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68화 - 굳음

제68화 「굳음」
1. 영하 삼십구
「10월 16일. 수요일.」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다섯째 날이었다.
재혁은 6시 40분에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 문을 열고 온도계를 읽었다.
영하 39도였다.
수첩에 다섯 수를 나란히 적었다. 41, 38, 36, 37, 39였다.
어제 적어 둔 줄 밑에 한 칸을 비우고 오늘 수를 넣었다. 어제는 36에서 37로 올라갔고 오늘은 37에서 39로 더 올라갔다. 영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은 더 차가워지는 것이었다.
재혁은 모눈종이를 꺼내 점 다섯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자를 대고 줄 하나를 그었다.
줄은 덜 추워지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루에 0.5도쯤이었다.
「계절 몫이 하루 0.2라고 적었는데 다섯 점으로 그으니 0.5가 나옴.
0.5면 계절 몫의 두 배 반임. 봄이 두 배 반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님.」
재혁은 점마다 줄에서 떨어진 몫을 적어 봤다. 1.8, 0.7, 2.2, 0.7, 1.8이었다. 다 더해 셋으로 나누고 뿌리를 뽑으니 2도쯤이었다.
연필을 바꿔 쥐고 기울기의 틀림을 셈했다. 2를 열의 뿌리로 나누니 0.64였다.
「기울기 0.5. 기울기의 틀림 0.64.
틀림이 기울기보다 큼. 이러면 기울기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못 말함.
다섯 점으로 그은 줄은 봄이 그은 것이 아니고 흔들림이 그은 것일 수 있음.
줄을 그으면 늘 무슨 기울기든 나옴. 나온다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님.」
여분 온도계를 들고 활주로로 가서 눈에 1센티미터만 눕혀 묻었다. 십오 분 뒤에 꺼내 읽었다.
영하 45도였다.
차가 6도였다. 네 수가 6, 6, 7, 6이 되었다.
「차 넷. 가운데가 6.25. 떨어진 몫이 0.4쯤.
넷이면 말해도 됨. 「눈 표면이 공기보다 6도쯤 찬 것이 넷 다 같은 쪽」임.
6인지 7인지는 아직 못 가름. 「6에서 7 사이」로 적음. 가름이 안 된 것과 모르는 것이 다름.」
여덟 시에 시추동으로 들어갔다. 서진이 드릴 통 날을 숫돌에 대고 있었다.
“오늘 39입니다. 어제보다 2도 더 찹니다.”
“어제는 봄이라 했는데.”
“어제도 봄이고 오늘도 봄입니다. 안 보입니다.”
재혁은 모눈종이를 펴 보였다.
“다섯 점으로 줄을 그으면 하루 0.5도로 따뜻해지는 것처럼 나옵니다. 그런데 그 줄의 틀림이 0.64입니다.”
“틀림이 더 크네.”
“더 큽니다. 그러니까 0.5도 아니고 0도 아니고 거꾸로여도 안 됩니다.”
서진이 날을 들어 햇빛에 비춰 봤다.
“그럼 뭘 더 해야 보여.”
“둘 중에 하나입니다. 하루에 두 번 재거나 날을 늘리는 겁니다.”
재혁은 연필로 셈을 했다.
“하루에 두 번 재면 점이 두 배가 됩니다. 틀림은 뿌리만큼만 줄어서 1.4배 좋아집니다.”
“날을 늘리면.”
“날을 두 배로 늘리면 2.8배 좋아집니다.”
서진이 숫돌을 내려놓았다.
“같은 두 배인데 왜 달라.”
“점이 늘어나는 것보다 양쪽 끝이 벌어지는 게 더 세게 듣습니다. 줄은 점 개수로 눌리는 게 아니라 벌어진 폭으로 눌립니다.”
재혁은 수첩에 적었다.
「점을 두 배로 촘촘히 하면 1.4배. 날을 두 배로 늘리면 2.8배.
촘촘히 하는 것은 조금 낫고 오래 하는 것은 많이 나음.
그리고 하루 두 번은 아침과 저녁을 섞음. 아침·저녁 차가 하루 폭만큼 됨.
섞으면 흔들림이 커짐. 흔들림이 커지면 1.4배도 못 받음.
아침 한 번만 계속함. 날을 늘림.
다시 보는 날을 미리 적음: 10월 31일. 그날 열엿새 점으로 다시 그음.
그날까지는 「봄이 옴」을 안 적음. 「봄이라고들 함」만 적음.」
아홉 시에 무선을 켰다. 해안 기지는 어제 한 말을 되풀이했다. 오늘도 사흘은 못 온다고 했다.
재혁은 「기다린 날」 칸을 폈다.
「분모 둘. 안 온 날 하나, 온 날 하나. 어제와 같음.
오늘은 「못 오는 날」 칸 둘째 줄임. 전날까지 알려 온 날임. 분모에 안 들어감.
둘째 줄이 생기니 칸이 쓰이는 것이 보임. 규칙을 수 보기 전에 적어 둔 것이 오늘 두 번째로 들어맞음.
