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64화 - 싣음

제64화 「싣음」
1. 안 팜
「10월 12일. 토요일.」
6시 40분에 야장을 펴고 오늘 칸을 그었다.
깊이 칸에서 연필이 멈췄다. 어제 769.06을 적었고 오늘 적을 수가 없었다.
재혁은 0을 적었다가 지웠다.
0은 판 날에 안 나온 수였다. 열흘에 하루 바닥을 훑는 날이 그랬다. 그날은 드릴을 내려보내고 올려서 통이 비어 있었으므로 0이었다.
오늘은 드릴을 안 내려보냈다.
「깊이 칸에 「안 팜」으로 적음.
0은 판 날에 안 나온 것임. 빈 칸은 안 적은 것임. 「안 팜」은 안 한 것임.
셋이 다름. 한 칸에 섞어 놓으면 다음 사람이 못 가름.」
부족분 누계 칸에는 8.95 아래에 「여기까지」가 그어져 있었고, 12미터 줄에는 점이 넷에 「끊긴 줄」이 적혀 있었다. 오늘 적을 칸이 야장에 없었다.
재혁은 깊이 칸 아래 넓은 자리에 오늘 할 일을 넷으로 적었다.
「1. 시추동 치우기. 날 넷 기름칠. 케이블 감기. 드럼 남은 액 밀봉.
-
코어 상자 눈굴에서 꺼내 적재장으로.
-
목록 맞추기.
-
화물 무게 내기.」
「칸 이름이 「야장」임. 깊이를 적는 장인데 오늘 적을 것은 깊이가 아님.
그런데 들어갈 자리가 있음. 이름이 넓었음. 그제 종이가 「받은 줄」에 들어온 것하고 같은 일임.」
여덟 시에 서진이 날 상자를 들고 왔다.
“날은 내가 본다. 너는 케이블.”
재혁은 드럼 쪽으로 갔다. 케이블이 769미터 나와 있었고 다 감아 들여야 했다.
감기 시작하고 스무 미터쯤에서 서진이 왔다.
“그렇게 감으면 안 돼.”
“느슨합니까.”
“느슨해. 당기면서 감아.”
서진이 드럼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지금 느슨하게 감으면 겹이 아래로 파묻혀. 내년에 풀 때 거기가 꺾인다.”
“꺾이면요.”
“꺾인 자리는 가닥이 서로 안 받쳐 줘. 거기서 끊어져.”
“끊어지면 구멍을 잃습니다.”
“잃어.”
재혁은 장갑을 벗고 손바닥으로 케이블을 눌러 가며 다시 감았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느슨하면 겹이 묻히고 묻힌 자리가 내년에 꺾임. 꺾인 자리에서 끊어짐.
오늘 일이 아님. 내년 일임. 그래도 오늘 함.
인계서 7항 아래 한 줄 붙임. 번호 새로 안 만듦.」
시추액 드럼은 둘 중 하나가 3분의 1쯤 남았다. 재혁은 마개를 조이고 밀봉 테이프를 돌려 붙였다.
“이거 내년에 씁니까.”
“물 안 섞이면 써. 숨구멍 열려 있으면 서리가 들어가.”
재혁은 드럼 어깨에 종이를 붙였다.
「남은 액. 10월 12일 밀봉. 내년에 열면 먼저 밀도 잴 것.
밀도가 다르면 못 쓰는 것이 아니고 보충량 셈이 틀려짐.」
서진은 오늘 야장에 대해 두 번 말했다. 둘 다 케이블 얘기였다.
「안 들은 날」 칸에 합 열둘, 연달아 0을 적었다. 나흘째 0이었다.
「봄」 칸에 1을 적었다. 아홉째 날이었고 누계가 일곱이 되었다.
2. 오백팔십팔
은재는 6시 4분에 전실에서 멈췄다.
접시를 들기 전에 선반에서 냉동기 기록지를 꺼냈다. 어제 처음 한 순서였고 오늘이 둘째 날이었다.
10월 11일 칸에 제상이 하나 있었다. 19시 10분이었다.
