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39화 - 맡김

제39화 「맡김」

1. 640미터

화요일 아침 여덟 시에 첫 토막이 올라왔다.

634에서 637, 637에서 640. 두 토막이었다. 캠프 철수까지 24일, 새 날로는 열여드레째였다.

내려가는 데 23분, 올라오는 데 22분. 스물여드레째였다.

토막 길이는 2.96미터와 2.95미터. 나흘 만에 한 자리가 움직였다. 재혁은 적고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케이블 눈금 102.00미터, 코어 길이 누계 100.39미터. 차이는 1.61미터였다.

“오늘 0.09입니다. 열일곱 점째요.”

“가운데는.”

“홀수라 하나예요. 아홉째.”

재혁이 열일곱 개를 작은 것부터 늘어놓았다. 0.06 하나, 0.08 둘, 0.09 다섯, 0.10 여섯, 0.11 둘, 0.12 하나. 아홉째는 0.10이었다.

“0.10이에요. 어제는 둘이 같아서 하나였고 오늘은 그냥 하나예요.”

「가운데: 0.10(17점). 아홉째.」

흩어짐은 0.10에서 쟀다. 0.04, 0.02 둘, 0.01 다섯, 0 여섯, 0.01 둘, 0.02. 합 0.17. 열일곱으로 나누니 0.010이었다.

“0.010이요. 어제하고 같아요.”

“안 읽어.”

“같은 것도요.”

“같은 것도.”

「흩어짐: 0.010(17점).」 옆에 아무 말도 안 붙였다. 30점까지 열셋이 남아 있었다.

케이블 늘어남 후보에 날짜 하나. 본부 회신 뒤로는 그대로였다.

재혁이 연필을 세웠다.

“내일은 시추가 없죠.”

“없어.”

“그럼 오늘 줄 밑에 하나 더 긋고요.”

재혁은 다음 줄을 미리 그었다. 「9월 18일 청소일. 시추 없음. 그래서 잴 것 없음.」 그리고 옆에 스스로 「예정.」이라고 적었다.

지난번에는 서진이 예정이라고 같이 적으라고 했었다. 오늘은 말하기 전에 적혀 있었다.

서진은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오늘부터 내가 하는 말은 안 들어.”

재혁이 고개를 들었다.

“네?”

“내일 값에 들어가는 건 오늘까지야. 내일 나는 숙소에 있어. 그런데 오늘 내가 뭐라고 하면 그게 내일 네 손에 들어가. 옆에 서 있는 거하고 같아. 하루 앞서 서 있는 거지.”

“그럼 물어보면요.”

“종이에 있으면 종이를 봐. 종이에 없으면 네가 정하고 적어. 나한테 묻지 마.”

재혁은 그것을 적었다. 「오늘부터 선생님 말 안 들음. 종이까지만. 종이에 없는 건 내가 정함.」

그리고 다음 토막을 내리러 갔다. 청소일까지 하루였다.

2. 603그램

인천은 저온시료동 350일째였다. 첫 절단까지 15일. 한 대 운용 스무이틀째. 이호기 단독 −30.0.

화요일 아침 여섯 시에 경옥이 먼저 들어왔고, 여섯 시 사 분에 은재가 들어왔다.

가을 표 열아홉째 줄에 어제 것을 옮겨 적었다. 쌓은 시간 13시간, 바깥 20.9도, 문 한 번, 반출입 없음, 습도 「안 잼」, 관측소 값 66퍼센트. 일곱째 칸에 「6시 20분. 주걱. 통. 8분.」, 옆 칸에 「은재」, 그 옆에 「혼자」. 여덟째 칸에 「6시간」. 왼쪽 표시는 이레째였다.

경옥은 사무실 문을 닫았다. 둘째 날이었다.

은재는 혼자 전실에 섰다. 어제처럼 여섯 시 제상이 끝나고 20분 뒤에 앞판을 열었다. 주걱을 댔다.

