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40화 - 재어짐

제40화 「재어짐」
1. 0.05
수요일 아침 여덟 시에 빈 드릴이 내려갔다.
코어 통은 떼어 놓았고 부스러기 통과 훑개만 달려 있었다. 캠프 철수까지 23일. 케이블 눈금은 어제 그대로 640미터에 서 있었다.
시추동에는 재혁 혼자였다. 서진은 숙소였다. 종이 맨 밑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내려가는 데 23분. 바닥에서 58분. 지난번보다 3분 길었다. 올라오는 데 22분.
훑개를 털어 체에 받았다. 체는 8월 26일부터 저울에서 안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체와 물받이를 같이 올려 놓고 영점을 잡아 둔 저울이었다.
9시 47분에 걸어 놓았다.
8.60킬로그램.
「젖은 것: 8.60. 9시 47분 걸어 놓음. 5분 간격은 여기서부터. 첫 5분도 셈.」
그 밑에 하나 더 적었다. 어제 서진이 이름을 붙여도 된다고 한 것이었다. 재혁은 이름 대신 숫자를 붙였다.
「내 짐작: 5.8. 걸기 전에 적음. 봉투 아님. 내 머리에 있는 것 그대로. 그치는 것은 항량이 함.」
5분에 7.62. 10분에 7.01. 15분에 6.62. 20분에 6.36. 25분에 6.18. 30분에 6.06.
재혁은 읽고 적고 다음 5분을 기다렸다. 눈금을 읽을 때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들어도 볼 얼굴이 없었다. 그것이 종이 맨 밑 줄이 하는 일이었다.
35분에 5.97. 40분에 5.90. 45분에 5.84.
50분에 5.79.
재혁의 손이 멈췄다. 5.84에서 5.79. 차 0.05였다.
5.8이었다. 머리에 있는 것과 한 자리까지 같았다. 손이 「항량」 칸으로 가려고 했다.
종이를 봤다. 「5분간 변화 0.05 미만.」 미만이었다. 0.05는 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달 가까이 전에 정한 것이었다. 경계값이 두 달이면 스무 번 나온다고 해서 등호까지 적어 둔 것이었다. 적을 때는 그런 날이 오늘일 줄 몰랐다.
손을 뗐다.
「50분: 5.79. 차 0.05. 미만 아님. 한 번 더.」
그리고 그 옆에 적었다.
「50분에 그치고 싶었음. 안 그침. 0.05가 미만이 아니어서. 내가 안 그친 게 아님. 종이가 안 그침.」
55분에 5.75. 차 0.04.
「항량: 5.75. 55분. 9월 18일 재혁.」
판 날 아흐레의 부족분을 더했다. 9월 9일부터 어제까지. 0.72, 0.70, 0.73, 0.74, 0.78, 0.83, 0.79, 0.77, 0.75. 합 6.81.
5.75를 6.81로 나누니 0.84였다.
「비율: 0.84. 날짜 없는 합계 칸. 구간에 안 붙임. 이월.」
지난 세 번의 줄을 봤다. 0.73, 0.82, 그리고 오늘 0.84. 세 번째 것과 네 번째 것은 자가 같았고 물건이 달랐다. 그것도 지난번에 적혀 있었다.
커터를 쟀다. 셋째 벌. 0.31, 0.22, 0.25. 9월 8일에서 0.12, 0.09, 0.10씩. 적기만 했다.
어제 미리 그어 둔 줄에 가로줄을 긋고 「그대로 됨」이라고 적었다. 길이 칸, 벌어짐 칸, 가운데 칸, 흩어짐 칸, 짝 표기 칸, 헛돎 칸, 입도 칸, 부족분 칸. 전부 비어 있었다. 비어 있을 것이라고 어제 적었고, 오늘 비어 있었다.
흩어짐은 열일곱 점 그대로였다. 30점까지 열셋.
봉투는 야장 뒤에 그대로 있었다. 재혁은 그것을 열지 않았다. 값은 나왔지만 여는 것은 둘이서 하는 일이었다. 종이에 그렇게 적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재혁이 정했다.
「봉투: 값 나옴. 안 엶. 오후에 둘이서. 9월 18일 재혁 정함.」
2. 607그램
인천은 저온시료동 351일째였다. 첫 절단까지 14일. 한 대 운용 스무사흘째. 이호기 단독 −30.0.
수요일 아침 여섯 시에 경옥이 먼저, 여섯 시 삼 분에 은재가 들어왔다.