「제상 다음 날 자. 578에서 595.」
적고 나서 짐작 칸을 봤다. 어제저녁에 583을 적어 뒀다.
2호기 증발기 앞에서 손바닥만큼을 10초로 걷어 올렸다.
588이었다.
「스물네째 점 588. 제상 다음 날 자 안. 짐작 583. 차 5 위.
어제는 아닌 날 자 안이었음. 자 둘이 한 점씩 받았음.
자 하나에 점 하나는 줄이 아님. 자 안에 든 것은 자가 넓어서 든 것일 수도 있음.」
경옥이 전실로 들어와 접시를 받아 들었다.
“어제는 먼저 봐도 되는 거냐고 물었죠.”
“오늘은 안 물었어요.”
“오늘은 왜 안 물어요.”
“어제 선생님이 고르는 게 조건이면 된다고 하셨어요.”
경옥이 문을 밀었다.
“그 말을 오늘 또 쓰면 그건 은재씨 거예요.”
6시 30분에 기록계 두 대를 읽었다. −0.06이었다.
은재는 수 여섯을 나란히 적었다. −0.03, −0.04, −0.04, −0.05, −0.05, −0.06이었다.
어제 적어 둔 줄에는 판정을 닷새 차로 하고 다음 판정이 10월 16일이라고 되어 있었다.
은재는 수를 세다가 손이 멈췄다.
10월 7일이 −0.03이었고 오늘이 −0.06이었다. 사이가 닷새였다.
닷새 차가 오늘 이미 있었다. 0.03이었고 눈금 세 칸이었다.
“선생님. 닷새 차가 오늘 있어요. 7일하고 12일이에요. 세 칸이에요.”
“그럼 판정하면 되겠네요.”
“안 할게요.”
유리를 닦던 경옥의 손이 멈췄다.
“왜요.”
“판정 날을 16일로 적어 놨어요. 어제요.”
은재는 종이를 들었다.
“오늘 하면 수를 보고 날을 당기는 거예요. 날을 미리 적어 놓은 까닭이 그거였어요.”
“그 수가 좋게 나와서 당기는 거예요?”
“좋게 나왔어요. 세 칸이면 눈금 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안 돼요.”
경옥이 유리를 다시 닦았다.
“좋게 나왔을 때 당기면, 안 좋게 나온 날은 안 당길 거잖아요. 그러면 당기는 게 자가 돼요.”
은재는 줄에 적었다.
「10/7 −0.03, 10/12 −0.06. 닷새 차 0.03. 세 칸.
판정 안 함. 날은 10/16임. 수가 좋아서 당기려고 했음. 당기려고 했다는 것을 적어 둠.」
아홉 시에 승화 3차를 걸었다.
통이 셋이었다. ㄱ은 날마다 열고 걷는 통이었고, ㄴ은 끝날까지 안 여는 통이었고, ㄷ은 ㄱ하고 같은 횟수로 열고 닫되 걷지 않는 통이었다.
은재는 유산지를 셋 깔고 통 이름과 날짜를 미리 적었다.
ㄱ을 열고 접시에 붙은 가루를 솔로 걷어 병에 넣었다. ㄷ을 열고 10초를 세고 닫았다. ㄴ은 안 열었다.
적고 나서 은재가 다시 종이를 봤다.
“선생님. ㄷ도 끝날에 걷어요.”
“걷어야 재죠.”
“그러면 ㄷ에도 걷는 몫이 한 번 들어가요.”
은재는 세 통을 적어 놓고 그 사이를 뺐다.
ㄱ에서 ㄷ을 빼면 걷는 몫이 사흘에서 한 번을 뺀 만큼이었다. ㄷ에서 ㄴ을 빼면 여는 몫에 걷는 몫 한 번이 붙어 있었다.
어느 식에도 걷는 몫 한 번이 혼자 남지 않았다.
“셋으로도 안 갈려요. 걷지 않고 재는 법이 없어요. 재려면 저울에 올려야 하고, 올리려면 걷어야 해요.”
경옥이 접시를 들어 보였다.
“접시째 올리면요.”
은재는 그 말에 저울 쪽을 봤다가 접시를 봤다.
