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새벽] 제141화 - 세움

제141화 「세움」

1. 눕혀서 만든 것

젖은 리허설을 무사히 마치고 열흘이 지났다.

그 열흘 동안 추진제를 전부 빼냈고, 성에가 앉았던 배관을 하나하나 되짚어 극저온 규격으로 다시 조였고, 마지막 점검서에 열두 사람이 서명을 했다. 명호는 그 열흘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고 느꼈다. 달력을 보니 발사까지 열여드레가 남아 있었다.

오늘은 발사체를 세우는 날이었다.

스무 날 넘게 조립동 안에 발사체는 옆으로 누워 있었다. 다섯 패드의 골조를 붙일 때도 누워 있었고, 배관을 잇고 탱크를 채워 볼 때도 누워 있었다. 사람 키의 열댓 배가 되는 그 긴 몸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과 나란히 만들어졌다. 오늘 처음으로, 그것을 발사대에 옮겨 하늘 쪽으로 곧추세운다.

이송은 새벽에 시작됐다.

거대한 운반차가 누운 발사체를 실은 채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발사대까지 굴러갔다. 발사대 밑동에는 발사체의 아래 끝을 붙잡을 경첩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경첩에 끝을 물리고, 유압 팔이 반대쪽 끝을 아주 천천히 밀어 올려 몸 전체를 일으켜 세우는 방식이었다.

기립을 맡은 젊은 관제사가 유압 압력을 걸기 직전에 손을 멈췄다.

“팀장님, 하나 걸리는 게 있습니다.”

명호가 그를 보았다. 요즘 명호는 값을 먼저 보지 않았다. 콘솔마다 제 계통의 끝을 맡겼고, 오늘 이 기립도 저 관제사의 손끝에 있었다.

“말해.”

“이 발사체는 날 때 받는 힘에 맞춰 설계됐잖아요. 위아래로 누르는 힘이요. 그런데 지금 세우는 건 옆으로 누운 걸 한쪽 끝만 잡고 드는 거라, 몸 가운데가 제 무게로 휩니다. 날 때는 한 번도 안 받는 방향으로 힘이 걸려요.”

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세우는 순간이 제일 위험해. 날 때보다 세울 때 부러지는 로켓이 더 많아. 하늘로 밀어 올리는 힘은 늘 축을 따라가는데, 드는 힘은 옆구리로 들어오거든.”

“그럼 어떻게 합니까.”

“드는 힘이 옆구리로 들어오지 않게 하면 돼. 한쪽 끝만 잡으면 가운데가 처져. 그래서 등받이를 대는 거야.”

유압 팔은 그냥 미는 막대가 아니라, 발사체의 등을 길게 받치는 곧은 지지대였다. 한 점으로 미는 대신 몸 전체를 따라 힘을 나누어, 어느 한 자리에도 휘는 힘이 몰리지 않게 세우는 것이었다. 명호가 말했다.

“한 점으로 들면 그 점이 부러져. 등 전체로 받으면 아무 데도 안 부러지고. 사람도 무거운 걸 들 때 손끝으로 들면 손목이 나가지만 등으로 지면 멀쩡하잖아. 로켓도 똑같아.”

유압 압력이 걸렸다. 발사체가 아주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떼기 시작했다. 10분에 일 도씩, 사람이 보기에는 멈춰 있는 것 같은 속도로 각도가 올라갔다. 40도쯤에서 젊은 관제사가 다시 손을 들었다.

“바람이 초속 6미터입니다. 규정은 8미터까지인데, 지금 몸이 조금 좌우로 흔들립니다.”

“세워.” 명호가 말했다. “대신 왜 흔들리는지 알고 세워.”

관제사가 눈으로 물었다.

“길고 가는 몸이 바람을 옆으로 맞으면, 뒤쪽에서 공기가 번갈아 소용돌이치면서 몸을 좌우로 밀어. 바람이 세서가 아니라 몸이 길어서 흔들리는 거야. 저 흔들림은 부러뜨리는 힘이 아니라 몸이 살아 있다는 신호에 가까워. 문제는 바람이 아니라, 저걸 딱딱하게 붙잡아 두려는 마음이야. 꽉 잡으면 흔들릴 데가 없어서 그 힘이 한 군데로 쌓여.”

90도. 발사체가 완전히 섰다.

스무 날 넘게 누워 있던 것이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섰다. 발사대 밑동의 붙잡는 장치들이 아래 끝을 물었다. 다만 명호는 그 장치들을 끝까지 조이지 말라고 했다. 발사 날 극저온 추진제가 차면 금속이 오그라들 것이고, 지금 꽉 물려 두면 그때 제가 저를 잡아당겨 뜯긴다. 붙잡되, 줄어들 자리를 남겨 두고 붙잡는 것이었다.