규칙이 두 번 쓰였음. 세 번쯤 쓰이면 고치기 어려워질 것임. 고치기 어려워지는 것이 규칙이 하는 일임.」
2. 영 점 영사
은재는 6시 4분에 전실에서 냉동기 기록지를 꺼냈다.
10월 15일 저녁 칸에 제상이 한 번 찍혀 있었다.
「오늘은 제상 다음 날이고 사람 있는 날임. 첫째 칸임. 아홉째 점임. 다 합해 스물여덟째 점임.」
은재는 어제 만든 종이를 꺼냈다. 네모 넷에 칸마다 자를 따로 적어 둔 것이었다.
첫째 칸은 앞의 여덟 점 가운데가 486이었고 떨어진 몫이 9였다. 자는 477에서 495였다.
짐작 칸에 486을 적고 2호기 증발기 앞으로 갔다. 손바닥만큼을 10초로 걷어 올려 세었다.
494였다.
자 안이었다. 끝쪽이었다.
은재는 어제까지 쓰던 자를 옆에 적어 봤다. 네 칸을 다 묶어 만든 자였고 400에서 760이었다. 494도 그 자 안이었고 660도 그 자 안이었다.
「첫째 칸 자로 보면 494가 자 안 끝쪽이고, 넷을 묶은 자로 보면 아무 수나 자 안임.
자가 넓으면 늘 자 안임. 늘 자 안인 자는 아무것도 안 알려 줌.
자를 칸마다 만들어서 처음으로 자가 일을 하게 됨.
점이 둘인 둘째 칸은 아직 자 없음. 자 없는 칸에는 짐작만 적고 가름은 안 함.」
6시 30분에 기록계 두 대를 읽었다.
−0.04였다. 열째 수였다.
은재는 종이를 책상에 놓고 손을 무릎에 얹었다.
앞의 아홉 수가 −0.05, −0.06, −0.06, −0.07, −0.07, −0.08, −0.08, −0.09, −0.13이었다.
오늘 수가 열 가운데 제일 작았다.
은재는 연필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경옥이 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갑을 벗으며 종이를 봤다.
“오늘이 판정 날이죠.”
“오늘이에요.”
“수가 돌아왔네요.”
“돌아왔어요. 그래서 더 어려워졌어요.”
은재는 종이를 돌려 놓았다.
“어제 적을 때 「아홉 점」이라고 적었어요. 오늘 수는 열째예요.”
“넣으면 되잖아요.”
“넣으면 안 돼요. 어제 「아홉 점 평균」이라고 적었으니까 열째를 넣는 건 어제 안 정한 법을 오늘 정하는 거예요.”
“그럼 오늘 수는 어디에 써요.”
은재는 새 종이를 꺼냈다.
“다음 시험 첫 점이에요.”
경옥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래서 어느 쪽이에요. 넘었어요, 안 넘었어요.”
“둘 다 적었어요. 마지막 값으로 보면 −0.13이라 넘었고, 아홉 점 평균으로 보면 −0.08이라 안 넘었어요.”
“둘 다는 알겠는데요.”
경옥이 종이를 손끝으로 짚었다.
“통은 옮겨요, 안 옮겨요.”
은재는 대답을 못 했다.
한참 있다가 적었다.
「결론이 둘인데 손은 하나임.
결론을 둘로 적는 것은 거짓을 안 쓰는 길임. 그런데 통은 둘로 못 둠. 옮기거나 안 옮기는 것임.
둘 다 적어도 고르는 일이 없어지지 않음. 고르는 자리가 수에서 손해로 옮겨 감.」
은재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옮기면 뭐가 나빠요.”
“문을 열어야 하고,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통을 들어야 하죠. 한 번에 서른 분이에요.”
“안 옮기면요.”
“0.1도 더 찬 자리에 1년을 두는 거예요.”
은재는 둘을 나란히 적었다.
「옮김: 문 서른 분. 사람 들어가 있음. 통 들림 열두 번.
안 옮김: 자리 차 0.1도로 1년.
어느 쪽이 큰지 모름. 0.1도로 1년이 서른 분보다 나쁜지 셈해 본 적이 없음.
기준이 0.10인 까닭을 모름. 기준은 두 손해가 같아지는 자리여야 함.」
은재가 물었다.
“선생님. 0.10은 어디서 온 숫자예요.”
경옥이 종이를 한참 봤다.
“내가 정했어요.”
“언제요.”
“열 몇 해 전에요. 눈금이 0.05짜리 자를 쓰고 있었으니까 두 칸이면 자 탓이 아니겠다 싶었어요.”
은재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기준 0.10의 출처: 그때 쓰던 자의 눈금 두 칸.
손해를 견준 수가 아님. 자의 수임.
자가 좋아졌는데 기준은 그대로 있었음. 기준도 짐작이었음. 짐작인데 숫자 모양을 하고 있었음.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안 적혀 있으면 기준도 짐작임. 짐작은 옆에 까닭을 달아야 함.」
은재는 새 종이 머리에 넷을 먼저 적었다.
