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46화 - 떼냄

제46화 「떼냄」

1. 676미터

화요일 아침 여덟 시에 드릴이 내려갔다.

캠프 철수까지 17일. 케이블 눈금은 670에서 출발했다. 내려가는 데 23분, 올라오는 데 22분. 서른넷째 같은 수였다. 첫 토막 673. 둘째 토막 676. 새 날로 스물넷째였다.

토막 길이는 2.96과 2.95. 스물셋째였다.

케이블 누계 138.00. 코어 누계 135.83. 차 2.17. 증분 0.09.

스물세 점이었다. 홀수였다. 가운데는 열두째 하나였다.

「가운데: 0.09. 스물세 점. 하나.」

어제는 사이였고 오늘은 하나였다. 점이 하나 늘 때마다 가운데가 점 위에 앉았다 두 점 사이에 섰다 했다. 재혁은 읽지 않았다.

거리 합은 0.20이었다. 어제와 같은 수였다. 스물셋으로 나누면 0.0087이었고, 셋째 자리에서 끊으면 0.009였다.

「흩어짐: 0.009. 스물세 점. 어제와 같은 수. 점 수는 다름.」

서른 점까지 일곱 점 남았다.

헛돎은 새 열흘의 넷째 날이었다. 1번 0회, 2번 1회 2.3초. 다음 검토는 10월 1일이고 그때까지 보지 않기로 되어 있었다.

야장의 「인계서:」 칸은 아침에 비워 두었다.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 「없음」이라고 적을 수 없었다.

재혁이 깊이 칸에 676이라고 적었다. 서진이 뒤에서 그걸 보았다.

“676미터.”

“길이야.”

재혁이 손을 멈췄다.

“깊이 칸인데요.”

“칸 이름이 그런 거고. 그 수는 케이블이 들어간 길이야.”

“다른가요.”

“구멍이 곧게 안 내려가.”

서진이 처리대 모서리에 손을 짚었다.

“얼음이 어디나 똑같지 않아. 층마다 단단한 데가 다르고, 드릴이 돌면 그 반작용이 벽을 한쪽으로 밀어. 무게를 매달아도 완전히는 안 서. 조금씩 기울어.”

“얼마나요.”

“깊은 구멍은 몇 도까지 가. 반 도만 기울어도 천 미터에서 사 센티야.”

“사 센티면 눈금 밑인데요.”

“오늘은 그래. 삼천 미터까지 가면 아니야. 그리고 끝까지 반 도로 가지도 않고.”

재혁이 676을 다시 보았다.

“그럼 676미터는요.”

“케이블이 676미터 들어갔다는 거야. 얼음 위에서 똑바로 밑으로 676미터인 건 아니고.”

“재는 게 있어요?”

“경사하고 방위를 재는 걸 구멍에 내려. 시즌 끝에 한 번 내려서 한 줄로 받아.”

“올해는요.”

“안 가져왔어.”

“그럼 못 재요.”

“못 재.”

재혁이 연필을 내려놓았다.

“그것도 적어.”

들어도 되는 날은 여섯째였다. 재혁은 노트 귀퉁이에 오늘의 선생님 말을 세어 두었다. 둘이었다.

2. 593

은재는 여섯 시 오 분에 왔다.

전실 벽에는 어제 것이 붙어 있었다. 599. 그 옆에 591이 있었고 그 옆에 587이 있었다. 오늘은 은재가 걷는 날이 아니었다.

경옥은 이미 와 있었다. 방한복을 입고 주걱과 통을 들고 있었다.

“전실에 계세요.”

“들어가면 안 돼요?”

“은재 씨 점은 여덟 개 다 「혼자」예요. 오늘 것도 「혼자」여야 맞대요.”

은재는 전실에 남았다. 유리문 안쪽으로 형광등 빛이 희게 번졌다.

여섯 시 십팔 분에 경옥이 짐작을 적었다.

「짐작: 594.」

그 밑에 이유를 적었다.

「이유: 587, 591 쪽. 내 점 둘이 밈. 자를 알고 적음. 자 596~612.」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더 적었다.

