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61화 - 본뜸

제61화 「본뜸」

1. 점 셋

「10월 9일. 수요일. 깊이 754 → 760 예정. 철수까지 이틀.」

6시 50분에 야장을 펴고 오늘 칸을 그었다. 어제 칸에는 「없음」이 적혀 있었다.

7시 5분에 조립체를 내려보냈다. 바늘이 내려앉은 것은 7시 39분이었고 34분이 걸렸다.

첫 토막은 9시 40분에 끝났다. 읽음이 757.05였고 부족분은 0.11이었다.

재혁은 12미터 줄을 폈다.

첫 점이 733.08에 0.12였다. 둘째 점이 745.07에 0.10이었다. 셋째 점 자리에 757이라고 미리 적혀 있었다.

재혁은 757.05 옆에 0.11을 적었다.

점이 셋이 되었다.

0.12, 0.10, 0.11이었다.

재혁은 한참 들여다보다가 야장을 뒤로 넘겨 열흘 치 부족분을 훑었다. 0.09에서 0.12 사이였다. 넘는 날도 밑도는 날도 없었다.

「점 셋이 다 날마다 흔들리는 폭 안에 있음.

내려갔다가 올라감. 방향이 둘임. 점 셋으로 방향이 둘이면 방향이 없음.

저울 눈금 0.01. 점 사이 차가 0.02하고 0.01임. 눈금 두 칸하고 한 칸임.」

그다음에 재혁은 종이에 뺄셈을 늘어놓았다.

점이 셋이면 사이가 둘이었다. 사이가 둘이면 사이끼리의 차가 하나였다.

0.12에서 0.10이 −0.02였고 0.10에서 0.11이 +0.01이었다. 그 둘의 차가 0.03이었다.

「점 셋 → 사이 둘 → 사이의 차 하나.

뺄 때마다 수가 하나 줄어듦. 점을 하나 얻어도 물음을 한 겹 깊게 하면 쓸 수 있는 수는 그대로임.

그리고 틀림은 거꾸로 감. 점마다 0.01 틀리면 사이는 0.02 틀리고 사이의 차는 0.04 틀림.

사이의 차가 0.03인데 틀림 폭이 0.04임. 수가 틀림 안에 들어 있음. 아무 말도 못 함.」

재혁은 연필을 놓았다.

점이 하나 늘었는데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어제는 점이 둘이라 말 안 했고 오늘은 점이 셋인데도 말 안 했다.

10시가 지나서 서진이 시추동에 들어왔다. 장갑을 벗어 난로 위에 올리고 야장 쪽으로 왔다.

“그 줄이 그건가.”

“네. 깊이마다 부족분이에요. 오늘 셋째 점입니다.”

서진이 수 셋을 보고 잠깐 있었다.

“흔들림이 얼마야.”

“0.09에서 0.12요. 폭 0.03입니다.”

“보려는 게 얼마야.”

재혁은 멈췄다. 그걸 적어 둔 데가 없었다.

”……안 적었습니다.”

“그럼 거기부터 적어. 보려는 게 흔들림보다 작으면 점 하나로는 못 봐.”

“점을 늘리면 되는 거지요.”

“늘리면 되는데 생각보다 많이 늘려야 돼. 점 넷을 모아서 평균을 내면 흔들림이 절반으로 줄어. 아홉을 모으면 셋의 하나야.”

“넷에 절반이요. 왜 넷에 넷의 하나가 아니고요.”

“서로 안 붙은 흔들림은 더할 때 그렇게 더해져. 한쪽이 크게 틀린 날에 다른 쪽도 같이 크게 틀릴 까닭이 없으니까 서로 깎여. 다 같은 방향으로 틀리는 건 하나도 안 줄어들고, 그건 평균으로는 못 잡아.”

서진이 난로 쪽으로 가면서 덧붙였다.

“필요한 점 수를 먼저 세. 세어 보고 못 모으겠으면 그것도 수야.”

재혁은 셈을 했다.

