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70화 - 갈림

제70화 「갈림」
1. 사흘치 하나
「10월 18일. 금요일.」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일곱째 날이었다.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를 열고 온도계를 읽었다.
영하 36도였다.
수첩에 일곱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 36이었다.
모눈종이에 점 하나를 더 찍었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10월 31일에 긋기로 적어 둔 것이 어제의 어제부터 그대로 있었다.
「점 일곱. 줄 안 그음.
오늘 36. 당일 판정 자가 영하 35임. 자 안임. 하루 더 안 팜.」
여분 온도계를 활주로 가장자리 눈에 1센티미터만 눕혀 묻었다. 십오 분 뒤에 꺼냈다.
영하 42도였다.
차가 6이었다. 여섯 수가 6, 6, 7, 6, 7, 6이 되었다.
「차 여섯. 넷이 6이고 둘이 7임. 「6에서 7 사이」 그대로 둠. 가운데를 소수로 안 적음.」
여덟 시에 서진이 삽을 들고 시추동에서 나왔다.
“오늘 읽는 날이지.”
“사흘째입니다. 15일 저녁에 넣고 막았습니다.”
“그럼 가자.”
눈굴 입구는 눈블록으로 막혀 있었다. 이음새는 사흘 전보다 더 희었고 손가락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았다. 재혁이 눈톱으로 위쪽 블록을 켜 냈다.
“몇 분 걸릴까.”
“꺼내는 데 1분, 세팅에 2분입니다.”
“적어.”
재혁은 수첩에 시각을 먼저 적었다. 8시 11분이었다.
안쪽 선반에 작은 금속 상자가 놓여 있었다. 최대값을 잡아 두는 기록계였다. 재혁이 들어가 상자를 들고 나왔다.
바늘이 멈춰 있는 자리를 읽었다.
영하 44.8도였다.
서진이 눈금을 함께 봤다.
“사흘 중에 제일 높았던 값이야.”
“사흘 전에는 안쪽이 영하 46.2였습니다.”
“그러니까 1.4도 올라간 때가 한 번은 있었다는 뜻이고.”
“언제인지는 안 나옵니다.”
“안 나와.”
재혁은 상자를 뒤집어 보았다. 바늘이 하나였고 시계가 붙어 있지 않았다.
“값만 주고 때를 안 줍니다.”
“그래서 이 자는 「얼마나」만 알려 주고 「언제」는 안 알려 줘.”
재혁은 상자를 눈 위에 내려놓고 수첩을 펼쳤다.
「최대값 영하 44.8. 사흘치 하나임.
문제: 사흘에 한 번 읽는 최대와 하루에 한 번 읽는 최대는 같은 수가 아님.
사흘 동안 제일 높은 값은 하루 동안 제일 높은 값보다 작을 수가 없음. 늘 같거나 큼.」
서진이 그 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핵심이야. 더 적어.”
재혁은 연필을 다시 들었다.
「날이 늘면 최대값은 올라감. 날씨가 변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뽑는 묶음이 커져서 올라감.
전에 하루 두 번 읽었음.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방을 데우니까 사흘 한 번으로 줄였음.
교란은 줄었음. 그런데 적히는 수가 다른 수가 되었음.
하루치 최대 열 개와 사흘치 최대 하나를 같은 칸에 적으면 안 됨.」
“하루치로 고칠 방법은 없습니까.”
“셋으로 나누면 되냐.”
“안 됩니다. 평균이 아니니까요.”
“그래. 평균이면 나누면 되는데 최대는 안 돼.”
서진이 장갑으로 상자를 가리켰다.
“하루치 최대로 바꾸려면 흔들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 그걸 모르고 환산하면 환산한 사람이 수를 정하는 거야.”
“모르면 어떻게 합니까.”
“안 바꿔. 간격 바꾼 날부터 칸을 새로 그어.”
재혁은 수첩에 가로줄을 그었다.
「10/15부터 다른 칸. 앞의 칸과 뒤의 칸을 한 줄에 안 세움.
칸 머리에 적을 것: 「읽는 간격 사흘」.
간격이 적혀 있지 않은 최대값은 쓸 수 없음.」
서진이 상자를 받아 들고 안쪽 선반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
“뭡니까.”
“지금 읽은 44.8이 누구 몫인지 몰라.”
재혁은 입구를 봤다. 열어 둔 구멍으로 바깥 공기가 내려가고 있었다.
“사흘 전에 넣을 때 들어갔습니다. 오늘도 들어갔습니다.”
“그때 네 몸이 100와트짜리 난로였고 입구가 열려 있었어. 44.8이 그 몇 분 사이에 찍힌 건지 아닌지를 이 자는 안 알려 줘.”
“적어 두면 뺄 수 있습니까.”
“못 빼. 때를 모르니까.”
재혁은 블록을 다시 올려 입구를 막고 이음새에 가루눈을 눌러 넣었다. 8시 19분이었다.
수첩에 두 줄을 더 적었다.