“접시가 300그램이에요. 가루가 0.4그램이에요. 눈금이 0.1이고요.”
“그러면요.”
“접시에 성에가 붙는 것만 가루보다 커요.”
은재는 새 줄을 그었다.
「통째로 재려면 그릇이 든 것보다 가벼워야 함. 여기는 그릇이 천 배 무거움.
ㄹ 통 안 만듦. 통을 늘려도 걷는 몫 한 번은 어느 식에서도 안 빠짐. 못 가르는 것이 있음을 적음.
셋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여는 몫의 상한뿐임. 상한만 적음. 값은 안 적음.」
재운 날 칸에 안 잘린 통 375일째, 잘린 통 셋은 열흘째를 적었다. 사람이 한 일 칸과 방이 한 일 칸은 아흐레째였다.
수송팀 칸에는 토요일이라고 적었다.
「토요일. 안 물음. 분모에 안 넣음. 지나간 날 스물둘. 물은 날 열여섯.」
3. 스물한 도
정한은 7시에 험을 쟀다.
59.99였다.
종이에 수가 아홉이 되었다. 아홉째 점은 그대로 적고 아무 말도 안 적었다. 말하기로 한 것은 스물째였다.
오늘부터 할 일이 하나 늘어 있었다. 험 옆 칸에 방 온도를 적는 것이었다.
정한은 온도계를 들고 자리를 찾다가 손이 멈췄다.
방 가운데에 두면 방 온도였다. 데크 옆에 두면 데크가 있는 자리의 온도였다. 둘이 다를 것이었다.
정한은 온도계를 방 가운데 책장 위에 놓고, 수은 온도계 하나를 데크 모터 환기구 옆에 뒀다.
삼십 분 뒤에 둘을 읽었다. 방 가운데가 21.0도였고 모터 옆이 23.4도였다.
「온도 둘 적음. 방 21.0. 모터 옆 23.4. 차 2.4.
험을 정하는 것은 모터임. 그런데 모터 옆 온도는 모터가 만든 것임. 원인이 아니고 결과임.
방 온도는 모터가 안 만듦. 그쪽이 원인 칸에 들어감. 둘 다 적고 어느 쪽이 원인 칸인지 적음.」
정한은 「켠 지 얼마 뒤」 칸을 같이 봤다. 오늘은 켜고 18분 뒤에 걸었다.
수 셋이 한 줄에 들어갔다. 18분, 21.0도, 59.99였다.
적고 나서 정한은 그 셋 사이를 봤다.
모터는 돌린 시간을 따라 더워졌다. 방은 날과 계절을 따라 변했다. 모터 옆 온도에는 그 둘이 같이 들어 있었다.
「돌린 시간은 내가 바꿀 수 있음. 방 온도는 내가 못 바꿈. 난로가 없음.
내가 못 바꾸는 것은 조건임. 조건은 고를 수 없음. 섞인 채로 적음. 섞여 있다고 같이 적음.」
정한은 거기서 한 줄을 더 내려갔다.
10월이었다. 앞으로 두 달은 방이 내려갈 것이었다. 험도 내려가는 중이었다.
「둘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미는지 못 봄.
봄에 방이 올라갈 때 험이 올라오면 그때 본 것이 됨. 지금은 못 가름.
가름할 날을 미리 적어 둠. 3월.」
여덟 시 반에 정한은 봉투를 생각했다. 어제 보냈고 오늘은 할 일이 없었다.
안 보는 날 칸에 1을 적었다. 둘째였다. 다음 판독은 10월 20일이었다.
4. 맨 위
하람은 토요일 아침에 간 날 칸을 폈다.
오늘을 넣으면 합이 예순셋이고 연달아가 여섯이었다.
제비 통을 흔들었다. 다섯째 블록 넷째 장이었다.
「순서」였다.
규칙은 둘째 날이었다. 들어가서 처음 하시는 세 마디를 그대로 적는 것이었다.
문을 열었다. 미강은 안방에 앉아 계셨고 옷장 문이 둘 다 열려 있었다.
“왔나.”
“네, 엄마.”