정할 것은 없었다. 어제 없었으니까 오늘도 없었다. 7분쯤에 가운데가 손바닥만큼 드러났다. 한 번 더 긁고 싶었고, 안 긁었다. 그 「싶었고」를 어디에 적을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8분이었다.

전실로 나와 초시계를 눌렀다. 내려놓으면서.

6초에 602. 9초에 603. 10초.

「걷은 물: 603그램(24시간치). 10초. 걷은 사람 은재. 8분. 전실에 나 혼자. 선생님 사무실. 둘째 날.」

어제 값을 봤다. 598. 5그램 많았다. 토요일 값을 봤다. 612.

은재는 자기 줄에 세 개를 나란히 적었다. 612, 598, 603.

「사람 고정 둘째 점. 598과 차 5. 612와 차 9.」

그리고 손이 멈췄다. 어제는 14였고 오늘은 5였다. 두 개면 폭인가.

사무실 문을 열었다. 경옥은 벽 종이를 보고 있었다.

“603이에요.”

“네.”

“어제보다 5 많아요. 토요일보다 9 적고요.”

“네.”

“14하고 5하고 9. 이게 폭이에요?”

경옥이 돌아섰다.

“둘이면 사이예요. 셋이면 사이가 둘이고요. 폭이라고 부르기로 한 건 다섯이에요. 아직 안 불러요.”

“그럼 지금은 뭐라고 적어요.”

“둘째 점이라고 적어요. 5라고 적고요. 5가 뭔지는 안 적어요.”

「둘째 점. 5. 뭔지는 안 적음.」

은재는 노트를 덮으려다가 하나 더 물었다.

“선생님은 사무실에 계셔도 제 값을 매일 들으세요. 지금처럼요. 그건 없앨 수 있는 거예요?”

경옥은 잠깐 벽을 봤다.

“그건 오후에 얘기해요. 지금은 값만 적어요.”

수송팀 회신은 없었다. 은재가 「월요일. 오는 날. 안 옴.」 밑에 적었다. 「화요일. 안 옴.」 어제는 오는 날이 지나간 날이었고, 오늘은 지나간 날의 다음 날이었다.

3. 그 밖

정한의 손이 선반 셋째 칸으로 간 것은 열한 시였다.

일곱째 점이었다. 25분씩. 여섯 개의 차가 다 같은 방향일 확률은 예순넷에 하나였다. 정한은 그 셈을 적고 그 옆에 아무것도 안 적었다. 판정은 사흘 뒤였다.

「9월 17일. 안 봄. 손은 감. 11시. 일곱째. 판정은 9/20.」

다섯째 릴의 종이는 1.0이었다. 다섯째였다. 「A-D 1.0. 통 값 다섯째.」

「조명 생각: 오전 7시 40분. 여덟째. 어제 9시에서 22시간 40분.」 자기 전 것이 아니라 일어난 뒤 것이었다. 그것도 적었다.

동규한테서 사진이 와 있었다. 동규의 절차서 넷째 줄이었다. 「낮춘 통로의 텐션: 오백 원 동전 다섯 개를 걸었을 때 그 방 장력계가 가리키는 눈금. 그 눈금에 맞춤. 숫자는 장력계마다 다름. 동전은 같음.」 한 글자도 안 바꾸고 옮겨 적은 것이었다. 여백에 연필로 「36」이 있었다. 줄 안이 아니라 밖이었다.

「동규: 넷째 줄 그대로. 36은 여백. 절차서 안에 안 들어감.」

사진 밑에 한 줄이 있었다.

「서늘한 쪽은 어디입니까. 제 방은 창이 남쪽입니다.」

동규가 지난주에 막힌다고 한 셋 중 둘째였다. 정한의 방에서 서늘한 쪽은 북쪽 벽 아래 선반, 창에서 먼 자리였다. 낮에 2도가 낮았다. 그것은 이 방의 이야기였다.

정한은 다섯째 줄을 썼다.