「내가 들어간 시각 8:118:19. 사흘 전 넣은 시각 15일 19:4019:52.
교란 시각을 적어 둠. 그런데 최대값에서 교란 몫을 뺄 수는 없음. 이 자가 때를 안 주므로.
적어 두는 것이 빼 주지는 않음. 적어 두는 것은 다음 사람이 의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임.」
“의심할 수 있게만 해 주는 게 쓸모가 있습니까.”
“있어.”
서진이 삽을 어깨에 걸쳤다.
“의심할 데를 모르면 다 믿거나 다 버려. 둘 다 틀려.”
2. 열셋과 이점육
열 시에 둘은 상자가 서 있던 자리로 갔다.
흰 코어 상자 쉰아홉을 눈굴로 옮긴 자리였다. 상자가 눌러 놓은 네모 자국이 눈 위에 남아 있었다.
그제는 서른이었고 어제는 스물이었다.
재혁은 쪼그려 앉아 하나씩 세었다.
열셋이었다.
“열셋입니다.”
“깊이도.”
재혁은 얇은 쇠자를 꺼내 자국 안쪽 바닥에 세웠다. 열셋을 다 쟀다.
1.8, 2.4, 2.6, 3.1, 2.6, 2.0, 2.9, 2.6, 3.4, 2.2, 2.6, 3.0, 2.7이었다.
가운데를 찾았다. 2.6이었다.
“어제 2.1이었습니다. 오늘 2.6입니다.”
“올라갔네.”
“개수는 스물에서 열셋으로 줄었고 깊이는 2.1에서 2.6으로 올라갔습니다.”
서진이 눈 위에 쪼그려 앉았다.
“어제 뭐라고 적었어.”
“얕은 것이 먼저 지워져서 남은 것이 질깁니다. 바람이 약해진 것이 아닙니다.”
“오늘 그 수가 나왔어.”
재혁은 수첩을 펼쳤다.
「개수 30 → 20 → 13. 하루에 열, 하루에 일곱 지워짐.
남은 것의 깊이 가운데 2.1 → 2.6.
어제 세운 것이 오늘 두 칸으로 확인됨. 개수 칸만 보면 지워지는 속도가 느려짐. 깊이 칸을 보면 남은 것이 깊어진 것임.」
“하나 더 나왔는데.”
서진이 재혁의 수첩을 봤다.
“어제 열에서 오늘 일곱으로 줄었어. 비율로는 서른의 삼분의 일, 스물의 삼분의 일 넘게야.”
“비율은 비슷합니다.”
“비슷한데 비슷하면 안 되는 거야.”
재혁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어 봤다.
“깊은 것만 남았으니까 지워지기 더 어려워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둘 중 하나야.”
서진이 자국 하나를 손으로 쓸었다.
“깊이가 지워짐을 정하는 게 아니거나, 아니면 바람이 어제보다 세졌거나.”
“가름이 안 됩니다.”
“안 돼. 바람을 안 적었으니까.”
재혁은 수첩에 적었다.
「개수가 줄어드는 비율이 이틀 다 비슷함. 남은 것이 깊어졌는데도 비슷함.
둘 중 하나임: ①깊이가 안 듣는다 ②어제보다 바람이 셌다.
바람을 안 적었으므로 못 가름. 오늘부터 풍속 칸 신설.
칸 셋이 됨: 개수 / 남은 것의 깊이 가운데 / 풍속.」
서진이 일어서다가 멈췄다.
“그리고 네가 센 열셋이 자국인지 어떻게 정했어.”
“눈으로 봤습니다.”
“어제도 눈으로 봤고 그제도 눈으로 봤지. 세 번 다 같은 눈이야?”
재혁은 자국 하나와 그 옆의 얕은 홈을 번갈아 봤다. 얕은 홈은 바람이 깎아 놓은 것이었고 모서리가 둥글었다.
“모서리가 다릅니다. 상자 자국은 각이 섭니다.”
“그걸 적어 둬.”
“어제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스물이 오늘 네 손에서 스물이 아닐 수도 있어.”
재혁은 수첩에 네모를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썼다.
「자국의 뜻: 깊이 1밀리 넘음 + 모서리가 각짐 + 긴 쪽이 직선.
이 셋을 다 맞으면 자국으로 셈. 하나라도 아니면 안 셈.
이 뜻을 오늘 처음 적음. 10/16·10/17의 30과 20은 뜻이 적히기 전의 수임. 칸 옆에 「뜻 전」 표기.
뜻을 안 적으면 개수는 그날 사람의 수가 됨.」
바람이 남쪽에서 왔다. 깃대 둘이 같은 쪽으로 누워 있었다.
재혁은 풍속계를 가지러 시추동으로 돌아갔다.
3. 셋과 하나
인천 저온시료동은 영하 30도였다.
경옥은 9시에 들어가 안 잘린 통 번호를 확인했다. 381일째였다. 잘린 통은 열엿새째였다.
