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49화 - 매김

제49화 「매김」
1. 30점
금요일 아침 일곱 시 사십 분에 재혁은 야장을 폈다.
드릴은 아직 안 내려갔다. 오늘 첫 토막을 올리기 전이었고, 그러니까 오늘 값을 아직 하나도 보지 않은 시각이었다.
어제 저녁에 적어 둔 줄이 있었다.
「내일 아침 첫 토막 전에 정함. 값 보기 전. 혼자 정함.」
정할 것은 「30점까지 넷」이라는 줄에 들어 있는 30점이었다. 그 30점이 무엇의 30점인지가 종이 어디에도 없었다.
갈래는 셋이었다. 이 케이블 한 벌을 쓰는 동안의 30점일 수도 있고, 이번 시즌 전체의 30점일 수도 있고, 청소일 뒤에 다시 세기 시작한 새 날의 30점일 수도 있었다.
어제까지는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다. 어제부터 아니었다.
재혁은 세 갈래를 한 줄씩 적어 놓고 한참 보았다.
벌어짐은 케이블이 늘어난 만큼 케이블 눈금이 코어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었다. 늘어나는 것은 케이블이었다. 그러면 케이블을 바꾸는 순간 그 수는 다른 물건의 수가 되는 것이었다.
「30점 = 이 케이블 한 벌의 30점.」
「이유: 늘어나는 것이 케이블이므로. 케이블을 바꾸면 그다음 점은 다른 물건의 점임. 같은 줄에 못 이음.」
「정한 날: 9/27. 첫 토막 전. 값 안 보고 정함. 혼자.」
값을 보고 정했으면 오늘 나온 수가 예뻐 보이는 쪽으로 갈래를 골랐을 것이었다. 그러면 그 뜻은 자기가 매긴 것이 아니라 값이 매긴 것이었다.
여덟 시에 드릴이 내려갔다.
캠프 철수까지 14일. 케이블 눈금은 688에서 출발했다. 내려가는 데 23분, 올라오는 데 22분. 서른일곱째 같은 수였다. 첫 토막 691, 둘째 토막 694. 새 날로 스물일곱째였다.
토막 길이 2.96과 2.95. 스물여섯째였다.
케이블 누계 156.00. 코어 누계 153.56. 차 2.44. 증분 0.09.
스물여섯 점이었다. 짝수였다. 가운데가 둘이었다.
재혁은 작은 수부터 늘어놓고 열셋째와 열넷째를 짚었다. 0.09와 0.09였다.
「가운데: 0.09. 두 개 다 0.09. 짝수인데 안 갈림.」
전에 짝수였던 날에는 가운데 둘이 달라서 두 수를 더해 반으로 나누었다. 그날 야장에는 실제로는 없는 수가 하나 적혔다. 오늘은 그 일이 안 일어났다.
거리 합은 0.20이었다. 새 점이 가운데와 같아서 더해진 거리가 없었다. 어제와 같은 수였다.
0.20을 26으로 나누면 0.00769였다. 셋째 자리에서 끊으면 0.007이었다.
재혁은 손을 멈췄다.
어제는 0.008이었다. 그제도 0.008이었다.
거리 합은 0.20으로 그대로였다. 새 점은 가운데와 똑같은 수였다. 얼음도, 케이블도, 아무것도 안 움직였다. 나누는 수만 25에서 26으로 늘었다.
그런데 수는 내려갔다.
「흩어짐: 0.007. 열아홉째. 내려감.」
「거리 합 0.20 그대로. 새 점 = 가운데와 같음. 나누는 수만 늘어남.」
「나누는 수만 늘어도 수는 움직임. 움직인 수가 물건이 움직였다는 뜻은 아님.」
적어 놓고 보니 실제로 변한 것은 0.0080에서 0.00769로, 0.0003이었다. 그런데 종이에는 0.001이 내려간 것처럼 적혔다. 셋째 자리에서 끊는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어제 여백에 적어 둔 줄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묻고 싶었음: 왜 셋째 자리에서 끊는지. 안 물음. 9/26.」
재혁은 그 밑에 한 줄을 더 보탰다.
