제일 쉬운 거 먼저 해.”
은재가 분동 상자를 가져왔다. 알고 있는 무게 둘을 차례로 올렸다. 저울이 둘 다 맞게 읽었다. 통을 내려놓고 영점을 봤다. 영점도 돌아왔다.
“저울은 맞습니다.”
경옥이 ②와 ④를 같이 둘렀다.
“그 둘은 네가 하는 거야.”
은재가 통 하나를 집어 저울에 올렸다가 내렸다. 다섯 번 했다.
0.50, 0.52, 0.49, 0.51, 0.50이었다.
“폭이 0.03입니다.”
“흩어짐은.”
“0.011입니다.”
은재가 계산기를 내려다봤다.
“0.05가 아닙니다.”
“0.05는 어디서 나온 수였어.”
은재가 앞 쪽을 넘겼다.
“6월에 구했습니다. 그때는 서리 안 털고 올렸고 두 사람이 번갈아 쟀습니다.”
“지금은.”
“혼자 재고 서리를 털고 올립니다.”
경옥이 종이 한쪽을 손끝으로 눌렀다.
“흩어짐도 조건이 붙은 수야.”
“조건을 안 적어 놓으면.”
“그 자를 아무 데나 가져다 쓰게 돼.”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가 손을 멈췄다.
“선생님, 그러면 어제 제가 쓴 줄이 흔들립니다.”
“어떤 줄.”
“어제 자리값 차가 0.01에서 0.02였고 저울 자가 0.05라서 자 안이라고 적었습니다.”
“자가 0.011이면.”
“0.02는 자 밖입니다.”
“그러면 어제 결론은.”
“약해집니다. 「자리값이 그대로」라고 한 게 그대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를 줄이면 전에 안 다르다고 한 게 다르게 돼.”
“자가 좋아지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그게 나쁜 일이야?”
은재가 잠깐 생각했다.
“나쁘지 않습니다. 나쁜 건 자를 안 보고 결론을 그냥 두는 겁니다.”
경옥이 계산기를 가리켰다.
“그런데 0.011을 그대로 쓸 거야?”
“점이 다섯입니다.”
“다섯으로 구한 흩어짐은.”
“흩어짐 자체가 많이 흔들립니다. 셋 중 하나쯤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넉넉하게 0.02로 잡고 점을 더 모읍니다. 열 점을 더 모을 날을 적어 두겠습니다.”
은재가 적었다.
「저울 자를 다시 구함. 같은 통 다섯 번 옮겨 올림. 흩어짐 0.011.
6월에 구한 0.05는 다른 조건에서 구한 것임. 서리 안 털음·두 사람·날 다름.
칸 머리에 조건을 적음. 누가·언제·서리 털었는지·옮겨 올렸는지.
점이 다섯이라 흩어짐의 흩어짐이 큼. 당장은 0.02로 넉넉히 잡음. 10월 27일에 열 점 더 모음.
자가 줄었으므로 자리 몫 판정을 10월 24일에 새 자로 다시 함. 어제 적은 「자 안」 줄에 「자가 바뀜」을 달아 둠.
②는 아직 안 지워짐. 오늘부터 어제 수를 다른 종이에 옮겨 두고, 읽을 때 안 봄.」
열 시에 경옥이 제상 로그를 뽑아 왔다.
“어젯밤에 돌았어.”
“토요일 저녁입니다. 주말 칸입니다.”
은재가 2×2 종이를 펼쳤다.
“제상 있고 주말인 칸이 넷에서 다섯이 됩니다. 합이 서른둘입니다.”
“좋아졌어?”
은재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자는 점 개수의 루트로 줄어듭니다. 넷에서 다섯이면 루트 5분의 4니까 0.894입니다.”
“얼마 좋아진 거야.”
“11퍼센트입니다.”
“자를 반으로 줄이려면.”
“넷을 열여섯으로 해야 합니다. 네 배입니다.”
“주말에 제상이 한 달에 몇 번 와.”
“넷이나 다섯입니다.”
“열여섯까지.”
“석 달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접었다.
“판정일이 며칠이야.”
“10월 30일입니다.”
“그날 교호작용 칸을 볼 수 있어?”
“못 봅니다.”
“그러면 뭐라고 적어.”
은재가 적었다.
