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1화 - 엇갈림

제71화 「엇갈림」

1. 서른다섯

「10월 19일. 토요일.」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여덟째 날이었다. 편을 기다린 지 이레였다.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를 열고 유리관을 눈높이에 맞췄다. 눈금은 0.5도까지 있었다.

바닥이 선 자리가 눈금 위에 정확히 걸려 있었다.

영하 35.0도였다.

재혁은 한 발짝 물러났다가 다시 봤다. 각도를 바꿔도 같았다.

수첩을 꺼내 여덟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 35였다.

모눈종이에 점 하나를 더 찍었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10월 31일에 긋기로 적어 둔 것이 그대로 있었다.

그다음에 연필이 멈췄다.

판정 칸에는 「당일 자 영하 35도」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칸에는 「자 안이면 안 팜」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 수는 자 안도 아니고 자 밖도 아니었다. 자와 같았다.

여덟 시에 서진이 삽 없이 시추동에서 나왔다.

“오늘은 몇이야.”

“영하 35.0입니다.”

“딱 35.”

“딱 35입니다.”

서진이 수첩을 받아 판정 칸을 봤다.

“같을 때를 안 적어 놨네.”

“안 적어 놨습니다.”

“그러면 지금 네가 정하는 거야.”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 정하면 오늘 정한 게 돼. 수를 보고 정하는 거니까.”

“어느 쪽으로 정해도 그렇습니까.”

“어느 쪽으로 정해도 그래. 넘었다고 하면 네가 파고 싶어서 그런 걸로 읽히고, 안 넘었다고 하면 네가 피하고 싶어서 그런 걸로 읽혀.”

서진은 수첩을 돌려주고 장갑을 벗었다 다시 꼈다.

“그런데 하나 더 있어. 그 온도계가 0.5까지 읽히지.”

“읽힙니다.”

“그 자가 얼마나 어긋나는지는 알아?”

“지난주에 얼음물로 영도를 맞췄습니다. 그때 0.2쯤 어긋났습니다.”

“영도에서 0.2면 영하 35에서는.”

“모릅니다. 두 점을 안 맞췄습니다.”

“그러면 오늘 수는 35가 아니라 35 근처야. 34.7일 수도 있고 35.3일 수도 있어.”

재혁이 연필 끝으로 모눈종이의 여덟째 점을 짚었다.

“자 위에 점이 걸터앉아 있습니다.”

“걸터앉은 점으로는 판정을 못 해.”

재혁은 새 줄을 긋고 적었다.

「여덟째 점 영하 35.0. 당일 자와 같음.

같을 때 어떻게 할지를 미리 안 적어 뒀음. 오늘 처음 생김.

온도계 어긋남이 영도에서 0.2였고 영하 35에서는 모름. 수는 35가 아니라 35 근처임.

오늘 판정: 「못 정함」. 못 정했으므로 안 함.」

“안 하는 쪽으로 가는 건 왜야.”

“파려면 사람 넷하고 반나절이 듭니다. 안 파는 데는 아무것도 안 듭니다.”

“그러면 그걸 적어. 안 하는 쪽을 고른 까닭.”

재혁이 한 줄을 달았다.

「같을 때는 안 하는 쪽. 까닭: 하는 쪽이 품이 크고 되돌리기 어려움.

이 규칙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 치우친 방향을 적어 둠. 늦게 파는 쪽으로 틀림.」

서진이 그 줄을 읽고 말했다.

“하나 더 있어. 자가 하나면 수가 그 근처에서 흔들릴 때 날마다 판정이 뒤집혀.”

“어제 36, 오늘 35, 내일 34면 뒤집힙니다.”

“그러면 그날마다 넷을 부르고 돌려보내고 또 부르게 돼. 부르는 데도 품이 들어.”

“자를 둘로 둘까요.”

“어떻게.”

재혁은 모눈종이 여백에 선 두 개를 그었다.

“시작하는 자를 영하 34로 올리고 멈추는 자를 영하 36으로 내립니다. 34보다 따뜻하면 시작하고, 한번 시작하면 36보다 차가워질 때까지 계속합니다.”

“그 사이에 들어온 날은.”

“하던 쪽을 그대로 합니다. 지금은 안 하던 중이니까 안 합니다.”

“왜 그렇게 하는 게 나아.”

“34에서 36 사이가 자의 어긋남보다 넓습니다. 그 안에서는 수가 흔들려도 결정이 안 흔들립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하나로 켜고 끄면 수가 결정을 흔들고, 자를 떨어뜨려 놓으면 결정이 수보다 느려져.”

“느린 게 좋은 겁니까.”

“품이 큰 일에서는 느린 게 좋아. 품이 안 드는 일에서는 자 하나로 해도 돼.”

재혁은 새 자 두 개를 적고 날짜를 머리에 달았다. 10월 19일 정함이라고 썼다.

여분 온도계를 활주로 가장자리 눈에 1센티미터만 눕혀 묻고 15분 뒤에 꺼냈다.

영하 42.0도였다.

차가 7이었다. 일곱 수가 6, 6, 7, 6, 7, 6, 7이 되었다.

「차 일곱. 일곱 점 중 넷이 6이고 셋이 7임. 「6에서 7 사이」 그대로 둠.」

2. 아홉과 삼점영

여덟 시 반에 둘이 장대 쪽으로 걸어갔다.

