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34화 - 고침

제34화 「고침」

1. 610미터

목요일 아침 여덟 시 십 분에 첫 토막이 올라왔다.

604에서 607, 607에서 610. 두 토막이었다.

내려가는 데 23분, 올라오는 데 22분. 스물사흘째 같은 숫자였다.

재혁은 오늘은 그 칸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 숫자가 무엇인지 어제 알았기 때문이다. 얼음이 안 변한 것이 아니라 분이라는 자가 안 변한 것이다.

토막 길이를 쟀다. 2.95미터와 2.95미터. 열이틀째 값이었다.

케이블 눈금은 72.00미터, 코어 길이 누계는 70.89미터. 차이는 1.11미터였다.

“오늘 벌어진 건 0.10입니다.”

“가운데는.”

“열두 점이라 가운데가 두 개예요. 여섯째하고 일곱째요.”

“둘이 뭔데.”

“둘 다 0.09입니다.”

“그러면 0.09라고 적어.”

재혁이 적다가 손을 멈췄다.

“둘이 달랐으면 어떻게 해요.”

“사이라고 적었겠지. 사이라고 적는 건 값이 아니라 자리야.”

흩어짐은 열두 개의 거리를 더해 열둘로 나눴다. 0.011미터였다.

“어제랑 똑같습니다. 안 변했다고 적을까요.”

서진이 어제 재혁이 야장에 그어 놓은 굵은 가로줄을 손끝으로 짚었다.

“그 줄 밑에 뭐라고 썼어.”

“눈금 밑에서는 판정 안 함이요.”

“안 변했다는 것도 판정이야.”

재혁이 입을 다물었다. 어제는 줄었다고 쓰지 말라는 뜻으로 들었는데, 오늘 보니 그대로라고 쓰는 것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 뭐라고 적어요.”

“0.011, 열두 점. 그것만 적어. 늘었다도, 줄었다도, 그대로다도 적지 마.”

“이 칸은 그럼 언제 써먹어요.”

“눈금이 잘아지든가, 점이 많아져서 흩어짐이 눈금보다 커지든가. 둘 중에 하나가 되면.”

재혁이 케이블 쪽을 돌아봤다.

“눈금을 잘게 하면 되잖아요. 케이블에 바퀴를 물려서 돌아간 만큼 세면 밀리까지 나올 텐데요.”

“그 바퀴 밑에서 케이블이 미끄러지면?”

”…밀리까지 틀리겠네요.”

“잘게 세는 거랑 맞게 세는 건 달라. 잘게 틀리면 틀린 걸 더 믿게 돼.”

서진이 장갑을 고쳐 끼면서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리고 케이블은 자기 무게에 늘어나. 610미터를 매달아 놨으면 위쪽은 아래쪽보다 더 당겨져 있어. 우리가 벌어진다고 보는 것 중에 얼마는 코어가 짧아서가 아니라 케이블이 길어져서일 수도 있어.”

“얼마나 늘어나는데요.”

“표가 있어. 그런데 그 표는 새 케이블 표야. 우리 건 두 시즌 썼고.”

“재는 방법은 없습니까.”

“있어. 드릴이 바닥에 닿으면 케이블에 걸린 무게가 확 줄거든. 그때 눈금이 얼마나 되돌아오는지를 보면 늘어난 만큼이 나와.”

“그럼 해 보면 되잖아요.”

“우리는 바닥까지 안 가. 3,200미터가 바닥인데 올해는 800에서 접어.”

재혁이 야장에 그 말도 적었다. 방법이 있다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칸이었다.

그리고 후보 칸에 한 줄을 더했다.

「후보 넷째: 케이블 늘어남. 표는 있으나 새 케이블 표임. 오늘은 적어만 놓음. 9월 12일.」

2. 하루치

인천은 저온시료동 345일째였다. 첫 절단까지 20일. 한 대 운용 열이레째. 이호기 단독 −30.0.

가을 표 열넷째 줄에 어제 것을 옮겨 적었다. 쌓은 시간 13시간 30분, 바깥 24.9도, 문 두 번, 반출입 없음, 습도 「안 잼」, 관측소 값 76퍼센트. 일곱째 칸에는 「앞판 열었음. 걷음. 11분.」, 여덟째 칸에는 「6시간」.

은재가 그 줄 왼쪽에도 표시를 붙였다. 이틀째였다.