「제상×주말 칸은 다섯. 늘려도 자가 11퍼센트씩만 줄음.
반으로 줄이려면 열여섯. 석 달 걸림.
10월 30일 판정에서 교호작용 칸은 「못 봄」으로 적음. 「없음」이 아님.
다시 보는 날: 1월 31일. 그때까지 이 칸을 안 들여다봄.
중간에 들여다보면 열네 번 보기와 똑같은 일이 됨.」
열한 시에 은재가 수송팀 종이를 펼쳤다가 덮었다.
“일요일입니다. 안 묻습니다.”
“지나간 날이 며칠이야.”
“서른하나입니다. 물은 날은 스물둘입니다.”
“안 물은 날은.”
“아홉입니다.”
“금요일에 한 번 나왔지.”
“나왔습니다. 월요일에 또 나오면 사이가 사흘입니다.”
“어제 적은 규칙대로.”
“약하게 셉니다. 사이를 쪽 옆에 같이 적습니다.”
칸마다 자를 적는 일은 닷새째였다.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은 열이레째였고 「봄」도 열이레째였다.
4. 뒷면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새 시험 종이를 가지고 왔다.
다섯째 날이었다. 앞 넷은 마이너스 0.04, 0.05, 0.03, 0.06이었다.
은재가 기록계 앞에 서서 종이를 펼쳤다. 앞면에 「점검함」만 적으려고 연필을 들었다.
그러고 뒷면을 넘겼다. 뒷면에 오늘 수를 적어야 했다.
손이 멈췄다.
“선생님.”
“왜.”
“제가 뒷면에 적으려면 제가 그 수를 봐야 합니다.”
경옥이 들고 있던 장갑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그렇지.”
“뒤집어 놓은 게 소용이 없습니다.”
“네가 적으면 네가 봐.”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경옥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내가 적을게.”
은재가 경옥을 봤다.
“선생님이 보시면.”
“나는 판정하는 사람이 아니야. 30일에 평균을 보고 넘었다 안 넘었다 하는 건 너야.”
“선생님이 보시고 저한테 말하면요.”
“그러니까 그걸 지금 정해야 돼.”
경옥이 종이 맨 위에 줄을 그었다.
“내가 어떤 때 너한테 말해야 돼?”
은재가 잠깐 생각하고 넷을 적었다.
「①하루 수가 마이너스 0.30보다 더 벗어남 ②기록계가 멈췄거나 빈 칸이 생김 ③통이 움직였거나 자리가 바뀜 ④방 온도가 영하 28도 위로 올라감」
“넷 말고는.”
“넷 말고는 10월 30일까지 안 말씀하십니다.”
“이상한 것 같아서 말하면 안 돼?”
은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조건이 아니고 느낌입니다. 느낌을 조건으로 두면 아무 때나 깨집니다.”
경옥이 그 줄 아래에 날짜를 적고 자기 이름을 썼다.
“그럼 이건 어디 둘까.”
“버리지 않습니다.”
“왜.”
“덮는 건 없애는 게 아닙니다. 나중에 같이 펴는 겁니다.”
경옥이 봉투를 하나 꺼내 뒷면 종이를 넣었다. 은재가 사전등록 종이를 사본으로 떠서 같이 넣었다.
“그건 왜 넣어.”
“제가 안 보는 동안에 제가 사전등록을 바꿨는지 아닌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 것도 같이 봉해 둡니다. 덮는 건 한쪽만 덮는 게 아닙니다.”
경옥이 봉투를 봉하고 겉에 적었다.
「10월 20일 봉함. 10월 30일에 둘이 같이 뜯음.
안: 날마다 나온 수, 사전등록 사본, 깨는 조건 넷, 깬 날 적는 칸.
은재는 앞면에 날짜와 「점검함」만 적음. 수를 안 봄.
경옥이 뒷면에 수를 적음. 넷 중 하나가 아니면 말하지 않음.
둘뿐이라 완전히 덮을 수는 없음. 덮은 만큼과 못 덮은 만큼을 적어 둠.」
은재가 앞면에 적었다.
「10월 20일. 점검함. 기계 돌아감. 빈 칸 없음. 통 안 움직임. 방 온도 영하 30.1도.