깃대 달린 장대가 둘 서 있었고 그 사이 눈 위에 네모난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사흘 전에 상자를 내려놨던 자리와 연장을 세웠던 자리였다.

재혁이 먼저 센 다음 손가락으로 짚으며 다시 셌다.

아홉이었다.

깊이자를 대고 아홉 개를 차례로 읽었다. 2.2, 2.5, 2.8, 2.9, 3.0, 3.1, 3.4, 3.6, 4.1이었다.

가운데가 3.0이었다.

재혁은 오늘부터 세 칸이 있는 종이를 꺼냈다. 개수 칸, 남은 깊이 가운데 칸, 풍속 칸이었다.

풍속계는 어제 창고에서 찾은 것이었다. 컵 셋이 달린 손잡이식이었고 눈금은 1미터 단위였다.

재혁이 팔을 뻗어 들고 30초를 셌다.

“초속 7미터쯤입니다.”

“쯤이지.”

“눈금이 1미터입니다. 7에서 8 사이로 적겠습니다.”

재혁은 세 칸을 채웠다.

「개수 9. 남은 깊이 가운데 3.0. 풍속 7에서 8 사이.

풍속 칸 첫 줄. 앞의 사흘은 안 쟀음. 영구 결측.」

서진이 그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오늘부터 재기 시작했으니까 어제하고 못 견주지.”

“못 견줍니다.”

“그걸 적어 둔 건 잘했어. 그런데 하나 더 있어. 지금 네가 잰 건 지금이야.”

“30초입니다.”

“지워지는 건 사흘 동안 쌓인 거야. 30초짜리 수로 사흘을 설명할 수 있어?”

재혁이 풍속계를 내려다봤다.

“못 합니다.”

“왜 못 하는지 말해 봐.”

“눈이 날기 시작하는 바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새로 온 마른 눈은 초속 6미터쯤에서도 날고, 굳어진 눈은 10미터가 넘어야 납니다.”

“그 밑에서는.”

“그 밑에서는 아무리 오래 불어도 안 납니다.”

“넘으면.”

“넘으면 많이 납니다. 날아가는 양이 바람의 세 제곱쯤으로 붙습니다.”

“그러면 사흘 동안 중요한 게 뭐야.”

“평균이 아닙니다. 넘은 때가 몇 시간이었는지입니다.”

“네 수첩에 그게 있어?”

“없습니다.”

서진이 장대 뿌리를 발로 가리켰다.

“이건 있잖아.”

장대 뿌리 쪽 눈이 한쪽으로 깎여 있었다. 반대쪽에는 조금 쌓여 있었다.

“깎인 쪽을 보면 바람 방향은 압니다.”

“방향은 알고 세기는 모르지. 그래도 넘은 적이 있었다는 건 알아. 안 넘었으면 안 깎여.”

재혁은 장대 둘의 뿌리에서 눈 높이를 재고 적었다.

「풍속 칸 머리: 손잡이식, 30초, 하루 한 번, 순간값.

순간값으로 사흘 쌓인 것을 설명하지 않음. 쌓인 바람을 재는 자가 없음.

대신 장대 뿌리 눈 높이를 같이 적음. 북쪽 장대 깎임 11밀리, 남쪽 장대 쌓임 4밀리.

이것은 「넘은 적이 있었음」까지만 말해 줌. 몇 시간이었는지는 못 말함.」

그러고 나서 재혁이 개수 칸을 다시 봤다.

30, 20, 13, 9였다.

“비율을 내 봤습니다.”

“말해.”

“30에서 20이 0.67입니다. 20에서 13이 0.65입니다. 13에서 9가 0.69입니다.”

“사흘 다 비슷하네.”

“비슷합니다. 그러면 깊이가 지워짐을 정하지 않는다는 쪽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남은 것의 가운데가 2.1, 2.6, 3.0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재혁은 종이를 서진 쪽으로 돌렸다.

“깊이가 상관없이 아무거나 지워진다면 남은 것의 가운데는 그대로여야 합니다. 올라가면 안 됩니다.”

“올라가고 있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두 수가 서로 안 맞습니다.”

서진이 쪼그려 앉아 제일 얕은 자국을 들여다봤다.

“네가 자국을 뭐라고 불렀지.”

“깊이 1밀리 넘고, 모서리가 각지고, 긴 쪽이 직선인 것입니다.”

“1밀리.”

“1밀리입니다.”

서진이 눈 표면의 한 자리를 손가락으로 둘러 보였다. 거기 뭔가 있었는데 네모라고 하기에는 흐릿했다.

“이건 몇이야.”

재혁이 자를 댔다. 0.6이었다.

“0.6입니다. 자국이 아닙니다.”

“어제도 자국이 아니었을까.”

“어제는 1.3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건 지워진 거야, 아니면 1밀리 밑으로 내려간 거야.”

재혁이 한참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내려간 겁니다.”

“그 둘이 다르니.”

“다릅니다. 지워진 건 없어진 거고, 내려간 건 여기 있는데 안 세진 겁니다.”

“그러면 네 개수가 왜 그렇게 줄었어.”

“깊이가 다 같이 얕아지고 있고, 1밀리를 지난 것이 차례로 개수에서 빠집니다.”

“남은 것의 가운데는.”