「다음 시험.
하나. 재는 것: 두 자리 기록계의 차. 아침 6시 30분. 하루 한 번.
둘. 판정하는 수: 열나흘 치 평균. 마지막 값 안 씀.
셋. 기준: 0.10 그대로 둠. 까닭은 모름. 모르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 적음.
넷. 판정 날: 10월 30일.
이 넷을 수 보기 전에 적음. 오늘 적고 오늘 시작함. 첫 점은 −0.04임.
하루 두 번 재고 싶음. 안 함. 아침 수와 저녁 수는 같은 수가 아님. 섞으면 열나흘 평균이 다른 것의 평균이 됨.
두 번 재는 것은 따로 칸을 만들어 따로 셈함.
이번 열나흘 동안 통은 안 옮김. 안 옮기는 것을 고른 것으로 적음. 기다리는 것이 아님.」
경옥이 일어나며 말했다.
“스물세 해 동안 기준을 물어본 사람이 없었어요.”
“물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니요.”
경옥이 장갑을 다시 끼었다.
“물으면 내가 정했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을 하기가 싫었던 거죠.”
아홉 시에 승화 3차 다섯째 날을 했다. 소분 둘째 날이었다.
작은 병 셋에 하루치씩 나눠 넣고 바로 밀폐했다. 은재는 병 셋을 유산지 위에 나란히 놓고 번호를 확인했다.
“선생님. 나눠 담으면 재는 횟수가 늘어서 손해라고 어제 적었는데요.”
“그랬죠.”
“하나 더 있어요. 좋은 쪽이에요.”
은재는 병 셋을 손끝으로 차례로 짚었다.
“셋을 따로 재면 셋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가 보여요. 모아서 재면 합만 나와요.”
“다른 게 보이면 뭐가 좋아요.”
“날마다 다른 건지, 제가 걷는 손이 다른 건지, 저울이 다른 건지 가를 단서가 생겨요.”
은재는 적었다.
「나눠 재는 것은 품만 드는 것이 아님. 흩어짐이 어디서 오는지도 나옴.
모아 재면 합 하나가 나오고 흩어짐은 아예 안 나옴.
어제는 나누는 쪽을 품으로만 셈했음. 나누는 쪽에 들어오는 것을 안 셌음.
값만 세고 알게 되는 것을 안 세면 셈이 또 반쪽임.
모레 10/18에 셋을 각각 재고 합도 적고 셋의 차도 적음. 어제 「사흘 뒤」로 적어 둔 날임.」
재운 날 칸에 안 잘린 통 379일째, 잘린 통 셋은 열나흘째를 적었다. 사람이 한 일 칸과 방이 한 일 칸은 열사흘째였다.
수송팀 칸에는 수요일이라 또 물었다. 답은 「아직」이었다.
「수요일. 물었음. 답 「아직」. 지나간 날 스물여섯, 물은 날 열아홉.
「아직」이 열아홉 번째임. 열아홉은 수임.
열아홉 번 같은 답을 들은 것은 한 번 들은 것과 다름. 다른 것을 적을 칸을 만들 때가 됨.」
3. 스물넷
아침 일곱 시에 재혁은 적재장 빈 줄로 갔다.
눈 위에 네모난 자리가 두 줄로 찍혀 있었다. 어제는 백열여덟 개가 다 보였는데 오늘은 윗줄 끝쪽이 반쯤 메워져 있었다.
밤에 바람이 조금 불었다.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네모 자국 백열여덟. 오늘 또렷한 것이 아흔쯤. 윗줄 끝이 메워짐.
자국은 기록이 아님. 기록은 종이에 적은 것임.
어제 「덮인 데를 적어 두면 덮은 것임」이라고 적었음. 오늘 자국이 덮이는 것을 봄.
종이에 적어 둔 것만 남을 것임. 적어 둔 것이 뭐였는지를 오늘 봐 둠.」
여덟 시 반에 서진과 2편 적재표를 펴 놓고 마무리했다.
상자 쉰아홉에 30.6을 곱해 1,805였고 썰매와 포장 10을 더해 1,815였다. 표 머리에는 「쉰아홉 개 전수 계량, 10/15, 평균 30.6」이라고 적혀 있었다.
재혁은 표 아래에 새 줄 하나를 더 그었다. 어제 만든 「짐이 받는 횟수」 줄이었다.
“넣을 때 서른다섯 번 들었습니다. 꺼낼 때도 서른다섯 번입니다.”
“썰매째 넣은 스물넷은.”
“안 들고 들어갔습니다. 꺼낼 때도 안 듭니다. 썰매째 끌어내면 됩니다.”
서진이 종이를 보다가 손가락을 짚었다.
“썰매가 어디 있어.”
“안쪽입니다.”
재혁은 손이 멈췄다.
눈굴은 길이가 열두 걸음이고 입구가 하나였다. 어제 썰매 둘을 먼저 밀어 넣었고, 그다음에 서른다섯 개를 들어 옮겨 입구 쪽부터 쌓았다.
