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65화 - 빠짐

제65화 「빠짐」
1. 영하 삼십팔
「10월 13일. 일요일.」
6시 40분에 야장을 펴고 깊이 칸에 「안 팜」을 적었다. 둘째 날이었다.
어제 처음 적을 때는 오래 걸렸다. 오늘은 바로 적혔다.
「어제는 고르느라 걸렸음. 오늘은 안 걸림. 같은 말인데 쓰는 값이 다름.」
재혁은 기상 쉘터로 갔다. 흰 나무 상자가 눈 위에 서 있었고 문을 열면 안에 온도계가 걸려 있었다.
영하 38도였다. 어제가 영하 41도였다.
바람은 초속 3미터였고 시야는 끝까지 보였다. 공기 중에 가는 얼음가루가 떠서 햇빛에 반짝였다.
재혁은 조건 줄을 폈다. 어제 받아 적은 것이 있었다.
「영하 35도 아래로 내려가면 줄임. 영하 5도 위로 올라가면 줄임.」
영하 38도였다. 아래쪽에 걸려 있었다.
「어제보다 3도 올라옴. 하루에 3도임. 사흘이면 자 안으로 들어옴.
들어오면 2,400이 됨. 2,400이면 셈이 달라짐.」
재혁은 쉘터 문을 닫다가 손을 멈췄다.
쉘터 온도계는 눈 위 1미터 반에 걸려 있었다. 어제 서진이 말한 것은 스키 밑에 얇은 물이 생기느냐였고, 그건 눈 표면에서 생기는 일이었다.
재혁은 여분 온도계를 들고 활주로 쪽으로 걸어가 눈에 1센티미터만 눕혀 묻었다. 십오 분 뒤에 꺼내 읽었다.
영하 44도였다.
서진이 지나가다 봤다.
“뭐 해.”
“눈이 공기보다 찹니다. 6도입니다.”
“여긴 바닥이 제일 차. 바람 없으면 더 그래.”
서진이 장갑으로 눈을 쓸었다.
“눈이 하늘로 열을 내보내고 하늘은 안 돌려줘. 그 위에 찬 공기가 깔려. 바람이 섞어 주면 좀 덜하고.”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공기 영하 38. 눈 표면 영하 44. 차 6.
미끄러운지를 정하는 것은 눈 표면임. 자에 적힌 수는 공기임.
자를 고치고 싶었음. 안 고침. 자가 조종사 것임. 내가 고치면 조종사 자가 아니게 됨.
둘 다 적음. 차도 적음. 차를 쌓아 두면 나중에 자를 고칠 사람이 쓸 것임.」
아홉 시에 무선을 켰다. 해안 기지 쪽에서 응답이 왔다.
“오늘 안 갑니다.”
재혁은 수첩을 들었다.
“조건은 맞는데요. 바람 3미터, 시야 좋고, 영하 38도입니다.”
“조건은 맞아요. 다른 데 일이 생겼어요.”
“다른 데요.”
“서쪽 캠프에 급한 게 있어서 오늘은 그쪽으로 갑니다. 내일 다시 보죠.”
재혁은 무선을 끄고 야장 쪽으로 왔다.
오늘 칸에 「늦음」이라고 썼다가 지웠다.
지우고 「안 옴」이라고 적었다.
「「늦음」은 올 것이 아직 안 온 것임. 올 것이라는 말이 들어 있음.
올지 안 올지를 내가 모름. 모르는 것을 적을 수 없음.
「안 옴」으로 적음. 어제 「안 팜」하고 같은 꼴임.」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달았다.
「조건이 다 맞았음. 그래도 안 왔음.
조건은 되는 쪽만 정함. 안 되는 까닭은 목록 밖에도 있음.
목록 밖을 적을 칸이 없음. 「저쪽 일」로 칸을 만듦. 내 쪽에서 안 적히는 칸임.
어제 자를 세웠는데 오늘 자가 맞았는지 모름. 안 뜬 날에는 자를 못 봄.」
무선에서 한 가지가 더 왔다. 어제 적어 보낸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짐이 먼저였다. 사람은 마지막 편에 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왜 짐이 먼저입니까.”
“사람은 바꿔 탈 수 있어요. 짐은 그 편만 와요.”
2. 오백구십칠
은재는 6시 4분에 전실에서 냉동기 기록지를 꺼냈다. 셋째 날이었다.
10월 12일 칸에 제상이 없었다.