은재가 소분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작은 밀폐통 셋이 들어 있었다.
“오늘입니까.”
“오늘이야. 넷째 날.”
“셋을 따로 잽니다.”
“따로 재고, 합도 적고, 셋의 차도 적어.”
은재는 저울 앞에 섰다. 눈금이 0.01그램까지 나오는 저울이었다.
첫 통을 올렸다.
0.42였다.
둘째 통을 올렸다.
0.51이었다.
셋째 통을 올렸다.
0.38이었다.
은재는 세 수를 적고 더했다. 1.31이었다.
“합이 1.31입니다.”
“전에는.”
“하루치를 한 번에 쟀을 때 1.2쯤 나왔습니다. 사흘 모아 재면 1.0이었습니다.”
“모아 재면 작게 나왔지. 영하에서도 얼음이 날아가니까.”
경옥이 세 수를 봤다.
“셋의 폭이 얼마야.”
“0.51에서 0.38입니다. 0.13입니다.”
“저울이 같은 걸 두 번 재면 얼마나 어긋났어.”
“지난주에 열 번 쟀습니다. 흩어짐이 0.05였습니다.”
“그러면 두 수의 차에 실리는 자는.”
은재가 잠깐 멈췄다.
“두 번 재니까 0.05에 루트 2를 곱합니다. 0.07입니다.”
“폭 0.13이고 자가 0.07이야.”
“두 배가 못 됩니다.”
“그러면 뭐라고 적을까.”
은재는 종이를 보다가 연필을 들었다.
「셋 폭 0.13. 차의 자 0.07. 1.9배.
「통마다 다름」으로 안 적음. 「다를 수 있음」으로 적음.
두 배가 못 되므로 자 안인지 밖인지를 지금 못 정함. 점을 더 모음.」
“잘했어.”
경옥이 세 통을 손가락으로 차례로 짚었다.
“그런데 다르다고 치면, 왜 다를까.”
“뚜껑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루가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은재가 선반을 봤다. 통 셋이 왼쪽부터 차례로 놓여 있었다.
“자리가 다릅니다.”
“그래. 넷째 날까지 쭉 같은 자리에 뒀어.”
“그러면 통 몫과 자리 몫이 붙어 있습니다.”
“붙어 있지. 가를 수가 없어.”
은재는 선반 자리에 종이 라벨을 붙였다. 왼쪽에 ㄱ, 가운데에 ㄴ, 오른쪽에 ㄷ이라고 적었다.
「통 번호 1·2·3. 자리 ㄱ·ㄴ·ㄷ.
오늘까지 1-ㄱ, 2-ㄴ, 3-ㄷ 고정이었음. 통 차와 자리 차가 교락됨.
내일부터 날마다 한 칸씩 돌림. 1-ㄴ, 2-ㄷ, 3-ㄱ. 그다음 1-ㄷ, 2-ㄱ, 3-ㄴ.
사흘이면 한 바퀴. 두 바퀴 돌면 통 몫과 자리 몫을 따로 셀 수 있음.
돌리는 순서를 오늘 미리 적어 둠. 수를 보고 정하지 않음.」
경옥이 라벨을 보고 물었다.
“돌리면 품이 늘지.”
“옮기는 동안 뚜껑을 여는 건 아니니까 손실은 안 늡니다. 드는 횟수만 늡니다.”
“하루 세 번.”
“사흘이면 아홉 번입니다.”
“그걸 적어.”
은재가 품 칸에 아홉을 적었다.
“그런데 선생님.”
“말해.”
“한 번에 재면 저울 오차가 한 번이고 따로 재면 세 번입니다. 합의 오차는 커집니다.”
“커져.”
“그런데 따로 재니까 셋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경옥이 통 셋을 상자에 넣으며 말했다.
“같은 품으로 다른 것을 아는 거야. 합을 잘 알고 싶으면 한 번에 재고, 어디서 흩어지는지를 알고 싶으면 따로 재. 둘 다 잘하는 길은 없어.”
“고르는 겁니까.”
“고르는 거야. 그리고 고른 걸 적어 둬. 안 적으면 다음 사람이 왜 셋으로 쪼갰는지 몰라서 합쳐 버려.”
은재는 종이 맨 위에 한 줄을 달았다.
「셋으로 쪼갠 까닭: 흩어짐이 어디서 오는지를 보려는 것. 합의 정확도는 일부러 내놓음.」
4. 영 점 영칠
열한 시에 은재가 새 시험 종이를 가지고 왔다.
통 안 옮기고 열나흘을 재는 시험이었다. 셋째 날이었다.
“첫 점 영 점 영사 마이너스, 둘째 점 영 점 영오 마이너스입니다.”
“오늘은.”
“영 점 영삼 마이너스입니다.”
경옥이 세 점을 봤다.
“기준이 0.10이고 판정일이 30일이지.”
“그렇습니다.”
“어제 뭘 그렇게 오래 봤어.”
“지난달 표를 봤습니다.”
