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53화 - 기다림

제53화 「기다림」
1. 열 배
재혁은 야장 맨 위에 적었다.
「10월 1일. 화요일. 깊이 706 → 712 예정. 하루 6m. 3m 토막 둘.」
캠프 철수까지 열흘이었다.
7시 40분에 드릴을 내려보냈다. 조립체 184킬로그램이었다. 8시 6분에 바늘이 내려앉았다. 26분이었고 눈금은 706.15였다.
깎기는 8시 43분에 끝났다. 걸린 무게는 155에서 171 사이를 오갔다. 윈치를 되감아 드릴을 케이블에 온전히 매달고 30초를 기다렸다.
709.12.
3분을 더 기다렸다.
709.15.
차가 0.03이었다. 어제와 똑같았다. 어제는 그것이 무슨 값인지 몰랐고 오늘은 두 번째로 같은 수가 나왔으니 우연이 아니었다.
재혁은 야장을 덮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부스러기 통을 비우고 계량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그동안 드릴은 케이블에 매달린 채로 있었다. 매달아 두는 것은 오늘 일이 아니었고, 그냥 손이 다른 데 가 있는 동안 저 혼자 매달려 있었다.
계량을 끝내고 돌아와서 한 번 더 읽었다.
709.18.
30초에서 3분으로 갔을 때 0.03이 늘었다. 3분에서 30분으로 갔을 때 또 0.03이 늘었다.
앞은 여섯 배였고 뒤는 열 배였다. 그런데 늘어난 몫은 같았다.
재혁은 야장 여백에 세 수를 나란히 적고 한참 봤다.
「30초 709.12 / 3분 709.15 / 30분 709.18.」
그 아래에 적었다.
「1분을 더 기다린 것과 27분을 더 기다린 것이 같은 만큼 늘었음. 두 배로 기다리는 것으로는 안 늚. 자릿수로 기다려야 늚. 기다림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곱하는 것임.」
거기까지 적고 나서 그 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30분을 더 기다려서 얻은 것은 0.03이었다. 세 시간을 기다린다고 0.18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0.21쯤 될 것이었다. 하루를 매달아 두면 0.24쯤일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끝은 오지 않고, 기다린 만큼이 자꾸 작아지기만 했다.
「끝나는 값이 없음. 고른 값만 있음.」
재혁은 30초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바꾸지 않은 이유를 적어야 했고, 적으려니 이유가 없었다.
한참 있다가 적었다.
「30초로 스물여덟 점을 냈음. 그게 이유임. 정할 때는 이유가 없었고 스물여덟 점을 내고 나서 이유가 생겼음. 뒤에 생긴 이유임. 그래도 이유임. 바꾸면 스물여덟 점이 다 다른 물건이 됨.」
3분 값과 30분 값은 줄에 넣지 않고 옆에 적었다.
「줄 아님. 30초 줄 옆에 붙은 수임. 언젠가 30분으로 스물여덟 점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줄이 됨.」
벌어짐 같은 줄 점은 스물여덟째였다. 값은 0.10이었고 30초 값으로 냈다. 부족분은 오늘 0.11이어서 누계가 7.50이 되었다. 헛돎은 1번이 한 번, 2.0초였다.
서진의 말은 오늘도 없었다. 안 듣는 날 여섯째였다.
2. 595
저온실은 오늘 경옥이 걷는 날이었다. 화요일이었다.
정해 놓은 대로였다. 어제까지는 그 정해 놓은 것이 9월 30일에 있었고, 어제 그것이 오늘로 밀렸다.
경옥은 6시 10분에 방에 들어가서 손바닥만큼, 10초로 걷었다. 접시를 저울에 올리고 값을 읽었다.
은재가 야장을 들고 옆에 서 있었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자가 595부터예요.”
“네.”
“오늘 값이 595예요.”
“네.”
경옥이 접시를 내려놓고 야장을 들여다봤다.
「그날 아침 은재 폭: 595 ~ 613.」
은재가 어제 아침 자기 점 열셋째를 낸 뒤에 그 열세 점으로 만든 자였다. 만들면서 은재는 제일 작은 값과 제일 큰 값을 그대로 적었다. 물결표 하나를 사이에 넣고 끝이었다.