「제상 아닌 날 자. 596에서 613.」
짐작 칸에는 어제저녁에 604를 적어 뒀다.
2호기 증발기 앞에서 손바닥만큼을 10초로 걷어 올렸다.
597이었다.
자 안이었다. 아래 끝에서 한 칸이었다.
은재는 적다가 어제 줄을 다시 봤다.
어제는 588이었고 제상 다음 날 자 안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토요일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사람이 적었고 짐이 안 들어왔고 문이 덜 열렸다.
은재는 손을 멈췄다.
“선생님. 어제 수가 자 안에 든 게 제상 때문인지 토요일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경옥이 접시 상자를 내려놓았다.
“둘 다겠죠.”
“둘 다면 못 가려요.”
은재는 종이를 들어 보였다.
“제상 다음 날 자는 아래쪽이에요. 토요일도 아래쪽으로 밀어요. 어제 점 하나에 까닭이 둘 붙어 있어요.”
“그러면 자를 또 가르면 돼요?”
은재는 그 말에 수 스물다섯을 세어 봤다.
제상 다음 날과 아닌 날로 둘이었다. 거기에 사람 있는 날과 없는 날을 또 가르면 넷이 되었다.
“자가 넷이 되면 자마다 점이 여섯이에요.”
“여섯이면요.”
“여섯으로는 자 폭을 못 정해요. 자를 가를수록 자 안이 비어 가요.”
경옥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면 안 가르면 되죠.”
“안 가르면 어제 점을 못 써요.”
은재는 종이에 두 줄을 그었다.
“그런데 지금 가르면 수를 보고 가르는 거예요. 어제 수가 자 안에 들었으니까 가르는 거니까요.”
은재는 적어 놓고 그 줄을 다시 읽었다.
“가르는 게 자가 돼요.”
경옥의 손이 문고리에서 떨어졌다.
“그 말이 은재씨 거예요.”
은재는 요일 칸을 만들고 앞의 스물네 점에 요일만 소급해 적었다. 자는 둘로 뒀다.
「요일 칸 신설. 자는 안 가름. 칸만 적음.
가를 날을 미리 정함. 자마다 점이 열이 될 때 가름.
점 수는 내가 재는 수가 아님. 세는 수임. 세는 수로 정하면 재는 수를 보고 정한 것이 아님.」
6시 30분에 기록계 두 대를 읽었다.
−0.06이었다. 어제와 같았다.
은재는 수 일곱을 나란히 놓고 봤다. −0.03, −0.04, −0.04, −0.05, −0.05, −0.06, −0.06이었다.
어제 안 늘었다. 어제는 세 칸이었고 오늘도 세 칸이었다.
“선생님. 어제 당겼으면 세 칸으로 판정했을 거예요.”
“그런데요.”
“오늘 보니까 안 늘었어요. 네 칸이 아니에요.”
은재는 줄에 적었다.
「어제 당기지 않아서 오늘 안 늘어난 것을 봤음. 당겼으면 안 봤음.
판정 날 10/16 그대로.」
아홉 시에 승화 3차 둘째 날을 했다. ㄱ을 열고 걷었고, ㄷ을 열고 10초를 세고 닫았고, ㄴ은 안 열었다.
ㄱ에서 걷은 가루를 병에 넣다가 은재가 저울 쪽을 봤다.
하루치가 0.4그램쯤이었고 눈금이 0.1이었다.
“선생님. 하루치를 재면 눈금 넷이에요.”
“그러면 사흘 모아요.”
“사흘 모으면 눈금 열둘이에요. 그런데 하루치를 못 적어요.”
경옥이 솔을 받아 들었다.
“둘 다 하고 싶어요?”
“둘 다 안 돼요.”
은재는 새 줄을 그었다.
「날마다 알려면 거칠고, 자세히 알려면 날이 없어짐. 둘 다 안 됨.
사흘 합으로 적음. 하루치는 안 적음. 안 적는다는 것을 적음.
사흘 합을 셋으로 나눠 하루치처럼 적지 않음. 나누면 없는 수가 생김.」
재운 날 칸에 안 잘린 통 376일째, 잘린 통 셋은 열하루째를 적었다. 사람이 한 일 칸과 방이 한 일 칸은 열흘째였다.
수송팀 칸에는 일요일이라고 적었다.