은재가 공책을 펼쳐 숫자 줄을 짚었다.
“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며칠씩 붙어 갑니다. 오늘이 어제를 닮고 어제가 그제를 닮습니다.”
“그러면.”
“열나흘을 모아도 열나흘만큼이 아닙니다.”
“그러면 열나흘이 몇 날이야.”
은재는 계산기를 꺼냈다.
“닮음을 0.6으로 놓으면 14 곱하기 0.4 나누기 1.6입니다. 3.5입니다.”
“하루 흩어짐이 얼마야.”
“지금까지 0.06쯤입니다.”
“그러면 열나흘 평균의 자는.”
“0.06 나누기 루트 3.5입니다. 0.032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끌어당겼다.
“기준 0.10은 그 자의 세 배가 넘어.”
“넘습니다. 0.10이 진짜로 있으면 열나흘로 잡힙니다.”
“0.05가 있으면.”
은재가 숫자를 눌렀다.
“1.6배입니다. 못 잡습니다.”
“그러면 이 시험이 가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차가 얼마야.”
“0.07쯤입니다.”
“그걸 오늘 적어.”
은재가 종이 아래쪽에 네모를 그렸다.
「이 시험이 가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차: 0.07.
판정일 10/30에 「넘지 않음」이 나와도 「차가 없음」이 아님. 「0.07보다 작음」임.
이 줄을 판정일 전에 적어 둠. 결과를 본 뒤에 적으면 변명이 됨.」
“이걸 왜 지금 적어야 하냐면.”
경옥이 앞선 시험 종이를 옆에 놓았다.
“지난번에 「안 넘음」이 나왔을 때 그걸 「없다」로 읽을 뻔했어. 미리 적어 두면 그날 안 헷갈려.”
“기준 0.10은 안 고칩니까.”
“안 고쳐. 사전에 적은 거야.”
경옥이 종이 네 칸을 짚었다.
“대신 이 칸을 하나 더 만들어. 「이 자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것」. 다음 시험부터는 넷이 아니라 다섯을 미리 적어.”
2×2 표의 서른째 점을 채울 차례였다. 은재가 어제 저녁 제상 기록을 먼저 확인했다.
“10월 17일 저녁에 제상이 돌았습니다.”
“그럼 어느 칸이야.”
“금요일 아니고 목요일 저녁이니까, 제상 있고 평일 칸입니다.”
“넣어.”
은재가 표에 점을 찍었다. 그 칸은 이제 점이 열한 개였다.
둘째 칸은 아직 점이 넷이었다.
“둘째 칸은 자 안 만듭니다. 여덟까지 안 만듭니다.”
“그대로 가.”
열두 시 십 분에 전화가 왔다. 수송팀이었다. 금요일 정기 물음이었다.
은재가 받아서 두 가지를 물었다. 끊고 나서 칸에 적었다.
“지나간 날 스물아홉, 물은 날 스물둘입니다.”
“답은.”
“「아직 일정이 안 나왔습니다」입니다.”
경옥이 종이를 봤다.
“어제는 뭐였어.”
“「이달 안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였습니다.”
“오늘은 그 말이 없어.”
“없습니다.”
은재가 연필로 어제 줄과 오늘 줄을 나란히 짚었다.
「10/17: 「이달 안은 어려울 것 같음」. 스물한 번째 물음에 처음 쪽이 붙음.
10/18: 「아직 일정이 안 나왔음」. 쪽이 떨어짐.
어제 적은 것이 오늘 안 되돌아옴.」
“이걸 어떻게 읽을까.”
“어제 것이 틀린 걸까요.”
“틀린 게 아니고.”
경옥이 종이를 두 손으로 눌렀다.
“어제 그 말이 나온 건 사실이야. 오늘 안 나온 것도 사실이야. 둘 다 적혀 있어.”
“그러면 쪽이 없다는 뜻입니까.”
“쪽이 붙었다 떨어진 거랑 쪽이 처음부터 없었던 건 달라.”
은재가 세 줄째를 달았다.
「쪽이 붙었다 떨어진 것 ≠ 쪽이 없었던 것.
전자는 어느 날 한 사람의 입에서 한 번 나왔다는 뜻임. 후자는 한 번도 안 나왔다는 뜻임.
날짜를 붙여 적어 둔 덕에 되돌림이 보임. 「쪽」 칸에 수를 세우지 않고 날짜를 세움.
한 번 나온 것은 말버릇일 수 있음. 두 번 나오면 쪽으로 셈. 이 규칙을 지금 적음.」
5. 두 벌
오정한의 작업실은 스무 평이었다.
아침 아홉 시에 험을 쟀다. 열다섯째 점이었다. 짧게 잰 아침 칸에 0.01까지 적었고, 열 분 동안 잰 칸은 따로 두었다.
방 온도와 모터 온도의 차는 일곱째 점이었다. 0.11에서 이어 갔다.
오늘은 뜨는 날이었다.