“안인가요, 밖인가요.”
은재가 물었다. 경옥은 대답하지 않고 야장 그 줄을 연필 끝으로 짚었다.
“여기 미만이라고 적혀 있어요?”
”…아니요.”
“이하라고 적혀 있어요?”
“아니요.”
“그러면 안 정한 거예요.”
은재는 야장을 자기 쪽으로 돌려서 그 줄을 다시 봤다. 595와 613 사이에 있는 것은 물결 하나였다. 그 물결이 끝을 먹는지 안 먹는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가 만들었는데요.”
“만들 때 등호를 안 봤죠.”
”…값만 봤어요.”
경옥은 오늘 값을 적고, 판정 칸은 비우지 않고 이렇게 적었다.
「595. 경계값. 안인지 밖인지 안 정함. 정할 사람: 자 만든 사람. 정할 날: 자 만드는 날. 오늘은 값을 본 날임. 값을 본 날에 등호를 정하면 이 값이 등호를 정하게 됨.」
“오늘 정하면 안 돼요?”
은재가 물었다.
“정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오늘 정하면 595가 안에 들어가면 좋겠는지 밖에 나가면 좋겠는지를 은재씨가 이미 알고 있잖아요.”
”…밖이면 두 번째 밖이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러면 다음 자를 만드는 날에 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음 자는 내일 아침 은재 점으로 만들어야 했고, 내일은 절단이었다. 모레는 뒷정리였고 그다음 날은 방을 가만히 두기로 한 날이었다.
은재가 손가락으로 날을 셌다.
“…10월 5일이요.”
“네.”
“밀린 게 또 밀렸어요.”
경옥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 날도 있어요.”
오늘 은재 줄에는 점이 없었다. 경옥이 걷는 날이었으니 걷지 않았다. 은재는 나중에 야장 자기 줄에 이렇게 적었다.
「10월 1일. 내 점 없음. 그런데 오늘 값을 잰 자는 내 줄이 낸 것임. 점 안 낸 날에도 내 줄은 일함.」
수송팀 칸에는 「화요일. 물었음. 아직.」이라고 적었다. 기다린 날 열한째였다.
3. 이틀
정한은 작업실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2번 조각을 걸어 둔 자리로 갔다.
어제 폐테이프 2번 조각 한 뼘에 추를 달았다 뗐고, 뗀 직후 0.38, 30분 뒤 0.24를 적었다. 하루 뒤 값은 오늘 나오는 것이었다.
재어 보니 0.16이었다.
앞 표의 하루 값은 0.15였다. 24회를 늘렸다 놓은 1번 조각에서 나온 수였고, 어제 거기서 표를 끊었다.
0.15와 0.16이었다.
정한은 두 수를 나란히 놓고 보다가 야장에 적었다.
「가까움. 확인 아님. 조각이 다른 물건이라 끊은 표임. 가까운 것이 확인이 되면 끊은 이유가 없어짐.」
새 표에는 점이 하나였다. 점 하나는 줄이 아니었다.
0.38에서 0.24까지 30분이 걸렸고, 0.24에서 0.16까지 하루가 걸렸다. 앞은 0.14가 줄었고 뒤는 0.08이 줄었다.
정한은 셈을 해 봤다.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있었다.
「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남. 그러니까 언제 다 돌아오는지는 없음. 어디까지 봤는지만 있음.」
그리고 그 옆에 한 줄을 더 적었다.
「그러면 「하루 뒤」라고 적어 놓은 하루는 무엇인가.」
어제 그렇게 정했다. 안 돌아온 것을 하루 두고 적는다고. 이유를 적은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정한은 그 자리에 적었다.
「내가 여섯 시에 집에 감. 그래서 하루임. 테이프가 정한 것 아님.」
이틀 값도 재야 했다. 그런데 이틀을 재려면 2번 조각을 하루 더 걸어 둬야 하고, 걸어 둔 조각이 하나뿐이니 그동안 새 조각을 뗄 수가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시작을 못 하는 셈이었다.
정한은 3번 조각을 오늘 새로 걸었다.
