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69화 - 나감

제69화 「나감」
1. 여섯째 점
「10월 17일. 목요일.」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여섯째 날이었다.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 문을 열고 온도계를 읽었다.
영하 38도였다.
수첩에 여섯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 38이었다.
재혁은 모눈종이를 꺼냈다. 점 하나를 더 찍고 연필을 내려놓았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점 여섯. 줄 안 그음.
어제 다시 그을 날을 10월 31일로 적었음. 오늘 그으면 어제 적어 둔 것을 오늘 고치는 것임.
그을 수는 있음. 그으면 또 무슨 기울기가 나옴. 나온다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님.
점만 찍어 둠. 점을 찍는 일과 줄을 긋는 일을 가름.」
여분 온도계를 들고 활주로 가장자리로 가서 눈에 1센티미터만 눕혀 묻었다. 십오 분 뒤에 꺼내 읽었다.
영하 45도였다.
차가 7이었다. 다섯 수가 6, 6, 7, 6, 7이 되었다.
「차 다섯. 가운데 6.4. 떨어진 몫 0.5.
다섯 다 같은 쪽임. 「눈 표면이 공기보다 6도에서 7도 사이로 찬 것」임.
가운데가 6.4로 나왔음. 6.4라고 적고 싶음. 안 적음.
눈금이 1인 자로 재고 있음. 가운데가 0.1 자리까지 나오는 것은 셈이 낳은 것이고 자가 낳은 것이 아님.
「6에서 7 사이」로 둠. 자보다 가늘게 적으면 자가 좋아진 척하게 됨.」
여덟 시에 시추동으로 들어갔다. 서진이 벽에 걸린 눈톱 둘을 내려 날을 보고 있었다.
“오늘 38입니다. 어제보다 1도 덜 찹니다.”
“줄은.”
“안 그었습니다. 31일에 긋겠습니다.”
서진이 눈톱을 세워 놓고 재혁을 봤다.
“오늘은 안 파고 뭘 하지.”
“기록계 읽는 날이 내일입니다. 오늘은 눈굴을 안 엽니다.”
“그러면 바깥일이 하루 남네.”
서진이 장갑을 집었다.
“활주로를 보러 가자.”
“활주로를 봅니까.”
“편이 뜬다고 하면 그때 보는 게 아니야. 그때 보면 늦어.”
재혁은 수첩에 적었다.
「눈굴 안 엶. 기록계 읽는 날 내일 10/18. 오늘 읽지 않은 것을 「안 읽음」으로 적음. 셋째 날임.
지난번에 「안 잼」과 「없음」을 가름하기로 적었음. 오늘도 「안 읽음」임. 「변화 없음」이 아님.」
2. 스물두 밀리
아홉 시에 둘은 활주로로 나갔다.
활주로는 눈을 다져 만든 것이었다. 작년 시즌에 롤러로 눌러 놓은 것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서진이 창고에서 긴 막대를 들고 나왔다. 아래쪽에 원뿔이 달려 있었고 막대를 따라 쇠추가 끼워져 있었다. 추를 들어 올려 떨어뜨리는 자였다.
“추가 1킬로입니다.”
“1킬로. 50센티에서 한 번 떨어뜨려.”
재혁은 막대를 세우고 추를 50센티미터까지 올렸다가 놓았다.
원뿔이 눈에 박혔다. 눈금을 읽었다.
22밀리미터였다.
서진이 열 걸음 옆으로 가서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도.”
재혁은 자리를 옮겨 다시 떨어뜨렸다. 24였다.
“아까 자리를 또 재면 안 됩니까.”
“안 돼.”
서진이 원뿔이 박힌 구멍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한 번 박히면 거기는 부서진 자리야. 두 번째는 부서진 데를 재는 거고.”
재혁은 수첩을 꺼냈다.
「이 자는 재면서 부숨. 같은 자리를 두 번 못 봄.
같은 자리를 두 번 못 보면 전과 후를 같은 자리로 못 견줌.
전과 후를 다른 자리로 견주면 자리 차가 전후 차인 척하고 들어옴.
지난번에 「같은 것을 같은 때에 재면 공통인 몫이 차에서 빠진다」고 적었음.
이 자에서는 같은 자리를 두 번 못 재므로 공통인 몫이 없음. 뺄 것이 없음.
뺄 것이 없으면 자리 흩어짐을 다 안고 가야 하고, 그러면 같은 것을 보려고 더 많은 자리를 재야 함.
더 많은 자리를 재면 활주로를 더 부숨.
재는 횟수가 품이 아니고 값임.」
둘은 열 자리를 쟀다. 19, 22, 24, 21, 26, 23, 22, 28, 20, 25였다.
재혁은 가운데를 냈다. 23이었다. 폭이 9였고 떨어진 몫이 2.6이었다.
그러고 나서 활주로 옆, 바퀴가 안 지나간 눈에 한 번 떨어뜨렸다.
61이었다.
“세 배 가까이 박힙니다.”
“다진 데가 그만큼 센 거야.”
재혁은 적다가 연필을 멈췄다.
“선생님. 올해 눈이 7, 8센티 덮였습니다.”
“덮였지.”
“추가 내려가면 그 7센티를 지나서 아래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22밀리가 누구 수입니까.”
서진이 웃었다.
“둘이 섞인 수지.”
“섞인 수를 적으면요.”