“얕은 쪽부터 빠지니까 남은 것만 보면 가운데가 올라갑니다. 깊은 게 세진 게 아니고 얕은 게 칸 밖으로 나간 겁니다.”

서진이 일어나서 장갑에 묻은 눈을 털었다.

“어제까지 너는 날마다 다른 걸 셌어.”

“같은 걸 센 줄 알았습니다.”

“어제 센 열셋하고 오늘 센 아홉 중에 겹치는 게 몇이야.”

“모릅니다. 번호를 안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못 가른 거야. 오늘 있는 걸 세는 것하고 어제 있던 걸 다시 보는 건 다른 일이야.”

재혁은 수첩을 넘겨 새 쪽에 적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그날 있는 것을 셌음. 날마다 다른 묶음임.

개수와 가운데로는 ①얕은 것이 없어짐과 ②다 같이 얕아짐을 못 가름.

오늘부터: 지금 있는 아홉에 번호를 붙임. 1부터 9.

자리 적는 법: 북쪽 장대에서 걸음 수와 방향. 사진 한 장을 같이 둠.

날마다 같은 아홉을 찾아서 각각의 깊이를 적음. 못 찾으면 「못 찾음」, 1밀리 밑이면 「0.6」처럼 수로 적음.

「없어짐」을 수로 바꿔 적을 수 있게 됨. 개수 칸과 번호 칸을 따로 둠.」

마지막에 한 줄 더 달았다.

「앞의 비율 셋 중 둘은 자국의 뜻을 글로 적기 전에 센 것임.

30과 20은 「뜻 전」, 13은 「뜻 쓴 날」, 9부터 「뜻 후」.

비율이 셋 다 비슷하다는 것도 뜻이 바뀐 구간을 섞어 놓은 것이므로 그대로 못 씀.」

3. 1-ㄴ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안 잘린 통 번호를 확인했다. 382일째였다. 잘린 통은 열이레째였다.

은재가 소분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선반 앞에 서서 어제 붙인 라벨을 봤다. 왼쪽이 ㄱ, 가운데가 ㄴ, 오른쪽이 ㄷ이었다.

“오늘 1-ㄴ입니다.”

“어제 적어 둔 대로.”

“1번을 가운데, 2번을 오른쪽, 3번을 왼쪽에 둡니다.”

은재는 통 셋을 옮겨 놓고 저울 앞에 섰다.

1번을 올렸다.

0.50이었다.

2번을 올렸다.

0.37이었다.

3번을 올렸다.

0.44였다.

은재가 세 수를 적고 더했다. 1.31이었다.

“합이 어제하고 같습니다.”

“어제 1.31이었지.”

“1.31이었습니다.”

경옥은 종이를 끌어당겨 두 줄을 나란히 썼다.

「어제: ㄱ 0.42(통1), ㄴ 0.51(통2), ㄷ 0.38(통3). 합 1.31. 오늘: ㄱ 0.44(통3), ㄴ 0.50(통1), ㄷ 0.37(통2). 합 1.31.」

“은재야, 뭐가 따라갔어.”

은재가 두 줄을 번갈아 봤다.

“자리가 따라갔습니다.”

“어떻게 알아.”

“ㄴ은 어제 0.51이고 오늘 0.50입니다. 통이 2번에서 1번으로 바뀌었는데 수가 거의 같습니다.”

“ㄷ은.”

“0.38에서 0.37입니다. ㄱ은 0.42에서 0.44입니다.”

“차가 얼마야.”

“0.01, 0.01, 0.02입니다.”

“저울 흩어짐이 얼마였어.”

“0.05입니다.”

“그러면 그 차들은.”

“자 안입니다. 어제 자리값하고 오늘 자리값이 같다고 봐도 됩니다.”

경옥이 세 통을 손가락으로 차례로 짚었다.

“어제 네가 적은 게 뭐였지.”

“통마다 다르다고 안 적고 다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오늘 그 줄을 고칠 수 있어?”

은재가 연필을 들었다가 내렸다.

“통 때문이 아니라는 쪽으로 갑니다. 통을 바꿔 놓았는데 수가 자리에 붙어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다 끝났어?”

“아닙니다. 하루 돌렸을 뿐입니다. 한 바퀴가 사흘이고 두 바퀴 돌아야 나눌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조심해.”

“점이 둘입니다. 자리 세 군데에 각각 점 둘입니다. 우연히 이렇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합이 같은 건 어때.”

“합이 같으니까 날 몫이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점이 둘입니다.”

경옥이 종이 아래쪽을 비워 두고 말했다.

“그럼 거기까지만 적어.”

은재가 적었다.

「돌림 첫날. 자리가 바뀌어도 수가 자리를 따라감. 통 몫보다 자리 몫이 커 보임.

점이 자리마다 둘. 두 바퀴 끝나는 10월 24일에 다시 봄.

오늘 적는 것: 「통 때문일 가능성이 줄었음」. 「자리 때문임」은 아직 아님.」

경옥이 선반 가운데 쪽으로 손등을 들어 보였다.

“여기 바람 오지.”

은재가 손을 들어 봤다. 가운데 자리에서 공기가 흘렀다.

“증발기 송풍구가 바로 위입니다.”

“날아가는 건 왜 날아가.”

“얼음이 녹지 않고 바로 수증기가 됩니다. 통 안 공기가 수증기로 차면 더 안 날아가는데, 바람이 그 공기를 걷어 가면 계속 날아갑니다.”