「싶었음: 1. 더 긁으려 함. 자가 당김.」

은재가 유리문 너머로 그 줄을 보았다. 지난 일요일 경옥의 「싶었음」은 덜 긁으려 함이었다. 587이 밀어서였다. 오늘은 반대였다.

“저번엔 덜이었잖아요.”

“저번엔 내 점이 밀었고 오늘은 자가 밀어요.”

“둘이 반대네요.”

“둘 다 있으면 그게 제일 안 좋아요. 어느 쪽으로 밀렸는지 못 적으니까.”

경옥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섯 시 이십 분이었다.

정해진 자리의 성에를 주걱으로 걷어 통에 담는 데 여덟 분이 걸렸다. 손바닥만큼씩, 늘 하던 만큼. 은재는 전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문 유리로 보고 싶었지만 보지 않았다.

여섯 시 이십팔 분에 경옥이 통을 들고 나와 저울에 올렸다. 저울은 전실에 있었다. 저온실 안에서는 화면이 돌지 않았다.

초시계를 눌렀다.

6초에 592. 9초에 593. 10초에 593.

「9/24. 593. 경옥. 8분. 혼자. 24시간치. 10초.」

경옥이 저울 옆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전실에 은재 있었음. 안 도움. 걷는 동안 안 들어옴.」

“제가 있어서 달라져요?”

“사람이 하나 더 있으면 전실 공기에 물이 더 있어요. 통 겉에 서리가 더 빨리 앉고요.”

“그럼 기어오르는 게 빨라지겠네요.”

경옥이 어제 줄을 짚었다. 598, 599, 599. 오늘은 592, 593, 593이었다.

“사 초에 1이에요. 어제도 사 초에 1이었고요.”

“같네요.”

“한 번은 값이에요. 빨라졌으면 적고 뺐겠죠. 안 빨라졌으니까 적기만 해요.”

은재가 자기 종이에 오늘 줄을 썼다. 빈칸으로 두지 않았다.

「9/24. 경옥이 걷음.」

“빈칸으로 두면요.”

“안 걷은 날처럼 읽혀요.”

경옥이 짐작 옆에 값을 붙였다.

「594 / 593 / 1 / 밑.」

일요일 첫 점은 590 / 591 / 1 / 위였다. 차는 둘 다 1이었고 방향은 반대였다.

이호기는 혼자 돌고 있었다. 스무아흐레째였다. 온도계는 −30.0이었다. 재움은 357일째였고 첫 절단까지 8일이었다.

가을 표 스물여섯째 줄에는 어제 것을 적었다. 9월 23일. 열세 시간. 바깥 19.6도. 문 두 번. 관측소 66퍼센트. 「6시 20분. 주걱. 통. 8분. 은재. 혼자.」 「우리가 건드린 줄」은 열나흘째였다.

전실 벽에 593을 붙였다. 599 옆이었다. 수는 밑으로 한 칸 내려가 있었다.

“오후에 얘기해요.”

3. 10시 10분

정한은 아홉 시에 작업실 문을 열었다.

안 보는 날의 넷째였다. 다음 판독은 9월 30일이었고 케이스는 꺼내지 않았다.

손 시각은 열 시 십 분이었다.

「손 시각: 10:10. 8시 30분 쪽. 되돌림. 이름 9/30.」

「그 밖: 되돌린 뒤 같은 걸음 넷째. 8:55, 9:20, 9:45, 10:10.」

거기까지 적고 정한은 연필을 세워 두었다. 25분이었다. 넷이 다 25분이었다. 그러면 다섯째는 10시 35분이고, 하루에 다섯 걸음씩 밀리면 9월 29일 아침에는 12시 15분이었다.

그 수가 저절로 떠올랐다. 떠오른 뒤에는 없앨 수가 없었다.

정한은 판독용 종이를 덮고 다른 종이를 꺼냈다. 「볼 것 2」가 든 서랍 옆에 빈 종이가 한 장 있었다.