「일요일. 안 물음. 분모에 안 넣음. 지나간 날 스물셋. 물은 날 열여섯.」
3. 예순 점 영영
정한은 7시에 험을 쟀다.
60.00이었다. 종이에 수가 열이 되었다.
열째 점을 적고 아무 말도 안 적었다. 말하기로 한 것은 스물째였다.
온도계 둘을 읽었다. 방 가운데가 20.4도였고 모터 옆이 22.5도였다. 차가 2.1이었다.
어제 차는 2.4였다.
정한은 차 둘을 나란히 적고 그 밑에 줄을 안 그었다. 점이 둘이었다.
데크를 켜고 16분 뒤에 걸었다.
적어 놓고 정한은 창밖을 봤다. 아래층 가게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일요일이었다.
정한은 연필을 놓고 분전함 쪽을 한 번 봤다.
험은 데크가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데크는 받아 적는 것이었고, 만드는 것은 바깥 전기였다.
바깥 전기는 이 건물 것이 아니었다. 나라 전체가 쓰는 것이 더해져서 정해졌다. 쓰는 양이 적으면 다르게 흔들렸다.
「험은 내 방 것이 아니고 바깥 것임. 일요일은 바깥이 다름.
요일 칸 만듦. 앞의 아홉 점에 요일만 소급해 적음. 수는 안 고침.
이제 섞인 것이 셋임. 돌린 시간, 방 온도, 요일.
하나 늘 때마다 가를 날이 멀어짐. 멀어지는 것을 적음. 멀어진다고 안 적으면 3월에 가를 수 있는 줄 알게 됨.」
여덟 시 반에 조각 표를 꺼냈다. 7번 혼자 남아 있었다.
7번이 이레째였다. 값은 0.04였다.
그제 적어 둔 끝날이 오늘이었다.
정한은 표에 가로줄을 긋고 아래에 적었다.
「조각 표 끝. 7번 이레 0.04. 하루 0.22, 이틀 0.13, 사흘 0.08, 나흘 0.07, 닷새 0.06, 엿새 0.05, 이레 0.04.
끝낸 까닭: 자 폭이 0.01이고 하루 차가 0.01보다 작아짐. 내 자로 더는 안 가려짐.
물건이 멈춘 것이 아님. 날수로 나눈 꼴이라 끝이 없음. 끝을 자가 냈음.
「다 됐음」으로 안 적음. 「내 자로 못 봄」으로 적음. 더 좋은 자가 오면 다시 펴라고 적어 둠.」
표 아래에 쓰는 법을 적었다.
「본물건은 풀어 놓고 이레 두고 걺. 거는 날 10/20.
마감이 10/27임. 이레가 남음.
이레가 남는 것이 까닭이 아님. 까닭은 표가 이레에 끝난 것임.
두 이레가 겹침. 겹친 것이 까닭을 안 만듦. 겹쳤다고 적어 둠.」
여덟 시 사십 분에 짐작 칸을 폈다. 8시 10분에 「2시 40분」이라고 적어 뒀고 손은 2시 33분에 갔다.
차가 −7분이었다.
「아홉째 점 −7. 앞은 −18, +25, +6, −8, +3, −9, +6, +14. 열까지 하나 남음.」
4. 없는 것
하람은 일요일 아침에 간 날 칸을 폈다. 합이 예순넷이고 연달아가 일곱이었다.
제비 통을 흔들었다. 한 장이 남아 있었다.
다섯째 블록 다섯째 장이었고, 흔들기 전부터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없는 것」이었다.
하람은 그래도 꺼내서 적었다. 안 꺼내면 다음 블록 첫 장이 오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적고 나서 그 아래에 줄을 하나 더 그었다.
「블록 마지막 장은 안 뽑아도 알 수 있음. 아는 날은 제비가 하는 일이 없음.
다섯 장이면 닷새마다 하루는 제비가 안 함.
다음 블록은 여섯 장을 씀. 다섯째에서 끊고 남은 한 장은 그다음 블록에 섞어 넣음.
그러면 마지막 장을 모름. 대신 어떤 줄은 한 바퀴를 건너뜀.
고르게 돌아가는 것하고 모르게 하는 것이 둘 다 안 됨. 모르게 하는 쪽을 고름. 고른 까닭을 적음.」
여덟 시 사십 분에 문을 열었다. 미강은 안방에 앉아 계셨고 보자기 둘 중 하나가 풀려 있었다.
“한 짝이 없어.”
“어제 넣었는데요.”