깊이 몫이 36미터에 0.01쯤이라고 치면 그걸 보려면 흔들림을 0.005 밑으로 내려야 했다. 폭 0.03을 여섯 분의 하나로 줄이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묶음마다 점 서른여섯이 필요했다. 양 끝에 묶음 둘이면 점 일흔둘이었다.

점 하나가 이틀이었다. 일흔둘이면 백마흔네 날이었다.

철수가 이틀 뒤였다.

「필요한 점 일흔둘. 모인 점 셋. 넷째 점이 모레 아침.

이 물음은 이 시즌에 답이 안 남. 오늘 알게 됨.

다음 시즌에 이 36미터를 다시 지나가지 않음. 구멍은 더 깊어지기만 함. 같은 물음을 다시 물을 수는 있어도 같은 자리에서는 못 물음.

그래서 넘길 것은 수가 아님. 물음하고 흔들림 폭하고 필요한 점 수임.」

서진이 난로 앞에서 야장 쪽을 한 번 더 봤다.

“그 10초 칸은 뭐야.”

“읽는 때를 30초로 못 박았는데 앞 여드레는 10초도 같이 적혀 있습니다. 지울까 했습니다.”

“지우려다 왜 뒀어.”

“어제 그 칸으로 하나를 알았습니다. 그때는 안 쓸 수라고 생각해서 적어 둔 거였습니다.”

“그러면 두는 게 맞아.”

서진이 장갑을 뒤집었다.

“지금 아는 걸로 앞을 고치면 앞은 지금이 돼. 그러면 앞이 없어져.”

둘째 토막은 13시 10분에 끝났다. 읽음이 760.09였고 부족분은 0.12였다. 누계가 8.60이 되었다.

헛돎은 2번 드릴에서 한 번, 0.9초였다.

재혁은 야장 뒤쪽 「야장에 대해 안 들은 날」 칸을 폈다.

어제 합 열둘, 연달아 하나였다.

오늘은 들었다.

「합 열둘. 연달아 0.

갈라 적으니 한쪽은 멈추고 한쪽은 0으로 감. 한 수로 적을 때는 이 둘이 같은 칸에서 싸웠음.」

「봄」 칸에 1을 적었다. 누계가 넷이 되었다.

2. 안 재는 날

은재는 6시 10분에 방에 들어갔다.

접시를 들고 서서 짐작을 적었다. 어제 값 그대로 606이었다. 손바닥만큼을 10초로 걷어서 올렸다.

594였다.

옛 자는 595부터 613까지였다. 어제 채택한 새 자는 592부터 613까지였다.

594는 옛 자로 밖이고 새 자로 안이었다.

“선생님. 자를 바꾸고 첫 점이 갈리는 점이에요.”

“어느 쪽으로 적을 거예요.”

“둘 다요. 자 이름 붙여서요. 어제 593도 그렇게 적었어요.”

“그러면 됐어요.”

경옥이 수첩을 덮으면서 한 마디 보탰다.

“자를 바꾸면 그다음 점만 바뀌는 게 아니에요. 지난 점도 안이 되고 밖이 돼요. 그래서 자 바꾼 날을 줄에 그어 두는 거예요.”

은재는 줄에 세로줄을 긋고 날짜를 적었다.

「10월 9일. 스물한째 점. 594. 짐작 606. 차 12 아래.

옛 자 밖. 새 자 안. 둘 다 적음.

자 바꾼 날 세로줄 그음. 줄 왼쪽 점들은 두 번 읽을 수 있음.」

6시 30분에 기록계 두 대를 읽었다. 되돌린 자리에서 이틀째였다.

−0.04였다.

어제도 −0.04였다.

은재는 같은 자리에서 읽은 수 셋을 나란히 적었다. 자리를 바꾸기 전이 −0.03이었고 어제가 −0.04였고 오늘이 −0.04였다.

하루 몫이 반 칸이라는 것은 어제 낸 수였다.

“선생님. 어제는 한 칸이 움직였고 오늘은 0이에요.”