가을 표 스무째 줄에 어제 것을 옮겨 적었다. 쌓은 시간 13시간, 바깥 21.4도, 문 한 번, 반출입 없음, 습도 「안 잼」, 관측소 63퍼센트. 일곱째 칸 「6시 20분. 주걱. 통. 8분.」, 「은재」, 「혼자」. 여덟째 칸 「6시간」. 왼쪽 표시 여드레째.
경옥은 사무실 문을 닫았다. 셋째 날이었다.
은재는 전실에 서서 노트를 폈다. 앞판을 열기 전이었다.
「짐작: 600. 걷기 전에 적음. 6시 18분.」
어제 경옥이 머리에 있는 것은 못 없앤다고 했다. 이름을 붙이고 손은 지난주 것에 맡긴다고 했다. 그러면 머리에 있는 것을 종이에 옮겨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은재는 그것이 궁금했다. 손은 어차피 손바닥만큼과 10초에 묶여 있었다.
여섯 시 제상이 끝나고 20분 뒤에 앞판을 열었다. 주걱을 댔다.
7분쯤에 가운데가 손바닥만큼 드러났다. 한 번 더 긁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쳤다. 8분.
초시계. 6초에 606. 9초에 607. 10초.
「걷은 물: 607그램(24시간치). 10초. 은재. 8분. 혼자. 셋째 날.」
「사람 고정 셋째 점. 612, 598, 603, 607. 603과 차 4. 598과 차 9. 612와 차 5.」
「싶었음: 0. 안 긁고 싶었음. 규칙이 잡을 것이 없었음.」
사무실 문을 열었다.
“607이에요.”
“네.”
“어제보다 4 많아요.”
“네.”
은재는 노트를 들고 있었다.
“짐작을 적었어요. 걷기 전에요. 600이라고요.”
경옥이 돌아섰다.
“왜요.”
“어제 머리에 있는 건 못 없앤다고 하셨잖아요. 손은 지난주 것에 맡긴다고요. 그럼 머리에 있는 걸 종이에 적어 두면 어떻게 되나 해서요.”
“적었으면 재어졌어요.”
“네?”
“607이 600을 쟀어요. 7이요. 은재 씨 짐작이 7 밑이었어요.”
은재는 노트를 봤다. 7이었다.
“7은 어디에 적어요. 물 줄에요?”
“물 줄에는 안 들어가요. 607이 물 줄이에요. 7은 은재 씨 줄이 아니라 은재 씨 짐작 줄이에요. 줄이 달라요.”
“짐작 줄이요.”
“만들어요. 「짐작: 600. 값: 607. 차: 7. 밑.」 오늘 하나예요. 한 번은 값이에요. 은재 씨가 어느 쪽으로 보는 사람인지는 두 번째부터예요.”
은재가 적다가 손을 멈췄다.
“안 적었으면요. 그냥 머리에만 있었으면요.”
경옥은 잠깐 있었다.
“안 적은 짐작은 값이 나오면 값 쪽으로 가요.”
“가요?”
“아침에 600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607을 보면, 그쯤일 줄 알았다가 돼요. 짐작이 값 쪽으로 옮겨 가요. 그건 재어진 게 아니라 옮겨 간 거예요. 옮겨 가면 7이 없어요.”
“그럼 적은 것만 재어지네요.”
“적은 것만요. 값보다 먼저 적힌 것만요.”
「짐작 줄 신설. 9/18. 값 전에 적은 짐작만. 값 뒤에 적은 짐작은 짐작 아님(값 쪽으로 간 것). 값 뒤엔 안 적음.」
「싶었음」 칸을 보였다. 0이었다.
“0도 적어요?”
“적어요. 안 잡은 날도 줄이에요. 그제 1, 어제 1, 오늘 0. 뭔지는 안 적고요.”
수송팀은 없었다. 「수요일. 안 옴.」
“내일이 다섯째죠.”
“내일이요. 내일 정해요.”
3. 창 밑
정한의 손이 선반 셋째 칸으로 간 것은 열한 시 이십오 분이었다.
여덟째 점이었다. 25분씩. 일곱 개의 차가 다 같은 방향일 확률은 백스물여덟에 하나였다. 셈을 적고 옆에 아무것도 안 적었다. 판정은 모레였다.
「9월 18일. 안 봄. 손은 감. 11시 25분. 여덟째. 판정은 9/20.」
다섯째 릴의 종이는 1.0. 여섯째. 「A-D 1.0. 통 값 여섯째.」
「조명 생각: 오전 10시. 아홉째. 어제 7시 40분에서 26시간 20분.」
동규한테서 사진이 와 있었다. 절차서 다섯째 줄이었다. 「서늘한 쪽: 그 방에서 낮 두 시에 온도를 재서 제일 낮은 자리. 방향은 안 적음. 대개 창에서 먼 쪽이나 그 방이 정함.」 한 글자도 안 바꾸고 옮겨 적은 것이었다.