정한은 책상 위에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왼쪽에 「원본대로」, 오른쪽에 「고친 것」이라고 적어 두었다.
빌려 온 쿼츠 데크가 책상 끝에 있었다. 수정으로 도는 기계였다.
정한은 먼저 무보정본을 떴다. 자기 데크로 테이프를 걸고 96킬로헤르츠로 받았다. 30분짜리 릴이었고 파일 길이가 30분 02초로 나왔다.
다음에 보정본을 떴다. 험을 따라 속도를 되돌렸다.
29분 48초가 나왔다.
정한은 두 수를 적고 한참 봤다.
「무보정 30:02. 보정 29:48. 차 14초.
같은 테이프에서 뜬 두 벌의 길이가 다름.
0.67퍼센트가 30분에 12초라고 전에 적었음. 14초가 나왔음. 끝쪽이 더 빨랐으므로 보정이 뒤로 갈수록 더 많이 줄였음.」
전화가 왔다. 미강의 딸 하람이 아니라 음향 쪽 후배였다. 정한은 받아서 이십 분쯤 얘기했다.
“형, 보정본만 보내 주시면 되죠.”
“안 돼.”
“왜요.”
“길이가 달라.”
“길이가 다르면요.”
정한은 종이 두 장을 들어 보듯이 손에 쥐었다.
“네가 보정본 12분 30초 자리를 들었다고 치자. 그 자리가 무보정본에서 몇 분 몇 초야.”
“12분 30초 아니에요?”
“아니야. 12분 35초쯤이야. 앞에서 벌어진 몫이 거기까지 쌓여 있으니까.”
“그러면 같은 자리를 못 가리키네요.”
“못 가리켜. 그래서 두 벌이 아니라 두 물건이 돼.”
정한은 전화를 끊고 종이 새것을 꺼냈다.
세로줄 둘을 긋고 왼쪽에 보정본 시각, 오른쪽에 무보정본 시각을 적었다. 1분마다 한 줄이었다.
0:00 — 0:00. 1:00 — 1:00.4. 2:00 — 2:00.8.
서른 줄을 적었다. 마지막 줄이 29:48 — 30:02였다.
「대응표. 1분마다 한 줄. 서른 줄.
이 종이가 없으면 두 벌을 오갈 수 없음. 두 벌을 오갈 수 없으면 무보정본은 쓸 수 없는 것이 됨.
표를 사본 안에 안 넣고 종이로 둠. 종이가 작고 안 상함.」
정한은 표 아래쪽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무음 구간 7:10~8:40. 험이 없음.
이 구간의 보정은 앞과 뒤를 이어 그린 것임. 짐작임.
대응표의 7:10~8:40 줄에 별표를 함. 별표 줄의 수는 잰 것이 아님.
짐작 구간 안에서 뜬 수를 보정본에서 꺼내 쓰면 짐작을 수로 쓰는 것이 됨.」
점심을 먹고 체크섬을 돌렸다. 두 파일 각각의 수가 종이에 적혔다. 두 벌의 수가 달랐다. 다른 것이 맞았다.
정한은 체크섬 종이를 보면서 한 가지를 고쳤다.
전에는 사본을 세 벌 두고 매체를 두 종 두기로 되어 있었다. 둘 다에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고침: 세 벌 규칙을 두 벌에 똑같이 안 씀.
보정본은 무보정본 + 대응표 + 험 표가 있으면 다시 만들 수 있음.
무보정본은 다시 만들 수 없음. 테이프가 한 번 더 지나가야 하고, 지나갈 때마다 고역이 깎임.
다시 만들 수 있는 것과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은 지키는 급이 다름.
무보정본 세 벌 + 매체 두 종 + 한 벌 멀리. 보정본 두 벌. 대응표·험 표: 네 벌. 종이 두 벌, 사진 두 벌.
제일 작은 것을 제일 여러 벌 둠. 그것이 없으면 큰 것이 못 쓰는 것이 되므로.」
오후 세 시에 쿼츠 데크 쪽을 정리했다.
반납 날을 정해야 했다. 정한은 달력을 보지 않고 종이를 먼저 꺼냈다.
「반납 날을 먼저 정하지 않음.
기준자가 여기 있는 동안에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적음. 다 적고 나서 날을 정함.
① 자기 데크 속도 편차를 쿼츠로 재서 표로 남김. 릴 앞·가운데·끝 세 자리. 두 속도 각각. (반나절) ② 가지고 있는 시험 테이프 둘의 줄어든 몫을 쿼츠 기준으로 잼. (두 시간) ③ 이관 대기 릴 넷의 험을 쿼츠 재생으로 한 번씩 잼. (하루)
①을 해 두면 데크가 돌아간 뒤에도 내 자로 쓸 수 있음. 빌린 기준을 내 자에 옮겨 심는 것임.
단, 옮겨 심은 자는 그날부터 또 표류함. 표에 「10월 19일 기준」을 머리로 적음.