오늘 수: 안 봄.」
5. 영 점 사오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험을 쟀다. 열일곱째 점이었다. 짧게 잰 아침 칸은 0.01까지 적고, 열 분 동안 잰 칸은 0.001까지 따로 적었다.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는 아홉째 점이었다. 0.12에서 이어 0.13이 나왔다.
쿼츠 데크는 10월 22일에 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이틀이 남았다.
오늘 아침 두 시간은 시험 테이프 둘에 쓰기로 적어 두었다.
정한은 선반에서 납작한 종이 상자 둘을 꺼냈다. 하나는 1970년대에 받은 것이었고 하나는 1990년대에 사 둔 것이었다.
둘 다 「시험 테이프」라고 불렀다.
쿼츠 데크에 먼저 1970년대 것을 걸었다. 기준음 1킬로헤르츠 구간을 재생했다.
1004.5헤르츠였다.
더하기 0.45퍼센트였다.
1990년대 것을 걸었다.
999.1헤르츠였다.
빼기 0.09퍼센트였다.
정한은 두 수를 나란히 적고 한참 봤다.
하나는 플러스고 하나는 마이너스였다.
「둘이 반대로 틀려 있음.
1970년대 것은 아세테이트임. 아세테이트는 세월에 줄어듦. 줄어든 테이프는 같은 신호가 짧아져 빨리 지나감. 높게 읽힘.
1990년대 것은 폴리에스터임. 폴리에스터는 안 줄고 대신 당겨진 채로 오래 있으면 조금 늘어남. 늘어난 테이프는 느리게 지나감. 낮게 읽힘.
재질이 틀리는 방향을 정함.
내가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썼으면 틀린 방향까지 같이 골랐을 것임. 그런데 어느 쪽을 골랐든 그게 틀린 쪽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임.」
정한은 1970년대 테이프를 앞·가운데·끝에서 다시 쟀다.
앞이 1004.0이었다. 가운데가 1004.5였다. 끝이 1005.3이었다.
끝이 제일 컸다.
「테이프에도 자리값이 있음.
오래 감겨 있으면 릴 안쪽이 바깥쪽보다 더 눌림. 눌린 채로 굳으면 줄어든 정도가 자리마다 다름.
어제 구한 데크 자리값: 앞 0.21, 가운데 0.18, 끝 0.09. 앞이 큼.
오늘 구한 테이프 자리값: 앞 0.40, 가운데 0.45, 끝 0.53. 끝이 큼.
방향이 반대임.」
정한은 그 아래에 한 단을 길게 적었다.
「만약 어제 자기 데크로 이 테이프를 쟀으면 둘이 한 줄에 겹쳐 나왔을 것임.
앞에서는 데크가 많이 더하고 테이프가 적게 더함. 끝에서는 데크가 적게 더하고 테이프가 많이 더함.
합쳐 놓으면 자리마다 비슷해져서 자리값이 없는 것처럼 보임.
두 자리값이 반대 방향이면 합쳐 놓았을 때 서로를 덮음. 덮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임.
가른 까닭: 데크는 쿼츠로 뜬 기준음으로 재고, 테이프는 쿼츠 데크로 재서 몫을 따로 구함. 두 번 재야 둘이 갈림.」
점심 전에 정한은 시험 테이프에 든 기준 레벨 구간을 걸었다.
0VU라고 적힌 구간이었다. 바늘이 0에 서야 했다.
1.8데시벨 낮았다.
정한은 바늘을 보고 테이프를 보고 다시 바늘을 봤다.
「레벨이 1.8 낮음.
이것은 테이프 탓임. 자기 신호는 세월에 조금씩 약해짐. 옆 겹으로 번지기도 함.
그러면 이 테이프의 레벨은 못 믿음.
그런데 속도는 어떤가. 속도는 베이스가 줄어든 만큼만 틀림. 줄어든 것이 얼마인지는 쿼츠로 재서 알아냈음.
같은 한 물건에서 레벨은 늙고 주파수는 안 늙음. 정확히는 주파수는 늙은 몫을 수로 뽑을 수 있고 레벨은 못 뽑음.
늙는 성질로 교정하면 늙은 만큼 틀림. 안 늙는 성질로 교정하고 늙는 성질은 폭으로만 적음.