유압 팔, 그러니까 등받이가 천천히 물러났다. 이제 발사체는 아무것도 등에 대지 않고 제 힘으로 서 있었다. 젊은 관제사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가 뱉었다. 명호가 수첩을 펼쳐 한 줄을 적었다. 눕혀서 만든 것은 세워 봐야 서는지 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세우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지만, 세우지 않으면 그것이 설 수 있는지 영영 모른다.

2. 남기지 않는 저녁

소율은 다음 달 추가 회차를, 이 방에서의 마지막으로 정했다.

기획자가 한 번 더 잡자고 했다. 표는 여전히 순식간에 나갔고, 못 온 사람의 명단이 아직 길었다. 소율은 고개를 저었다.

“이 방은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왜요. 아직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많을 때 그만두려고요. 모자랄 때 그만두면 밀려서 내려온 것 같잖아요.”

리허설이 끝나고 음향 감독이 녹음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달 실황은 그 2마디가 텅 비어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이번엔 마이크를 더 촘촘히 놓아서, 마지막인 만큼 제대로 남겨 보자고 했다.

소율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이번엔 녹음 안 할래요.”

“마지막인데요.”

“마지막이라서요.”

음향 감독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했다. 소율이 건반 쪽을 한 번 보고 말했다.

“지난달에 그 2마디가 녹음이 안 됐잖아요. 그래서 다음 달에 또 하게 된 거예요. 남았으면 안 왔어요. 남는 게 있으면 사람은 다시 안 와요. 다시 들으면 되니까요.”

“그럼 이번 건 어디에도 안 남는 거네요.”

“그 방에 있던 사람한테는 남아요. 거기까지가 그 사람들 거예요.”

그날 저녁 소율은 20곡 넘는 제 노래 목록을 처음부터 넘겨 보았다. 미완성이던 곡을 완성하던 밤, 스튜디오를 처음 예약하던 날, 티켓이 3분 만에 나가던 오후. 전부 무언가를 더 남기려고 애쓴 날들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남기지 않기로 정한 저녁이 왔다. 이상하게도 서운하지 않았다. 세워 둔 것을 두고 떠나는 것과, 무너뜨리고 떠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이 방은 세워 둔 채로 두고 갈 참이었다.

3. 다음이 여럿인 날

재회로부터 엿새가 지났다.

토요일에 진우는 현수와 약국에 다녀왔고, 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 분갈이 흙과 작은 씨앗 두 봉지를 샀다. 5년을 세던 종이는 접어서 외투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꺼내 보지 않는 날이 며칠씩 이어졌다. 세는 일이 없어지니 마음이 허전할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들어와 있었다.

아침에 현수에게서 짧은 문자가 왔다. 사진 한 장이었다. 약국에서 새로 받은 약 봉지가 부엌 선반에 놓여 있는 사진이었고, 그 밑에 한 줄이 붙어 있었다.

“아버지 것도 같이 받아 왔어요. 다음 주에 갖다드릴게요.”

진우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5년 전, 아들의 주머니에 있었던 약 봉지. 그것이 이번에는 아들의 손으로 새로 지어져 부엌 선반에 올라 있었다. 버려야 했던 낡은 봉지가, 새로 받으면 되는 봉지로 바뀌어 있었다.

진우는 답을 길게 쓰지 않았다.

“고맙다. 다음 주에 보자.”

예전 같으면 밥은 먹었는지, 몸은 어떤지, 오는 길은 멀지 않은지 줄줄이 붙였을 것이다. 이제는 2줄이면 됐다. 다음이 있는 사이에는 오늘 다 말하지 않아도 됐다.

저녁에 김지수가 왔다. 진우는 현수의 문자를 보여 주었다. 김지수가 사진을 한참 보다가 말했다.

“아드님이 약을 하나가 아니라 둘 받았네요.”

“그러네요. 제 것까지.”

“그게 다음을 만드는 거예요. 하나만 받으면 그날로 끝인데, 둘 받으면 하나는 갖다드려야 하잖아요. 갖다드리려면 또 만나야 하고요. 아드님이 지금 다음을 만들어 두는 거예요.”

진우가 웃었다.

“세는 게 하나 없어졌는데, 셀 게 자꾸 늘어나요. 다음 주엔 약, 그다음엔 화분에 싹, 그다음엔 또 뭐가 생기겠죠.”