「9/27. 같은 것을 또 묻고 싶었음. 안 물음. 두 번째.」
30점까지 넷이었다.
헛돎은 새 열흘로 일곱째였다. 1번 0회, 2번 0회. 10월 1일까지 안 보기로 한 것이었다.
서진이 시추동에 들어와 케이블 릴 쪽을 한 번 보고 나갔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재혁은 야장 맨 밑에 적었다.
「9/27. 안 듣는 날 둘째.」
2. 598
여섯 시 이십 분에 은재가 저온실 문을 열었다.
오늘은 경옥이 사무실에 있는 날이었다. 걷는 것은 은재 혼자였다.
재움 360일째. 첫 절단까지 5일. 이호기 단독 운용 서른두째 날. 온도계는 −30.0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은재는 전실 탁자에서 짐작부터 적었다.
「짐작: 597.」
「이유: 내 손으로 걷은 지난 두 점이 599, 595. 그 가운데.」
「싶었음: 1. 자 안에 있었으면 했음.」
짐작 줄은 두 줄로 갈라져 있었다. 줄 1은 옛 자로 잰 점들이었고, 줄 2는 자가 595에서 612로 바뀐 뒤의 점들이었다. 줄 2에는 어제 경옥이 적은 점 하나가 있었다. 오늘 은재의 점이 줄 2의 둘째 점이었다.
주걱으로 증발기 밑의 성에를 걷었다. 9분이었다. 통에 받아 여섯 시 이십구 분에 저울에 올렸다.
초시계로 6초에 596, 9초에 597, 10초에 598이었다.
「598. 10초. 은재. 혼자. 9분.」
자는 595에서 612까지였다. 598은 그 안이었다. 밑에서 넷째였다.
은재는 통을 내려놓고 자기 줄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612, 598, 603, 607, 601, 596, 그리고 그 뒤의 점들, 아홉째가 595, 오늘 열째가 598.
밑은 595였다. 위는 612였다. 폭은 17이었다.
어제도 폭 17이었다.
「사람 고정 열째 점. 밑 595. 위 612. 폭 17. 안 넓어짐.」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이 자는 생긴 뒤로 넓어지기만 했다. 새 값이 밖으로 나가면 자가 그만큼 늘어났고,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다. 밖으로 한 번 나간 값을 없던 것으로 못 하니까.
그러니까 자가 가만히 있는 날은 값이 아무 말도 안 한 날이 아니었다.
「안 넓어진 날. 처음.」
「자는 넓어질 수만 있음. 그래서 가만히 있은 날은 값이 조용한 날이 아니라 자가 조용한 날임. 값은 오늘도 있었음. 598.」
짐작 줄 2에는 597과 598을 나란히 적고 차를 적었다.
「+1. 위.」
「싶었음: 1. 자 안에 있었으면 했음. 안이었음. 싶었던 대로 됐음. 내 손이 그렇게 한 건지 아닌지는 모름.」
그 마지막 줄을 적을 때 은재는 경옥이 여름에 했던 말을 생각했다. 싶었던 쪽으로 손이 가는지 아닌지는 손을 가진 사람이 제일 모른다고 했다.
가을 표 스물아홉째 줄을 채웠다. 9월 26일 것이었다.
열세 시간. 바깥 17.6도. 문 한 번. 습도는 안 쟀고, 관측소 값은 58퍼센트였다.
「6시 20분. 주걱. 통. 9분. 경옥. 혼자. 전실에 은재.」
「우리가 건드린 줄」은 열이레째였다.
나가는 길에 전실 벽에 598을 적었다. 593과 595와 596 옆이었다.
3. 없음
여덟 시에 정한은 작업대 앞에 앉아 짐작을 적었다.
어제 첫 점이 있었다. 짐작 11시, 실제 손이 간 시각 10시 50분. 10분 앞이었다. 그 10분이 다섯 점을 25분 간격으로 세워 온 등차를 깼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유 칸에 쓸 것이 없었다.