한 이름으로 불러 온 것이 잘못임. 「시험 테이프」라고만 써 놓으면 둘 다 되는 줄 알게 됨.」
정한은 라벨 종이 둘을 떼고 새로 썼다.
「①1970년대 아세테이트. 속도 교정에 씀. 더하기 0.45퍼센트. 자리값 있음(끝이 큼). 레벨 교정에 쓰지 않음. ②1990년대 폴리에스터. 속도 교정에 씀. 빼기 0.09퍼센트. 레벨 교정에 쓰지 않음. 둘 다 레벨은 늙었음. 레벨 기준은 따로 구해야 함.」
오후에는 압흔 판독이었다. 20일과 21일 이틀로 잡아 둔 것이었다.
정한은 수첩을 조명 밑에 놓고 낮은 각도로 빛을 넣었다. 글씨가 적힌 장의 뒷장이었다.
앞장의 글씨 중 일부만 뒷장에 눌려 있었다.
「뒷장에 남은 것은 글자가 아님. 세게 쓴 획만 남음.
가볍게 쓴 획은 전사되지 않음. 그러므로 뒷장 압흔으로 글자를 읽으려 하면 안 됨.
뒷장 압흔으로 알 수 있는 것: 어느 자리에 힘이 들어갔는지.
읽을 수 있는 것은 글자가 아니고 세게 쓴 데임.」
정한은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종이를 필름으로 덮고 정전기로 가루를 입혀 눌린 자리를 드러내는 기계가 있음. 나한테는 없음.
감정하는 데로 보내야 함. 원본은 못 보냄.
그리고 그 시험은 종이를 두 시간 습실에 재워야 함. 한 번 하면 종이의 젖었던 이력이 바뀜. 같은 조건으로 두 번 못 함.
그러므로 이 일은 한 번만 할 수 있는 일임.
할 일 목록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일」 칸을 새로 만듦. 그 칸을 제일 뒤에 둠.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에 함. 순서를 어기면 되돌릴 데가 없음.」
저녁에 남은 날을 셌다. 21일 저녁부터 밤까지 이관 대기 릴 넷의 험을 쿼츠 재생으로 재기로 적어 두었다. 22일에 쿼츠 데크를 돌려줘야 했다.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고 이레가 남았다.
「안 지나감」은 열이틀째였다.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이레째였고, 안 보는 날이 열흘째였다.
짐작 칸은 열여섯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로 적혀 있었다.
6. 여섯을 셋씩
일요일은 정기 방문일이 아니었다.
하람은 아침에 수첩을 펴 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오늘 갈지 안 갈지를 내가 정하면, 내가 가고 싶은 날에 가게 된다.」
토요일만 가면 토요일의 어머니만 적혔다. 토요일은 센터 차가 오는 날이었고, 아침에 사람이 와서 챙기는 날이었다.
하람은 그 줄 아래에 적었다.
「요일을 하나로 두면 요일이 자가 된다. 요일 밖은 안 적힌다.
토요일 아닌 날을 한 달에 몇 번 넣는다. 어느 날인지는 제비로 뽑는다.
오늘은 제비로 뽑은 날이 아니다. 내가 정해서 왔다.
그러므로 오늘 수는 평소 칸에 안 넣는다. 「내가 정해서 온 날」로 표시한다.
제비는 다음 달 것부터 미리 만든다.」
열한 시에 어머니 집에 들어가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열흘째였다.
「①오늘 일요일이지 ②밥 먹었어 ③차는 어디 뒀어」
말 아닌 것 칸은 열하루째였다. 현관 쪽을 세 번 봤고 손을 두 번 비볐다.
핀 칸은 열셋째 점이었다. 여섯이었다. 열두 점이 5에서 7 사이였고 오늘도 그 안이었다.
전화 줄은 열이틀째였다. 조사표를 낸 뒤 닷새가 지났고 「안 옴」이 열두 줄이 되었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고 차량 일지는 10월 21일에 받기로 되어 있었다.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일곱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점심을 차려 놓고 하람은 부엌 식탁에서 이름 여섯을 적었다.
여덟 주 동안 집에서 한 번도 안 나온 이름 여섯이었다.
셋은 집에서 묻고 셋은 최영숙이 집에 오는 날에 묻기로 어제 적어 두었다. 어느 셋인지는 제비로 뽑기로 했다.