날짜 없는 보정표는 보정표가 아님.」
세 가지를 더하면 이틀이 채 안 되었다. 그런데 20일과 21일은 압흔 판독이 들어 있었다.
정한은 반납 날을 10월 22일로 적었다. 남는 몫을 날 뒤에 붙이지 않고 날 앞에 붙였다.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다. 아흐레가 남아 있었다. 압흔 판독은 10월 20일이었고 이틀이 남았다.
「안 지나감」은 열흘째였다. 창밖 셔터를 안 적은 날은 닷새째였고, 안 보는 날은 여드레째였다.
짐작 칸은 열넷째였다. 다음 판단은 11월 14일로 적혀 있었다.
정한은 책상을 치우기 전에 종이 두 장을 다시 나란히 놓고 봤다.
왼쪽 종이는 아무것도 안 고친 것이었고 오른쪽 종이는 고친 것이었다.
가운데에 대응표를 놓았다.
세 장이 있어야 한 벌이 되었다.
6. 8월 29일
하람은 열 시에 어머니 집에 들렀다.
들어가서 처음 세 마디를 적었다. 여드레째였다.
「①왔어 ②밥은 ③오늘 무슨 요일이야」
말 아닌 것 칸은 아흐레째였다. 서랍을 두 번 열고 닫았고, 창 쪽을 한 번 봤다.
핀 칸은 열한째 점이었다. 여섯이었다. 열 점이 5에서 7 사이였고 오늘도 그 안이었다.
전화 줄은 열흘째였다. 조사표를 낸 뒤 사흘이 지났고 「안 옴」이 열 줄 쌓였다. 통보를 물을 날은 10월 29일로 적혀 있었다.
색인 시험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하람은 수첩 뒤에 적어 둔 것을 먼저 읽었다. 8월 29일이었다. 어제도 그제도 찾아보지 않은 날짜였다.
지난번에 색인으로 10분이 1분이 되었지만, 그 날짜는 전날 이미 찾아본 것이었다. 색인이 한 일인지 손이 기억한 것인지 못 갈랐다.
그래서 미리 다른 날짜를 적어 두었다.
하람은 시계를 보고 색인을 펼쳤다.
8월 29일 항목에 「3권 41쪽」이 적혀 있었다.
3권을 꺼내 41쪽을 열었다.
8월 31일이었다.
하람은 앞으로 두 쪽 넘겼다. 8월 29일이 39쪽에 있었다.
시계를 봤다. 2분 10초였다.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색인 시험 둘째. 표적 8/29. 전날 안 본 날짜. 공정한 시험임.
2분 10초. 색인 없을 때 10분.
단, 색인에 적힌 쪽이 틀렸음. 41쪽으로 적혀 있었고 39쪽에 있었음.
두 쪽 넘김에 20초쯤 썼음.」
하람은 연필을 쥐고 잠깐 멈췄다가 아래에 한 단을 더 적었다.
「색인은 원본이 아니고 원본을 가리키는 것임.
가리키는 것은 틀릴 수 있음. 원본에는 이런 틀림이 없음. 쪽을 넘기면 반드시 그 쪽이 나왔음.
사본을 하나 만들면 새 틀림 하나가 생김.
그래도 10분에서 2분이 됨. 안 만드는 것보다 나음.
고침 규칙: 색인은 고침. 원본은 안 고침. 고친 줄 옆에 고친 날짜를 적음.
8/29 줄: 41 → 39. 10/18 고침.」
색인 첫 장에 두 줄을 달았다.
「이 색인 만든 날 10/14. 만든 사람 유하람.
여기 적힌 쪽은 틀릴 수 있음. 못 찾으면 앞뒤 두 쪽을 봄.」
열두 시 반에 어머니를 센터 차에 태워 보냈다.
집 문에서 차 문까지 어머니 걸음을 쟀다. 길 칸 둘째 점이었다.
쉰네 걸음, 1분 10초였다.
어제는 집에서 길까지 백예순 걸음이었다. 하람은 두 수를 한 칸에 적지 않았다.
「길 칸 둘째 점. 54걸음 / 1분 10초. 자리: 집 문→차 문.
어제 160걸음 / 자리: 집→길 끝.
자리가 다르고 길이도 다름. 걸음 수를 바로 견주지 않음.
걸음 수 칸 옆에 「거리」 칸이 비어 있음. 거리를 안 쟀음. 「안 잼」으로 적음.
걸음 수만 적으면 느려진 것과 길어진 것을 못 가름.」
제비 칸은 여섯째 블록 다섯째 장이었다. 하람은 봉투에서 한 장을 뽑아 접은 채로 수첩에 끼웠다. 블록이 몇 장인지는 블록이 끝나야 알게 되어 있었다.
하람은 차를 따라가지 않고 한 시에 센터로 갔다.
최영숙과 얘기한 것이 60차였다.
하람은 조사표 사본을 꺼냈다. 「못 함」이라고 적은 여섯 줄 옆에 「집에서 봄」이 적혀 있었다.