“하루에 반 칸이면 그렇게 나와요.”

“0하고 한 칸이 번갈아 나와요.”

“그래서요.”

은재는 연필을 돌렸다.

“0이 나온 날에 「안 늘었다」고 적으면 틀려요. 「한 칸을 다 못 채웠다」예요. 그런데 종이에는 둘 다 0으로 적혀요.”

“그럼 어떻게 적어요.”

“0 옆에 「못 채움」이라고 적을게요. 그리고 날마다 보지 않고 쌓인 것만 봐요.”

은재는 그 줄 머리에 한 줄을 적었다.

「하루 몫이 눈금의 반이면 읽은 수는 0하고 한 칸을 번갈아 냄.

번갈아 나오는 것은 날의 일이 아니고 자의 일임. 날은 날마다 같은 만큼 감.

이 줄은 날마다 안 읽음. 쌓인 것만 읽음. 하루 칸에는 「못 채움」 적음.」

아홉 시에 저온실 문을 열었다. 승화 2차 둘째 날이었다.

ㄱ 통은 매일 열고 걷기만 하고 ㄴ 통은 안 여는 줄이었다. 사흘 뒤에 둘을 한 번씩만 재기로 했다.

은재는 9시 2분에 ㄱ 통을 열었다. 접시에 붙은 가루를 솔로 한 번 걷어 작은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9시 5분에 통을 덮었다.

ㄴ 통은 손도 안 댔다.

저울이 바로 옆에 있었다. 병을 올리면 수가 하나 나왔다.

은재는 병을 들었다가 선반에 내려놓았다.

“재면 1차랑 같아져요.”

경옥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재려면 병을 또 열어야 해요. 열면 병에서도 날아가요. 선생님이 어제 말한 거요.”

“그럼 오늘 적을 게 뭐가 있어요.”

은재는 새 줄을 그었다.

「10/9. 잰 수 없음.

ㄱ 엶 9:02. 걷는 손 1번. 닫음 9:05. 병 뚜껑 1번 열고 1번 닫음.

ㄴ 안 엶.

오늘은 수가 없는 날임. 수가 없는 날에 적을 수 있는 것은 한 일임.

「했음」은 수가 아님. 그래도 적음. 사흘 뒤에 수 하나가 나올 때 그 수가 어떻게 생긴 수인지는 이 줄에만 있음.」

재운 날 칸에 안 잘린 통은 372일째, 잘린 통 셋은 이레째를 적었다. 사람이 한 일 칸과 방이 한 일 칸은 엿새째였다.

수송팀 칸에는 「수요일. 안 물었음.」이라고 적었다.

어제 물었고 「아직」이라는 답을 들은 참이었다.

「지나간 날 열아홉. 물은 날 열넷.

어제는 하나하고 하나였음. 오늘은 하나하고 0임.

「안 물은 날」은 칸을 만들어 놓았으니 적힘. 칸이 없으면 안 물은 날은 종이에 아예 안 생김.」

3. 삼백오십육

정한은 7시에 험을 쟀다.

59.98이었다.

종이에 수가 여섯이 되었다. 60.00, 59.99, 59.98, 59.97, 59.97, 59.98이었다.

처음으로 수가 커졌다.

정한은 「올라감」이라고 쓰려다 멈추고 다르게 적었다.

「여섯째 점 59.98. 앞보다 0.01 큼.

자 폭이 0.01임. 차도 0.01임. 자 폭하고 같은 차로는 올랐다고 안 적음. 「0.01 큼」이라고만 적음.

여덟까지 아무 말 안 함. 셋이 내리 내려갔을 때도 말 안 했고 하나 커졌다고도 말 안 함.」

오늘은 거는 일이 없는 날이었다.

조건 종이 여섯째 줄에 어제 보탠 것이 있었다. 거는 날에는 거는 일을 먼저 한다는 줄이었다. 거는 날이 아니면 그 줄은 쉬었다.