「머리에 든 것. 9/24.」

「9/29 아침 12:15. 이 걸음대로면. 계산함.」

「값 종이에 안 적음. 9/30에 일곱 점 다 채우고 나서 이 종이를 같이 봄. 맞았는지는 그때.」

값 옆에 적으면 다음 점을 잴 때 그 수가 옆에 있었다. 옆에 있는 수는 손을 민다. 그렇다고 안 떠오른 척할 수도 없었다. 떠오른 것은 떠오른 자리에 적고, 값은 값 자리에 적고, 둘을 같은 날 보지 않기로 했다.

열한 시 이십 분에 조명 생각이 났다. 열다섯째였다. 하지 않았다.

동규에게서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9/24. 물음. 안 옴. 1/2.」

분자는 그대로였고 분모만 하나 늘었다. 안 온 날도 날이었다.

어제 온 회신은 절차서 여백에 그대로 있었다. 36, 먼 벽, 아래. 셋 다 동규 방 값이었다. 정한은 36 옆에 한 줄을 덧붙였다.

「36은 길이 쪽 값. 폭 쪽은 이 종이에 없음. 재는 것 없음. 없다고 적음.」

장력계는 테이프를 길이로 당기는 힘만 쟀다. 테이프는 길이로만 늘지 않았다. 방이 습하면 폭으로도 늘어서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뜬다. 뜬 가장자리는 헤드에 고르게 안 닿고, 고르게 안 닿으면 고역이 들쭉날쭉해진다. 같은 테이프를 같은 장력으로 걸어도 방이 다르면 소리가 달랐다. 장력계로는 그걸 못 봤다.

그래서 걸기 전에 방에 두는 시간이 필요했다. 옮겨 온 물건은 옮겨 온 방과 같아진 뒤에 거는 것이었다.

정한은 오후 두 시에 회신을 썼다.

「본물건: 10월 6일 월요일. 그날 겁니다.」

「그날 폐테이프 통과 회수가 몇이든 겁니다. 회수로 안 정합니다.」

「헤드에서 소리가 나면 안 겁니다. 그건 멈추는 조건입니다. 거는 조건 아닙니다.」

「본물건은 오늘 통에서 꺼내 방에 내놓습니다. 거는 날까지 열이틀입니다. 방과 같아지는 데 그만큼 둡니다.」

회수로 정하면 그날의 손이 정하는 것이었다. 스물아홉에서 하나 더 돌리고 싶으면 돌릴 수 있었다. 날짜는 손이 못 돌렸다.

다섯째 릴은 폐테이프 스무 회째였다. 본물건 릴은 통에서 꺼내 선반 가운데에 세워 두었다. A부터 D까지 통 값은 열두째로 1.0이었다. 「계속」이라고만 적었다. 셋째 릴은 그대로 밀려 있었다.

4. 두 시

하람은 두 시에 어머니 집에 갔다. 마흔여섯째였다.

냉장고에는 종이가 셋 붙어 있었다. 「오늘: 화요일.」 그 옆에 월요일 종이, 그 옆에 목요일 종이.

어머니는 냉장고 앞에 서 계셨다.

“오늘은 없네.”

읽으신 것이었다. 하람에게 하신 말은 아니었고 그 뒤로 말이 없었다. 하람은 대답하지 않고 수첩에 적었다.

「두 시. 냉장고 앞. 「오늘은 없네.」 종이 셋 보심. 읽은 것. 얘기 아님.」

제비 통에는 접은 종이가 한 장 남아 있었다. 최영숙이었다. 뽑지 않아도 정해져 있었다.

하람은 그래도 뽑았다. 펴서 확인하고 기록 칸에 적었다.

「새 블록 다섯째 장: 최영숙. 안 뽑아도 정해져 있었음. 그래도 뽑음.」

「안 뽑으면 다음 블록 첫 장이 오늘 것처럼 보임.」

새 블록 다섯 장을 그 자리에서 다시 썼다. 접어서 통에 넣었다. 내일부터였다.

순서 로테이션은 열아흐레째였다. 실 양, 실패, 바늘, 또렷하셨던 것, 최영숙.

어머니는 미싱 앞에 계셨다. 천을 무릎에 놓고 붉은 실을 뽑고 계셨다.