“그러니까 가운데가.”

“바람을 제일 많이 받습니다. 통 옆에 붙어 있는 얇은 공기층이 자꾸 걷힙니다.”

경옥은 실오라기 하나를 끊어 선반 가운데 턱에 붙였다. 오라기가 한쪽으로 누웠다.

“보이네.”

“보입니다.”

“그런데 자리가 왜 다른지를 알았다고 하면 안 돼.”

“왜 그렇습니까.”

“가운데는 바람도 제일 세고 송풍구에서 제일 가깝고 문에서도 제일 멀어. 셋이 같이 붙어 있어.”

“또 교락입니다.”

“또 교락이지. 자리를 갈랐더니 자리 안에 또 셋이 들어 있어.”

은재가 한 줄을 달았다.

「자리 안에 바람·송풍구 거리·문 거리가 또 붙어 있음. 오늘 가른 것은 통과 자리까지임.

바람만 보려면 바람 안 받는 자리에 통 하나를 더 둬야 함. 표에는 안 넣음. 별지에 따로 적음.」

열 시에 경옥이 제상 로그를 뽑아 왔다. 어젯밤 것이었다.

“어제 저녁에 제상 돌았어.”

“금요일이니까 평일 칸입니다.”

“그 칸이 몇 점이야.”

은재가 2×2 종이를 펼쳤다.

“제상 있고 평일인 칸이 열한 점이었습니다. 오늘 열두 점이 됩니다.”

“나머지는.”

“제상 없고 평일이 여덟 점입니다. 제상 있고 주말이 넷입니다. 제상 없고 주말이 일곱입니다.”

“합이 서른하나.”

“서른하나입니다.”

경옥이 제일 작은 칸을 연필로 둘러쌌다.

“서른한 점이라고 생각하면 많아 보이지.”

“많아 보입니다.”

“제상이 주말에 다르게 듣는지를 보려면 어느 칸을 봐야 돼.”

“넷 있는 칸입니다.”

“그러면 네가 가진 건 서른하나야, 넷이야.”

“넷입니다.”

은재가 연필 끝으로 그 칸을 짚었다.

“가장 작은 칸이 볼 수 있는 걸 정합니다. 서른한 점이 아니고 넷입니다.”

“그러면 넷을 늘릴 수 있어?”

“주말에 제상을 일부러 돌리면 됩니다.”

“돌릴 수 있어?”

은재가 잠깐 생각했다.

“제상은 성에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기계가 보고 정합니다. 사람이 날을 못 고릅니다.”

“강제로 돌리는 단추는 있잖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상은 방을 데웁니다. 시료에 일을 하나 더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안 돌립니다. 보려고 시료를 데울 수는 없습니다.”

경옥이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

“그걸 적어 둬. 안 한 까닭을 안 적으면 다음 사람이 똑같이 막힌 데서 또 서.”

은재가 적었다.

「제상+주말 칸은 점 넷. 교호작용은 이 칸이 정함.

늘리는 길: 주말에 강제 제상. 할 수 있음. 안 함.

안 하는 까닭: 보려고 시료에 일을 더 하게 됨. 이 표는 끝까지 관측으로 남김.

관측이므로 「제상이 주말에 다르다」가 나와도 다른 까닭이 섞여 있을 수 있음을 머리에 적어 둠.」

칸마다 자를 적는 일은 넷째 날이었다. 사람과 방을 따로 적는 칸은 열엿새째였고, 「봄」도 열엿새째였다.

열한 시에 은재가 수송팀 쪽 종이를 꺼냈다가 그냥 덮었다.

“오늘 주말입니다. 안 묻습니다.”

“지나간 날이 며칠이야.”

“서른입니다. 물은 날은 스물둘입니다.”

“여드레는.”

“주말이거나 쉰 날입니다.”

“그러니까 네 칸은 날마다 있는 게 아니야.”

“닷새 묶음입니다. 사이에 이틀이 빕니다.”

경옥이 그 종이를 손끝으로 톡 쳤다.

“두 번 나오면 쪽으로 세기로 했지.”

“했습니다.”

“월요일에 또 나오면 그게 두 번째야?”

은재가 멈췄다.

“금요일하고 월요일이면 사흘이 떨어져 있습니다.”

“어제하고 오늘 두 번이랑 같은 두 번이야?”

“아닙니다. 사이가 다릅니다.”

“그럼 적어.”

「「두 번이면 쪽」 규칙에 사이를 같이 적음. 두 번 사이가 하루인지 사흘인지를 쪽 옆에 적음.

주말이 끼면 사이가 벌어짐. 사이가 벌어진 두 번은 약하게 셈.」

4. 넷이 하나

열한 시 반에 은재가 새 시험 종이를 가지고 왔다.

통 안 옮기고 열나흘을 재는 시험이었다. 넷째 날이었다.

“영 점 영사, 영 점 영오, 영 점 영삼 마이너스였습니다. 오늘은 영 점 영육 마이너스입니다.”

“넷 평균이.”

“영 점 영사오 마이너스입니다.”

“기준이 0.10이고 판정일이 30일이지.”

“그렇습니다.”

경옥이 숫자 넷을 봤다.

“지금 넘었어?”

“안 넘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뭘 알았어?”

은재가 계산기를 꺼냈다.