하람은 종이 여섯 장을 접어 그릇에 담았다가 손을 멈췄다.
여섯은 적었다.
여섯을 아무렇게나 섞어 뽑으면 한쪽에 몰릴 수 있었다. 여섯 중 둘은 그래도 아주 드물게 나온 적이 있는 이름이었고 넷은 여덟 주 동안 한 번도 없었다.
그 둘이 한쪽에 다 들어가면 그 쪽이 유리해졌다.
하람은 종이를 다시 펴고 수첩에 적었다.
「여섯을 통째로 섞지 않는다. 둘씩 짝을 지어 셋 쌍으로 만들고, 쌍 안에서 하나씩 뽑는다.
그러면 양쪽에 비슷한 이름이 하나씩 간다.
짝을 무엇으로 지을지가 또 선택이다. 쓸 수 있는 축: ①마지막으로 나온 때 ②어머니와의 사이(친척인지 이웃인지) ③이름 길이.
①을 쓴다. 까닭: 지금 보려는 것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이므로 가장 가까운 축이다.
축을 바꾸면 쌍이 바뀌고 쌍이 바뀌면 배정이 바뀐다. 그러므로 축을 수 보기 전에 적는다. 오늘 적었다.」
하람은 여섯을 마지막으로 나온 때 순서로 줄 세우고 위에서 둘씩 묶었다. 쌍 셋이 나왔다.
쌍마다 종이 둘을 접어 그릇에 담고 하나씩 뽑았다.
집조가 셋이었고 센터조가 셋이었다.
하람은 두 줄을 적고 그 밑에 날짜를 적었다.
한 시에 최영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62차였다. 일요일이라 센터는 쉬는 날이었고 최영숙은 집에서 받았다.
명단 확인은 월요일에 답을 주기로 한 그대로였다. 하람은 그 얘기는 꺼내지 않고 방문일만 정했다.
10월 28일 수요일이었다.
“그날은 다른 칸 다 쉬신다고 하셨죠.”
“쉬려고요. 핀도 안 세고 걸음도 안 재고요.”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그날 전에 제가 어머님을 한번 뵈면 그날 덜 놀라실 텐데요.”
하람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면 그날이 처음 뵙는 날이 아니게 돼요.”
“그게 안 좋은가요.”
“제가 보려는 게 자리 때문인지 선생님 때문인지잖아요. 미리 한 번 뵈면 선생님이 이미 조금 아는 사람이 돼요.”
“그러면 처음 뵙는 날로 둬야 하네요.”
“그런데 처음 뵙는 사람이 집에 온 날은 그 자체로 평소하고 다른 날이에요.”
“어느 쪽으로 해도 섞이네요.”
“어느 쪽으로 해도 섞여요.”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못 없애는 섞임이 있다. 미리 뵈면 「처음」이 아니고, 안 뵈면 「처음 보는 사람이 온 날」이다.
고르지 않고 적는다. 10월 28일을 처음 뵙는 날로 둔다. 「처음 보는 사람이 온 날」임을 그 줄에 같이 적는다.
없애지 못한 것을 안 적으면 다음에 보는 사람이 없는 줄 안다.」
전화를 끊고 하람은 한 줄을 더 달았다.
「센터조 이름 셋은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아무 데서도 안 묻는다.
까닭: 들은 것이 남아 있으면 28일에 나온 것이 그날 것이 아니게 된다.
이레로 잡은 근거는 없다. 들은 것이 며칠 남는지를 모른다. 이레는 내가 정한 수다.
근거 없음을 적어 둔다. 나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고친다.」
세 시에 하람은 할 일 목록을 꺼냈다.
어제 정한 규칙이 있었다. 할 일 칸 옆에 「무엇에 쓸 것인지」를 한 줄 적는 것이었다. 오늘이 첫날이었다.
칸이 열넷이었다.
하람은 위에서부터 한 줄씩 붙여 갔다. 열둘까지는 써졌다.
열셋째에서 연필이 멈췄다. 「어머니 옛 사진 상자 날짜 맞추기」였다.
열넷째도 멈췄다. 「아버지 공장 이름 알아보기」였다.
둘 다 왜 적었는지 생각이 안 났다.
하람은 지우려고 연필을 거꾸로 들었다가 내려놨다.