“썰매가 제일 안쪽에 있고 들어 옮긴 서른다섯이 입구 쪽에 있습니다.”
“그럼 썰매 끌어내려면.”
“서른다섯을 먼저 다 들어내야 합니다.”
재혁은 야장을 꺼내 한참 적지 못하고 있다가 적었다.
「넣을 때 편한 순서와 꺼낼 때 편한 순서가 반대임.
넣을 때는 무거운 것을 먼저 밀어 넣는 것이 편함. 꺼낼 때는 먼저 쓸 것이 입구에 있어야 편함.
입구가 하나면 나중에 넣은 것이 먼저 나옴. 먼저 넣은 것은 맨 나중에 나옴.
썰매째 넣어 아낀 품 스물넷을, 꺼낼 때 서른다섯을 들어내는 품으로 돌려주게 됨.
넣을 때의 셈만 하고 꺼낼 때의 셈을 안 했음. 어제 「값은 셈법의 성질」이라고 적고 셈을 반만 했음.
고칠 수 있는가: 오늘 다시 들어내 바꾸면 쉰아홉을 두 번 더 듦. 안 고침.
적음: 「꺼낼 때 서른다섯을 먼저 들어내야 함. 썰매 둘은 맨 나중.」 적재표 2편 머리에 붙임.」
서진이 썰매 끈을 둥글게 감으며 말했다.
“그거 적어 놓으면 꺼내는 사람이 알겠네.”
“적어 놓으면 압니다.”
“안 적어 놓으면.”
“입구부터 열고 보면 압니다. 열어 보고 아는 것이 열기 전에 아는 것보다 비쌉니다.”
재혁은 어제 서진이 받아 적은 번호 종이를 꺼냈다. 상자 번호와 무게가 쉰아홉 줄로 적혀 있었다.
줄을 따라 손가락을 내렸다. 번호는 1번부터 59번까지 순서대로였다.
재혁은 손을 멈췄다.
“이게 단 순서입니까, 넣은 순서입니까.”
서진이 종이를 봤다.
“단 순서지.”
“스물넷은 썰매에 먼저 올렸고 서른다섯은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달린 순서하고 들어간 순서가 다르겠네.”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종이에 1부터 59까지 순서로 적혀 있음. 그런데 이 순서가 무슨 순서인지 종이에 안 적혀 있음.
단 순서인지 넣은 순서인지 깊이 순서인지 종이만 보면 모름.
적어 둔 순서가 일어난 순서인지를 적어 두지 않으면 적어 둔 순서는 쓸모가 없음.
오늘 머리에 적음: 「무게 단 순서. 넣은 순서 아님. 넣은 순서는 썰매 둘이 먼저, 그다음 들어 옮긴 서른다섯.」
깊이 순서는 상자 안쪽 표에 있음. 세 순서가 다 다름. 셋을 한 종이에 나란히 적음.」
열 시에 서진이 야장 얘기를 또 했다. 「안 들은 날」 칸은 여드레째였고 합이 열넷에서 안 늘었다. 연달아 0이었다.
「봄」 칸에 1을 적어 열사흘째에 누계 열하나가 되었다. 「안 함」 줄은 누계 열셋이었다.
4. 세 시 정각
정한은 7시에 험을 쟀다.
59.99였다. 열셋째 점이었다.
요일 칸에 수요일을 적었다. 수요일 칸의 첫 값이었다.
「열세 점에 요일 일곱임. 수요일 첫 값임. 빈 요일이 없어짐.
요일마다 하나나 둘임. 요일을 보려면 요일마다 넷은 있어야 함. 한 달 반임.
지금은 못 봄. 섞이지만 않게 둠. 요일 칸을 만들어 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알게 됨.」
온도계 둘을 읽었다. 방 가운데 19.9도, 모터 옆 22.1도였다. 차가 2.2였다.
종이에 다섯 수가 되었다. 2.4, 2.1, 2.3, 2.5, 2.2였다.
정한은 가운데를 내고 떨어진 몫을 적었다. 가운데가 2.3이었고 떨어진 몫이 0.12였다.
어제는 0.15였다.
「어제 떨어진 몫 0.15. 오늘 0.12. 조금 줄었음.
폭은 어제 0.4였고 오늘도 0.4임. 점이 하나 늘었는데 안 늘었음. 오늘 수가 가운데 쪽이었기 때문임.
폭은 운이 좋으면 안 늘고 운이 나쁘면 늚. 떨어진 몫은 양쪽으로 다 움직임.
이 자가 날수에 안 매여 있는 것을 오늘 처음 눈으로 봄.」
여덟 시 십 분에 짐작 칸을 폈다. 보온고를 몇 시에 열지였다.
「3시 10분」이라고 적었다.
두 시 반에 정한은 리허설 준비를 했다. 내일 오후 세 시에 할 일을 혼자 한 번 해 보는 것이었다.