“이번 주 22하고 다음 주 22를 비교하는데 그 사이에 눈이 3센티 더 오면, 아래는 그대로여도 수가 변해.”
재혁은 삽을 들고 와서 한 자리의 새 눈을 걷어냈다. 7센티미터를 걷어내고 바닥을 고르게 한 뒤에 떨어뜨렸다.
16이었다.
걷어내지 않은 옆자리는 23이었다.
「새 눈 안 걷음: 23. 새 눈 걷음: 16.
7센티가 7밀리를 먹고 있었음. 아래가 센 것보다 위가 무른 것이 더 크게 들어와 있었음.
이 자는 「층 하나의 세기」를 재는 자가 아니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만난 것 전부」를 재는 자임.
층을 따로 보려면 파서 단면을 봐야 함. 파면 그 자리는 끝임.
적음: 「새 눈 걷음/안 걷음」 칸을 만들고 앞으로는 걷고 잼.
오늘 아침에 잰 열 자리는 안 걷고 잰 것임. 안 고치고 「안 걷음」으로 표시만 함.
다음에 걷고 잰 수하고 한 칸에 안 적음. 한 칸에 적으면 눈이 온 날이 눈이 센 날처럼 보임.」
서진이 막대를 어깨에 메고 활주로 끝쪽으로 걸었다.
“작년에 다진 거라 하셨죠.”
“작년 12월에 눌렀어.”
“열 달이 지났는데 더 셉니까. 눌린 게 풀리지 않습니까.”
“안 풀려. 눌러 놓고 바로 쓰면 못 써.”
서진이 걸음을 멈췄다.
“눌러서 알을 붙여 놓으면 그 다음은 눈이 알아서 해. 붙은 자리에 목이 생겨. 그게 며칠 걸려.”
“어제 눈굴 이음새하고 같은 얘기입니까.”
“같은 얘기야. 롤러가 한 일은 알을 가까이 모은 것뿐이고, 센 건 그다음에 생긴 거지.”
재혁은 적었다.
「다지는 것은 알을 가까이 붙이는 일임. 세지는 것은 붙은 뒤에 혼자 되는 일임.
어제 이음새가 하루 만에 굳은 것과 같음. 더해진 것 없이 목이 굵어짐.
그래서 다진 직후보다 며칠 뒤가 셈. 작년 것이 올해 더 셈.
롤러를 미는 날은 하루고 세지는 날은 기다리는 날임. 기다리는 날도 일하는 날임.
편이 뜬다고 할 때 미는 것이 늦은 까닭임.」
돌아오는 길에 재혁이 물었다.
“열 자리를 다 가장자리에서 쟀습니다.”
“가운데를 부수면 안 되니까.”
“그런데 비행기는 가운데로 지나갑니다.”
서진이 한참 걷다가 말했다.
“맞아.”
“가장자리는 바퀴가 안 지나간 자리입니다. 지나간 자리는 더 다져져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수는 아래쪽이야. 쓰는 자리는 우리 수보다 세.”
재혁은 멈춰 서서 적었다.
「열 자리를 가장자리에서 쟀음. 쓰는 자리는 가운데임.
세는 자리와 쓰는 자리가 다름. 고른 것이 아니고 부술 수 없어서 고른 것임.
지난번에 「줄 앞쪽 열 상자」가 얕은 구간이라 치우쳤던 것과 같은 자리임.
치우친 쪽을 적음: 가장자리가 가운데보다 무를 것임. 그러므로 23은 아래쪽 값임.
안전한 쪽으로 틀린 것도 틀린 것임. 다만 어느 쪽으로 틀렸는지를 알면 쓸 수는 있음.
「가운데를 잴 수 없음」을 칸에 적음. 「가운데는 모름」이 아니고 「가운데는 잴 수 없음」임.」
3. 셋 하고 반
은재는 6시 4분에 전실에서 냉동기 기록지를 꺼냈다.
10월 16일 저녁 칸에 제상이 없었다.
「제상 다음 날 아님. 사람 있는 날임. 둘째 칸임. 셋째 점임. 다 합해 스물아홉째 점임.」
은재는 네모 넷이 그려진 종이를 꺼냈다. 둘째 칸에는 점이 둘 적혀 있었다. 648과 672였다.
2호기 증발기 앞으로 가서 손바닥만큼을 10초로 걷어 올려 세었다.
655였다.
둘째 칸에 셋째 점이 들어갔다. 가운데가 658이었고 폭이 24였다.
은재는 그 아래에 자를 그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점 셋. 자를 만들 수 있음. 폭 24로 만들면 셋이 다 자 안임.
셋이 다 자 안인 것은 당연함. 자를 셋으로 만들었으니까 셋이 들어감.
폭은 점이 늘면 늘어남. 점 셋의 폭은 점 여덟의 폭보다 좁게 나옴. 그제 적어 둔 것임.
좁은 자를 쓰면 멀쩡한 날을 자 밖이라고 함. 헛경보가 남.
둘째 칸은 아직 자 없음으로 둠. 점 여덟까지 기다림. 첫째 칸이 여덟에서 자를 얻었음.
기다리는 동안 짐작만 적고 가름은 안 함.」
6시 30분에 기록계 두 대를 읽었다.
−0.05였다. 새 시험의 둘째 점이었다.