아침 여섯 시 제상이 끝나고 20분 뒤에 두 사람은 앞판을 열었다. 어제 정한 시각이었다.

드레인 팬에 앉은 얼음은 어제보다 두꺼웠다. 은재가 주걱으로 긁어 담고 통을 저울에 올렸다.

눈금이 멎었다. 통 무게를 뺀 값이 나왔다.

640그램.

“세 배가 넘어요. 어제 210이었는데요.”

“어제 것은 몇 시간치였어요?”

“여섯 시간이요. 그저께 밤 제상 끝나고 팬을 통째로 비웠으니까요.”

“오늘 것은요?”

은재가 손가락으로 셌다. 어제 아침 여섯 시 이십 분에 걷었고, 그 뒤로 제상은 낮 열두 시, 저녁 여섯 시, 새벽 열두 시, 그리고 오늘 아침 여섯 시. 네 번이었다.

”…스물네 시간이요.”

“그러면 오늘 값하고 어제 값은 같은 물건이에요?”

“아니요.”

“네 배면 840인데 640이 나왔어요. 왜 그럴까요.”

“팬에 오래 얹혀 있던 게 날아가서요.”

“그것도 있고, 문 두 번 연 시각이 언제였는지도 있고, 어제 낮이 그저께보다 시원했던 것도 있어요. 이유가 여럿이면 오늘은 못 가려요.”

경옥이 노트를 폈다.

「걷는 시각만 정해서는 모자람. 사이 간격도 정함. 매일 아침 여섯 시 제상 뒤 20분, 하루 한 번, 24시간치. 9월 12일에 정함.」

“어제 210은 지워요?”

“왜 지워요. 옆에 「6시간치」라고 적어요.”

“그럼 시간으로 나누면 되잖아요. 210 나누기 6이면 35, 640 나누기 24면 26.7. 이렇게 맞대면요.”

경옥이 저울 위의 통을 내려놓고 은재를 봤다.

“나누려면 뭐가 참이어야 해요?”

”…시간마다 같은 양이 들어왔다는 거요.”

“그게 참이에요?”

은재가 표를 보았다. 문 여는 시각은 대개 낮에 몰려 있었고, 바깥 온도도 낮이 높았다.

“아니에요. 낮이 더 들어와요.”

“나누는 건 쉬워요. 나눠도 되는지를 우리가 모르는 거지.”

경옥이 가을 표 맨 위로 손을 올렸다. 어제 새로 만든 「제상수」 칸 이름을 지우고 「걷은 물」이라고 다시 썼다. 그 옆에 좁은 칸을 하나 더 그었다. 「몇 시간치」였다.

어제 줄에는 6, 오늘 줄에는 24를 적었다.

“맞댈 수 있는 첫 값은 언제예요?”

“내일 것요.”

“어제도 그러셨어요.”

“어제는 첫 값이라 맞댈 데가 없다고 했고, 오늘은 이게 어제 것하고 다른 물건이라고 하는 거예요. 둘은 달라요.”

3. 1.5

정한의 손이 선반 셋째 칸으로 간 것은 아침 여덟 시 오십오 분이었다.

어제는 여덟 시 반이었다. 정한은 종이에 적었다.

「9월 12일. 안 봄. 손은 감. 어제보다 25분 늦음.」

오른쪽 조명 생각은 저녁 일곱 시에 났다. 그것도 적었다. 그저께는 아침, 어제는 오후 네 시, 오늘은 저녁 일곱 시였다. 세 점이었다.

낮에는 다섯째 릴을 봤다. 어제 통 안에 넣어 둔 종이 조각을 꺼내 색표에 대 봤다.

파란색과 초록색 사이였다. 1.5.

정한은 그 숫자를 적었다. 이 종이는 통 안의 산 냄새를 색으로 바꾼다. 0이면 아직 괜찮고, 1.5면 자기가 낸 것이 자기를 재촉하기 시작하는 자리고, 2를 넘으면 급하다.

“냄새로도 아시잖아요.”

작업실에 들른 동규가 물었다. 정한은 고개를 저었다.

“제 코로는 이제 못 잽니다.”

“어제 열자마자 아셨잖습니까.”

“어제는 밖에서 들어왔으니까요. 이 방에 계속 있으면 며칠 만에 코가 익어요. 익으면 냄새가 안 나는 게 아니라 제가 못 맡는 겁니다.”