“어제 열나흘을 유효 셋 하고 반으로 셌습니다. 그 셈을 넷에 대고 하면, 4 곱하기 0.4 나누기 1.6입니다.”

“얼마야.”

“1입니다.”

“넷이 하나야.”

“넷이 하나입니다. 하루 흩어짐이 0.06이니까 평균의 자도 0.06입니다.”

“평균이 0.045고 자가 0.06이면.”

“0을 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경옥이 손을 비비고 말했다.

“그러면 너는 왜 날마다 보고 있어.”

은재가 종이를 쥐고 있다가 대답했다.

“넘었는지 보고 있었습니다.”

“날마다 보면서 넘었는지 보는 게 왜 안 좋아.”

“열나흘 동안 열네 번 봅니다. 열네 번 보면 그중 한 번은 그냥 흔들림으로 넘어갑니다.”

“넘어간 그 한 번을 보고 멈추면.”

“흔들림을 결과로 적게 됩니다.”

“그러면 사전등록에 뭐라고 적어야 돼.”

은재는 새 줄을 긋고 적었다.

「보는 일을 둘로 나눔.

① 운영 점검: 날마다 봄. 기계가 도는지, 기록계가 멈췄는지, 수가 터무니없는지를 봄. 판정에 안 씀.

② 판정: 10월 30일 하루만 봄. 열나흘 평균 하나로만 봄.

중간에 넘은 날이 있어도 멈추지 않음. 멈추면 그 날이 결과가 됨.

사전등록 항목에 이 줄을 넣음. 다섯에서 여섯이 됨.」

“하나 더.”

“말씀하십시오.”

“오늘 중간에 보니까 0에 붙어 있잖아. 그걸 보고 기분이 어때.”

“기준이 0.10이니까 멀어 보입니다.”

“그게 위험해.”

“왜 그렇습니까.”

“넷이 하나인데 멀어 보인다는 느낌이 생기면, 열나흘 끝에 0.09가 나와도 네가 안 믿을 거야. 중간에 본 게 네 머리에 먼저 자리를 잡으니까.”

은재가 종이를 뒤집어 운영 점검 칸을 뒷면으로 옮겼다.

「운영 점검 수는 뒷면에 적음. 앞면에는 날짜와 「점검함」만 적음.

내가 중간 수를 덜 보게 만듦.」

5. 세 자리 두 속도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험을 쟀다. 열여섯째 점이었다. 짧게 잰 아침 칸은 0.01까지 적고, 열 분 동안 잰 칸은 0.001까지 따로 적었다.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는 여덟째 점이었다. 0.11에서 이어 0.12가 나왔다.

오늘은 편차표를 만드는 날이었다.

쿼츠 데크는 10월 22일에 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사흘이 남았다.

정한은 종이에 먼저 칸을 그렸다. 가로에 두 속도, 세로에 세 자리였다. 여섯 칸이었다.

자기 데크의 전원을 켜고 시계를 봤다.

바로 재지 않았다.

「켠 시각 9시 20분. 재기 시작 10시 00분. 예열 40분.

까닭: 모터가 찬 동안에는 속도가 다름. 아침 첫 재기와 오후 재기가 다르면 자리 차인 척함.

예열 시간을 표 머리에 적음.」

열 시에 정한은 쿼츠 데크로 기준음을 떴다. 1킬로헤르츠 하나를 30분짜리 릴에 통째로 녹였다. 쿼츠 데크는 수정으로 돌아서 전원 쪽과 상관이 없었다.

그 릴을 자기 데크에 걸고 재생했다. 나오는 소리의 높이를 재면 속도 어긋남이 나왔다.

38센티 속도로 릴 앞에서 쟀다. 1002.1헤르츠였다. 더하기 0.21퍼센트였다.

가운데에서 쟀다. 1001.8이었다. 더하기 0.18이었다.

끝에서 쟀다. 1000.9였다. 더하기 0.09였다.

정한은 거기서 멈추고 종이를 봤다.

앞에서 끝으로 가면서 수가 내려갔다. 그런데 앞에서 끝으로 가는 동안 시간도 흘렀다.

정한은 릴을 되감고 거꾸로 한 번 더 쟀다.

끝에서 쟀다. 1000.8이었다.

가운데에서 쟀다. 1001.9였다.

앞에서 쟀다. 1002.2였다.

두 줄을 나란히 적었다.

「앞가운데끝: 0.21 / 0.18 / 0.09. 끝가운데앞: 0.08 / 0.19 / 0.22.

같은 자리 두 수의 차: 앞 0.01, 가운데 0.01, 끝 0.01.

순서를 뒤집어도 자리값이 그대로임. 시간에 따라 흐른 몫은 거의 없음.」

정한은 그 아래에 까닭을 적었다.

「한 방향으로만 재면 앞·가운데·끝이 아침·낮·오후가 됨. 기계가 데워지며 흐르는 몫이 자리값에 얹힘.

되짚어 한 번 더 재면 흐른 몫이 앞뒤로 갈라져 서로 깎임.

품은 두 배. 얻는 것은 「자리값이냐 시간이냐」의 가름.」

19센티 속도로 같은 일을 두 번 했다. 앞 0.35, 가운데 0.30, 끝 0.22가 나왔고 뒤집어 재니 0.21, 0.31, 0.36이 나왔다.

여섯 칸이 다 찼다.

정한은 두 속도를 견줬다.