「서늘한 쪽: 그 방에서 낮 두 시에 온도를 재서 제일 낮은 자리. 방향은 안 적음. 대개 창에서 먼 쪽이나 그 방이 정함.」

넷째 줄에서 장력계가 비켜섰듯이 다섯째 줄에서는 북쪽이 비켜섰다. 남는 것은 두 시와 온도계였다. 두 시는 어느 방에나 있었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붙인 말은 없었다.

그다음에 정한은 새 종이를 꺼냈다. 사흘 뒤 것이었다.

9월 20일에 30분을 볼 것이었다. 열흘 만이었다. 열흘 만에 보면 눈이 여기저기로 간다는 것을 정한은 알고 있었다. 오래 안 본 것을 보면 다 새로 보였다. 새로 보이는 것을 그날 판독에 넣으면, 그것은 판독이 아니라 열흘의 갈증이었다.

「9월 20일 30분. 볼 것: 오른쪽 세로획 압흔 교차점 한 자리. 40배. 그것만. 그 밖에 보이는 것은 「그 밖」에 적음. 그날 판독에 안 넣음. 「그 밖」은 다음 열흘에 볼지 그때 정함.」

정한은 종이를 두 번 읽었다. 사흘 뒤의 자기가 읽을 것이었다. 사흘 뒤의 자기는 보고 나서 정하려 들 것이었다. 그래서 보기 전의 자기가 정해 두는 것이었다.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때가 아니었다.

「이 종이는 안 본 사람이 씀. 9월 20일 본 사람은 이 종이를 고치지 않음. 고칠 것이 있으면 9월 21일에 새 종이.」

셋째 릴에 날짜 하나. 다섯째 릴은 폐테이프 통과 열세 번째. 본물건은 통 안이었다.

4. 여덟 시 반

화요일은 서른아홉째였다.

순서는 열두째 날이었다. 또렷하셨던 것, 최영숙, 실 양, 실패, 바늘.

종이컵에 남은 석 장에서 하나를 꺼냈다. 바늘. 「길게: 바늘.」 남은 것은 실패와 최영숙이었다.

아홉 시에 센터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받았다.

“어머니가 물으셔서요. 창가 자리요. 다음에도 그 자리인지.”

“자리는 정해 두지 않아요. 오시는 순서대로 앉으세요.”

“네.”

“원하시면 목요일에 그 자리 비워 둘 수는 있어요.”

하람은 잠깐 있었다.

“비워 두지 마세요.”

“괜찮으세요?”

“비워 두시면 그건 어머니가 앉으신 자리가 아니라 제가 만든 자리예요. 어머니가 앉으시면 앉으시는 거고요.”

담당자는 알겠다고 했다.

「센터: 자리 안 정함. 오는 순서. 비워 두겠다는 것 → 안 함. 비워 두면 우리가 만든 자리.」

두 시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오늘: 월요일.」이 있었다. 「오늘: 화요일.」로 바꿨다. 「쪽지: 14시에 바꿈.」

어머니는 미싱 앞에 있었다. 어제 「물어볼게요」라고 한 것은 하람이었다. 그러면 말하는 것도 하람 몫이었다.

“어머니, 센터에 물어봤어요. 창가 자리요.”

어머니가 미싱에서 손을 뗐다.

“자리는 안 정해 둔대요. 먼저 오는 사람이 앉는대요.”

어머니는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몇 시에 열어.”

“아홉 시요.”

“그럼 여덟 시 반에 가.”

하람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았다.

“네.”

「「목요일에 가」 말 없음. 「여덟 시 반에 가」 = 시각을 정하심. 자리를 물으셨고, 시각을 정하심. 간다는 말은 여전히 없음. 시각이 있음.」

냉장고 앞에 섰다. 「월요일 아침 9시. 하람이 옴. 같이 나감. 두 시간. 카디건.」이 있었다. 그 옆에 일정표가 있었다. 하람은 월요일 종이를 떼지 않았다. 새 종이를 썼다.