라디오를 켜고 녹음기를 걸어 두고 세 시 시보를 기다렸다. 세 시 정각에 짧은 소리 셋과 긴 소리 하나가 났고, 긴 소리 앞머리에 맞춰 손목시계 초침을 세웠다. 그러고 나서 십 분을 쟀다.
끝내고 종이에 적었다.
「10분 쟀음. 10분이면 가를 수 있는 가장 가는 몫이 600분의 1쯤임. 0.0017헤르츠임.
험이 하루에 0.03쯤 움직임. 0.0017은 그보다 훨씬 가늚. 10분으로 충분함.
더 길게 재면 그 안에서 험이 또 움직여서 평균이 됨. 10분 안에도 조금 움직임. 그래서 같은 10분이어야 함.」
정한은 거기서 연필을 멈췄다.
종이 양식을 꺼내 봤다. 어제 만들어 둔 것이었다. 칸이 넷 있었다. 날짜, 시작 시각, 험 수, 기계 이름이었다.
한 칸이 없었다.
「시보를 무엇으로 들었는지 칸이 없음.
내가 라디오로 들었음. 저쪽이 텔레비전으로 들으면 어떻게 되는가.
방송은 스튜디오에서 송신까지 길이 있음. 라디오는 그 길이 짧음. 수십 분의 일 초쯤임.
요즘 텔레비전은 신호를 묶고 푸는 데 시간이 듦. 몇 초씩 늦게 나옴.
내 시계가 라디오로 맞춰지고 저쪽 시계가 텔레비전으로 맞춰지면, 둘이 「세 시 정각」이라고 부르는 때가 몇 초 다름.
몇 초면 험 10분 가운데 몇 초가 안 겹침. 그만큼이 차에 들어옴.
어제 적은 것은 「같은 때에 재면 공통인 몫이 차에서 빠진다」였음.
한 줄을 덧붙임: 같은 몫이 되려면 같은 길로 와야 함. 같은 때라고 부르는 것이 둘이 다르면 같은 때가 아님.」
정한은 양식에 칸을 하나 더 그었다. 「시보를 들은 길」이었다. 그 밑에 작게 「라디오로 들을 것. 텔레비전·인터넷 금지」라고 적었다.
세 시 반에 수화기를 들어 내일 빌려 줄 집에 걸었다.
“양식을 하나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양식이요?”
“칸이 다섯입니다. 날짜, 시작 시각, 험 수, 기계 이름, 시보를 들은 길입니다.”
“들은 길은 왜요.”
“라디오로 들으시면 됩니다. 텔레비전으로 들으시면 몇 초 늦습니다.”
저쪽이 잠깐 웃었다.
“몇 초가 중요해요?”
“십 분을 재는데 몇 초가 어긋나면, 그 몇 초가 기계 차인 척하고 들어옵니다.”
정한은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쪽에서도 같은 칸에 적어 주셔야 합니다. 칸이 다르면 두 장을 나란히 못 놓습니다.”
적고 나서 한 줄을 달았다.
「양식을 미리 보냄. 둘이 같은 칸에 적어야 둘을 나란히 놓을 수 있음.
어제 하람 쪽 얘기와 같은 자리임. 칸이 하나면 쓰는 사람이 고르게 되고, 칸이 다르면 둘을 못 견줌.
양식을 만든 사람이 견주는 일을 미리 해 둔 것임.」
세 시 십사 분에 보온고를 열었다. 짐작은 3시 10분이었다.
+4분이었다. 열두째 점이었다.
「열두째 +4. 앞 열하나에 더하니 치우침이 아직 3분보다 작음.
마흔 점까지 안 봄. 다시 보는 날 11월 14일임. 그대로 둠.」
면봉 병에는 통과가 없었다. 「안 지나감」 여드레째였다. 본물건은 보온고에 그대로 있었고 안 보는 날 칸에 1을 적었다. 엿새째였다.
이관 마감까지 열하루였다. 20일에 압흔 판독이 있었고 나흘 남았다.
창밖 아래층 셔터는 올라가 있었다. 정한은 봤고 적지 않았다. 안 적은 날 셋째였다.
5. 쪽지 스물한 장
하람은 8시 반에 센터 차에 미강을 태웠다. 간 날 칸에 합 예순일곱, 연달아 열을 적었다.
제비 통을 흔들어 한 장을 꺼냈다. 여섯째 블록 셋째 장이었다.
「길」이었다.
열 시에 하람은 식탁에 수첩을 펴 놓고 쪽지를 세어 봤다.
8월 초부터 두 달 조금 동안 고쳐 적지 않고 옆에 대어 붙인 쪽지가 스물한 장이었다.
수첩이 처음의 두 배로 두꺼웠다.
「원본을 안 고쳤음. 그래서 쪽지가 스물한 장임.
규칙은 지켜졌음. 그런데 어제 조사표를 쓸 때 9월 17일 줄을 찾는 데 십 분이 걸렸음.
안 고쳤으니 원본은 그대로임. 대신 읽는 품이 늚.