은재는 새 종이에 둘째 점을 적고, 그 옆에 덮어 둔 묵은 종이를 꺼냈다. 전에 쓰던 시험의 열 점이 적혀 있었다.
−0.05, −0.06, −0.06, −0.07, −0.07, −0.08, −0.08, −0.09, −0.13, −0.04였다.
은재는 그 수를 둘씩 짝지어 옆에 다시 적었다. 첫째와 둘째, 둘째와 셋째, 그렇게 아홉 짝이었다.
한참 셈하다가 연필 끝으로 종이를 두드렸다.
「이웃끼리 닮음. 앞 수가 아래쪽이면 뒷 수도 아래쪽임.
닮음을 셈해 보니 0.6쯤임.
0이면 날마다 새 수임. 1이면 날마다 같은 수고 날을 늘려도 아무 소식이 없음.」
은재는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열나흘 치 평균의 틀림을 흔들림 나누기 열넷의 뿌리로 보고 있었음.
이웃이 닮아 있으면 그렇게 안 됨. 열나흘이 열나흘만큼 일하지 않음.
닮음이 0.6이면 열나흘이 셋 하고 반쯤임.
열나흘을 모았는데 서너 날만큼 모인 것임.」
경옥이 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종이를 들여다봤다.
“셋 하고 반이 뭐예요.”
“열나흘 평균인데, 서로 다른 날이 서너 날밖에 안 된다는 뜻이에요.”
“열나흘을 다 쟀는데요.”
“다 쟀어요. 그런데 어제 수가 오늘 수를 반쯤 알고 있어요.”
은재가 묵은 종이를 짚었다.
“방이 하루 만에 식거나 더워지지 않으니까요. 어제 차가 영 점 영칠이면 오늘도 영 점 영칠쯤이에요. 그러면 오늘 점이 새로 알려 주는 게 반쯤밖에 안 돼요.”
경옥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 열나흘로 정한 게 모자란 거예요?”
“모자라요.”
은재는 새 종이를 손으로 가렸다.
“그런데 안 고쳐요.”
“왜요.”
“어제 넷을 먼저 적었어요. 열나흘, 평균, 기준 0.10, 10월 30일이에요. 오늘 모자란 걸 알았다고 열나흘을 스무흘로 늘리면, 법을 수 보고 고치는 거예요.”
경옥이 종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럼 30일에 뭐가 나와요.”
“판정은 해요. 다만 「자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넓다」를 별지에 적어 둘 거예요. 30일에 안 넘었다고 나오면, 그게 「안 넘었다」가 아니고 「이 자로는 못 가른다」일 수 있어요.”
은재는 적었다.
「고칠 것: 없음. 열나흘·평균·0.10·10/30 그대로 둠.
별지에 적음: 이웃 닮음 0.6으로 보면 유효한 날이 서너 날임. 자가 내가 어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음.
30일에 「안 넘음」이 나오면 두 가지를 못 가름. 참으로 안 넘은 것과, 자가 넓어서 못 본 것임.
둘을 못 가르는 것을 미리 적어 둠. 미리 적어 두면 나중에 고른 것이 안 됨.
그리고 닮음 0.6도 짐작임. 열 점으로 닮음을 재면 그 자도 넓음. 0.3에서 0.8 사이쯤임.
닮음이 0.3이면 열나흘이 일곱쯤이고 0.8이면 하나 반쯤임. 어느 쪽인지 모름.
또 하나: 수가 줄줄이 내려가고 있으면 그것도 닮음으로 보임. 추세와 닮음은 이 수로 안 가름됨.」
경옥이 물었다.
“하루 띄워서 재면 어때요. 이틀에 한 번.”
은재가 고개를 들었다.
“점은 반이 되는데, 점마다 새 소식은 많아져요.”
“그러면 같은 거예요?”
“날수가 같으면 거의 같아요. 품만 반이에요.”
은재는 적다가 밑줄을 그었다.
「이틀마다 재면 점이 일곱임. 점마다 닮음이 0.6의 제곱쯤으로 떨어짐.
날수가 같으면 알게 되는 것이 비슷하고 손은 반임.
지금 바꾸고 싶음. 안 바꿈. 어제 「하루 한 번」으로 적었음.
다음 시험 후보에 적어 둠: 「이틀마다 한 번」. 10월 30일 뒤에 고름.
지난주에 「촘촘히 하는 것은 조금 낫고 오래 하는 것은 많이 낫다」고 적었음.
오늘 한 줄 붙임: 촘촘히 한 것이 서로 닮아 있으면 촘촘히 한 것이 아님.
촘촘히 재는 것과 많이 아는 것이 다름.」
아홉 시에 승화 3차 여섯째 날을 했다. 소분 셋째 날이었다.
병 셋에 하루치씩 나눠 넣고 바로 밀폐했다. 저울은 꺼내지 않았다.
「오늘도 안 잼. 각각 재는 날은 내일 10/18임.
「안 잼」을 적음. 사흘 치 「안 잼」이 모였음. 안 잰 날을 안 적으면 내일 수가 하루 치처럼 보임.」
재운 날 칸에 안 잘린 통 380일째, 잘린 통 셋은 열닷새째를 적었다. 사람이 한 일 칸과 방이 한 일 칸은 열나흘째였다.
열한 시에 수송팀에 걸었다. 목요일이었다.
답은 「아직」이었다. 그런데 한 마디가 더 붙었다.