밑에 몇 줄이 있었다.
「어제 두 시에 쟀습니다. 제일 낮은 자리가 창 밑이었습니다. 창 아래 바닥 선반 21.5도. 창에서 먼 벽 쪽 22.4도. 먼 벽 너머가 주방입니다. 「대개 창에서 먼 쪽」과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 합니까.」
정한은 다섯째 줄을 다시 읽었다.
「대개 창에서 먼 쪽이나.」
그것은 이 방의 이야기였다. 이 방에서는 북쪽 벽 아래 선반이 낮에 2도 낮았고, 그것이 창에서 먼 자리였다. 정한은 그 방을 서른다섯 해 알았다. 그래서 「대개」라고 적었다. 대개는 짐작이었다. 짐작이 절차서 한 줄에 반쯤 들어앉아 있었다.
넷째 줄에서 장력계를 뺐다. 다섯째 줄에서 북쪽을 뺐다. 그런데 「대개」는 안 뺐다. 빼야 하는 것인 줄 몰랐다. 이 방에서는 대개가 맞았으니까.
그것을 잰 것은 동규의 온도계였다.
정한은 지우지 않았다. 다섯째 줄 옆 여백에 적었다.
「「대개 창에서 먼 쪽이나」는 내 방 값. 9/18 동규 방에서 안 맞음. 절차 아님. 옆에 둠. 온도계까지가 절차.」
동규에게 보낼 것을 적었다.
「온도계가 정한 자리입니다. 창 밑입니다. 「대개」는 제 방 얘기였습니다. 절차는 두 시와 온도계까지입니다. 이유는 절차에 안 들어갑니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붙인 말은 그것뿐이었다.
동규가 지난주에 막힌다고 한 셋 중 둘이 지나갔다. 셋째는 아직 안 왔다. 정한은 셋째를 미리 쓰지 않았다. 미리 쓰면 또 이 방이 들어갔다.
모레 것 종이는 서랍에 있었다. 정한은 서랍을 열지 않았다. 읽으면 고치고 싶어질 것이고, 고치지 않기로 한 것은 그 종이 자신이었다.
셋째 릴에 날짜 하나. 다섯째 릴은 폐테이프 통과 열네 번째. 본물건은 통 안이었다.
4. 몇 시
수요일은 마흔째였다.
순서는 열셋째 날이었다. 최영숙, 실 양, 실패, 바늘, 또렷하셨던 것.
종이컵에 남은 두 장에서 하나를 꺼냈다. 실패. 「길게: 실패.」 남은 것은 최영숙 하나였다. 내일은 안 뽑아도 정해져 있었다.
계단 참에서 수첩 뒷장을 접어 넘겼다. 짐작 칸이었다. 앞장에서는 안 보이는 자리였다.
「짐작(9/18 아침): 시각은 어머니가 정하심. 그러니 안 물으실 것.」
두 시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오늘: 화요일.」이 있었다. 「오늘: 수요일.」로 바꿨다. 「쪽지: 14시에 바꿈.」 그 옆에 「목요일 아침 8시 반」 종이가 월요일 종이 밑에 붙어 있었다.
어머니는 미싱 앞에 있었다. 카디건은 현관 의자 등받이에 그대로였다. 월요일에 벗어 놓은 자리였다.
실패를 셌다. 서랍에 여덟, 미싱 옆에 둘, 손에 하나. 열하나. 「실패: 11. 서랍 8 / 미싱 옆 2 / 손 1. 수 같음. 자리는 오늘부터 적음.」
바늘은 열흘째였다. 갑에 셋, 핀쿠션에 둘, 바늘대에 하나, 천에 없음. 여섯. 「바늘: 6. 갑 3 / 핀쿠션 2 / 바늘대 1 / 천 0. 어제와 같음. 자리도 같음.」
네 시에 어머니가 미싱에서 손을 뗐다.
“내일 몇 시야.”
하람은 수첩에서 눈을 들었다.
「목요일에 뭐라고」가 아니었다. 몇 시였다.
“목요일 아침에요.”
“몇 신데.”
규칙은 「가는 날 아침에」까지였다. 화요일에 고친 것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물으신 것은 시각이었고, 시각은 하람이 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화요일에 정한 것이었다. 하람의 것은 종이에 하나도 없었다.
하람은 잠깐 있었다.
“냉장고에 있어요.”