“어제 길에서 이름 하나가 나왔어요. 집에서 여덟 주 안 나온 이름이요.”
“정숙 씨요.”
“선생님도 아세요?”
“여기서는 자주 말씀하세요.”
하람은 수첩을 꺼냈다.
“여기서는 자주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세요. 짝꿍이라고 하시고요.”
하람은 「본 자리」 칸에 처음으로 센터를 적었다.
「본 자리 칸 첫 운용.
집 안: 「정숙」 여덟 주 안 나옴. 길: 10/17 한 번 나옴. 센터: 주 두세 번 나옴(최영숙 보고).
같은 사람이고 같은 이름임. 자리에 따라 나옴이 다름.
「없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못 꺼냄」이 수로 나옴.」
최영숙이 물었다.
“조사표에 그걸 적으면 되겠네요.”
“칸이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요.”
“「할 수 있다/할 수 없다」만 있어요. 어디서 할 수 있는지를 적을 자리가 없어요.”
하람은 사본 여백에 세 칸을 그리고 집·길·센터를 적었다. 그리고 손을 멈췄다.
“선생님.”
“네.”
“여기서 자주 나오는 게 자리 때문일까요, 선생님 때문일까요.”
최영숙이 잠깐 생각했다.
“제가 자주 물으니까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집에서는 제가 물어요.”
“저하고 어머님은 삼 년 됐어요.”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자리를 갈랐더니 자리마다 다른 사람이 있음.
집=나. 길=나. 센터=최영숙.
자리 몫과 사람 몫이 붙어 있음. 가를 수 없음.
가르려면: 내가 센터에서 묻거나, 최영숙 선생님이 집에 오셔야 함. 둘 다 할 수 있음. 둘 다 평소와 다른 일이 됨.」
하람은 그 아래에 줄을 하나 긋고 다른 색으로 적었다.
「칸을 또 늘리려고 함.
자리 칸 만들었음. 이제 사람 칸을 만들려고 함. 그다음에는 시간 칸을 만들 것임. 아침에 묻는지 저녁에 묻는지가 다를 것이므로.
늘릴 수 있는 칸은 끝이 없음. 점은 열한 개임.
규칙을 정함: 칸은 셋까지. 자리·사람·때.
넷째부터는 표에 안 넣고 별지에 글로 적음.
가를 수 있는 것은 많고 가를 수 있는 점은 적음.」
세 시에 센터에서 나왔다.
버스에서 하람은 「본 것 없는 짐작」 칸을 열두째로 채웠다.
좁게 적기 다섯째 날이었다. 좁은 것만 열이 되는 날은 10월 23일로 적혀 있었다.
차량 일지는 10월 21일에 받기로 되어 있었다.
하람은 수첩 맨 뒤에 아직 안 지운 두 줄을 봤다.
하나는 정숙의 유족이었고 10월이 기한이었다.
하나는 계단 칸수였다.
둘 다 그대로 있었다.
사흘에 한 번 읽은 최대값은 하루에 한 번 읽은 최대값보다 늘 같거나 높았다. 올라간 것은 날씨가 아니라 뽑은 묶음의 크기였다. 교란을 줄이려고 간격을 늘렸더니 적히는 수가 다른 수가 되어 버렸으므로, 간격을 바꾼 날부터 칸을 새로 긋고 칸 머리에 간격을 적었다. 간격이 적혀 있지 않은 최대값은 쓸 수가 없었다. 평균이면 셋으로 나눌 수 있었지만 최대는 나눌 수 없었고, 바꾸려면 흔들림의 생김새를 먼저 알아야 했는데 모르는 채로 바꾸면 바꾼 사람이 수를 정하는 것이 되었다.
그 자는 얼마나를 알려 주고 언제를 안 알려 주었다. 때를 모르니까 내가 들어가 있던 몇 분의 몫을 빼낼 수가 없었다. 들어간 시각을 적어 두어도 빼 주지는 않았다. 적어 두는 일은 빼 주는 일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의심할 자리를 알려 주는 일이었다. 의심할 자리를 모르면 다 믿거나 다 버리게 되고, 둘 다 틀렸다.
개수는 서른에서 스물로, 스물에서 열셋으로 줄었고 남은 것의 깊이 가운데는 2.1에서 2.6으로 올라갔다. 어제 세운 말이 오늘 두 칸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남은 것이 깊어졌는데도 줄어드는 비율이 어제와 비슷했으므로, 깊이가 지워짐을 정하지 않는 것이거나 어제보다 바람이 셌던 것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인지는 바람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갈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칸이 셋이 되었다.
무엇을 자국이라고 부를지를 글로 적어 두지 않으면 개수는 그날 사람의 수가 되었다. 깊이 1밀리와 각진 모서리와 직선인 긴 쪽, 셋을 다 맞으면 자국이라고 적었다. 그 뜻이 오늘 처음 적혔으므로 앞의 두 수에는 「뜻 전」을 달았다. 뜻을 늦게 적으면 앞의 수가 못 쓰는 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급이 다른 수가 되었다.