정한은 이유 칸을 한참 비워 두었다. 그러다 거기에 적었다.
「없음.」
그 옆에 값을 적었다.
「짐작: 10:50. 어제 값 그대로 옮김.」
「이유: 없음. 근거가 없으면 어제 것을 옮김. 없는 근거로 새 수를 만드는 것보다 나음.」
연필을 놓고 보니 그 두 줄이 이상하게 홀가분했다.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이유 칸에 적었더니 칸이 안 비었다.
「이유 칸에 적을 것이 없으면 「없음」을 적고 값을 적음. 비워 두면 나중 사람이 깜박 잊고 안 적은 줄로 읽음.」
안 보는 날 일곱째였다. 판독은 9월 30일이었다.
셋째 릴은 여전히 밀려 있었다. 다섯째 릴은 폐테이프를 23회 돌렸다. A부터 D까지 네 통의 값은 열다섯째로 1.0이었다. 조명을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은 열여드레째였고 오늘도 안 했다.
본물건은 작업실 온도에 내놓은 넷째 날이었다. 10월 6일까지 아흐레였다.
정한은 옆으로 세워 둔 그 릴의 팩 옆면을 보았다. 어제 낮은 각도 빛으로 찾은 얕은 볼록 띠 셋이 그대로 있었다. 이음 테이프가 얹힌 자리였다.
오늘은 팩의 안쪽과 바깥쪽을 갈라 보았다. 허브에 가까운 안쪽은 감긴 층이 빽빽했고, 바깥으로 갈수록 헐거웠다. 릴에 감을 때는 같은 힘으로 감아도 안쪽은 지름이 작아서 층과 층이 서로 미는 힘이 커졌다. 안쪽 층이 늘 더 눌려 있었다.
그 말은 같은 릴 안에서도 자리마다 상한 정도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정한은 그것을 종이에 옮겼다.
「팩 안쪽 = 층 압력 큼. 바깥쪽 = 작음. 배어드는 정도도 다름.」
「한 군데 들어 보고 전체를 말하면 안 됨.」
「10/6에 풀면서 들을 자리: 처음, 가운데, 끝. 세 군데. 미리 정함.」
열한 시 이십 분에 손이 갔다.
정한은 초시계를 멈추고 시각을 적었다.
「11:20.」
짐작은 10시 50분이었다. 차는 30분이었다.
첫 점은 10분이었다. 둘째 점은 30분이었다.
「두 점. 10분, 30분. 흩어짐이 커짐.」
「두 점으로는 못 말함. 두 점은 어떤 두 점이든 하나로 이어짐. 셋째 점부터 휘는 것이 보임.」
그 밑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적기 시작하고부터 손이 더 흩어진 것처럼 보임. 적는 일이 손을 흔드는 것인지, 원래 흔들리던 것을 이제 보는 것인지 모름. 열 점까지 안 읽음.」
동규에게서 답이 온 것은 아직 한 번이었다. 물어본 날은 닷새째였다. 1 나누기 5였다.
4. 한 장에 하나
금요일 아침 여덟 시 반에 하람은 냉장고 앞에 섰다.
어머니 글씨로 「오늘: 금요일.」이 붙어 있었다. 하람의 종이도 여덟 시 반이었다. 두 장이 같은 시각이 된 지 나흘째였다.
센터는 안 가는 날이었다. 마흔아홉째 방문이었다.
제비부터 뽑았다. 둘째 블록 셋째 장이었다.
「손잡이.」
오늘 길게 적을 줄이 손잡이로 뽑혔다. 손잡이는 어머니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난간을 잡는지 안 잡는지를 세는 줄이었다. 안 잡으면 몸이 아는 길이라는 뜻이었다.
오늘로 열아흐레째였다.
길게 적으려고 그 줄을 처음부터 넘겼다. 그러다 손이 멈췄다.