“이달 안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은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제 만들어 둔 칸을 폈다. 「다른 것」이라고 적어 둔 빈 칸이었다.
첫 줄이 들어갔다.
「목요일. 물었음. 답 「아직」 + 「이달 안은 어려울 것 같음」.
지나간 날 스물일곱, 물은 날 스물.
「아직」이 열아홉 번 똑같았음. 스무 번째에 처음 쪽이 붙음.
열아홉 번은 아무 쪽도 아니었음. 오늘은 아니오 쪽으로 기움.
「모름」과 「아니오 쪽으로 기움」이 다름. 어제 칸을 만들어 둬서 오늘 적을 자리가 있었음.
칸을 미리 만드는 것이 일을 반쯤 해 둠.」
4. 영 점 육칠
정한은 7시에 험을 쟀다.
59.98이었다. 열넷째 점이었다.
요일 칸의 목요일 줄에 둘째 값을 적었다.
「열네 점. 목요일이 셋이 됨. 수요일이 하나고 나머지 다섯 요일은 둘씩임.
둘이면 어떤 둘이든 줄이 됨. 셋도 줄을 안 그음.
요일을 보려면 요일마다 넷은 있어야 함. 넷이 된 요일이 하나도 없음.
지금은 모아 두는 일만 함.」
온도계 둘을 읽었다. 방 가운데 19.8도, 모터 옆 22.1도였다. 차가 2.3이었다.
여섯 수가 2.4, 2.1, 2.3, 2.5, 2.2, 2.3이 되었다. 가운데가 2.3이었고 떨어진 몫이 0.11이었다. 폭은 0.4였다.
「폭 0.4로 사흘째 같음. 떨어진 몫은 0.15, 0.12, 0.11로 내려옴.
폭은 안 움직이고 떨어진 몫만 움직임. 점이 가운데로 들어오면 떨어진 몫이 줄고 폭은 그대로임.
폭은 끝 둘만 보고 떨어진 몫은 다 봄. 다 보는 자가 낫음.」
짐작 칸에는 「4시 50분」을 적었다. 보온고를 몇 시에 열지였다.
열 시에 정한은 작업실 문을 잠그고 나갔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십 분이 걸렸다. 삼십 년 전에 같은 방에서 일한 사람의 집이었다. 현관에 기계가 담요에 싸여 나와 있었다.
“오후에 쓰실 거죠.”
“세 시에 씁니다.”
“라디오로 들으라는 그거요.”
정한은 종이 다섯 칸을 다시 확인하고 접어 넣었다.
돌아와서 담요를 벗겼다. 데크는 정한의 것보다 열 해쯤 뒤에 나온 기계였다. 모델이 달랐고 그래서 고른 것이었다.
정한은 뒷판을 돌려 열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손을 멈췄다.
모터가 달랐다. 모터 옆에 작은 쇠 깡통이 하나 붙어 있고 거기서 선이 기판으로 들어가 있었다.
정한은 수화기를 들어 아침에 다녀온 집에 걸었다.
“이 기계 모터가 전원으로 도는 게 아니죠.”
“그거 쿼츠예요.”
“수정 말이죠.”
“수정이 떨어 주는 걸 세어서 모터를 맞춰요. 전기가 60이든 59든 상관없이 돌아요.”
정한은 수화기를 어깨에 끼고 적었다.
「내 데크: 싱크로너스임. 전원 주파수에 속도가 묶여 있음. 전기가 느려지면 테이프도 느려짐.
빌린 데크: 수정이 기준임. 전원 주파수와 속도가 안 묶여 있음.
어제까지 「다른 모델」이라고만 적어 뒀음. 다른 모델인 정도가 아니었음.
종류가 다름. 셋째 점이 아니고 다른 자가 왔음.」
정한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종이를 뒤로 넘겨 열다섯 해 전에 적은 줄을 찾았다. 험이 59.6으로 나온다는 줄이었다. 그 아래에 「녹음한 기계가 빨랐는지 재생하는 기계가 느린지 구별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정한은 그 줄 옆에 날짜를 적고 새 줄을 달았다.
「오늘 그 구별에 손이 하나 더 생겼음.」
세 시 정각에 라디오 시보가 났다. 짧은 소리 셋과 긴 소리 하나였다. 정한은 긴 소리 앞머리에 초침을 세우고 십 분을 쟀다.
59.983이었다.
세 시 이십 분에 전화가 왔다. 저쪽 수는 59.981이었다.
양식 다섯 칸이 다 채워져 있었다. 날짜, 시작 시각 15시 00분, 험 수, 기계 이름, 시보를 들은 길은 라디오였다.
정한은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차를 적었다.
0.002였다.
「차 0.002.
전기는 한 계통 안에서는 어디서나 같은 주파수임. 서울이 60.01이면 부산도 60.01임.
자리에 따라 다른 것은 위상이고 주파수가 아님. 그래서 같은 때에 재면 계통 몫이 차에서 빠짐.
빠지고 남은 0.002는 전부 우리 둘의 기계 몫임.
내 자 눈금이 0.001임. 0.002는 두 칸임.
두 칸이면 「기계 차가 있다」고 말하지 못함. 「기계 차는 0.002보다 크지 않다」고 말함.
전에 적었던 것과 같은 모양임. 0이 나오는 것이 「없음」이 아니고 「자보다 작음」임.