셋을 따로 재니 합의 오차는 커지고 셋의 차를 알게 되었다. 같은 품으로 다른 것을 알았다. 폭 0.13이 차의 자 0.07의 두 배가 못 되었으므로 다르다고 적지 않고 다를 수 있다고 적었다. 그리고 넷째 날까지 통이 같은 자리에 있었으므로 통 몫과 자리 몫이 붙어 있었다. 돌리기로 했고, 돌리는 순서를 수를 보기 전에 적었다. 수를 본 뒤에 순서를 정하면 순서가 자가 되었다.
열나흘 평균의 자가 0.032였고 기준 0.10은 그 세 배가 넘었으므로 0.10은 잡혔다. 0.05는 안 잡혔다. 그래서 이 시험이 가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차를 0.07로 미리 적었다. 판정일에 「넘지 않음」이 나오면 그것은 없다는 뜻이 아니라 0.07보다 작다는 뜻이었고, 그 줄은 판정일 전에 적어야 했다. 결과를 보고 적으면 변명이었다.
어제 스물한 번째에 쪽이 붙었고 오늘 스물두 번째에 떨어졌다. 어제 그 말이 나온 것도 사실이고 오늘 안 나온 것도 사실이었다. 쪽이 붙었다 떨어진 것과 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다른 일이었다. 날짜를 붙여 적어 두었기 때문에 되돌림이 보였다. 한 번 나온 것은 말버릇일 수 있었고 두 번 나와야 쪽으로 셈하기로 했다.
고친 사본과 안 고친 사본은 길이가 14초 달랐다. 길이가 다르면 같은 자리를 가리킬 좌표가 없었고, 좌표가 없으면 두 벌이 아니라 두 물건이었다. 그래서 1분마다 한 줄, 서른 줄의 대응표가 있어야 두 장이 한 벌이 되었다. 험이 없는 구간의 줄에는 별표를 했다. 그 줄의 수는 잰 것이 아니라 앞뒤를 이어 그린 것이었고, 거기서 꺼낸 수를 쓰는 것은 짐작을 수로 쓰는 것이었다.
보정본은 다시 만들 수 있고 무보정본은 다시 만들 수 없었다. 테이프가 한 번 더 지나가려면 고역이 한 번 더 깎여야 했다. 다시 만들 수 있는 것과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은 지키는 급이 달랐으므로 벌 수를 다르게 매겼다. 그러고 보니 제일 여러 벌 둬야 하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종이였다. 대응표가 없으면 큰 것이 못 쓰는 것이 되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쓸모 있게 만들고 있었다.
빌린 기준은 돌려줘야 하므로, 날을 먼저 정하지 않고 기준자가 여기 있는 동안에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적었다. 셋을 적고 나니 이틀이 채 안 되었고, 그 이틀에 이미 다른 일이 들어 있었으므로 그래서 날이 정해졌다. 자기 데크의 어긋남을 쿼츠로 재서 표로 남기면 기계가 돌아간 뒤에도 그 표가 자 노릇을 했다. 빌린 기준을 내 자에 옮겨 심는 일이었다. 다만 옮겨 심은 자는 그날부터 또 표류했으므로 표 머리에 날짜를 적었다. 날짜 없는 보정표는 보정표가 아니었다.
색인은 원본이 아니라 원본을 가리키는 것이었고 가리키는 것은 틀릴 수 있었다. 원본에는 그런 틀림이 없었다. 쪽을 넘기면 그 쪽이 반드시 나왔다. 사본을 하나 만들면 새 틀림 하나가 생겼고, 그래도 10분이 2분이 되었으니 안 만드는 것보다 나았다. 색인은 고치고 원본은 안 고쳤다. 고친 줄 옆에 고친 날짜를 적었다.
자리를 갈랐더니 자리마다 다른 사람이 있었다. 집에서 여덟 주 동안 안 나온 이름이 센터에서는 일주일에 두세 번 나왔고, 그것이 자리가 한 일인지 삼 년 된 사람이 한 일인지는 갈라지지 않았다. 가르는 길은 있었다. 내가 센터에서 묻거나 그 사람이 집에 오면 되었고, 둘 다 평소와 다른 일이 되었다.
칸은 자꾸 늘어나려고 했다. 자리를 만들었으니 사람을 만들어야 하고, 사람을 만들었으니 때를 만들어야 했다. 늘릴 수 있는 칸은 끝이 없었고 점은 열한 개였다. 그래서 셋까지만 두고 넷째부터는 별지에 글로 적기로 했다. 가를 수 있는 것은 많고 가를 수 있는 점은 적었다.
사흘 동안 굴을 열지 않았고, 열었을 때 바늘은 한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 한 수 안에 사흘이 다 들어 있었고 사흘 중 어느 때였는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아래 얼음 속 공기는 바늘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