「목요일 아침 8시 반. 하람이 옴. 같이 나감. 두 시간. 카디건.」

8시 반은 어머니가 정한 것이었다. 종이에 하람이 정한 것은 없었다. 하람은 그것을 월요일 종이 밑에 붙였다.

「목요일 종이 새로 씀. 시각은 어머니 것. 월요일 종이 안 뗌.」

수첩 규칙 하나를 고쳤다. 「물으시면 「월요일 아침에」까지만」이었다. 「월요일」을 「가는 날」로 바꿨다. 「화요일 고침. 월요일 → 가는 날. 목요일이 생겨서.」

네 시쯤에 어머니가 물었다.

“목요일에 뭐라고?”

“목요일 아침에요.”

어머니는 더 안 물었다. 「물으심: 오늘 1회. 「가는 날 아침에」까지만. 고친 규칙 첫 사용.」

바늘을 셌다. 갑에 셋, 핀쿠션에 둘, 바늘대에 하나, 천에 없음. 여섯이었다. 어제까지 갑에 넷, 핀쿠션에 하나였다.

「바늘: 6. 갑 3 / 핀쿠션 2 / 바늘대 1 / 천 0. 합 같음. 자리 다름. 하나가 갑에서 핀쿠션으로. 내가 안 옮김. 어머니께 안 물음.」

세면 같았다. 세는 것으로는 안 옮긴 것과 같게 나왔다. 그래서 자리를 적는 것이었다.

다섯 시에 어머니가 미싱을 밟다 말고 말했다.

“그 옆에 앉았던 여자, 실을 거꾸로 감더라.”

하람은 손을 멈췄다.

“네.”

“거꾸로 감으면 풀 때 꼬여.”

“네.”

그게 다였다. 어머니는 다시 미싱을 밟았다.

하람은 수첩을 폈다. 월요일 아홉 시 이십 분부터 열한 시까지는 빈칸이었다. 그 빈칸에 처음으로 무엇이 들어왔다. 하람이 본 것이 아니었다. 센터 종이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말한 것이었다.

「센터 얘기 스스로 꺼내심: 1회. 옆 사람 실 감기. 내 수첩엔 그 시간이 빈칸. 확인 못 함. 어머니 말로만 있음. 빈칸에 들어온 건 값이 아니라 말. 어머니 말은 어머니 것.」

돌아가는 길에 받은 최영숙의 종이는 서른 번째였다.

「화요일. 6시 20분 문 한 번. 계단 참. 손잡이 잡으셨음. / 흐림 / 새것 / 슬리퍼 / 손에 든 것: 없음.」

손잡이는 아흐레째였다. 손에 든 것은 없었다. 냉장고에는 종이가 하나 늘어 있었다.

5. 예정

남극은 점심 뒤에 사진부터 봤다.

634-637의 아래끝이 6밀리, 637-640의 위끝이 6밀리. 합 12밀리였다.

“12요. 아홉 점째입니다.”

「짝 표기 아홉째: 12. 선 15 밑.」

아홉 점의 가운데는 다섯째였다. 작은 것부터 10, 10, 10, 11, 11, 11, 12, 12, 13. 다섯째 11.

거리는 1, 1, 1, 0, 0, 0, 1, 1, 2. 합 7, 아홉으로 나누니 0.78밀리였다.

“눈금 밑이에요.”

“응.”

헛돎은 엿새째였다. 첫 토막 1회 2.3초, 둘째 토막 0회. 누른 사람 재혁.

부족분은 열여덟 점째였다. 마른 15.21과 15.24, 합해서 30.45킬로그램. 계산치와의 차이 0.75. 쏠림 뺀 값 플러스 0.04.

「안 봄. 여드레째.」

입도는 열닷새째였다. 세 종을 21분에 끝냈다.

오후 네 시에 재혁이 청소일 종이를 다시 폈다. 어제 옮겨 적은 것이었다. 훑개, 젖은 무게, 항량, 액 비율, 날짜 없는 합계 칸. 맨 밑에 「저울 옆: 재혁 혼자. 서진 숙소.」

훑개도 저울도 지난번 그대로였다. 체는 8월 26일부터 저울에서 안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항량 칸에서 손이 멈췄다.