열아홉이라는 수는 있는데, 첫째 날이 며칠인지가 어디에도 없었다.
수첩 앞쪽을 넘기니 「손잡이 안 잡음」이라고만 적힌 줄이 나왔다. 날짜가 없었다. 세기 시작한 줄이 아니라 그냥 그날 본 것을 적은 줄이었고,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세는 줄이 되어 있었다.
하람은 오늘에서 18을 뺐다. 9월 9일이 나왔다.
그 수를 적고, 옆에 별표를 하고, 별표 밑에 적었다.
「* 셈으로 나온 날. 그날 적은 것 아님. 9/27에 뺀 것.」
「센 수는 있는데 첫날이 없음. 수는 세어졌는데 시작이 없음.」
「오늘부터 세기 시작하는 줄은 첫날을 같이 적음.」
어제 센터에서 언제부터 적으셨냐고 물었을 때 담당자는 대답을 못 했다. 같은 것이 자기 수첩에도 있었다.
짐작은 한 장에 하나였다. 어제 정한 규칙이고 오늘이 첫날이었다.
하람은 종이 한 장을 떼어 한 줄만 적었다.
「짐작: 오늘 어머니가 미싱 바늘을 새로 꽂으실 것.」
바늘은 6번이 꽂힌 지 닷새째였다. 어머니는 대개 사나흘에 한 번 바꾸셨다.
그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열한 시에 어머니가 미싱 앞에 앉으셨다. 실패 11번이 자리에 앉은 지 열하루째였다. 어머니는 실을 한 발 끊어 바늘에 꿰고, 하람이 가져간 소매 단을 두 번 박으셨다. 바늘은 안 바꾸셨다.
한 시에도 안 바꾸셨다. 저녁까지 6번 그대로였다.
하람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폈다.
「값: 안 바꾸심.」
「틀림.」
「짐작 한 장에 하나. 첫째 점. 셀 수 있음.」
어제는 한 장에 둘을 적어서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반은 값이 아니어서 못 셌다. 오늘은 틀렸는데 세어졌다.
두 시에 최영숙 선생이 왔다. 40차였다.
표의 칸을 채웠다.
「금요일. 맑음. 새것. 운동화. 손에 든 것: 서류 봉투 하나.」
손에 든 것 칸이 채워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10월에 재검토 있으시죠.”
“예. 15일이요.”
“서류가 미리 나왔어요. 놓고 갈게요.”
하람은 봉투를 받아 식탁에 올려 두었다. 열지는 않았다.
「봉투 받음. 9/27. 안 엶.」
「열면 오늘 날짜로 적음.」
수첩 맨 앞장에는 어제 적은 줄이 있었다.
「적기 시작한 날: 모름. 여름. 토요일. 안 적었음.」
그 밑에 오늘 한 줄이 늘었다.
「손잡이: 9/9. * 셈으로 나온 날.」
5. 9번
오후에 재혁은 토막 끝을 쟀다.
첫 토막 끝 6, 둘째 토막 끝 6. 합 12였다. 짝 표기로 열여드레째였다.
18점이 되었다. 짝수였다. 작은 수부터 늘어놓고 가운데 둘을 짚으니 11과 11이었다. 오늘도 안 갈렸다.
거리 합은 10에서 11이 되었다. 11을 18로 나누면 0.611이었다. 눈금이 1밀리니까 0.6밀리였다.
어제도 0.6밀리였다.
「0.6. 어제도 0.6. 어제는 밑으로 가서 0.59, 오늘은 위로 가서 0.61. 같은 자리에서 끊으니 같아짐.」
선은 15였다. 오늘 12는 선 밑이었다.
부족분은 스물일곱 점째였다. 마른 무게 15.21과 15.20으로 합 30.41, 부족 0.79였다. 쏠림을 뺀 것은 플러스 0.10이었다. 「안 봄」은 열이레째였다. 날짜가 있는 합계로는 아홉째 날 0.79, 누계 7.16이었다.
입도는 스물넷째였다. 체 세 종에 20분이었다.