“거 좀 들어 봐라.”
“뭘요.”
“무겁나.”
하람은 보자기 모서리를 들어 봤다. 세 마디가 찼다.
“조금 무거워요.”
미강은 여름 옷을 꺼내 쌓고 계셨다. 바닥에 보자기가 둘 펴져 있었다.
“어디 가세요.”
“이고 가야 해.”
하람은 안 고쳐 드렸다. 수첩에 적었다.
「「이고 가야 해」. 그대로 적음. 어디로 가는지 안 물음.
안 물은 것을 적어 둠. 안 물은 것하고 안 들은 것은 다름.」
미강은 두꺼운 것을 먼저 보자기 가운데에 놓으셨다.
“무거운 건 아래.”
“네.”
“가벼운 건 위.”
하람은 옆에 앉아서 양말을 접었다. 미강이 손을 내밀어 받아 가셨다.
“이건 위에.”
“무거운 거 아래라고 하셨잖아요.”
“양말은 맨 위.”
미강이 양말을 보자기 아가리 쪽에 놓으셨다.
“자주 쓸 건 맨 위야. 밑에 넣으면 다 꺼내야 하잖아.”
하람은 손을 멈추고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무거운 것은 아래. 가벼운 것은 위. 자주 쓸 것은 맨 위.
셋이 다 무게 얘기가 아님. 맨 위는 꺼내는 순서임.
쌓은 순서를 뒤집은 것이 꺼내는 순서임. 먼저 꺼낼 것을 나중에 넣음.」
보자기가 반쯤 찼을 때 미강이 옷 무더기를 손등으로 밀어내셨다.
“다 못 가져가.”
“다 못 넣어요?”
“못 넣어. 두고 갈 걸 먼저 골라야 해.”
“싸면서 고르면 안 돼요?”
“안 돼.”
미강이 무더기에서 스웨터 하나를 집어 옆으로 치우셨다.
“싸면서 고르면 손에 잡히는 걸 넣게 돼.”
하람은 적다가 글씨가 커졌다.
「두고 갈 것을 먼저 골라야 함. 싸면서 고르면 손에 잡히는 것을 넣게 됨.
고르는 때를 짐 싸기 앞에 둠. 짐이 고르게 하지 않음.
어제는 고르는 때를 시계에 맡겼음. 오늘은 짐 앞에 뒀음.」
보자기 하나가 다 찼을 때 미강이 두 번째 보자기를 끌어오셨다.
“하나에 다 넣으면 안 돼.”
“왜요.”
“잃으면 다 잃잖아.”
하람은 그 말에 손을 멈췄다.
“그러면 반반 섞어서 넣어요?”
“섞어.”
미강이 보자기 둘을 번갈아 보셨다.
“근데 짝 있는 건 같이 싸.”
“짝 있는 거요.”
“양말, 장갑. 떨어지면 둘 다 못 써.”
미강이 양말 한 짝을 들어 보이셨다.
“한 짝만 남으면 그건 없는 거야.”
하람은 수첩에 두 줄을 그어 가르고 적었다.
「나눠 싸는 까닭은 하나 잃어도 반은 남게 하는 것임.
그런데 반이 남아서 쓸모가 있는 짐하고 없는 짐이 다름.
짝 없는 것은 섞어 싸도 됨. 반이 반만큼 쓰임.
짝 있는 것은 한 보따리에 같이. 반이 남으면 0임.
나눌 때 보는 것은 무게가 아니고 이것임.」
열한 시가 지나서 하람은 「있는데 못 가져온 것」 칸을 폈다.
어제 길 있음으로 옮겨 적은 둘이 있었다. 센터 출석부는 월요일, 처방 이력은 다음 주였다.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둘 다 할 수 없었다.
「할 일로 옮겼음. 옮긴 것이 한 것이 아님.
옮긴 날 10/11, 할 날 10/13을 같이 적음. 칸이 바뀌면 다 한 것처럼 보임.」
「말 아닌 것」 칸은 셋째 날이었다. 오늘 들어간 것은 사이 둘이었다.