「무엇에 쓸 것인지를 못 적는 칸이 둘 나왔다.
지우지 않는다. 지우면 왜 적었는지도 같이 없어진다.
「아직 모름」 칸으로 옮긴다. 옮긴 날을 적는다.
용도를 못 적는 칸은 하지 않는다. 다만 버리지도 않는다.」
정숙의 유족 줄은 그 아래에 있었다. 기한이 10월이었고 열하루가 남았다.
어제 붙인 셋에 하람은 용도를 한 줄씩 달았다.
「①동 주민센터 전화. 10월 21일. 쓸 데: 유족 연락을 어디에 묻는지를 알아내는 데. ②센터 명단 확인. 월요일 답. 쓸 데: 가족이 센터를 다녀갔는지를 지우거나 남기는 데. ③옆집 쪽지. 10월 24일. 쓸 데: 이사 간 해를 좁히는 데.
셋 다 연락처를 받는 일이 아니다. 물을 데를 줄이는 일이다.」
버스에서 하람은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열넷째로 채웠다. 좁게 적기 이레째였고, 좁은 것만 열이 되는 날은 10월 23일이었다.
집에 와서 하람은 수첩 맨 뒤를 펼쳤다.
어제 적은 계단 줄이 있었다. 그 아래에 오늘 용도를 붙여 놓았다.
하람은 그 장을 넘겼다.
다음 장 뒷면에 눌린 자국이 있었다. 어제 쓴 글씨가 아래 장에 눌려 남은 것이었다.
하람은 종이를 들어 창 쪽으로 비껴 보았다.
전부 다 남아 있지는 않았다. 몇 획만 깊게 남아 있었다.
그 몇 획을 눈으로 이어 봤다.
「기한 10월」이었다.
하람은 그 장을 한참 들고 있었다.
어제 자기가 제일 세게 쓴 줄이 무엇인지는 어제 몰랐고 오늘 뒷장에 남아 있었다.
두 자 사이에 든 수는 넘음도 안 넘음도 아니고 유지였다. 유지는 수가 없는 날이 아니라 수가 있어도 결정이 안 바뀌는 날이었으므로, 수와 사이 여부와 직전 상태와 결론을 한 줄에 같이 적어야 다음 사람이 그날 아무 일도 없었던 줄로 읽지 않았다. 자가 어긋나 있어도 자 둘이 같이 밀렸으므로 사이 폭은 그대로였다. 뒤집힘은 폭이 막았고 자리는 교정이 맞췄다. 막을 수 있는 것과 맞출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재는 길이가 다른 수를 나란히 적으면 같은 때의 수인 척했다. 아침 30초로 잰 바람과 하룻밤 내내 깎인 눈은 한 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두 대리물이 서로 다른 때를 가리키고 있었으므로 칸을 순간과 누적으로 갈랐고, 아침에 잠잠한 바람은 밤에 불었던 바람을 가려 주지 않았다.
자리를 걸음으로 적어 두었는데 걸음이 틀리는 폭이 찾으려는 것의 크기와 같았다. 폭이 대상만 해지면 같은 것을 다시 찾는 일이 깨졌다. 사진이 구했고 걸음은 버렸다.
깊이는 바닥에서 둘레까지였는데 둘레도 내려가고 있었다. 깊이가 줄어든 것이 자국이 메워진 것인지 둘레가 깎여 내려온 것인지는 깊이 하나만으로는 갈리지 않았다. 둘레를 재려고 가져온 장대 뿌리는 장대가 바람을 막아 생긴 자리였으므로 그 자리의 수를 다른 자리에 가져다 쓸 수 없었다. 가는 막대를 따로 박아 눈 위로 나온 길이를 적기 시작했고, 어제까지의 둘레 고도는 없었으므로 어제와 오늘의 차는 영원히 갈리지 않게 되었다.
번호로 센 것과 눈으로 센 것이 달랐다. 뜻이 조건 셋의 곱이면 떨어지는 문도 셋이었고, 제일 먼저 떨어지는 문이 개수를 정했다. 깊이가 아직 남은 것이 모서리로 먼저 떨어지고 있었으므로, 하나로 세면 왜 빠졌는지가 안 남았다.