정한은 책상 쪽으로 가서 어제 뜬 녹음을 틀었다.

본물건은 보온고 안에 그대로 있었다. 플랜지도 어제 끼운 채였다.

어제 적어 둔 것이 하나 남아 있었다. 31분 12초에 「툭」이 났고 그 자리에 이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테이프 자리로는 처음에서 356미터였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보려면 그 자리를 다시 지나가야 했고, 다시 지나간 자리는 한 번 지나간 자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제는 안 봤다.

정한은 녹음을 그 자리로 돌렸다.

반 박자가 끊겼다가 돌아왔다. 어제 들은 그대로였다.

정한은 소리를 크게 올리고 끊긴 데를 들었다.

끊긴 동안에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것이 아니었다. 쉬이 하는 높은 잡음이 그대로 나고 있었다.

정한은 끊김 앞 1초와 끊김 안과 끊김 뒤 1초를 번갈아 돌려 들었다.

높은 쪽 쉬이 소리는 세 군데가 똑같았다. 낮은 쪽에 깔려 있던 웅 하는 소리는 끊김 안에만 없었다.

정한은 종이를 폈다.

「쉬이 소리는 테이프에서 남. 자성 가루가 고르지 않아서 나는 것임. 테이프가 지나가고 있으면 남.

웅 소리는 녹음할 때 방에서 들어온 것임. 방 울림임.

끊긴 동안에 쉬이는 있고 웅은 없었음.」

정한은 연필 끝으로 종이를 두 번 쳤다.

쉬이가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에도 테이프가 헤드에 붙어서 지나가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떨어졌으면 쉬이도 같이 없어졌다. 산화막이 떨어져 나간 자리라면 쉬이가 먼저 사라졌다.

웅만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들어올 소리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테이프 쪽 일이 아님. 녹음 쪽 일임.

테이프에 흠이 있었으면 쉬이가 같이 끊겼음. 안 끊겼음.

녹음할 때 들어오는 것이 몇 초 없었음. 왜 없었는지는 모름.」

정한은 끊김이 시작하는 데와 끝나는 데를 아주 느리게 돌려 보았다.

시작은 칼로 자른 것처럼 섰다. 끝에는 아주 짧게 「틱」이 하나 있었다.

「시작 칼같음. 끝에 틱 하나.

녹음기가 모터까지 같이 섰으면 끝에 서서히 돌아옴. 안 그랬음.

누름단추로 멈췄거나 줄이 빠졌거나임. 둘 다 끝에 틱이 날 수 있음. 어느 쪽인지 못 가름.

여기까지 적음. 짐작 칸으로 안 넘김. 짐작 칸은 수를 내는 칸이고 이건 수가 없음.」

정한은 그 자리를 다시 지나가지 않기로 한 것을 종이에 한 번 더 적었다.

「본물건을 안 걸고 알았음.

어제 뜬 것으로 알았음. 원물건은 한 번뿐이었는데 그 한 번에서 뜬 것은 오늘 열 번도 더 돌렸음.

다만 뜬 것에 없는 것이 있음. 테이프 겉면, 헤드에 묻는 가루, 끌림 바늘. 그건 지나가는 동안에만 생기고 소리에는 안 뜸.

뜬 것으로 되는 물음하고 안 되는 물음을 갈라 적음. 오늘 것은 되는 쪽이었음.」

케이스 이력에 줄을 보탰다.

「10/9 통과 0회. 사본으로 봄. 통과 누계 1 그대로.

356미터 자리: 테이프 쪽 아님. 본물건 안 걸었음.」

4. 본

하람은 수요일 아침에 간 날 칸을 폈다.

오늘을 넣으면 합이 예순이고 연달아가 셋이었다.

「합 예순. 연달아 셋.

합이 둥근 수가 됐는데 아무 일도 아님. 열의 배수는 내 손가락 수에서 온 것임.」

제비 통을 흔들었다. 넷째 블록이 어제 다 떨어졌으므로 다섯째 블록 첫째 장이었다.