느린 속도에서 어긋남이 더 컸다. 앞에서 끝으로 가며 줄어드는 모양은 두 속도가 같았다.

「릴이 풀리면서 감긴 쪽 지름이 커지고 풀리는 쪽은 작아짐. 테이프에 걸리는 당김이 그만큼 바뀜.

속도는 캡스턴이 정하는데 당김이 바뀌면 테이프가 롤러에서 아주 조금 미끄러짐.

앞에서 많이 미끄러지고 끝에서 덜 미끄러짐. 느린 속도에서 더 크게 나옴.」

점심을 먹고 정한은 표에 머리를 달았다.

「자기 데크 속도 편차표. 10월 19일 기준. 예열 40분. 쿼츠 데크 기준음 1킬로헤르츠.

세 자리 × 두 속도. 각 칸 두 번(정순·역순).」

그리고 그 아래 한 단을 길게 적었다.

「이 표를 보정표로 쓸 수 있는가.

못 씀. 까닭 셋.

① 당김은 테이프 두께와 미끄러움에 따라 다름. 이 표는 이 릴 하나에서 나온 것임.

② 파일 안의 어느 자리가 릴의 어느 자리인지는 시간으로 역산할 수 있음. 이건 됨.

③ 오늘 0.21이던 것이 다음 달에도 0.21인지는 모름. 롤러가 닳음.

그러므로 이 표는 「빼는 수」가 아니라 「이 데크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의 폭」임.

쓰는 법: 같은 릴을 다시 뜰 때는 빼서 씀. 다른 릴을 뜰 때는 안 빼고 폭으로만 적음.

0.1에서 0.4퍼센트 사이, 늘 빠른 쪽으로.」

정한은 거기서 연필을 놓고 한참 종이를 봤다.

「빼는 수와 폭은 다른 것임.

되풀이되는 어긋남은 빼면 없어짐. 되풀이되는지 모르는 어긋남은 빼면 안 됨.

빼면 안 되는 것을 빼면 수가 깨끗해지고, 깨끗해진 만큼 틀린 것을 믿게 됨.

못 빼는 것은 폭으로 남겨 둠. 폭은 지저분하지만 안 거짓말함.」

오후에 남은 일을 셌다. 시험 테이프 둘을 쿼츠 기준으로 재는 데 두 시간, 이관 대기 릴 넷의 험을 쿼츠 재생으로 재는 데 하루였다. 20일과 21일에는 압흔 판독이 있었다.

정한은 20일 아침을 테이프 둘에 쓰기로 적고, 릴 넷은 21일 저녁부터 밤까지로 잡았다.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고 여드레가 남았다.

「안 지나감」은 열하루째였다.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이 엿새째였고, 안 보는 날이 아흐레째였다.

짐작 칸은 열다섯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로 적혀 있었다.

6. 열세 칸

하람은 열 시에 어머니 집에 들렀다. 토요일이었다.

들어가서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아흐레째였다.

「①왔어 ②차 가지고 왔어 ③오늘 무슨 요일이야」

말 아닌 것 칸은 열흘째였다. 창 쪽을 두 번 봤고, 식탁 위 컵을 한 번 옮겼다.

핀 칸은 열두째 점이었다. 다섯이었다. 열한 점이 5에서 7 사이였고 오늘도 그 안이었다.

전화 줄은 열하루째였다. 조사표를 낸 뒤 나흘이 지났고 「안 옴」이 열한 줄이 되었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고 차량 일지는 10월 21일에 받기로 되어 있었다.

제비 봉투에서 여섯째 블록 여섯째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색인 시험 셋째 날짜를 정해야 했다.

하람은 색인을 펼쳐 날짜 줄을 눈으로 훑다가 손을 멈췄다.

고르려고 보니까 이미 두 개가 눈에 들어와 있었다. 둘 다 최근에 읽은 쪽에 있는 날짜였다.

하람은 색인을 덮었다.

종이를 작게 잘라 열두 장을 만들고 날짜를 하나씩 적었다. 색인을 안 보고, 수첩 앞쪽 달력에서 아무 날이나 집었다. 접어서 봉투에 넣고 흔들었다.

한 장을 뽑았다. 9월 6일이었다.

「셋째 시험 표적 9월 6일. 제비로 뽑음.

내가 고르면 내가 아는 날짜를 고름. 오늘 고르려다 눈에 먼저 들어온 둘이 다 최근에 본 쪽이었음.

뽑은 날짜는 봉투째로 수첩에 끼워 둠. 다음 열두 장을 미리 만들어 둠. 날마다 만들면 그날 기분이 섞임.」

열두 시 반에 어머니를 센터 차에 태워 보냈다.

하람은 차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관 앞 계단에 섰다.

수첩 맨 뒤에 안 지운 두 줄이 있었다. 하나는 계단 칸수였다.

하람은 계단을 셌다.

열세 칸이었다.

한 칸 높이를 자로 쟀다. 17센티였다. 손잡이는 오른쪽에만 있었다.

적고 나서 하람은 그 줄을 지우려고 연필을 거꾸로 들었다가 그대로 두었다.

왜 적어 뒀는지가 안 적혀 있었다.

하람은 한참 서 있다가 아래에 적었다.

「계단 열세 칸. 한 칸 17센티. 손잡이 오른쪽만. 10월 19일 셈.