“니가 봐라.”
세 마디가 찼다. 하람은 그대로 적었다.
보자기 가운데에 양말 한 짝이 놓여 있었다. 회색 바탕에 발목에 줄이 둘 들어간 것이었다.
하람은 수첩 뒤를 폈다. 「없어짐」 칸과 「못 찾음」 칸이 따로 있었다.
“엄마, 이거 어디 있었어요.”
“보자기에 넣었지. 둘 다 넣었어.”
하람은 「못 찾음」 칸에 적었다. 없어진 것인지 못 찾은 것인지는 아직 가를 수 없었다.
일어나서 옷장 쪽으로 가려는데 미강이 손을 드셨다.
“가만있어.”
“찾아볼게요.”
“찾을 데를 정해 놓고 찾아.”
미강이 손가락으로 방을 짚으셨다.
“아무 데나 보면 두 번 봐.”
하람은 다시 앉았다. 미강이 다섯 군데를 짚으셨다. 보자기 안, 옷장 둘째 칸, 세탁기, 빨래 바구니, 침대 밑이었다.
둘이 다섯 군데를 순서대로 봤다. 없었다.
하람은 수첩을 폈다.
「다섯 자리 정해 놓고 봤음. 없음.
「없음」이 아니고 「다섯 자리에 없음」임.
자리를 적어야 없음이 수가 됨. 자리를 안 적으면 없음은 끝이 없음.
어머니가 먼저 자리를 정하셨음. 내가 적기 전에 정하셨음.」
그 줄을 적고 하람은 오늘 길게 적을 줄을 봤다. 「없는 것」이었다.
적으려니 손이 안 움직였다. 이 방에 없는 것은 끝이 없었다.
하람은 수첩을 뒤로 넘겨 지난달에 적어 둔 자리 목록을 봤다. 가위는 미싱 오른쪽 깡통, 실패는 왼쪽 서랍 첫 칸, 다 된 것은 창가 의자, 할 것은 미싱 위였다.
네 자리였다.
「있을 자리를 먼저 정함. 그 자리에 없는 것만 적음.
깡통: 쪽가위 없음. 부엌에 있음. 어제 부엌에서 일하셨음. 틀린 자리 아니고 부엌 자리임.
서랍 첫 칸: 없는 것 없음.
창가 의자: 다 된 것 없음. 0임.
미싱 위: 없는 것 없음.
자리 넷에 없는 것 둘. 자리를 넷으로 정했으므로 둘임. 자리를 늘리면 늘어남.
늘려도 되는지는 안 정했음. 오늘은 안 늘림.」
점심 전에 미강이 풀린 보자기를 다시 묶으려다 멈추셨다.
“이건 묶으면 못 써.”
“쓸 거예요?”
“내일 입을 거 들었어. 묶어 놓으면 꺼내야 하잖아.”
미강은 내일 입을 것을 따로 집어 의자 등받이에 걸어 두고 나머지만 묶으셨다.
하람은 적었다.
「쓸 것하고 둘 것이 한 물건이면 둘 중 하나만 됨.
묶어 두면 안 상하고 못 씀. 꺼내 두면 쓰고 상함.
어머니는 쓸 것을 따로 꺼내 놓으셨음. 묶은 쪽을 덜 열게 하는 법임.」
「말 아닌 것」 칸은 넷째 날이었다. 오늘 들어간 것은 셋이었다.
양말을 찾을 때 미강이 하람의 손을 먼저 보셨다. 「먼저」였다. 보자기를 묶으실 때 하람이 모서리를 잡은 것과 말이 같이 왔다. 「같이」였다. 내일 입을 것을 걸어 두신 다음에 「이건 입어」라고 하셨다. 「나중」이었다.
하람은 그 줄을 보다가 앞의 사흘을 다시 봤다.
「나중 1. 앞의 사흘은 나중 0이었음.
없는 줄로 봤음. 없는 줄이 아니었음. 안 나온 것이었음.
0이 사흘이면 없다고 말하고 싶어짐. 오늘 1이 나와서 안 말한 것이 남았음.」
열한 시에 「있는데 못 가져온 것」 칸을 폈다. 센터 출석부가 내일이었다.
하람은 가방에 봉투와 수첩을 미리 넣었다.
「넣는 것은 오늘 할 수 있음. 받는 것은 내일임.