보자기 모서리를 들어 보라고 하시기 전에 하람의 손이 먼저 갔다. 「먼저」였다. 양말을 받아 가실 때는 말과 손이 같이 왔다. 「같이」였다.
「먼저 하나. 같이 하나. 나중 없음.
이틀 다 나중이 없음. 점 넷에 나중 0임. 없는 것도 적음.」
조사표는 10월 15일이었다. 사흘 남았다.
전화는 오늘도 안 왔다. 줄에 0을 적었다. 넷째 날이었다.
최영숙의 종이는 쉰네째였다.
핀을 세어 봤다. 일곱이었다.
「핀 다섯째 점 7. 앞이 7, 5, 6, 6임. 7로 돌아옴. 방향 넷임. 아무 말 안 함.」
손잡이 자국은 셋째 칸 그대로였고 바늘 자리는 일곱이었다. 실패는 열다섯 그대로였고 냉장고 종이는 넉 장이었다.
본 것 없는 짐작 줄은 여섯째 점이었다. 어제 적어 둔 것은 오늘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실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바느질은 안 하셨다. 짐을 싸셨다.
「여섯째 점 틀림. 분모 다섯. 점 여섯. 여섯 점에 맞은 것 없음.
짐 싸는 것하고 바느질을 가까운 것으로 봤음. 둘 다 옷이고 둘 다 앉아서 하는 일임.
가까운 것으로 짐작하면 가까운 데서 틀림. 틀린 거리를 적을 자리가 없음. 맞음/틀림만 있음.
거리 칸은 안 만듦. 만들면 내가 거리를 정하게 됨.」
5. 두 자리
정한은 점심을 지나 사본 셋을 꺼냈다.
어제 셋째 벌의 한 파일이 처음 적어 둔 수와 달랐다. 어제 적어 둔 할 일은 셋째 벌을 다시 뜨는 것이었다.
정한은 첫째 벌을 걸고 복사를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끝나고 체크섬을 냈다. 셋이 다 같았다.
정한은 이력 종이에 줄을 적으려다 멈췄다.
오늘 뜬 것은 셋째 벌이었다. 그런데 뜬 기계가 어제 것과 같았고 뜬 날이 하루 차였다.
「셋째 벌 다시 떴음. 수는 맞음. 그런데 이것은 셋째 벌이 아니고 첫째 벌을 베낀 것임.
벌이 셋인데 뜬 자리는 둘임. 어제 한 자리하고 오늘 한 자리임.
「벌 수」로 세면 셋이고 「뜬 자리 수」로 세면 둘임. 세는 법을 고침. 뜬 자리 수를 셈.
다른 기계로 뜬 자리 0. 10/18에 다른 매체 다른 기계. 그게 셋째 자리임.
원거리 한 벌은 보낼 데 아직 모름. 안 보낼 것이 아니고 못 정한 것임.」
종이를 접으려다 정한은 체크섬 목록을 다시 봤다.
종이 한 장이었다. 파일 이름과 수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파일이 상하면 수가 달라져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종이가 상하면 알 방법이 없었다.
정한은 연필 끝으로 종이 모서리를 쳐다봤다.
「파일은 종이로 잼. 종이는 무엇으로 재는가. 사본을 떠도 그 사본을 또 무엇으로 재는가. 끝이 없음.
끝을 내는 법은 자를 두 군데 두는 것임.
둘이 다르면 아는 것임. 하나가 상했음을 앎. 어느 쪽인지는 모름.
둘이 같으면 모르는 것임. 둘 다 멀쩡한지, 둘이 같이 상했는지 모름.
그래도 둘이 하나보다 나음. 하나는 다름을 볼 자리조차 없음.
종이 한 장 더 베껴 다른 서랍에 둠. 「다른 데」만큼은 됨. 「다른 날」은 아님.」
조각 표를 꺼냈다. 7번 혼자 남아 있었다. 7번이 엿새였고 0.05였다.
「7번 엿새 0.05. 닷새 0.06. 줄어든 몫 0.01.
이레 되는 날 10월 13일에 표가 끝남. 끝날은 그제 적어 뒀음. 수를 보고 정한 것이 아님.