「조각 둘을 하루 엇갈려 걺. 2번은 이틀 값 나오게 그대로 두고 3번을 오늘 뗌. 내일부터 매일 점 하나, 이틀 값은 하루 늦게 따라옴. 조각이 늘면 자리가 모자람. 여섯 개까지만.」
짐작 칸에는 다섯째 점이 왔다. 8시 20분에 「10시 40분」이라고 적었고, 이유 칸에는 「어제 값 옮김」이라고 적었다.
손은 10시 52분에 갔다.
차가 12분이었다. 방법 B로 세면 세 점이 되어 +30, −75, +12였다.
정한은 세 점을 나란히 적어 놓고 한참 봤다. 위, 아래, 위였다.
「방향이 섞였음. 휨 얘기 못 함. 셋째 점이 오면 휨이 보인다고 적어 놨는데 셋째 점이 오니까 흔들림이 보임. 열 점까지 감. 일곱 점 남음.」
안 보는 날 첫째였다. 다음 판독은 10월 10일이었다. 본물건은 여드레째고 검은 10월 6일이었다. 닷새 남았다.
동규와는 짧게 통화했다. 3월 재촬영까지 다섯 달이었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알아요.”
“지금 견준 것도 나중에 재고 나면 견준 건 견준 거로 남아요. 버리는 게 아니고요.”
4. 뜸
하람은 화요일 점심때 어머니 집에 갔다. 쉰셋째였다.
아침에 제비를 뽑았다. 셋째 블록 둘째 장은 「소리」였다.
냉장고에 종이 두 장이 8시 반 것으로 붙어 있었다. 여드레째였다.
어머니는 밥솥 앞에 서 계셨다. 불은 꺼져 있었다.
“다 됐어요?”
“아직.”
“불 꺼졌는데요.”
“뜸 들이는 거야.”
미강은 뚜껑에 손을 얹기만 하고 열지 않으셨다.
“이거 열면 김이 나가. 김이 나가면 밑에 게 안 익어.”
“불이 꺼졌는데 익어요?”
“익지.”
“불 없이요?”
“불은 물을 끓이는 거야. 익는 건 김이 하는 거고.”
하람은 수첩을 꺼내다가 손을 멈췄다. 어제 적은 줄이 두 장 앞에 있었다. 어머니가 분필로 단추구멍 자리만 표시하고 안 뚫으신 줄이었다. 구멍은 맨 나중이라고 하셨고, 안 한 것과 나중에 할 것은 다르다고 두 번 말씀하셨다.
오늘은 불을 끈 다음에도 익는다고 하셨다. 두 줄이 서로 무슨 관계인지는 몰랐지만 같은 손에서 나온 말이었다.
“얼마나 둬요?”
“몰라. 김이 없어질 때까지.”
“시간으로는요?”
“시간으로 하면 안 돼. 밥이 아나 시간을.”
하람은 그대로 적었다.
「10월 1일. 뜸. 불 끈 뒤에도 익는다고 하심. 익는 것은 불이 아니라 김이 한다고 하심. 뚜껑 열면 못 익는다고 하심. 시간으로 정하면 안 되고 김이 없어질 때까지라고 하심.」
오늘 짐작은 넷이었다. 「본 것」 병기 이틀째였다.
그중 하나는 본 것이 없었다.
아침에 적을 때 「점심에 밥 뜸 얘기를 하실 것」이라고 썼다. 근거를 적는 자리에 아무것도 없어서 「없음. 그냥」이라고 적었다.
그게 맞았다.
하람은 어제 쓴 줄을 찾아서 다시 읽었다. 「본 것 없는 짐작은 내가 안 본 데서만 생기고, 내가 안 본 데는 안 적힘. 그러면 이 줄은 값이 못 됨.」
어제 그렇게 적었고 오늘 본 것 없는 짐작이 하나 적혔다.
하람은 어제 줄을 지우지 않고 그 옆에 적었다.