“그거 뭐예요.”

“이건 빼는 거야.”

어머니가 실 끝을 손톱으로 집어 천천히 당기셨다. 붉은 실이 천에서 주욱 빠져나왔다. 빠진 자리에 바늘구멍이 촘촘히 남았다가 어머니가 손으로 쓸자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왜 넣으셨어요.”

“안 넣으면 밀려.”

어머니는 뽑은 실을 옆 접시에 놓으셨다. 빨간 토막이 몇 개 모여 있었다.

“버리시지 왜 모으세요.”

“다 뺐나 보려고.”

하람은 접시를 보았다. 실 토막은 세어져 있지 않았다. 몇 개인지 아는 것이 아니라, 다 뺐는지를 보려고 모아 놓은 것이었다.

「시침실. 밀리지 말라고 넣음. 다 하면 뺌. 뺄 실을 넣음.」

「뽑은 실은 접시에. 안 셈. 다 뺐나 보려고 모음.」

바늘은 여섯이었다. 갑에 셋, 핀쿠션에 둘, 바늘대에 하나, 천에 없음. 열엿새째 만에 자리가 움직였다. 천에 꽂혀 있던 시침바늘이 핀쿠션으로 갔다.

실패는 열하나였다. 서랍 여덟, 미싱 옆 셋, 손에 없음. 자리로는 이레째였다. 흰 실은 실패 반쯤이었고 같았다. 붉은 실은 타래였다. 실패가 아니라서 세지 않았다.

짐작 칸은 오늘 쓸 것이 없었다. 화요일은 센터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 하람은 칸을 비워 두지 않고 적었다.

「짐작: 없음. 오늘은 물을 것이 없음.」

어제 받아 온 종이 두 장은 수첩 뒤에 넣지 않았다. 봉투를 하나 따로 만들어 겉에 썼다.

「센터가 적은 것. 9/23 받음. 첫 주. 월·목.」

수첩 첫 장에는 한 줄만 적었다.

「센터 것: 따로 봉투. 내 수첩에 안 옮김.」

옮겨 적으면 같은 것이 두 군데 있게 되고, 그러면 나중에 어느 쪽이 센터가 본 것이고 어느 쪽이 하람이 본 것인지 물어야 했다. 한 줄은 어디 있는지만 가리키게 두었다.

돌아오는 길에 최영숙의 종이를 받았다. 서른일곱째였다.

「화요일. 6시 25분 문 한 번. 계단 참. 손잡이 잡으셨음. / 맑음 / 새것 / 슬리퍼 / 손에 든 것: 없음.」

아침 여덟 시 반 지나 두 분이 내려가는 소리에 대한 줄은 없었다. 그 줄은 목요일 서른두째와 월요일 서른여섯째에만 있었다.

「둘이면 사이. 셋째 없음. 센터 가는 날에만 있는 줄. 아직 줄. 옆에 둠. 안 셈.」

손잡이는 열엿새째였다.

5. 열한 밀리

오후에 재혁은 토막 끝 사진을 찍었다.

670-673 아래끝 5밀리. 673-676 위끝 6밀리. 한 자리, 합 11밀리. 열다섯째 날이었다.

이력은 11, 10, 10, 12, 11, 13, 10, 11, 12, 11, 11, 12, 11, 10, 11이었다. 열다섯 점이었고 가운데는 여덟째 11이었다. 거리 합은 9였고 열다섯으로 나누면 0.6밀리였다. 눈금은 1밀리였다.

선은 15였다. 오늘 값은 11이었다. 선 밑이었다.

부족분은 스물네 점째였다. 마른 15.20과 15.19를 더해 30.39킬로그램. 0.81. 쏠림을 뺀 값은 +0.10이었다. 열나흘째로 「안 봄」이라고 적었다. 커터는 이번 시즌 안 바꾸기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번 시즌 판정은 없었다.

날짜 있는 합계에는 여섯째 날 0.81, 누계 4.74를 적었다.

입도는 스물한째였다. 세 종, 이십이 분.

그리고 재혁은 야장 뒤 인계서를 폈다.