「냄새」였다.

하람은 장을 손에 들고 한참 봤다. 냄새에는 줄자도 저울도 없었다.

방에 들어가 앉았다. 들어가는 첫 숨에 났다. 참기름하고 종이 냄새하고 그 밑에 오래된 장 냄새였다.

적으려고 연필을 들었다가 다시 맡아 봤다.

안 났다.

하람은 코를 한 번 세게 들이켰다. 그래도 안 났다.

5분쯤 앉아 있다가 문밖 복도로 나가 섰다. 거기서 1분을 세고 다시 들어갔다.

첫 숨에 또 났다.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들어가서 첫 숨에 남. 다섯 번쯤 더 맡으면 안 남.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또 남.

코가 닳는 게 아님. 쓰면 닫히고 쉬면 열림.

바닥은 열 번 재도 2.5센티임. 냄새는 두 번째에 0이 됨.

재는 자가 사람 안에 들어 있으면 재는 일이 자를 바꿈. 그러니까 쉬는 것까지 절차에 넣어야 함.」

하람은 줄을 하나 만들었다.

「냄새 재는 법: 밖에 5분 나갔다가 들어와서 첫 숨에만 적는다. 하루 세 번. 7시 40분, 10시 15분, 14시 30분.

적을 것: 났다 / 안 났다. 어디서.

얼마나 센지는 안 적음. 자가 없음. 센 것하고 가까이서 맡은 것을 못 가름.」

7시 40분에 났다. 10시 15분에도 났다. 둘 다 거실이었다.

14시 30분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복도에서 다른 냄새가 났다. 뭔가 태운 것 같았고 2층 계단 쪽에서 왔다.

하람은 수첩 앞쪽으로 넘겼다. 어제 그어 놓은 칸 다섯이 있었다.

시각, 어디서, 몇 번, 얼마나, 누구였다.

「14:32 / 복도 / 1번 / 10초쯤 / 모름.」

하람은 마지막 칸을 보면서 연필을 멈췄다.

「누구」를 비워 두면 안 물은 것처럼 보였다. 「모름」이라고 적으면 물었는데 못 알아낸 것이 되었다. 하람은 물어보지 않았다.

칸 밑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모름」 아님. 「안 알아봄」임.

칸을 미리 그어도 못 채우는 칸이 있음. 못 채우는 것도 세 가지임. 비워 둔 것, 알아봤는데 모르는 것, 안 알아본 것.

셋을 한 말로 적으면 나중에 못 가름.」

열한 시가 지나서 미강이 상 위에 신문지를 펴고 있었다.

하람이 옆에 가 앉았다. 신문지에 연필로 둥근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어깨 모양 같았다.

“엄마, 그거 뭐예요?”

“본이야.”

미강이 가위로 선을 따라 오려 냈다.

“이거 떠 두면 또 지어.”

“본 없이 지으면요?”

“그 옷 하나야. 한 번 지으면 끝이지. 다음에 또 지으려면 처음부터 재.”

하람은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미강이 오려 낸 종이를 들고 뒤집어 보면서 한 마디 더 했다.

“본은 옷이 아니야.”

“왜요?”

“본에는 천이 없잖아. 종이는 늘어나지도 않고 줄지도 않아. 천은 빨면 줄어.”

“그럼 천은 어떻게 해요?”

미강이 반짇고리 밑에서 낡은 봉투를 꺼냈다. 안에 접힌 종이들이 있었고 그중 한 장 귀퉁이에 천 조각 셋이 풀로 붙어 있었다.

“자투리를 붙여 둬.”

하람은 그 종이를 한참 봤다. 붙은 천은 색이 바랬고 종이에는 연필 글씨로 날짜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엄마, 이거 언제 거예요?”

”……몰라.”

미강은 봉투를 다시 밑으로 넣었다.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본 = 다시 지을 수 있게 해 주는 것. 한 번 지은 옷에서 떠 두는 것임.