정한이 종이 조각을 통에 도로 넣었다.

“제가 못 맡으면 저는 좋아졌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니까 제 코 말고 종이한테 물어야죠.”

다섯째 릴은 폭이 조금 좁아졌고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굽어 있었다. 정한은 펴지 않았다. 펴려고 당기면 늘어나고, 늘어나면 소리의 높이가 변한다. 소리를 살리려다 잣대를 부러뜨리는 셈이다.

대신 그날 한 것은 세 가지였다.

하나. 통 안에 흡착제를 새로 넣고 서늘한 쪽으로 옮겼다. 없애는 것은 못 하고 느리게는 할 수 있다.

둘. 이관 차례를 앞으로 당겨 다음 릴로 정했다. 앞으로 당긴 만큼 뒤로 간 것이 있었으므로 그것도 적었다. 셋째 릴이 한 자리 밀렸고, 밀린 이유는 다섯째 릴이 1.5라는 것이었다. 이유를 안 적으면 다음 사람은 순서가 원래 그런 줄 안다.

셋. 못 쓰게 된 폐테이프를 꺼내 텐션을 낮춘 통로를 만들어 놓고, 좁아진 폭에 맞춰 가이드를 조금씩 움직여 봤다. 헤드에 닿는 자리가 어긋나면 고역부터 죽는다.

“오늘 안 돌리시네요.”

“돌릴 준비를 하는 겁니다.”

“늦추는 거 아닙니까.”

“늦추는 겁니다. 그런데 늦춘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해 놓으면 그건 늦춘 게 아니라 미룬 거예요.”

저녁에 정한은 처리 내역 맨 뒤 장을 폈다.

다섯째 릴에는 라벨이 없었다. 통에 손글씨로 숫자만 하나 적혀 있었다. 정한에게는 그 숫자에 대한 짐작이 하나 있었다.

어제 같았으면 봉투 겉면에 썼을 것이다. 정한은 맨 뒤 장에 그 한 줄을 쓰고, 겉면에는 아무 말도 쓰지 않았다.

「9월 12일. 다섯째 릴. 짐작 한 줄. 처리 내역 맨 뒤 장에 붙임. 겉면 아무 말 없음. 규칙 첫 적용.」

그 밑에 한 줄을 더 적었다.

「A-D 1.5. 냄새로 안 씀. 코가 익음. 익은 코는 안 난다고 함.」

4. 일곱 개

목요일은 서른네째였다.

순서는 일곱째 날이었다. 또렷하셨던 것, 최영숙, 실 양, 실패, 바늘.

또렷하셨던 것부터 적었다. 어머니는 오늘 미싱에 앉기 전에 말했다.

“명절 앞에 오는 사람은 급해서 실을 안 골라.”

“그럼 어떻게 해요.”

“급한 사람 옷일수록 좋은 실을 써야 돼. 다시 못 오니까.”

하람은 그대로 적었다. 옆에 작게 표시했다. 「물어서 나온 것 아님.」

최영숙의 종이는 스물다섯 번째였다.

「목요일. 6시 40분 문 한 번. 계단 참. 손잡이 잡으셨음. / 맑음 / 새것 / 슬리퍼 / 손에 든 것: 없음.」

손잡이는 나흘째였다. 하람은 나흘이라고만 적고 앞의 열이틀과 잇지 않았다.

제비는 남은 셋에서 뽑았다. 실 양이 나왔다. 남은 것은 둘이었다.

흰 실은 어제보다 또 줄어 있었다. 검정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오늘 완성된 옷은 하나도 없었다.

하람은 실패를 들고 한참 서 있었다. 줄어든 실이 옷이 된 것인지, 박았다가 풀린 것인지는 실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쓰레기통을 열어 보았다. 잘린 실밥이 한 줌 있었다.

「실 양: 흰 실 줄었음. 완성 없음. 쓰레기통에 실밥 있었음. 풀린 것은 실밥으로 나옴. 오늘부터 실 양 칸 안에 실밥 있음·없음을 같이 적음. 칸은 안 늘림. 늘리면 제비가 달라짐.」

실패는 열한 개 그대로였다. 어제 나갔다가 돌아온 그 하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바늘은 셋째 날이었다. 네 자리를 다 봤다. 종이갑에 셋, 핀쿠션에 없음, 미싱 바늘대에 하나, 박던 천에 없음.