「6. 야장과 보고서의 깊이 칸 수는 케이블이 들어간 길이임. 수직 깊이 아님.」

「구멍 경사·방위 측정 이번 시즌 안 함. 기구 없음. 가져오지 않았음.」

「내년 사람은 이 수를 깊이로 읽으면 안 됨. 길이로 읽고, 경사 잰 뒤에 고칠 것.」

서진이 와서 읽었다.

“안 가져왔다는 걸 적었네.”

“안 잰 거랑 못 잰 건 다르니까요.”

“다르지.”

“기구가 있었는데 안 쟀으면 게으른 거고, 없었으면 없다고 알려 줘야 하니까요.”

야장의 「인계서:」 칸은 저녁에 채웠다.

「인계서: 있음. 6번.」

칸으로는 셋째 날이었다. 9월 21일에 넉 줄, 22일에 없음, 23일에 있음 5번, 오늘 있음 6번이었다.

철수 점검표는 아침에 펴 놓은 채였다. 칸 여덟 중에 인원과 통신을 채웠다. 인원은 둘, 통신은 위성 하루 두 번과 예비 무전이었다.

「잔여 작업」 칸에서 재혁의 손이 멈췄다.

“이건 아직 못 적어요.”

“왜.”

“28일에 청소일이 있어요. 그게 끝나 봐야 남은 게 뭔지 알아요.”

“그럼 오늘은 비워.”

“비워 두면 안 채운 것처럼 보이는데요.”

“「없음」이라고 적는 것보단 나아. 없는 거랑 아직 안 일어난 건 달라.”

재혁은 그 칸에 연필로 작게 날짜만 적었다.

「9/28 뒤에.」

회신 기한은 10월 3일이었다.

6. 밖

세 시에 경옥이 사무실 문을 열어 두었다.

은재가 종이를 들고 들어왔다. 자는 596에서 612까지였다. 어제 아침에 여덟 점으로 확정된 폭이었다. 오늘 값은 593이었다.

“밖이에요.”

“어느 쪽 밖이에요.”

“아래요. 596보다 3 밑이에요.”

경옥이 9월 19일 종이를 폈다. 「14 안이면」 옆에 붙인 줄이 그대로 있었다.

「그날 아침 은재 폭 안이면 일요일 쪽. 밖이면 사람 쪽. 한 번은 값. 자리만.」

「9/24. 593. 밖. 아래. 한 번. 값. 자리만. 방향 아님.」

“사람 쪽이라고 적으면 안 돼요?”

“「한 번은 값」이라고 적어 놨잖아요. 한 번은 자리만 말해요.”

“그럼 오늘 뭐가 떼어진 거예요.”

경옥이 587과 612 사이에 선을 그었다. 25였다.

“9월 14일에 612가 나왔고 15일에 587이 나왔어요. 25 차이였고, 그때 후보가 둘이었어요. 사람이 다른 것, 날이 다른 것. 그런데 내 점은 일요일에만 있었으니까 둘이 항상 같이 움직였어요. 못 뗐어요.”

“오늘은 화요일이니까요.”

“오늘은 일요일이 아닌데도 밖으로 나왔어요. 그러면 일요일 혼자서 25를 다 설명하는 쪽은 떨어져요.”

“사람이라고는요.”

“아직요.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람 아닌 다른 게 더 있을 수도 있어요. 뗀 건 하나예요.”

은재가 자기 여덟 점을 종이에 늘어놓았다. 612, 598, 603, 607, 601, 596, 604, 599. 폭 16이었다. 경옥의 점은 셋이었다. 587, 591, 593. 폭 6이었다.

“선생님 폭이 훨씬 좁은데요. 손이 고르신 건가요.”

“맞대면 안 돼요.”

“왜요.”

“점이 많으면 폭은 넓어져요. 여덟 점이면 여덟 번 중에 제일 높은 것과 제일 낮은 것이 들어가고, 세 점이면 세 번 중에서만 들어가요. 같은 손으로 걷어도 여덟 점 폭이 세 점 폭보다 넓어요.”

“넓어진 게 손 때문인지 점 수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몰라요. 그래서 폭끼리 안 견줘요.”