같은 나이 쌍 아홉. 안 늘어남.」
짐작 칸에 여덟째 점이 왔다. 8시 15분에 「2시 50분」이라고 적었고 손은 3시 4분에 갔다.
차가 +14분이었다.
「여덟째 점 +14. 앞은 −18, +25, +6, −8, +3, −9, +6. 열까지 둘 남음.」
면봉 병을 봤다. 받은 면봉 셋이 그대로였고 오늘도 통과가 없었다.
「통과 칸에 0. 나흘째 같음.
0이 나흘이면 그것도 줄임. 「안 지나감」으로 이름 붙임. 앞의 셋은 이름보다 먼저 왔음.」
본물건은 보온고 안에 있었다. 오늘도 안 걸었다.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다. 보름 남았다.
6. 백열여덟
적재장은 시추동에서 서쪽으로 백 미터쯤이었다.
코어 상자는 눈굴 안에 넣어 뒀고 뚜껑 위에 눈을 덮어 놨다. 재혁은 한 시부터 서진과 둘이 꺼냈다.
상자는 흰 단열 상자였고 손잡이가 양쪽에 있었다. 하나에 토막 하나가 들어갔다.
꺼내면서 수를 셌다. 다 꺼내고 적재장에 줄로 쌓아 놓고 다시 셌다. 두 번 다 118이었다.
재혁은 야장을 폈다. 이번 시즌 토막 수를 세어 뒀는데 119였다.
하나가 안 맞았다.
재혁은 상자 줄을 처음부터 다시 걸었다. 번호를 적어 가며 걸었고 빠진 번호가 없었다.
“서진 선배님. 야장 토막이 백열아홉이고 상자가 백열여덟입니다.”
“번호 빠진 건 없어?”
“없습니다. 백열여덟까지 붙어 있고 다 있습니다.”
“그러면 상자 번호가 토막 번호가 아니겠네.”
재혁은 야장을 뒤로 넘겼다.
8월 하순 장에 줄 하나가 있었다. 깨져 나온 토막 하나를 조각으로 받아서 조각 번호를 매기고 같은 상자에 넣었다는 줄이었다.
그 상자에는 토막이 둘 들어 있었고 하나는 조각이었다.
“8월에 깨진 걸 합쳐 넣었습니다. 그 상자가 토막 둘입니다.”
“그러면 둘 다 맞네.”
서진이 장갑 손등으로 상자 뚜껑을 쳤다.
“고칠 거 없어.”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토막 119. 상자 118. 둘 다 맞음.
토막은 구멍이 센 것이고 상자는 사람이 센 것임. 세는 단위가 다름.
수가 같아야 하는 줄 알았음. 같아야 하는 까닭이 없었음. 한쪽을 고치면 틀림.
상자 번호가 토막 번호가 아님을 머리에 적음. 상자 번호로 깊이를 찾으면 한 군데가 어긋남.」
깊이도 맞춰 봤다.
야장 깊이는 412미터에서 769미터까지 357.0미터였다. 상자에 든 얼음 길이를 상자 종이에서 더하면 356.2미터였다.
0.8미터가 모자랐다.
「깊이 357.0. 든 얼음 356.2. 모자람 0.8. 토막 끝이 깨진 것하고 조각 사이가 벌어진 것임.
구멍은 파낸 데를 셌고 상자는 받아 넣은 것을 셌음. 둘 다 맞음.
연대 셀 때 쓰는 것은 구멍 수임. 무게 낼 때 쓰는 것은 상자 수임. 쓰는 데가 다름.」
무게는 저울로 열 상자를 재서 평균을 냈다. 하나가 평균 서른 킬로그램쯤이었다.
얼음이 스물한 킬로그램 조금 넘었고 상자가 여덟 킬로그램쯤이었다.
118을 곱하면 3,538킬로그램이었다.
재혁은 그 수를 적고 서진에게 가져갔다.
“한 편에 얼마 실립니까.”
“보통 2,400.”
“그러면 두 편입니다.”
“두 편 와야 두 편이지.”
서진이 종이를 받아 봤다.