덧댄 것이 쌓이면 읽는 품이 늚. 이것은 규칙의 값임. 값을 안 적고 규칙만 적어 뒀음.」
하람은 빈 종이 한 장을 꺼내 수첩 맨 앞에 붙였다. 줄을 셋 그었다. 쪽지 번호, 날짜, 무슨 항목인지였다.
스물한 장에 번호를 붙이고 한 줄씩 옮겨 적었다. 사십 분이 걸렸다.
「앞에 붙인 종이는 쪽지가 아님. 쪽지를 찾는 종이임.
이 종이는 고침. 번호가 늘어나면 줄을 더 적음. 고쳐도 원본이 안 상함.
고치지 않는 종이와 고치는 종이를 가름.
고치지 않는 종이: 그날 적은 줄, 옆에 댄 쪽지.
고치는 종이: 찾는 종이.
찾는 종이가 틀리면 못 찾을 뿐이고, 그날 적은 줄이 틀리면 없던 일이 생김.
둘의 값이 다르므로 둘을 같은 규칙으로 안 지킴.」
열한 시에 미강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들어가서 처음 세 마디를 받아 적었다. 엿새째였다.
“오늘 무슨 날이야.”
“수요일이에요.”
“수요일에 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하람은 셋을 적고 밑에 작게 달았다.
「첫 마디가 물음임. 엿새 중 물음이 넷임.
「오던 사람」이 누구인지 안 물음. 어제 안 묻기로 한 줄 그대로임.
물으면 자리가 잡힘. 안 물으면 다음에 또 나올 수 있음.」
점심을 차리는 사이에 미강이 가위를 찾기 시작했다.
하람은 수첩 뒤에 적어 둔 목록을 꺼냈다. 어제 여섯이 된 「찾을 자리」 목록이었다.
미싱 위, 미싱 서랍, 식탁 위, 거실 소파 틈, 현관 신발장 위, 센터 가방이었다.
하람은 순서대로 봤다. 미싱 위에 없었고 서랍에 없었고 식탁에 없었다. 거실 소파 틈에 있었다.
넷째 자리였다.
「넷째 자리에서 나옴. 세 자리를 헛봄. 삼 분 걸림.
목록이 둘이면 찾는 품이 적고 「못 찾음」이 아무 뜻이 없음. 목록이 여섯이면 품이 늘고 「못 찾음」이 세짐.
그제 「없음의 크기는 목록의 크기」라고 적었음. 오늘 그 값이 삼 분으로 나왔음.
순서를 고침: 소파 틈을 넷째에서 둘째로 올림. 지금까지 나온 자리를 세어 자주 나온 쪽을 앞으로 둠.
자주 나온 쪽을 앞에 두면 품이 줄음. 목록 길이는 그대로 둠. 길이를 줄이면 「못 찾음」이 약해짐.」
미강은 점심을 먹고 미싱 앞에 앉았다. 어제 시침질해 둔 본을 무릎에 올려 놓고 한 쪽씩 박기 시작했다.
하람은 옆에 앉아 봤다. 미강은 바늘이 지나가기 조금 앞에서 시침실을 손끝으로 뽑아내며 박았다.
“그거 안 뽑으면 어떻게 돼요.”
“박히지.”
“박히면요.”
“박힌 데는 못 뽑아. 시침이 박혀 버리면 시침이 아니고 박음이야.”
하람은 그 말을 그대로 적고 아래에 자기 말을 따로 적었다.
「들은 말: 「시침이 박혀 버리면 시침이 아니고 박음이야.」
내가 줄인 말: 옆에 댄 것을 나중에 본문으로 옮겨 적으면 그때부터 되돌릴 수 없음.
쪽지는 쪽지로 둠. 쪽지를 모아 다시 쓰지 않음. 찾는 종이만 만듦.
어제는 「뜯을 수 있게 떠라」였고 오늘은 「뜯을 때를 놓치지 마라」임. 같은 손에서 나온 두 말임.」
핀 칸에는 아홉째 점으로 6을 적었다. 7, 5, 6, 6, 7, 6, 5, 6, 6이었고 방향이 여덟이었다.
최영숙은 오늘도 현관에 신발을 내놓아 주셨고 58차였다. 부탁하지 않은 줄의 셋째였다. 전화 줄은 여드레째 0이었다.
조사표를 낸 뒤 첫날이었다. 통보 물을 날은 10월 29일이었고 차량 일지는 10월 21일에 볼 것이었다.
「오늘은 낸 뒤 첫날임. 아무것도 안 옴. 「안 옴」을 적음.
두 주쯤이라고 들었음. 열사흘 남았음. 날마다 「안 옴」을 적을 것인가.
적음. 안 적으면 29일에 「그동안 조용했다」가 되고, 조용한 것과 안 온 것이 다른 말이 됨.」
본 것 없는 짐작은 열째 점이었다. 좁게 적기 셋째 날이었다.
「미싱 바늘이 바뀌어 있을 것」이었고 넓이가 하나였다.
바늘은 그대로였다. 틀렸다.
「틀림. 넓이 하나.
좁게 적은 셋 가운데 하나 맞음. 넓게 적던 일곱은 거의 다 맞혔고 아무것도 안 알았음.