지금 쓰려는 것은 「두 기계가 같다」가 아니고 「두 기계가 많이 다르지는 않다」임. 그것으로 충분함.
아침마다 적는 험은 짧게 재서 0.01까지임. 열 분을 재면 0.001까지 나옴.
같은 험인데 자가 다름. 두 수를 한 칸에 안 적음. 아침 칸과 열 분 칸을 가름.」
네 시에 정한은 열다섯 해 된 릴을 빌린 데크에 걸었다.
험이 실린 구간을 찾아 십 분을 재고 수를 읽었다.
59.60이었다.
정한은 연필을 쥐고 오래 가만히 있었다.
「내 데크로 재도 59.6. 쿼츠 데크로 재도 59.6.
쿼츠 데크 속도는 전원하고 상관이 없음. 수정은 백만분의 몇으로 떨어짐. 0.67퍼센트하고는 자릿수가 셋 다름.
그러므로 59.6은 재생하는 기계가 만든 수가 아님.
전기는 어떤가. 계통은 60에서 0.05 밖으로 못 나가게 잡아 둠. 0.05면 0.08퍼센트임.
0.67퍼센트는 0.08퍼센트의 여덟 배임. 전기가 낼 수 있는 수가 아님.
재생도 아니고 전기도 아님. 남는 것은 녹음한 기계임.
열다섯 해 전에 그 기계가 빨랐음.」
정한은 그 아래에 줄을 하나 더 그었다.
「가름이 된 것이 아님. 한쪽이 훨씬 그럴듯해진 것임.
전제 둘을 쓰고 있음. 하나, 수정이 맞음. 둘, 그때 계통이 규정 안에 있었음.
둘째는 기록이 없음. 그때 계통 주파수를 적어 둔 표를 못 구함.
규정이 그랬으니 그랬을 것이라는 말임. 그것은 짐작임.
짐작을 쓰고 있다는 것을 옆에 적음.」
정한은 릴을 처음으로 되감고 세 군데에서 십 분씩 쟀다. 앞쪽, 가운데, 끝쪽이었다.
59.60, 59.68, 59.75였다.
정한은 수 셋을 보고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한 수가 아님. 앞에서 끝으로 가며 올라감.
릴이 돌면 감긴 테이프 지름이 변하고 당기는 힘이 변함. 그 기계가 균일하게 빨랐던 것이 아니고 앞에서 더 빨랐음.
그러므로 보정은 수 하나가 아니고 줄임. 곡선임.
곡선으로 고치면 소리의 높이가 제자리로 감.
대신 길이가 변함. 0.67퍼센트면 삼십 분에 십이 초임.
고친 사본은 원본과 길이가 다름. 길이가 다른 것은 원본과 같은 것이 아님.
무보정본을 남기는 까닭이 오늘 수로 설명됨. 전에는 규칙으로만 적어 뒀음.」
마지막 줄은 짧았다.
「험이 안 실린 구간이 있음. 무음 구간임.
거기는 이을 수 없음. 양쪽 수로 사이를 채우게 됨.
채운 것은 짐작임. 채운 구간을 표에 따로 적음. 들을 사람이 어디가 짐작인지 알아야 함.
내일 10/18에 씀. 보정본과 무보정본 둘을 뜸.」
네 시 사십육 분에 보온고를 열었다. 짐작은 4시 50분이었다.
−4분이었다. 열셋째 점이었다.
「열셋째 −4. 치우침이 아직 3분보다 작음. 다시 보는 날 11월 14일임. 그대로 둠.」
면봉 병에는 통과가 없었다. 「안 지나감」 아흐레째였다. 본물건은 보온고에 그대로 있었고 안 보는 날 칸에 1을 적었다. 이레째였다.
20일에 압흔 판독이 있었고 사흘 남았다. 이관 마감까지 열흘이었다.
창밖 아래층 셔터는 내려가 있었다. 정한은 봤고 적지 않았다. 안 적은 날 넷째였다.
5. 백예순 걸음
하람은 8시 반에 미강을 데리고 현관에 나와 센터 차를 기다렸다. 간 날 칸에 합 예순여덟, 연달아 열하나를 적었다.
제비 통을 흔들어 한 장을 꺼냈다. 여섯째 블록 넷째 장이었다.
「밖」이었다.
차는 8시 45분에도 오지 않았다. 미강이 대문 밖으로 몇 걸음 나갔다.
“어디 가세요.”
“저기까지 가 보자.”
하람은 손목시계를 보고 따라 나갔다.
골목을 내려가 큰길 쪽으로 걸었다. 미강이 앞섰고 하람이 반 걸음 뒤였다.
하람은 걸음을 셌다. 백예순 걸음이었다. 2분 10초가 걸렸다.
전봇대가 있는 자리에서 미강이 멈춰 섰다.
“여기까지 오면 늘 정숙이네 창이 보였어.”
하람은 숨을 한 번 쉬었다.
“정숙이네요.”
“저 2층. 불 켜 놓고 있으면 내가 올라갔지.”
미강이 가리킨 2층에는 다른 집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하람은 그쪽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돌아오는 데 2분 20초가 걸렸다. 센터 차는 9시 2분에 왔다.
하람은 차를 보내고 식탁에 앉아 한참 적었다.
「밖에 나감. 나간 시각 8:47, 돌아온 시각 8:56. 앞선 쪽은 어머니임.
백예순 걸음, 2분 10초. 돌아올 때 2분 20초.
