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6] 화성학 고급 5가지 - 마이크로톤 음악, 반음보다 작은 소리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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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건반을 눈으로 보면 도, 도#, 레… 딱 12개의 칸으로 딱 떨어져 보이죠. 그런데 그 칸과 칸 사이에도 실제로 소리가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서양 음악은 오랫동안 한 옥타브를 12개의 음으로 나눈 “평균율”을 표준으로 써왔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이 이 틀에 맞는 건 아닙니다. 오늘 배울 **마이크로톤 음악(Microtonal Music)**은 바로 그 건반 틈새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음악이에요.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마이크로톤을 접하고 있습니다. 오늘 5가지 포인트로 쉽게 풀어볼게요!

1. 마이크로톤이란? — 건반 틈새에 숨은 소리

정의: 마이크로톤(Microtone)은 서양 12평균율의 반음(예: 도와 도#의 간격)보다 더 작은 음정 단위를 뜻합니다. 이런 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음악을 마이크로톤 음악, 또는 미분음 음악이라고 부릅니다.

🎨 비유: “색상표의 빈틈”

그림물감 상자에 12가지 기본 색만 들어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빨강과 주황 사이엔 분명 수백 가지 미묘한 색조가 있지만, 이 상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서양 12음계도 마찬가지예요. 도와 도# 사이에는 물리적으로 무한히 많은 주파수가 존재하는데, 피아노는 그중 딱 하나만 골라 건반으로 고정해놓은 겁니다. 마이크로톤 음악은 이 “숨겨진 색조”를 다시 꺼내 쓰는 시도입니다.

핵심 포인트: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쿼터톤(Quarter-tone, 4분음)**인데, 반음을 다시 절반으로 쪼갠 음정입니다. 즉 한 옥타브를 12개가 아니라 24개로 나누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하면 도와 도# 사이에 딱 한 개의 새로운 음이 추가로 생깁니다.

2. 24음 평균율과 쿼터톤 피아노 — 서양음악이 시도한 확장

20세기 초, 몇몇 작곡가들은 “12음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옥타브를 24등분한 **24음 평균율(쿼터톤 시스템)**을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 인물: 이반 비신네그라드스키(Ivan Wyschnegradsky)

러시아 출신 작곡가 비신네그라드스키는 평생을 쿼터톤 음악에 바쳤습니다. 일반 피아노 두 대를 반음의 절반만큼 서로 다르게 조율해서 나란히 연주하는 방식으로 쿼터톤 음향을 만들어냈죠.

미국의 실험: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

미국 현대음악의 선구자 찰스 아이브스도 〈세 개의 쿼터톤 소품(Three Quarter-Tone Pieces, 1923~24)〉이라는 곡을 남겼습니다. 두 대의 피아노를 반음의 절반만큼 어긋나게 조율해 연주하는데, 마치 라디오 주파수가 살짝 안 맞았을 때처럼 몽롱하고 흔들리는 소리가 납니다.

🎨 비유: “초점이 살짝 나간 사진”

쿼터톤 음악을 처음 들으면 마치 카메라 초점이 살짝 어긋난 사진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익숙한 화음인 것 같은데 미묘하게 흔들리고 번져 보이는 느낌. 이게 바로 반음보다 작은 간격이 주는 독특한 질감입니다.

3. 아랍·튀르키예 마캄 음악 — 수백 년 전부터 있었던 미분음

사실 마이크로톤은 서양의 발명품이 아닙니다. 중동 지역의 마캄(Maqam) 음악 체계는 수백 년 전부터 반음보다 작은 음정을 자연스럽게 써왔어요.

비유: “직선 도로 vs 구불구불한 산길”

서양 12평균율이 일정한 간격으로 뻗은 곧은 고속도로라면, 아랍 마캄 음계는 지형에 따라 굽이치는 산길에 가깝습니다. 각 마캄(선법)마다 고유한 음정 간격이 있고, 그중에는 서양 반음의 중간쯤에 걸치는 “반의 반음”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요. 예를 들어 대표적인 마캄인 **라스트(Rast)**나 **바야티(Bayati)**에는 서양 표기로 정확히 옮길 수 없는, 반음과 온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음이 필수로 등장합니다.