넣은 것을 「한 것」에 적고 받은 것은 빈 칸으로 둠. 빈 칸으로 두고 할 날 10/14를 적음.」
조사표는 10월 15일이었다. 이틀 남았다.
전화는 오늘도 안 왔다. 줄에 0을 적었다. 다섯째 날이었다.
최영숙의 종이는 쉰다섯째였다. 부탁 안 한 줄은 없었다. 센터 가는 날에만 오는 줄이었고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핀을 세어 봤다. 여섯이었다.
「핀 여섯째 점 6. 앞이 7, 5, 6, 6, 7임. 방향 다섯임. 아무 말 안 함.」
손잡이 자국은 셋째 칸 그대로였고 바늘 자리는 일곱이었다. 실패는 열다섯 그대로였고 냉장고 종이는 넉 장이었다.
본 것 없는 짐작 줄은 일곱째 점이었다. 어제저녁에 적어 둔 것은 「보자기를 더 싸시거나 푸실 것」이었다.
푸셨다.
하람은 맞음 칸에 표를 하다가 손을 멈췄다.
「맞음. 그런데 넓었음.
싸거나 푸는 것 둘을 다 적었으므로 안 틀릴 수가 없었음.
맞았는데 아무것도 안 알았음.
짐작 칸에 넓이를 같이 적음. 오늘 넓이 둘임. 어제는 하나였음.
앞의 여섯 점에는 넓이가 안 적혀 있음. 그 여섯하고 오늘은 못 견줌.
못 견준다고 적음. 소급해서 넓이를 적지 않음. 지금 적으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넓이임.」
5. 이레
정한은 점심을 지나 체크섬 목록을 다시 베꼈다. 어제 적어 둔 할 일이었다.
종이 한 장에 줄이 스물셋이었다. 파일 이름과 수가 줄마다 붙어 있었다.
한 시간쯤 걸려 둘째 장을 다 쓰고, 다른 서랍에 넣기 전에 첫 장과 맞춰 봤다.
줄 수가 달랐다. 둘째 장이 스물둘이었다.
정한은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위에서 아래로 짚었다. 열넷째 줄이 빠져 있었다.
파일이 상한 것이 아니었다. 베낄 때 눈이 한 줄을 넘어간 것이었다.
정한은 연필을 내려놓고 한참 종이를 봤다.
「자가 둘이면 다름을 봄. 오늘 다름을 봤음.
그런데 다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자가 안 말해 줌. 오늘 다름은 파일에서 안 왔음. 내 손에서 왔음.
베끼면 지키는 자리가 하나 늘고 상하는 자리도 하나 늘어남.
베끼는 것이 새 틈임. 틈을 하나 더 만들어서 틈을 보는 것임. 그래도 둘이 하나보다 나음.」
빠진 줄을 끼워 적고, 다 쓴 뒤에 한 번 더 맞췄다.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읽었다.
거꾸로 읽으면 눈이 줄을 안 넘어갔다. 수를 수로만 보기 때문이었다.
「맞출 때는 거꾸로 읽음. 바로 읽으면 뜻이 먼저 와서 눈이 미끄러짐.
두 장 다 스물셋. 서랍 둘로 나눠 넣음.
「다른 데」만큼은 됨. 「다른 날」은 아님. 둘 다 오늘 손에서 나왔음.
오늘 손이 한 번 미끄러졌음. 미끄러진 것을 적어 둠. 다음에 둘이 같아도 이 손이 썼다는 것을 알게.」
세 시에 10월 18일 준비 목록을 폈다.
다른 매체 한 벌과 다른 기계 한 자리가 필요했다. 기계는 아는 집에 전화해서 빌려야 했다.
정한은 수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일요일이었다. 저쪽이 쉬는 날이었다.
「내 쪽 일은 오늘 됨. 저쪽 일은 안 됨.
할 일 칸에 적어 두면 못 한 것이 됨. 할 날 10/14를 붙여 옮김.
안 한 것이 아님. 저쪽이 일할 수 없는 날임. 분모에 안 넣음.」
면봉 병을 봤다. 받은 면봉 셋이 그대로였고 통과가 없었다.
「통과 칸에 0. 「안 지나감」 닷새째.」
본물건은 보온고 안에 있었다. 오늘도 안 걸었다. 안 보는 날 칸에 1을 적었다. 셋째였고 다음 판독은 10월 20일이었다.
같은 날에 본물건을 거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정한은 그 둘을 같은 줄에 옮겨 적었다.