“오늘 몇 도야.”
“영하 41도입니다.”
“그러면 2,400 안 돼.”
재혁은 손을 멈췄다.
“추우면 못 뜹니까.”
“떠. 덜 실어.”
“왜 추우면 덜 싣습니까.”
“눈이 안 미끄러워.”
서진이 활주로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스키 밑에 얇은 물이 생겨야 미끄러워. 너무 차면 그게 안 생겨. 눈이 사포가 돼.”
“그러면 따뜻한 게 낫습니까.”
“너무 따뜻하면 질척해. 그것도 안 미끄러워.”
“가운데가 좋습니까.”
“가운데가 좋아.”
재혁은 야장을 펴고 어제 마지막 장을 다시 봤다.
어제 적어 둔 것은 떠나는 날을 조건으로 적는다는 줄이었다. 조건으로 적은 것이 둘이었다. 바람과 시야였다.
온도가 없었다.
재혁은 그 줄을 안 고치고 밑에 달았다.
「어제 조건을 둘 적었음. 바람하고 시야임. 온도가 빠졌음.
조건으로 적는다고 조건을 다 적은 것은 아님.
그리고 온도는 한쪽이 아님. 추워도 안 미끄럽고 따뜻해도 안 미끄러움.
「얼마 아래」만 적으면 틀림. 아래하고 위를 둘 다 적어야 함.
조건 목록을 적는 사람이 내가 아님. 조종사임. 나는 묻는 사람임. 오늘 물음.
받아 적음: 영하 35도 아래로 내려가면 실을 무게를 줄임. 영하 5도 위로 올라가면 줄임. 오늘 영하 41도임.」
재혁은 셈을 했다.
2,000킬로그램이면 상자 쉰아홉이 1,780킬로그램이었다. 사람 둘과 개인 짐이 230킬로그램쯤이었다.
합이 2,010이었다. 열 킬로그램이 넘었다.
“열 킬로그램 넘습니다.”
“그럼 어떡해.”
“구간을 쪼개면 됩니다.”
“쪼개면?”
재혁은 인계서를 펴서 한 항을 짚었다. 분산 보관은 연속 구간 단위로만 나눈다고 적혀 있었다. 8월에 적은 줄이었다.
“반쪽 구간은 연대를 못 잇습니다. 두 군데서 반쪽씩 오면 가운데가 비어서 둘 다 못 씁니다.”
“그러면.”
“안 쪼갭니다. 기다립니다.”
재혁은 상자 줄을 두 구간으로 갈라 적었다.
「1편: 412에서 592미터. 상자 쉰아홉. 토막 예순. 1,780킬로그램.
2편: 592에서 769미터. 상자 쉰아홉. 토막 쉰아홉. 1,758킬로그램.
쪼개지 않음. 한 편이 안 오면 한 구간이 온전히 남음.
섞어 실으면 두 구간이 다 반쪽이 됨. 반이 남아서 반만큼 쓰이는 짐이 아님. 반이 남으면 0인 짐임.」
서진이 그 줄을 내려다봤다.
“사람은 어느 편이야.”
“모르겠습니다.”
“나도 몰라.”
서진이 종이를 돌려줬다.
“그건 적어서 물어.”
재혁은 야장 옆장에 물음으로 적었다.
「물음: 2,000일 때 상자 쉰아홉하고 사람 둘 중에 어느 쪽이 먼저인가.
내가 정할 일이 아님. 답을 내가 안 가지고 있음. 물음으로 적음.
답이 오면 날을 붙여 적음. 안 오면 안 온 것을 적음.」
세 시 반부터 쌓는 순서를 정했다. 서진이 끈을 들고 왔다.
“가운데만 쌓지 마.”
“무게는 안 넘습니다.”
“무게는 안 넘어. 자리가 안 돼.”
서진이 상자 셋을 들어 앞쪽으로 옮겼다.
“한 자리에 몰리면 앞뒤가 안 맞아. 뜨긴 뜨는데 못 내려.”
“합이 같은데도 그렇습니까.”
“합은 같아도 어디 놨는지가 달라.”