5분간 변화 0.05 미만. 그건 알았다. 얼마나 걸리는지도 종이에 있었다. 지난 세 번 다 소요 분이 적혀 있었다. 종이에 없는 것은 하나였다. 5분 간격을 언제부터 세기 시작하는지. 걸어 놓은 순간부터인지, 처음 흘러내리는 것이 그친 뒤부터인지.

재혁은 서진을 봤다. 서진은 야장을 보고 있었다.

“선생님.”

“종이에 있어?”

”…없어요.”

“그럼 네가 정하고 적어.”

재혁은 정했다. 「5분 간격: 걸어 놓은 순간부터 셈. 첫 5분도 셈. 9월 17일 재혁 정함.」

지난 세 번은 서진이 옆에 있었고, “이제 재”라고 하면 쟀다. 종이에 없는 줄이 아니라 옆에 있어서 안 보였던 줄이었다.

“하나만 더요.”

“종이에 있어?”

“이건 종이 얘기가 아니에요.”

서진이 야장에서 눈을 뗐다.

“선생님 짐작은 봉투에 있잖아요. 제 짐작은요. 저도 내일 값이 얼마쯤 나올지 생각이 있어요. 지난 세 번을 봤으니까요.”

“있겠지.”

“그것도 봉투에 넣을까요.”

“넣어도 돼. 그런데 안 나가.”

“네?”

“내 짐작은 봉투에 넣으면 네 머리에서 나가. 네가 모르니까. 네 짐작은 봉투에 넣어도 네 머리에 있어. 네가 아니까. 봉투는 남의 짐작한테만 돼.”

재혁은 종이를 봤다.

“그럼 제 건 못 없애요.”

“못 없애.”

“이름을 붙여 둬요?”

“붙여도 돼. 「내 짐작 있음」이라고. 그런데 그건 적어 두는 거지 손을 어떻게 하는 건 아니야. 네 짐작은 네 손을 움직여. 그치고 싶은 데서 그치게 해.”

“그럼요.”

“그래서 항량이야.”

재혁이 서진을 봤다.

“5분간 0.05 미만. 그게 그치는 자리야. 네가 그치는 게 아니라 저울이 그쳐. 네 머리에 뭐가 있어도 저울은 네 머리를 몰라. 네 짐작은 못 없애니까 그치는 걸 저울한테 맡기는 거야.”

“항량은 원래 있던 건데요.”

“원래 있었어. 그런데 왜 있는지는 오늘 알았지.”

재혁은 그것을 적었다.

「내 짐작: 있음. 봉투에 못 넣음(내 머리에 있음). 없앨 수 없음. 그래서 그치는 것은 항량에 맡김. 5분간 0.05 미만. 내가 그치는 게 아님. 저울이 그침.」

그리고 그 밑에 하나 더.

「선생님 짐작은 봉투. 내 짐작은 항량. 둘 다 내일 값에 안 들어가게 하는 자리. 자리가 다름.」

서진은 그 줄을 안 봤다. 보면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내일까지 하루였고, 하루는 이미 내일 것이었다.

6. 지난주

오후 세 시에 경옥은 사무실에서 벽 종이 열째 장을 보고 있었다.

은재가 들어왔다. 아침에 하다 만 것이었다.

“아침 거요.”

“네.”

“선생님은 제 값을 매일 들으세요. 오늘도 603이라고 제가 말씀드렸고요. 일요일에 선생님이 걷으실 때, 선생님 머리에 제 값이 다섯 개 있어요. 그건 옆에 서 있는 거하고 뭐가 달라요.”

경옥이 벽에서 눈을 뗐다.

“안 달라요.”

“그럼 없애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못 없애요. 제가 이 방 관리자예요. 값은 벽에 붙어요. 제가 안 들어도 벽에서 봐요. 벽을 안 보면 이 방을 못 봐요.”