이 줄을 언제 왜 적었는지 안 적어 뒀음. 세고 나서도 어디에 쓰는지를 모름.

할 일만 적고 까닭을 안 적으면 다 하고도 못 씀.

오늘부터 할 일 칸 옆에 「무엇에 쓸 것인지」를 한 줄 적음.

이 줄에 뒤늦게 붙이는 까닭: 센터 조사표에 집 구조 칸이 있었던 것 같음. 「같음」이라고 적음. 확인 뒤에 고침.」

남은 한 줄은 정숙의 유족이었다. 기한이 10월이었다.

열이틀이 남아 있었고 아직 아무 칸도 없었다.

하람은 그 줄 아래에 셋을 적었다.

「①동 주민센터에 「유족 연락을 어디에 묻는지」를 물음. 10월 21일. 전화. ②센터 최영숙 선생님께 정숙 씨 가족이 센터에 온 적 있는지 물음. 오늘. ③정숙 씨 옆집에 쪽지. 10월 24일.

셋 다 「연락처를 받는 일」이 아니고 「물을 데를 줄이는 일」임.

열이틀 남았으므로 하나씩 하면 늦음. 셋을 같이 띄움.」

한 시에 센터로 갔다. 최영숙과 얘기한 것이 61차였다.

하람은 어제 적은 자리 칸 종이를 펼쳐 놓고 먼저 ②를 물었다. 최영숙은 명단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월요일에 답을 주기로 했다.

그다음에 하람이 말했다.

“어제 적은 게 있어요. 집에서 여덟 주 안 나온 이름이 여기서는 자주 나온다고요.”

“자리 때문인지 저 때문인지요.”

“그걸 가르려면 제가 여기서 묻거나, 선생님이 집에 오셔야 해요.”

최영숙이 웃었다.

“둘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까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말씀해 보세요.”

“제가 여기서 그 이름을 물으면, 어머니가 그 이름을 들은 게 돼요.”

“들으면 다음에 더 잘 나오죠.”

“네. 그러면 다음 주에 집에서 물어봐도 그건 집이 한 게 아니고 지난주에 들은 게 한 거예요.”

“묻는 일 자체가 다음 수를 바꿔 놓는 거네요.”

“바꿔 놓아요. 한번 쓴 이름은 두 번째 자리에서는 같은 이름이 아니에요.”

최영숙이 종이를 들여다봤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하람은 수첩에 이름 여섯을 적었다.

“여덟 주 동안 안 나온 이름이 여섯 개예요. 둘로 나누려고요. 셋은 제가 집에서만 묻고, 셋은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날에만 물으시고요.”

“같은 분한테 두 조건을 같이 거는 거네요.”

“같은 사람에 같은 날이요. 이름만 다르게요. 그러면 사람이 달라서 생기는 차는 빠져요.”

“이름끼리 다른 건 어떡해요.”

“어느 셋을 어느 쪽에 줄지도 제비로 뽑을 거예요.”

최영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날은 평소하고 다른 날이 돼요.”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어머님이 저를 집에서 보시면 놀라실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날은 다른 칸들은 다 쉬려고요. 핀도 안 세고 걸음도 안 재고요.”

“왜요.”

“그날 수는 다른 일이 섞인 수니까요. 섞인 수를 평소 칸에 넣으면 평소 칸이 더러워져요.”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자리와 사람을 가르는 법.

같은 사람·같은 날·이름을 반으로 나눔. 이름 여섯을 셋씩. 어느 셋인지는 제비.

한번 물은 이름은 다음 자리에서 다시 안 씀. 들은 것이 남아 있음.

최 선생님 집 방문일은 「다른 일 있은 날」로 표시. 그날 다른 칸은 쉼.

표시를 안 하면 그 날 수가 평소 수인 척 들어옴.」

세 시에 센터에서 나왔다.

버스에서 하람은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열셋째로 채웠다. 좁게 적기 엿새째였고, 좁은 것만 열이 되는 날은 10월 23일이었다.

하람은 수첩 맨 뒤를 다시 펼쳤다.

한 줄은 지워져 있었고 한 줄은 밑에 셋이 붙어 있었다.

줄은 여전히 둘이었는데 생김새가 달라져 있었다.


자와 같은 값이 나왔을 때 어떻게 할지를 미리 적어 두지 않으면 그날 사람이 정하게 되었다. 그날 정하면 어느 쪽으로 정해도 수를 보고 정한 것이 되었으므로, 안 하는 쪽을 골랐고 고른 까닭과 치우친 방향을 같이 적었다. 자가 하나뿐이면 수가 그 근처에서 흔들릴 때 날마다 결정이 뒤집혔다. 켜는 자와 끄는 자를 떨어뜨려 놓으니 결정이 수보다 느려졌고, 품이 큰 일에서는 느린 것이 나았다.

읽은 수는 자와 같은 것이 아니라 자 근처였다. 영도에서 0.2 어긋난 자가 영하 35도에서 얼마나 어긋나는지는 두 점을 안 맞췄으므로 몰랐다. 모르는 폭이 경계를 물고 있을 때 판정은 「넘음」도 「안 넘음」도 아니고 「못 정함」이었다.