실제 음악: 움 쿨숨(Umm Kulthum)

20세기 아랍권 최고의 디바로 불리는 이집트 가수 움 쿨숨의 노래를 들어보면 이 미분음이 만드는 특유의 애절하고 떨리는 음색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서양 악기로 반주해도 보컬 멜로디에는 마캄 특유의 미분음이 살아있어, 왜 이 음악이 평균율 피아노로는 똑같이 재현되지 않는지 알 수 있어요.

4. 저스트 인토네이션(Just Intonation) — 순정한 배음을 그대로

정의: 저스트 인토네이션(순정률)은 평균율처럼 음정을 인위적으로 균등 분할하지 않고, 자연에 존재하는 배음(倍音)의 정수비를 그대로 음정으로 쓰는 조율 방식입니다.

🎨 비유: “레고 블록 vs 자연석”

평균율이 규격에 딱 맞춘 레고 블록이라면, 순정률은 산에서 주운 자연석 같은 겁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그만큼 훨씬 매끄럽게 서로 맞물리는 순간이 있어요. 순정률로 맞춘 화음은 배음 관계가 수학적으로 완벽히 일치해서, 평균율 화음보다 훨씬 “맑고 울림이 깊은” 소리가 납니다. 대신 조를 바꾸면 음정이 전부 다시 계산돼야 해서 실용성이 떨어지죠.

대표 인물: 해리 파치(Harry Partch)

미국 작곡가 해리 파치는 순정률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한 옥타브를 무려 43개 음으로 나눈 독자적인 음계를 만들고, 이 음계를 연주하기 위한 전용 악기들(크로멜로디언, 마림바 에로이카 등)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기존 악기로는 도저히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라 악기부터 새로 만든 거예요.

5. 오늘날 대중음악 속 마이크로톤 — 록밴드도 쓴다

마이크로톤이 클래식이나 학술 음악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닙니다.

실제 곡: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 《Flying Microtonal Banana》(2017)

호주의 록밴드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는 2017년, 아예 앨범 전체를 마이크로톤 전용으로 만들었습니다. 튀르키예·중동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기타와 베이스를 커스텀 제작해 옥타브를 24등분으로 조율했죠. 서양 록 사운드에 낯선 음이 섞이면서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질감이 만들어졌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주트 가이트(Jute Gyte)와 24음 기타

미국의 1인 익스페리멘탈 블랙메탈 프로젝트 주트 가이트는 아예 프렛(fret)을 24등분으로 재배치한 커스텀 기타를 만들어, 앨범 전체를 24음 평균율로 작곡·연주합니다. 극도로 불안정하고 낯선 불협화음이 특유의 소름 끼치는 질감을 만들어내는데, 마이크로톤이 얼마나 극단적인 사운드까지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활용 팁: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1. 처음이라면 기타의 벤딩(bending)이나 보컬의 미세한 피치 슬라이드부터 시작해보세요. 이미 여러분은 무의식적으로 마이크로톤을 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DAW의 피치 벤드나 마이크로튜닝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평균율 악기로도 쿼터톤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3. 과하게 쓰면 그냥 “음정이 안 맞는 연주”로 들릴 위험이 크니, 특정 프레이즈나 장식음에 소량만 배치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 요약

  1. 마이크로톤: 서양 12평균율의 반음보다 작은 음정. 도와 도# 사이에 숨어있는 소리를 쓰는 것.
  2. 24음 평균율(쿼터톤): 옥타브를 24등분. 비신네그라드스키, 찰스 아이브스가 쿼터톤 피아노 작품으로 개척.
  3. 아랍·튀르키예 마캄: 수백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미분음을 써온 전통. 움 쿨숨의 노래에서 생생히 확인 가능.
  4. 저스트 인토네이션: 배음의 정수비를 그대로 쓰는 순정률. 해리 파치는 43음 음계와 전용 악기까지 직접 제작.
  5. 대중음악 사례: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의 《Flying Microtonal Banana》, 메탈밴드의 커스텀 프렛 기타까지 폭넓게 쓰인다.

건반 사이에 숨어있던 소리들, 이제 알고 나니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지 않나요? 다음 편에서는 낭만주의 화성을 뒤흔든 단 하나의 화음, **트리스탄 화음(Tristan Chord)**을 파헤쳐볼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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