「10/20에 둘. 압흔 판독하고 본물건 걺.
한 날에 둘을 하면 하나가 밀림. 미는 쪽을 미리 적음. 압흔이 밀림. 압흔은 날이 안 정해져 있고 본물건은 마감이 있음.
이관 마감 10/27. 열나흘 남음.」
6. 안 옴
한 시에 재혁은 적재장으로 갔다.
상자 백열여덟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어제 저녁에 줄 위아래로 기록계 둘을 넣어 뒀다.
윗줄 상자에서 꺼낸 기록계는 밤새 최고가 영하 33.8도였다. 아랫줄은 영하 37.2도였다.
차가 3.4도였다.
재혁은 햇빛이 드는 쪽을 봤다. 해는 낮았지만 하루 종일 떠 있었고 흰 뚜껑 위에 그대로 닿아 있었다.
「윗줄 최고 영하 33.8. 아랫줄 영하 37.2. 차 3.4.
바깥 공기는 영하 38임. 윗줄이 공기보다 4도 따뜻함. 해가 뚜껑을 데움.
기준은 영하 20도 아래임. 둘 다 안 넘음. 지금은 괜찮음.
괜찮은 것하고 안 변한 것은 다름. 변한 것을 적음.」
서진이 와서 기록계 종이를 받아 봤다.
“눈굴에 다시 넣을까.”
재혁은 상자 줄을 봤다. 백열여덟 개였고 둘이 들면 한 번에 하나였다.
“다시 넣으면 또 꺼내야 합니다.”
“그렇지.”
“며칠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하루면 밖이 낫고 열흘이면 눈굴이 낫습니다.”
“모르면.”
재혁은 야장에 적어 가며 말했다.
“되돌릴 수 있는 쪽으로 합니다.”
“어느 쪽이 되돌려지는데.”
“밖에 두는 건 되돌려집니다. 나중에 넣으면 됩니다. 눈굴에 넣는 것도 되돌려지는데, 두 번 들어야 합니다.”
재혁은 상자 수를 적었다.
“드는 횟수가 값입니다. 백열여덟 번이 둘입니다.”
서진이 방수포를 끌고 왔다.
“그럼 덮어.”
둘이 방수포를 펴서 두 줄을 덮고 가장자리를 눈 벽돌로 눌렀다. 벽돌은 톱으로 눈을 잘라 만들었다. 윗면에 눈을 삽으로 얇게 뿌렸다.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눈굴에 안 넣음. 방수포하고 눈으로 덮음. 기록계 둘 그대로.
닷새를 미리 정함. 닷새 넘으면 눈굴로 되돌림.
되돌리는 값 적어 둠: 드는 횟수 백열여덟 번 둘, 사람 둘.
날수를 모르면 고를 수 없음. 그러면 날수를 내가 정해서 고름. 정한 날수를 적음.」
세 시에 적재표를 다시 그렸다. 어제 것은 2,000킬로그램 한 벌이었다.
온도가 하루에 3도 올라왔다. 자 안으로 들어오면 2,400이 되었고, 그러면 구간을 다시 갈라야 했다.
“아침에 온도 보고 셈하면 늦습니까.”
“늦어. 오면 두 시간 안에 실어야 돼.”
“그러면 미리 세 벌 만들겠습니다.”
재혁은 종이 셋을 나란히 놓았다.
「2,400일 때: 사람 안 탐. 1편 412630미터, 상자 일흔둘, 2,160킬로그램. 2편 630769미터, 상자 마흔여섯, 1,380킬로그램.
2,200일 때: 1편 412608미터, 상자 예순다섯, 1,950. 2편 608769미터, 상자 쉰셋, 1,590.
2,000일 때: 1편 412592미터, 상자 쉰아홉, 1,780. 2편 592769미터, 상자 쉰아홉, 1,758.
가름은 다 연속 구간임. 셋 다 반쪽 구간이 없음.
그날 셈하면 급해서 틀림. 조건마다 한 벌씩 미리 적어 둠. 그날 아침에는 온도만 보고 고름.
고르는 것이 셋뿐임. 셋 사이 온도는 아래 것을 씀. 적게 싣는 쪽으로 씀. 모를 때 어느 쪽으로 틀릴지를 미리 정함.」
적재 도면에도 세 벌에 맞춰 번호를 다시 썼다. 브리틀존 구간은 셋 다 문 쪽이었다.