「정숙」이 나왔음. 집 안에서는 여덟 주 동안 한 번도 안 나온 이름임.
집에서 백예순 걸음 밖에서 나왔음.
이것을 「좋아졌다」로 적으면 안 됨. 한 번임. 한 번은 수가 아님.
적을 것은 다른 것임: 집 안에서 안 나온 것이 「없음」이 아니었음.
「없음」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못 꺼냄」임.
집 안에서 물으면 집 안에 걸려 있는 것만 나옴. 길에서 걸으면 길에 걸려 있는 것이 나옴.
넣을 때 옆에 있던 것이 꺼낼 때 열쇠가 됨. 어머니는 정숙이네를 길에서 넣었음.」
하람은 종이를 넘겨 그제 베껴 둔 조사표 사본을 폈다. 「못 함」에 동그라미가 쳐진 줄이 여섯이었다.
여섯 줄 옆에 똑같은 말을 적어 넣었다.
「집에서 봄.」
「조사표에 「못 함」으로 적은 여섯이 다 집 안에서 본 것임.
한 자리에서 본 것을 자리 없이 적었음. 지난번에 석 달 중 두 달만 기록이 있다고 적어 둔 것과 같은 자리임.
그때는 때가 모자랐고 이번에는 자리가 모자람.
칸을 하나 만듦: 「본 자리」. 집 안, 길, 센터로 가름.
이미 적어 낸 여섯은 못 고침. 29일에 통보 물을 때 말로 덧붙임.
그리고 자리를 가르면 한 자리에 열 점이 모일 때까지 두 배가 걸림.
가르면 수가 묶이고 안 가르면 수가 섞임. 둘 다 값이 있음. 가르는 쪽을 고름. 섞인 수는 지난 두 달로 충분히 봤음.」
마지막 줄에 하람은 작게 달았다.
「걸음 수도 자리에 매여 있음. 복도에서 재던 걸음과 길에서 센 걸음을 한 칸에 안 적음.
길 칸을 따로 둠. 오늘이 길 칸 첫 점임.」
열 시에 하람은 수첩 맨 앞에 붙인 찾는 종이를 폈다. 어제 만든 것이었다.
9월 17일 줄을 찾았다. 1분이 걸렸다.
어제는 십 분이 걸린 일이었다.
하람은 적다가 손을 멈췄다.
「십 분에서 일 분으로 줄었음. 값이 나왔음.
그런데 이 시험은 공정하지 않음.
어제 찾아 봤으므로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음. 색인을 봐서 빠른 것인지 어제 봐서 빠른 것인지 모름.
다음에는 한 번도 안 찾아 본 날짜로 잼. 8월 29일 줄로 할 것. 미리 적어 둠.
같은 데를 두 번 재면 두 번째는 첫 번째를 아는 자가 재는 것임.」
열한 시 반에 미강이 돌아오고, 점심을 차리는 사이에 미강이 돋보기를 찾기 시작했다.
하람은 어제 순서를 고친 목록을 꺼냈다. 미싱 위, 거실 소파 틈, 미싱 서랍, 식탁 위, 현관 신발장 위, 센터 가방이었다.
첫째 자리에 있었다. 40초였다.
「첫째에서 나옴. 40초.
어제 소파 틈을 둘째로 올렸음. 오늘은 소파 틈까지 안 갔음.
그러니까 오늘 빠른 것은 고친 순서가 한 일이 아님. 운임.
고친 순서가 일을 했는지는 이 한 번으로 모름.
고친 날부터 센 것을 따로 적음. 오늘이 첫 점임. 열이 되면 앞의 열하고 견줌.
목록 길이는 여섯 그대로임.」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처음 세 마디를 받아 적었다. 이레째였다.
“밖에 나갔었지.”
“네. 아침에요.”
“나가면 생각나는 게 있어.”
하람은 셋을 적고 밑에 달았다.
「첫 마디가 물음이 아님. 이레 중 물음이 넷임.
세 마디 가운데 셋째가 오늘 길에서 있었던 일임. 아침 일이 점심까지 남아 있었음.
남아 있는 것과 꺼낼 수 있는 것이 다름. 오늘은 꺼냈음. 한 번임.」
「말 아닌 것」 칸에 여드레째를 적었다. 먼저가 하나, 같이가 하나, 나중이 0, 말 없음이 둘이었다.
핀 칸에는 열째 점으로 6을 적었다. 7, 5, 6, 6, 7, 6, 5, 6, 6, 6이었고 방향이 아홉이었다.
하람은 열 점이 된 줄에 밑줄을 그었다.
「핀 열 점. 가운데 6, 폭 2.
열이 되었으므로 말해도 되는 줄임.
말할 것: 두 달 동안 핀 꽂는 자리가 5에서 7 사이였고 방향은 아홉 번 같았음.
안 변했음. 「안 변했음」도 수임. 변한 것만 적으면 안 변한 것이 안 보임.」
최영숙은 오늘도 현관에 신발을 내놓아 주셨고 59차였다. 부탁하지 않은 줄의 넷째였다. 전화 줄은 아흐레째 0이었다.
조사표를 낸 뒤 둘째 날이었다. 통보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고 차량 일지는 10월 21일에 볼 것이었다.
「둘째 날. 아무것도 안 옴. 「안 옴」을 적음. 열이틀 남았음.」
본 것 없는 짐작은 열한째 점이었다. 좁게 적기 넷째 날이었다.