본에는 천이 없음. 그래서 자투리를 붙임. 본은 종이고 자투리는 그 옷의 조각임.

내가 적는 것도 본임. 적으면 다시 꺼내 볼 수 있음. 그런데 적은 것에는 목소리가 없음.

오늘부터 칸 둘로 둠: 들은 그대로의 말 / 내가 줄인 말.

줄여 적으면 내 손이 들어감. 들어간 자리는 나중에 못 찾음. 두 칸이면 찾음.」

하람은 미강이 오려 낸 본 종이를 접어서 수첩 뒤에 끼웠다.

「이건 적은 게 아니고 그날 것임. 자투리에 해당함. 안 버림.」

센터 칸을 폈다.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10/9 센터 날 아님. 줄에 안 올림. 다음 센터 날 10/10 목요일.」

전화는 오늘 안 왔다.

하람은 어제 적어 놓은 줄을 다시 봤다. 있었던 날만 적는 줄이었다. 안 온 날은 적을 칸이 없어서 몇 번에 한 번인지 셀 수 없었다.

하람은 새 줄을 그었다.

「전화 줄 둘째 것 시작. 오늘부터 안 온 날에 0을 적음.

앞은 못 채움. 앞을 지금 기억으로 채우면 지금이 앞이 됨.

줄머리에 적음: 시작 10/9. 이 줄로 셀 수 있는 것은 10/9부터임.

10/9 = 0.」

최영숙의 종이는 쉰한째였다.

「10/8 16:10 복도에서 뵘. 혼자 서 계셨음. 말씀은 없으셨음.」

「남이 본 것」 칸에 넣었다. 어제 만든 칸이었다.

손잡이 자국은 셋째 칸 그대로였고 바늘 자리는 여섯이었다. 실패는 열셋이 되었다. 냉장고 종이는 넉 장 그대로였다.

핀을 세어 봤다. 다섯이었다. 어제는 일곱이었다.

「핀 둘째 점 5. 첫 점 7. 차 2.

점 둘임. 아무 말 안 함. 오늘 박은 데가 어제보다 짧았다는 것만 옆에 적음.」

짐작 칸을 폈다. 본 것 없는 짐작 줄의 셋째 점이었다.

어제 적어 둔 것은 오늘 전화가 올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안 왔다.

「셋째 점 틀림. 분모 둘. 점 셋.

어제 둘째 점은 「안 일어남」으로 분모에 안 들어갔음. 점 수하고 분모가 갈라진 채로 둘째 날임.」

조사표는 10월 15일이었다. 엿새 남았다.

5. 이레와 여드레

정한은 점심을 지나 면봉 병을 봤다.

어제 통과에서 받은 면봉 하나가 들어 있었다. 오늘은 통과가 없었으므로 안 늘었다.

정한은 가루 칸에 0을 적으려다 손을 멈췄다.

통 쪽 칸은 날이 가면 저절로 쌓이는 칸이었다. 거기는 아무 일 없는 날에도 0을 적는 것이 맞았다.

병 쪽 칸은 통과가 있어야 쌓이는 칸이었다.

「통과 칸에 0 적음. 오늘 통과 0회임.

가루 칸에는 아무것도 안 적음. 통과가 0이면 가루를 물을 데가 없음.

물어서 없는 것하고 물음이 안 생긴 것은 다름. 0을 적으면 물어서 없는 것이 됨.」

조각 표를 꺼냈다.

4번이 여드레로 0.04, 5번이 이레로 0.04, 6번이 엿새로 0.05, 7번이 사흘로 0.08이었다.

어제 종이를 꺼내 나란히 놓았다. 어제 4번이 이레로 0.04였고 5번이 엿새로 0.05였고 6번이 닷새로 0.07이었다.

같은 나이 쌍이 둘 늘어 일곱이 되었다. 자 폭보다 큰 차는 아직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것에 다른 게 하나 있었다.

4번은 여드레였고 5번은 이레였다. 나이가 하루 다른데 수가 둘 다 0.04였다.