「10월 1일. 어제 줄이 오늘 깨짐. 어제 줄 안 고침. 본 것 없는 짐작이 하나 적혔음. 그러면 안 본 데서 온 것이 아니고 다른 데서 온 것임. 어디서 왔는지는 모름. 모른다고 적음.」
최영숙이 지나갔다. 마흔네 번째였다. 오늘 제비로 뽑힌 장이 「소리」였으니 그 줄을 길게 적어야 했다.
하람은 창가에 서서 들었다. 발소리가 계단 참에서 한 번 끊겼다가 다시 났다. 지난 세 번도 그 자리에서 끊겼는데, 그때는 여덟 시 반이었고 오늘은 점심때였다.
「10월 1일. 최영숙 44차. 점심때. 발소리 계단 참에서 한 번 끊김(앞의 세 번과 같은 자리). 시각은 다름. 부탁 안 한 줄에는 안 넣음 — 그 줄은 쪽지 있는 날만임. 여기는 소리 줄임. 줄 둘을 안 섞음.」
장기요양 조사표는 아직 그대로였다. 수첩 석 달치를 세 줄에 못 넣어서 안 옮긴 채 나흘이 되었다.
하람은 그 칸의 글씨를 고쳐 적었다. 「안 옮김」이라고 적혀 있던 자리 옆에 이렇게 적었다.
「나중에 옮길 것. 10월 15일. — 안 한 것과 나중에 할 것은 다름.」
손잡이는 스물셋째였다. 잡으셨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늘 6은 아흐레째였고 실패 11은 열닷새째였다.
나오면서 밥솥을 봤다. 뚜껑은 아직 닫혀 있었다.
5. 셋째 점
재혁은 저녁에 서진의 책상 위에 종이를 한 장 놓았다.
어제 그 자리에 서진의 연필 두 줄이 놓여 있었다. 10월 8일에 진척 0m 하루를 못 낸다는 것과, 무게 둘만 매달라는 것과, 점 둘로는 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재혁은 이렇게 적었다.
「무게 둘 알겠음. 152와 184. 216은 다음 시즌 물자 목록으로 옮겨 적었음.
점 둘로는 줄이 안 되는 것도 알고 있음. 그래서 152를 다음 시즌 목록에 값까지 같이 적어 놓겠음. 내년 사람이 152로 한 번 더 재면 셋째 점이 됨. 내가 못 내는 점임. — 우재혁」
적어 놓고 보니 그 마지막 줄이 오늘 야장에 적은 것과 같은 말이었다. 30분 값 얘기였다. 언젠가 30분으로 스물여덟 점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줄이 된다고 적었다.
재혁은 야장을 펴서 「받은 줄」 칸을 봤다.
점이 둘이었다. 하나는 9월 27일에 서진이 말로 준 것이었고, 하나는 어제 연필로 온 것이었다.
어제는 둘이라고 적고 같은 줄인지 안 가른다고 적었다.
오늘 재혁은 가르기로 했다.
「말로 온 것과 종이로 온 것은 재는 법이 다름. 말은 내 기억이 자고 종이는 종이가 자임. 다른 자로 낸 점은 같은 줄에 못 앉힘. 줄을 둘로 가름.
「받은 줄(말)」 점 하나. 「받은 줄(종이)」 점 하나.
어제는 둘이라고 생각했음. 가르니까 각각 하나임. 줄이 아직 하나도 없음.」
케이블 신장 얘기는 인계서에 새 번호로 적지 않았다. 7번이 이미 케이블 신장이었고, 그 아래에 줄을 두 개 덧붙였다.
「7번 아래 덧붙임(10/1): 눈금은 온전히 매달고 몇 초 뒤에 읽었는가에 딸림. 30초/3분/30분 값이 각각 다름(709.12 / 709.15 / 709.18). 두 배가 아니라 자릿수로 늚. 이 시즌은 30초로 냈음. 이유는 30초로 스물여덟 점을 냈기 때문임. 그것 말고 없음.」
번호를 새로 만들지 않은 이유도 한 줄 적었다.
「번호를 새로 만들면 다음 사람이 케이블 신장을 두 군데서 봐야 함. 한 군데서 보게 함.」
열 시가 넘어서 야장을 덮었다. 캠프 철수까지 열흘이었고, 안 듣는 날은 아직 며칠 더 남아 있었다.