「센터 가방이 현관 신발장 위에 있을 것」이었고 넓이가 하나였다.
가방은 신발장 위에 있었다. 맞았다.
「맞음. 넓이 하나.
좁게 적은 넷 가운데 둘 맞음. 넓게 적던 일곱은 거의 다 맞혔고 아무것도 안 알았음.
좁게 적은 것만 따로 세고 열이 될 때까지 기다림. 10월 23일임.
그리고 오늘 아침 길에서 나온 것은 짐작 칸에 안 적음. 짐작한 적이 없는 것이 왔음.
짐작 칸은 짐작을 적는 칸이고 온 것을 적는 칸이 아님. 섞으면 나중에 내가 맞힌 것처럼 보임.」
6. 서른과 스물
여섯 시에 재혁은 적재장 빈 줄로 갔다.
아침에 마흔쯤 보이던 네모 자국이 저녁에는 스물쯤이었다.
재혁은 수첩을 펴고 사흘 치를 나란히 적었다.
백열여덟, 아흔, 예순, 마흔, 스물이었다.
「어제 아침 아흔에서 저녁 예순. 서른이 지워짐.
오늘 아침 마흔에서 저녁 스물. 스물이 지워짐.
서른에서 스물로 줄었음. 바람이 약해졌다고 쓰고 싶음.」
재혁은 쓰지 않고 자를 꺼냈다. 아직 또렷한 자국 다섯 개의 깊이를 쟀다.
2.1, 2.3, 1.9, 2.4, 2.0센티미터였다.
그러고 나서 반쯤 메워져 거의 안 보이는 자국 다섯 개를 골라 쟀다. 눈을 손끝으로 쓸어내고 바닥까지 넣었다.
1.2, 0.9, 1.1, 1.4, 1.0이었다.
재혁은 두 줄을 나란히 놓고 한참 봤다.
「또렷한 것 가운데 2.1. 지워지는 것 가운데 1.1.
깊은 것이 남고 얕은 것이 지워지고 있음.
어제 깊이를 안 재 뒀음. 그래서 어제와 오늘을 못 견줌. 오늘 안에서 둘을 견줌.
그러므로 하루에 서른이 지워지고 다음 날 스물이 지워진 것이 바람 얘기가 아닐 수 있음.
지워지기 쉬운 것이 먼저 지워져서, 남은 것이 질긴 것만 남았음.
남은 것만 보면 지워지는 일이 느려진 것처럼 보임. 느려진 것은 일이 아니고 남은 것의 성질임.
바람을 재려면 자국을 세지 말고 바람을 재야 함. 자국으로 바람을 재면 날마다 다른 자국을 재는 것임.」
재혁은 모눈종이에 깊이 칸을 하나 더 그었다. 「남은 것의 깊이 가운데」였다.
「개수 칸만 있었음. 개수는 줄어드는 것만 보여 줌.
내일부터 아침마다 남은 것의 깊이 가운데를 적음. 가운데가 날마다 올라가면 지워지기 쉬운 것부터 빠지는 것임.
둘을 같이 적어야 어느 쪽인지 봄.
열 달 된 활주로가 센 것, 이음새가 하루 만에 굳은 것, 자국이 질긴 것만 남은 것.
셋이 다 「시간이 지나면 남은 쪽이 센 쪽임」임. 센 것이 세진 것과, 약한 것이 없어진 것이 다름.
활주로는 세졌음. 자국은 없어졌음. 수는 둘 다 올라감.」
서진이 적재장 끝에서 걸어왔다. 손에 적재표 2편을 들고 있었다.
“머리에 세 순서 다 적었나.”
“적었습니다.”
재혁이 종이를 받아 펴 보였다. 머리에 줄 넷이 적혀 있었다. 무게 잰 순서, 눈굴에 넣은 순서, 깊이 순서, 그리고 꺼내는 순서였다.
“꺼내는 순서는 넣은 순서의 거꾸로입니다. 썰매 둘이 맨 안쪽이고 상자는 그 앞입니다.”
“날은.”
“날은 안 적었습니다.”
재혁이 종이 아래쪽을 짚었다.
“조건으로 적었습니다. 「편이 와서 실을 수 있는 날 아침」입니다.”
서진이 종이를 돌려 봤다.
“오늘 활주로 수도 넣어.”
“넣습니까.”
“편이 올 수 있는 날인지 아닌지가 거기에 달려 있으니까. 조건 옆에 그 조건을 재는 자를 적어 둬야 해.”
재혁은 조건 아래에 한 줄을 달았다.
「조건: 편이 와서 실을 수 있는 날 아침.
그 조건을 재는 자: 활주로 박힌 깊이. 가장자리 열 자리 가운데 23밀리. 가운데는 잴 수 없음. 가운데는 이보다 셀 것임.
새 눈 걷고 재기로 고침. 다음에 잴 날은 편 소식이 오면 그날 전임.
조건만 적고 조건을 재는 자를 안 적으면, 조건이 왔는지 아닌지를 그날 사람이 정함.」
눈굴 입구는 눈블록으로 막혀 있었고 이음새는 어제보다 더 희었다. 재혁은 손을 대지 않았다.
깃대 둘이 바람에 같은 쪽으로 누워 있었다.
재혁은 수첩을 덮으며 마지막 줄을 적었다.