철수 점검표를 펴서 장비 목록과 시료 상자 수 옆 칸에 확인 표시를 했다. 「잔여 작업」 칸은 9월 28일 뒤에 채우기로 되어 있었다. 본부 회신 기한은 10월 3일이었다.
그리고 인계서를 폈다. 야장 뒤에 끼워 둔 넉 장짜리 종이였고, 어제 8번을 혼자 적고 줄 끝에 이름을 썼었다.
오늘 적을 것은 하나였다.
아침에 정한 30점의 뜻을 9번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 한 줄을 더 붙였다.
「모레 청소일에 할 것: 빈 드릴로 바닥 훑는 날은 매단 무게가 평소보다 가벼움. 같은 깊이에서 무게만 다른 날임. 그날 케이블 눈금을 따로 적어 둘 것.」
8월 야장에서 찾은 줄이 근거였다. 아침에 뒤져서 찾은 것이었다.
「새 케이블은 처음 얼마 동안 자리를 잡으면서 늘어난다. 그 늘어남은 안 돌아온다.」
서진의 글씨였다.
돌아오는 늘어남과 안 돌아오는 늘어남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매단 무게 때문에 늘어난 것은 내려놓으면 돌아오고, 자리를 잡느라 늘어난 것은 안 돌아왔다.
그러면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매다는 무게는 늘어났다. 그러면 돌아오는 쪽 늘어남도 같이 커져야 했다. 그런데 증분은 스물여섯 점 내내 0.09 언저리에서 안 움직였다.
「같은 수가 오래 같으면 하나가 가만히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두 가지가 서로 반대로 움직여서 합이 같은 것일 수도 있음. 지금 수로는 못 가름.」
「가르는 법: 같은 깊이에서 무게만 다른 날을 한 번 만들면 됨. 모레가 그날임.」
줄 끝에 이름을 적었다.
「우재혁.」
인계서 칸이 생긴 지 여섯째 날이었다.
서진이 옆을 지나다 종이를 힐끗 보았다.
“모레 그거 하려면 훑개 내려보내기 전에 한 번, 훑고 나서 한 번 적어야 해.”
“예.”
“그건 일이야.”
“예. 일로 들었습니다.”
재혁은 야장에 적었다.
「들음: 훑개 전후 두 번 적을 것. 이건 일임. 판단 아님.」
서진은 인계서를 안 읽고 갔다.
6. 없어지는 줄
오후 세 시에 경옥과 은재는 절단실 앞에 섰다.
첫 절단까지 5일이었다. 톱은 어제 닦아 두었고, 날은 새것이 걸려 있었다.
경옥이 얇은 쇠자를 톱날에 대 보였다.
“이게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날 두께요?”
“날 두께하고, 날이 좌우로 살짝 벌어진 것까지 합해서요. 1.4밀리예요.”
은재가 자를 받아 들여다보았다.
“반으로 가르면요.”
경옥이 말했다.
“반 둘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반 둘하고, 없어진 1.4밀리 한 줄이 생겨요.”
“없어진 건 어디로 가요?”
“가루로 떨어져요. 밑에 받쳐 놓은 통에요.”
“그건 시료 아니에요?”
“톱날에 데워졌다 다시 언 거예요. 녹은 자리는 기포가 없어져요. 값을 못 내요.”
은재가 잠깐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그럼 그 1.4밀리는 어느 쪽에서 없어져요?”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오늘 정하려고 부른 거예요.”
절단은 세로였다. 한쪽 반은 지금 기계로 다 쓰고, 다른 반은 아무도 안 건드리고 남기기로 8월에 정해 두었다.
톱이 지나간 1.4밀리가 어느 쪽에서 빠지느냐에 따라 남기는 반의 가운데가 그만큼 옮겨 갔다. 한 토막에서는 1.4밀리였다. 통 한 칸을 다 자르면 그 1.4밀리가 토막 수만큼 쌓였다.
“날을 가운데에 대면요.”
은재가 말했다.