“큰 하나를 세던 사람은 작은 여럿을 세게 돼요. 그게 나아진 거예요.”

진우는 5년을 세던 종이를 그날 밤 서랍 깊은 곳에 넣었다. 버리지는 않았다. 세었던 것을 없던 일로 하지는 않되, 더는 몸에 지니지 않기로 했다.

4. 물어보러 오는 자리

동현의 자리로 후배가 서류 한 뭉치를 들고 왔다.

“과장님, 저 오늘 6층 혼자 다녀왔습니다.”

동현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후배는 어느 부서에 가든 동현을 앞세웠다. 오늘은 혼자 갔다고 했다.

“어떻게 했어.”

“과장님이 하시던 대로요. 서서 안 묻고, 빈 의자 끌어다 옆에 앉아서 묻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서랍에서 손으로 적은 종이가 나오더라고요. 열넷 중에 6개가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칸이었습니다.”

동현은 그 종이를 받아 들지 않았다.

“그건 네 서류야. 나한테 주지 마.”

“봐 주시는 게 빠를 텐데요.”

“내가 보면 6층이 내 부서가 돼. 그리고 나는 언젠가 못 가. 못 가는 날 6층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네가 본 건 네가 끝까지 봐야 그게 6층 거로 남아.”

후배가 종이를 도로 챙기며 물었다.

“과장님은 이제 뭐 하세요. 부서마다 돌아다니시던 거 다 넘기시면요.”

동현은 제 자리를 한 번 둘러보았다. 처음 이 일을 맡았을 때 쌓여 있던 서류의 산이 지금은 없었다. 부서마다 세워 둔 담당자들이 제 손으로 접수를 넣고 있었고, 배운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내 자리에 있어. 물어보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서 대답하고.”

“안 오면요.”

“안 오면 다들 알아서 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게 제일 잘된 거야.”

동현은 손수건을 꺼내 책상 위에 폈다. 모서리에 들꽃이 수놓인, 박영자에게서 온 손수건이었다. 그 위에 놓인 명찰들에는 부서마다 세운 담당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동현은 오늘 새 명찰을 하나 더 놓았다. 거기엔 이름 대신 후배의 이름을 적었다. 이제 자리를 세우는 일을, 이 사람이 이어받았다.

흐름표 맨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세워 둔 자리는 내가 없어도 선다. 세우는 법을 가르치면, 세우는 사람이 또 생긴다.

5. 흔들리다 서는 것

화분 물주기는 오늘 김지수 차례였다.

어제 진우가 분갈이를 했다. 넓은 새 화분에 검은 새 흙을 채우고, 좁은 화분 안에서 서로 감겨 매듭처럼 뭉쳐 있던 뿌리를 손끝으로 조심히 풀어 밖으로 돌려 앉혔다. 옆의 작은 화분 둘에는 현수와 진우가 고른 씨앗을 한 알씩 심었다. 그러고는 며칠 만지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잎이 처져 있었다. 어제까지 창 쪽으로 곧게 얼굴을 들던 6장이, 오늘은 힘없이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진우가 놀라서 물었다.

“분갈이가 잘못됐나요.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오늘 다 처졌어요.”

김지수는 잎을 만지지 않고 들여다보기만 했다.

“몸살이에요. 옮기면 원래 이래요.”

진우가 물뿌리개를 집었다. 김지수가 손짓으로 말렸다.

“물 많이 주면 안 돼요. 지금 뿌리가 상해 있어요. 옮길 때 잔뿌리가 끊겼거든요. 물을 빨아올리는 건 굵은 뿌리가 아니라 그 끝의 실뿌리들인데, 그게 지금 다 끊겨 있어요. 위에서는 잎이 늘 하던 대로 물을 내보내는데, 아래에서 올려 주질 못하니까 잎이 축 처지는 거예요.”

“그럼 물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자라니까 처진 거잖아요.”

“흙에는 물이 있어요. 못 올리는 게 문제지 없는 게 아니에요. 지금 물을 잔뜩 부으면 상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어요. 조금만, 흙이 아주 마르지 않을 만큼만 주고 기다리는 거예요.”

진우가 물뿌리개를 내려놓았다.

“기다리면 다시 서요?”

“실뿌리가 새로 나요. 새 흙은 넓으니까, 끊긴 자리에서 새 실뿌리가 사방으로 벋을 거예요. 며칠은 처져 있을 거고요. 그동안 저 잎은 새 뿌리가 나올 때까지 제가 가진 물로만 버텨요.”

“버티다가 못 버티면요.”