사흘 내내 같은 합이 나온 것은 잘 맞는 증거가 아니라 물어볼 일이었다. 저울은 맞았고 틀린 것은 흩어짐이었다. 6월에 다른 조건에서 구한 자를 10월에 그대로 쓰고 있었다. 흩어짐도 조건이 붙은 수였고 조건을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자를 아무 데나 가져다 썼다. 자를 다시 구하니 자가 줄었고, 자가 줄자 전날 「안 다름」이라고 적은 것이 「다를 수 있음」으로 되돌아왔다. 자가 좋아져서 결론이 뒤집히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나쁜 것은 자가 바뀐 줄 모르고 결론을 그냥 두는 것이었다. 다만 다섯 점으로 구한 흩어짐은 흩어짐 자체가 흔들렸으므로 넉넉하게 잡아 두고 점을 더 모을 날을 적었다.
가장 작은 칸을 하나 늘렸는데 자는 11퍼센트만 줄었다. 반으로 줄이려면 넷을 열여섯으로 해야 했고 그러려면 석 달이 걸렸다. 판정일에는 그 칸을 「못 봄」으로 적기로 했다. 「없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 칸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들여다보는 것은 판정이 아니었다.
뒤집어 놓은 종이는 적는 사람이 보게 되어 있었다. 자기 자신을 덮는 일은 혼자서는 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이 적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말할 수 있었으므로 어떤 때 말할 것인지를 미리 넷으로 적었다. 「이상한 것 같아서」는 조건이 아니라 느낌이었고, 느낌을 조건으로 두면 아무 때나 깨졌다. 덮은 종이는 버리지 않고 봉해 두었다. 덮는 것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같이 펴는 것이었다. 그리고 덮는 일은 한쪽만 덮는 일이 아니어서 사전등록 사본도 같은 봉투에 들어갔다.
두 자가 서로 반대로 틀려 있었다. 하나는 줄어들어 빠르게 읽혔고 하나는 늘어나 느리게 읽혔으며, 틀리는 방향은 재질이 정하고 있었다. 둘 중 하나를 골랐으면 틀린 방향까지 같이 골랐을 것이고, 어느 쪽을 골랐든 그것이 틀린 쪽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었다. 두 자리값이 반대 방향이면 합쳐 놓았을 때 서로를 덮었고, 덮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두 번 재서 몫을 따로 구해야 했다.
한 물건에서 어떤 성질은 늙고 어떤 성질은 늙지 않았다. 레벨은 세월에 약해져 못 믿게 되었고 속도는 줄어든 만큼을 수로 뽑을 수 있었다. 늙는 성질로 교정하면 늙은 만큼 틀렸다. 한 이름으로 불러 온 것이 잘못이어서 라벨을 다시 썼다. 쓸 데와 안 쓸 데를 이름 아래에 적어 붙였다.
뒷장에 남은 것은 글자가 아니라 세게 쓴 획이었다. 가볍게 쓴 것은 전사되지 않았으므로 뒷장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어디에 힘이 들어갔는지였다. 한 번만 할 수 있는 시험은 순서에서 맨 뒤로 갔다. 되돌릴 데가 없는 일은 되돌릴 수 있는 일을 다 한 다음에 했다.
요일을 하나로 두면 요일이 자가 되었고 요일 밖은 적히지 않았다. 내가 날을 고르면 내가 가고 싶은 날에 갔으므로 날을 제비에 맡기기로 했고, 오늘은 제비로 온 날이 아니었으므로 평소 칸에 넣지 않았다. 여섯을 통째로 섞으면 한쪽에 몰렸으므로 둘씩 짝을 지어 쌍 안에서 뽑았다. 짝을 무엇으로 지을지가 또 선택이어서 축을 수 보기 전에 적었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 해도 섞이는 것이 있었으므로 고르지 않고 적었다. 없애지 못한 것을 적지 않으면 다음에 보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무엇에 쓸 것인지를 못 적는 칸이 둘 나왔다. 지우지 않고 「아직 모름」으로 옮겼다. 지우면 왜 적었는지도 같이 없어졌다.
어제 자기가 제일 세게 쓴 줄이 무엇인지는 어제 몰랐고 오늘 뒷장에 남아 있었다. 밖에서는 자국 아홉이 지워지지 않고 따라 내려가며 얕아지고 있었고, 그 아래 얼음 속 공기는 자국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