“그럼요.”

“못 없애니까 적어요. 「일요일 값: 걷기 전에 은재 씨 값 다섯을 앎.」 그건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어제 말한 대로요.”

은재가 앉았다.

“이름을 붙이면 끝이에요?”

“아니요. 이름은 적어 두는 거지 손을 어떻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제 머리에 다섯 값이 있으면 제 손이 그걸 알아요. 한 번 더 긁을지 말지 정할 때요. 10초에 읽을지 9초에 읽을지 정할 때요.”

“그럼 어떻게 해요.”

“그래서 손바닥만큼하고 10초가 있어요.”

은재는 잠깐 있었다.

“그건 지난주에 정한 건데요.”

“네. 지난주에 정했어요. 지난주의 저는 은재 씨 값을 몰랐어요. 612도 598도 603도요. 손바닥만큼에서 그치는 것도, 10초에 읽는 것도, 값을 모르던 사람이 정한 거예요. 일요일의 저는 값을 알아요. 그런데 손은 지난주 사람이 정한 데서 그쳐요.”

“같은 사람인데요.”

“같은 사람이에요. 같은 때가 아니에요.”

은재는 노트를 폈다가 덮었다.

“그러니까 옆에 서 있는 건 없앨 수 있어서 없앴고요. 머리에 있는 건 못 없애니까 이름을 붙이고요. 이름을 붙여도 손이 움직이니까 손을 지난주 사람한테 맡기는 거예요.”

“순서가 그래요.”

“맡기는 게 남한테만이 아니네요.”

“남한테만이 아니에요. 값을 모르던 때의 나한테도 맡겨요. 그 사람은 지금 없어요. 종이만 있어요. 종이는 값을 몰라요.”

「일요일 값: 걷기 전에 은재 값 다섯을 앎. 못 없앰. 이름 붙임. 손은 손바닥만큼·10초에 맡김. 둘 다 지난주(값 모를 때) 정한 것.」

은재가 하나 더 적었다. 아침에 어디에 적을지 몰랐던 것이었다.

「오늘 한 번 더 긁고 싶었음. 안 긁음. 손바닥만큼이 먼저 있어서.」

“이건 어디에 적어요. 어제도 있었어요.”

경옥이 봤다.

“「우리가 한 것」에는 안 들어가요.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없던 일도 아니에요. 「싶었음」 칸을 만들어요. 값이 아니에요. 그런데 손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남아요. 규칙이 손을 몇 번 잡았는지요.”

「「싶었음」 칸 신설. 9/17. 은재. 어제·오늘 각 1회. 규칙이 손을 잡은 횟수.」

수송팀 「화요일. 안 옴.」에 경옥은 아무것도 안 붙였다. 12월 심의 둘은 벽에 나란히 있었다.

은재가 일어서다가 물었다.

“내일도 사무실이세요?”

“내일도요. 셋째 점까지 왔으니까 둘 남았어요.”

“그 뒤는요.”

“그때 정해요. 지난주에 안 정했으니까요.”

그날 네 사람이 한 번씩 맡겼다.

서진은 내일 저울이 그치는 자리를 항량에 맡겼고, 경옥은 일요일의 손을 지난주의 자기에게 맡겼고, 정한은 사흘 뒤의 눈을 오늘 쓴 종이에 맡겼고, 하람은 목요일의 시각을 어머니에게 맡겼다.

없앨 수 있는 것은 없앤다. 없앨 수 없는 것에는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붙여도 손을 움직이는 것이면, 손을 맡긴다.

머리에 있는 것은 봉투에 못 넣는다. 봉투는 남의 짐작한테만 된다. 자기 짐작은 봉투 대신 종이에 묶는다. 값을 모르던 날에 쓴 종이에.

맡기는 것은 남한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값을 모르던 때의 나한테도 맡긴다. 그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때가 아니다. 그 사람은 지금 없고, 종이만 있다.

그리고 하루 앞둔 것은 이미 오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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