“양쪽에서 0.7밀리씩 빠지죠.”
“그럼 두 쪽 다 어긋나요.”
“한쪽에 몰면요.”
“한쪽만 어긋나고 한쪽은 그대로예요.”
경옥이 종이에 선을 두 개 긋고 그 사이를 칠했다.
“쓰는 쪽에서 몰아요. 남기는 쪽은 안 건드려요. 지금 쓰는 건 나중에 다시 잴 수 있어요. 남기는 건 한 번밖에 못 잘라요.”
은재가 적었다.
「톱이 먹는 폭 1.4. 쓰는 쪽에서 뺌. 남기는 쪽 가운데 안 옮김.」
경옥이 그 줄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그 없어지는 1.4밀리 말이에요. 이름이 없죠.”
”…없네요.”
“스물세 해 동안 없었어요. 없어지는 건 아무도 안 세거든요.”
경옥이 종이를 한 장 당겨 맨 위에 적었다.
「없어지는 줄.」
「= 톱이 지나가면서 없어지는 폭. 1.4밀리. 시료 아님. 값 못 냄. 그래도 있던 것임.」
그리고 옆 종이를 폈다. 어제 만든 「이름 붙인 날」 칸이었다. 자는 모름, 폭은 모름, 짐작은 모름, 그때 자는 9월 25일, 싶었음은 9월 20일이었다.
경옥이 거기에 둘째 줄을 적었다.
「없어지는 줄 = 9/27.」
괄호를 치고 안에 적었다.
「(오늘 붙임. 붙이면서 적음. 처음.)」
은재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 줄은 나중에 안 헷갈리겠네요.”
“어제 것들은 다 늦게 적은 거예요. 늦게 적으면 그 이름이 앞엣것을 몇 점이나 덮고 있는지 몰라요.”
“하루에 하나씩이라고 하셨죠.”
“오늘 건 하나예요. 그러면 됐어요.”
은재가 아침 것을 보고했다.
“오늘 598이에요. 자 안이고요. 자가 안 넓어졌어요. 처음이에요.”
경옥이 잠깐 있다가 물었다.
“그게 좋은 일이에요?”
”…모르겠어요.”
“저도요. 넓어지면 자가 말을 한 거고, 안 넓어지면 자는 아무 말도 안 한 거예요. 값은 오늘도 나왔고요.”
“자가 조용한 날이라고 적었어요.”
“잘 적었어요.”
수송팀은 오늘도 안 왔다. 경옥이 기다린 날을 세는 줄에 적었다.
「금요일. 안 옴.」
「기다린 날: 평일만 셈. 오늘로 아홉째. 토·일은 「아직」 아님. 「못 물음」임.」
기록계 1호는 9월 28일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12월 심의는 둘이었고, 강릉에서 올 넉 통은 3월이었다.
온도계는 −30.0이었다.
나가면서 경옥이 문틀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다음 점은 화요일이에요. 셋째 평일 점.”
“9월 30일이요.”
“네. 요일로 정해 놨으니까 값이 못 밀어요.”
금요일이 그렇게 끝났다.
재혁은 값을 보기 전에 뜻을 정했고, 경옥은 없어지는 것에 이름을 붙이면서 붙인 날을 같이 적었고, 정한은 이유 칸에 「없음」을 적고 어제 값을 옮겼고, 하람은 열아홉 날을 센 줄의 첫날을 빼기로 구해 별표를 달았다. 은재는 자가 조용한 날을 처음으로 적었다.
매긴다는 것은 값을 아는 일이 아니었다. 값이 오기 전에 무엇을 셀지를 정해 두는 일이었다. 값을 보고 정한 뜻은 내가 정한 뜻이 아니라 값이 정해 준 뜻이었고, 그렇게 얻은 수는 다음 사람이 읽을 때 아무 데도 못 세우는 수가 되었다.
수는 나누는 수만 늘어도 움직였고, 없어지는 것에는 대개 이름이 없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오늘 이름을 붙여서 오늘 날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