어머니가 일어났다. 냉장고 앞에 섰다. 월요일 종이를 지나 그 밑을 봤다.
“여덟 시 반.”
“네.”
“응.”
어머니는 미싱으로 돌아갔다.
하람은 수첩을 폈다.
「「내일 몇 시야」 1회. 「목요일에 뭐라고」 아님. 몇 시를 물으심. 내 답: 「목요일 아침에요」 → 「몇 신데」 → 「냉장고에 있어요」. 어머니가 읽으심. 여덟 시 반. 시각은 어머니 것. 어머니가 어머니 것을 읽으심. 내가 말 안 함. 종이가 말함.」
그리고 뒷장을 접어 넘겼다.
「짐작(9/18 아침): 안 물으실 것 → 틀림. 물으심. 틀렸다고 내 답이 바뀌지 않았음. 답은 규칙에 있었음. 종이까지만.」
짐작은 지우지 않았다. 틀린 것이 거기 있어야 아침의 하람이 무엇을 짐작했는지가 남았다. 지우면 그쯤일 줄 알았다가 됐다.
규칙 하나를 더 적었다.
「시각을 물으시면 냉장고. 내가 말 안 함. 종이가 말함. 9/18 정함.」
다섯 시까지 어머니는 센터 얘기를 안 꺼냈다. 「스스로 꺼내심: 오늘 0회. 어제 1회.」
돌아가는 길에 받은 최영숙의 종이는 서른한 번째였다.
「수요일. 6시 20분 문 한 번. 계단 참. 손잡이 잡으셨음. / 맑음 / 새것 / 슬리퍼 / 손에 든 것: 없음.」
손잡이는 열흘째였다.
5. 셋 다 밑
서진이 시추동에 들어온 것은 두 시였다.
재혁이 야장을 내밀었다. 서진은 앉아서 읽었다. 젖은 것 8.60, 5분마다 열한 줄, 50분 줄 옆의 「미만 아님. 한 번 더.」, 55분 줄의 5.75, 비율 0.84. 그리고 그 위의 「내 짐작: 5.8」.
서진은 읽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야장을 돌려줬다.
“봉투.”
재혁이 야장 뒤에서 봉투를 꺼냈다. 9월 16일에 봉한 것이었다. 재혁이 뜯었다. 서진의 글씨였다.
「9월 16일. 서진. 9/18 짐작. 젖은 것 8.5. 항량 5.5. 비율 0.80.」
재혁이 야장 옆에 놓았다. 8.5와 8.60. 5.5와 5.75. 0.80과 0.84.
“셋 다 밑이네.”
“가까워요.”
“가까운 건 네 값 얘기가 아니야.”
재혁이 서진을 봤다.
“네 값은 저울에서 나왔어. 8.60, 5.75, 0.84. 봉투를 열기 전에도 그 값이었고 지금도 그 값이야. 봉투가 뭐라고 했든 안 움직여. 가깝다는 건 내 짐작 얘기야.”
“어디에 적어요.”
“네 야장에는 안 들어가. 내 짐작은 내 종이에.”
서진이 자기 수첩을 꺼냈다.
「짐작 줄. 9/18. 짐작 8.5 / 5.5 / 0.80. 값 8.60 / 5.75 / 0.84. 차 −0.1 / −0.25 / −0.04. 셋 다 밑.」
“셋 다 밑이면요.”
“셋이 한 방향일 확률은 넷에 하나야. 쏠림이라고 부르기엔 셋이야. 적어만 둬. 다음 청소일에 또 넣어. 내가 적게 보는 사람인지는 다섯 번쯤 넣어야 나와.”
재혁은 저울을 봤다. 체는 아직 올라가 있었다.
“저울은 얼음을 쟀고요.”
“응.”
“얼음은 선생님을 쟀네요.”
서진이 수첩에서 눈을 뗐다.
“그렇게 되지. 값이 나온 뒤에 여는 건 값을 재는 게 아니야. 짐작을 재는 거야. 자하고 물건이 자리를 바꿔.”
“봉투에 넣을 때는 그런 말씀 안 하셨는데요.”
“그때는 네 값을 지키려고 넣었어. 열어 보니까 내가 재어져 있는 거지. 넣을 때는 봉투가 방패였고 열 때는 자야.”
재혁이 자기 야장의 「내 짐작: 5.8」을 짚었다.
“제 것도요.”
“네 것도. 5.8이었고 55분에 5.75. 차 0.05. 네 짐작은 위야. 조금. 나는 셋 다 밑이고 너는 위야. 방향이 달라.”
“50분에 5.79였어요.”
“봤어.”
“그치고 싶었어요.”