정한은 연필을 들고 한참 있었다.

조각이 줄어드는 속도는 날수로 나눈 꼴이어서 아무리 가도 0이 안 됐다. 그래서 물건이 끝날 날을 정해 주지 않았다. 그건 이틀 전에 적어 둔 것이었다.

오늘 나온 것은 그 뒤였다.

「이레하고 여드레가 같게 나왔음. 자 폭 0.01임. 이 뒤로는 내 자로 다 같음.

물건은 끝날을 안 정해 줌. 자는 정해 줌.

종이에 적음: 이레에 그만둔다.

까닭은 「물건이 멈췄다」가 아님. 「내 자로 더는 안 가려진다」임.

까닭을 바꿔 적으면 다음 사람이 더 좋은 자를 가져왔을 때 이 줄을 다시 펼 수 있음. 「멈췄다」고 적으면 안 폄.」

짐작 칸에는 다섯째 점이 왔다. 8시 10분에 「11시 50분」이라고 적었고 손은 11시 53분에 갔다.

차가 +3분이었다.

「다섯째 점 +3. 앞은 −18, +25, +6, −8.

제일 작음. 작다고 아무 말 안 함. 열까지 안 말함.」

안 보는 날은 아흐레째였다. 다음 판독은 내일이었다.

정한은 판독 종이를 미리 꺼내 책상 왼쪽에 올려 두었다.

「내일 볼 것: 아흐레 전 판독하고 오늘 것.

오늘 것을 지금 적어 둠. 내일 적으면 내일 눈으로 적힘.」

이관 마감은 10월 27일이었다. 열여드레 남았다.

6. 못 남

재혁은 네 시에 인계서를 들고 앉았다.

7항은 줄이 일곱이었다. 어제 7-4와 7-5에 날을 붙였고 오늘 나머지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7-1은 매 토막 계량이었다. 날이 이미 붙어 있었다.

7-2는 시추액 보충량 기록이었다. 「액면이 내려가면 적는다」로 되어 있었다.

「7-2 → 「매 토막마다 보충량을 적는다. 열흘 치를 모아 저울 누계와 견준다. 하루치로는 안 견준다.」」

7-3은 바닥 훑기였다. 「침전물이 쌓이면 훑는다」로 되어 있었다.

「7-3 → 「열흘에 하루, 진척 0으로 훑는다. 다음 훑는 날을 전날 야장에 적어 둔다.」」

7-6은 어제 확정한 줄이었다. 7-7은 드릴 머리 날 교체였고 「닳으면 바꾼다」로 되어 있었다.

재혁은 7-7 앞에서 멈췄다.

날이 얼마나 닳았는지는 눈으로 봤다. 자가 없었다.

「7-7 → 「매 토막 뒤에 날 넷을 손전등으로 본다. 본 것을 「그대로 / 반질함 / 이 빠짐」 셋으로 적는다. 「반질함」이 두 날 이어지면 바꾼다.」

자가 없는 데는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음. 그럴 때는 칸을 셋으로 줄여 둠. 「닳으면」은 칸이 하나임. 하나짜리 칸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힘.」

일곱 줄에 다 날이 붙었다.

재혁은 새 장을 펴고 12미터 줄 쪽을 적었다.

「물음: 토막마다 나오는 부족분이 깊이에 따라 커지는가.

등호: 깊이 축에 늘어놓은 점들의 기울기가 0이 아니면 커지는 것으로 본다.

점 내는 법: 12미터마다 한 점. 그 자리를 깎은 토막의 부족분을 쓴다. 점 사이는 이틀.

날마다 흔들리는 폭: 0.09에서 0.12. 폭 0.03. 저울 눈금 0.01.

보려는 크기: 36미터에 0.01쯤이라고 치고 셈.

필요한 점 수: 양 끝 묶음마다 서른여섯. 합 일흔둘. 백마흔네 날.

이번 시즌에 모인 점: 셋. 넷째 점이 10월 11일 769미터.