넷이었다. 어제는 다섯이었다.

하람은 어머니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 반짇고리에서 자석을 꺼내 바닥을 훑었다.

미싱 밑에서 둘, 문턱 앞에서 하나가 붙어 올라왔다.

셋 중 하나는 녹이 슬어 있었고 굵기가 달랐다. 어제오늘 것이 아니었다.

하람은 바닥에 앉은 채로 일곱 개를 세었다. 네 자리에서 넷, 바닥에서 셋.

「내가 센 다섯은 방에 있던 수가 아니었음. 자리 넷에 있던 수였음. 칸 이름을 「자리 넷의 바늘」로 고침. 바닥은 한 달에 한 번 자석으로 훑음. 오늘 바닥 값은 첫 값이라 맞댈 데 없음. 9월 12일.」

적고 나서 하람은 한 줄을 더 붙였다. 이건 값이 아니라 집에서 할 일이었다.

「맨발로 다니시게 두지 말 것. 슬리퍼는 문 앞에.」

오후에 주간보호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첫날이 사흘 뒤였다.

“어머님 자료를 미리 좀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걸요.”

“드시는 약, 식사, 혼자 계시면 안 되는 시간, 넘어지신 적이요.”

하람은 봉투에서 첫 장을 꺼냈다. 그 네 가지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건 오늘 보내 드릴게요.”

“성격은 어떠세요? 낯가리시는 편인지, 사람 많은 걸 싫어하시는지.”

하람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건 일주일 뒤에 말씀드릴게요.”

”…네?”

“지금 말씀드리면 그 말이 어머니보다 먼저 가서 앉아 있을 것 같아서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첫 주에는 저희가 보고 적을게요. 그다음에 맞춰 보시죠.”

전화를 끊고 하람은 봉투 겉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위험한 것. 먼저 알면 안 되는 것은 사람인 것. 첫 장 오늘 보냄. 둘째 장 9월 22일.」

5. 2.4초

남극은 점심을 먹고 나서 새 표를 폈다.

어제 정한 규칙의 첫날이었다. 헛돎은 날이 아니라 토막마다, 토막 번호를 같이, 초는 초시계로.

첫 토막에서는 헛돌지 않았다. 재혁은 빈칸으로 두지 않고 적었다.

「1번 토막. 0회.」

둘째 토막에서 두 번 있었다. 재혁이 초시계를 눌렀다.

2.4초. 그리고 1.8초.

“어제까지는 3초쯤이라고 적었는데요.”

“오늘 재 보니까?”

“2.4초입니다. 3초는 아니었어요.”

“그럼 어제까지 것들하고 오늘 것을 한 표에 세도 돼?”

재혁이 표를 내려다봤다. 열흘 치가 위에 있고 오늘 것이 그 밑에 붙어 있었다.

”…안 됩니다. 자가 다르니까요.”

재혁이 굵은 가로줄을 하나 긋고 그 위쪽에 이름을 붙였다.

「여기까지 눈대중. 9월 12일부터 초시계. 앞뒤를 한 표로 세지 말 것.」

“그러면 열흘 본 게 없어지는 겁니까.”

“없어지진 않아. 눈대중 표는 눈대중 표끼리 세면 돼. 오늘 것을 거기에 얹지만 마.”

한 가지가 더 남아 있었다. 초시계는 누군가 눌러야 한다.

두 사람은 셋째 토막을 올리면서 따로 눌러 봤다. 서진이 1.9초, 재혁이 2.5초였다.

“0.6초 차이예요.”

“우리가 다른 데서 누른 거야. 나는 소리가 바뀌는 데서 눌렀고 너는 케이블이 늘어지는 데서 눌렀어.”

재혁이 그 자리에서 정의를 한 줄 적었다.

「시작: 드릴 소리가 헛도는 소리로 바뀌는 순간. 누르는 사람: 재혁 고정. 다른 사람이 재면 「다른 사람 잼」이라고 적을 것.」

토막 끝 사진도 규칙대로 찍었다. 604-607의 아래끝이 5밀리, 607-610의 위끝이 7밀리. 합 12밀리였다.

“11, 10, 10, 12입니다. 네 점째요.”

“뭐 하나 지웠어?”