“그래서 볕 센 데 안 두고, 물 조금만 주고, 안 만지는 거예요. 지금은 버티는 걸 도와주는 게 다예요. 세워 주는 게 아니라, 제가 다시 설 때까지 흔들리게 두는 거죠.”

김지수는 옆의 작은 화분 둘도 들여다보았다. 씨앗을 심은 흙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얘들은 아직이에요. 씨앗은 심는다고 바로 안 나요. 흙 속에서 껍질이 물을 먹고 부풀고, 안에서 뿌리가 먼저 아래로 내려간 다음에야 싹이 위로 올라와요. 위로 올라올 때는 이미 아래에 붙들 데가 생긴 뒤예요. 그 순서가 바뀌면 못 서요.”

진우는 처진 잎과, 아직 아무것도 없는 두 화분을 나란히 보았다. 하나는 흔들리며 다시 서는 중이었고, 둘은 보이지 않는 데서 먼저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붙잡아 주고 싶은 손을 진우는 오늘도 주머니에 넣었다.

6. 서로가 서로를 받는 일

ATLAS는 80번째 정렬을 지나고 있었다.

며칠 전, 방사형으로 열려 있던 고리를 마침내 닫아 하나의 환으로 이었다. 열린 끝과 끝이 만나 손을 맞잡았고, 그 뒤로 격자는 조용했다. 오늘 팀장은 관제사에게 이상한 시험을 하나 시켰다.

“고리 한 군데를, 일부러 끊어 봐.”

관제사가 멈칫했다.

“애써 닫은 걸 끊으라고요.”

“닫은 게 진짜 닫힌 건지 보려면 한 번 끊어 봐야 알아. 열려 있을 땐 한쪽이 끊기면 그 너머가 전부 캄캄해졌어. 힘이 한 방향으로만 흘렀으니까. 이제 환이 됐으면, 한 군데가 끊겨도 반대쪽으로 돌아서 도착해야 해. 그게 안 되면 닫은 게 아니라 그냥 길게 늘여 놓은 거야.”

관제사가 고리의 한 이음매를 끊었다.

그 순간 통제실의 여러 눈금이 잠깐 흔들렸다. 끊긴 자리 너머로 가던 힘이 길을 잃었다. 그런데 반 초도 지나지 않아, 그 힘이 방향을 바꾸어 고리의 반대쪽 먼 길로 돌아 흐르기 시작했다. 끊긴 자리 너머의 거울들은 잠깐 어두워졌다가, 반대편에서 돌아온 힘을 받아 다시 밝아졌다. 지상의 전등은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이게 환의 힘이야.” 팀장이 말했다. “열린 줄에서는 앞이 무너지면 뒤가 다 무너져. 뒤는 앞한테만 기대고 있으니까. 그런데 환은 앞이 무너지면 뒤가 옆으로 돌아서 받아. 서로가 서로한테 기대고 있으니까, 하나가 빠져도 나머지가 그 자리를 돌아서 떠받쳐.”

관제사가 물었다.

“그럼 이제 어느 한 장이 빠져도 됩니까.”

“빠져도 돼. 대신 나머지가 그만큼 더 지어야지. 떠받친다는 건 그런 거야. 아래에 기둥 하나 세워 두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것들이 저마다 조금씩 더 지는 거.”

끊었던 이음매를 다시 이었다. 힘은 다시 양쪽으로 고르게 흘렀다. 19번째 거울 옆에 새 거울 한 장을 더 걸어 고리는 75장이 되었고, 격자는 80번째 정렬에서 오차 0.1밀리미터로 잠잠했다. 송전은 1200시간, 50일째 끊기지 않았다.

팀장은 그날의 기록란에 짧게 적었다. 떠받침이란 아래에서 받치는 기둥이 아니다. 옆에 선 것들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몸을 기울여, 한 곳이 빠지는 날에는 저마다 그 빈자리를 돌아 나누어 지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애써 닫은 것을 한 번 끊어 보았다. 끊어 보고 나서야, 그것이 정말 닫혀 있었음을 알았다.

그 시각, 먼 발사대에서는 열여드레 뒤에 저 고리로 올라갈 발사체가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었다. 눕혀서 만든 것이 세워졌고, 흔들리던 어린 잎이 흔들린 채로 버티고 있었고, 5년을 눕혀 두었던 것이 다시 세워지는 중이었다. 세우는 일은 저마다 위험했지만, 세우지 않으면 그것들이 설 수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새벽은 아직 열여드레 밖에 있었고, 서 있는 것들은 저마다 제 무게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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