결과: 못 남.

못 남이라고 적는 까닭: 점이 모자라서임. 수가 없어서가 아님. 수는 셋 있음.

다음 사람에게: 이 36미터는 다시 안 옴. 같은 물음을 물으려면 다음 시즌의 다른 깊이에서 새로 점을 내야 함. 그때 쓸 것은 이 수 셋이 아니고 위의 「점 내는 법」하고 「필요한 점 수」임.」

재혁은 그 장을 인계서에 끼우고 야장으로 돌아갔다.

깊이 칸 머리에는 병기가 둘 있었다. 바퀴가 1,000분의 3 많이 센다는 것과 줄이 무게 따라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아래에 칸 하나를 새로 그었다.

「칸 이름: 지금은 안 쓰는 수.

여기 적는 수는 오늘 물음에 안 들어감. 그래도 적음.

10초 읽음이 그랬음. 여드레 동안 안 쓰는 수였는데 어제 그 칸이 하나뿐인 자리였음.

안 쓰는 수를 안 적으면 나중에 그 수를 쓸 일이 생겼을 때 그때 비로소 적기 시작함. 그러면 앞이 비어 있음.

앞을 지금으로 못 채움. 그래서 미리 적음.」

「안 함」 줄에 0을 적었다. 누계는 여섯 그대로였다.

「나중에 봄」 줄을 폈다. 어제 둘째 점이 왔고 오늘은 안 왔다.

「셋째 점 안 옴. 「없음」 적음.

오늘은 편이 없는 날이었음. 까닭 옆에 적음.」

12미터 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다.

점 셋에 넷째 점 자리가 비어 있었다. 10월 11일 769미터였다.

「기다림」 칸 열흘 치는 내일이었다.

재혁은 오늘 칸에 셋째 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야장을 덮었다.

캠프 철수까지 이틀이었다.


점이 하나 늘었는데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뺄 때마다 수는 하나 줄고 틀림은 두 배가 되었으므로, 물음을 한 겹 깊게 할 때마다 점은 그보다 훨씬 많이 있어야 했다. 재혁은 필요한 점 수를 처음으로 세어 보았고, 세어 보고서야 못 모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넘길 것이 수가 아니라 점을 내는 법이라는 것도 알았다.

지금 아는 것으로 앞을 고치면 앞은 지금이 되었다. 그래서 여드레 치 10초 칸은 지워지지 않고 남았고, 오늘은 쓸 데 없는 수를 적어 두는 칸이 하나 새로 그어졌다.

하루 몫이 눈금의 반이면 읽은 수는 0과 한 칸을 번갈아 냈다. 번갈아 나오는 것은 날의 일이 아니라 자의 일이었고, 날은 날마다 같은 만큼 갔다.

수가 없는 날에 적을 수 있는 것은 한 일뿐이었다. 사흘 뒤에 수 하나가 나올 때 그 수가 어떻게 생긴 수인지는 그 줄에만 있었다.

쉬이 소리는 매체에서 났고 웅 소리는 방에서 왔다. 끊긴 동안에 쉬이가 남아 있었으므로 테이프는 붙어서 지나가고 있었고, 그러므로 그것은 테이프의 일이 아니었다. 정한은 본물건을 걸지 않고 그것을 알았다. 원물건은 한 번뿐이었지만 그 한 번에서 뜬 것은 열 번도 더 돌아갔다. 다만 뜬 것에는 겉면과 가루와 바늘이 없었다.

물건은 끝날 날을 정해 주지 않았고 자가 정해 주었다. 그래서 그만두는 까닭은 「멈췄다」가 아니라 「내 자로 더는 안 가려진다」로 적혔다. 그렇게 적힌 줄은 더 좋은 자가 왔을 때 다시 펴졌다.

본을 떠 두면 또 지을 수 있었고, 본 없이 한 번 지은 옷은 그 옷 하나였다. 본에는 천이 없었으므로 자투리를 붙여 두었다.

적은 것에는 목소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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