재혁은 적재 도면에 칸을 그었다.
「합이 2,000 아래인데 자리가 모자람. 짐에 무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리도 있음.
합이 같아도 어디에 놓았는지가 다르면 다른 짐임.
평균만 적으면 모양이 없어짐. 작년에 구멍 모양으로 같은 것을 적었음.
도면을 같이 넘김. 수만 넘기면 다음 사람이 한 자리에 쌓음.」
먼저 내릴 것을 나중에 싣는다는 것도 적었다.
인천에 닿으면 먼저 저온 차에 옮겨야 하는 것은 브리틀존 구간이었다. 그러면 그 상자가 문 쪽에 있어야 했다.
재혁은 쌓는 순서를 꺼내는 순서로 뒤집어 도면에 번호를 다시 썼다.
「먼저 꺼낼 것을 나중에 넣음. 브리틀존 구간이 제일 나중에 들어가 문 쪽에 있음.
넣는 번호하고 꺼내는 번호를 둘 다 적음. 하나만 적으면 뒤집는 것을 다음 사람이 또 생각해야 함.」
다섯 시가 지나서 재혁은 시추동으로 돌아왔다.
케이블은 다 감겨 있었고 날 넷은 기름을 발라 상자에 들어가 있었다. 구멍 뚜껑 위에 눈이 얇게 쌓여 있었고 대나무 장대 다섯이 그 옆에 서 있었다.
재혁은 야장을 폈다. 깊이 칸에 「안 팜」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봄」 줄에는 오늘 적을 것이 하나 있었다. 사람과 짐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였다.
「안 함」 줄에 1을 적었다. 누계가 아홉이 되었다.
재혁은 야장을 덮고 적재장 쪽을 봤다.
상자 백열여덟이 두 줄로 서 있었다. 그 안에 든 공기는 상자보다 오래되었고, 상자를 감싸고 있던 얼음보다는 젊었다.
실을 순서는 정해져 있었고 뜰 날은 안 정해져 있었다.
파는 일이 없는 날이 왔다. 깊이 칸에는 0을 적을 수 없었다. 0은 판 날에 안 나온 수였고 빈 칸은 안 적은 자리였으며 안 한 일은 안 한 일이었다. 셋을 한 칸에 섞어 두면 다음 사람이 가를 수 없었다.
세는 단위가 다르면 수가 달라도 둘 다 맞았다. 토막은 구멍이 센 것이고 상자는 사람이 센 것이었다. 수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까닭이 없었고, 한쪽을 고치면 비로소 틀렸다. 같은 물건에 수가 둘 있는 것은 쓰는 데가 둘이기 때문이었다.
나누는 까닭은 하나를 잃어도 반이 남게 하는 것이었는데, 반이 남아서 반만큼 쓰이는 짐과 반이 남으면 0이 되는 짐이 있었다. 양말 한 짝은 없는 것이었고 반쪽 구간은 연대를 잇지 못했다. 그래서 짝 있는 것은 같이 싸고, 끊어지면 못 쓰는 것은 쪼개지 않고 기다렸다.
합이 같아도 어디에 놓았는지가 다르면 다른 짐이었다. 무게에는 자리가 붙어 있었고 평균만 적으면 모양이 없어졌다. 쌓은 순서를 뒤집은 것이 꺼내는 순서였으므로 먼저 꺼낼 것을 나중에 넣었고, 자주 쓸 것은 맨 위에 있었다.
두고 갈 것은 싸기 전에 골라야 했다. 싸면서 고르면 손에 잡히는 것을 넣게 되었다. 고르는 때를 앞에 두면 고르는 사람이 짐이 아니었고, 판정하는 날을 앞에 적어 두면 판정하는 사람이 수가 아니었다. 그날의 수가 좋게 나와서 당기고 싶었다는 것까지 적어 두었다.
조건으로 적는다고 조건을 다 적은 것은 아니었다. 추워도 미끄럽지 않고 따뜻해도 미끄럽지 않았으므로 자에는 아래와 위를 둘 다 적어야 했다.
실을 순서는 정해 두었다. 뜰 날은 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