재혁이 네 숫자를 노트 귀퉁이에 다시 찍어 봤다.

“내려갔다가 멈춘 건 아닙니다.”

“왜.”

“멈췄으면 오늘도 10 근처여야 하는데 12가 나왔으니까요.”

“그럼 남은 건.”

“10 근처에서 오르내리는데 첫날만 하나 높았던 거요. 그거 하나 남았습니다.”

“어제는 하나도 못 지웠는데 오늘은 지웠네. 뭐가 달랐어.”

재혁이 밀리 자를 들어 보였다.

”…눈금 위였습니다.”

부족분은 열세 점째였다. 마른 무게 15.20과 15.26, 합해서 30.46킬로그램. 계산치와의 차이가 0.74였다. 쏠림 뺀 값은 플러스 0.03이었다.

재혁은 그 옆에 자기 글씨로 적었다.

「안 봄. 셋째 날.」

입도는 열째 날이었다. 세 종을 22분에 끝냈고, 오늘부터는 토막 번호를 같이 적었다. 길이와 입도를 한 토막에서 같이 봐야 둘 중에 무엇이 헛돎을 따라다니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야장을 덮으면서 재혁이 확인하듯 물었다.

“다음에 보는 날이 9월 21일 맞죠.”

“응.”

“그때까지 좋아 보여도 안 보는 거고요.”

“오늘 것도 안 봐. 오늘 것은 적기만 한 거야.”

6. 칸 이름

저녁의 저온시료동 사무실에는 종이가 한 장 늘었다.

도통 시험 사진 두 장을 붙인 재신청서였다. 화면과 회로 번호가 한 장에 같이 나오게 찍은 것과, 배선함을 연 것.

서식에는 「하자 보수가 아님」을 쓰는 칸이 없었다. 경옥은 비고란에 썼다. 도면에는 있고 벽 안에는 없으며, 그것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두 줄로.

접수번호가 새로 나왔다. 은재가 그 번호를 습도계 접수번호 옆에 나란히 붙였다. 심의는 같은 12월이고 번호는 달랐다.

“서류에는 도면이 이겨요.”

“그럼 사진은요.”

“사진은 도면을 못 이겨요. 그런데 사진이 있으면 한 번 더 물어봐요. 우리한테 필요한 건 이기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물어보게 하는 거예요.”

「우리가 한 것」 칸에는 오늘부터 같은 줄이 매일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 여섯 시 이십 분, 주걱, 통, 11분.

“매일 똑같은 줄이 들어가면 표가 지저분해지지 않아요?”

“매일 똑같으면 그건 안 흔드는 거랑 같아요. 나중에 통째로 빼면 되니까요. 어떤 날은 12분이고 어떤 날은 안 하고, 그게 못 빼는 거예요.”

은재가 가을 표를 다시 봤다. 오늘 하루에 고친 것은 결국 이름 두 개였다. 「제상수」가 「걷은 물」이 됐고, 그 옆에 「몇 시간치」가 생겼다.

“이름만 고친 거잖아요.”

“물건은 못 고쳤죠. 열선도 안 생겼고요.”

“그런데 왜 하세요.”

경옥이 표의 두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210과 640이었다.

“이름이 틀리면 다음 사람이 이 둘을 나란히 놓아요. 나란히 놓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틀린 거예요. 우리가 여기 없을 때요.”

수송팀 회신은 오늘도 없었다. 「아직」에 하루가 더 붙었다.

문을 나서면서 은재가 물었다.

“오늘은 뭐 한 날이에요?”

“고친 날이요.”

“뭘요.”

“부르는 법을요.”

그날 네 군데에서 고쳐진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벽 안에는 여전히 열선이 없었고, 다섯째 릴은 계속 줄고 있었고, 케이블과 코어는 계속 벌어지고 있었고, 어머니의 방바닥에는 아직 못 찾은 바늘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고쳐진 것은 부르는 법이었다.

여섯 시간치를 하루치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고, 눈대중을 초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고, 자리 넷에 있는 것을 방에 있는 것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고, 익은 코가 하는 말을 냄새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름을 고치는 일은 값을 하나 더 얻는 일보다 늦게 온다. 값이 두 개가 되어야 비로소 그 둘이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되는지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은 언제나 뒤늦게, 이미 적어 놓은 줄 위에 덧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고칠 수 없는 것 앞에서 사람이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정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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