「오늘 안 읽음. 내일 읽음.
안 읽은 사흘 동안 안에서는 계속 무슨 일이 있었음. 기록계가 적고 있음.
내가 안 본 것과 안 일어난 것이 다름. 자국은 내가 보는 동안에도 지워졌음.」
점을 찍는 일과 줄을 긋는 일은 다른 일이었다. 점 여섯에 줄을 그으면 또 무슨 기울기가 나올 것이었고, 나온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점만 찍어 두었다. 가운데가 6.4로 나왔어도 눈금이 1인 자로 재고 있었으니 6에서 7 사이로 적었다. 자보다 가늘게 적으면 자가 좋아진 척을 했다.
재면서 부수는 자는 같은 자리를 두 번 보지 못했다. 같은 자리를 두 번 보지 못하면 전과 후를 같은 자리로 견주지 못하고, 자리 차가 전후 차인 척하고 들어왔다. 자리를 더 많이 재면 그만큼 더 부수었으므로 재는 횟수가 품이 아니라 값이었다. 세는 자리는 가장자리였고 쓰는 자리는 가운데였다. 부술 수 없어서 고른 것은 고른 것이 아니었지만, 어느 쪽으로 치우쳤는지를 알면 쓸 수는 있었다.
다지는 일은 알을 가까이 모으는 일이었고 세지는 일은 모인 다음에 혼자 되는 일이었다. 롤러를 미는 날은 하루였고 세지는 날은 기다리는 날이었다. 기다리는 날도 일하는 날이었다.
점 셋으로 만든 자는 좁았고 좁은 자는 멀쩡한 날을 자 밖이라고 불렀다. 열나흘을 모았는데 이웃끼리 닮아 있어서 서너 날만큼 모였다. 촘촘히 한 것이 서로 닮아 있으면 촘촘히 한 것이 아니었다. 촘촘히 재는 것과 많이 아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래도 어제 적은 넷을 고치지 않고, 자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별지에 적었다. 미리 적어 두면 나중에 고른 것이 되지 않았다.
열아홉 번 똑같던 답에 스무 번째에 쪽이 붙었다. 모른다는 말과 아니오 쪽으로 기운다는 말은 다른 말이었고, 어제 빈 칸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오늘 적을 자리가 있었다. 칸을 미리 만드는 것이 일을 반쯤 해 두는 것이었다.
한 계통 안에서 전기는 어디서나 같은 주파수였고 자리에 따라 다른 것은 위상이었다. 그래서 같은 때에 같은 길로 재면 계통 몫이 차에서 빠지고 둘의 기계 몫만 남았다. 남은 것은 두 칸이었으므로 기계 차가 있다고 말하지 않고 0.002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빌리러 나간 기계는 셋째 점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자였다. 수정으로 도는 기계는 전기와 묶여 있지 않았으므로, 그 기계로 재도 59.6이 나왔다는 것은 재생하는 쪽의 몫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계통은 0.08퍼센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0.67퍼센트는 그 여덟 배였으니 전기의 몫도 아니었다. 남는 것은 열다섯 해 전에 녹음한 기계였다. 가름이 된 것은 아니었고 한쪽이 훨씬 그럴듯해진 것이었다. 전제 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옆에 적어 두었다. 앞쪽 59.60, 가운데 59.68, 끝쪽 59.75였으므로 보정은 수 하나가 아니라 곡선이었고, 곡선으로 고치면 높이가 제자리로 가고 길이가 변했다. 길이가 다른 것은 원본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무보정본을 남기는 까닭이 처음으로 수로 설명되었다.
열 걸음 밖에서 이름 하나가 나왔다. 집 안에서 여덟 주 동안 나오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것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꺼내지 못한 것이었다. 넣을 때 옆에 있던 것이 꺼낼 때 열쇠가 되었으므로, 집에서 물으면 집에 걸려 있는 것만 나왔다. 그래서 「못 함」이라고 적은 여섯 줄 옆에 「집에서 봄」을 적고, 자리 칸을 새로 만들었다. 자리를 가르면 열 점이 모일 때까지 두 배가 걸렸지만, 섞인 수는 두 달로 충분히 보았다.
어제 찾아 본 날짜로 다시 재는 것은 공정한 시험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를 아는 사람이 재는 것이었다. 첫째 자리에서 나온 한 번은 고친 순서가 한 일이 아니라 운이었다.
하루에 서른이 지워지고 다음 날 스물이 지워졌다. 바람이 약해진 것이 아니었다. 얕은 자국이 먼저 지워져 깊은 것만 남았으므로, 남은 것만 세면 지워지는 일이 느려진 것처럼 보였다. 느려진 것은 일이 아니라 남은 것의 성질이었다. 그래서 개수 칸 옆에 깊이 칸을 하나 더 그었다. 센 것이 세진 것과 약한 것이 없어진 것은 달랐고, 수는 둘 다 같은 쪽으로 올라갔다.
조건만 적고 그 조건을 재는 자를 적지 않으면, 조건이 왔는지 아닌지는 그날 사람이 정했다. 그래서 조건 아래에 밀리미터를 적었다.
사흘 동안 굴을 열지 않았고 그 사흘 동안에도 안에서는 계속 무슨 일이 있었다. 내가 보지 않은 것과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달랐다. 자국은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도 지워졌다. 그 안의 공기는 자국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