뒤늦게 재기 시작한 칸은 그 앞을 영원히 비워 두었다. 그리고 30초 동안 잰 수로는 사흘 동안 쌓인 일을 설명할 수 없었다. 눈은 바람이 어느 세기를 넘어야 날기 시작했고 넘으면 세기의 세 제곱쯤으로 날았으므로, 중요한 것은 평균이 아니라 넘은 때가 몇 시간이었는지였다. 그것을 재는 자가 없었다. 장대 뿌리의 깎인 눈이 「넘은 적이 있었음」까지는 말해 주었고 몇 시간이었는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개수는 서른에서 아홉까지 줄었고 줄어드는 비율은 사흘 다 비슷했으며 남은 것의 가운데는 계속 올라갔다. 두 수가 서로 맞지 않았다. 아무거나 지워진다면 남은 것의 가운데가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맞지 않는 까닭은 1밀리라는 뜻에 있었다. 자국들이 다 같이 얕아지고 있었고 1밀리를 지난 것이 차례로 개수에서 빠졌으므로, 없어진 것이 아니라 뜻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지워진 것과 안 세진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 둘을 가르지 못한 까닭은 날마다 다른 묶음을 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있는 것을 세는 일과 어제 있던 것을 다시 보는 일은 다른 일이었다. 번호를 붙이고 자리를 적어 두면 「없어짐」을 0.6이라는 수로 바꿔 적을 수 있었다. 수로 적을 수 있는 것을 개수로만 적으면 셈이 뜻을 먹었다.

자리를 돌리니 어제 못 가른 것이 갈리기 시작했다. 통을 바꿔 놓았는데 수가 자리에 붙어 있었으므로 통 때문일 가능성이 줄었다. 그래도 적은 것은 「통 때문이 아닐 수 있음」까지였다. 하루 돌렸을 뿐이고 자리마다 점이 둘이었다. 합이 어제와 같아서 날 몫이 작아 보인 것도 점이 둘이었다. 그리고 자리를 갈랐더니 자리 안에 바람과 송풍구 거리와 문 거리가 또 붙어 있었다. 가르면 그 안에 또 붙은 것이 있었고, 그래서 가르는 일은 끝나지 않고 다만 한 겹씩 얇아졌다.

서른한 점이 있었지만 보려는 것은 가장 작은 칸에 있었고 그 칸에는 넷이 있었다. 그러므로 가진 것은 서른하나가 아니라 넷이었다. 그 넷을 늘리는 길이 있었고, 늘리려면 보려고 시료에 일을 하나 더 해야 했으므로 하지 않았다. 안 한 까닭을 적어 두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똑같은 데서 다시 멈춰 섰다.

넷을 모았는데 유효한 것은 하나였다. 넷이 하나인 동안에 날마다 들여다보며 넘었는지를 보는 일은 판정이 아니었다. 열네 번 보면 그중 한 번은 흔들림만으로 넘어갔고, 그 한 번에서 멈추면 흔들림이 결과가 되었다. 그래서 보는 일을 둘로 나누었다. 날마다 보는 것은 기계가 도는지 보는 일이고, 날에 보는 것은 판정하는 일이었다. 중간에 본 수는 뒷면에 적었다. 먼저 본 수가 머리에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 나온 수를 안 믿게 되었다.

순서대로만 재면 앞·가운데·끝이 아침·낮·오후가 되었다. 기계가 데워지며 흐른 몫이 자리값에 얹혀 들어왔다. 되짚어 한 번 더 재니 흐른 몫이 앞뒤로 갈라져 서로 깎였고, 품은 두 배가 들었고 얻은 것은 자리값이냐 시간이냐의 가름이었다.

여섯 칸이 다 찬 표는 보정표가 아니었다. 되풀이되는 어긋남은 빼면 없어졌지만 되풀이되는지 모르는 어긋남은 빼면 안 되었다. 빼면 안 되는 것을 빼면 수가 깨끗해지고 깨끗해진 만큼 틀린 것을 믿게 되었다. 못 빼는 것은 폭으로 남겼다. 폭은 지저분했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고르려고 보았더니 이미 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있었고, 그것들은 다 최근에 본 쪽에 있었다. 내가 고르면 내가 아는 것을 고르게 되었으므로 봉투를 흔들어 뽑았다. 다음 열두 장은 미리 만들어 두었다. 날마다 만들면 그날의 기분이 섞여 들어갔다.

한번 물은 이름은 두 번째 자리에서 같은 이름이 아니었다. 묻는 일 자체가 다음 수를 바꿔 놓았으므로, 자리를 바꿔 묻고 싶으면 이름을 반으로 나눠야 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날 다른 이름을 거는 것이었고, 어느 셋을 어느 쪽에 줄지는 제비로 뽑았다. 그리고 가르려고 만든 그날은 평소와 다른 날이 되었으므로 다른 칸들을 쉬게 했다. 섞인 수를 평소 칸에 넣으면 평소 칸이 더러워졌다.

계단은 열세 칸이었고 한 칸이 17센티였다. 세고 나서도 어디에 쓰는지를 몰랐다. 할 일만 적고 까닭을 안 적으면 다 하고도 못 썼다. 기한이 열이틀 남은 줄 아래에는 셋이 붙었고, 셋 다 받는 일이 아니라 물을 데를 줄이는 일이었다.

줄은 여전히 둘이었고 생김새가 달라져 있었다. 밖에서는 바늘 하나가 사흘을 품고 있었고, 그 아래 얼음 속 공기는 바늘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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