경옥이 자 위에 593을 찍었다.

“자는 여덟 점이 만든 거고, 오늘 한 값을 거기에 넣어 보는 거예요. 넣어 보는 거하고 견주는 건 달라요.”

은재가 그 문장을 적었다.

「넣어 봄 ≠ 견줌. 폭끼리 안 맞댐. 점 수가 다르면 폭도 다름.」

“근데 아침에 자가 미셨잖아요.”

“밀었죠. 안에 들어가려면 더 걷어야 하니까요. 「더 긁으려 함」이라고 적었고요.”

“그런데 값은 밑으로 나왔어요.”

“그게 오늘 제일 볼 만한 줄이에요.”

경옥이 「싶었음」 칸 밑에 한 줄을 붙였다.

「민 방향: 위. 나온 방향: 밑. 반대. 적어 둠. 안 읽음.」

“민 쪽하고 나온 쪽이 반대면, 민 것보다 큰 게 있다는 거예요.”

“그럼 오늘 값은 더 믿어도 되는 거네요.”

“믿는다고는 안 적어요.”

“왜요.”

“한 번이니까요.”

은재가 웃었다. 웃고 나서 종이를 보았다.

“만약에 596이 나왔으면요.”

“596은 안이에요. 폭이 596부터니까요.”

“가장자리인데요.”

“가장자리는 안이에요. 그렇게 정해 놨어요. 그런데 이건 오늘 물어서 답한 거예요.”

“그게 다른가요.”

“오늘 596이 안 나왔으니까 물어도 돼요. 나왔으면 못 물어요. 나온 다음에 정하면 그건 값을 보고 정한 거예요.”

「안 나온 값은 물어도 됨. 나온 값은 못 물음.」

“다음은 언제 걷으세요.”

경옥이 아침 종이를 넘겨 보여 주었다. 짐작 594 밑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둘째 평일 점: 9/26 목요일.」

“아침에 적었어요. 값 전에요.”

은재가 그 줄을 오래 보았다.

“오늘 값 보고 정하신 게 아니네요.”

“오늘 값이 밖으로 나왔으니까 하나 더 걷고 싶어요. 지금 정했으면 그건 값이 정한 거고요.”

경옥이 오늘 값 옆에 이름을 붙였다.

「자를 알고 걷음.」

어제 은재가 붙인 이름이 그 윗줄에 있었다. 「591을 알고 적음.」 이름 둘이 나란히 놓였다.

은재가 마지막으로 자기 종이의 오늘 줄을 마저 채웠다.

「나: 전실. 8분. 문 유리 안 봄. 보고 싶었음.」

“이건 값이 아닌데 적어도 돼요?”

“값 줄이 아니에요. 그래도 남겨요.”

“왜요.”

“내년에 누가 「그날 은재 씨는 어디 있었나」를 물으면 답이 있어야 하니까요. 없으면 그날 값이 혼자 걷은 값인지도 몰라요.”

수송팀은 「화요일. 안 옴.」이었다. 12월 심의는 둘이었다. 첫 절단까지 8일이었다.

온도계는 −30.0이었다.


그날 네 사람이 한 번씩 뗐다.

재혁은 길이와 깊이를 뗐고, 경옥은 민 방향과 나온 방향을 뗐고 넣어 보는 것과 견주는 것을 뗐고, 정한은 거는 조건과 멈추는 조건을 뗐고 머리에 든 것을 값에서 뗐고, 하람은 뽑는 일과 정해지는 일을 뗐고 센터가 적은 것을 자기 수첩에서 뗐다.

묶인 것은 값 하나로는 떼어지지 않는다. 한 번은 자리만 말한다. 자리를 말한 값도 값이므로 적기는 하되, 방향이라고는 적지 않는다.

뗀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둘을 따로 적는 것이다. 따로 적어 두면 나중에 온 사람이 어느 쪽을 물어야 하는지 안다.

그리고 어떤 실은 남으려고 넣지 않는다. 밀리지 말라고 넣고, 다 되면 뺀다. 뺀 것은 세지 않고, 다 뺐는지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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