“봤어. 「안 그침. 종이가 안 그침」이라고 적혀 있더라.”
재혁은 잠깐 있었다.
“제 짐작은 봉투에 못 넣었는데 재어졌어요.”
“적혔으니까. 안 적힌 짐작은 값이 나오면 값 쪽으로 가. 5.75 보고 나면 5.8이 아니라 그쯤이었다가 돼. 적어 놓으면 5.8이 그 자리에 있어. 5.8이 그 자리에 있어야 0.05가 있어.”
“그럼 적어야 해요? 매번요?”
“적어도 되고 안 적어도 돼. 안 적으면 없는 게 아니라 값 쪽으로 간 거야. 그것만 알면 돼.”
서진이 일어섰다. 봉투를 재혁에게 돌려줬다.
“그건 네 야장 뒤에 그대로 둬. 짐작 줄은 내 수첩에 있고 봉투는 짐작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야. 자리가 달라.”
“다음 청소일이요.”
“열흘 뒤. 그때도 숙소. 그때도 봉투.”
「봉투: 9/18 14시 엶. 둘이서. 값 뒤. 서진 짐작 셋 다 밑 → 서진 수첩 짐작 줄. 내 값 안 움직임. 내 짐작 5.8 → 내 야장 짐작 줄. 봉투는 야장 뒤에 그대로.」
서진이 나가다가 돌아봤다.
“50분에 손 뗀 거.”
“네.”
“그게 항량이야.”
6. 값 뒤
오후 세 시에 은재가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일요일이요.”
“네.”
“선생님이 걷으실 때 제 값 다섯을 아신다고 이름 붙이셨잖아요. 그럼 선생님도 걷기 전에 짐작을 적으세요?”
경옥이 벽에서 돌아섰다.
“적어요.”
“왜요.”
“안 적으면 일요일 값 보고 그쯤일 줄 알았다가 돼요. 그러면 은재 씨 값 다섯이 제 머리에서 뭘 했는지 영영 몰라요. 적어 두면 일요일 값이 제 짐작을 재요. 다섯이 제 머리를 어느 쪽으로 밀었는지가 차로 나와요.”
“그것도 짐작 줄이에요?”
“제 짐작 줄이에요. 은재 씨 것하고 다른 줄이에요. 물 줄은 하나고 짐작 줄은 사람마다예요.”
은재가 적었다. 「일요일: 선생님도 걷기 전 짐작 적음. 값이 짐작을 잼. 짐작 줄은 사람마다. 물 줄은 하나.」
“오늘 7은요.”
“오늘 7은 은재 씨 짐작 줄에 하나예요. 물 줄에는 607만 있어요. 607은 짐작을 몰라요.”
“내일 다섯째가 나오면 그 뒤를 정하신다고 하셨는데요. 그건 값 보고 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다섯 점 보고 정해요. 그런데 다섯 점 보고 정하겠다는 건 지난주에 정했어요. 값을 보고 정하는 게 아니라 값을 볼 날을 미리 정한 거예요.”
“그것도 짐작이에요?”
경옥은 잠깐 벽을 봤다.
“아니요. 그건 약속이에요. 짐작은 값이 재고, 약속은 날짜가 재요.”
「짐작은 값이 잼. 약속은 날짜가 잼. 내일 = 다섯째 = 그 뒤 정하는 날.」
수송팀 「수요일. 안 옴.」에 경옥은 아무것도 안 붙였다. 12월 심의 둘은 벽에 나란히 있었다.
은재가 일어서다가 물었다.
“내일도 사무실이세요?”
“내일도요. 하나 남았어요.”
그날 네 사람이 한 번씩 재어졌다.
서진의 짐작은 저울 위의 얼음에 재어졌고, 은재의 짐작은 607에 재어졌고, 정한의 「대개」는 대구의 온도계에 재어졌고, 하람의 짐작은 어머니의 물음에 재어졌다.
값이 나온 뒤에 여는 것은 값을 재는 것이 아니다. 짐작을 재는 것이다. 저울은 얼음을 재고, 얼음은 짐작을 잰다. 자와 물건이 자리를 바꾼다.
재어지려면 값보다 먼저 적혀 있어야 한다. 안 적힌 짐작은 값이 나오면 값 쪽으로 간다. 간 것은 재어진 것이 아니다. 그쯤일 줄 알았다가 된다.
맞고 틀림은 값에 안 들어간다. 짐작 줄에 들어간다. 물 줄은 하나고 짐작 줄은 사람마다다. 틀린 짐작은 지우지 않는다. 틀렸다는 것이 그 짐작이 재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재어진 것은 얼음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