열 점이 되었으므로 오늘부터 말해도 되는 줄에 들어옴. 그런데 좁게 적기는 사흘뿐임.
같은 종이에 두 가지가 섞여 있음. 넓게 적은 일곱과 좁게 적은 셋임.
가름: 좁게 적은 것만 따로 세고 열이 될 때까지 기다림. 10월 23일임.」
6. 이음새
네 시에 재혁은 눈굴 입구에 섰다.
어제 막아 둔 블록이 그대로 있었다. 장대 둘이 양쪽에 꽂혀 있고 깃대 천이 바람에 떨렸다.
재혁은 장갑 등으로 블록 이음새를 눌러 봤다.
안 움직였다.
어제는 블록을 손으로 밀면 조금씩 밀렸다. 이음새에 톱날 자국과 틈이 보였다. 오늘은 틈이 희게 메워져 있었고 눌러도 밀리지 않았다.
재혁은 블록 하나의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긁어 봤다. 가루가 조금 일었고 그 아래는 단단했다.
“벌써 붙었어?”
서진이 썰매 끈을 들고 뒤에 와 섰다.
“붙었습니다. 하루 만에 붙었습니다.”
“물을 안 뿌렸는데.”
“안 뿌렸습니다. 눈이 저절로 붙습니다.”
재혁은 수첩을 무릎에 놓고 그림을 그렸다. 알 모양 둘을 붙여 놓고 붙은 데를 짧은 선으로 이었다.
“눈 알이 닿아 있으면 닿은 목 쪽으로 수증기가 모여듭니다. 뾰족한 데서 날아가서 오목한 데에 앉습니다.”
“그럼 알이 커져?”
“알은 거의 안 커집니다. 목만 굵어집니다.”
서진이 블록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무게는.”
“안 늘었습니다. 눈이 더 온 것도 아니고 물을 넣은 것도 아닙니다. 안에서 자리만 옮긴 겁니다.”
재혁은 적었다.
「블록 이음새가 하루 만에 굳음. 손으로 안 밀림.
더해진 것이 없음. 알 사이에서 수증기가 뾰족한 데에서 오목한 데로 옮겨 가 목이 굵어진 것임.
무게는 그대로이고 버티는 힘만 늚.
굳는 것은 더해져서 굳는 것이 아님. 안에서 자리를 옮겨 굳는 것임.」
서진이 입구 쪽 블록과 안쪽 벽을 번갈아 봤다.
“안쪽은 어때.”
재혁이 블록 하나를 조금 들어내고 손을 넣어 안쪽 벽을 눌러 봤다. 안쪽은 아직 조금 움직였다.
“안쪽이 덜 굳었습니다.”
“왜. 안이 더 춥잖아.”
“추워서 덜 굳습니다.”
재혁은 블록을 다시 맞춰 넣으며 말했다.
“수증기가 옮겨 가는 일은 따뜻할수록 빠릅니다. 입구 쪽은 영하 37이고 안쪽은 영하 46입니다.”
“그럼 안쪽은 언제 굳어.”
“굳습니다. 느리게 굳습니다.”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입구 쪽이 먼저 굳고 안쪽이 나중에 굳음. 덜 찬 쪽이 먼저 굳음.
좋은 자리는 안 굳는 쪽임. 상자가 있는 안쪽은 흔들림이 적어서 좋고, 대신 벽이 느리게 굳음.
한 굴 안에서 두 가지가 반대로 감. 하나를 좋게 하면 하나가 나빠짐.
입구가 굳는 것은 좋음. 겨울 지나면 메워지고 굳어서 뚜껑이 됨.
꺼낼 때 그 뚜껑을 톱으로 켜야 함. 넣을 때는 쌓았고 꺼낼 때는 켜야 함.
이 품은 「짐이 받는 횟수」 줄에 안 적음. 상자가 받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임.
줄을 섞지 않음. 어제 칸을 가른 까닭이 이것임.」
기록계는 안쪽 벽에 걸려 있었다. 재혁은 입구에서 들여다보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았다.
「읽는 날 10월 18일임. 이틀 뒤임.
오늘 들어가면 백 와트가 십 분 들어감. 읽을 수를 내가 바꿈.
안 읽음. 안 읽은 날을 적음. 둘째 날임.
다만 아까 벽을 만지려고 블록 하나를 반 분쯤 들어냈음. 그것도 손댄 것임.
안 적으면 18일 수가 왜 어긋났는지 모르게 됨. 재는 것을 흔든 횟수도 기록임.」
재혁은 블록을 다 맞추고 눈을 한 삽 떠서 이음새에 뿌렸다. 손바닥으로 눌러 다졌다.
「뿌린 눈은 가루임. 가루는 하루면 목이 붙어 블록이 됨.
덮는 것과 굳는 것이 다름. 덮는 것은 오늘 일이고 굳는 것은 내일 일임.
올해 적설 7에서 8센티임. 입구는 눈으로 메워지고 메워진 눈은 굳음.