서진의 책상 위 종이는 밤새 그 자리에 있었다.
6. 삼백예순넷
기록계 두 대는 6시 30분에 읽었다.
어제 9월 30일에도 읽고 나서 바로 자리를 바꿨고, 그때가 6시 30분이었다.
스물네 시간이었다. 0분도 안 어긋났다.
차는 −0.09였다.
은재가 그 수를 두 번 읽었다.
”…마이너스요.”
“네.”
“어제까지 플러스였어요. 0.13하고 0.11이요.”
“네.”
자리를 바꿨더니 부호가 뒤집혔다. 그건 차이가 기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왔다는 뜻이었다. 은재가 쓴 시험이 그걸 보려고 있었고, 오늘 그대로 보였다.
“자리예요.”
은재가 말했다.
“부호는 자리라고 나왔어요. 근데 몫은요.”
경옥이 물었다.
은재가 잠깐 말을 멈췄다.
“…0.09가 자리 몫 전부인지는 모르죠.”
“네.”
“이 자리 점이 하나니까요. 두 점이 있어야.”
“10월 5일이요.”
“네.”
은재는 그 줄을 적고 나서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부호 보였음. 몫 모름. 몫은 10/5에 둘째 점이 와야 앎. 오늘 것은 방향만임. 방향만인 것도 적어 둠.」
절단은 내일이었다.
계획서는 그대로였다. 실금 많은 통 셋을 먼저, 커프 1.4밀리는 분석 쪽 한 몫으로, 톱날은 어제 갈아 두었다.
재운 날이 오늘로 364일째였다.
“365일에 자르는 거 맞죠?”
은재가 물었다.
“네.”
“364일에 자르면 뭐가 달라요?”
경옥이 통 앞에서 손을 멈췄다.
“모르죠.”
”…모르세요?”
“몰라요. 브리틀존은 인양하고 한 해쯤 두면 이완된다고 하는데, 그 한 해는 사람이 센 거예요. 얼음이 센 게 아니고요.”
“그럼 왜 365일이에요?”
“모르는 걸 하루로 메우는 거예요.”
경옥이 통 뚜껑을 닫았다.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그런데 적어 놓으면 방법이에요. 안 적어 놓으면 그냥 기다린 거고요.”
은재는 계획서 맨 위에 그 말을 적었다.
「재움 365일. 이유: 한 해쯤이라고 되어 있음. 한 해는 사람이 센 것임. 왜 364도 366도 아닌지는 모름. 모르는 것을 하루로 메운 것임. 다음 사람이 다시 정할 수 있게 적어 둠.」
방을 나오면서 은재가 문에 손을 얹고 한 번 돌아봤다.
통은 364일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동안 안에서는 아무도 안 보는 채로 무엇인가가 계속 펴지고 있었다.
남극에서는 두 배로 기다려도 늘지 않았고 열 배로 기다려야 같은 만큼 늘었다. 기다림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끝나는 값은 없고 고른 값만 있었다.
이유 없이 고른 30초는 스물여덟 점을 내고 나서 이유가 생겼다. 뒤에 생긴 이유였고, 그래도 이유였다.
정한은 이틀 값을 재려면 오늘 새 조각을 못 뗀다는 것을 알았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시작을 못 해서, 조각을 하루 엇갈려 걸었다.
경옥은 595가 안인지 밖인지 오늘 정하지 않았다. 값을 본 날에 등호를 정하면 그 값이 등호를 정하기 때문이었다. 밀린 것이 또 밀렸다.
은재는 오늘 점을 안 냈지만 오늘 값을 잰 자는 은재의 줄이 낸 것이었다. 점 안 낸 날에도 줄은 일했다.
하람은 어제 적은 줄이 오늘 깨지는 것을 보았고, 어제 줄을 고치지 않고 옆에 적었다.
미강은 불을 끄고도 뚜껑을 열지 않으셨다. 익는 것은 불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셨다.
재혁은 자기가 못 내는 셋째 점을 위해 오늘 값을 한 번 더 적어 두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다린 시간이 값을 바꾼다면, 기다린 사람도 값 안에 들어 있었다.