어제 물음으로 적어 둔 줄을 폈다. 사람과 짐 중에 어느 쪽이 먼저인가였다.
재혁은 그 줄을 지우지 않고 아래에 답을 붙였다.
「물은 날 10/12. 답 온 날 10/13.
답: 짐이 먼저. 사람은 마지막 편.
까닭: 사람은 바꿔 탈 수 있고 짐은 그 편만 옴.
사람이 안 타면 230킬로그램이 빠짐. 2,000일 때 상자 쉰아홉이 1,780이므로 220이 남음. 어제 넘친 10킬로그램이 없어짐.
「나중에 봄」 줄에서 지움. 지운 날 적음.
편은 안 왔는데 답은 왔음. 물음하고 짐이 같은 편으로 안 옴.」
다섯 시에 재혁은 야장 뒤에 칸을 하나 만들었다.
「기다린 날」이었다.
만들고 나서 분모를 어떻게 셀지 한참 봤다.
조건이 안 맞는 날은 편이 아예 못 오는 날이었다. 그런 날을 기다린 날에 넣으면 기다린 날이 날씨 수가 되었다.
「저쪽이 올 수 있었던 날만 셈. 조건이 안 맞은 날은 안 넣음.
오늘은 조건이 맞았음. 올 수 있었는데 안 왔음. 분모 1, 안 온 날 1.
조건이 안 맞아서 못 오는 날은 다른 칸으로 적음. 이름 「못 오는 날」.
둘을 한 칸에 넣으면 나중에 어느 쪽이 몇인지 못 가름.」
여섯 시에 시추동으로 돌아왔다. 구멍 뚜껑 위에 눈이 어제보다 두껍게 쌓여 있었고 대나무 장대 다섯이 그 옆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서진은 오늘 야장에 대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안 들은 날」 칸에 합 열둘, 연달아 0을 적었다. 닷새째였다.
「봄」 칸에 1을 적었다. 열째 날이었고 누계가 여덟이 되었다.
「안 함」 줄에 1을 적었다. 누계가 열이 되었다.
재혁은 야장을 덮고 활주로 쪽을 봤다.
눈이 평평하게 밀려 있었고 끝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적재장에는 방수포 위로 눈이 얇게 덮인 두 줄이 있었다. 그 안의 상자 백열여덟 개는 오늘도 거기 있었고, 그 속의 공기는 상자보다 오래되었고 상자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
실을 순서는 세 벌로 적혀 있었다. 뜰 날은 오늘도 안 정해졌다.
조건이 다 맞은 날에 편이 오지 않았다. 조건은 되는 쪽만 정했고, 안 되는 까닭은 목록 밖에도 있었다. 목록 밖을 적을 칸이 없으면 그 날은 아무 일도 없는 날로 남았다. 그래서 칸을 하나 만들고 「저쪽 일」이라고 적었다. 내 쪽에서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칸이었다.
없음을 세려면 자리를 먼저 정해야 했다. 양말 한 짝은 다섯 자리에 없었고, 다섯 자리를 적지 않으면 그냥 없는 것이 되어 끝이 없어졌다. 자리를 넷으로 정했으므로 없는 것이 둘이었고, 자리를 늘리면 없는 것도 늘어났다. 찾을 데를 정해 놓고 찾는 사람은 두 번 보지 않았다.
0이 사흘이면 없는 줄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흘째에 하나가 나왔으므로 앞의 사흘은 없는 줄이 아니라 안 나온 줄이었다. 넓게 적은 짐작은 맞았지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으므로, 맞음 옆에 넓이를 같이 적어야 했다.
가르는 것이 늘 때마다 자 안이 비어 갔다. 섞인 것을 가르려고 자를 늘리면 자마다 점이 줄었고, 수를 보고 늘리면 늘리는 것이 자가 되었다. 그래서 가를 날을 재는 수가 아니라 세는 수로 정해 두었다.
베끼면 지키는 자리가 하나 늘고 상하는 자리도 하나 늘었다. 오늘 두 장이 달랐던 까닭은 파일이 아니라 손이었다. 맞출 때는 거꾸로 읽었다. 뜻이 먼저 오면 눈이 줄을 넘어갔다.
며칠인지 모를 때는 되돌릴 수 있는 쪽을 골랐고, 되돌리는 값을 숫자로 적어 두었다. 백열여덟 번이 둘이었다.
실을 순서는 세 벌이 되었다. 뜰 날은 여전히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