장대 둘만 남음. 장대 길이 2미터. 깃대 천 둘. 적어 뒀음.」
여섯 시에 재혁은 적재장을 지나 시추동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아흔쯤 또렷하던 네모 자국이 저녁에는 예순쯤이었다. 윗줄은 거의 안 보였다.
재혁은 걸음을 멈추고 수첩을 꺼냈다.
「아침 아흔, 저녁 예순. 하루에 서른이 지워짐.
내가 세고 있는 것은 상자가 있던 자리가 아니고 바람이 아직 안 지운 자리임.
이것도 수임. 이 수는 짐 얘기가 아니고 바람 얘기임.
둘을 한 칸에 적으면 짐이 지워진 줄로 읽게 됨.
칸 이름을 고침: 「네모 자국 남은 개수」가 아니고 「바람에 안 지워진 네모 개수」임.
상자 쉰아홉은 눈 밑에서 굳는 벽 안에 있음. 자국은 지워지고 상자는 안 지워짐.」
다섯 점으로 줄을 그으면 늘 무슨 기울기든 나왔다. 기울기는 0.5였고 그 기울기의 틀림은 0.64였으므로, 줄이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말할 수 없었다. 나왔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점을 두 배로 촘촘히 하면 1.4배 좋아지고 날을 두 배로 늘리면 2.8배 좋아졌으므로, 촘촘히 하는 것은 조금 낫고 오래 하는 것은 많이 나았다. 그래서 아침 한 번을 그대로 두고 다시 보는 날을 10월 31일로 미리 적었다.
자가 넓으면 늘 자 안이었다. 늘 자 안인 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칸마다 자를 따로 만든 뒤에야 자가 처음으로 일을 했다.
결론을 둘로 적는 것은 거짓을 쓰지 않는 길이었지만, 통은 둘로 둘 수 없었다. 둘 다 적어도 고르는 일은 없어지지 않고 고르는 자리가 수에서 손해로 옮겨 갔다. 문을 서른 분 여는 손해와 0.1도로 1년을 두는 손해를 나란히 적어 보니 둘을 견준 적이 없었고, 기준 0.10은 손해를 견준 수가 아니라 열 몇 해 전에 쓰던 자의 눈금 두 칸이었다.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적혀 있지 않으면 기준도 짐작이었다. 짐작인데 숫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시험은 넷을 먼저 적었다. 무엇을 재는지, 어떤 수로 보는지, 기준이 얼마인지, 날이 언제인지였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그대로 두는 것까지 적었다. 법을 먼저 적으면 법이 굳었고, 굳은 법은 수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눠 재는 일은 품만 드는 것이 아니었다. 모아 재면 합 하나가 나오고 흩어짐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값만 세고 알게 되는 것을 세지 않으면 셈이 또 반쪽이었다.
입구가 하나인 굴에서는 나중에 넣은 것이 먼저 나왔다. 넣을 때 아낀 품 스물넷을 꺼낼 때 서른다섯으로 돌려주게 되었고, 그것은 넣을 때의 셈만 하고 꺼낼 때의 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이에는 1부터 59까지 순서로 적혀 있었으나 그것이 무슨 순서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적어 둔 순서가 일어난 순서인지를 적어 두지 않으면 적어 둔 순서는 쓸모가 없었다.
같은 때에 재면 공통인 몫이 차에서 빠졌다. 한 줄을 덧붙여야 했다. 같은 몫이 되려면 같은 길로 와야 했다. 같은 때라고 부르는 것이 둘이 다르면 같은 때가 아니었다.
고치지 않는 종이와 고치는 종이를 갈랐다. 덧댄 것이 스물한 장이 되자 원본은 그대로인데 읽는 품이 늘었고, 그것은 규칙의 값이었다. 찾는 종이가 틀리면 못 찾을 뿐이고 그날 적은 줄이 틀리면 없던 일이 생겼다. 값이 다른 둘을 같은 규칙으로 지키지 않았다. 시침이 박혀 버리면 시침이 아니고 박음이었다.
목록이 여섯이 되자 찾는 품이 삼 분으로 나왔다. 품을 줄이려고 순서를 고쳤고 길이는 그대로 두었다. 길이를 줄이면 「못 찾음」이 약해졌다.
이음새는 하루 만에 굳었다. 눈이 더 온 것도 아니고 물을 넣은 것도 아니었다. 뾰족한 데서 날아간 것이 오목한 데에 앉아 목이 굵어졌을 뿐이었고, 무게는 그대로이고 버티는 힘만 늘었다. 굳는 것은 더해져서 굳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자리를 옮겨 굳는 것이었다. 그리고 덜 찬 쪽이 먼저 굳었으므로, 흔들리지 않는 안쪽은 가장 늦게 굳었다.
네모 자국은 아침에 아흔이었고 저녁에 예순이었다. 세고 있던 것은 상자가 있던 자리가 아니라 바람이 아직 지우지 않은 자리였다. 자국은 지워지고 상자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 안의 공기는 상자보다 오래되었고 자기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